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레이는 여름입니다.
모두가 떠나는 꿈을 꾸지요.
그냥 집에 눌러앉아 있기는 너무 아까운 계절이니까요.

연인이나 친구들과 함께
땀 뻘뻘 흘리며 높은 산을 오르거나, 드넓은 바다에서의 해수욕도 괜찮을 것입니다.
그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깊은 산속 삼림욕이라도 한번쯤 시도해 볼만 할거고요.

여름은 장마의 계절이니 언제 빗방울이 거세질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방구석에서 뒹굴며 주말을 보내자니 왠지 억울하고….
비와 어울리는 나드리... 비안개 서린 산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숲길을 가득 덮는 빗소리, 몸을 부풀린 계곡물,
그리고 은은한 독경소리가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맑게 해주지 않을까요?
한 주일 켜켜이 쌓인 속진 그산 한 귀퉁이 가만히 내려 놓고파 산을 찾았습니다.
마침 숲 우거지고 물 맑은... 거기다 삼학사란 고찰까지 낀 두타산이 보이는군요.

얼굴이라도 보고싶다 대전서 올라온 이와 술한잔 거나하게 걸치고
룸사롱의 유혹에서도 내가 산을 선택함은 그만큼 “산과 사람들”이 좋기 때문입니다.
산이 좋고, 사람이 좋고... 이밖에 그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나의 해방구...

술에 폭삭 젖어 옆자리 콩비비추의 미모도 눈에 들지 않습니다.
채 꿈틀거려보지도 못하다 눈을 뜨니 벌써 댓재에 도착했는 모양입니다.
어두운 하늘에 별자릴 찾을 순 없지만 그래도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으~ 추워... 산중 추위에 떨면서도 두리번거림은 비가 반갑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 소망이 하늘에 닿았을까요? 다우악님의 모습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으니까요.

밤길 랜턴 불빛 하나에 매달려 걷고 또 걸을 수 밖에 없습니다.
목통령 지나 두타산... 박달령 지나 청옥산...
그리고 연칠성령에서 그 긴 능선길을 접고 지루한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두타산 못미쳐 부지런한 산새가 안내하는 아침도 맞고...
청옥산 밑 칠십줄 할아버지께 오십이라 우김은 산이 주는 풍요가 전이되었음이 아닐까요?
거기다 더하여 머루님의 주신 오리알이 배낭에 가득하고 또 0귀비 잎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계곡길은 울울창창 숲으로 덮여 있습니다.
수령이 수백년은 됨직한 소나무와 참나무는 서로 키재기를 하며 가지를 치켜들었고
제법 거센 물살이 휘도는 계곡 가장자리엔 수십번 홍수를 이겨냈을 법한 고목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한여름 땡볕이 아무리 기세등등해도
이런 고목이 드리우는 그늘에 들어서면 금방 서늘하게 풀이 죽습니다.
땡볕 가려준 구름에 산행내내 고마워했는데 갑자기 미워짐은 나 또한 평범한 인간이니까요.
고목 그늘이 있는 계곡에선 아무래도 땡볕이 제격 아닐까요?

앞쪽의 벼랑은 날카롭지만 산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습니다.
타박타박 걷기 좋은 코스. 계곡 옆 길이 시종 물길을 곁에 두고 걷게 하는군요.
그러나 그 코스와 궁합 안맞는 등산화 신은 난 미끄러움에 죽는줄 알았답니다.

큰 나무와 작은 숲은 울창해 원시림을 연상시키고, 산아래 벼랑과 벼랑 사이로
맑은 계곡이 흐르고, 눈을 들면 숲과 숲 사이로 먹빛 하늘이 떠있습니다.
무릉계곡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둠속에서도 이처럼 푸르디 푸릅니다

이름 모를 새 노랫소리 울려퍼지는 숲 그늘에서
파아란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은 비록 없지만 초여름의 한가함을 즐기고 싶습니다.
등줄기 서늘한 암반에 가만히 누워봅니다. 그리고 가만히 두눈을 감습니다.

그 고요의 명상은(낮잠?) 세선녀의(오션, 빗소리, 푸울) 깔깔거림에 끝나버립니다.
그래도 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음은
뼈속까지 시린 물속에 온몸 내 던진 그녀들의 싱그러움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린 두타산... 맑은 계루에 두 발 담그고
하루쯤 원시의 숲 드리워진 자연에 온 몸을 맡기면 바로 그곳이 유토피가 아닐까요?

그래서 이곳이 무릉도원에서 따온 무릉계라 불린답니다.

그 곳 한켠에 喜․怒․哀․樂․愛․惡․欲 내 七情을 가만히 내려놓고 돌아왔답니다.
무릉도원의 신선께 깨끗이 씻어 돌려달라면서요.

덧붙이는 글
특출나게 좋은 일 하신 분은 없었으나
다들 흠잡을데 없이 깨끗한 산행들을 하신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각팀의 팀장님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특히 가로수길과 팀원들 예고없이 끼어든 절 잘 챙겨주어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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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북한산('03.6.10)

2011. 11. 4. 11:17

산벚꽃도 지고 철쭉도 지고, 허공에 가득하던 새 울음소리도 잦아든 때입니다.
새초롬한 봄날은 갔고 무성한 여름날은 아직 주춤거려야할 유월의 아침나절....
도심의 열기 탓인지 아님 며칠 빨리 온다는 계절 탓인지 북한산은 이미 한 여름이로군요.

다행이 진달래 능선은 숲길이라 짙푸른 녹음이 알맞게 햇볕을 가려주지만
습기를 품은 무더운 공기는 산행 초입부터 이쁘게 닦는걸 포기하라 땀을 많이도 내려줍니다.
옆에서 걷는 울 짝궁, 불암․수락산 종주하며 그리도 힘들어하던게 겨우 이틀전이건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씩씩하게 따라오는건 아마 오늘이 그녀에게 특별한 날이기 때문일겁니다.

오늘은 저희 만남의 일주년 기념일...
둘다 무던히도 산을 좋아하기에 우린 만남의 의미를 산에서 찾아보기로 했거든요.
거기다 내 좋아하는 님들과 같이하는 즐거움이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이벤트 어디 있겠습니까.
특히나 산 아래에는 내 절친한 친구들이 눈이 빠지게 제 하산길을 기다리고 있을 거구요.
내 귀여운 소주, 막걸리, 맥주들이 내 사랑 다시 찾은 날을 축하한다면서 말입니다..

“난 엄마의 딸이어서 행복했어요.”
“난 다시 태어나도 엄마의 딸이 될 건데, 엄마도 내 엄마가 되어 줄 거야?”
시인 도종환 님의 글에 나온 어느 모녀의 대화입니다.
임종을 앞둔 엄마와 딸이 나눈 이 마지막 대화를 보며 아름다움을 느낀 이유가 뭘까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장면에서 말입니다.

가만히 그녀의 손을 잡아봅니다.
아! 콩콩이 이런 저희 뒷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나요?
그리고 가만히 속삭여 봅니다.
“난 당신의 옆지기여서 행복합니다”
“난 다시 태어나도 당신 곁에 머물고 싶은데 괜찮겠소?”
수줍게 웃는 그녀의 옆 얼굴너머 떡갈나무 이파리도 행복에 겨워 빛나고 있습니다.

만경대 밑을 돌아 백운대를 오릅니다.
아까부터 감탄을 연발하던 솔피네와 군청색의 입이 다물어지질 않습니다.
더 높고 더 험한 산도 넉넉히 오르는 그녀들이건만 북한산은 처음 오른다나요.
이걸보고 燈下不明이라고 하나요? 갑자기 제 자신이 자랑스러워지기 시작하는군요.
어쩻든 누군가를 기쁘게 해준 건 사실이잖아요?

코발트와 분위기가 비슷한 산새의 나르는 듯한 산행실력을 얘기했더니
자기도 5등안에는 든다고 시기하던(?) 아삼이 안보이는게 벌써 날라갔을까요?
아님 미모에 반한 외간 남자들이 같이 사진 찍자 집적대던데 혹시 작업중?

백운산장에 들르니 설산과 설인이 반기네요. 돌림자가 같은 雪字인데 형제인감?
두부 한조각 김치에 싸서 막걸리 한잔 걸쭉하게 들이키는데 앗뿔싸 이건 아니옵니다.
어찌나 신지 몸에 좋다 눈 딱감고 마시던 감식초가 불현 듯 떠오르는군요.
하도 시어 홀짝이는 막걸리 사발이 바닥날 즈음 달친구가 도착합니다.
어제 설악산에 다녀오고 또 다시 산에 오르다니....
리찌리보고 산에 미쳤다고 했더니만 여기 또 한사람 미친분이 계시군요.

리찌리의 인도로 인수산장까진 바윗길을 택해봅니다.
새로 태어난 리찌소녀 군청색의 모습에 환호하고
작품사진에 열중한 가로수길은 급경사 암반이 무섭지도 않은지 이리저리 잘도 뛰어 다닙니다.

어제 늦게까지 마신 탓에 힘들어하던 오션과 푸울의 표정이 밝은게 이미 풀렸나보군요.
막둥이 알피니스트 얼굴에선 청량한 미소가 잠시고 떠나지 않네요.

앗! 분위기에 오염되었을까요?
아예 얼굴부터 웃는 형인 스피드님이나 산봉우리․온정이 부부는 차지하고라도
근엄한 다우악님까지도 문듯 문듯 미소를 보이시네요.
덩달아 디브(몰디브? 여행사에 다니냐 물었더니 아니라는 군요)도 새내기 신선도 살짝 웃네요.

북한산까지 온통 ‘산과 사람들’의 분위기에 빠져 껄껄거립니다
아마 먼저 내려가신 스텔라님도 조용한 미소로 답하고 계시겠지요?
그 증거는 늦게 나타난 명륜당님의 활짝 웃는 얼굴에서 찾을 수 있군요.


아! 점심 얘기가 빠졌죠?

점심의 풍요로움은 언젠가 끄적여본 어릴적 야그로 대신해봅니다.

많고 많은 음식들 이것저것 주어 담았더니 고통속에 줄여논 허리가 어느새 원상회복....
거기다 푸울이 준비한 얼린 생맥주에 또 다른 이가 준비한 막걸리...(누구였더라?)
이미 배불뚝이가 되어버린 허리에 한숨쉬며 옆집아이의 배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밖에요.

누군가 어느 정책 반대방향에 서면 그해 농사는 틀림없이 성공이란 얘기를 하더군요
혹여 음식이 부족할새라 조금은 여유롭게 준비했는데 다들 같은 생각이었던가 봅니다..
차려진 점심상은 진수상찬 그 자체였습니다. 저걸 짊어지고 오르느라 얼마나 고생들 했을꼬?


어린시절 봄이되면 늘상 배가 고팠다
먹을 것이 없어 비참했던 보리고개, 얼른 모리가 익었으면...
참다 못해 보리서리라도 하다보면 입 언저리뿐 아니라 얼굴 전체가 먹물로 물들었다.

아이야 무슨 소린지 이해할까마는 그래도 들려주고 싶다.
“사기그릇에 고봉으로 가득담은 보리밥과
열무김치 하나로 끼니를 때워도 뿌듯햇던 때가 있었노라고....“

학교갔다 돌아오면 다들 들녁에 나간 빈자리만이 아이들을 반길뿐...
점심때 먹은 도시락은 기억에 없고 처마 밑에 매달린 대나무 광주리만 눈에 차 오르고.
한걸음에 도착한 뒤안 옹달샘가...
바닥에 깔린 보리 알갱이 하나라도 놓칠새라 조심스레 물에 인다.

몽당 놋수저 움직임을 누가 볼새라
두입 걸러 한입 넣는 된장 입힌 풋고추의 얼얼함에 엉덩이 들썩거림은 차라리 추임새다.
그나마도 보리밥에도 정신없이 코박던 옆집아이는 갈비뼈 앙상한 가슴에 배만 남산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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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피고 집니다.
섬진강 매화 소식이 엊그제 같은데
산천은 온통 진달래 천지고, 벌써 서울에도 벚꽃이 후두둑 떨어진지가 엊그제입니다.

하지만 꽃바람은 아직도 한참 멀었고
헐거워진 땅에 들풀이 번져가는 이 즈음에는 배꽃과 복사꽃이 피어납니다.

4월말에는 잎을 먼저 낸 사과나무가 껍질을 찢고 꽃망울을 밀어내고
5월에 들어서면 철쭉이 산천을 물들이지요.

4월이 가기 전에 아니 5월이 오기 전에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겠네요.
잎이 무성한 뒤에야 꽃망울을 내미는 게으른 철쭉이 마중나오기 전에
난 이미 시들었을 삼월의 꽃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백두를 찾았습니다.

조금 길 따름 완만한 구릉을 걷게될 백두 15구간....
운좋으면 행여 하늘과 맞닿은 황토밭의 ‘라인’을 볼 수 있을까요?
나지막한 밭고랑에 내려설 때 선명하게 드러나는...

때로는 버선코처럼 오뚝하고, 때로는 기와처럼 볼록한 공제선...
일본의 저명한 풍경 사진작가 마에다 신조가
선의 아름다움에 반해 죽을 때까지 홋가이도의 구릉지대에서 머물렀다지요 아마?

비를 머리에 이고 나서는 대간길...
사위는 어둡고 추운데 그 어디서 꽃이며 공제선을 찾으란 말인가?
그저 앞서가는 김치마녀의 “머리조심”소리를 동무삼아 한발작 또 한발작 내 디딜 따름
머리 부은거야 약바르면 낫겠지만 약도 없는 나무는 어쩌란 말인가요.
산님들아 담부터는 “머리조심”“발조심” 대신 “나무조심”“돌조심”을 외치면 어떨까요?

“거꾸로 매달아도 새월은 간다“
군시절 생각(병장제대지만 사실 총한번 못쏴보고 행군한번 안해본 나이롱 군대) 들 즈음
가녀린 산새울음과 함께 여명이 찾아오더이다.

그리곤 짙은 안개를 뚫고 눈 앞에 차오르는 진달래... 진달래...
늦은 봄 장대비가 무거워 고개 숙이 꽃술이 예뻐 한입 배어물어봅니다.
아~ 쓰다. 그리움 찾아왔음에 차마 내뱉지 못하는데 입안에 봄내음이 가득해집니다.

행여 공제선 보일새라 좌우로 두리번거려봅니다.
앗! 좌우에 더 높은 산들이 보이는게 행여 백두대간길을 잘 못 찾아든게 아닐까요?

머루님과 헤어지게 만든 아라치의 지난 후기를 원망하고(또 썼지?)
시집을 못간건지 안간건진 몰라도 이쁘디 이쁜 지수제로와 떠들다
짱구가 건네는 포도주에다 아직도 목이 얼얼하도록 시원한 달친구의 얼린 생맥주...

꽃의 요정이 찾아온건지 아님 연록의 나뭇잎 기를 받았음인지 생동의 묘를 알게될 즈음
어느새 저멀리 버스가 보이네요. 귀경길을 재촉하며....

행군, 행걸 이것 저것 챙기느라 고생 많았고
한팀이었던 두발로님, 이리랑님 같이해서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쌈당번이 빠져서 고민했는데 이것저것 부지런히 챙겨다준 베티는 역시 예쁘고
고기 빼곡이 넣은 쌈으로 날 수줍게 만든 콩콩이는 또 다시 생일 축하...
오랜만에 본 털보맨 아우의 건강미에 나까지 감염되어 씩씩할 수 있었고,
맘에 드는 배낭을 떠억 안겨준 상춘님 넘 감사합니다.

끝으로 삼총사(오션, 빗소리, 푸울)는 이젠 완전한 백두맨이 된 것 같구
내년이면 갑장되는 지수제로... 얘기 친구 되어줘서 고마웠네 그랴~
조용한 미소의 취우님...
님의 미솔 한번이라도 더 보고파 의자뒤로 고갤 자주 돌리다 아직도 고개가 뻐근하네요.

명님 이하 다른 님들도 같이해서 즐거운 산행이 될 수 있었습니다.
16구간에서 또 반가운 얼굴들을 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특히 취우님...누가 프로포즈라고 하지 않을까 모르겠네 그랴 ᄒᄒᄒ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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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출발해서 오후 1시 조금 넘어 도착했으니 11시간에 좀 못미쳤나요?
(명님이 점심식사를 핑계로 채근하지 않았다면 최소한 한시간은 더 걸렸을거구...)
그 정도면 백두대간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거리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지리산종주구간, 정령치구간, 거기다 육십령구간 등등 지나온 구간과
앞으로 가야할 산행에 이보다 길고 험한 구간이 수없이 많은게 백두대간입니다.

그러나 반갑지 않은 비...정말 만나고 싶지 않은게 비입니다.
그리도 싫은 비와 더불어 한 14구간은 힘들다기보다 차라리 지겹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요?
언제나와 같이 모든 핑계를 多雨岳님에 돌리면서도...
자꾸만 빗소리의 얼굴이 떠오른다면 빗소리가 싫어할까요? 그래서 닉이 중요한가봅니다.

그러나
심하지 않은 높낮이 덕택에 나 혼자의 사념에 빠져도 결코 위험하지 않은 평탄한 능선에.
양탄자를 깔아논 것 같이 푹신해서 한번 드러누워 보고팠던 낙엽길...
나중에는 비록 질퍽거려 보행까지도 힘들었지만 그게 비탓이지 어디 산탓이겠습니까?
구태여 더 세분시키라면 다우악님 탓이지요.ᄏᄏᄏᄏ

안전산행을 위해 사전답사까지 해주신 명님... 그런 모습 오래오래 보여주셨으면하네요.

달친구팀장과 머루님, 구름나그네님, 상춘님, 그리고 이쁜이 베티...
백두대간 갈때마다 어제의 팀을 그대로 가져가자고 우리끼리 굳게 약속했지요?

맞습니다. 맞고요.
어제 분명히 명님께 못 박아두었으니 틀림없이 그리 될겁니다요.

손수 기르신 오리알과 거위알에다 손수 주워서 끓인 도토리묵 안주만 해도 과한데
이천 쌀밥에 소고기 샤브샤브까지 바리바리 싸오신 이천댁 머루님~
오딧술과 꿀술 반주에 한소쿠리나 되는 은행안주는 보너스였지요?

양념돼지고기를 짊어지고 오신 상춘님 밑반찬의 제조처가 각기 다르다구요?
역시 남자들도 잘 생기고 봐야하는 모양입니다. 얼굴이 안받춰주는 나는 기죽어서 원~

과일에 커피 등등...
이것저것 내 놓는 팀원들 덕분에 삼겹살을 준비한 제 손이 쪼매 부끄러웠답니다.

특히 LG마트에 비유하던 달친구 말마따나
베티의 베낭은 나와도 나와도 끝이없는 화수분이란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았고요.

우리팀 다음산행에는 빈손으로 가기로 했지요 아마?
삼십육계중 미인계를 사용해서 베티를 사절단으로 보내면 더 많은 음식을 맛볼 수 있을거라구요.

홧팅 달친구팀!
다음에도 같은 팀으로 꼬옥 손잡읍시다레~

덧붙이는 말 : 짱구와 하이에나 넘 보기 좋더라.
하나 남은 백두완주꾼 땡민도 같이 왔으면 錦上添花였을 것을...

아침출근(오늘은 5시50분에 사무실 도착)이 짐이 되어 그 좋아하는 뒷풀이를 마다했습니다.
돌아오는 지하철 속에서 아쉬운 침을 삼킨건 아마 제가 술과 사람들의 1호회원이기 때문일겁니다.

어제 산행 때 보니 봄은 우리곁에 이미 와있더군요.
버들강아지 꽃망울 터뜨리기 일보직전이고 진달래도 새순을 내밀기 시작하는걸 봐서요.

새로이 시작되는 한주... 힘차게들 맞이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시기바랍니다.

덧 붙이는 말 2 : 내가 갖고 있는 시에로컵이 베티꺼지 아마?
깨끗이 씻어두었으니 다음 산행 때 돌려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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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한라산 ('03.1.27)

2011. 11. 4. 11:11

"겨울산행은 장비와의 싸움이다"
누군가로부터 그런 말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러려니했다.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그 말이 구구절절 옳았음이 가슴에 와 닿는다.

무심코 떠난 제주도여행...
겨울산의 눈만 예상했지 겨울비까지 대비하는건 내 머리 용량으로는 과분했다.
명님이 주신 배낭에 스팻츠와 아이젠, 그리고 장갑...
다만 동장군을 대비 동진에 들러 파워스트레치 상의와 조끼를 챙기곤 완벽을 노래했다.
행여 눈올 때를 생각해 방수방풍의까지 꾸렸으니 더 이상 무엇이 두려우랴!

토욜 오전에 도착한 제주는 화창 그 자체였다.
성산포 근처 유명하다는 흑돼지집에 들러 배 두드리는데 조껍대기 막걸리를 뺄 수야 없겠지?
몽골인 조랑말 공연과 민속촌... 대충 하루해가 저물어간다.

제주도에서는 제주도 음식으로...
내 개인적으로는 별로로 생각하는 회...
날것이 좋다고 희희낙낙 즐기는 야만인들 같으니라고...
자연산이라 자랑하는 주최측이 아니드래도 이미 그 형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손끝들이 날렵하다.
안주 삼아 한두점 입에 넣으며 내일 아침 속쓰림을 떠올리니 이래 난 섬이 싫다.

관음사 매표소... 사위는 어스름에 쌓여있다.
추적거리는 겨울비에 산행여부를 놓고 고민...그러나 제주는 자주 찾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방수방풍의를 믿어보나 잘못되었음을 확인하는데는 채 한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그리고 교훈 하나 "장비는 좋은 걸루 사는게 좋다. 특히 겨울장비는..."

용진각대피소 앞...비바람에 추위가 심상치않다.
팬티까지 젖은 옷은 무게가 심상찮고, 신발속은 질퍽...쥐어짜는 장갑에선 물이 한바가지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언젠가 명님이 한 말을 떠올리며 퇴각...
서귀포에 있는 경치 좋은 파라다이스호텔이 구경하자고 꼬드기고
허니문하우스의 유명한 커피로 나머지 사람들까지 꼬드기는건 완주하는 넘 생기면 억울하니까...

서귀포의 유혹에 끌려 달리다시피 재촉하는 하산 길...
탐라계곡은 철 아닌 겨울비로 등산화 목이 넘치게 물이 찰랑거린다.

차가 도착할 때까지 들른 관리사무소...
부족한 것 없느냐며 난로 옆으로 자릴 만들어 주시는 소장님의 얼굴은 우리 옆집 아저씨 같고
여직원은 커피에 귤에... 대접이 부족함을 미안해 할 정도로 인정이 넘친다.

정보 한마당...
"제주도에 가거들랑 해수목욕탕에 가지 맙시다"
한사람 나오면 다른 한사람 입장... 옷장 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히 인산인해다.
옷장 없이 샤워만 하겠다며 줄을 서지 않고 입장하는 기지를 발휘... 그래도 옷 지킬 보초는 필수다.

또 다시 별로인 황돔회로 저녁...
다행이 일식집이라 넉넉한 밑반찬 덕분에 술마시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제주도에서 드릴 건 이것뿐이라며 들려주는 한라봉 한박스 받아들고 트랩에 올라선다.

잘 놀고 잘 쉬었지만 정상정복의 아쉬움은 떨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어둠에 쌓인 한라산 향하여
기다려라! 내 다시 널 찾으마!
그리고 "다음에는 꼭 완벽한 장비를 갖추고 찾아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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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이게 바로 2호선... 말로만 듣던 지옥철이구나?
산지니팀장이 명령한 시간에 맞추느라 7시경에 내린 교대역엔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파에 휩쓸리다 겨우 출구에 도착한다.

겨울산행은 체력과의 싸움인기라~
삼겹살 구워놓고 에너지원으론 참眞 이슬露....
마침 다람쥐님이 쏘신다니까 아줌마 1인분 추가요~
술과 밥을 섞지 않는게 습관이지만 산행걱정에 바닥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돌아가며 소개를 끝내고 명님의 일정안내...
차에서 쉬다가 세시경에 산행을 시작하겠단다.
뭐야 그럼 무박산행 아녀? 내일도 일정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가 있나?
내 걱정을 눈치라도 챈양 1시 조금넘어 매표소를 통과한다.
조용조용 지나가라 주의를 주지만 그들의 웅성거림은 잠재울 수는 없다.
아니나 다를까?
백담사 못미쳐 트럭에서 내린 명님 그렇게 부탁했는데도 벌금내게 했다고 입이 석자다.

역시 배태랑들?
이박삼일... 그것도 겨울설악을 찾을 정도라면 배태랑들이겠지?
백담사를 향하는 님들의 발걸음은 여자들이 싫어한다는 군대 말로 거의 구보수준이다.
군대생활 삼년에 구보나 사격한번 해본 일이 없는 나이기에 확실치는 않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우리들의 머리위에 언제부턴가 새벽별들이 내려 앉아있다.
거짓말 조금 붙여 이마의 헤드랜턴과 별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로..
행여 별똥별이라도 보일까 찾아보지만 눈에 안띄는건 소원은 일출산행 때 빌으렸다?

일년만에 만난 뎅그리가 반가워 이 얘기 저 얘기...
오랜만에 나온 탓에 카페 회원들의 근황이 무척이나 궁금했나보다.
항상 발랄함으로 주위사람들까지 밝게 만들어 주는 모습이 넘 보기 좋다.

하이고 추워죽겠다.
메트리스를 깔았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600그램짜리 침낭으로는 무리인가보다.
오들오들 떨다 문득 배낭속의 오리털파카가 생각나지만 추위에 꼼지락거리기도 싫다.
추위에 뒤척이는 몸짓도 행여 곤히 자는 뎅그리 깰세라 조심스럽다.
쯧쯧 날 지켜준다고 해 놓고 혼자서 잠만 잘도 잔다.
그러나 한숨 못자고 떨면서도 다음날 산행걱정에 밖의 소주파티에는 참석을 사양...

계란탕에 계란찜...
산지니의 아침메뉴는 계란으로 도배다.
가져오란 글이 없었다고 김치를 빼 먹는 순진한 우리 팀원들...
먹고살기 위해 김치 구걸하는 몸짓에서 끈끈한 팀웍을 자랑한다.
출발을 외치는 명님의 목소리가 날카로운건 날새워 술마신 젊은이들 탓일게다.
앞장세워 럿셀로 땀나게 해서 주독을 빼겠다는 순진한 명님....
10분이 채 못되어 차라리 날 잡아 잡수슈~

가야동계곡은 냇물이 얼지 않아 불가하니 그냥 돌아가면 어떠리?
안전에 초점을 둔 명님의 의도와는 반대로 다들 가는 곳까지 가보자는 의견들이다.
3시반 안에 쌍폭에 도착하지 못하면 원점회귀키로 하고 봉정암을 향해 출발...
순탄한 평지여서인지 진행 속도가 눈없는 평길과 거의 같은 속도다.
그냥 봉정암으로 진군키로하고 머리 잘굴린 님들은 수렴동으로 돌려보낸다.
원점회귀를 예상하고 배낭을 놓고 온 머리 좋은 우리의 젊은이들이여 속상했지?

냇가에 자리잡고 라면으로 점심...
국물에 햇반 넣고 라면죽 먹으며 얼른 배낭속의 쏘줄 꺼낸다.
장거리 산행에서 무게 줄이는게 제일 중요하다는걸 아는걸 보면 나도 이젠 배태랑?
양주까지 치우에게 넘기고 나니 언제 어께가 아팠냐는 듯 컨디션 굿!

쌍폭을 목표대로 3시30분경에 통과했으나 갈수록 경사가 급해진다.
경사와 반비례로 산행속도는 떨어지고....
지쳐버린 산지니 심심찮게 눈속에 쳐박히고, 돌산의 낯빛 또한 갈수록 창백해진다.
사태골 못미쳐 어스프레한게 저녁이 가까워오고 기온까지 뚝 떨어진다.
급경사에 매달려 럿셀하는 인수봉의 뒷모습에서 슈퍼맨의 참모습을 찾아낸다.
그리고 근 든든함에 온갖 불안함을 떨쳐버린다.

500미터가 이렇게 먼 거리일줄이야~
가도가도 500미터의 끝이 나오지 않는다.
강풍에 날리지 않으려 엎드린 바닥에선 차디찬 눈가루가 반갑다 얼굴을 때린다.
자연스레 나오는 욕지꺼리 끝에 발견한 봉정암의 불빛이 눈물 나도록 반갑다.

암자 오는 길 열어줘서 하룻밤 재워주겠다는 산사의 처사님...
우리들 부담갖지 마라고 하시는 말씀이 정겹고 저녁공양에 이은 아침은 꿀맛이다.
한갓지게 저녁을 들려했던 6명이 밥을 굶는 불상사가 초래될 정도로 일미이다.
소청까지 간다고 출발했던 다른 팀들이 어깨까지 눈이 쌓였다며 돌아오는 걸 보고
다시한번 봉정암의 친절에 가슴 쓸어내린다.
보시를 근간으로 삼는 불가의 참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해준 봉정암의 하룻밤이었다.
스님들 모두들 극락가시오소서!

아침밥 먹자마자 인수봉의 뒤에서 세컨을 서기로...
그러나 내 한계는 겨우 10분... 길손님께 양보하는 길에 달친구까지 앞장세운다.
그런 내 결정이 옳았음은 몸무게 탓에 탄탄한 길을 만들어나가는 달친구가 증명해준다.
눈속 수영 몇번에 소청에 도착하니 조금전 무박 120명이 천불동으로 내려갔단다.
그러나 하산시간 단축하려는 우린 대청을 거쳐 오색으로 내려가기로 결정...

중청산장에서의 점심...
밥을 짓는건 좋으나 고기를 구워먹는건 금지라는 말에 삼겹살 다시 넣을 수 밖에...
김치찌개를 만드는 산지니의 손끝에서 참기름 내음이 고소하다.
밥이 다되는 동안 햄썰어 나머지 소주도 깨끗이 청소하고...
팀장이 없어 외로운 청년21에 고생한 인수봉까지 초대해 둘러앉은 점심상이 풍요롭고
후식으로 나온 달구지의 삼계탕이 소주를 더 오라 부른다.

비닐백 위에 앉아 야호를 외치는 치기어린 해피의 목소리에 취해
나도몰래 엉덩일 눈길에 내 맡겨버린다.
그리고 스키점프....
달구지 등판이 그렇게 강한줄 몰랐고 뒤따르는 돌샘이 그리 힘좋은 줄 예전엔 몰랐다.
그리고 단 한번의 점프에서 난 완전히 새됐다. ㅎㅎㅎㅎㅎ

오늘도 내 눈위엔
영광의 반찬고가 반짝이고
퉁퉁부은 입술에 헐어버린 코....
멍든 엉덩인 모든 사물의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

그래도
산이 좋아
근무까지 조정하며
일출산행 신청하는 날 다들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누가 뭐래도
산이 좋은 걸 어쩌란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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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관악산('02.12.21)

2011. 11. 4. 11:08

"¢¥♀A☆∂♠¤∮∑"
TV켜지는 소리에 눈을 뜨나 화면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군복차림의 친구가 뭐라고 떠들고 있으나 가뜩이나 서투른 영어라
무슨말 하는지는 도통 모르겠고...
에라 모르겠다 시트 끝자락에 머리카락까지 감춰버린다.

어!
기억의 끄트머리에서 문득 오늘 산행이 있음을 끄집어내고 자리를 턴다.
여섯시... 사위는 아직 캄캄하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발 맞춰 빈속이 메슥거리다니 남자도 애 서나?
종로번개에서 벼락 맞은 숙취에 손가락 하나 꼼지락거리기 싫지만
오늘 '산과 사람들'의 관악산행을 리딩하기로 했으니 별 수 없다.

우선 쌀부터 씻어 밥솥에 안치고...
잠깐의 고민 끝에 국거린 미역으로... 며칠전 산 조갯살이 싱싱하다.
유자차 끓여 보온통에 넣고 난 후
어젯밤 술 뒤끝에 질린지라 들었던 술한병 슬그머니 내려놓는다.

배낭을 짊어진 채로 투표를 마치고 지하철로 향하는 길
'내가 던진 이 한표 올바른 선택이 되게 해 주소서!'

약속시간 10분전쯤 도착한 낙성대역에는 이미 꽤 많은 사람이 모여있다.
새내기 분들의 손목까지 스스럼없이 잡을 수 있는 건
너나할것없이 산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열명... 스무명... 서른명...
돌산네 동료들의 도착을 마지막으로 서른다섯명...
어! 이거 장난이 아니네 그랴~
걱정 끝에 명님의 도움을 기대해 보나 그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다.
어제의 번개가 원망스러워지는건 아마 어깨를 누르는 부담감 때문일거다.

입만 벌리면 술냄새 난다고 인상들을 찌뿌리니 조금 떨어져서 출발신호...
술이 아직 덜깻지만 그래도 그냥갈 수 있나? 막걸리 몇병 챙겨본다.
무게 때문에 세병 이상은 무리인데 메니아들 때문에 부족하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점심 때 꺼내 놓은 막걸리는 괜히 산적님 입맛만 버렸다.

헉~헉~
산의 초입을 들어서기 무섭게 단내를 내품는다.
주독으로 찌든 몸에 포근한 날씨까지 도와주니 시작부터 땀으로 목욕이다.
풍류님 왈 "화창의 근원은 써니이니라"

뒷쳐지는 님들 기다린다는 핑계로 두어번 쉬고 나니 어느덧 연주대 밑...
눈앞의 절벽을 안전하게 오를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데
쉬는시간에 도시락 먹다 들킨듯 계면쩍게 웃는 두분은 분명 우리님들이다.
언젠가 하이에나에게서 배운 무릎 빌려주기 두어번에 모두 연주대에 도착.
정상에서 조우하기로한 과천의 상춘님이 먼저 도착하시어 반갑게 맞아준다.

역시 여자는 이쁘고 봐야혀~
인파를 피해 점심자리 찾아나서다 발을 접지른 룰루랄라님...
발목에 압박붕대를 감아주는 별나라님까지 안에 넣고 둘러싼 남정네들
그 진지함이 나 같은 사람은 발붙일 틈도 안준다.
전에 백두대간 때 내발 접질렀을 때는 그 흔한 스프레이도 안뿌려주더니만
씨~ 나두 다음에는 여자로 태어난다.

옹기종기 둘러앉은 점심자리...
출발때부터 자랑하던 꿀술 때문에 설화님 곁을 떠날 수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꿀술은 술술 잘도 넘어간다.
거기다 손수 기르신다는 오리알까지 안주로 내 놓는데야 가긴 어딜가?
설화님 이왕이면 이천에서 번개한번 때리소!

"놨두슈~ 다섯 왕자님께 둘러 쌓인 공주님이우~"
달구지의 제안으로 자운암쪽으로 변경한 하산길이 제법 험하다.
필요 없이 걱정 마라는 달구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룰루님을 업은
겨울사랑이 너무나 듬직하다.
평소에 여자를 좋아하는 내가 가만있을 수 있나?
부리나케 등판을 내밀어 보지만 그녀는 영계 찾아 하이에나에게로...
나두 한때는 젊었었는데... 흑~흑~

하산지점에서 그토록 두리번거렸던 명륜당님이 이제서야 얼굴을 내민다.
아마 어젯밤 술자리가 새벽에나 끝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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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반에 거북곱창인데요. 산행 출발하기 전에 한잔하고 가시죠"
퇴근무렵 걸려온 달구지의 전화... 어느분의 호출인데 아니나가랴~
집에 돌아오자 마자 배낭 대충챙겨 교대역으로 향하는 발길이 가볍다.

한주 내내 괴롭혀온 감기가 물러가니 백두대간이 내 손안에 있는 듯 좋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해도 즐거운데 거기다 더하여
곱창에 소주라니 어찌 아니 즐거울 수 있겠는가?

어두운 길눈 티내느라 두 번이나 전화질해서 겨우 도착한 약속장소에는
검정색으로 도배한 다우악, 달친구, 산사나이에다 정장의 달구지가 먼저 와
둥그런 드럼통을 둘러싼채로 익어가는 곱창 앞에서 침들을 흘리고 있다.
먹기 좋을 만치 익어가는 곱창은 아직 손도 안댄듯...

체력이 국력이라 세판을 열심히 먹고 마신 후 후식으로 볶음밥 또 한그릇...
다우악님아 그렇게 먹어댔으니 탈안나고 배기겠수? ㅎㅎㅎㅎㅎ
막 자리를 터는데 우리의 명랑소녀 꼬마둥이가 들어선다.
어제 산 좋아하는 사람과 선봤는데 암벽과 리치에 너무 빠진 것 같아 싫다나?
둥이야 남차친구 없는 사람들 들을까 두려우니 넘 티내지 말그라~

서서히 걸어서 도착한 교대역 명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여기저기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띄어 그 썰렁함에 괜시리 죄스럽다.
더 많은 우리 님들과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백두대간이 기다리고 있는데야 차는 출발할 수 밖에 없고...
선운산행 때 그 실력을 검증 받은 해밀의 손에 자연스레 마이크가 건네진다.
낯이 익은 남자분들 대부분 셋째주말에만 보이는걸 보면 아마 백두대간꾼?
다들 면면이 한山하는 베테랑들인지라 일반산행에는 얼굴들을 내밀지 않아
겨우 백두대간때에나 얼굴들을 볼 수 있다.

해밀, 잔다, 미설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얼굴들로 교체된 여성분들....
아~ 지난번에 길잃고 혼자서 헤매던 산사랑님도 보이네?
무릎고장으로 고생하지 않을까한 내 기우를 깨끗이 잠재워버린 수퍼우먼들이었다.

참가 인원이 적은 탓에 자기소개가 일찍 끝난 후 그냥 놀먼 뭐하나?
준비해간 과일주 한잔씩 돌리는데 어느새 쫒아온 명님 인상이 꽤 날카롭다.
산행코스가 어려우니 술을 삼가래나?
에이 여보슈~ 오늘 코스 수월한지는 내 익히 들어 알고 있수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두런거림에 살며시 눈을 뜬다.
차에 오르기전 한병 넘게 마신 소주 탓인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실대로 말하면 잔소리로 되돌아올 것 같아 꾸~욱 참을 수 밖에 없는데
뒤 쪽의 다우악님 견디기에 한계가 있는지 창백한 얼굴이 넘 안쓰럽다.

"와~ 별이다 별!"
그래 별은 그렇게 우리의 머리 위까지 가까이 와 있었다.
이른봄 2구간때 고리봉에서 저런 별 본 이래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하두 가까이 있어 어쩌면 긴 장대 하나 구하면 닿을 것도 같다.
제일 밝은 것으로 두어개 따 먼저 울 짝궁 가슴에 하나 달아주고
그래 오랜만에 울 부모님들 가슴에도 하나씩 달아 효도좀 해 볼까나?

아무리 별이 고와도 산행의 힘듬은 덜어줄 수 없다.
심한 경사에 그나마 차도는 좀 낫다 삼도봉 오르는 비탈길은 아예 죽을맛이다.
식식거리며 오르는데 누군가 왈 곱창 4총사가 다 고전하고 있단다.
삼도봉 정상의 괴물(의미없는 돌 구조물)에 걸터앉아 다시한번 별을 헤아려본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별 하나 골라 내 소원을 띄워 보낸다.
땡민의 모델이나 할가 찾는 다우악님이 안보이는걸 보니 그여 포기했나보다.

1123봉 오를 즈음 서서히 여명이 찾아온다.
분홍빛 여명 밑에 눌린 듯 깔린 검은 띠가 제발 구름이 아니었으면....
올 한해 해돚이 구경한게 언제였던가? 띄워보내는 염원이 더욱 절실하다.
지나온 길 돌아보니 산등성이 곳곳에 하얀 띠가 펼쳐있다.
언제 내렸는지 녹다 남은 잔설이 늦게나마 찾아준 산꾼들을 반기려는 듯이...

"와~ 해닷!"
삼삼오오 둘러앉아 아침준비 바쁜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환호성...
너나할것없이 하던일 다 내팽개치고 능선으로 달려나간다.

산허리에 걸쳐 있는 붉디붉은 해를 본일이 있는가?
그 서글픈 듯 아름다움에 가슴 떨려 코끝이 아려본 일이 있는가?
올 설날 지리산 형제봉에서 천왕봉 봉우리에 걸린 해를 바라보며
눈물 한방울 떨구던 기억에 슬며시 눈두덩일 만져보지만 물기는 없다.

아름다운 해돋이의 여운을 안고 걷는 능선길...
가을내내 쌓여온 두터운 낙엽에 맡긴 내 발끝이 그렇게 부드러울 수 없다.
다만 시도때도 없이 얼굴을 때리는 이름모를 넝쿨이 갈길 더디게 하였지만
약하지 않은 바람도 매섭지 않고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푸르기만하다.

화교봉에서 단체사진도 한판 찍고....
한가히 걸어 도착한 우두령엔 멋쟁이 안기사님과
아직도 핼쑥한 얼굴의 다우악님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그렇게 의지력있고 강한 님이 얼마나 몸이 안좋으면 중도에 포길했을까?

다우악님 고맙수~
님이 아니계셨기에 산행내내 쾌청한 날씨였지 않았나 하우~ ㅎㅎㅎ
어느 님이 多友岳의 우가 雨라 비를 몰고다닌다 하지 않았남유?
빨리 건강 회복하셔서 다음산행에는 다함께 완주할 수 있길 바랍니다.

맨 마지막 휘날레를 장식하는 즐거운 점심시간...
서서히 바람이 거세지는걸 보니 아마 소나기 한둘금 하시려나보다.
그래 지금 다우악님과 같이 있지? 먼저 차속으로 들어가쇼!
아~ 그래서 이번도 어김없이 비와함께한 산행으로 기록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울 팀원들 다 어디간거여?
여기저기 점심준비들로 부산한데 울팀은 한명도 안보인다.
고길 굽고싶어도 야체가 없으니 그저 옆팀 고기 익기만 기다려본다.
그리고 익자마자 낼름 한입 구겨넣는다. 금강산도 식후경....

다른팀들 시작한지 한참뒤에야 좌판 펼친 초심팀의 삼겹살파티엔
명님의 말마따나 소문난 삼겹살을 맛보려는 인파들로 넘친다.
같이 따라오는 소주, 국선소주(?) 한잔한잔에 내 몸은 점차 젖어가고...

늦게 시작한 죄루 비에 쫒겨 다른팀들 다 철수한 뒤까지 우린 즐겼다.
엣~취! 그러다 흠뻑 젖고야 말았다.
울 짝궁이 건강이 최고라고 혔는디.... 혹시 감기 다시 오는거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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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민둥산('02.11.11)

2011. 11. 4. 11:04

악몽!
어제의 산행은 한마디로 악몽이라 할 수 밖에 없다.
평소에도 썩 산을 잘타지는 못하지만 설마 어제 같아서야....

토요일은 내 문화의 날
늘 그렇게 해온 대로 무작정 종삼으로 발길을 향했다.

한달에 두번 이상은 연극이나 영화
잘 자서 탈이지만 가끔은 콘서트와 같이 하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었고
또 그렇게 10여년을 지켜온 셈이다.

며칠전부터 느낀 감기기운을 떨쳐보려
사무실도 오늘은 땡땡이(내 토요일은 프리랜서 데이임)
스포츠센터에서 두어시간 죽어라 뛴 덕분인지 몸은 조금 나아져있다.

서울극장 앞(객석수가 많아 자주 찾는 편임)
본 아이덴티티는 이미 끝났단다.
아이 엠 쌤 앞에서 망설이다 조금 무거울 것 같아 레드 드레곤으로...

영화 시작전에 채워두려 시도한 점심이 영 아니다.
청국장찌게 시켜 놓고 반주는 낙지볶음에 쐬주로...
낙지 두 조각에 소주 2잔, 청국장찌게 두모금에 밥 한숫갈 이게 다다.
우격다짐으로 더 넣어보려 하나 속에선 구역질로 응답 해온다.

그리고 영화도 겨우 20여분만 보고 쫑쳤다.
삭신이 아프고 쑤시는 데야 어쩔 수 없쟎은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내내 민둥산 산행이 걱정이다.

눈을 뜨니 새벽 4시가 조금 넘어있다.
저녁내내 배겟머리가 젖을 정도로 땀흘린 덕분인지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조금 무리인 것 같지만 억새로 유명한 민둥산을 그냥 지나칠 수도 없고,
거기다 더한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이까짓 감기 쯤이야.
대충 몇 숫갈 뜨고 배낭 챙겨 교대역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문막휴게소에서부터 또 몸이 떨리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풍류님께 부탁해서 약술 몇잔으로 온기를 북돋워본다.

글구 민둥산 오르는 길...
누가 디게 편하게 오를 수 있다고 했는데...
상태가 안 좋아서였는지 무지 헉헉거리며 땀 많이 흘렸던 산행이었다.

그 고생을 하고 올라본 민둥산은...
산이름 만큼이나 밋밋하고 조망이 없는 산....
거기다 강원도의 특성을 살려 정상근처까지 임도가 뚫려있는 산.
정상에 널따랗게 펼쳐진 억새밭의 광할함과 아름다움도
영남알프스에 있는 재약산을 가기 전에 들러야만 운취를 느낄 수 있는 산...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며 "차라리 집에서 몸조리나 할 것을"
내려오는 길엔 다리에 힘이 풀려 뻘밭에 딩굴어 보기까지...
처음부터 민둥산은 날 거부하였나 보다.

그래도
정상 못미쳐
슬며시 한켠으로 불러 내미는 스머프의 따뜻한 국물과 소주가 반가웠으며
점심시간에 풍류님이 돌리는 붉은 빛 도는 훈민정주의 색깔이 너무 고왔고
하산후 잔디밭에 펼쳐진 멋쟁이 안기사님의 묵에서 훈훈한 사랑이 느껴진다.

돌아오는 찻속
명님이 명령으로 뒷자리로 자리를 옮겨보니
피터팬님이 동반한 사랑스런 로얄살룻과 아름다운 조우...
그러나 어찌나 인기가 높던지 한번 밖에 못 만났다.
다정스레 내미는 하이에나의 둘째잔은 언제 부턴가 소주로 바뀌어있다.

노래한곡 부른 후 앵콜 몇번 외치다 어느새 스르르 잠자리로.....
다시 찾아드는 한기...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
거기다 온몸 곳곳이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
주위에 안 들키려고 노력했지만 내 끙끙거리는 소리가 제법 컸나보다.
건네오는 님들의 애정어린 목소리로부터 엔돌핀을 찾아 가슴에 품는다.
그리고 그 약효가 오늘의 출근을 가능케 했을거다.

과꽃님과 헤어져 집으로 가는 길...
심히 내일 출근이 걱정된다.
산에 갈 수 있는 놈이 몸 아프다고 출근 못한다는 말은 듣지 말아야지.
강동에 개원한 동생놈에게 주사라도 한 대 맞을 양으로 헨폰을 때렸으나,
죄없는 당직간호사가 집에까지 다녀가는 고생만 시켜드렸다.

오후의 사무실
와이셔츠 위에 조끼를 입고
그 위에 다시 두꺼운 가디건을 걸쳤다.
아직도 약간의 한기속에서 가끔 기침까지 곁들이고 있다.
아쉽지만 오늘 저녁 피터팬님의 생일파티엔 못나갈 것 같다.

어제의 산행 같이한 님들 반가웠습니다.
한편으론 저 때문에 산행의 즐거움이 반감되지 않았나 걱정이네요.
특히 돌아오는 찻속에서 처음 뵈온 다은2001님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귀찮을 정도로 자주 내 컨디션을 챙겨준 하늘꽃 고마웠다.

님들 다음 산행에서 또 뵈올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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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관악산('02.11.5)

2011. 11. 4. 11:03

어~어~
벌써 이렇게 되었나?
짝궁네 집에서 돌아와 설거지 마치고 나니 8시반이 다 되어간다.
아직 짐도 안 꾸렸는데....

시커먼 속내를 드러낸 밥솥을 들여다보며
게으른 애들을 원망하기보다는 도시락 챙겨준 짝궁에게 먼저 감사해본다.
하마터면 싫어하는 길거리 김밥 신세질번했음에 가슴 쓸어내리며....

불이나케 유자차 끓여 보온병에 옮겨 담고,
불그스레 색깔 고운 꽃사과주도 한병 챙기며
천리길 영광 법성포 뒤져 사온 45度짜리 백주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저 병속의 붉은 빛 같이 아름다운 분들과 산행하게 해 주소서!

지하철 역사를 뒤져 먼저 형희님 찾아내고,
온갖 시선을 지하철 출입구에 집중시키는데 웬 아리따운 처자가 올라온다.
곧바로 간절한 염원을 담아 "산과 사람들"이기를 외쳐본다.
영험한 기도가 건진 그녀의 이름은 가을의 전설...
그리고 그녀는 어디선가 십일월이라는 예쁜이 한분을 더 모셔왔다.

휴식님의 조금 늦는다는 전화에는 미안해하는 기색이 완연하다.
얼굴 붉히지 않아도 되니 걱정말그라~
아직 안온 달구지라는 이는 미리 신고까지 했으니 족히 30분은 더 늦을걸?
뒤이어 가을의 전설님曰 "다음부터는 아예 30분 늦게 도착해야지"
내 이럴줄 알았지 '산과 사람들' 님들 약속시간 잘 지킵시다레~~

달구지가족이 도착하자마자 산행 시작...
오늘은 향교 뒷편에서 우측 능선을 따라 올라보기로 한다.
관악산에서 아름다운 능선중 하나이니
잘하면 오늘 이 아름다움에 반한 산식구 몇명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 급하지 않은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달구지네 막내가 문제다.
그 든든한 아빠는 싫다며 굳이 연약한 카타리나님만 찾는게 아닌가.
뒤로 쳐지기 시작하더니만 얼마 안있어 계곡으로 오를테니 연주암에서 만나잔다.

갑자기 조금 불안해진다.
배테랑이 빠졌으니 이제부터는 혼자서 꽃님들을 모시고 올라야한다.
"리딩하는 사람이 그 산행을 책임져야한다"
언젠가 말하던 명님의 얼굴이 갑자기 클로즈업 되는건
아마 그만큼 안전산행에 대한 절실함이 가슴에 와 닿아서였을거다.

관악산은 위험한 바위산이니 일단은 서서히...
마침 가을의 전설님이 힘들어하니 배려해 주는척 보조를 맞춰본다.
그리고 山景은 능선에서 바라보는게 제일이라는 진리도 설파하면서...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그 능선에서 본 가을산의 단풍은 설악산이 부럽지 않았다.

396봉을 지나 559봉 못미쳐서 만난 구름나그네님
땀에 젖은 모습을 보니 꽤나 부지런히 따라오셨나보다.
서로를 소개시켜 주나 게시판에서 이미 낯익은 닉이라며 다들 반가워한다.

매달리고 또 돌아가며 오르는 바윗길 끝 연주대위에 암자가 걸려있다.
그러나 그 벼랑에 왠 인간들?
얼키고 설키게 매달린 모습을 감나무에 연 매달리듯하다고 표현하면 맞나?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갑자기 박목월의 시가 생각나는
외줄기 코스를 보며 이제나 저제나 우리 차례 기다리는데
절벽 중간에 매달려 대성통곡하는 웬 아가씨 갈길바쁜 나그네 발목을 잡는다.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에 뒤엉켜 짜증스런 와중에도
문득 넘 무서우면 싼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이 글쓰다 게시판에 들러보니 피터팬님도 싸는 야그를 적었네 그랴~
역시 우리는 以心傳心 맘이 통하는 설흔아홉살 갑장! ㅋㅋㅋㅋㅋ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판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다른 루트를 찾아보기로
우선 수직벽에 매달린 로프를 잡으며 여자분들 눈치를 본다.
형희님이야 예상했지만 제일 힘들어하던 가을의 님까지 이까짓거 하는게 아닌가?
나머지 분들도 도와주려 밑에 서있는 날 할 일 없게 만들어버린다.

연주암엔 달구지가 어~없다.
구름나그네님의 오징어를 안주삼아 꽃사과주를 나누며
술도 고기도 못 먹는 스님들 집이라 미안해하면서도 맛이 워낙 일품이라...
그래도 넘치는 인정이라 달구지 마실건 남겨놓자나?

시간이 지체된 하산길은 구세군회관 뒷편 능선길로...
이 능선은 위험한 암벽능선이어선지 아름다움에 비해 사람들이 별로 없다.

한적한 등산로 옆에 자리잡은 점심식사...
오늘 11명이 산에 올랐는데 그중 여자분들이 8명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그 나머지 3명의 배낭에서만 도시락이 나오는게 아닌가.
역시 '산과 사람들'에 속한 남자들은 괘않은 남자들인가 보다.ㅎㅎㅎㅎㅎ

와!
평소에도 푸짐한 달구지의 도시락이지만 오늘은 완존히 진수성찬이다.
"헤피 버스데이 투 달구지!" 아니나 다를까 전날이 생일이랜다.
잡채에 보쌈 등등 둘러앉은 암반이 좁을 정도로 푸짐하다.

그리고 내려 오는 길...
푸짐하게 얻어 먹은 죄로 둘째딸 책임졌다.
바윗길에서 애를 안고 내려와본 사람만이 내 힘들었슴을 알걸?
산을 오를 때도 흘리지 않았던 땀을 한바가지나 쏟았다.
다행이 둘째가 예뻐서 망정이지 미웠드래면 절대 힘든짓 안했을겨~

다섯시간을 넘긴 산행이라 비록 힘들었지만
저렇게 아름다운 가을산을
이렇게 아름다운 이들과 같이한 시간이라 당연히 즐거울 수 밖에 없다.

그 산행후 같이하는 뒷풀이
조금 더 같이하고 싶었지만 저녁근무에 쫒겨 헤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봐야 평소보다 한시간을 더 넘겨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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