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로산(香爐山, 976m)-백마산(白馬山, 776m)
산행일 : ‘13. 5. 26(일)
소재지 : 경남 양산시 원동면과 밀양시 단장면의 경계
산행코스 : 고점교→향로봉(香爐峰, 727m)→백마산→달음재→향로산→장선마을(순수 산행시간 : 5시간40분)
함께한 산악회 : 기분 좋은 산행
특징 : 영남권에서 소문난 영남알프스의 바로 옆에 위치한 산으로서, 재약산에서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향로산 정상어림만 빼 놓고는 전형적인 흙산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산세(山勢) 자체만 놓고 볼 때에는 다른 산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볼 수 없는 산이다. 그러나 영남알프스를 한 발짝 물러서서 구경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올라보고 싶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영남알프스에 대한 조망(眺望)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 산행들머리는 고점교(橋 : 양산시 원동면 대리 소재)
부산-대구고속도로 밀양 I.C에서 내려와 24번 국도를 타고 울산방면으로 달리다가 산외면소재지에서 금곡 I.C(산외면 금곡리)를 빠져나온다. 이어서 1077번 지방도(밀양시 산내면 방향)를 따라 달리다가 이불삼거리(밀양시 단장면 범도리)에서 이번에는 오른편 1051번 지방도 따라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밀양호가 나온다. 1051번 지방도는 밀양호의 호안(湖岸)을 만들고 있는 산등성이를 힘들게 오르내린 후에 배내골휴게소(양산시 원동면 대리)에 이르게 된다. 휴게소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자마자 고점교이고, 고점교를 건너면 곧바로 산행들머리인 성불사입구이다. 양산 I.C에서 내려와 1051번 지방도를 타고 배내골휴게소까지 거꾸로 오는 방법도 있으니 상황에 따라 선택할 일이다.
▼ 고점교 다리를 건너자마자 예쁘장하게 지어진 전원주택(田園住宅)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는 고점마을이다. 길가에 ‘성불사’ 입간판이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된다. 산행은 왼편에 보이는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들머리 왼편에 보이는 하천(河川)은 배내천의 하류이자 밀양호의 최상류(最上流)이다. 배내골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밀양댐으로 흘러드는 접점(接點)인 것이다.
▼ 도로를 따라 100m쯤 들어가면 커다란 금동불상이 건물 위까지 삐져나온 절이 하나 나온다. '부처님 궁전'이라고도 불리는 성불사이다. 미륵바위라고 불리는 2~3층 높이의 거대한 암벽(巖壁)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에 전각(殿閣)들 여러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자그마한 사찰이다. 전각들의 숫자는 꽤 되지만 그 규모들이 작기 때문에 왜소하다는 느낌부터 드는데, 극락보궁(極樂寶宮) 왼편에 서있는 금동불상은 사찰규모에 비해 어색할 정도로 거대하다. ‘산에서 내려오실 때 절 앞에 있는 수도를 이용해서 씻고 가세요.’ 예쁘장하게 생긴 스님의 말 한마디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산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산행을 마친 후에 씻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 산길은 성불사의 요사(寮舍)채 오른편으로 열린다. 절의 입구에서 보면 한눈에 들어오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산길은 시작부터 가파르기 짝이 없다. 거기다 때 묻지 않은 오솔길은 가뜩이나 좁은데, 잡목(雜木)들과 잡풀들까지 진행을 방행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거리는 짧다. 갈지(之)자로 꿈틀거려야만 겨우 고도(高度)를 높일 수 있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30분 정도 치고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501봉으로 표기하는 사람들도 있음) 위로 올라서게 된다. 산을 오르다보면 무덤(墓)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 산이 특별히 기(氣)가 세다거나, 명당(明堂)이 숨어 있다는 글을 본적이 없는데도. 생각보다 무덤이 많다는 게 이 산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러한 무덤들은 백마산에 이를 때까지 계속해서 보인다.
▼ 삼각점봉에 이르면서 길은 또렷해진다. 그리고 가파르던 경사(傾斜) 또한 그 기세(氣勢)를 뚝 떨어뜨려 버린다. 한마디로 걷기가 편안해진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편안함은 오래가지를 못한다. 삼각봉과 향로봉의 고도(高度) 차이가 200m이니, 능선이 가팔라지지 않고서는 결코 향로봉에 이를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가팔라진 능선을 치고 오르다보면 능선의 끄트머리가 보인다. 저기가 향로봉이겠지 하며 올라서면, 진행방향에 더 높은 봉우리가 다시 나타난다. 부풀었던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그런 희망과 실망을 몇 번을 해야만 향로봉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 가파른 오르막길이 비록 힘들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능선이 온통 짙은 숲으로 덮여있는 덕분에 오뉴월의 땡볕을 가려준다는 것이다. 능선에는 소나무와 참나무 일색이다. 두 종류의 나무들은 어떤 때는 따로따로 군락(群落)을 이루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사이좋게 섞여있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탓인지 산길은 깨끗하고 호젓하기만 하다. 삼각점봉을 출발한지 1시간 가까이 지나면 향로봉 정상에 이르게 된다. 향로봉 정상은 봉우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약간 뽈록하게 솟아오른 능선상의 한 지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도 없다. 스테인리스(stainless)로 만들어진 이정표(백마산 3.73Km/ 성불암 3.49Km)와 삼각점만이 정상을 지키고 있을 따름이다. ‘산지킴이’라는 분이 이정표에 매달아 놓은 자그마한 정상표지판이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주고 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향로봉에서 그냥 지나쳐버리지 머물지를 않는다. 경관(景觀)이 볼품도 없을뿐더러 울창한 참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眺望)까지도 트이지 않기 때문이다.
▼ 향로봉으로 올라왔던 길의 반대방향으로 내려서면서 백마산으로 산행을 이어간다. 약간 가파른 길을 10분 정도 내려가면 능선 안부에 이르렀다가,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되지만 경사(傾斜)가 가파르지 않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다. 언제부턴가 온통 참나무 일색으로 변해버린 산길을 따라 다시 10분 정도를 걷다보면 송전탑(送電塔) 건설공사 현장을 만나게 된다. 등산객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지점이다. 공사현장에서 산길이 능선으로 향하지 않고 왼편으로 나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공사현장을 통과하여 능선으로 오른다. 왼편으로 난 길이 고래리(밀양시 단장면)로 내려가는 길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길은 공사현장 뒤편 봉우리 너머에서 다시 만나게 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참고로 봉우리 위에는 ‘산지킴이’님의 580봉이라고 쓰인 정상팻말이 매달려 있다. 그런데 송전탑 공사현장이 텅 비어있는 것이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TV에서 주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에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크레인 한 대만 덩그러니 버려져 있을 따름이다.
▼ 이어지는 능선은 경사(傾斜)가 완만(緩慢)하기 때문에 호젓하면서도 편안한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가끔 오른편 숲이 열리면서 향로산이 조망(眺望)된다. 다음에 오를 산이 먼저 눈에 들어와야 하지만, 백마산은 진행방향의 능선 뒤에 꼭꼭 숨어있는 것이다. 산길은 몇 군데에서 사면(斜面)을 가로 질러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능선 길을 따른다.
▼ 첫 번째 공사현장을 지나 작은 오르내림을 거치면 두 번째 송전탑(送電塔) 공사현장을 만나게 되고, 이어서 가파른 능선을 한 번 더 치고 나면 세 번째 송전탑 공사현장이 나온다. 두 곳의 공사현장도 역시 텅 비어 있기는 첫 번째 현장과 마찬가지이다. 세 번째 현장에서 동등재까지는 공사를 하면서 임시로 만든 길로 이어진다. 덕분에 길은 산봉우리를 지나지 않고 사면(斜面)을 가로지르며 편안하게 이어진다. 향로봉에서 이곳 동등재까지는 50분 정도가 걸렸다.
▼ 동등재는 백마산 아래에 있는 안부사거리(이정표 : 백마산 1.13Km/ 바드리마을 2.44Km)이다. 임도에 이르면 아까 지나왔던 공사현장에 왜 사람들이 없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주민들과 한국전력 요원들이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이다. 아마 공사현장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서로 대치하고 있는 모양이다. 임도에는 응급차량을 위시한 수많은 차량들이 늘어서 있고, 주민들은 공사현장 방향의 길 위에 드러누워 있다. 아마 공사에 필요한 인력과 물자의 통행을 막고 있는 모양이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고리에는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그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電氣)를 전국의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송전탑은 필수 시설임이 분명하다. 전력수급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반대로 주민들에게는 ‘재산권의 침해’라는 손해를 발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공익(公益)과 사익(私益)이 서로 충돌하기보다는 절충되는 상태에서 원만한 타결이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 이곳 동등재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면 바드리마을, 그리고 오른편은 가산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바드리마을은 해발 550m의 고산지대(高山地帶)에 자리 잡고 있는 산골마을이다. ‘바드리’는 '밭들 마을' 혹은 '바로 달이 밝은 마을(所月里)'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밭’과 ‘달’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에 이 마을은 화전민들이 일군 밭이 많았을 것이고, 높은 곳에 위치한 탓에 유난히도 달이 휘영청 밝았을 것이다.
▼ 백마산으로 가는 길은 임도를 가로질러 맞은편 능선으로 연결된다. 건너편 능선으로 올라붙으면 먼저 널찍한 산길이 마중 나온다. 길가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공사현장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전력 측 사람들인 모양이다. 임도를 출발해서 20분 조금 못되게 오르면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갈래의 굵은 가지를 만들어 낸 소나무를 만날 수 있고, 또 다시 10분 조금 넘게 오르면 돌담 비슷한 돌무더기가 왼편에 이어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피난지(避難地)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백마산성(山城)터이다. 그러나 삼한시대 이전에 축성되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인근에서 무문토기(無文土器) 종류가 곧잘 발견되기 때문이다. 비록 높이는 1m도 채 안되지만 길이는 정상 주변을 감싸고 있을 정도로 상당히 길다.
▼ 백마산성을 지나면 ‘평리 녹색농촌체험 팜-스테이(farm stay) 마을’ 이정표(정상0.3km/까치망0.5km/발치산초소0.3km)를 만나게 되고, 곧이어 왼편이 절벽(絶壁)으로 이루어진 멋진 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수십 년 묵은 늙은 소나무 가지 아래로 산골마을들과 밀양댐이 펼쳐지는데, 아쉽게 또렷하지는 않다. 오늘 산행의 별미가 주변 조망(眺望)인데도 하필이면 가스가 자욱한 것이다. 덕분에 주변의 풍광(風光)을 품에 안으며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밀양댐 구경은 다음으로 기약할 수밖에 없다.
▼ 백마산 정상은 전망대의 바로 이웃이다. 백마산 정상은 왼편이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졌는데, 절벽방향의 나무들을 잘라냈는지 주변의 조망(眺望)이 시원스럽게 트인다. 발아래에는 고래리의 농가(農家)들이 산자락 곳곳에 듬성듬성 앉아있고, 그 왼편에 밀양호(湖)가 펼쳐진다. 그러나 막상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물론 건너편에 보이는 산들도 모두 실루엣(silhouette)으로 처리가 되어 있다. 산하(山河)에 가득 찬 가스 탓이다. 임도에서 백마산까지는 30분, 향로봉에서는 1시간20분 정도가 걸렸다. 열 평 남짓한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백마산이라고 쓰인 정상표지석 외에도 ‘향로산 백마봉’이라고 쓰인 정상표지판이 세워져 있는데, 세운 이유를 모르겠다. 대부분의 산행지도에도 ‘백마산’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구태여 향로산을 들먹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정상에는 이정표(향로산 1.96Km/ 향로봉 3.73Km)와 ‘평리 녹색농촌체험 팜-스테이(farm stay) 마을’에서 세운 마을안내판도 보인다.
▼ 백마산에서 향로산 방향으로 출발하자마지 이정표(장군미 0.53km/ 산사이 0.59km/ 백마산 0.08km) 하나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왼쪽은 바드리마을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니 향로산으로 가려면 오른편 장군미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능선안부의 사거리인 장군미(달음재)까지는 가파른 내리막길로 이어지는데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이다. 장군미(이정표 : 향로산 1.35km/ 삼박골농원 2.77km/ 백마산 0.61km)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면 삼박골이고,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가산마을을 거쳐 선리에 이르게 된다. 장군미에 내려서니 우리 일행이 아닌 다른 등산객들이 눈에 띈다. 오늘 산행 중에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들이다. 아마 향로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이곳 장군미를 많이 이용하는 모양이다. 참고로 장군미는 달음재라고도 불리는데,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언곡마을(다람쥐골)에서 보면 달그림자가 이 고개에 걸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장군미에서 향로산으로 가는 길은 처음에는 널따란 임도(林道)와 함께 이어진다. 아마 방화를 목적으로 개설한 모양이다. 오르막길은 생각보다는 경사(傾斜)가 가파르지 않다. 쉬엄쉬엄 10분쯤 오르면 진행방향의 능선을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는다. 왼편으로 우회(迂廻)하면 스테인리스(stainless)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절벽 위로 올라설 수 있다. 절벽의 위는 뛰어난 전망대이다. 늘어진 소나무 가지 아래로 시원스럽게 시야(視野)가 트이지만, 주변에 가득 찬 가스 때문에 아쉽게도 조망(眺望)은 별로이다.
▼ 전망대에서부터 정상까지는 가파른 바윗길로 이어진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앞을 가로막는 바위가 거대(巨大)하지도, 그렇다고 험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조금만 가파르다싶으면 어김없이 로프를 매달아 놓았다. 경사진 길가의 산죽(山竹)을 붙잡고 올라서면 거대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바위의 경사(傾斜)도 그리 가파르지 않고 크랙(crack)까지도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올라설 수 있다. 바위 위에 올라서면 왼편으로 향로산의 정상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산이 전반적으로 흙산인데도 정상어림만 바위로 이루어진 게 특이하다. 이 바위 위에서 또 다시 주변 조망(眺望)이 시원스럽게 트인다.
▼ 암릉을 따라 잠깐만 걸으면 정상에 이르게 된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 이정표(사자평/ 향로산 0.05km/ 백마산 1.91km) 하나가 보이니 무심코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장선리로 하산할 경우에는 향로산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 이정표가 가리키는 사자평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상은 이정표에서 불과 5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백마산 정상에서 향로산 정상까지는 50분 정도가 걸린다.
▼ 향로산 정상은 좁디좁은 너덜 위에 커다란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정상은 암릉으로 이루어진 탓에 사방으로 막힘이 없다. 최고의 조망터라는 소문에 걸맞게 사통팔달로 시야(視野)가 탁 트이는 것이다. 날씨만 맑으면 영남알프스의 산군(山群)들뿐만이 아니라 멀리 비슬산과 금정산 신어산은 물론 지리산까지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뿌연 가스에 뒤덮인 산하(山河)는 그런 호사(豪奢)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가지산과 천황산, 그리고 재약산, 신불산, 영축산, 정각산, 운문산 등 영남알프스의 고산준봉(高山峻峰)들은 그저 마음속에나 그려볼 따름이다.
▼ 오늘의 산행날머리는 장선마을이다. 하산지점인 장선마을로 가려면 아까 지나왔던 사자평삼거리로 되돌아가야 한다. 정상에서 올라왔던 반대편으로 갈 경우에는 표충사로 가는 방향에 있는 섬돌가든으로 내려가게 되기 때문이다. 삼거리에서 사자평 방향의 주능선으로 들어서면 사실상 오르막길은 끝이 난다. 능선을 걷다보면 작은 오르내림을 몇 번 거치게 되지만, 오르막길이라고 부르기에도 어색할 정도로 경사(傾斜)가 완만(緩慢)할 뿐더러 오르막의 거리도 짧다. 거기다 능선 상의 봉우리가 조금이라도 높을라치면 산길은 어김없이 사면(斜面)을 가로지르며 이어진다.
▼ 울창하게 우거진 참나무 숲길을 따라 40분쯤 걸으면 폐(廢)헬기장 바로 아래에서 표충사갈림길(이정표 : 재약봉 2.8km/ 표충사 5.0km/ 향로산 1.4km)을 만나게 되고, 다시 10분 정도를 더 걸으면 이번에는 이정표가 없는 지점에서 오른편으로 길이 갈린다. 바로 선리마을(양산시 원동면)로 내려가는 길이다.
▼ 선리마을 갈림길에서 5분 조금 넘게 더 걸으면 이번에는 이정표(재약봉 1.9km/ 표충사4.4km/ 향로산 2.3km)가 있는 4거리에 이르게 된다. 비록 이정표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오른편에도 희미하게나마 길이 보인다. 그러나 구태여 오른편으로 내려갈 필요는 없다. 거친 길에서 고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재약봉 방향으로 계속진행하면 20분쯤 후에는 재약봉 바로 아래에 있는 안부에 이르게 된다. 사람들이 칡밭재로 부르는 사거리이다. 비록 이정표는 없지만 이곳에서 왼편으로 내려갈 경우에는 칡밭골에 이르게 되고, 장선마을로 하산하려면 오른편으로 내려서야 한다.
▼ 장선마을로 내려서는 길은 의외로 또렷하다. 내리막길이 비록 가파르기 이를 데가 없지만 조금만 조심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내려설 수 있다. 흙으로 이루어진 내리막길은 그 가파름을 배겨내지 못하고 왔다갔다 갈지(之)자로 길을 만들면서 아래로 향한다. 내려가다 보면 가끔 길의 흔적이 희미해질 때도 있다. 이럴 때면 골짜기를 따라 내려간다는 기분으로 내려가면 어렵지 않게 계곡에 이를 수가 있다. 바위로 이루어진 계곡에는 물 한 방울 흐르지 않는다. 그만큼 가물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 산행날머리는 장선리 마을회관
물기 없는 계곡은 너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내려서기가 쉽지 않다. 거기다가 가파르기까지 한 곳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가끔 폭포를 닮은 바위벽도 보이지만 그 크기나 생김새가 보잘 것이 없기 때문에 눈요깃거리는 되지 못한다. 볼품없는 계곡길이 싫증날 즈음이면 다시 숲길이 나타나면서 진행방향에 장선리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장선리 마을은 의외로 큰 마을이다. 민박집이나 펜션도 자주 눈에 띄고 길가에는 식당가까지 늘어서 있다. 특히 마을 담장에 벽화를 그려 넣는 등 마을을 가꾸는데 심혈을 기울인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참고로 마을 앞의 도로 건너편에 산행 후에 땀을 씻을 수 있는 냇가가 있으니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칡밭재에서 장선마을까지는 45분 정도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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