梅花山 南山第一峰 (1,010m)


산행코스 : 청량동→능선→삼거리(청량사 갈림길)→남산제일봉→돼지골→해인사 민박촌→제1 야영장 (산행시간 : 4시간)


소재지 :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산행일 : ‘10. 2. 27(토)

같이한 산악회 : 자이언트산악회


특색 : 매화산은 일명 千佛山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매화산의 기암괴석들 모양이, 마치 수많은 불상들이 내려와 앉은 것 같다하여 붙은 이름이란다. 바위를 불상으로 표현할 정도라면 구태여 답사를 아니해보더라도 그 아름다운 형상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산에 우뚝우뚝 솟은 기암괴석들이 아마 천개의 불상들이 능선을 뒤덮고 있는 모야와 같다하여 그리 불리우는 모양이다. 화순의 운주사에 가면 절을 품고 있는 영구산 계곡과 산등성이에서 천불천탑을 볼 수 있는데... 여기도 혹시 미륵사상의 발로가 아닐까 싶다.

 

▼  산행들머리는 청량사 가는 집입로 초입

해인사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다, 청량사로 향하는 왼편 포장도로로 들어서야 한다. 입구의 가야천(홍류동)계곡을 건너 약 1Km정도 진행하다가 오른편 임도로 오른다. 물론 입구에는 등산로로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판... 그러나 一金 2천원(청량사 문화재 관람료)의 위력은 경고판까지도 무시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경고판을 지난다.(50만원의 과태료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흔적이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약 15분 정도 진행하면 작은 능선에 다다른다. 여기서부터 등산로는 급경사에다 흔적까지 희미해져 버린다. 아니나 다를까 아르바이트... 에라 모르겠다. 무작정 치고 오른 끝에 결국에는 흔적이 제법 뚜렷한 등산로를 찾아내고야 만다. 드디어 자연스럽게 목에서는 단내가 나기 시작한다.  

 

 

▼  지금까지의 고생을 보상하려는 것일까? 갑자기 등산로는 아라비아산 고급 양탄자로 변한다. 주위의 소나무 낙엽이 떨어지길 오랜 세월... 수북이 쌓인 낙엽은 폭신폭신 포근하기 그지없다.  

 

 

▼  폭신폭신한 길의 여유가 끝날 즈음, 능선에 솟아오른 奇巖의 바위 봉우리 하나가 앞을 막는다. 매화산은 그렇게 자기의 아름다운 속살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  여기저기 보이나니 奇巖怪石,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할지 무척 고민스럽다. 보이는 것 마다 모두 눈길을 돌리기 어려우니까 말이다.  바위 자체만으로도 저리 아름다운데, 봄이면 연분홍 진달래, 여름이면 진록의 소나무, 가을이면 불타는 단풍, 겨울이면 하얀 눈으로 저 바위를 덧쌓는다면 얼마나 더 환상적일까???   

 

 

   

 

 

 

 

 

▼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되면 왼편 발아래로 청량사가 내려다 보인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즐겨 찾았다는 신라의 천년고찰 청량사, 지금까지 남아 있는 높은 석축과 넓은 절터 등으로 보아 한때 큰절이었음을 한눈에 알수 있다. 이 절에는 보물 253호인 석등, 보물 266호인 여래좌상과 보물 2호인 삼층석탑등 3점의 문화재가 있다. 

 

 

 

▼  기암절봉에 노송... 그 기암을 오르는 낡은 철계단... 不調和, 그 부조화를 즐기다 보면 이내 청량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와 만나게된다. 등산로는 여기서부터 말끔하게 정비된 모습을 보여준다.

 

 

 

▼  삼거리에서 주능선까지는 숲이 울창하고 오름길이 연속인 그저 평범한 산이다. 나무계단에 이은 돌계단을 연이어 오른다. 간혹 암자 터로 추정되는 돌 축대가 보이기도 한다.   

 

 

 

▼  잠시 숲길을 지나면 다시 시야가 확 트이며 매화산이 가까이 다가온다. 눈 앞에는 철계단이 어린아이들의 ‘장난감 소방차의 사다리’처럼 기암괴석에 매달려 있다.  이때부터 발걸음을 옮길수록 기이하고 아기자기한, 때로는 집채만한 기암괴석의 잇단 행렬이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마치 키재기 경연을 하듯 첩첩이 쌓여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봉우리가 절승이다.  

 

 

 

 

 

 

 

▼  본격 암릉지대. 사다리만큼이나 고추 세워져있는 철계단을 오르기도 하고 암봉 오른쪽으로 에돌아 가기도 한다. 때론 직접 타고 오르기도 하고 바위 틈새로 기어오르기도 한다. 중간중간에 급경사 침목계단과 돌계단도 이어진다.  

 

 

 

 

 

▼  기암절벽의 곳곳에 소나무들이 알알이 박혀있다. 새하얀 서리꽃을 머리위에 듬뿍 이고서...

 

 

 

 

▼  철제난간은 끊어질 듯, 이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남산제일봉으로 이어진다. 난간은 그냥 나그네들의 산행을 인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변 경관을 가슴에 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철제난간 밑의 아찔한 절벽, 천길 斷崖의 스릴을 어찌 아무 곳에서나 느낄 수 있으리오...   

 

 

  

 

▼  산비알은 짙은 안개에 둘러싸여 비록 시야는 짧지만, 보이는 곳마다 서리꽃을 뒤집어 쓴 나무들 너머로 우뚝우뚝 솟아 오른 바위들... 수많은 기암괴석이 어서오라 손짓하고 있다.  

 

  

▼  남산제일봉으로 가는 능선을 그저 암릉이라고 부르는 것은 2% 부족한 표현 기법... 천불산이라는 지명에 걸맞게 곳곳에 부처님들이 둘러앉아서, 찾는 이들을 보호하고 있으니 차라리 하늘길이라고 부르는 게 옳지 않을까?

 

 

 

 

▼  능선은 바윗길이라서 위험한 구간이 많다. 그러나 염려는 붙들어 매어도 좋을 듯... 조금만 위험하다 싶으면 안전하게 철제난간이 설치되어 있으니 말이다.  

 

 

▼  마음 비운 구름들이 쉬면서 불경 한 소절 읊으며 돌아가는 암봉... 오늘따라 구름대신 반갑지 않은 안개만이 자욱한데, 짙은 안개사이로 바람 한줄기, 갑자기 코끝에 흐르는 향 내음 한줄기.... 아~ 여기는 해인사의 앞산이었다.

 

 

▼  암봉들을 힘겹게 넘다보면 정면에 또 하나의 거대한 암봉이 마중한다. 철계단을 따라 오르면 잠깐 평범한 산길이 나오고, 또다시 집채만한 암벽 옆을 따라가다보면 마침내 정상... 대여섯 평 되는 이곳 분지에 기암괴석이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정상석 대신에 이정표가 이곳이 남산제일봉의 정상임을 알려주고 있다.  

오늘의 궁금증 하나.... 오늘 오른 남산제일봉과 매화산은 같은 산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매화가 피어있는 형상이라는 매화산(954m)은 남산제일봉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봉우리이다. 남산제일봉이 비록 매화산보다 높지만, 매화산 자락에 있는 하나의 봉우리로 보면 무난할 것이다.

 

▼  南山第一峰

고운 최치원 선생이 ‘달이 머무를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 해서 월유봉(月留峰)이라 일컫던 곳, 남산제일봉은 주변의 거대한 바위들을 잔뜩 모아서, 차곡차곡 쌓아 놓은 듯한 거대한 암봉이다. 신의 작품??? 인간의 힘으로는 저런 빼어난 예술작품을 만들 수 없을테니까...  

해인사에서는 대적광전을 마주보고 있는 남산제일봉의 불타오르는 산세 때문에 화기가 절로 날라들어 화재가 잦다는 풍수설에 따라, 바닷물로 불을 막아보기 위해서, 매년 단오날 이 봉우리의 꼭대기에 화재액막이용 소금단지 5개를 다섯 방향에 묻고 불이 나지 않기를 기원한단다. 효험이 있어서일까? 불이 자주 나기로 유명했던 해인사가 이 의식을 거행한 이후 100여년 동안 큰 화재가 없었단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니라...’

 

 

 

▼  하산은 반대편 철계단으로 내려선다. 남산제1봉의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기암괴석들이 마치 활짝 핀 꽃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게 솟아오르고 있다.

 

 

▼  바위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소나무... 척박한 바위틈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느라 고통의 용트림으로 뒤틀린 몸통, 또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  철계단이 끝나는 지점은 갈림길. 이정표 하나 외롭게 서있다. 이곳에서 단지봉을 거쳐 고운암 또는 별유산 의상봉으로 갈 수 있지만 지금은 비법정 탐방로로 막혀 있다(몇 년 전에 답사를 마친 난 억울할 게 없다 ^^-*). 당연히 하산은 하나 남은 등산로인 나무계단이다.  

 

 

▼  산길은 서리꽃 天國

안개가 끼어야 함은 물론, 바람이 불지 않아야 하고, 거기에다 춥기까지 해야만 피우게 된다는 서리꽃... 솜털처럼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서리꽃이 천지라니 이 얼마나 축복받은 산행인가. 여기에 영롱한 햇빛 한줄기 더했으면 錦上添花였으련만...

 

 

 

 

 

 

  

▼  나무계단이 끝나면 등산로는 이전과 달리 부드러운 숲길로 변한다. 주위의 나무들은 서서히 단풍나무들로 바뀌어 간다.

 

 

▼  샘은 결코 아닌데, 꽤 많은 양의 물이 솟아오르고 있는 것을 보면 원래는 샘터였을 듯... 이곳을 지나면 제법 요란스런 물소리가 들리는데, 돼지골이다. 계곡은 등산로와 함께 사이좋게 흐른다. 

 

 

 

 

▼  나무다리를 건너면 계곡 합수점. 치밭골과 만난다. 합수지점에 조그만 동굴이 눈길을 끈다. 유량이 늘어 제법 너른 소와 낮은 폭포도 보인다  

 

▼  산행 날머리인 해인사관광호텔

등산로가 임도 수준의 산책로로 변할 즈음, 해인사 관광호텔 주차장에 도착한다. 여기서 집단시설지구 버스 정류장까지는 약 10분 정도, 버스가 기다리는 제1야영장까지는 정류장에서 또 10분 정도 거리...  

 

▼  홍류동계곡 상류(제1야영장 옆)에 있는 용문폭포

가야천 계곡은 홍류동계곡으로도 불리운다. 단풍이 물들었을 때 계곡물도 빨갛게 물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아니나 다를까 등산로 곳곳에 빼곡히 널려있는 단풍나무, 저 나무의 잎들이 냇물위에 하나 둘 떨어져 흐를 때, 그 붉음은 홍류라는 표현이 더 궁색할 수도 있을 성 싶다.  

 

 

▼  산사에서 흘러내려온 아름다운 골짜기, 홍류동의 맑은 물소리여 내 귓가를 흐를 때, 세상사에 찌들어 있는 내 마음의 때 한점 함께 갖고 흘러가소서!!  

 

 

 

▼  날씨가 좋으면 이런 절경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데...

매화산은 한마디로 바위산이다. 기암괴석과 날카로운 암봉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으며 온 산을 뒤덮고 있다. 능선 뒤덮은 기암괴석은 천태만상을 수놓고, 오묘한 암릉은 수석 전시장 방불케 한다. ‘名不虛傳’ 아무리 世態가 변한다지만 소문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佛家에선 남산제일봉을 천불산(千佛山)이라 일컫는다. 송림 사이로 오글오글 솟은 기암괴석이 아마도 천 개의 불상이 능선을 뒤덮고 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명명된 모양이다. 실제로 들머리의 천년고찰 청량사를 알리는 커다란 이정석에는 남산제일봉 대신 '천불산 청량사'라고 음각돼 있단다(나는, 입장료 안내려고 샛길로 올라왔으니 당연히 못 봤다)  

 

 

 

 

달음산 (588m), 함박산 (457m), 천마산 (418m), 문래봉 (507m)


산행코스 : 곰넷재→문래봉→곰넷재(동물 이동로)→함박산→천마산→달음산→해미기고개→월음산→해미기고개→광산회관  (산행시간 : 4시간)


소재지 :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산행일 : ‘10. 1. 16(토)

같이한 산악회 : 산악랜드


특색 : 전체적으로는 흙산이지만, 음산은 바닷가의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위산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달음산만 놓고 볼 때는, 아름답기로 소문난 다른 바위산들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자태를 자랑한다.  

 


▼  산행들머리는 ‘곰내재‘

곰내재는 왼편 정관에서 오른편 철마를 이어주는 길로 시내버스가 다닐 정도로 차량소통이 빈번한데, 시내버스정류장 옆에 간단한 차와 음식도 파는 ‘곰내재 공원’이 있다. 도로 위에 야생동물 통로를 만들어 놓고 있어, 문래봉을 다녀와서 함박산으로 갈 때에 이용하면 편리하다.  

 

▼  음식점 앞 도로를 가로질러 산비탈로 오르면 ‘형제복지원’ 옆으로 잠시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지지만  곧이어 경사진 능선길이 나온다. 경사진 등산로는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미끄러지지 않고 편하게 오를 수 있다.  

 

 

  

▼  문래봉(門來峰·507.3m) 정상은 큰 특징이 없으며 주변 조망도 좋은 편이 못된다. 정상표석은 보이지 않고, 나뭇가지에 조그만 명찰 하나만 외로이 매달려 있다. 예부터 산 아랫마을에 문장달사가 많이 나와 문례산(文禮山)이라 했는데, 변음이 되어 문래산으로 변경되었단다. 이곳에서 곧바로 진행하면 철마산, 돌탑봉으로 가게 된다.  

 

 

▼  문래봉을 왕복한 후, 야생동물 통로를 통과하여 함백산 가는 등산로로 접어들면 보슬보슬한 황토 흙이 고운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곧 경사진 등산로로 바뀌고, 그렇게 20분가량 오르면 오른편에 아홉산으로 가는 갈림길. 왼편으로 날등을 타고 5분이면 함박산이다.  

 

 

 

 

▼  함박산 정상은 두어평 남짓한 봉우리에, 중간에 조그만 돌무더기가 있다. 함박산은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지 쉬울 정도로 봉우리답지 않게 평평한 모습이다. 지형도에는 함박산이라 표기돼 있지만, 본래는 치마산(治馬山)으로 옛날 고씨 왕국의 병사들이 진을 치고 말을 길들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  함박산을 지나면 10여분 정도 소나무 숲을 따라 편안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그러다 성벽처럼 생긴 바위구간을 돌아 급경사 바위구간을 오르면 천마산 정상에 다다른다.

 

 

 

▼  천마산 정상도 다른 산과 마찬가지로 두어평 됨직한 공터에 정상표지석 대신 나뭇가지에 정상임을 알리는 작은 안내판 하나 외롭게 매달려 있고, 등산로 가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 산은 말이 하늘로 올랐다는 전설과 함께 정상 부근의 큰 바위에 말발굽 모양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전하나, 확인할 수는 없었다.

 

▼  천마산 지나면 산책길처럼 제법 편안한 산길이 이어지다가 조망이 트이는 바위지대를 만난다. 앞으로 보이는 달음산 정상부는 철옹성 같은 암봉으로 우뚝 솟아 있다  

 

 

 

▼  오른편으로는 천성산에서 다대포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산들은 물론이고 가까이는 용천지맥을 이루는 산들이 능선과 골짜기를 형성하며 물결처럼 일렁이고 있다.  

 

 

▼  능선은 겨울 숲의 빈 가지사이로 오른편에 산릉, 왼편으론 도심의 아파트 숲을 구경하면서 걷게 된다. 소음이 적은 아침나절이라면 아마 동네 어귀의 개짓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민가가 발 밑에 있다. 

 

 

 

 

▼  384봉 어림의 암릉에서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청소년수련원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안부에 다다른다. 안부에서 급경사 오르막길을 한참 치고 오르면 서서히 달음산의 암봉이 빼곡히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다.

 

 

▼  그리 거칠지 않는 암릉 오른편을 따라 걷다보면 달음산 정상으로 오르는 철계단을 만난다. 왼편으로 가면 갈미산으로 가는 암봉... 갈미산을 다녀오려면 1Km이상을 걸어야 하는데, 고생에 비해 특징이 없다는 사전지식에 따라, 생략하고 곧바로 정상으로 오른다.  

 

 

 

 

▼  넓은 암반으로 이뤄진 바위 봉우리에는 정상석과 방위표, 태극기 등을 새긴 표석이 있고, 동서남북 사방이 탁 트여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이 압권이다. 동쪽은 고리원자력발전소와 그 남쪽의 임랑 해수욕장 너머 동해의 푸른 바다가 온통 쪽빛으로 다가오는데, 다른 쪽으로는 산맥들이 하늘을 따라 일렁이고 있다.   

 

▼  달음산은 낙동정맥의 천성산에서 갈라진 용천지맥(원득봉에서 백운산~함박산을 거쳐 해운대 와우산에 이르는 41.5㎞)이 지나는 함박산에서 동쪽으로 곁가지를 이룬 능선 끝부분에 자리한다. 예로부터 팔기산(장안사 뒤편, 일명 불광산)과 더불어 기장의 2대 명산 중 하나이며, 기장팔경 중 제1경이 되는 명승으로도 유명한 산이다.

 

 

▼  ‘동해에서 솟아오르는 새벽빛이 가장 먼저 이 산봉우리를 비춘다.’는 달음산은 의역하면 ‘높은 어미산(高母山)’이라는 뜻을 담고 있단다. 본래는 취봉산(鷲峰山)으로 불렀던 듯싶다. 문헌기록뿐 아니라 산자락에 살던 옛 사람들은 축봉산, 추봉산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지 산정을 이루는 두 개의 암봉을 취봉과 옥녀봉으로 나누어 부르고 있다.  

 

▼  달음산 정상에 서면 남쪽의 임랑해수욕장부터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바닥이 평평한 정상부 암반이 천혜의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어 해맞이하는 장소로는 제격이다.  

 

▼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은 수입 에너지원(源)의 다원화에 의한 안정된 장기(長期) 에너지 확보의 길을 열었다.

1971년 11월에 착공하여, 1978년 4월부터 본격적인 상업가동(商業稼動)에 들어갔다.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사(社)가 제작한 가압경수형(加壓輕水型:PWR)으로, 시설용량은 58만 7000kW, 그 후 1983년에 2호기(68만kW), 1985년 3호기(95만kW), 1986년 4호기(95만kW)가 준공되어 시설용량은 총 313만 7000 kW에 이르고 있다.

현재 신고리 1,2호기(100만kW), 신고리 3,4호기(140만kW)가 건설중에 있으며, 얼마전에 아랍에미리트연합(WAE)에 수출키로 한 원자력 발전소의 모델이 된 것이 신고리 3,4호기일 것이다.  

 

 

▼  앞에 보이는 고리원자력발전소의 뒤편에 있는 간절곶은 우리나라에서 해가 제일 빨리 뜨기 때문(영일만보다 1분, 정동진보다는 5분)에 신년 해맞이로 유명한 곳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간절곶보다는 이곳 달음산에서 산행을 겸해서 신년 해맞이를 하기 때문에, 매년 정초에는 이 봉우리가 사람으로 넘쳐난단다.  

 

▼  넓은 암반을 넘으면 경사진 암반 사이로 로프가 이어진다. 로프를 타고 내려서면 제법 운치가 있는 갈지자를 형성하고 있는 철계단을 만난다.  

 

 

▼  철계단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널따란 바위 곁에 산불감시초소가 서 있다. 이곳에서 보면, 달음산의 산릉이 실루엣처럼 하늘가를 따라 흐른다.  

 

 

▼  달음산에서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푸석푸석 먼지가 이는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억새군락지가 넓게 펼쳐진 안부를 만나는데, 이곳이 달음산과 월음산을 잇는 주능선 해미기재 네 갈래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월음산은 왕복 600m정도를 다녀와야 한다.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산수곡 마을에 이르게 된다.  

 

 

▼  월음산으로 오르는 능선은 소나무 터널, 잡목으로 들 사이에 인위적으로 식목한 소나무들이 두줄로 주욱 도열해 있다. 

 

▼  월음산(425m) 정상는 묘지 한기가 떠억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정상표지석 대신 나뭇가지에 조그만 팻말이 매달려 있다. 산정에 서면 별다른 특징은 없고, 사방이 훤하게 트인 덕분에 동해바다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인다.  

 

 

▼  광산촌으로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황토 흙길, 급경사 등산로를 따라 나무등걸로 안전시설을 설치해 놓았지만 겨울가뭄 탓인지 내딛는 발걸음마다 먼지가 폴싹거리며 솟아오른다. 등산로를 따라 굵은 소나무 군락에 이어 하늘을 찌를 듯한 편백 숲이 이어진다.  

 

 

▼  산행 날머리는 기장군 장안읍 광산마을

광산촌이 있었던 광산마을의 옛 광산사무소(空家) 앞 소나무 왼쪽 길로 등산로가 나있으며, 등산로 입구에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텅 빈 옛 건물을 나서면 ‘울산-부산 고속도로‘를 바치고 있는 육중한 교각 밑에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듯한 음식점(인적이 없었다)있고, 그 너머에 대형버스 주차장이 설치되어있다. 

 

 

 

괘관산 (掛冠山, 1,252m)


산행코스 : 은행마을→안부→북릉(암릉지대)→첨봉→계관산→옛고개→37번 지방도 방향 오른쪽 계곡→대운암 입구 (산행시간 : 여유 없이 바쁘게 걸어서 4시간)


소재지 : 경상남도 함양군 서하면, 병곡면 경계

산행일 : ‘09. 11. 22 (일)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대부분이 육산이지만 북릉에서 첨봉까지 이어지는 암릉은 다른 어느 有名山의 암릉에 결코 뒤지지 않다. 암릉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보다는 아래서 위로 올려다보는 것이 한결 나으므로 산행은 은행마을에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 이래서는 안될 것이다 >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지 10년여, 그동안 백두대간과 몇몇 정맥들의 답사를 마쳤고, 그 외에도 有, 無名의 산들을 수도 없이 올랐건만, 오늘 난 모처럼 이상한 광경을 겪었다. 峰이라는 名稱은 그 산의 능선에서 우뚝 솟아오른 봉우리에 붙이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이곳 鷄冠峰의 표지석은 양쪽의 봉우리 사이, 움푹 파인 곳에 세워 놓았다, 또 하나 요상한 것은 이곳 표지석의 鷄冠峰 말고는, 지도상에 나타나 있는 掛冠山을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함양군에서 이곳 산의 이름을 바꾸었을 경우에는 지도도 수정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왜 수정했는지를 알렸어야하지 않았을까? 꼿꼿한 기개의 함양의 선비들이 벼슬길에서 물러나 허허로이 고향으로 내려올 때 맞이하는 산이 바로 掛冠山, 갓걸이 산이라고 할 정도로 함양군이 자부심을 가져야할 산의 이름을 바꾸었으니 말이다.

 

 

산행 들머리는 은행마을

서하면사무소가 있는 송계리에서 백전면을 잇는 37번 지방도(백전행)에 접어들어 차로 2~3분정도 가면 닿는 도로 왼쪽의 조용한 마을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杏山齊로 가는 안내비석이 서있다.  

  

 

마을의 담장은 대부분 돌담장, 예스러움으로 인해 정겨운 냄새가 솔솔 풍기고 있다. 집안 마당이나 밭두렁엔 아직 손도 안댄 감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은행마을에 웬 감들만 주렁주렁... 매달린 감은 작은 꼬마전구처럼 그 생김새가 아주 특이하다.  

 

동네를 빠져나갈 즈음 거대하고 잘 생긴 은행나무가 서있다. 천태산이나 용문산 은행나무보다도 더 빼어난... 은행마을이란 이름은 아마 이 은행나무가 마을의 지킴이로 서 있기 때문이 아닐까?(안내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杏山齊를 지나 농로를 따라 오르다, 왼편 산자락에 몇 개의 리본이 붙어있는 곳이 등산로 입구이다.

 

등산로 초입은 일본입깔나무, 무덤 몇 기를 지나면서부터는 그 자리를 재래종 소나무로 바뀐다. 떨어진 낙엽으로 인해 길은 마치 융탄자를 깔아놓은 듯, 걷기에 여간 편하지 않다.  

 

 

또다시 몇 기의 무덤을 지나면 무릎에 못 미치는 것부터, 사람의 키를 넘기는 것까지, 크고 작음이 제멋대로인 산죽들이 주욱 이어진다.

 

 

산죽길을 지나 조금 더 진행하면 코를 땅에 박다시피 하여야만 되는, 된 비알이 시작된다. 고도차 200m를 좁힐 때까지... 숨이 턱에 차도록 힘들게 안부에 오르면 망이 탁 트이는 암릉길이 시작된다.  

 

 

 

주능선에 닿으면 길은 암릉이 시작되면서 조망도 터진다. 기암도 많고 바위 전망대도 많아 마음껏 즐기며 올라갈 수 있다.  

 

 

 

北암릉길을 일반 등산객들이 바위위로 진행하기는 어렵다. 크랙이 형성되어 있지도 않을뿐더러, 몇 곳은 1미터 이상 되는 바위 사이를 건너뛰어야 하기 때문... 그러나 대부분의 암릉은 우회로가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괘관산은 전형적인 육산이나 첨봉에서 은행마을에서 올라오는 안부까지 이어지는 능선만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도 다른 유명한 바위산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빼어나게...   北암릉의 마지막 첨봉에서 지나온 능선을 내려다보면, 북릉은 마치 거대한 괴물 같은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 지리산 속에서 느끼는 것보다 차라리 더 신비로운데, 가스로 인해 어슴프레하게 보이는 것이 흠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정상표지석이 서있다.

누군가 괘관산을 함양의 진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진산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산행 중 어느 한곳에서도 산행 안내판을 구경할 수 없었고, 이정표 또한 정상표지석을 지나고야 만날 수 있었다.  

 

 

첨봉 정상에서 바라본 천왕봉(물론 지리산 천왕봉이 아니다)

첨봉 정상에서의 조망은 환상적, 대충 둘러봐도 인근의 명산은 죄다 조망된다 멀리 남쪽으로는 지리산, 동쪽으로는 가야산, 북쪽으로는 덕유산, 금원산, 기백산이, 특히 황석산은 지척에서 정수리의 뾰족한 미봉을 서로 뽐내며 마주보고 섰다. 서쪽으로는 백운산이 백두대간에 한 지점을 차지하며 빼빼재를 가운데 두고 괘관산과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첨봉의 정수리에 한 사람이라도 올라갈 수 있는 틈이 있을까? 그러나 보이는 그림처럼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점심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은 충분하다.  

 

  

북릉은 공룡의 등짝처럼 바위와 암릉으로 울퉁불퉁하다. 특히 전위봉인 첨봉은 흡사 삼각추처럼 날카로운 알프스의 마터호른을 닮았다.

 

 

鷄冠峰 표지석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정상표지석이지만 그래도 어찌하리오~~ 이곳에 다녀갔다는 증거는 남겨야할 것이 아닌가..  

 

 

정상표지석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태양열 발전을 이용한 레이다 시설물(用途는 不明)이 나온다. 이곳 조금 못미처에서 왼편으로 진행하면 천왕봉, 조금더 나아가면 오른편으로 대운암 내려가는 이정표가 보인다(거리는 1.8Km)

 

 

실뱀같이 보이는 도로의 언덕배기가 빼빼재, 그 뒤가 서래봉과 백운산이다.  

 

‘레이더 시설물봉’에서 빼빼재로 내려서는 길은 한마디로 곱다. 가끔 경사가 심한 곳도 나오지만, 바닥은 폭신폭신... 심성고운 아가씨의 가슴처럼 마냥 포근하기만 하다. 걷다보면 이렇게 소담스런 억새꽃도 만날 수 있고...  

 

 

옛재 사거리, 빼빼재까지 남은 거리는 1.8Km,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고, 그리고 고도차도 심하지 않아 별로 부담은 없지만, 별로 특징이 없는 능선인지라 답사를 생략하고 그냥 옛재에서 오른편 37번 지방도 방향으로 내려선다.  

 

옛재에서 내려서는 등산로는 그야말로 無人天下... 거의 이용하는 등산객들이 없는지 원시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등산로의 흔적도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산행날머리인 37번 지방도

옛재에서 10여분을 내려오면 민가가 보이고, 이곳에서 500m정도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37번 지방도를 만나게 된다. 날머리인 37번 국도에서 대운암 입구까지는 도로를 따라 약 10분정도를 더 내려가야 한다.(대운암 입구에서 괘관산 정상으로 곧장 갈 경우의 거리는 1.8Km)  

 

 

 

 

 

 

망산 (望山, 397m)


산행코스 : 명사해수욕장→칼바위→망산→칼바위→명사해수욕장 (산행시간 : 여유있는 2시간)


소재지 : 경남 거제시 남부면

산행일 : ‘09. 11. 15 (일)

함께한 산악회 : 함께하는 등산클럽


특색 : ‘바다는 진한 그리움처럼 짙은 비취빛이고, 잠잠한 수면 위로 햇살이 잘게 부서지고 있다. 거기다 바람은 산들산들 시원하기만 하고... 수평선에 낮게 깔린 해무가 없다면 어디가 물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하여 날씨도 청명하고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맑다.’ 출발하기 전에 인터넷 검색 끝에서 찾아낸 주변의 경관이다. 그러나 5시에 산행을 시작하여, 출발지에 도착은 7시, 주어진 시간 안에 하산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날이 새기도 전에 하산을 시작하여야만 했다.  그렇게도 곱다던 바다는 어둠에 잠겨있고, 점점이 떠 있는 어선들의 불빛만 10여개 보일 정도로 사위는 캄캄하다.

 


산행 들머리는 명사마을 버스정류소에서 진행 방향 정면의 홍포쪽으로 3분만 더 걸어가면 갯바람이 터지는 고갯마루 직전의 왼쪽 산자락으로 열려 있다. 거제시에서 세워 놓은 등산 안내판이 있다.

 

잘 정비된 오름의 등산로를 따르면 망산까지 별 어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다. 캄캄한 밤에 산행을 시작한지라, 산을 오를 때 그냥 지나쳤던 전망대를 내려올 때는 어스름 속에서 찾아내고 일일이 않고 올라본다. 저구리만엔 점점이 여린 불빛이 드나드는 물결따라 흘러 다니고 있다.  

  

거제도 망산은 해발 397m의 작은 산으로 고려말기 국운이 기울면서 왜구의 침입이 잦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산 정상에 올라 왜구 선박의 감시를 위해 망을 보았다 해서 명명되었다. 남해 바닷가 곳곳에는 볼 망(望) 자를 쓴 망산이 무수하다. ‘멀리 바다를 내다보는 산’ 그러나 이런 이름을 가진 산 중에서도 거제 망산이 제일 빼어난다. 거제도의 남쪽 끝에 있어, 바다 풍경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해가 남쪽으로 한껏 기우는 때인 12월엔 낙조 풍광 또한 기막히게 뛰어난다.  

거제도 사람들은 한려수도(閑麗水道)와 구분해 거제도 남단의 절경 물길을 붉을 혁 자를 쓴 혁파(赫波)수도, 혹은 적파(赤波)수도라 부른다. 이는 노을 질 때의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고 하여 유래한 것으로, 망산 남쪽 기슭의 마을 이름 홍포(紅浦)도 여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망산 정상은 남쪽이 툭 깎아지른 절벽인 넓적한 암봉을 이루어 사방으로 조망이 툭 트였다. 날이 밝으면 왼쪽(남쪽)으로 툭 트이는 적파수도가 한눈에 잡히련만, 날이 밝으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만 한다. 먹빛으로 포위당한 적파도수에는 간간히 가냘픈 불빛만 둥둥 떠다니고 있다.

 

 

 

 

매물도 (每勿島)


산행코스 : 당금항→대항마을→정상(210m)→대항마을→당금항(산행시간 : 여유로운 2시간)


소재지 : 경남 통영시 한산면에 딸린 섬(해안선 길이 3.8Km, 최고점 157.2m)

산행일 : ‘09. 11. 15 (일)

함께한 산악회 : 함께하는 등산클럽


특색 : 매물도의 主山이나 찾는 이들은 별로 많지 않다. 매물도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 매물도 보다는, 소매물도에 있는 등대섬을 찾기 때문이다. 간혹 우리같이 기상이변으로 소매물도에 가지 못한 사람들이 찾는 것이나 아닐는지... 

 

每勿島 들어가는 배편이 있는 저구항

거제시 남부면에 위치한 항구, 경남 거제시는 섬이 십(十)자 형태로 생겨 우리나라의 제일 큰 섬인 제주도보다 해안선이 더 길다. 해안선에는 산과 산 사이에 만들어진 둥근 포구들이 많으며, 이 포구들이 천혜의 항구가 되었고 저구항도 그중 하나이다.   이곳에서 매물도까지 1일 4회 운항, 20명 이상이면 수시 운항도 가능하단다. 

그러나, 소매물도를 가기위해 찾아온 저구항은 도착하자마자 우리에게 실망부터 안겨준다. ‘아니 우째 이런 일이...’ 어젯밤 몰아쳤던 거센 파도로 인해, 소매물도에 접안 중이던 도선과 접안시설이 부딪쳐서 접안시설의 일부분이 파괴된 탓에, 여객선의 접안이 불가능하단다. 대안으로 매물도 본섬을 찾아보고 장군봉을 오른 후, 접안시설의 수리경과에 따라 소매물도 트래킹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우선 매물도로 출발...

 

 

每勿島 들어가는 船上에서 본 섬들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성큼 바닷속으로 들어가 몸속 찌꺼기들을 모두 씻어내고픈 마음이 들 정도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작은 섬들이 아름다움을 완성시켜주는 것도 섬들만의 매력이다.  

 

 

 

 

 

매물도에 가려면 저구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당금항 또는 대항에서 내려야 한다. 방파제까지 갖춘 당금항이 주항이지만 장군봉에 가려면 대항에서 내리는 것이 더 가깝다.

 

매물도(每勿島)의 당금항 

몸은 거제도 권역에 누워 있지만, 행정구역은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인 섬으로 면적 2.4㎢, 해안선길이 5.5㎞, 배편은 통영항과 거제도 저구항(1일 4회, 20명 이상이면 수시 운항 가능)에서 매일 운항하고 있다. 섬의 모양이 군마의 형상을 하고 있어 마미도라 불렀는데, 경상도에서는 ‘ㅏ’가 ‘ㅐ’로 발음되는 경향으로 인해 매물도가 되었다고 한다. 온난한 기후로 아열대성 식물이 자라며, 풍란이 자생한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섬이다.   

 

 

산행들머리는 당금마을 회관 옆으로 산 골목길을 따라 걷다가, 마을 뒷편 봉우리의 중간어림을 우측으로 끼고 돌게 된다.  

 

 

당금항에서 대항마을까지는 등산로라기 보다는, 두 마을 사람들이 오고가는 골목길 수준... 

 

 

당금항에서 장군봉을 가는 길, 모퉁이에서 바라본 대항마을

매물도의 주산은 장군봉(210m)이다. 장군봉에 오르는 길은 당금보다 대항마을이 가깝다. 그러나 방파제 등이 잘 구비된 당금항에서 하선해서 산행을 시작하는게 더 바람직하다.

 

당금항 마을 뒤편에 제법 규모가 큰 2층 건물이 서 있다. 붉은 벽돌 건물은 공동주택이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빈집이 된 지 꽤 오래된 듯 싶다.

 

 

대항마을 뒷편에 장군봉 가는 길임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대항마을 뒷편에 있는 신우대 숲... 사뭇 일반 대나무 정도로 크고 굵다. 

 

 

장군봉 가는 고개 마루는 온통 억새가 차지하고 있다. 전에는 온통 밭이었을 듯, 돌담은 그 흔적...  

 

 

⇩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장군봉, 뒷편 해안쪽에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다. 

 

⇩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장군봉의 맞은 편의 무명봉  

 

장군봉 아래 편 숲에 산신제를 지내던 제단이 있어, 이를 신성시하기 위해 원시림형태로 잘 보존되고 있다. 동백과 후박나무 숲의 터널 속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  

 

장군봉에는 일제시대 때에 군대의 포진지로 파놓은 요렇게 생긴 몇 개의 바위굴이 있다. 1945년 3월에 충청도에서 끌려온 광부들과 인근 섬 주민들을 동원해 작업을 시작했다하니 아마 한번도 사용 못해보고 무용지물로 변해버렸을 것이다. ‘씨~원~~’  

 

 

장군봉 정상은 얼마 전까지는 해군의 기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금은 해군도 떠나고 통신회사 기지국이 들어서 있다.  

 

 

장군봉 정상에서 바라본 매물도의 해안선

 

 

남해안의 쪽빛 바다에 징검다리처럼 둥실둥실 떠 있는 섬들이 한 폭의 수채화로 다가온다. 

 

 

 

 

 

 

매물도에서 바라본 소매물도(小每勿島)  전경

면적 0.51㎢, 해안선길이 3.8㎞, 최고점 157.2m, 인구 44명(1999)이다. 웃매미섬이라고도 한며, 통영항에서 남동쪽으로 26㎞ 해상에 있다. 매물도(每勿島)와 바로 이웃하고 있다. 소매물도의 동쪽 등대섬과는 물이 들고 남에 따라 70m의 열목개 자갈길로 연결되었다가 다시 나누어지곤 한다. 

 

 

환상의 섬,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섬,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움에 대미를 장식하는 섬, 한국의 나폴리를 연상케 하는 섬. 이는 모두 소매물도(小每勿島)에 붙이는 수식어이며  찬사이다.(하나 사실은 소매물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고 있지 않다)

 

저 소매물도의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조그만 섬에는 48Km까지 불을 비춘다는 등대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90년 전인 1917년에 처음 불을 밝혔다고 하는데, 주변의 자연경관과 잘 어울리는 고풍스런 등대이다. 저 등대를 보려고 일년 내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올 정도로...

 

 

역시 이곳은 따뜻한 남쪽나라

겨울의 초입에서, 강원도는 며칠 전부터 폭설, 다른 곳은 이미 한파주의보까지 찾아왔건만, 이곳의 무화과는 아직도 푸르르니 말이다. 내가 알기론 무화과는 초가을에 나오는 과일인데...  

   

 

小每勿島 포구

오래전 원주민들은 죽을 때까지 살도록 해준다는 조건으로, 육지의 한 사업가에게 대부분의 집과 땅을 팔아버리고, 지금은 모두들 후회하고 있단다. 갑자기 유명 관광지가 된 탓에 관광 수입이 커졌으나 남의 손에 든 떡이니 말이다.

 

등대섬이라는 화려한 관광거리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소매물도에서 내린다. 유동인구나 유명세로만 따지면 매물도는 더 이상 큰 섬이 아니다.  

 

 

방파제가 양쪽으로 두 팔을 크게 벌려 바다를 껴안고 있는 형상의 당금항을 벗어나면, 비취빛 잔잔한 물결은 어느새 격한 노여움으로 변하고... 그토록 세찬 격랑 속에서도 의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섬들은 하나하나 장군들의 형상이다. 저 매물도 장군봉에서 보았던... 

 

 

사방팔방으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끝없이 펼쳐진 넓은 쪽빛 바다, 그 위에 솟아 오른 매물도와 소매물도의 장관, 바다에서 하늘로 치솟은 기암괴석, 여기에 온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모두 신선이 되어 버린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통영항... '기분이다, 오늘은 내가 쏜닷!' 

싱싱한 회를 실컷 먹어보라며 2시간이나 여유시간을 주는데, 부랴부랴 찾아간 활어회 시장, 근처에 위치한 거북선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러~엄! 모처럼 찾아온 먹거리 찬스인데... ^^-*    

 

주욱 늘어선 활어좌판들...  농어, 방어, 강성돔 등등, 가지각색의 싱싱한 횟감들을 한바구니 가득 담아서 5만원(식당에서 소주와 야채, 매운탕 값 6만원은 별도이지만...)이란다. 바우 曰, '남해안에 왔으니 당연히 굴도 먹어봐야 한다.' 어쩌랴~~ 그~러~엄~ 당연히 먹어야 하겠지?  

 

삼신봉 (1,284m)


산행코스 : 청학동→삼신봉→내삼신봉→종절골→쇠통바위→불일폭포→쌍계사 (산행시간 : 점심시간 포함, 6시간)


소재지 : 경남 하동군 청암면과 화개면의 경계

산행일 : ‘09. 6. 6(토)

함께한 산악회 : 서울동강산악회


특색 : 지리산은 예로부터 三神山 중의 하나로 불려왔다. 삼신산 중의 하나인 지리산에 삼신봉이라니... 그만큼 신령스럽다는 뜻일 것이다. 지리산답지 않게 기암절벽을 낀 능선과, 단풍나무, 신갈나무 등 활엽수로 터널을 이루는 숲길, 거기다 유서 깊은 청학동과 쌍계사를 끼고 있으므로, 시간을 쪼개서라도 한번쯤은 걸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산행의 들머리는 국립공원관리소 청학동매표소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진 뒤로 매표소는 텅 비어있다. 국립공원 마크가 부착된 정복을 입은 아주머니가 국립공원에 대한 설문서를 받고 있다. 친절도는 당연히 최상...

 

 

삼신봉에는 유난히도 산죽이 많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 가나 등산로 양편에 조릿대를 흔히 볼 수 있지만, 이곳은 유난히도 많다. 청학동 매표소에서부터 정상을 거쳐 쌍계사까지 내내 무릎 아래정도의 크기에서부터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것까지 다양한 산죽군락들이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얼룩조릿대(산죽) 효능이 다양해서 외국으로 수출까지 한단다.

산죽은 인삼을 훨씬 능가한다고 할만큼 놀라운 약성을 지닌 약초이다. 산죽 한가지만 써서 당뇨병·고혈압·위염·위궤양·만성 간염·암 등의 난치병이 완치된 경우가 적지 않다. 산죽에서 추출한 항암활성물질은 강력한 항암효과가 있는 반면에 인체에는 부작용이 없다. 흔해 빠진 데다가 다른 나무가 자라는 데에 방해가 된다 하여 귀찮게 여기고 있는 이 나무가 이 세상의 병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약초가 되는 것이다. 

 

 

음양샘

청학동을 출발한지 40분여, 옷이 땀에 흥건히 젖어갈 즈음에 만날 수 있다. 오늘 산행 코스의 처음이자 마지막 약수인 약수다. 수통의 물을 아직 한모금도 안마셨으니 더 채울 필요는 없고, 갈증이라도 풀 겸해서 두어 바가지 연속해서 마셔댄다. 땀 흘리며 산 오르다 마주치는 맑고 시원한 물 한 모금은 도심 속 카페에서 마시는 값비싼 카페의 음료보다 훨씬 달다.

 

갓걸이재

음양샘에서 된비알을 한 20분 정도 오르면 안부능선인 갓걸이재에 도착한다. 고운선생이 이상향을 찾아 지금의 청학동을 넘나들면서 갓을 벗어놓고 잠시 쉬어갔다는...

 

삼신봉 가는 길목의 기암

삼신봉은 갓걸이재에서 좌측 능선으로 20분정도 더 진행해야 한다. 능선길 양면으로 조릿대(산죽)가 유난히 많이 자생하고 있다. 

 

삼신봉은 ‘지리산 전망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지리산 최고의 조망을 자랑하는 별칭 답게 사방으로 조망이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고 좋다. 언제나 변함없이 의연한 모습으로 우뚝 솟아있는 천왕봉과 제석봉, 그리고 영신봉, 촛대봉과 노고단까지의 지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온단다. 

 

 

 

가스 때문일까? 그 좋다는 지리산 전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어림짐작으로 유추해 볼 따름... 다행이 전망도가 설치되어 있어 눈짐작은 가능하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려면 3代가 공덕을 쌓아야 한다.’는데, 그만큼 지리산의 일기가 안 좋다는 얘기라 생각하며 위안을 삼아본다.

 

 

삼신봉에서 바라본 외삼신봉 능선

삼신봉은 외삼신봉과 삼신봉, 그리고 내삼신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삼신봉은 오늘 산행구간이 아니어서 눈으로 구경만 했다. 

카메라 렌즈를 어느 곳으로 향하든 시원한 전망이 펼쳐진다. 하늘은 구름에 쌓여있지만 가끔은 파란 알몸을 보여주고 있다. 초여름 더위에 숨이 막히지만 산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씻어준다. 암봉 틈새에 산목련이 소담하게 피어났다(접사로 산목련 꽃을 촬영하였지만 선명치 않아 올리는 것은 포기) 

 

 

삼신봉에서 바라본 내삼신봉 능선

오늘 가게 될 주봉인 내삼신봉은 삼신정상으로서 세 봉우리중 가장 높다. 만춘과 초여름의 사이, 초목은 짙푸름을 더해가고 산야를 수놓은 들꽃들의 자태는 더욱 강렬하다

 

 

등산로는 끊임없는 산죽이 앞을 가로막는다. 마치 산죽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인양 착각에 빠져들 정도였다. 산죽 사이사이 진달래와 산목련이 도열해 있고, 간혹 산목련의 하얀 꽃들이 서럽도록 아름답게 피어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엔 단풍나무들... 가을에 찾는다면 타는 듯 붉게 물든 산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바위로 성채를 두른 내삼신봉(삼신산)

삼신봉에서 좌측능선을 따라 30분 정도 진행하다가 石門을 통과하면 나오는데, 표지석에는 삼신산정으로 표기되어 있다.   항상 ‘빨리빨리’를 외쳐온 사람들도 산릉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숲 속 나무들과 바람이 어우러진 공기를 음미하다보면 어느새 가슴 속에 여유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삼신산(내삼신봉)에서의 조망

영신봉에서 뻗어내린 남부능선이 힘차다. 삼신봉에서 약간 왼쪽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삼신봉보다 오히려 남부능선 조망을 하기 쉬울 듯... 삼신봉에서는 앞 봉우리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남부능선이 시원스레 보인다. 쌍계사에서 출발, 남부능선을 타고 세석을 거쳐 백무동으로 가는 길을 ‘남북종주’라고 부른다. 

 

내삼신봉은 전망이 좋은 탓인지 바위마다 등산객들이 쌍쌍이 앉아 쉬고 있다. 

힘겨운 마음은 먼 곳을 향하게 한다. 먼 곳을 바라보면 오히려 가까운 것들이 다가온다. 사람이 그리워 먼 산을 바라보면 날 위로라도 하려는 양, 어느새 그 산이 내 앞에 서 있다.

 

 

언제나 듬직한 산사나이, 오늘도 뒤에서 여자분 일행들을 챙기느라 고생이 많았다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사람은 자기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보며 살아간다. 그런 면에서 지리산은 철마다 와서 보고 또 보면서 눈앞에 각인시켜 평생을 닮고 싶은 산이다.

 

혼자 힘든 건 힘든 게 아니다. 다 같이 힘들 때가 힘든 것이다. 때론 눈앞에 턱 버티고 선 저 거대한 산을 훅 밀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 당장 죽을 만큼 힘들어도 내 곁엔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도가 있다. 우리 삶은 그 누구도 이를 멈추게 할 수 없기에 돌 틈에서 겨울을 난 푸른 잎처럼 눈부시다.

 

 

참는 게 아니라 기다리기로 한다. 참는 건 힘들지만 기다리는 건 힘들지 않다. 기다림은 곧 희망이다. 신은 우리에게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준다고 하지 않는가. 이 모든 것은 다 때가 있고 시기가 있고 시절이 있다.

 

 

내삼신봉에서 바라본 멧돼지바위

언제 어디서든 살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우리가 오늘을 열심히 사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일에 대한 여전한 기다림 때문이란 생각을 해본다. 휴식 또한 이 순간을 열심히 사는 일이다. 건강을 위해 난 오늘도 열심히 산을 오른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청학동

날개가 여덟이고 다리가 하나이며 사람의 얼굴에 새의 부리를 한 상상의 새 청학이 울면 천하가 태평해진다는데... 우리 선인들이 꿈꾸었던 청학동이 여기런가?

세속보다 더한 속세로 변해버린 모습이 안쓰럽다. ‘어린아이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길게 땋아 늘어뜨리며, 성인 남자는 갓을 쓰고 도포를 입는다.’ 하지만 올라오는 길목에서 보니,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고, 팬션과 식당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이상향을 꿈꾸는 원주민들은 다 어디로 가고 안 보이는 것 일까?  

 

정상에서 내려설 때에는  로프를 이용해야하지만, 올라갈 때에는 앞에 보이는 굴을 통과하면 된다

6월의 초순. 산이 짙고 푸르다. 이미 계절은 봄을 훌쩍 넘어 여름으로 향하고 있다. 녹음방초(綠陰芳草)가 실감나는 시절. 싱그러운 계절을 더 홀가분하게 즐길 수 있는 일상탈출... 자~ 오늘은 지리산 하고도 삼신봉이다. 신록이 청정한 초록의 물감은 복잡한 머릿속을 개운하게 해주는 청량제 그 이상이다. 

 

 

이때 즈음이면 송정굴이 나올텐데...

내삼신봉 아래 송정굴을 찾아 두리번거렸지만 보이지 않고, 포기할 즈음에 시원하게 구멍이 뻥 뚫린 기암을 만나, ‘꿩대신 닭’이라며 위안을 삼아본다. 송정굴은 커다란 암봉 밑의 널찍한 관통굴로서 조선중기 학자였던 송정 하수일 선생이 임진왜란 당시 이 굴로 피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들이 쳐들어왔으면 싸울 일이지 왜 숨어 지냈을까? 지금이나 옛날이나 목숨을 걸어야하는 전쟁은 언제나 민초들 몫이었나 보다....  

 

 

발길을 옮길수록 숲은 점점 깊어만 간다. 얼마쯤 걸었을까. 보기에도 시원스런 활엽수들이 숲을 이루고 서 있다. 삼신봉의 짙은 숲길은 완만해 걷기에도 편안하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 싱그러운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나뭇잎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지리산국립공원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에코에너지를 선사한다. 이 초록 숲에서의 산행은 화사한 6월, 우리를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열쇠구멍이 또렷한 쇠통바위..

쇠통바위는 두개의 큰 바위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그 사이로 큰 구멍이 뻥 뚫려 있다. 바위 상부에 마치 거대한 쇠통(자물쇠) 모양의 바위에 구멍이 나 있는데, 청학동 사람들은 학동마을에 있는 열쇠 바위를 이 구멍에 꽂으면 천지개벽과 함께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믿고 있단다.

 

쇠통바위에서 바라본 내삼신봉

날씨가 좋으면, 그 너머로 북쪽 하늘을 가르며 장쾌하게 펼쳐진, 천왕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산 주릉길이 보일텐데... 비록 쾌청하지는 않을망정 많이 흐리지도 않은데 시야는 트이지 않고 있다.

 

쇠통바위를 올라서면 청암면 묵계리 전경이 펼쳐진다.

상불재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청학동의 모습이 세속에서 벗어난 무릉도원처럼 아스라이 보인다. 산 중턱에 물을 이고 있는 것은 묵계저수지다. 청학동과 묵계지 중간, 터널을 통해 거림마을로 갈 수 있다. 어~~ 청학동에서 머물던 푸른 학이 언제부턴가 내 머리위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다.  

 

 

하동 독바위

주능선인 1301봉에서 200여m 벗어나 있어 일부러 찾아보지 않기로... 독바위는 먼 능선길이나 청학동에서 그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거대한 바위다.  

철도 없이 여름이다. 자연(自然)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인간이 퍼다 먹은 자원으로 인해 봄이 사라져버렸으니, 모든 게 내 탓이다. 아이들이야 물놀이철이 길어져 좋겠지만 섭씨 30도를 웃도는 6월이 어디 봄인가. 그래서 난 떠난다 ‘섭시 8도’의 공간이 있는 산으로...

  

상불재

왼쪽 방향은 청학동의 삼성궁, 오른쪽은 쌍계산 방향, 곧바로 직진하면 형제봉을 거쳐 소설 토지의 배경인 악양 평사리가 나온다. 상불재에서 불일폭포까지의 하산 길은 험한 돌길... 각종 낙엽수들과 단풍나무들이 터널을 만들고 있다.

 

 

상불재에서 너덜길을 한참 힘들게 내려서면 갑자기 잣나무가 우거진 포근한 흙길을 만난다. 그렇다고 고생 끝났다 생각하면 큰 오산... 고마운 흙길은 잠깐이면 끝나버리고, 또다시 무릎에 무리를 주는 너덜길이 주욱 이어진다. 길가는 낙엽송과 잣나무, 단풍나무, 신갈나무와 갈참나무들이 주종이다. 물론 산죽은 필수...

 

 

불일폭포

청학봉과 백학봉이 마주선 협곡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로서 낙차가 60미터란다. 지리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 폭포는 고려 희종 때(1205년) 지눌 보조국사가 폭포 옆에 암자를 짓고 수도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가 입적하자 왕이 내린 '불일'이란 시호를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수량이 많을 때에는 괴음을 토하는 물줄기가 천지를 진동시킨다는데... 겨울가뭄이 아직 해갈되지 않았는지 수량이 많지 않아 기대에 못미쳤지만, 그 웅대함은 설악산의 대승폭포에 견줄 만큼 위용이 넘쳤다. 깎아지른 절벽에 고고하게 서있는 소나무, 절벽에 달라붙어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는 이끼, 무르익은 봄기운을 타고 있는 연녹색 푸르름의 나무들... 왁자지껄한 등산객들의 환한 미소를 뒤로하고 발길을 되돌렸다

 

 

꿈속 같은 정경의 불일평전

불일폭포를 구경하고서 빼곡히 하늘을 덮던 나무들의 터널을 부지런히 내려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린다. 소나무 아래 네 개의 장승이 버티고 있는 불일평전이다. 휴게소 주인이 가꾸어왔다는 소망탑들, 한반도 지형을 닮은 연못과 그 연못가에 자라는 작은 소나무는 시간에 쫓겨 그냥 스치듯 지나쳤다.

지루한 돌계단을 10분 뛰고서야, 불일폭포를 들르지 않은 집사람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마침 집사람은 최치원이 학을 불러 타고 다녔다는 큼직한 바위인 환학대(환악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쌍계사

지리산 남쪽 中산간지대에 위치한 사찰로 본래 이름은 옥천사였다. 신라 성덕왕 22년(723년) 삼법화상에 의해 창건했다가 840년 진감선사가 개창하며 쌍계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문화재로는 국보 47호인 진감선사대공탑비를 비롯하여 부도, 5층석탑, 일주문 등을 간직하고 있다.

 

 

 

봉화산 (920m)


산행코스 : 복성이재→치재(철쭉군락지)→꼬부랑재→봉화산 정상→너럭바위→양치재→광대치→대안리(산행시간 : 휴식시간 제외하고 4시간 10분)


소재지 : 전북 남원시 야영면(흥부의 고향)과 장수군 번암면 경계, 하산지점인 대안리는 경남 함양군 백전면

산행일 : '09.5. 5(화)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결코 낮지 않은 산이지만 육산이라서, 등산로 전체가 오랫동안 쌓여온 낙엽 탓에 푹신하여, 오르고 내릴 때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봄이면 철쭉, 가을이면 억새가 장관... 정상까지 접근이 용이하므로 가족나들이에 적당... 그러나, 햇빛을 가리지 못하는 구간이 많아 여름산행지로는 적합하지 않다.  

 

 

산행 들머리는 복성이재

복성이재로 오르는 지방도는 느릿느릿 버스는 참으로 서서히 오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좁고 굽이가 심한 산간도로에 양옆으로 승용차들이 주차해있으니 당연지사... 행여 맞은편에서 오는 차라도 만난다면 낭패일텐데 다행이도 그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다. 들머리부터 넘치는 사람들로 인해 걷기조차 힘들다. 

 

복성이재에서 철쭉군락지인 치재까지는 성인걸음으로 20분 정도 걸으면 된다. 비록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지만... 그러나 오늘은 30분을 훌쩍 넘겨버렸다. 대구 번호판을 단 5대의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70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들... 같은 배낭에, 같은 등산복, 그리고 같은 머플러를 하고 있어 한눈에 같은 일행임을 알아 볼 수 있다. 쉬엄쉬엄 걷다, 한숨 돌리고 또 걸으니 부지하세월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정규 등산로를 버리고, 옆의 숲을 헤치고 올랐지만 10분 이상이 더 걸렸다. 갈길이 먼데.... 휴~~~  

 

 

고개를 드니 여린 나뭇잎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이는 더 이상 오를 능선이 없다는 또 다른 표현의 하나일 것이다. 발걸음이 차차 빨라진다. 그만큼 어여쁜 꽃들을 보고픈 마음이 컸나 보다. 이내 도착한 봉우리, 봉화산 최대의 철쭉군락지가 발아래에 펼쳐져 있다. 치재로 내려서는 내리막길의 철쭉군락지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이정도만 되어도 감지덕지... 하여튼 이번 주말이면 절정을 이룰 것 같다.

 

산등성이에 올라서면 치재 방향으로 철쭉군락지가 펼쳐진다. 철쭉터널 사이사이로 인파들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이게 바로 천국의 화원이 아닐까? 아직 덜 여물은 꽃들까지도 제각각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여기가 바로 동화속의 꽃 대궐... 치재는 아영면과 번암면을 연결하는 옛길이었다는데 지금은 철쭉나무만 빽빽이 들어차있다. 이곳의 철쭉나무는 어른이 철쭉군락 한 가운데로 들어서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키가 크다. 

 

  

‘천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천국은 바로 마음속에 있다’ 어느 글에서 읽은 바와 같이 여기가 바로 천국이 아닐까? 꽃 속에 파묻히다 보면 사람들은 모두다 천사가 되어버릴테니까... 모든 이들의 입가에 웃음이 맴돌고, 나 또한 날아갈듯 상쾌한 기분에 사로잡혀 내딛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고 부드러워진다. 아~ 천상의 화원! 이것이 꽃만이 가질 수 있는 신기한 마력일 것이다.  

 

 

어렵게 찾아온 꽃동네인데... 철쭉 속에 푹 빠져보고 싶다. 그러나 여긴 관광지... 나 혼자만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없다. 뒷사람에게 밀려 걸어 내려오며 틈틈이 철쭉의 향연에 푹 빠져 본다.   사람 키를 훨씬 넘기는 철쭉들은 꽃터널을 만들어 인간들을 꽃속에 가두어 버린다. 그러나 그 가둠은 구속이 아니라 차라리 세속으로부터의 해방... 환상의 나래를 펴게 만들면서 세속에 찌든 모든 잡념을 일시에 사라져 버리게 만들어버린다.

 

 

비록 활짝 핀 꽃들은 아닐지라도 꽃은 꽃... 예쁘다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터널의 끝은 저만큼인데 결코 벗어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난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아쉬운 마음을 조금 꽃망울 속에 남겨 놓고 봉화산 정상을 향하여 길을 재촉한다.  

 

군락지 아래에 임시천막이 몇동 그 위로 애드벌룬이 띄워져 있다. 봉화산도 철쭉제를 열고 있다는 얘기이고, 올해가 벌써 14번째란다. 저 천막엔 대체 뭐가 있을까? 전국에서 몰려든 음식장사들 말고 좀 이쪽 지방에 맞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꽉 차 있기를 빌어본다. 내려가 보지는 못하고 능선상에서나마...  

 

 

하늘이 있다. 하늘 아래에 산이 있다. 그 산속에 철쭉이 자리잡고 있다. 늘상 그 자리에 있기에 그 모습은 값지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저 한송이 한송이의 철쭉이 피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물들이 의미를 주었겠는가. 눈앞에 펼쳐진 철쭉만으로도 마음의 키를 한 뼘 더 키워보는 날이다

 

치재에서 봉화산 정상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다. 백두대간 하늘 길답게 많은 리본들이 나무가지에 걸려 있다. 그렇게나 붐비던 인파는 다 어디로 가고 이리도 한적할가?.   붐비지 않는 한적한 산길을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느긋하게 걸어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디선가 들려오는 유행가 멜로디... 집사람의 불만이 아니더라도 산에서만이라도 라디오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땀과 함께 어렵게 비워놓은 빈 자리를 결코 잡음으로 채워 넣을 생각은 없으니까...

 

푸르름, 싱그러움, 초록과 연분홍이 어우러진 수채화, 만발한 철쭉동산의 나들이 속에 맘껏 즐겨보는 봄날... 아름다움이어야만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는 것, 보여지는 아름다움 속에서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찾아, 난 부유하고 있다.  

 

 

봉화산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막힘없는 조망이 전개된다. 정상의 조망도 그렇거니와 특히 5월 철쭉이 아니더라도 가을철에 이곳을 찾아도 넓게 드리워진 억새밭은 이웃한 지리산 만복대의 그것과도 견줄만하기 하단다. 봄이면 철쭉, 가을이면 억새... 혹여 주민들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환호성 때문에 잠을 설치지나 않을까?  정상석 뒷면은 우리나라 지도상에 백두대간길이 각인되여있었다

 

 

봉화산 정상의 철쭉군락지

언덕 아래로 각양각색의 철쭉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 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떨려온다. 그 언저리에 배어나온 눈물 한줄기 잠시 스쳐가는 햇살에 반짝이지 않을가 급히 훔치고 만다. 누가 볼세라... 아주 작은 순간에 아주 작은 감동일망정 그저 스쳐버린 인연이 아닌 가슴에 담아 두었다 다시 꺼내보고 싶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서면 능선의 좌우 가까이에 잘 닦여진 임도가 있다. 등산로는 능선을 따라 지나간다. 전남과 전북의 경계, 또는 남원시와 장수군, 함양군이 경계를 이루기도 한다. 등산로 좌우는 시계가 트여 조망이 좋다.  

 

 

정상에서 20여분 걸으면 만나게 되는 임도의 백두대간 안내판

오늘 걷고 있는 이 길은 백두대간(백두산↔지리산) 마룻금이다... 백두대간중 북한지역에 위치한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지리산 천왕봉↔진부령)을 38구간으로 나누었을 때, 제5구간(88고속도로 지리산 휴게소에서 중재까지)에 해당한다. 그러니 오늘은 5구간의 절반정도를 걷게 되는 샘이다.

 

 

2002년에도 나는 이 길을 걸어본 일이 있다. 물론 백두대간 종주 중에... 그러나 그저 걸었다는 기억뿐 주위의 경관이나 특성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다. 억지로 끄집어낸다면 그저 앞사람의 발뒤꿈치와 내 가쁜 숨소리뿐....


산에 오름이 세파에 찌든 찌꺼기를 비워내고, 그 빈자리에 뭔가를 채워가고픈 소망하나 마음에 담고 산을 찾았으련만, 이리도 곱고 이리도 청량한 기운을 담기는커녕 비우기조차 힘들어했으니, 나의 백두대간 종주는 아무래도 헛걸음이 아니었을까? 어쩜 백두대간의 기상은 느껴보지도 못하고 그저 발품이나 팔았던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봉화산에서 광대치 방향 능선은 억새밭...

가을이면 억새가 장관일 것이다. 억새와 단풍이 크게 다른 점은 단풍은 바라보며 즐기는 것이고, 억새는 억새밭에 들어가서 그 일부가 되어 즐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가을의 억새는 여인들이 좋아한다는데,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산들바람에 흐느적거리는 억새들 사이에서 그들만의 예쁨을 자랑할런지... 

 

어우러짐... 비워진 자리에 채워짐이 어우러짐이다. 겨울을 비워낸 그 자리에 채워지는 것은 봄이고, 그 한켠에 철쭉이 있을 것이다. 겨울까지 가기 위해 봄부터 만들어가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건 천지조화다. 아름답다고만 느껴서는 안 되고 그 속에 스며있는 한점 진리를 함께 느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능선에서 본 함양군 백전면 들판, 멀리 지리산이 있지만, 가스로 인해 조망은 불가

마루금에 올라서면 다시 내리막길... 평탄한 길을 지나 다시 오르막... 억새밭을 지나면 어느새 철쭉터널... 길가에는 가끔씩 멋스런 노송이 잠시 발길을 붙잡는다.  

 

 

꽃 속에 파묻히면 마냥 즐겁고 행복하고 기쁘기 그지없다. 다른 생각은 이곳에서는 전혀 할 시간의 여유를 주지 않고, 이곳에서 시간은 멈춰버린다. 별유천지...  

천지의 무궁한 조화속에 피어나는 꽃들의 향연 속에서, 그 안에 담겨있는 무수히 많은 진리의 가르침도 함께 느껴보고 싶다. 느끼고 깨달아 가는 이 기쁨... 이게 바로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화산을 넘으면 억새가 이어지다 싸리나무 군락이 나오고, 이어 잡목이 들어찬 바위등성이 길로 접어든다. 바위들이 날카롭고 제멋대로 흩어져 있어 길은 오르내리고 이리 돌고 저리 돌아 조금만 떨어져도 앞에 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등산로는 소나무가 주종, 나머지 빈 자리를 떡갈나무와 싸리나무 등이 차지하고 있다.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곳은 산책로인지 산길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낙엽송이 쌓여 푹신푹신한 것이 마치 웰빙산행을 하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아~~ 치톤피트의 향기가 온몸으로 스며든다. 

 

 

바위 능선을 더 진행하면 숲 사이로 마치 열차의 객차 지붕이 연상되는 크나큰 바위벼랑이 살그머니 얼굴을 내민다(숲이 가려 사진촬영은 불가), 동쪽으로 높은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는 이 바위벼랑의 위는 비스듬히 기울며 반반하다. 바위 사이사이에 핀 철쭉꽃의 아름다움에, 길가는 여심은 결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산길은 봄 날씨 같지 않게 무덥다. 그나마 잊을만하면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이 있어 컨디션을 유지해 준다. 감로수 같은 바람결 따라 나타나는 철쭉꽃... 그 모습을 나타나면서 방긋이 웃기 시작하는데, 난 봄 소풍을 나온 어린아이인양 마냥 즐겁다. 함께 걷는 집사람의 얼굴도 미소가 떠나지를 않는다.

 

파란 하늘가로 종달새 날아오르고, 이름모를 옆집 강아지 양지쪽 햇살을 찾는 계절. 그 한가함이 싫어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 그 오월이라는 여인을 찾아 길을 나섰고, 봉화산에 섰다. 난 여자를 좋아하니까... 세속의 탁한 숨소리를 잠깐이나마 피하고저 난 바람결따라 코끝을 움직여본다. 상큼하다. 능선에 늘어선 싱그런 연초록들이 젊음의 빛을 한껏 뿜어내고 있다.

 

 

광대치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한번쯤은 밧줄을 잡아야만 한다.

누가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던가? 어느 글에선가 여류시인 노천명의 '푸른 오월' 이라는 시에 처음으로 그 표현이 나온다고 한다. 그나저나, 아스팔트 위에 뽀얗게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는... 내가 그리는, 먼 하늘가 어느 토담 밑에 피어난 철쭉 한 무리를 맴돌다 아쉬운 듯 떠나온 환영?  

 

 

날머리인 대안마을로 내려가는 하산길

광대치에서 하산길은 비록 비탈길이지만 길은 뚜렷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장된 임도에 다다른다. 이 임도는 대안 마을까지 이어지지만, 중간에서 우측 능선으로 진행하면 시간을 꽤 단축시킬 수 있다. 하산길도 오늘 걸은 대부분의 등산로와 마찬가지로 마치 양탄자를 걷는 기분이다. 아마 십여년 동안 쌓이고 쌓인 낙엽들이 인간에게 되돌려주는 보은인양...

 

종남산 (終南山, 663m) - 덕대산(德大山, 620m)


산행코스 : 소구령마을-덕산사→덕대산→506봉→종남산→체육공원-공동묘지-예림리(산행시간 : 휴식시간 없이 4시간10분)


소재지 : 경남 밀양시 초동면

산행일 : '09. 1. 17(토) 

함께한 산악회 : 산악랜드


특징 : 종남산은 탁 트인 조망으로 밀양시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며, 정상에서 바라보는 밀양시가지와 삼문동을 돌아나가는 밀양강의 정경이 빼어나다덕대산 종남산은 대도시 근교산이지만 많이 알려지지도 않은 탓인지, 산행중에 우리 일행을 제외한 등산객은 단 세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소구령" 표시판이 걸려있는 길로 들어선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마을로 접어드는데, 마실나온 주민들이 친절하게 등산로를 알려주신다.

 

 

소구령마을 입구에서 덕산사까지는 1Km 남짓... 길은 시멘트 포장이 잘 되어있다. 길가 감나무 과수원은 다른 곳과 달리 인위적으로 나지막하게 전지가 된 탓에 앉은뱅이처럼 보여 경이롭다.

  

  

덕산사는 돌 천국... 입구에서 사찰건물까지 온통 돌 천지이다. 아예 돌로 포장한 바닥은 물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돌로 치장해 놓고 있다.  

 

 

덕산사 경내는 대웅전 건물 하나가 외롭고, 그 곁을 조그만 요사채 하나와 절의 규모에 비해 크다고 느껴지는 종각이 지키고 있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밀양 수리들녘은 눈이 시원하다 못해 가슴마저 후련해져 온다.

  

등산로는 주차장서 대웅전으로 오르는 길목의 종각앞서 왼쪽 묘지쪽으로 꺾어 올라간다. 정성들여 다듬은 듯, 깔끔한 등산로를 따라 빼곡히 들어찬 소나무들이 등산객을 맞는다. 바위가 듬성듬성 솟아오른 길은 처음부터 가파른 오름길이나 소나무가 내뿜는 치톤피트의 도움으로 덜 힘들다. 

 

 

잇단 묘지를 지나 10분쯤 오르면 덕대산 주능선길... 이곳서 15분쯤 더 오르면 소나무 숲이 사라지고 주위를 전망하기 좋은 장소가 나타난다. 낙동강 주위가 너무 잘 보인다. 다시 15분쯤 오르면 능선상에 작은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홀씨가 붙은 억새가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겨울산의 참맛인데, 홀씨는 바람에 다 날려버리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이 또한 나름대로 운치... 억새밭 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라 20여분 정도 오르면 덕대산 정상이다

 

중앙으로 관통해서 조금 더 오르면 그다지 높지 않은 암반지대... 난간의 줄을 잡고 오르다보면 이제부터 억새밭이 펼쳐진다.  늦은 봄날 같이 포근한 날씨에 흠뻑 땀을 흘렸건만, 땀을 식혀줄 바람 한점 없는 하늘은 차라리 얄미울 정도...

   

희뿌옇게 시야가 좋지 않아 멀리 내다보이지는 않는다. 끝을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눈이 시리도록 맑은 날이 그립다. 영남알프스의 산군들도 보고 싶고, 또 화악산 줄기도 보고 싶기 때문...  

 

  

억새도 정말 억세고 굵다. 손가락 굵기 만하다. 조심을 했는데도 여러번 길을 잃는다. 정상을 보고 개의치 않고 길을 만들어 올라 선다.  

 

   

덕대산(660m)

덕대산 정상은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 키보다 더 자란 억새로 둘러싸인 정상은 수백평의 평평한 운동장 같다. 그 가운데 조그만 공터를 만들고, 그 공터를 표지석이 지키고 있다.

 

 

북쪽의 종남산... 정상은 흡사 눈이 쌓인 듯 하얗게 보이는게 아마 억새로 둘러 쌓인 듯...

  

정상에서 종남산 방향으로 내려서는 통나무 계단은 경사가 심한데다가 가뭄에 밀가루 같이 곱게 바수어진 흙가루들이 눈과 뒤섞여 여간 미끄럽지 않다. 억새가 포위하고 있는 하산로 끝에 내려서면 다시 소나무지대를 만난다.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지는데, 바위 없는 산이 어디 있느냐는 듯 간혹 이런 바위들의 놀이터도 만나게 된다.

  

남산과 덕대산은 찾는 사람에 비해서 산의 느낌은 괜찮은 편... 덕대산에서 종남산 가는 등산로가 희미하고, 두 산이 별개로 이루어져 종남산을 오를 때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통을 제외하고는 아직은 때가 덜 탄 산이라 느낌이 신선하다.

  

  

간혹 매달린 리본으로 방향을 잡을 수 밖에 없는 희미한 등산로를 헤매다 보면 문득 잘 닦인 등산로와 마주치고, 높지 않은 봉우리 하나를 더 넘으면, 임도를 만난다. 이 임도는 좌측방동에서 이어져 우측으로 돌아 종남산에서 하산할 때에 다시 만나게 된다. 

 

 

종남산 오름길은 트래버스... 한없이 가파른 오름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너덜지대를 지나면 길은 지그재그로 더욱 힘들어 진다. 가파른 등산로가 끝날 즈음 화재가 난 흉터인지 뼈만 앙상한 고사목들이 늘어서 있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등산로 주변은 나무 대신에 억새들이 길손을 맞이한다.

  

  종남산 정상 언저리에는 어깨까지 닿는 억새가 너무 곱다.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 사이를 돌아 정상에 오른다.  사방이 툭 트여 가슴까지 후련해진다.

  

정상의 최근에 복원된 듯 싶은 봉수대를 억새가 포위하고 있고, 그 주위를 또다시 철쭉이 비잉 둘러싸고 있다. 봄철 철쭉이 만개할 때 쯤이면 또 하나의 천상화원을 만들어 낼듯... 

 

  

종남산(663.5m)

정상엔 커다란 봉수대가 복원되어 있고, 봉수대 곁의 산불초소에는 지키는 사람들이 머무르고 있는 듯, 등산화 네 컬래가 오손도손 뒤엉켜 나딩굴고 있다 

 

날씨가 맑으면 사방 조망이 좋을 것 같으나, 오늘은 가스 탓에  북쪽으로 화악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지나온 덕대산과 밀양시가지와 들판이 보일뿐이다. 

 

 

밀양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밀양강의 강안은 팔등신 미인의 S라인인양 유연하기 짝이 없다.  

  

비록 경사가 심하지만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얼마쯤 내려오다보면 잘 닦여진 임도를 만난다.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룰 버리고 체육시설이 설치된 방향으로 진행하면 밀양시가지까지 능선으로 연결된다. 이 능선은 좌우에 늘어선 떡갈나무와 아카시아 때문에 조망이 불가능하고, 등산로 또한 특색이 없어 지루한 편이다.  체육공원에서 계속되는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대동아파트 옆 주택단지가 나오므로 이곳에서 하산하는게 바람직하다.

 

 

서서히 고도를 낮추어 가던 능선은 마지막 숨결을 다하는 양 야트마한 봉우리를 만들어낸다. 혹시라도 전망이 트일지도 몰라 올라보는데, 이게 웬 횡재~ 밀양시가지가 한눈에 차 오른다.

 

 

능선은 그 생명을 다하고 밀양강가에 그 몸체를 아쉬운 듯 내려놓는다. 그 능선의 끝자락을 공동묘지가 지키고 있고, 신당(점집) 주위 키큰 신우대들이 등산객들과의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 듯 몸체를 흔들어 대고 있다.  

 

 

 

 무릇 부부란 겁의 인연에서 비롯됩니다. 겁이란 둘레 사십리 되는 성안에 개자(芥子)를 가득 채워 넣고, 죽지 않는 천인이 삼년마다 한알씩 가져가서 마침내 모두 없어지는 시간을 가리킵니다. 사람의 시간으로 사억 삼천이백만 년이나 되는 겁이 다시 쌓여 이루어지는 인연이 부부이니, 나에게 당신은 이생에서 스치다 만난 연인이 아니라 오랜 겁의 인연입니다. 그러므로 난 지어미인 당신을 지키고, 목숨으로 사랑하겠습니다.

 

여항산 (770m)-서북산(741m) 연계산행

 

위치 : 경남 함안군과 마산시의 경계


산행코스 : 좌촌마을주차장-여항산-낙남정맥-서북산-정자-수리봉-의림사(산행시간 : 5시간40분)

산행일 : '09. 1. 3(토) 

함께한 산악회 : 산악랜드


특징 : 여항산은 정상어림이 암릉으로 이루어져 경관이 빼어나나, 서북산은 밋밋한 육산으로 남해바다의 조망을 빼면 특이한 점이 없는 산. 인성산을 오를 계획이 없으면 서북산에서 곧바로 하산하는 것이 바람직. 인성산 쪽으로 향하는 능선은 군인들의 유격훈련용으로나 적합할 정도로 길이 희미하고, 쓰러진 고사목들로 인해 보행조차 어렵다. 

 

 

산행들머리는 좌촌마을 주차장

여항산의 제1~3등산로가 시작된다. 마을회관(게시판에 44세대에 96명이 거주한다고 적혀있다)앞을 거쳐  대승사갈림길까지는 아스팔트로 잘 포장된 도로를 걷게된다. 여기서 대승사쪽이 제1등산로, 천상흑염소 방향이 제2, 제3등산로이다. 오늘은 제3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

 

 

 

 

바위 서너개가 있는 능선안부까지는 전형적인 육산... 

흑염소목장에서 30여분 정도 거리에 가뭄에도 물이 잘 마르지 않는 갓샘이 있다. 여기서 다시 30분 정도 급경사를 오르면 능선 안부를 만난다. 잘 닦여진 푹신푹신한 등산로는 걷기에 편하고, 주위는 온통 소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 오늘도 치톤피트와 함께 산행을 즐길 수 있는 행운...

 

능선 안부

이정표에서 표시하고 있는 미산령은 낙남정맥 구간종주의 시작점, 오늘 산행은 정맥의 한구간중 상당구간을 걷게 된다.  등산로 주변 소나무들은 어느새 갈참나무에 자리를 내어주고 한켠으로 물러나 눈을 크게 뜨고 봐야 간신히 발견할 수 있다.

 

 

여항산 (艅航山)

선조 때 이곳으로 부임한 함안군수가, 이곳이 南高北低라서 나라를 배반할 기운이 있는 지형이라 하여, 남쪽에 위치한 이 산에 여항(艅航)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한다. 배艅 배航를 붙임으로서 이름을 통해 지형을 낮추었단다. 물론 북쪽의 들은 代山이라 개칭하여 지형을 높였고..

 

 

오른 편으로 적석산과 깃대봉이 보이고, 그 너머로 산들은 첩첩... 저 멀리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은 아마 지리산일 것이다  

 

 

 

정상은 20~30명이 앉을 수 있는 넓고 큰 마당바위가 있어 일행들끼리 챙겨온 간식거리를 나누어 먹기 좋다.  여항산은 배가 넘어간다는 산인데 암릉으로 되어 있다. 혹시라도 바위 위를 넘어가다 배의 밑창이 상하기라도 하지 않을까? 조금 쉬기 좋은 바위에 걸터앉아 영양가 없는 걱정까지 하고 있으니 이게 바로 여유로운 산행에서 얻을 수 있는 호사일 것이다.   

 

 

 

또한, 일설에는 산의 덩치가 남해바다로 떠가는 형상이라 艅航山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미군들은 GOD DEMN 산이라고 불렀다는데, 갓뎀은 신의 저주를 부르는 비어일지니, 이들이 이 산을 오르며 무척 고생들 하였나보다. 아무튼 정상은 거대한 암괴로 되어있어 조망이 매우 좋다.   

 

 

 

 

정상의 거대한 바위봉은 그 기상이 웅장하고, 서북산 방향의 벽은 매우 가팔라서 동아줄이 매어 있다. 정상에서는 서북산이 멀리 보이고 능선의 흐름이 파노라마처럼 멋지게 펼쳐지는데, 그 넘어 아스라이 남해바다가 눈에 차 오른다.  

 

 

 

여항산에서 서북산까지의 낙남정맥을 따라가는 길은 중간중간 전망 좋은 바위가 나타나 쉬어가기 좋다. 두어군데 암벽이 높고, 경사가 심한 곳도 있으나, 굵은 동아줄을 설치해 놓아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대부분의 능선은 경사도 완만하여 재미있고 중간에 하산루트도 있어 체력에 맞춰 산행을 즐길 수 있을 듯... 

 

 

정상에서 서북산 방향으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절벽바위

바위 밑에 위험하니 좌측으로 돌아가라는 안내표시가 있다. 집사람을 우회시키고 난 안내판을 무시한 채 바위위로 오른다. 조난사고를 당한 분을 기리는 동판 아래로 남쪽벽이 가파른 절벽이지만 굵은 동아줄이 설치되어 있어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능선은 완만하여 힘들지 않고, 지루할 때 즈음이면 어느새 서북산에 도달해 있다. 능선 곳곳에 암릉과 함께 전망바위가 많아서 시원하고, 탁 트인 시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사망사고가 있었다는 절벽구간만 아니면, 위험하거나 까다로운 구간도 없고, 그리 가파른 곳도, 힘겨운 곳도 없다. 산행거리가 적당하다 싶은데, 은근히 체력소모가 느껴짐은 제법 걸었다는 얘기일 것일지니, 아무리 순해도 산은 역시 산인가 보다  

 

 

여항산은 멀리서 정상의 바위봉을 볼 경우 배의 돛 같기도 하고 또 꼭 갓의 총모자(윗부분) 같기도 하단다. 그런 연유로 갓샘, 갓봉우리, 갓더미산 등의 이름이 붙어 있는 모양이다.  

  

 

 

서북산 (741m)

진동면의 서북쪽에 위치한 산이라 서북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산은 전형적인 육산으로 전체적으로 산세가 부드럽다. 남쪽사면으로 산세를 열고 있는데, 6.25동란의 격전지로 산정에는 전몰자 위령비가 있다.

 

 

왼편에 봉화산이 바로 보이고 그 너머로 광려산과 멀리 무학산까지 천주산이 어렴풋하다

 

 

서북산 정상에 서면 남으로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다도해 크고 작은 섬들이 잔잔한 파도위에 두둥실 떠 돌고 있다.  

 

 

서북산에서 인성산 방향으로 1시간30분여를 걸으면 만나는 정자, 잘 포장된 임도가 여기까지 닿아있다서북산에서 여기까지의 능선은 가이 죽음의 코스라 불러도 이상할게 없다. 길은 희미하고 곳곳에 널브러진 고사목들이 막고 있어, 고사목을 피해 등산로를 우회하다 보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수리봉을 지나는 하산길은 바람에 떨어진 나뭇잎 뒹구는 소리가 서걱인다. 아니 밟는 소리... 수북이 쌓인 낙엽이 미끄러워 엉덩방아 두어번에 나도 몰래 상소리가 나오고 만다. 가을엔 그리도 아름다웠을 단풍이 지금은 저리 천덕꾸러기가 되다니... 이런걸 인생무상(人生無常 )이 아닌 木生無常이라고 해야하나???  

 

 

 

산행 날머리인 의림사에서 2번국도 방향으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윗담마을.

여기서 의림사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면 우측으로 잘 지어진 전원주택 5~6채가 보이고, 맞은편에 공중화장실까지 갖춘 주차장이 잘 가꾸어져 있다.  

 

 

우린 남의 이목 때문에 점잖게 구는 것과, 진심에서 우러나온 배려를 혼동하기도 한다. 남의 이목에 신경쓰는 것은 자신에 대한 관심과 필요 때문이지만, 배려는 남들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니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아니 더 가까이는 ‘내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혹시라도 인생의 쓴맛을 보고 난 후에야 그걸 깨닫지는 말았으면...  길고 험했던 능선을 걸으며 새겨본 새해의 ‘작은 소망’이었다.  

 

와룡산 (臥龍山 799m)


위치 : 경상남도 사천시 사천읍


산행코스 : 남양동-갑룡사-원불교수련원-도암재-새섬바위-정상(민재봉)-와룡마을-좌룡동(산행시간 : 5시간)

산행일 : '08. 12. 20(토)

함께한 산악회 : 산악랜드


특징 :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용이 누워있는 듯 하다하여 와룡산이라 불리우며 전형적인 육산이면서도 암봉이 많다. 작지만 당차고 험한 암릉길과 산행내내 남해 바다를 전망 할 수 있는 멋진 산 

 

산행 들머리의 산불감시 초소

남양동사무소 근처 주차장에 도착하니 겨울비가 제법 굵다. 겨울에 비 맞아가며 산행을 하고싶지는 않기에 30분 정도 기다려 보다가 그치지 않으면 산행을 포기하고 삼천포 어시장으로 가기로 결정... 다행이 12시경에 비가 그치기에 산행을 시작한다. 임내저수지 위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산행이 시작되는데,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게 되는 금관사까지는 자동차 두어대가 비켜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시멘트 포장도로가 잘 나 있다. 

 

현대식 건물인 金觀寺에서 좌측의 임도를 버리고 절 앞마당끼고 우측으로 접어들면 신우대 무리가  산객들을 맞고,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은 시작된다.  와룡산은 산이름에 '용' 자를 들어있어서인지 아님 산세가 수려하고 기묘해서인지 모르지만 갑룡사, 백천사, 백룡사, 덕룡사, 용주사 등등... 다른 산에 비해 유난히 절이 많다.  

 

 

와룡산은 돌탑천국

산행초입 만나게 되는 표지석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곳곳에 돌탑들이 널려있다. 이곳과 산행중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돌탑들을 모두 헤아리면 아마 108개는 충분히 채울 수 있을 듯... 전북 진안군의 마이산 돌탑들이야 원래부터 소문이 나 있지만, 경상남도에 있는 산들에서는 유난히 돌탑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산행 초입 백팔탑 표지석 부근의 돌탑들

산행중 여러곳에서 마주치는 다른 탑들보다 더 정교하면서도 우람하다. 이곳의 탑지기 건물 비슷한 곳에서는 길손들에게 농주를 판매하고 있다. 베니아판에 흘려쓴 가격은 한잔에 1천원...

 

 

새섬바위 오르는 길목의 너덜지대에서 만나는 돌탑들 

 

새섬바위 위 능선에서 만나는 돌탑들 

 

 

금관사를 지나 한참을 오르다 보면 상큼한 치톤피트를 내 품고 있는 소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이곳 소나무들은 다른 곳보다 곁가지가 거의 없는 외로움을 달래는 양 유난히 허리를 고추세우고 있다. 마치 하늘을 향한 비상의 나래짓을 하고 있는 듯...

 

 

상사바위

도암재를 사이에 두고 새섬바위와 마주보고 있는 높이 60m쯤 되는 바위로, 와룡산에서 사천앞바다의 조망이 제일 좋은 곳. 상사병에 걸린 사람을 이곳에서 떠밀어 죽였다 하여 상사바위라 불렀단다. 불쌍한 사람 위로는 못할망정 떠밀어 죽이다니, 무서운 세상이다.

 

 

새섬바위에서 바라본 사천 앞바다

상사바위 왼편으로 목섬이 구름에 가려 아스라하다. 상사바위에서 바라보는 삼천포 앞바다 조망이  와룡산에서 第一景이라지만 이정도 구름이면 구태여 위험을 무릅쓰고 상사바위를 오를 필요는 없을 듯... 나름대로 위안을 삼아본다.

 

 

도암재에서 새섬바위까지는 1km 거리에 불과하지만 가파른 능선길이다 보니 제법 시간이 걸린다. 숲길을 따라 10여 분 오르면 너덜지대에 다다르고 조금 더 오르면 마치 인수봉을 닮은 듯한 거대한 암봉을 만나게 되는데, 새섬바위이다.

 

 

어마어마한 암봉 옆구리 안전 파이프를 붙잡고 돌아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오르다 보면, 돌탑이 세워진 능선에 이른다.

 

원래 비온 뒤 끝자락은 조망이 괜찮은 법인데, 이곳이 바닷가라서일까? 점점 구름이 짙어지더니 능선 외에는 모든 사물들이 완전히 구름속으로 잠겨버리고 만다.  

 

 

새섬바위 

너덜지대를 지나올라가 산 능선에 올라서면 멋진 전망바위에 도착하게 되고, 전방을 바라보니 주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우측면에는 멋진 암릉이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아!름!답!다! 저절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서서히 짙어가는 구름이 무조건 조망에 나쁜 것만은 아닌 듯... 숨을 다해가는 주변 경관의 몸부림은 차라리 비장하다고나 할까?  처절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새섬바위 능선이다. 비록 바위 맛을 느낄 수 있는 암장은 없으나, 길지는 않지만 제법 거대한 암봉은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공룡능선이라 부르지 않을가 싶다.  

 

와룡산은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능선 곳곳에 거대한 암봉들이 박힌 듯한 형상이다. 날씨가 맑으면 남쪽의 사천앞바다 옥빛 물결이 시원하게 다가올텐데... 오늘은 온통 짙은 운무에 가려 시계는 제로다.

 

 

스스로 알아서 쉬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경사가 길을 막는다. 경사가 깊을수록 산은 그 위용과 자태를 유감없이 드러내기 마련... 이산도 역시 그 속살을 가감없이 내보이고 있다. 

 

 

자연적으로 발걸음의 속도가 둔감해진다. 밑에서는 길이 순탄해 천천히 더디 걸었다면, 정상이 가까울수록 길이 험하고 또한 볼거리가 많아 단순한 사람도 훌쩍 한꺼번에 정상에 올라설 수 없도록 만든다. 이 또한 산을 찾는 이에게 주는 매력중의 하나가 아닐까?

 

와룡산정상 민재봉

날씨가 좋으면 서부경남의 크고 작은 산과 남해바다 시원한 조망이 좋다고 소문난 곳인데. 불행이도 오늘은 날씨가 흐려 아쉬움이 남는다. 정상에는 커다란 정상 표지석, 지리산을 비롯한 북쪽의 무수한 산군 조망도와 남해와 섬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남쪽 조망도가 세워져 있다.  

 

 

기차바위 능선

와룡산은 고려 태조 왕건의 막내아들인 욱과 그의 아들 순(8대 현종)이 어린 시절 귀양살이를 했던 곳. 조카인 경종(5대)의 두번째 부인 헌정왕후와 정을 통해 아들 순을 낳은 사실을 6대 왕인 성종이 알고 와령산 기슭으로 귀양을 보냈던 것. 

 

 

헌정왕후는 요즘 한참 촬영이 한창인 천추태후(헌애왕후)와 친 자매로서, 둘이 함께 4촌 오라버니인 경종에게 시집을 갔다가. 왕이 죽자마자 두 자매가 열심히 바람들을 피웠으나, 그나마 친족과 바람을 피웠으니 다른 성씨인 김치양과 바람을 피운 헌애왕후보다는 좋게 보아줘도 될 듯... 하긴 고려 때는 낳아 준 어머니 배만 틀리면 결혼이 가능했을 정도로 성생활이 자유로웠던 시대였으니 정조를 지키라 함은 무리였을 듯 싶다.  

 

 

거북바위 

등산하는 보람이나 기쁨을 말할 때 정상에 서는 희열을 제외하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산도 역시 절정의 짧은 순간보다는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즐기는 바른 태도가 아닐까?

 

 

거북바위에서 와룡마을쪽으로 급경사 내리막길을 20여분 내려오면 시멘트 포장길을 만나는데, 산행 날머리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여기서 주자창인 좌룡동 정수장까지는 거의 30분 이상을 아스팔트 위를 지루하게 걸어야 한다. 차라리 계속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가, 용두봉을 거쳐 정수장으로 하산하는게 더 바람직할 듯 싶다. 

 

 

여기는 따뜻한 남쪽나라

지금은 바야흐로 12월 하고도 하순... 그런데도 이곳의 대나무들은 저렇듯 싱싱한 연녹색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으니 말이다. 

 

 

와룡마을쪽 하산로 주변은 온통 조경수 재배단지이다

이곳을 지나 지루할 정도로 걷다보면 와룡저수지가 나오고, 조금 더 내려오면 감시초소에서 출입을 통제시키고 있다. 11월1일부터 5월15일까지 산불예방기간으로 정해놓고 임내저수지-도암재-새섬바위-민재봉, 백천계곡-백천재-민재봉 두 코스 외에는 통제한단다. 그러나 이미 산행을 마치고 하산중인 우리는 팻말을 못봤다고 우길 수 밖에 없다.

 

 

 

한해를 보내고 또 한해을 맞이하는 마지막 달은 사람들마다 각별하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잠시 짬을 내어 산을 찾아 차분하게 한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 보면 어떨까. 그렇듯 의미를 갖고 찾아 온 산에서, 산행내내 겨울바다를 껴안았고, 거기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손도손 새해를 설계해 보았으니 이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가?

 

 

호구산 (618m)


위    치 : 경남 남해군 남해읍

산행코스 : 봉성마을-떡고개-괴음산-송등산-호구산-염불암-백련암- 용문사-주차장(산행시간 : 4시간)

 

함께한 산악회 : 산악랜드


특    징 : 원산 혹은 납산으로도 불린다. 원숭이 원(猿)자와 원숭이의 옛말인 '납'자를 사용한 이유는 이 산을 북쪽에서 바라봤을 때 원숭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정상 봉우리서 용문사쪽으로 뻗은 지맥의 형태가 호랑이가 누워있는 모습이라 해서 호구(虎丘)산이라고도 불린다. 암봉으로 된 정상에서 바라보는 앵강만의 풍경이 일품이다.  

 

 

산행들머리인 봉성마을 

산을 걷는 다는 것은 큰 가슴에 작은 나를 포개는 일이다. 산은 나의 교만이 하늘의 두려움을 잊을 때 쯤이면, 뻣뻣해진 허리와 무릎 꿇기를 말 한마디 없이 나에게 명령한다. 그러나 하산의 끝에는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낮아졌음을 즐겁게 깨닫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나는 산을 품이 큰 스승으로 모실 수 밖에 없다

 

 

야트마한 봉우리 몇개 넘으며 찔레나무 넝쿨과 씨름하다 보면, 고행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여름인가 의심할 정도로 푸르름을 자랑하는  치자나무 군락을 만날 수 있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야트마한 봉우리 서너개 넘다보면 만나게 되는 떡고개...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를 건너 가을의 전령인 억새밭 사이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산을 오르며 연발할 감탄사를 충분히 ‘장전’해 본다. 바위와 바다가 빚어내는 절경에 무슨 수로 입을 닫지 않고 내쏘을... 남해의 산사람들은 그래서 호구산이 외부에 알려지길 바라지 않는단다. 그들에게 호구산은 장롱속에 깊이 숨겨 놓은 보물처럼 생각날 때 한 번씩 꺼내 보고 싶어하는 그런 곳이라나?

 

 

괴음산에 가까워 지면서 등산로는 바윗길로 변한다.

오른편은 제법 날카롭게 등허리를 고추세운 절벽인데, 왼편은 밋밋한 육산이다. 

 

 

끌어안고 보듬기도하고 기어오르다 우뚝 솟은 반석 위에 서면 언듯 산자락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그러나 벼랑 아래를 굽어보면 깊고 험해서 아찔하다  

 

 

괴음산 정상

언제 바윗길을 올랐나할 의심이 들 정도로 정상은 바윗덩이 몇개 얹혀져 있는 밋밋한 흙산이다. 남해군의 4대 명산 답게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괴음산 정상에서 바라본 앵강만

바윗길을 오르며 열리는 산자락 사이로 보이기 시작하던 앵강만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쪽빛 바다에는 눈부신 햇살이 잘게 부서지고 있다.  바위에 앉으면 앵강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만 가운데 노도가 돛단배처럼 떠간다. 조선의 정치가이자 문장가인 서포 김만중이 당쟁에 휩쓸려 귀양살이를 하다 생을 마감한 곳이다.  서포는 3년 남짓한 노도 유배생활중에 한글소설인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등을 집필하고 눈을 감았다.

 

왼편엔 삼천포 앞바다가 펼쳐지고... 

 

 

송등산 가는 능선은 부드러운 흙길이나 간혹 너덜지대도 만주친다. 

결코 위험하지 않건만 행여 넘어질세라 밧줄까지 매어논 정성이 고맙기만 하다.

 

괴음산에서 바라본 남해지맥(남해대교-망산까지의 약 49Km 구간)

봉우리 위에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가 흡사 전남 장흥군에 있는 제암산을 연상시킨다. '옥녀봉도 저렇게 생겼는데요' 산행경력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집사람도 한마디 한다.

 

설흘산에서 보면 윗부분이 칼로 자른 것처럼 한일자로 반듯하게 보이는 산이 특이해서 한번쯤은 찾아보고 싶었던, 이름부터가 괴상한 호구산... 국립공원이라 옛부터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금산, 아름다운 바위능선과 바다 조망이 좋은 설흘산, 바다조망에 철쭉을 끼고 있는 망운산과 함께 남해군이 자랑하는 4대 명산이다.

 

 

송동산 정상

송등산 정상도 바윗돌 몇개 심어 놓은 듯 싶은 서너평 남짓한 넓이의 흙산이다.  능선을 감아도는 바람노래를 뒤로하고 정상에 오르니,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조금 더 걸음을 더디게 했어도 좋았을 걸... 어린 짐승들 놀랄세라 조용조용 콧노래라도 부르며 쉬엄쉬엄 걸어서 말이다

 

 

송등산 정상에서 바라본 앵강만

앵강만은 꾀꼬리 앵(鶯)자에 물 강(江)자를 쓰는데, 비 내리는 밤에 꾀꼬리 울음소리가 나고 꾀꼬리 눈물 같은 빗물이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로 흘러내려 ‘꾀꼬리의 눈물바다’로 불렸다는 얘기가 있다

 

조망이 좋은 호구산

일자머리 부분은 100m 가까운 용마루를 위에 두고 남쪽으로 지붕처럼 생긴 비탈의 바위가 놓여 있고, 그 처마 끝은 높은 벼랑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바위봉우리이다.

 

 

평지처럼 이어지는 산등성이는 넓은 숲속을 거쳐, 봉우리와 잘록이도 지난다. 전에 암자라도 있었는지 잘자란 신우대 숲을 지나고 나면 곧 바로, 호구산 정상을 만들고 있는 거대한 바위 봉우리 만난다. 손 끝에 느껴지는 바위 맛에 이끌려 조그만 위험쯤은 감수... 

 

 

정상엔 옛날 봉화를 올렸던 봉화대터가 있고, 잔돌을 쌓아 올린 탑이 어설프게 서있다. 

예상보다 품이 넓은 공간이 반긴다. 팔을 벌려 심호흡을 하다 보니 앞쪽으로 올망졸망 그림 같은 섬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산위에서는 넓은 바다를 다 품을 수 있을 듯 넉넉해서 좋다.

 

 

호구산 정상

꼭대기는 남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지붕처럼 되어 있으나, 북쪽은 그대로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물론 지붕을 이루는 이 바위덩치의 양편(동과 서))도 낭떠러지...  이 바위지붕은 남,서,북 삼면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발붙일 수가 없고, 동쪽만이 겨우 바위틈새로 오르내릴 수 있다. 표지석은 납산 가로속엔 한자로 원산이라 표기하고 있다. 

 

 

호구산 정상에서 바라본 앵강만

사면이 쪽빛 바다로 둘러싸인 경남 남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바다로 꼽히는 앵강만은 마치 나비가 두 날개를 펼친 형상의 남해도 아래쪽에 있다. 서쪽의 설흘산과 북쪽의 호구산, 그리고 동쪽의 금산에 둘러싸인 앵강만은 호수처럼 잔잔한데다 활처럼 휜 해안선은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킨다.   검은 갯바위를 수놓은 해초의 푸르름 때문일까? 햇살에 부서지는 겨울바다는 옥빛으로 물들어 더욱 눈부시다. 늙은 어머니를 향한 서포 의 그리움을 실어 나르던 파도가 앵강만 해안선과 입맞춤을 한다.

 

 

염불암

하산길 급경사의 너덜지대를 지나고 나면 푸르른 대나무 숲을 끼고 자리를 잡은 암자를 만난나는데, 암자 앞엔 스님들이 즐긴다는 녹차밭이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대웅전 앞 약수는 가뭄에 메마른지 오래지만, 요사채 근처 플라스틱 호스에서는 맑고 시원한 물줄기를 내품고 있다. 양껏 들이키는데 뒤 따라오던 분의 말씀 ‘당뇨에 효험이 있답니다’ 욕심에 한 바가지 더 마실 수 밖에 없다.


 

백운암

염불암에서 10분 정도 내려오면 잘 다듬어 놓은 시골 고향집 같은 암자가 산을 길손을 반긴다. 울창한 숲길은 가족끼리 쉬엄쉬엄 걸오보고 싶은 길이다.

 

 

 

용문사

신라 애장왕 때 창건된 절로 남해 최대의 사찰이며, 임진왜란 때에는 승병활동의 근거지로서 조선 숙종 때 수국사로 지정 보호받기도 했다. 경내에 경남 유형문화재 몇점과 조선 인조때의 학자 유희경의 시집인 촌은집을 간행키 위해 만든 판목인 "촌은집책판" 등을 보존하고 있으며, 주위를 둘러싼 아름드리 소나무와 측백나무 등의 상록수림이 절의 운치를 한층 더 북돋운다.

 

남해군 최고최대의 사찰. 많은 요사채로 건물이 꽉 짜여 웅장함을 주고 절 살림이 풍요로운 듯 또 하나의 건물을 신축중이다. 그러나 고색 짙은 건물 보다는 주위에 있는 큰 은행나무, 아름드리 소나무, 늙은 벚나무, 단풍나무가 더 볼 만하다. 또한 키큰 측백나무가 숲을 이루어 용문사를 감싸안고 있다.  

 

 

당뇨에 좋다고 소문난 용문사 약수... 

소문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줄지어 있는 생수통이 만만치 않다. 좋다는 걸 어이 그냥 지나치리오 나 또한 물통 가득이 채워가지고야 발길을 돌린다.

 

 

귀경길 보너스로 삼천포항에 들러  회 한 접시...

시간에 쫒겨 갑오징어 회에 소주 두병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우고 나왔다. 

 

 

 

올들어 가장 추운 날, 어디는 대설주의보, 또 다른 어딘 한파주의보.. TV에서는 계속해서 집을 나서지 마라 충고하고 있다(아니나 다를까 복정역에는 평소의 3/1도 안되는 인원들이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추위를 무릅쓰고 찾아간 호구산은 내 가상한 용기를 보상해 주고도 남았다이른 봄날 같은 온화한 날씨는 방한복을 입을 필요도 없었고, 뻥 뚤린 시계는 앵강만의 푸른 물빛이 옷깃에 물들가 걱정일 정도로 조망이 좋았다. 거기다 삼천포 어시장에서 회까지 한접시 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산행이 어디 있을가?  

 

 

 

오늘 살아있지 못하면, 어제에도 내일에도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네.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두려워 말아야 하네.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지 못하면, 나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네. 지금 이 시간만이 나를 사랑할 수 있다네

- ‘카르페 디엠’  에서 옮김 -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이렇게 그녀와 내가 마주보고 더운 숨결을 내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순간이 그녀와 나 사이에 가장 특별한 날이다. 그러니 이렇게 특별한 날에 어찌 가만히 있을손가


난 이렇게 특별한 날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 함께 걷는 집사람의 손을 꼬옥 맞잡고 내 사랑의 뜨거운 열기를 전해본다. ‘내 모든 열정을 다해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