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 (舞鶴山, 761m)

 

산행일 : ‘12. 1. 14(토)

소재지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월영동과 마산회원구 내서읍의 경계

산행코스 : 만날고개(145.7m)대곡산(516m)안개약수터(641m)무학산(761.4m)시루봉마재고개 (산행시간 : 3시간 30분)

함께한 산악회 : 송암산악회

 

특징 : 마치 학(鶴)이 춤추듯 날개를 펴고 막 나는 자세와 흡사하다 해서 무학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옛 이름은 두척산이다. 밋밋한 흙산(肉山)인 주봉과 서마지기를 중심으로 주능선이 남북으로 길게 뻗고 있다. 능선(稜線)을 중심으로 서쪽 사면(斜面)은 경사(傾斜)가 급한 반면, 산세(山勢)가 약한 동쪽 사면은 마산일원을 부드럽게 포용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며, 특히 봄철이면 외지(外地) 사람들까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진달래 군락지로 명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행들머리는 만날고개

구마고속도로 내서 I.C를 빠져나와 5번국도(國道/ 마산市內 방향)를 따라 달리다가, 현동교차로에서 2번 국도(밤밭고개로/ 시내방향)로 옮겨 조금만 더 진행하면 오른편에 신월초등학교가 보인다. 이곳에서 왼편 무학로를 따라 들어서면 잠시 후에 왼편에 만날고개로 오르는 도로의 입구에 이르게 되고, 왼편으로 조금만 오르면 이내 주차장(駐車場)이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팽나무이다. 1982년에 보호수(保護樹)로 지정된 수령이 400년도 넘는 나무인데, ‘병을 앓고 있던 사람이 이 나무 앞에서 기도를 드렸더니 그 병이 깨끗이 나았다’는 신령(神靈)스런 얘기까지 전해진 탓에 이 나무에 치성을 드리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만날고개는 만남·놀이·축제를 테마로 한 공원으로 산뜻하게 조성(造成)되어 있다. 고갯마루로 오르는 길가에는 그네와 공연장이 보이고, 만날고개의 상징인 모녀(母女)가 부둥켜안고 있는 조형물도 보인다. 물론 이 고장에서 배출한 천상병시인의 시비(詩碑)도 빼 놓을 수 없다. 천시인의 시비에는 그의 대표작인 ‘새’가 새겨져 있다.

* 산행이 시작되는 만날고개(해발 180m)는 모녀(母女) 상봉의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고개이다. 고려 말 마산포 바닷가에 가난한 양반(李氏)가문의 편모슬하 세 딸과 어머니에 얽힌 이야기다. 맏딸은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해 고개 너머에 있는 윤진사댁에 돈을 받고 시집을 갔다고 한다. 신랑이 반신불수(半身不隨)에다 말도 못하는데도 이를 개의치 않았나 보다. 3년 만에 청상과부(靑孀寡婦)가 된 후에도 혹독한 시집살이에 시달리던 맏딸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친정 소식이라도 들을까 해서 음력 8월17일 살그머니 만날고개로 올라갔다고 한다. 때마침 친정어머니도 같은 생각에서 고개로 나왔다가 서로 만나게 돼 모녀는 얼싸안고 눈물을 쏟았다는 이야기다. 해마다 음력 8월 17일이 되면 그간 소식이 끊겨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숱한 사연들을 가지고 이곳에 모인다. 마산에서는 1983년부터 해마다 추석 즈음에 이곳에서 민속축제로 '만날제(祭)'를 열고 있다.

 

 

 

 

만날고개 제단(祭壇)의 오른편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서 100m정도 올라가면 산행안내도가 서있는 주능선에 이르게 되고, 무학산은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된다.(이정표 : 대곡산 정상 1.0Km/ 무학산 정상 3.6Km)

 

 

 

만날고개에서 대곡산 정상(517m)까지는 쉼 없는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길가의 나무들은 참나무 일색, 잠깐 편백나무 숲이 보이더니 또다시 참나무들이 주종을 이루어 버린다. 나뭇잎이 다 져버리고 빈 가지만 남은 오른편 숲 사이로 마산 앞바다가 얼핏 내려다보인다. 산행을 시작한지 30분 남짓 오르면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이고, 그 뒤에 대곡산 정상이 있다.

 

 

 

 

 

정상표지석과 돌무더기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곡산은 주변의 나무들로 인해 조망(眺望)이 트이지도 않을뿐더러, 가슴에 담을 만한 특별한 볼거리도 제공하지 못한다. 대곡산 정상은 낙남정맥과 만나는 지점으로서, 무학산 정상에서 이어오던 낙남정맥이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서 쌀개고개로 연결된다.(이정표 : 무학산 정상 2.6Km/ 안개약수터 2.0Km/ 쌀개고개)

 

 

 

대곡산에서 무학산으로 진행하자마자 나무테크로 만들어진 전망대(展望臺)가 보인다. 운동기구와 의자를 갖춘 쉼터를 겸하고 있는 전망대에 서면 마산 앞바다가 눈앞에 다가온다. 왼편에 보이는 도심(都心)은 창원, 그리고 발밑과 오른편이 마산시가지이다. 통합창원시의 나머지 한축인 진해구는 창원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산줄기 너머에 있을 것이다.

 

 

 

 

대곡산을 지나면서 길은 부드러워진다. 고운 황토 흙길에다 경사(傾斜)까지 완만(緩慢)하기에 모처럼 여유를 부려본다. 주어진 산행시간이 넉넉하니 구태여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마침 오른편의 조망까지도 시원스럽게 열리고 있다. 쾌청(快晴)한 겨울날씨 탓에 마산만의 물빛이 파랗게 빛나고, 그 위에서 떠도는 자그마한 섬들까지도 선명하게 튀어나오고 있다.

 

 

 

능선을 걷다보면 오른편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마산만(灣)이다. 바다는 호수(湖水)처럼 잔잔하고, 그 위에 떠다니는 철선(鐵船)을 낭만으로 안고 있다. 만약에 가슴에서 만들어내는 감동을 화폭(畵幅)에 옮겨낼 수만 있다면, 아마도 화선지(畫宣紙) 위에는 잔잔한 물결이 넘실대는 마산포구에는 돛단배들이 하늬바람 따라 출렁이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서정적인 정경이 있기에 많은 문인들이 이곳에서 배출되었을 것이다. 이은상, 이원수, 천상병, 반야월, 방학기, 김해랑, 강제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예술가(藝術家)들이 이곳에서 배출되었다.

 

 

 

문득 길이 둘로 나뉘고 있다. 이정표가 없는 삼거리지만 눈어림으로 이곳이 안개약수터로 가는 길과 나뉘는 삼거리임을 알아낸다. 망설임 끝에 안개약수터를 포기하고 오른편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조금 험하겠지만 조망(眺望)이 좋은 코스이기 때문이다.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마산시내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곡산에서 무학산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며 이어지는 능선은 결코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밋밋한 평지(平地)보다는 굴곡이 있는 산길이 걷기에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이 구간은 유난히도 전망(展望) 좋은 곳이 많다. 길을 가다가 혹시라도 시야(視野)가 열린다싶으면 놓치지 말고 들어가 보는 것이 좋다. 대부분 앞이 시원스럽게 뚫린 바위들이 보이고, 넓은 바위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산만이 시원스럽기 때문이다. 도시(都市)와 잘 어울리는 바다에 떠있는 큰 배가 마치 장난감처럼 보인다.

 

 

 

 

 

학봉갈림길에서 난간까지 갖춘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드디어 무학산 정상이다. 무학산 정상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흙으로 이루어진 능선위에다 커다란 바위를 얹어 놓은 형상이다.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는 깃대 아래에 정상표지석이 서 있고, 그 아래는 널따란 헬기장이다.

* 무학산 정상표지석 뒷면에는 ‘삼월정신의 발원지’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비석과 옆에서 일년 내내 펄럭이고 있는 태극기는 무학산에 대한 마산시민들의 강한 자부심이 아닐까한다. 알다시피 마산은 1960년대 이승만 정권에 대항했던 ‘4.19혁명’의 촉매제(觸媒劑) 역할을 했던 ‘3.15의거’와 1979년의 ‘부마항쟁(釜馬抗爭)’의 발생지로서 민주화의 성지(聖地)이다. 마산시민들은 그동안 보여줬던 자유·민주·정의를 사랑하는 시민정신이 마산을 감싸 안고 있는 무학산의 기개(氣槪)와 정기(精氣)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산시민들은 저렇게 무학산을 사랑하며 아끼고 있는 것이다.

 

 

 

정상은 자잘한 암릉으로 된 민둥산인 탓에 360도의 조망(眺望)을 선사한다. 마산·창원·진해 시가지(市街地)가 한눈에 들어오고, 시가지 앞의 바다 풍경이 마음을 탁 틔워준다. 나머지 방향은 온통 산들이 차지하고 있다. 남쪽을 대하면 무학산을 통과해 천주산, 정병산을 밟은 낙남정맥이 바다로 향하고 있고, 서쪽으로는 여항산과 서북산, 광려산 등이 펼쳐져 있다.(이정표 : 중리 5.8Km/ 마녀중 3.9Km, 서원곡 1.9Km/ 만날고개 3.6Km) 무학산은 우선 웅장하고 부드러운 산세(山勢)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발아래에 펼쳐진 평온한 도시와 바다, 보석처럼 올망졸망 떠 있는 크고 작은 섬 등 아름다운 풍경(風景)을 만끽할 수 있다. 만일 여기에다 꽃이라도 덮어 놓는 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까? 그렇단다. 아름다움을 완성하기 위해서인지 봄이 되면 이곳은 진달래꽃이 산을 온통 둘러싸버린다고 한다. 무학산이 붉은 학(紅鶴)으로 변하는 것이다.

 

 

 

 

 

정상에서 학봉방향으로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365개의 건강계단 아래에 널따란 공터가 보인다. 바로 서마지기이다. 지명(地名)인 마지기는 밭 한 마지기 할 때의 그 마지기인데, 학교 운동장처럼 넓은 공터다. 예전엔 등산객(登山客)들이 이곳에서 축구를 했다고 하니, 그 넓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의 등산 안내도에는 등산로가 표시된 춤추는 학 한 마리가 날고 있다. 무학산을 춤을 추고 있는 학(鶴)으로 그려볼 때, 정상은 학의 중심부(中心部)인 몸통이며, 동쪽의 바위봉우리인 학봉이 정수리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리고 정상 바로 아래의 서마지기에서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줄기는 왼쪽 날개, 그렇다면 오른쪽 날개는 당연히 우리가 올라왔던 대곡산과 만날고개로 이어지는 능선(稜線)일 것이다.

 

 

무학산 정상에서 중리방향으로 내려서는 능선은 온통 진달래나무들이 점령(占領)하고 있다. 봄이면 붉게 타오를 능선을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느긋하게 내려선다. 아직도 시간은 여유롭기 때문이다. 이곳 무학산은 부근에 위치한 천주산과 더불어 진달래 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봄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인파(人波)들로 홍역을 치른다고 한다. 붉게 핀 진달래들이 온 산을 뒤덮는 장관(壯觀)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찾아든 사람들로 인해서이다.

 

 

 

중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시루봉가는 이정표(里程標 : 시루바위 0.8Km)가 보이기에 들어선다. 산행대장이 한번쯤은 들러봐야 할 곳이라는 안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바위를 구경할 일이 별로 없는 산에서 드물게 만나게 되는 바위 봉우리이기 때문에 권했을 것이다. 시루봉은 시루떡 판처럼 생겼다하여 이름 지어졌다는데, 철(鐵)계단을 올라서면 왜 시루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가 실감이 난다. 대패로 민 듯이 반반한 바위가 널따랗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뭘 보려고 왔죠?’ 오는 길에 미끄러져 무릎이 깨진 집사람의 질문에 할 말을 잃는다. 실망한 표정이 역역하다. 무릎까지 깨져가며 찾은 시루봉은 가슴에 담아갈만한 특별함은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루봉에서 바라본 무학산 정상

 

 

시루봉에서 되돌아 나오는 길은 아까 왔던 산사면 길을 버리고, 능선을 따라 봉우리 위로 오른다. 삼거리에서 중리방향인 낙남정맥은 왼편으로 흐르고 있다. 능선은 흙산 특유의 부드러움 외에는 별다른 특징은 보여주지 못한다. 공원처럼 잘 가꾸어 놓은 산길을 따라 얼마쯤 내려오면 삼거리가 보이고 마재고개는 오른편 능선으로 내려서면 된다.(이정표 : 마재고개 1.2Km/ 중리입구 2.3Km/ 정상 3.5Km)

 

 

 

 

 

산행날머리는 마재고개

삼거리에서 시작되는 나머지 구간도 그저 그렇고 그런 산길이 이어진다. 솔향이 짙던 숲길은 하산지점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참나무로 바뀌어 가고 있다. 집사람과 내일 떠날 덕유삼봉산의 산행 얘기를 나누다보니 진행방향에서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리고 이내 널따란 차도(車道)가 보인다. 등산로 초입에는 ‘도시종주 반달투어형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고, 6개 코스를 표시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