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봉산(月峰山, 1,279m)

 

산행코스 : 남령재→수리덤(칼날봉)→암릉→월봉산→큰(살)목재→코바위→노상저수지→노상리 (산행시간 : 4시간)

 

소재지 :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과 거창군 북상면의 경계

산행일 : ‘11. 3. 19(토)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월봉산은 肉山(흙산)이지만 남령재에서 월봉산까지의 구간은 암릉으로 이루어졌다. 바위산의 일반적인 특징대로 산의 姿態가 자못 빼어나고, 백두대간 등 주변 산릉의 조망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매의 부리를 닮았다는 수리덤의 날카로운 암릉은 이 산의 白眉이다.

 

 

▼  산행들머리는 남령재

대전-통영간 高速道路 서상 I.C를 빠져나와, 서상면소재지를 거쳐 37번 地方道(?)를 따라 달리다보면 왼편에 영각사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이곳을 지나쳐 조금 더 들어가면 거창군으로 넘어가는 높다란 고갯마루에 닿게 되는데, 이곳이 해발 895m인 남령재이다. 오늘 오르게 되는 월봉산 정상의 높이가 1,279m이니 산행 들머리와의 標高差는 겨우 400m 정도, 거리 또한 10Km가 채 못되니 오늘 산행은 여유로운 산행이 될 듯 싶다. 함양군 서상면과 거창군 북상면의 경계인 남령재 고갯마루에는, 거창군에서 '거창군 북상면'이라고 적힌 커다란 표지판을 매달아 놓았다. 오른쪽에 등산로 입구가 보이고(맞은편에 남덕유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보이지만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폐쇄하고 있다), ‘북상 13경 안내도’, ‘월봉산, 금원산 등산안내도’와 이정표가 나란히 서있다, 이정표는 월봉산까지의 거리가 3.4Km임을 알려주고 있다.

 

 

▼  산 斜面을 치고 오르면, 먼저 허리춤 아래로 깔리는 山竹이 길손님을 맞이한다.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를 따라 콧노래를 부르는 것도 잠시, 나무테크 계단을 오르면서부터, 등산로는 가파른 오르막길로 변하면서, 주능선을 향해 가파르게 高度를 높이기 시작한다.

 

 

▼  주능선에 도달하면 등산로는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다. 진행방향으로 1130봉을 구성하고 있는, 거대한 바위가 우람하게 자태를 보이기 시작하고, 뒤돌아보면 남덕유산에서 남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쾌하고, 왼쪽으로는 할미봉과 남령으로 오르는 37번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  1130봉을 넘고, 또 다른 암봉을 우회하면 능선 안부, 능선을 따라 조금 더 나아가면 작은 봉우리 위에 서게 된다. 정면으로 오늘 산행의 백미인 수리덤(일명 칼날봉)이라는 암봉이 우뚝 솟아있고, 뒤로는 남덕유산이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오늘의 眺望은 여기서 끝, 가야할 능선과 지나온 능선 외에는, 짙은 황사(?)로 덮인 山河는 나그네들에게 결코 視界를 열어주지 않는다. 월봉산은 사방으로 열리는 조망이 환상적이라고 했는데 아쉽기 그지없다.

 

 

 

▼  山竹길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수리덤 아래에서 왼쪽으로 우회하며, 급경사 내리막길을 만들어 낸다. 내리막길이 있으면 어김없이 나타나게 되는 오르막 길, 그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르면 만나게 되는 능선에서 등산로는 두 갈래로 나뉜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수리덤의 정상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수백 길 낭떠러지 위를 통과하게 되는 위험구간 이므로 초보자들은 삼가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월봉산으로 가려면 왼편으로 진행하면 된다.(남령재에서 이곳까지는 1.2Km, 30분 남짓 걸렸다.)

 

 

 

 

▼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잡아 수리덤을 향한다. 거대한 바위 덩어리들이 앞을 막는데, 우회하는 길이 없어, 수십 길 벼랑 위를 걸어야하기 때문에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집사람을 남겨 놓고 나 혼자 바위에 올라본다. 그렇게 나아가길 한참, 저 앞에 수리덤이 보이고, 봉우리 꼭대기에 먼저 올라간 산행대장께서 어서 빨리 오라며 손짓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장비까지 갖추고 암벽등반을 따라다녔던 나이므로, 마음만 먹으면 못 오를 것도 없겠지만, 조망이 터지지 않는 날씨를 핑계 삼아 집사람한테로 발걸음을 돌려버리고 만다.

 

 

 

▼  수리덤(칼날봉), 수리덤은 매의 부리처럼 보인다 하여 '수리덤'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월봉산 쪽에서 보면 수리가 날개짓을 하는 형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덤은 바위의 경상도 방언이란다). 그러나 남령재 방향에서 바라보면 칼날같이 날카롭게 서 있다고 해서 칼날봉이라고도 부른단다. 능선의 이정표에는 칼날봉이라고 적혀있다.

 

 

 

 

 

▼  능선으로 되돌아와 산행을 계속한다. 조그만 봉우리를 우회한 후, 능선에 서면 오른편으로 상남리가 희미하게 내려다보인다. 오늘 산행 내내 만나게 되는 山竹지대을 지나면, 양쪽이 절벽으로 이루어진 칼바위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  칼바위능선에서 우회로를 따라 잠깐 왼편으로 내려서면 뻥 뚫린 바위 사이로 하늘이 바라다 보인다. 거대한 두 바위 사이에. 또 다른 큰 바위 하나가 빈 틈 없이 끼어 있다.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구멍이니 당연히 구멍바위? 아서라! 語感이 이상한 단어보다는 차라리 지리산의 통천문을 가져다 붙이고 말 일이다.

 

 

 

 

▼  암릉이 끝나면서 등산로는 한참을 싸리나무가지가 얼굴을 때리더니, 어느덧 억새가 우거진 내리막길을 만들어내며 진행방향으로 월봉산이 다가온다. 원래 이곳에서는 남동쪽으로 금원산과 기백산의 웅장한 능선을 바라보이는데, 시야가 막힌 오늘은 그 형태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

 

 

 

▼  월봉산을 향해 오르막길에서 안간힘을 쓰고 나면 다다르게 되는 능선 안부, 또다시 능선은 양쪽이 벼랑인 칼바위 능선을 만들어 내고 있다.

 

 

 

 

▼  낭떠러지 바위 사면과 그 위에 걸친 커다란 바위 사이로 몸 하나 겨우 통과시킬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제법 위험한 구간, 얇은 줄이 두개 메어져 있다. 잘못하면 끊어질 것 같은데, 저걸 잡아? 말아? 먼저 통과한 후, 혹여 작품사진이라도 하나 얻을 수 있을까 해서 기다려보는데, 좌측 발을 낭떠러지 斜面에 디디고, 최대한으로 몸을 낮춘 채로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저런 곳에서 제일 조심해야 할 일은 배낭이 머리 위의 바위에 걸리지 않게 하는 일일 것이다.

 

 

 

 

 

 

▼  누룩덤, 크고 작은 암릉들을 오르내리고, 또 어떤 때는 우회하다보면 어느덧 저만큼에 머리를 내밀고 있는 월봉산이 바라보인다. 누룩덤은 월봉산의 守門將? 바위를 포갠 듯한 소규모의 누룩덤이 월봉산으로 오르는 입구를 지키고 있다. 다들 우회하지만 집사람을 꼬드겨 바위 위로 올라섰고, 덕분에 반대편의 위험한 바위 벼랑을 내려서며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었다. 누룩덤 상부에는 삼척의 쉼음산 정상에서 봤던 웅덩이가 있었고 맑은 물이 가득 담겨있었다. 누룩덤은 누룩(막걸리를 만드는 효모덩어리)덩이를 쌓아 놓은 것을 닮았다고 해서 그리 부르는데, 누룩덤이라는 이름의 바위는 전국에 상당히 많으며, 그 중에서 합천 황매산 줄기에 있는 누룩덤이 제일 빼어난 자태를 보여준다.

 

 

 

 

▼  월봉산 頂上, 산봉우리가 달과 같이 생겼다하여 월봉산이라고 이름 붙었다는 정상은 서너 평 남짓한 盆地, 한쪽 귀퉁이에 없는 것이 차라리 나을 듯 싶은 초라한 정상표지석 두 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개 모두 고정이 되어 있지 않아 손만 대면 넘어질 듯 위태롭고, 그나마 烏石으로 된 정상석은 허리가 반 동강이가 나 있다(아니나 다를까 사진 촬영 중에 정상석이 넘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정상에서는 금원산과 기백산, 황석산과 거망산이 잘 眺望된다지만 오늘은 그저 눈어림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따름이다.(남령재에서 2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  노상마을로 下山하려면 올라왔던 길과는 반대방향으로 내려서야한다. 山竹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헬기장, 바닥이 사각의 블록과 잔디로 되어 있어 점심상 차리기에 안성맞춤이다. 헬기장에서부터 이정표가 있는 큰목재까지는 급경사 내리막길, 등산로 주변은 온통 참나무가 群落을 이루고 있다. 큰목재는 주변이 온통 억새군락지인 안부 사거리로서, 화살시위를 당기는 모양처럼 휘어졌다 해서 살목재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은신치를 거쳐 거망산으로 가게 되고, 왼편으로 내려서면 임도를 따라 수망령으로 가게 된다.(월봉산에서 이곳까지 1.3Km, 수망령으로 가려면 1.7Km를 더 가야한다).

 

 

 

 

▼  큰목재 사거리에서 노상마을로 내려서는 下山 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굵은 다래넝쿨이 우거진 원시의 숲, 그 아래를 흐르는 계곡은 작고 아담한 沼와 潭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맑다 못해 옥빛을 띠고 있는 수정 같이 맑은 물은, 바닥에 깔린 자갈의 색깔까지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 여름철 산행이라면 누구라도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지 않을까 싶다.

 

 

 

 

▼  산행 날머리는 노상마을

시시각각 변하는 계곡의 풍경을 음미하며 시나브로 걷다보면, 어느덧 울창한 松林 너머로 제법 널따란 저수지가 보인다. 農水用으로 축조한 듯 싶은 저수지는 수면은 아직도 겨울의 한 가운데,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다. 높다란 저수지 둑에 올라서면 저만큼 아래로 시멘트 포장도로가 구불구불 흐르고, 그 끝에 노상마을이 바라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