악견산(岳堅山, 634m)-의룡산(儀龍山, 481m)
산행일 : ‘11. 12. 4(일)
소재지 : 경남 합천군 대병면과 가회면의 경계
산행코스 : 용문정→암릉→의룡산→임도 사거리→악견산→산성→합천댐 주차장 (산행시간 : 3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의룡산과 악견산은 산이 많기로 소문난 합천에서도 황매산과 더불어 악산(嶽山)으로 소문난 산이다. 산은 수천 길의 단애(斷崖)로 이루어져 있고, 곳곳에 널린 기암(奇巖)들이 소나무들과 어우러지면 만들어내는 풍광(風光)은 산행을 결코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 특히 악견산에서 바라보는 합천호의 리아스식 해안선(海岸線)은 산행의 백미(白眉)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 산행들머리는 용문유원지(遊園地)
88고속도로 거창 I.C를 빠져나와 24번 국도(國道/ 고령방향)를 따라 달리다가, ‘오도산자연휴양림‘ 입구에 있는 권빈삼거리에서 오른편 1034번 지방도(地方道/ 합천읍 방향으로 합천호를 끼고 이어진다.)로 길을 바꾸어 들어가면 논덕천을 가로지르는 계산교를 만나게 된다. 계산교에서 조금만 더 진행한 후 오른편의 ’합천호반로‘로 들어서면 또다시 오른편에 합천호가 보이기 시작한다. 호반 구경이 싫증날 즈음이면 도로는 산속으로 잠시 들어섰다가 이내 ’합천 영상테마파크’에 이르게 된다. 산행들머리인 용문유원지(遊園地)는 영상테마파크에서 차로 2분 거리에 있다. 송림(松林)으로 이루어진 유원지는 진양 유씨 문중(門中)땅으로 조선 후기에 세워진 용문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참고로 대진고속도로 산청 I.C에서 내려와 59번 국도와 1026번 지방도를 이용해 들어오는 방법도 있다. 나중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나중의 방법을 권하고 싶다.
▼ 산행은 용문정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있는 황강으로 내려서면서 시작된다. 산행의 시작은 곡예(曲藝) 실습(實習)이다. 강을 가로지르며 놓여있는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바위 위에서 춤을 추듯이 묘기(妙技)를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제법 거친 물살이 징검다리 위까지 넘실거리는데, 어떤 바위는 아예 고정되어 있지도 않아서 흔들리기까지 한다. 그러니 바위 위에 올라선 사람들은 바위의 움직임에 따라 온 몸을 비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곳을 산행들머리 또는 날머리로 삼는 사람들은 스틱 2개를 꼭 챙겨가라고 권하고 싶다. 스틱 하나만으로 건너보려던 난 물속에 빠지는 낭패(狼狽)를 보고야 말았다.
▼ 강을 건너면 산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을 따라 50m쯤 들어가면 길은 급하게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사면(斜面)을 급하게 치고 오르고 있다.
▼ 초반의 흙길이 끝나면서 마주치게 되는 암릉은 거친 산세(山勢)를 자랑하는 대병5악(嶽 : 허굴, 삼성, 악견, 의룡에 황매산을 더해서 대병5악으로 부른다)의 실체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구간이다. 우람한 근육질의 몸이 꿈틀대듯 줄기차게 이어지는 암릉길을 올라야만 한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적은 탓인지, 길의 흔적도 찾기가 쉽지 않고, 표지판도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를 의지하며 산행을 해야 한다.
▼ 계속되는 바윗길, 오른쪽으로 치고 오르면 이번에는 왼쪽으로 길이 열리고 있다. 바윗길에는 어김없이 안전(安全)로프가 매어져 있는데, 일부 구간은 안전로프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두려울 정도로 수직(垂直)으로 선 암벽(巖壁)을 만나기도 한다. 역시 소문대로 악산(嶽山)이 틀림없다. 힘든 오름 길에 숨도 돌릴 겸 잠시 바위 난간에 앉으면 발아래는 방금 달려온 군도(郡道)와 황강이 나란히 달리고, 영상테마파크가 한 눈에 들어온다.
▼ 정신나간 진달래가 철도 모르고 활짝 피어있다.
▼ 조망(眺望)은 뛰어나다. 암릉 구간인지라 시야(視野)를 가릴만한 나무들이 없기 때문이다. 뒤를 돌아다보면 굽이쳐 흐르는 황강과 끝도 없이 일렁이고 있는 산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고 자주 돌아보지는 말자. 바윗길에서의 방심은 자못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험한 암릉이 끝나면 능선은 약간 자세를 낮춘 후에 다시 완만(緩慢)하게 오르막길을 만들어낸다. 잠깐의 솔밭 오르막이 끝나면 이번엔 암릉길, 고래의 등처럼 매끈하게 생긴 암반(巖盤)이 길게 이어지면서 그 끄트머리에 의룡산의 정상이 뾰쪽하게 솟아있다.
▼ 의룡산 정상은 깎아지른 절벽(絶壁)위에 위치하고 있다.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고, 대신에 ‘그리운 산 의룡산 481m, 준․혁’이라고 적힌 작은 팻말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오지(奧地)산이나 유명(有名)산을 가리지 않고 정상표지석이 없는 산봉우리에서 심심찮게 만나게 되는 팻말이다. 산행에 이력(履歷)이 쌓인 어느 분의 얘기로는 등산애호가 부부(夫婦)의 작품이란다. 그들의 산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 찬사를 보내본다. 정상에 서면 바로 앞에 악견산이 다가서 있고 왼쪽 뒤에 위치한 금성산도 가깝게 보인다. 금성산과 악견산 사이에는 황매산 놓여있다. 그리고 영상테마파크 뒤편으로는 오두산과 두무산, 그 사이 매화산이 보인다. 두무산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아마 가야산일 것이다. 용문정에서 의룡산 정상까지는 3.5Km, 정상까지 오르는데 넉넉잡아 1시간30분이면 족하다.
▼ 오른쪽에 악견산을 두고 내리막을 내려서면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은 453봉으로 이어가는 길이고, 악견산은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소나무 숲 아래로 완만(緩慢)하게 내려서던 길은 조그만 봉우리 앞에서 다시 오르막으로 변하고, 이내 커다란 바위 위로 올려놓는다. 악견산 방향으로 커다란 바위들이 연이어 늘어서 있고, 악견산의 전모(全貌)가 한눈에 들어오고 있다. 뛰어난 조망처이다. 전망바위에서 눈요기를 즐긴 후 바위를 에돌아 내려서면 임도 사거리. 의룡산이 끝나고 악견산이 시작되는 곳이다.
▼ 의룡산에서 악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길게 이어지면서 서서히 고도를 낮추어 간다. 길기 때문에 지루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진행방향에는 악견산이 우람하고, 뒤를 돌아보면 의룡산의 천길 단애(斷崖)가 날카롭게 서 있는 광경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 임도(林道) 사거리에서 임도를 따라 100m쯤 올라가다가 오른편으로 올라선다. 밤나무 밭이기 때문에 들머리를 혼동할 우려가 있으니 표지기를 유심히 살피는 게 좋을 것이다. 감나무 밭을 통과하면 길은 산의 사면(斜面)을 오른쪽으로 돌면서 능선 삼거리에 닿게 만든다. 오른쪽 길이 아까 산행을 시작했던 용문정에서 곧바로 악견산으로 올라오는 길이다. 이곳 합천군에서 악견산을 관리하고 있는 듯 오늘 처음으로 이정표(里程標)가 보인다.(이정표 : 악견산 360m/ 의룡산 정상 2.5Km/ 용문사 2.6Km)
▼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접어들면 길은 갑자기 가파른 오르막길로 변한다. 이어서 나타나는 암릉길, 바윗길은 가파르지만 그리 위험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안전로프가 매어져 있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바위와 흙이 섞인 오름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흙길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마력(魔力)을 지니고 있는가 보다.
▼ 암릉을 올라서면 다시 호젓한 소나무 숲길, 길에는 낙엽(落葉)이 두텁게 쌓여있어 여간 폭신폭신한 게 아니다. 혹시 붉은 빛깔의 양탄자 위를 걷는 기분이 이런 느낌일까? 호사(豪奢)스런 걸음도 잠시, 이내 악견산은 원래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바위가 굳어서 이루어진 산이라는 의미의 악견산 정상어림은 크면서도 널따란 암반(巖盤)들이 일정한 형식이 없이 불규칙하게 쌓여있다.
▼ 악견산의 정상으로 오르려면 걷고 있던 바위에서 우선 바위 틈 사이의 좁은 평지로 뛰어내려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통천문(通天門)을 지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바윗돌을 부여잡고 힘겹게 올라서면 이내 정상이다.
▼ 악견산의 정상은 정상석을 중심으로 커다란 바위들이 빙 둘러가며 얼기설기 쌓여 있다. 정상부의 북쪽은 크고 넓은 바위가 가로막고 있고, 그 앞에 악견산을 소개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입간판의 바로 앞은 제법 넓은 암반(巖盤)으로 되어있고, 정상표지석은 남쪽의 커다란 바위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다. 석조 전시장(石造 展示場)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비교적 넓은 정상은 사방이 나무들로 가려있어서 조망은 별로이다. 정 소문으로 들은 합천호의 조망을 즐기고 싶다면 커다란 바윗돌 몇 개를 건너뛰어야 한다. 하긴 빼어난 경관을 구경하려는데 조그만 위험 정도는 우리가 감수해야할 몫일 것이다.(이정표 : 의룡산 2.8Km, 용문사 2.9Km/ 합천호 관광농원․동광가든 4.8Km)
▼ 정상에서 합천호 방향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옛 산성터를 지나게 된다. 바로 악견산성(嶽堅山城 : 경상남도기념물 제218호)이다. 성벽이 높지도 않을뿐더러, 쌓은 모양도 일정한 규격(規格)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마 임시로 사용하기 위해 급하게 쌓아올린 모양이다. 악견산성(嶽堅山城)은 바위를 연결하여 자연석으로 쌓은 성으로 경상도속찬지리지(慶尙道續撰地理誌)에는 1439년에 쌓았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전문가들은 1592년(선조 25) 무렵으로 추정한다. 임진왜란 때 성주목사(星州牧使)로 있던 곽재우(郭再祐)가 도체찰사(都體察使) 유성룡(柳成龍)의 명령을 받아 보수하여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 암릉을 배경으로 소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차있다. 그 덕분에 겨울의 초입인데도 산은 조금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있다. 산길 위에 수북하게 쌓인 솔가리들의 푹신함은 등산화 바닥을 넘어 고스란히 발끝까지 전해져 온다. 걷는 내내 코끝을 자극하는 짙은 솔향에 취하다 보면 피곤함 정도는 느껴볼 겨를도 없다.
▼ 산행날머리는 무학기도원
산성(山城)터를 지나 가파른 내리막길을 치고 내려오면 또 하나의 산성(山城)터가 보인다. 아마 악견산성은 겹으로 쌓은 산성인 모양이다. 합천댐 인근의 주차장으로 향하는 하산길은 오른편에 있는 합천호를 바라보며 걷는 상쾌한 길이다. 비록 걷기 힘든 바위길이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모처럼 눈의 호사(豪奢)를 누리며 걷다보면 어느새 산길이 끝나면서 시멘트 포장도로 위로 내려서게 된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10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진행방향 저만큼에 합천댐의 주차장이 보이고, 그보다 조금 못미처에 있는 무학기도원 앞에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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