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산(無隻山, 703m)

 

산행일 : ‘11. 11. 12()

소재지 : 경남 김해시 생림면과 상동면의 경계

산행코스 : 여덟말고개시루봉→무척산 정상천지모은암생철마을(산행시간 : 4시간)

함께한 산악회 : 송암산악회

 

특징 : 무척산은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사랑이야기가 곳곳에 묻혀있는 설화(說話)의 산이다. 주능선이 남북으로 이어지는데, 북서쪽 사면은 가파르고 곳곳에 암벽이 단애(斷崖)를 이루고 있다. 이곳의 기암절벽(奇巖絶壁)은 빼어난 암석미(巖石美)를 자랑하고 있어, 예로부터 김해의 소금강이라고 불려왔다. 생림면에서 바라보면 날카로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막상 산으로 올라서면 전형적인 흙산(肉山), 천지 부근은 제법 널따란 분지(盆地)로 되어있다.

 

 

 

산행들머리는 여덟말고개 고갯마루

신대구-부산 간 고속도로상동 I.C에서 빠져나와, 바로 만나는 60번 지방도(地方道/ 김해방향)를 따라 진행하면 상동을 지나 나전농공단지 삼거리에 닿게 된다. 농공단지를 통과한 후, 69번 지방도(여차리 낙동강방향)로 갈아타고 달리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산행들머리인 여덟말고개에 이르게 된다.

 

 

산행은 생림면 상사촌에서 상동면 여차리로 넘나드는 고갯마루인 여덟말고개에서 시작된다. 고갯마루의 등산로 입구에는 무척산 안내판이 서있다. 안내판 옆에 무척산 정상 2.7Km라고 적힌 이정표도 세워져 있으니 길이 헷갈릴 염려는 없을 것이다.

 

 

이정표가 지시하는 대로 임도로 들어섰다가, 잠시 후 왼쪽 능선길로 올라선다. 세월 탓인지 봉분이 납작해져버린 묘지를 지나면 삼각점(밀양463, 1997복구)이 보이고, 다시 한 번 능선을 치고 오르면 너른 공터로 이루어진 봉우리 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곳이 바로 시루봉이다. 어느 호사가(好事家)가 이름을 붙였을까? 별로 특이할 게 하나도 없는 봉우리이건만 버젓이 시루봉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봉우리에는 이곳이 시루봉이라는 것을 알아챌만한 어떠한 징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봉우리에 올라서면 전면에 무척산 정상이 올려다 보인다.

 

 

 

시루봉에서 안부로 내려서면, 아까 여덟말고개 근처에서 헤어졌던 임도(林道)와 다시 만나게 된다. 왼편에 하사촌으로 내려가는 산길이 제법 또렷하게 나있다. 안부에 있는 묘지의 옆에 이정표(하사촌 1.3Km/ 무척산 정상 2Km/ 여덟말고개 0.7Km)가 세워져 있다. 정면의 통나무계단을 밟고 올라선다. 바닥이 자갈길로 된 가파른 오르막길은 꽤나 미끄러운 편이다.

 

 

345kV 송전탑(送電塔, 해북T/L 75) 아래에는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하얀 억새꽃들이 능선을 치고 올라오는 바람결에 나풀거리고 있다.

 

 

 

송전탑을 지나면 조잡하지만 제법 공들여 쌓은 듯한 돌탑을 지나게 된다. 이어서 나타나는 솔밭을 헤치고 오르면 전망(展望)바위에 이르게 된다. 지나온 능선을 물론, 김해의 신어산과 석룡산이 바라보인다.

 

 

 

한동안 올려치던 능선은 경사(傾斜)가 약간 누그러지면서 묘지에 닿는다. ‘! 우리가 정상으로 올라가고 있는 게 맞나요?’ 정상 방향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에 집사람이 던지는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개와 함께 산을 오르는 등산객이 보인다. 무척산이 도심(都心)에서 가깝고, 별로 높지도 않기 때문에 개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자그만 봉우리 하나를 넘어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조금 전까지 보여주던 모습을 벗어던져버리고 어느 사이엔가 암릉으로 변해있다. 그리고 이내 무척산 정상인 신선봉에 올라서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이 지났다.

 

 

 

 

무척산 정상은 양쪽 사면(斜面)을 축대를 쌓아 만든 흙으로 된 분지(盆地)에 바위들이 깔려있는 듯한 형상이다. 정상에는 커다란 정상표지석과 삼각점, 그리고 태극문양에 방위 등을 새긴 대리석과 이정표(여덟말고개 2.7Km/ 백학교 5Km/ 생철리 3.9Km)가 서있다. 정상에서의 압권(壓卷)은 무엇보다도 뛰어난 조망이다. 눈을 들어보면 사방에 산이 첩첩(疊疊)이 쌓여있다. 산악회장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生家)를 안고 있는 봉화산이란다. 남쪽 방향에 불모산이 보이고, 그 뒤로 도열해 있는 것은 무학산과 천주산일 것이다. 발아래에는 영남의 젓줄기라는 낙동강의 강줄기가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 광경이 내려다보인다. 강 주변에 자연스레 만들어진 삼각주 평야(平野)는 곧 풍요로움의 상징이다. 가히 한 나라를 세울 수 있을 만한 요지(要地)이다. 그래서 김수로왕은 이곳에다 금관가야를 열었을 것이다. 날씨가 쾌청하다면 낙동강 건너편으로 종암산과 화왕산, 그리고 영취산이 보이련만...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생철리 방향으로 내려서면 흔들바위 갈림길, 그리고 이어서 나타나는 백운암 갈림길을 지나면 기도원의 뒤편으로 내려서게 된다. 기도원 건물 사이를 지나면 곧바로산상( 山上)호수를 만나게 된다. 이 호수는 천지(天池)라는 어엿한 이름을 갖고 있다.

 

 

 

 

 

 

천지(天池)의 가에 있는 통천정(通天亭)이라는 정자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정자에서 바라본 호수에 가을빛이 완연하다. 이 호수는 김수로왕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김수로왕이 죽은 후 묘를 만들려는데, 능침에서 자꾸 물이 나온 모양이다. 인도에서 건너온 신보라는 신하의 고을의 높은 산에 연못을 파면 능침의 물이 빠진다.’라는 의견의 따라 판 연못이 지금의 천지라고 전해지고 있다.

 

 

 

천지(天池)에서 모은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천지 둑 아래로 잠시 내려서면 또 하나의 전망대(展望臺)를 만나게 된다. 부산-대구간 고속도로와 낙동강 너머로 밀양과 삼랑진 일대가 내려다보이고, 북쪽 사면에서 절벽(絶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기암괴석(奇巖怪石)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절벽을 감싸고 있는 숲들은 가을빛이 완연하다.

 

 

 

 

 

 

제법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을 돌아 내려오면 왼편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무척폭포이다. 크기가 그다지 크지도 않고, 가뭄 탓에 수량(水量)도 많지 않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는 폭포이다.

 

 

 

 

무척폭포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등산객들의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바로 연리목이다. 나뭇가지가 붙어 하나의 나무를 이루는 연리지(連理枝)이다. 이곳에서는 부부소나무라는 이름으로 사랑받고 있단다. 이 나무 앞에서 부부가 손을 맞잡고 빌면 부부의 금슬이 좋아진단다. 처녀총각이 빌 경우에는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부부도 얼른 손을 붙잡는다. 그리고 바쁘게 빌어본다. 원래부터 사랑의 메신저로 소문난 우리부부이지만, 한층 더 사랑이 솟아나는 느낌이다. 그래서 저렇듯 애틋한 설화(說話)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이곳부터 모은암(母恩庵)까지 이어지는 길은 주변에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탕건바위, 장군바위, 청룡바위, 백호바위, 남근모양의 바위 등 각양각색의 바위들이 전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잘 다듬어진 산길을 따라 얼마간 내려오면 오른편에 우뚝 선 현무암(玄武巖) 덩어리를 볼 수 있다. 마치 하늘에 벽이 하나 서 있다는 느낌이다. 이 지방 클라이머들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하늘벽이라는 자연암장(自然巖場)이다. 바위에는 그들이 사용하는 볼트들이 박혀있다. 하늘과 맞닿은 듯이 솟은 바위 옆으로 시야(視野)가 확 트인다. 생림면의 잘 정리된 논밭들이 발아래 펼쳐지고, 낙동강의 물굽이와 삼랑진 건너편의 토곡산이 멋진 배경으로 전개되고 있다.

 

 

 

등산로 양옆으로 신장처럼 들어선 바위들도 만날 수 있다. 심심할 만하면 나타나는 바위들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바위굴을 지나 왼편 암벽 아래로 잠시 나아가면 사적비가 보이고, 이내 모은암에 이르게 된다.

 

 

 

무척산 모은비라고 적힌 비석에서 오른쪽으로 50m정도 더 가면 모은암(母恩庵)이다. 모은암은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이 어머니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 지었다는 절이다. 높고 험한 바위틈에 지은 암자라 경내(境內)가 넓지는 않지만, 계단과 기도터 등에서 두터운 세월의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모은암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는 물론 뒤편까지 바위들이 솟아 있어 마치 거대한 바위 위에 암자가 세워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사찰에서 종각(鐘閣)인 모음각(母音閣) 앞에다 온수통과 봉지커피를 준비해 놓고, 오가는 등산객들에게 커피 보시(布施)를 하고 있다. 가슴이 따스해져 온다.

 

 

모은암을 빠져나와 하산을 서두른다. 각이 뚜렷한 화강암으로 잘 쌓아 만든 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이내 모은암의 주차장이 보이고, 이곳에서부터 생철리까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내려가는 길에 뒤돌아보면 무척산의 암릉이 위엄스럽게 버티고 서 있다.

 

 

 

산행날머리는 생철리 버스정류장(停留場)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내려오면 생철리 주차장이다. 주차장에는 이곳 진영지방이 감의 주산지답게 먹음직스런 감을 팔고 있다. 도로 맞은편에는 감나무 과수원(果樹園), 산에서 내려다볼 때 단풍나무 숲같이 붉게 빛나던 곳이 감나무 과수원이었던 것이다. 주차장에서 100m정도 더 걸어 내려오면 바로 김해에서 삼랑진을 경유해서 밀양까지 다니는 버스의 정류장(停留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