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산(彌勒山, 461m)-현금산(縣錦山, 386m)
산행코스 : 세포고개→삼거리봉→현금산→작은망→미륵치→미륵산(봉수대 461m)→미래사→띠밭등→용화사→주차장→관음사→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30분)
소재지 : 경상남도 통영시 봉평동, 미수동과 산양읍의 경계
산행일 : ‘11. 2. 6(일)
같이한 산악회 : 서울가고파산악회
특색 : 미륵산은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이, 사바세계의 용화수 아래에서 삼회설법으로 모든 중생을 제도하리라는 불교 설화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1억2000萬年前 중생대 백악기 말기 분출된 화산으로 인해 생긴 산의 정상에 올라서면, 다도해와 인근해역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展望臺이다. 산이 별로 높지도 않고, 그렇다고 험하지도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으며, 등산로 주변이 소나무가 우거진데다, 가끔씩 동백나무와 편백나무 群落까지 펼쳐져있어 겨울철에 찾아와도 色感에 물씬 빠져볼 수도 있다.
▼ 산행들머리는 통영시 미수동 세포고개(미륵산 정상까지 3.1Km)
대전-통영고속도로의 통영I.C를 빠져나와 통영 市內를 통과한 후, 통영대교를 건너 오른편 1021번 지방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통영시 미수동 세포고개에 다다르게 된다. 왼편 미륵산 방향에 있는 버스승강장의 뒤편 언덕을 올라서면서 시작되는 산행은, 준비운동을 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급경사 오르막길이 맞이한다. 등산로는 오른편에 야트막한 돌담을 끼고 이어지는데, 등산객들의 출입이 뜸한 탓인지 미륵산의 有名度에 비해서 비좁고 험하다.
▼ 苦盡甘來, 고생 끝에 만나게 되는 눈의 즐거움, 웬만한 오르막길들은 傾斜를 줄이기 위해 갈之자를 만들어 주는데도, 이곳은 그냥 일직선으로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기 때문에 초입부터 등산객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숨이 턱에 차도록 20여분을 오르면 왼편 나무숲 사이가 빼꼼히 열리니 놓치지 말아야할 일이다. 숲의 끄트머리 암벽위에 올라서면, 사량도를 향해 열린 바닷길과 와룡산, 수태산, 무이산 등의 조망이 탁월하니 말이다.
▼ 展望臺에서 다시 10여분을 오르면 상촌부락에서 구망산을 거쳐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게 되는 삼거리봉(산양읍사무소 1.9km, 세포고개 0.9km, 미륵산정상 2.2km, 케이블카승강장 2.5km)에 닿는다. 삼거리봉은 비록 319m에 불과하지만, 산행들머리의 해발이 0m에 가까운 바닷가이기 때문에, 내륙의 400~500m급 山을 오르는 것만큼 힘이 든다. 일부 사람들은 이곳을 구망산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倭寇를 경계해 망을 봤다고 전해지는 地名을 유추해 볼 때, 남쪽으로 視野가 트이지 않는 이곳을 구망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 현금산은 無人산불監視塔이 있는 봉우리? 삼거리봉에서 안테나가 있는 봉우리까지 두 개 정도의 봉우리를 지나왔지만 현금산이라는 標式은 구경할 수 없었다. 다만 산불감시탑이 있는 봉우리에 심어져 있는 삼각점을 보고 유추해 볼 따름이다. 봉우리 근처에는 통영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전망바위가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번쯤 내다보고 갈 일이다. 산불감시탑을 지나면 등산로는 무선관리사업단의 안테나와 軍 벙커를 비켜서 작은 고개에 닿게 된다. 고갯마루 건너로 작은망의 우람한 자태가 바라보인다.
▼ 작은望(정토봉), 귀한 果實을 어찌 쉽게 얻을 수 있으리오. 빼어난 조망을 보여주기 때문에 望자가 붙었다는 작은망은, 제법 험한 바윗길을 통과하고 나서야 그 자태를 보여준다. 가는 길 도중 오른쪽으로 열린 석문을 지나면 작은망(望) 정상이다. 여기서의 '望'은 거제도의 望山처럼 조망의 빼어남을 부각하기 위한 의미인 것이다. 작은 돌탑 두기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은망 정상의 조망은 이름그대로 빼어남을 자랑한다.
▼ 산양읍 방향 야시골 논밭의 이랑들이 부드러운 물결을 이루며 퍼즐처럼 펼쳐져 있다. 二年 전 설흘산에 올랐을 때, 산에서 내려다보던 다랑논을 연상케 해준다. 耕地整理로 인해 부드러움을 잃어버린 내륙의 들판에 식상한 내 눈은, 어느새 다랑이 논의 곡선을 따라 편안함을 찾아가고 있다.
▼ < 지나온 능선, 저 멀리 산불감시탑이 보이는 봉우리가 현금산 >
▼ 눈을 돌리면 충무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왼편 파란색 다리가 통영대교, 오른쪽 충무교 바다 속으로는 해저터널이 지나고 있다. * 해저터널(483m)은 1931년 착공하여 16개월만에 완공한 동양최초의 바다 밑 터널로서, 바다 양쪽을 막고 그 밑을 파서 콘크리트터널로 만들었다.
▼ 작은망에서부터는 본격적인 내리막길. 미륵치로 내려서기 직전 좌측 암봉도 놓치지 말고 올라봐야 할 곳이다. 암봉위에는 작은망처럼 돌탑과 크고 작은 功德塔들이 보이고, 충무시가지와 사량도 방향 한려수도가 잘 조망된다. 내리막길은 종착역인 미륵치에서 그 숨결을 다한다.
▼ 미륵치, 지금과 같은 道路가 놓이기 전, 미륵도의 남쪽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나무를 한 지게 가득해가지고, 이 고개를 넘어 통영장에 내다 팔았단다. 오늘 산행 내내 큰 나무를 볼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의 나뭇짐 탓이 아닐까? 그들의 고단했던 삶은 이렇게 빼어난 절경까지도 눈에 들어차지 않았을 것이다. 미륵치는 左右로 용화사와 미륵사, 앞뒤로 미륵산(정상까지 0.8Km)과 현금산 등 四通八達의 交叉路이다.
▼ 미륵치를 지나면, 곧바로 사람의 키를 훨씬 넘게 웃자란 山竹群落, 산죽군락이 끝나면서 등산로는 바윗길로 바뀐다. 바윗길은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지만, 급경사를 만들어내고 있어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 바윗길의 끄트머리에서 만나게 되는, 鐵계단을 오르면 오른편에 돌무더기를 머리에 위고 있는 바위 展望臺, 그리고 잇따라 나타나는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가쁜 호흡 위로 하늘이 활짝 열린다. 나무계단 윗자락의 왼편, 名品 소나무 한그루가 저 멀리 閑麗水道를 오연히 내려다보고 있다.
▼ 걷고 있는 등산로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바위들은 하나하나가 생긴 그대로 좋은 쉼터인 동시에 빼어난 전망대를 만들어 주고 있다. 바위에 올라 넘실거리는 파도를 따라 흘러 다니는 섬들을 소리쳐 불러본다. 연화도! 욕지도! 그리고 사량도!
▼ 미륵산에서는 저렇게 오붓하게 산행을 즐기고 있는 행복에 겨워보이는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아마 산이 통영시내에 위치하고, 또한 오르기가 쉽기 때문일 것이다. 미륵산은 비록 바위산이지만 그다지 높지도 않고, 험하지도 않을뿐더러, 약간 험하다싶으면 어김없이 나무계단 등 安全施設을 설치해 놓았다. 거기다가 케이블카가 山의 頂上까지 사람들을 올려다 놓으니, 男女老少,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 미륵산 정상, 명품소나무에서 다시 한번 봉우리를 치고 오르면 하늘이 열린다. 왼편에는 산불감시초소가 보이고, 前面은 거대한 암봉을 나무테크로 된 계단들이 둘러싸고 있다. 여기저기 넘치는 사람들의 물결들이, 문득 都心에 위치한 산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 준다. 정상은 한쪽 귀퉁이 정상표지석 근처의 바위지대를 빼 놓고는 온통 나무테크로 둘러싸여 있다.
▼ 미륵산 근처의 봉우리나 섬들은 모두 佛敎의 色彩가 물씬 풍기는 이름들이다. 미륵봉, 정토봉, 세존도, 연화도 등등... 이는 미륵산이 彌勒부처가 사는 곳이고, 그 미륵부처가 추구하는 삶이 龍華思想이 아닐까? 그래서 미륵산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大刹의 이름도 용화사일 것이고... 눈 가는 곳마다 구경거리가 넘치는데, 거기다 부처님 마음 한 자락 올려놓으니 이곳이 바로 極樂이 아닐까? 봉우리 너머로 한 폭의 水彩畵 같은 바다가 예쁘장한 섬들을 가슴에 가득 안고 있다.
▼ 날씨가 맑으면, 북쪽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이고, 사량도의 지리망산과 칠현산, 통영대교와 충무교, 저 멀리 거제대교와 거제도의 명산들, 한산도의 제승당, 비진도, 그리고 정반대쪽 산양읍 뒤로 욕지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터인데... 아쉽게도 가스에 쌓인 주위는 어슴푸레 윤곽만 보이고 있다.
▼ 정상에서 미래사 방향으로 내려다보면, 바로 앞에 정상보다 조금 낮은 암봉이 보인다. 옛날에 봉수대(烽燧臺)가 있던 곳이란다. 그 옛날 저 봉우리 위에서는 얼마나 많은 연기가 흩날리고 있었을까? 수없이 많이도 이 땅을 침범했던 倭寇들이 육지에 발을 디디려면 필히 남해바다를 건너야만 했을 터이니 말이다. 봉우리 위에 올라서면 널따란 분지에 봉수대의 흔적은 찾을 길 없고, 점심상을 차린 人波들이 날리는 김치냄새만 天地를 진동하고 있다.
▼ 미래사로 가기 위해서는 나무테크로 된 계단을 따라 내려서야한다. 박경리선생 묘역 전망대와 당포해전 전망대 등을 지나면서, 등산로는 용화사로 내려가는 등산로에서 벗어나 왼편으로 갈리게 된다. 등산로는 능선을 따라 편안하게 고도를 낮추어 준다. 등산로 주변에는 간간이 편백나무들, 코끝에 피톤치드의 향이 맴도는 것 같다.
▼ 능선을 따라 20분 조금 못되게 걸어내려 오면(정상에서 약1Km) 사거리를 만나게 된다. 전면의 大路는 동아줄로 막혀있고, 미래사로 가려면 오른편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서야 한다. 용화사로 가려면 미래사를 탐방한 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 나와, 왼편 길로 내려서야만 한다(용화사까지 2.3Km). 편백나무 숲길을 잠시(100m) 걸어내려 가면, 오른편 편백나무 기둥사이로 미륵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미래사 주위의 편백나무 숲은 전국 사찰 임야로써는 유일한 것으로서, 70여 년 전 일본인이 심어 가꾸다가 해방이 되어 돌아가자, 미래사에서 매입하여 오늘날의 큰 숲으로 가꾸어 온 것이라고 한다.
▼ 미래사(彌來寺), 효봉(曉峰)스님의 상좌였던 구산(九山)스님이 석두(石頭), 효봉 두 큰스님의 安居를 위해 1954년에 세운 암자로서, 경내의 삼층 석탑에 티베트에서 모셔온 부처님 진신사리 3과가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효봉스님 : 우리나라 법조사상 최초로 임명된 법관이었던 이력 때문에 판사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형선고를 내린 뒤 그 괴로움과 삶에 대한 절망감 때문에 판사직을 버리고 엿장수로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방랑생활을 했다 하여 ‘엿장수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또 다른 별명인 ‘절구통 수좌’, ‘무(無)라 노장’에서 알 수 있듯이 고행과 정진을 철저히 한 수행자였다.
▼ 산중 너른 터인 띠밭등, 깔끔한 화장실까지 갖춘 널따란 분지에 잔디가 잘 가꾸어져 있다. 아무래도 띠밭등이란 띠를 두른 광장이 등짝처럼 넓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인 듯 싶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가면 미륵산 정상으로 가게 되고, 용화사는 前面의 널따란 자갈 林道를 따라 내려서면 된다.
▼ 용화사(龍華寺), 신라 선덕여왕 때 은점이 정수사로 창건, 朝鮮 인조6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1752년 중창하고 용화사로 이름을 고쳤다. 용화사는 다른 사찰들과는 달리 일주문이 없고, 절로 들어서는 입구의 돌기둥에 붉은 글씨로 ‘미륵산 용화사’라고 적혀있다. 대웅보전을 대산하고 있는 普光殿이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249호로 지정되어 있다. 지정문화재는 아니지만 사찰 입구의 ‘사사자법륜탑’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고대 아쇼카 양식의 원주석탑으로 진신사리 7과(顆)가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미래사와 용화사는 치열한 구도의 길을 걸은 것으로 유명한 효봉큰스님과 인연이 깊은 절이다.
▼ 산행 날머리는 용화사 駐車場, 용화사에서 잘 닦인 진입로를 따라 10분 정도 내려서면 용화사주차장(有料)이다. 잔자갈을 곱게 깔아 놓은 진입로는, 왼편에 용화소류지를 끼고 이어지다가, 소류지의 댐 아래에 있는 주차장으로 연결시켜준다.
▼ 연녹색으로 물든 觀音寺 주변은 이미 봄날이었다.
미래사까지 답사하는 장거리 코스로 산행을 한 후, 집결지인 주차장에 도착했으나 주어진 시간은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남았다. 주차장 우측으로 난 이정표(관음사까지 0.4Km)를 따라 관음사(朝鮮 영조 8년 창건)까지 다녀오기로... 미륵산의 스님들은 미륵불이 說法할 세 곳의 장소를, ‘모악산 금산사’와 ‘속리산 법주사’ 그리고 세 번째 설법지가 이곳 미륵산으로 믿고 있단다. 그래서 이곳 관음사의 입구인 普光樓의 바깥쪽 현판을 ‘當來禪院’이라고 새겨 놓았나 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대웅보전이 있어야할 자리에 車進殿이라는 殿閣이 들어서 있다(물론 사찰을 다 둘러보아도 大雄寶殿은 찾을 수 없었다). 수레를 천천히 굴린다? 뭘 의미하는 지를 고민하다가 ‘스님들의 말장난’으로 치부해 버리며 절을 벗어난다.
미륵산에 오르면 통영을 왜 藝鄕이라 일컫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는 누구나 비경을 표현할 詩語를 찾게 될 것이고, 상상의 캔버스를 펼치게 될 것이니까 말이다. 청마 유치환, 김춘추, 박경리, 전혁림, 김상옥, 윤이상 등 통영은 많은 예술인들을 배출했으며, 지금도 수많은 藝術家들이 활발하게 作品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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