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산(三峰山, 1,187m)-백운산(白雲山, 903m)-금대산(金臺山, 852m)

 

 

산행코스 : 팔랑재→투구봉→상봉→삼봉산→등구치→백운산→금대산→금대암→마천면소재지(마천중학교)→의탄교 (산행5시간30분)

 

소재지 : 전북 남원시 인월면·산내면과 경남 함양군 함양읍·마천면의 경계

산행일 : ‘11. 4. 17(일)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삼봉산과 백운산, 금대산은 山이 지천인 함양 땅에서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山群이다. 바위와 어우러지는 멋스러움이 황석산이나 월봉산에 비할 수 없을뿐더러, 肉山의 장중한 맛으로도 남덕유산이나 기백산에 견줄 수가 없다. 그런데도 많은 등산애호가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 이곳에서 바라보는 장대한 지리산 조망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태극종주로 치닫는 지리산의 주능선을 북쪽에서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이곳이며(또 하나는 삼정산), 남쪽에서는 삼신산에서 가장 잘 보인다. 

 

 

 

산행들머리는 전북과 경남의 경계인 팔랑재

‘88올림픽 고속도로’ 지리산 I.C를 빠져나와, 남원시 인월면사무소 所在地를 통과한 후, 24번 國道를 따라 경남 함양군으로 넘어가다보면 ‘팔랑재’라는 고개에 이르게 된다. 전북과 경남의 ‘道間 境界’이다. 도로 좌우에는 함양군과 남원시를 알리는 도로이정표가 높게 세워져 있고, 투구봉 방향에 늙은 두 부부가 일곱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서있는 화강암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흥부가 출생한 마을을 알리는 조형물이다.

 

 

 

산행은 ‘흥부와 관련된 조형물’의 뒤로 난 마을길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마을길로 길게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를 따라 10분 남짓 걸으면 左右로 갈라지는데, 왼편의 임도로 들어서면 된다. 여기서 3분 정도 더 오르면 전면에 '삼봉산 국유림 경제림육성단지' 안내표시판과 함께 서 있는 이정표가 2개가 보인다. (오도재: 9.8km,/팔령재: 1.1km)라고 적힌 낡은 이정표와 (삼봉산4km/투구봉1.3km/팔령재1.2km)라고 적힌 새로운 이정표이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팔령재에서 이곳까지 15분 정도 걸렸다.

 

 

 

‘국유림 안내표시판’ 뒤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잘 정비된 깔끔한 등산로가 山客들을 맞는다. 잠깐이나마 여유롭게 걷다보면 두 번째 이정표(투구봉0.7km/ 팔령재1.8km)가 보이고, 등산로는 계속해서 왼편에는 울창하게 들어찬 잣나무 숲, 그리고 오른편에 일본이깔나무(낙엽송) 숲을 끼고 이어진다.

 

 

 

‘국유림 안내표시판’에서부터 약 15분 정도를 함께 이어가던, 잣나무 숲이 끝나면서 등산로는 갑자기 허리를 꼿꼿이 세워버린다. 주변의 나무는 참나무 일색으로 변해있고, 주변의 나무를 이용한 듯, 급경사의 가파른 斜面에 통나무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연이어 나타나는 너덜 바위지대를 조심스럽게 오르면 투구봉과 삼봉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 다다르게 된다. 이정표(투구봉50m/팔령재2.5km/삼봉산 2.7km) 이곳에서 투구봉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면 서룡산이 나오고 인월 상우(하우)마을이나 실상사의 말사인 백장암으로 내려서게 된다.

 

 

배낭을 내려놓고 오른편으로 오르면 이내 투구봉 정상이다. 투구봉 정상은 흙으로 이루어진 봉우리 위에 커다란 바위 몇 개를 얹어놓은 형상이다. 정상에는 함양군에서 세워놓은 아담한 정상표지석이 놓여있고, 조금 아래에 ‘무인 산불 감시카메라’와 ‘투구봉 안내판’이 보인다. 정상에 서면, 지리산의 주능선이 명선봉을 좌우로 하늘금을 이루면서 장쾌하게 펼쳐지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정도 지났다.

* 투구봉 안내판의 글 : 투구봉의 높이는 1068m이며 주산은 삼봉산이다. 삼봉산에서 투구봉까지 남쪽은 전북 남원시 산내면 북쪽은 함양군 함양읍이다. 이곳부터 南北으로 남원시 인월면과 함양읍이 道界를 이룬다.

 

 

 

 

투구봉에서 삼봉산으로 가는 길은 온통 참나무 일색으로, 초반에는 高低가 심하지 않는 능선을 오르내리며 걷게 된다. 山竹 사이를 걷기도 하고, 또 너덜바위길이 잠시 이어지기도 한다. 중간에 이정표(삼봉산 1.95Km/투구봉0.8Km)가 있는 봉우리를 내려섰다, 다시 올라서서 2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커다란 소나무 아래에 통나무의자가 놓여있는 쉼터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북쪽 덕유산 방향의 조망은 사뭇 뛰어나다. 제법 고도차가 큰 봉우리 두어 개를 지나면 인산농장에서 올라오는 삼거리길(이정표, 인산농장 1.8Km/투구봉2.3km/삼봉산0.5Km)을 만나게 된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투구봉이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져 있다. 이곳에서 삼봉산 정상까지는 꽤나 가파른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삼봉산 정상은 세 평 정도 되는 흙으로 이루어진 분지이다. 한 가운데에 함양군에서 세운 앙증맞은 정상표시석이 서 있고, 그 뒤에 삼각점(운봉303/1981재설)과 삼봉산을 알리는 안내표시판이 보인다. 백운산과 금대산은 여기서 오른편으로 내려서면 된다.(이정표, 금대암6km/ 팔영재5.2km/오도재3.9km). 정상에 서면 그야말로 一望無題로 視野가 열린다. 중앙에 촛대봉부터 명선봉에 이르는 능선을 놓고, 왼편에는 지리산의 중봉과 천왕봉이,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반야봉너머로 잘록한 성삼재를 지나는 서부능선이 너무나도 선명하다. 그리고 북쪽으로는 덕유산 주능선은 말할 것도 없고, 남덕유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뚜렷하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 정도가 흘렀다.

 

 

 

삼봉산에서 조망을 즐기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금대암 방향으로 내려선다. 내리막길의 초반은 잠깐 동안 바윗길,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흙길로 바뀌면서 이어진다. 그러나 바윗길이나 흙길을 막론하고, 둘 다 급경사이기는 매 한가지이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가파르게 내려서면 오른편에 산내면 중황리와 왼편으로는 마천면 구양리들 낀, 날카롭게 등을 세운 능선이 등구치까지 이어진다. 완만한 오르내림이 계속되는 긴 능선 길을 따라 지루하게 걷다보면, 왼편의 잡풀사이로 간간이 지리산의 천왕봉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있다.

 

 

 

삼봉산에서 등구치(登九峙)까지 3Km의 능선은 곳곳에 바위지대가 나타나기 때문에, 능선을 곧바로 통과하지 못하고 左右로 우회하며 진행해야만 한다. 온통 참나무뿐인 능선에 실증이 날 즈음, 오랜만에 나타나는 소나무 숲, 온 산에 가득한 피톤치드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소나무숲이 끝나면서 일본이깔나무(낙엽송) 숲이 보이고, 낙엽송 숲을 따라 내려서면, 이내 林道가 능선을 左右로 가르고 있는 등구치에 닿게 된다. 등구치에 내려서니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삼봉산 정상에서 이곳까지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다

* 등구치(登九峙), 삼봉산과 백운산 사이에 있는 높이 650m의 안부(鞍部;산의 능선이 말안장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부분)로서,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중황리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에 걸쳐 있다. 아홉 구비를 오르는 고개라는 의미로 등구치(峙:고개)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리산 둘레길 3구간’이 이곳을 통과한다.(등구치의 이정표 : 금대암 3km/삼봉산 3km)

* 지리산 둘레길 3구간(19㎞)은, 옛 고갯길인 등구치를 중심으로 남원시 인월면 중군마을과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을 잇고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에, 결코 지루하지 않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특히 2010년 여름 ‘KBS-TV 1박2일’에서 강호동과 은지원이 걷는 것이 방영되면서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등구치에서 백운산으로 가려면 임도를 가로질러 반대편 능선으로 올라서야 한다. 소나무 숲 아래로 난 등산로를 따라 들어서면 초반에는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왼편에 잣나무 숲(국유림 경영 시범림)과 오른편 낙엽송 숲 사이를 지나면서부터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30분 정도를 서서히 걸으면서 200m의 高度를 높이다보면 백운산 정상이다. 삼봉산에서 백운산에 이르는 능선 길은 경남 함양군과 전북 남원시의 경계를 이루는 도계(道界)이다. 백운산 정상의 이정표(금대암 1.7km/삼봉산 4.3km)

 

 

 

백운산 정상에는 감투봉과 삼봉산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모양의 정상표지석이 놓여있다. ‘애걔(대단하지 아니한 것을 보고 업신여기어 내는 북한어)’... 누가? 어떤 이유로 이곳을 백운산이라고 이름 붙였을까? 함양군에서 세워놓은 정상표지석이 아니라면, 결코 이곳이 정상인 것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능선에 널린 언덕들 중 하나라는 느낌일 뿐인데 말이다. 이런 곳에다 ‘항상 구름 속에 잠겨 있는 산’이라는 의미의 白雲山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분에게 경의를 표해본다. 우뚝 솟은 봉우리가 아니기 때문에, 조망이 트일 수 없는 지점인데도, 주변의 나무들을 잘라낸 덕택에 천왕봉이 잘 보이고, 잡목에 가려진 삼정산 너머 지리의 서부능선이 아련하다.

 

 

 

 

백운산에서 금대산은 거리도 짧지만 이어지는 능선이 고저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걷는데 조금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왼편에 잣나무 숲을 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엔 소나무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어, 푹신푹신한 것이 꼭 양탄자 위를 걷는 느낌이다. 쉬엄쉬엄 20분이 조금 못되게 걸으면 왼편에 우람한 바위가 보인다. 등산로는 오른편으로 우회를 시키고 있으나, 한번쯤 바위 위로 올라서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진행방향의 금대산과 주위 산릉들이 잘 조망될뿐더러, 발아래에는 ‘지리산 둘레길’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일급 조망처이기 때문이다.

 

 

 

 

 

 

바위를 내려선 후, 오르막 암릉을 가벼운 릿지로 올라서면 금대산 정상이다. 금대산 정상은 날카롭게 솟구친 바위봉우리이다. 정상의 조그만 공터까지도 비스듬하게 傾斜가 져 있을 정도인데, 정상표지석 옆 귀퉁이에 산불감시초소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상의 바위에 올라서면 여기를 왜 ‘지리산 展望臺’라 부른가를 확연히 깨닫게 만들 정도로 빼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천왕봉을 위시한 지리산의 연봉들이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고, 천왕봉 아래의 칠선계곡까지 확연히 보일 정도이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백운산이 바로 지척인데, 왜 두 개의 山으로 구분하고 있을까? 아마 밋밋한 흙산인 백운산에 비해 암릉으로 이루어진 금대산의 특성을 살려보려는 의도일 것 같다.

 

 

 

 

구양리 마을의 전경이 평화롭게 자리하고, 마을 옆 계단 논(다랑이 논)의 곡선이 무척 아름답다.

 

 

 

금대산에서 금대암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암릉, 오늘 산행 중 유일한 바윗길이다. 커다란 바위를 오르내리기도 하고, 위험한 곳은 우회하면서 내려서다보면, 바윗길의 특성대로 곳곳에 뛰어난 전망대가 나타난다. 시간을 내어 잠깐 올라서보면, 또 하나의 빼어난 지리산 전망대임을 깨닫게 된다.

 

 

 

주의가 요구되는 금대암(金臺庵)으로 내려서는 삼거리, 금대암을 들러보려면 오른편으로 내려서야하지만, 하산지점을 금계마을에 있는 ‘마천초등학교 의천분교’로 잡았을 경우에는 사진에서 보이는 나무로 막아놓은 울타리를 넘어서 진행해야만 한다. 금대암으로 내려설 경우에 하산지점은 ‘마천면 所在地’로 내려서게 된다. 이정표(150m 금대암)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잡아 5분 정도 내려서면 ‘금대암 3층 석탑’이 나오고,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서면 지리산의 조망이 매우 뛰어나다는 금대암(金臺庵)이다. 금대암 이정표(면소재지 2km/금대암 주차장 0.2km/삼봉산 6km). 금대산 정상에서 금대암까지 내려서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하다.

* 금대암(金臺庵), 新羅 태종무열왕 때(656년) 행우(行宇)대사가 창건한 절로 해인사의 말사이다. 1430년(조선 세종 12)에 행호대선사(行乎 大禪師)가 중창하여 금대사(金臺寺)라고 하였다. 6.25전쟁 때 폐사된 것을 다시 중건했다는 현재의 사찰은 대웅전과 나한전 그리고 선원이 전부, 國寶級 文化財는 없고 ‘삼층 석탑’, 동종, 신중탱화(神衆幀畵) 등 지방문화재 3점이 있다.

 

 

 

금대암 전나무, 금대암 입구에는 높이 40m에 이르는 전나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령이 오래된 전나무로 추정된단다. 행호대사가 중창할 때 심은 것이라니 600년 정도 되었나 보다. 1998년에 경상남도 기념물 제212호로 지정된바 있다.

 

 

산행날머리는 마천중학교

금대암에서의 하산은 전나무 뒤로 내려서면서 시작된다. 산의 허리를 휘어 감으며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서 걷기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등산로에는 오랜 기간 동안 떨어진 소나무 낙엽(松葉)들이 수북이 쌓여있어 양탄자처럼 촉감이 좋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최상의 땔감이었던 저 소나무 낙엽이 금값(내 기억으로는 낙엽 한 동이 방 두 칸짜리 1년분 방값(200원)과 같았다)이었는데... 그윽한 소나무 향기 외에는 특별히 담을 것이 없는 하산 길 풍경은 걸음을 재촉하게 만들고, 덕분에 30분 정도면 날머리인 마천중학교 뒷담에 닿는다. 그러나 오늘의 산행날머리는 여기가 아니고 금계마을에 있는 ‘마천초등학교 의탄분교 터’란다. 덕분에 우린 아스팔트 自動車 道路를 2Km나 더 걸어서 금계마을로 가야만 했다. 지리산 칠선계곡의 들머리인 금계마을까지는 산행이 지친 내 다리로는 너무나 먼 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