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봉(嵐峀山, 459.4m)-응봉산(鷹峰山, 313.4m)
산행일 : ‘15. 3. 30(월)
소재지 :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눌차동, 동선동, 대항동)
산행코스 : 웅동농협 천가지점 앞→눌차도→방조제→강금봉(199.9m)→전망대→응봉산→매봉(356.6m)→연대봉→대항선착장(산행시간 : 4시간25분)
함께한 산악회 : 좋은사람들
특징 : 가덕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섬이었다. 때문에 육지 사람들, 특히 나같이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가고 싶어도 쉽게 갈 수 없는 오지(奧地) 중의 오지였다. 연대봉이 명품의 반열에 올려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산세(山勢)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육지 사람들에게 덜 알려졌던 이유이다. 그러던 것이 2010년 가덕대교와 거가대교가 연이어 개통되면서 일순간에 바뀌었다. 부산항 신항(新港)이 들어서면서 사실상 육지로 편입되는 과정을 겪었다. 접근성이 해결된 데 이어, 부산시에서 이곳에다 둘레길까지 만들어 놓자 연대봉을 찾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부산사람들에게는 짐짓 근교산행지로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진 것이다. 하여간 연대봉은 전형적인 육산(陸産)이라서 편안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정상어림의 일부가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또 다른 산행의 묘미도 선물해 준다. 특히 응봉산 일원은 울퉁불퉁한 근육질로 이루어진 바위산으로 그 형세가 자못 옹골차다. 때문에 눈이 호사(豪奢)를 누릴 정도로 뛰어난 조망(眺望)을 자랑한다.
▼ 산행들머리는 웅동농협 천가지점 앞(강서구 성북동)
남해고속도로의 가락 I.C에서 내려와 우회전하여 ‘가락대로’를 타고 들어가다 가덕대교를 건너면 지금은 육지로 변해버린 섬 가덕도가 나온다. 섬에 들어서서 첫 번째로 빠져나가는 지점인 성북 I.C교(橋)에서 내려와 좌회전하면 금방 바닷가에 이르게 되고, 바닷가 삼거리에서 또 다시 좌회전하여 ‘천가길’로 들어서면 조금 후 산행들머리인 ‘웅동농협 천가지점’ 앞에 이르게 된다. 건물 위로 지나가는 눌차대교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농협의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가덕도관광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된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잠시 후에 바다가 나타나고, 건너편의 눌차도까지는 천가교라는 다리로 연결된다.
▼ 여명(黎明)의 바다를 구경하며 다리를 건너다보면 10분 후에는 ‘외눌마을’,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이곳에서는 부산 강서구판 둘레길인 ‘갈맷길’의 방향표시를 따르면 된다. 이는 곧 오른편으로 진행하라는 얘기이다. 여기서부터는 당분간 해안선(海岸線)을 따라 난 갈맷길을 걷는다.
▼ 오른편 바다에 양식시설이 보인다. 그리고 길가에는 쇠꼬챙이와 가리비를 엮어놓은 것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았다. 아마 양식을 할 때 소용되는 자재(資材)들인 모양이다. 그러나 이 바다는 얼마 후에는 볼 수 없게 된다. 내가 알기론 이 바다는 매립예정지이기 때문이다.
▼ 외눌마을에서 5분쯤 걸으며 내눌마을, 외눌이나 내눌 할 것 없이 여느 시골마을이나 다름없이 한가로운 풍경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섬이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 덕분인지 가는 길에는 수백 년은 족히 넘겼음직한 팽나무도 보인다. 만일 개발이 되었더라면 도로 때문에라도 없어졌을 게 뻔하다.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왼편으로 난 길이 보인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할 경우 국수봉에 오를 수 있으나,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내 사전지식으로는 그다지 볼만한 풍경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기 때문이다.
▼ 내눌마을에서 15분쯤 더 걸으면 동선방조제이다. 오른편 바다를 메우려는 사전작업인지 눌차도와 가덕도를 아예 방조제로 연결시켜버렸다. 만일 바다를 그대로 놓아둔다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일 것이다. 바닷물의 흐름을 방해함으로 인해 양식시설에 많은 피해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조제에 이르니 마침 해가 솟아오른다. 그것도 한 점의 티도 없이 온전하다. 오늘 산행은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 될게 틀림없다. 저렇게 고운 해를 본다는 게 그리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 방조제를 따라 10분 남짓 걸으면 가덕도 본섬의 ‘동선새바지’에 이르게 된다. 새바지란 ‘샛바람’을 많이 받는 곳이라는 뜻으로, ‘동선새바지’는 샛바람을 많이 받은 동선마을이라는 뜻이다. 산의 반대편에 있는 ‘대항새바지’와는 앞에 붙어있는 마을 이름으로 구분된다. 길은 이곳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얼핏 보면 해안선을 따라 난 길이 옳을 것 같지만 제대로 가려면 이곳에서는 오른편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왼편 길은 끄트머리에 있는 선착장에서부터 길이 끊겨버리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둘레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하긴 열어 놓았다고 해도 우리의 다음 행선지인 강금봉은 올라갈 수도 없었겠지만 말이다.
▼ 10분 정도를 헛걸음 한 뒤에야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 나오니 아까 무심코 지나쳤던 안내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갈맷길 코스는 오른편’이라는 안내판 말이다. 그러나 사실 이 안내판을 보았다고 해도 왼편으로 진행했을 게 뻔하다. 우린 이 부근에서부터 갈맷길이 아닌 등산로를 타야만 하기 때문이다. 오른편 길로 들어서며 잠시 후에 왼편으로 열린 산길이 나타난다. 들머리에 이정표(어음포 산불초소 3.5Km/ 천가동 주민센터 1.5Km)와 ‘등산로 종합안내도’, 거기다 산불감시초소까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산길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산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다닌 것 같지는 않다. 이 코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증거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다른 코스보다 훨씬 더 볼거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중의 첫 째 볼거리는 진달래이다.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빛 진달래가 온통 능선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오르는 길이 상당히 가파르지만 눈이 호사(豪奢)를 누리느라 힘든 줄도 모른다. 꽃피는 봄 산행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일 것이다.
▼ 들머리에서 15분 정도를 오르면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선다. 봉우리 한 가운데에 말뚝 모양의 돌기둥이 세워져 있지만 아무런 글도 적혀있지는 않다. 그러나 봉우리의 생김새나 그 위치 등으로 보아 강금봉(198m) 정상이지 싶다. 아니면 5~6분쯤 더 진달래 꽃 잔치를 즐긴 후에 만나게 되는 두 번째 봉우리가 강금봉일 것이고 말이다.
▼ 두 번째 봉우리에서 10분쯤 더 진행하면 처음으로 시야(視野)가 트이면서 바다가 나타난다. 나뭇가지에 가려진 탓에 완벽하지도 않고, 특히 조금 후에는 일망무제의 전망대가 나타나니 신경 쓸 것 없이 그냥 지나치고 볼 일이다.
▼ 강금봉에서 2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작은 바위봉우리 위에 올라서게 된다. 지도(地圖)에 252.6m봉으로 표기된 지점이다. 봉우리 위에 서면 일망무제(一望無題)의 조망이 터진다. 아마 오늘 산행에서 가장 뛰어난 전망대(展望臺)일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응봉산이다. 울퉁불퉁한 근육질로 이우러진 거대한 암봉이 한 폭의 잘 그린 수묵화(水墨畵)를 연상시킬 정도로 멋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고개라도 돌릴라치면 방금 전에 지나온 강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기다랗게 늘어섰고, 그 왼편에는 부산의 서쪽 시가지가 널따랗게 펼쳐진다. 남쪽의 망망대해는 보너스 쯤으로 여기면 될 일이다.
▼ 전망대에서 응봉산으로 가는 길은 고도(高度)를 크게 떨어뜨리지 않고 비교적 완만하게 연결된다. 거기다 길가에는 진달래까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행복한 산행이란 바로 이런 길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가는 길에 만나는 선바위(立石)에 눈길도 맞추어가며 10분 조금 못되게 걷다보면 삼거리(이정표 : 어음포 산불초소 2.1Km/ 어음포 산불초소 2.1Km/ 동선새비지 1.4Km)를 만나게 되고, 이어서 나타나는 오르막길을 5분 정도만 더 치고 오르면 응봉산 정상이다.
▼ 응봉산 정상은 통바위로 구성된 아찔한 천애(天涯)의 절벽이다. 집사람이 냉큼 바위에 들어붙고 본다. 요즘 들어 부쩍 바위타기를 좋아 하는 것이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그녀의 눈에 저 정도의 위험쯤이야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바위에 올라서면 도심(都心)에 찌든 중생들의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들어 준다. 사면(四面)이 산과 바다, 그리고 기암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덕도의 최고봉인 연대봉보다 훨씬 낮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봉(峰)’이 아닌 ‘산(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만큼 응봉산의 빼어난 자태가 군계일학(群鷄一鶴)처럼 돋보인다는 얘기이다.
▼ 바위 위에 올라서면 사통팔달로 시야(視野)가 트인다. 북쪽에는 진해 천자봉 산줄기와 더불어 불모산에서 화산을 거쳐 굴암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나타나고, 진행방향에는 조금 후에 오르게 될, 매봉과 연대봉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지나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까 전망대에서 보았던 풍경들이 다시 한 번 펼쳐진다. 거기에 비해 남쪽 방향의 바다는 텅 비어있다. 대마도가 지척이라고 하는데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오늘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 연대봉 방향으로 내려서면 기이한 형상의 굴을 통과하게 된다. 굴이 비좁다고 해서 ‘산부인과굴’ 또는 ‘해산굴(解産窟)’이라는 사람들도 있으나, 통과하기가 ‘애를 낳을 때’처럼 어렵지는 않으니 너무 과한 표현이 아닐까? 그보다는 차라리 ‘통천문(通天門)’이라 부르고 싶다. 아래에서 위로 통과할 경우 하늘이 열리는 듯한 기분이 들 테니까 말이다.
▼ 굴을 빠져나오면 제법 너른 공터가 나온다. 이정표(어음포 초소 2.5Km/ 동선새바지 1.0Km)를 겸한 정상표지판은 이곳에 세워져 있다. 정상이 바위로 되어있어 있는 탓에 이곳에다 세워 놓은 모양이다. 하긴 바위 위에다 정상석을 세워 놓았을 경우 십중팔구는 구경도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릴 것이 불을 보듯이 뻔하다. 그만큼 정상의 바위는 웬만한 산꾼들조차 선뜻 오르기가 두려워질 정도로 위험했기 때문이다.
▼ 정상표지판을 지나면 또 다시 거대한 암봉이 앞을 가로막는다. 산길은 암봉을 왼편으로 우회(迂廻)시킨 후 아래로 향한다. 그리고는 뭐가 그리 급한지 서둘러서 고도(高度)를 떨어뜨린다. 오늘 산행에서 가장 가파른 구간이지 않을까 싶다. 내려오는 길, 등산로를 약간 비켜난 지점에 바위 하나가 눈에 띌 것이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일단 올라서고 보자. 조금 후에 오르게 될 매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연대봉은 그 왼편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 응봉산에서 20분 남짓 내려서면 응봉산과 매봉의 안부격인 누릉령이다. 이정표 두 개(#1 : 어음포 산불초소 1.4Km/ 동선새바지(해안길) 3.0Km/ 동선새바지 2.1Km, #2 갈맷길 : 누릉능 0.6Km/ 천가교 8.0Km)와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이곳 사거리에서 왼편으로 내려서면 누릉능을 거쳐 어음포에 이르게 되고, 오른편은 동선새바지로 내려가는 길이다.
▼ 누릉령에서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그것도 경사가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그리고 17분 후에는 332m봉 위에 올라서게 된다. 이 구간에서는 기억해 두어야할 것이 하나 있다. 오르는 것이 힘들다고 해서 그냥 앞만 보고 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고개를 돌려보면 응봉산이 그 빼어난 자태를 한껏 자랑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 332m봉을 지나면서 산길은 다시 완만하게 이어진다. 그러다가 잠시 후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비록 이정표는 세워져 있지 않지만 왼편은 연대봉으로 곧장 가는 길이고 오른편으로 향하면 매봉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서는 곧장 왼편으로 향하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매봉을 올라볼 것을 권하고 싶다. 모처럼 찾아온 곳에서 일부러 산봉우리 하나를 빼먹을 필요는 없을 것이고, 거기다 매봉에서의 조망이 자못 뛰어나기 때문이다.
▼ 332m봉에서 매봉 정상은 금방이다. 8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열 평도 넘는 널찍한 매봉 정상은 산불감시초소와 벤치 몇 개가 지키고 있다. 물론 정상표지석은 없다. 다만 ‘산그리움’이라는 산꾼이 매달아 놓은 정상표지판이 이를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 정상에서는 북서방향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가덕도 동선과 신항, 부산-거제 연결도로가 내려다보인다. 을숙도대교를 지나 다대포까지 눈앞에 있는 듯 가깝다. 시선을 오른편으로 조금만 옮기면 방금 전에 지나온 응봉산의 암릉이 그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고 있다.
▼ 연대봉으로 가려고 아까 헤어졌던 삼거리까지 다시 되돌아갈 필요는 없다. 아까 정상으로 올라왔던 길의 바로 오른편에 보이는 오솔길을 따르면 곧장 연대봉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르다. 길가에는 온통 소사나무 천지, 그 굵기가 장난이 아니다. 수십 년은 족히 되었음직한 나무들이 사방에 널려있는 것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잠시 걸으면 아까 삼거리에서 헤어졌던 길과 다시 만나게 되고, 이어서 나타나는 굵은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능선안부 사거리인 어음포고개에 내려서게 된다. 매봉에서 13분 정도의 거리이다.
▼ 어음포 고개에는 이정표(지양곡산불초소 2.7Km/ 동선새바지 3.5Km)와 '등산로 안내도‘, 산불감시초소 외에도 정자와 벤치, 체육시설, 그리고 화장실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아예 쉼터로 조성해 좋은 것이다. 이곳에서부터 연대봉 등산로와 갈맷길이 하나로 합쳐진다. 이를 증명이라고 하려는 듯 ’연대봉까지 850m입니다. 파이팅!‘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길손을 맞고 있다. 참고로 이곳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면 어음포로 내려가게 되고, 오른편의 임도를 따르면 천성동이나 대항리 또는 천가동으로 연결된다.
▼ 어음포고개를 지나면서 산길은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로 변한다. 그러나 통나무계단과 난간 등 등산로를 잘 정비해 놓은 탓에 오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 편이다. 올라가는 길에 예쁜 내용의 글들이 적혀있는 이정표들에 눈길을 주다보면 28분 후에는 정상 못미처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게 된다. 전망대에 서면 지나온 능선을 물론이고 진우도와 신자도, 장자도, 백합등이 조망된다. ‘조망안내판’을 보면 그 뒤에 백양산과 승학산이 나타난다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 전망대에서 15분만 더 오르면 드디어 연대봉 정상이다. 널따란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연대봉 정상에는 봉수대(烽燧臺)가 있고, 정상표지석 주변은 나무데크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연대봉은 조선시대 연안 방비상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봉수대가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정상에서의 조망은 뛰어나다. 그중에서도 백미(白眉)는 서쪽방향, 거대한 남해 바다 해저(海底)로 스며들어 거가대교와 연결되는 침매터널이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그 너머로는 거가대교와 거제도 일원이 아스라하다.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국수봉 너머로 남해바다가 펼쳐진다.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선박들이 망망대해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낙동강하구 방향도 눈에 들어온다. 진우도와 장자도 등 모래섬이 흐릿하게나마 나타난다.
▼ 연대의 한 층 아래에는 마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것처럼 생긴 거대한 암봉이 하나 솟아있다. ‘낙타등바위’이다. 지역 사람들은 연대봉을 연대산, 낙타등바위를 연대봉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과거에는 이 암봉 위에 봉수대(烽燧臺)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밧줄을 이용할 경우에는 바위 위에까지 올라갈 수가 있고, 봉수대 잔해(殘骸)도 불 수 있다고 하나 지금은 금(禁)줄을 쳐놓아 바위로 가는 것 자체를 막아 놓았다. 아쉽지만 오르는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 하산 길은 크게 두 군데, 곧장 남쪽능선을 타면 ‘새바지선착장’을 거쳐 대항리로 이어지고, 우측 능선으로 난 또렷한 길을 탈 경우에는 천성만과 천성리로 연결된다. 오늘의 하산 지점은 대항, 당연히 왼편 능선을 타야함에도 불구하고 우린 오른편으로 향한다. ‘갈맷길’ 이정표(대항새바지 3.8Km/ 천가교 5.2Km)만 믿고 따른 탓이다. 그 덕분에 우린 꽤나 많은 거리를 더 걸어야만 했다. 그것도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말이다.
▼ 내려오는 길에 만나게 되는 기암(奇巖), 언젠가 가은산 둥지봉을 올랐을 때 보았던 새바위를 닮았다. 그러나 반대편으로 돌아가면 바위는 또 다른 형상으로 나타난다. 얼핏 개의 머리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날짐승이 갑자기 들짐승으로 바뀌어버린 꼴이다. 그런데 그 바위의 서있는 모습이 자못 위태롭다. 마치 피사의 사탑처럼 기우뚱한 것이다. 하여 곁에 나무기둥을 받쳐보았다. 비록 사진일 따름이지만 말이다. 산행 후에 검색해보니 ‘물개바위’라는 어엿한 이름을 갖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내 눈에 새처럼 보였던 형상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물개로 나타났던 모양이다.
▼ 천성리 방향(서쪽)으로 난 길은 한마디로 곱다. 바닥이 보드라운 흙길인데다 경사(傾斜)까지도 거의 없어 노약자(老弱者)들에게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수준인 것이다. 거기다 길까지 넓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도 맞은편에서 오는 다른 사람이 비켜나기에 충분할 정도로 넓은데, 그것도 부족했던지 정자와 벤치를 배치하고, 길가의 나무를 예쁘게 다듬는 등 흡사 도심(都心)의 공원처럼 꾸며 놓았다. 시쳇말로 산길이 아니라 ‘고속도로’인 것이다. 그야말로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구간이다. 길가에 보이는 쑥을 뜯으며 걷는 집사람의 속도에 발을 맞추며 40분 조금 못되게 내려오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오고 이어서 옛 도로에 내려서게 된다.
▼ 둘래길인 ‘갈맷길’은 이곳에서 옛 도로를 따른다. 천성-대항마을간에 새로운 도로가 개설되면서 용도가 폐기된 옛 도로(가덕해안로)를 둘레길로 조성한 모양이다. 그러나 우린 주차장으로 내려가 새로 개설한 차도(車道)를 따른다. 물론 왼편 방향이다. 뭘 바라고 한 결정은 아니다. 그저 주차장이 하도 넓기에 거기서 대항으로 난 길이 있으려니 했는데, 길이 없기에 별수 없이 차도를 따른 것뿐이다. 당연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삼가야할 일이다. 보행자용 공간이 없는데다가, 빠른 속도로 지나다니는 차량들까지 심심찮게 눈에 띠였기 때문이다.
▼ 주차장에서 새로 난 도로를 따라 15분 정도를 내려오면 망원경까지 갖춘 반듯한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데크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이곳의 낙조(落照)가 일품이라고 적혀있다. 전망대에 서면 항아리를 닮은 만(灣) 안에 웅크리고 있는 대항이 잘 내려다보이고 바다 건너편에는 대죽도와 범여섬이 흐릿하게나마 내다보인다. 물론 그 뒤에는 거제도가 버티고 있을 것이다.
▼ 산행날머리는 대항선착장
전망대에서 10분쯤 더 내려오면 대항선착장에 이른다. 짭조름한 바다냄새가 그윽한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저 언덕 너머에 있는 ‘새바지’라는 지명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새바지’가 곧 샛바람을 많이 받는 곳이라는 뜻일지니 말이다. 길가 담벼락에 핀 홍매화에 눈을 맞추다가 선착장 근처의 한 식당에 자리를 잡는다. 이곳의 제철 음식인 ‘도다리쑥국’을 먹어보기 위해서이다. 물론 근처 식당들 모두가 ‘도다리 쑥국’을 메인 메뉴로 내걸고 있으니 마음에 드는 음식점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1인분에 1만5천원, 제법 짭짤한 가격이다. 그러나 일단 먹어본 후에는 그런 생각은 싹 가셔버린다.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너무너무 뛰어나기 때문이다. 오늘 산행은 4시간45분이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중간에서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4시간25분을 걸은 셈이다.
▼ 쌀뜨물에 무를 넣어 끓이다가 도다리를 넣고 익으면 쑥, 실파, 다진 마늘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더 끓인 국이다. 봄이 제철인 도다리에 봄의 햇쑥을 넣어 만든 담백한 맛의 생선국으로 경남 통영 지역 봄철 생선국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향긋한 쑥향이 생선의 비린 맛을 없애 주면서 국물이 아주 시원하고 개운하여 통영 지역에서는 숙취해소에 좋은 국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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