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산 (修道山, 1,317m)

 

 

 

산행코스 : 심방마을→흰대미산→양각산→시코봉→신선봉→수도산→불석재→불석계곡→심방마을 원점회기(산행시간 : 4시간40분)

 

소재지 : 경북 김천시 증산면·대덕면과 경남 거창군 가북면·웅양면의 경계

산행일 : ‘11. 4. 9(토)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소백산맥에 있는 名山의 하나, 가야산을 분수령으로 하는 비교적 높은 山群으로서, 동쪽에 가야산 국립공원과 서쪽에 덕유산 국립공원을 끼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는 전형적인 肉山(흙산)이나, 아기자기한 암릉길도 심심찮게 나타나기 때문에 산행이 결코 지루하지가 않다. 山의 형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흙산이 머리 위에다 바위봉우리를 얹고 있다는 느낌이다.

 

 

 

 

산행들머리는 심방마을

‘88올림픽 고속도로’ 가조 I.C를 빠져나와, 가조면 市街地를 통과한 후, 1099번 地方道路를 따라 가북면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회남 삼거리’와 ‘중촌리’를 지나서 심방부락에 닿게 된다.(참고로, 안전산악회에서는 ‘대전-통영고속도로’ 무주 I.C에서 내려와 37번 國道를 타고 백두대간인 신풍령을 넘은 후, 1089번 지방도를 활용하여 1099번의 ‘회남 삼거리’로 연결시켰다.)

산행은 심방마을 입구의 육각정을 왼편에 끼고 돈 後, 산의 아랫도리를 감싸며 이어지는 林道를 따라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200m정도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물기 한 점 없는 오른편 계곡으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왼편에는 일본이깔나무(낙엽송)과 오른편에 잣나무 숲을 끼고 흐르는 등산로는, 오랫동안 쌓인 낙엽으로 인해 폭신폭신한 것이 걷기에 여간 좋은 게 아니다.

 

 

 

 

 

人間萬事 塞翁之馬, 인생이 늘 좋은 일만, 또는 나쁜 일만 있는 것이 아니 듯, 산행 길로 항상 편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길지 않은 계곡이 끝날 즈음, 등산로가 인적이 끊긴 지 오래인 듯한, 오른편 능선을 치고 오르면서, 언제 편한 길이 있었냐는 듯 무지막지한 急傾斜로 변해버린다. 모두들 힘들어 하지만, 집사람이 유독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열 걸음 띠기가 무섭게 한 걸음을 쉬어가려고 할 정도로... ‘주어진 시간에 늦지 않도록 할테니 걱정마세요.’ 쉬어가려는 집사람을 채근하는 나에게 돌아오는 아내의 짜증스런 답변이다. ‘담에는 산행시간이 긴 코스는 같이 가자고 하지 마세요.’ 서투른 채근 한마디가 宣戰布告로까지 이어져버린 불행의 序曲이 되어버렸다.

 

 

 

 

‘길이 아닌 길에서 길을 찾다’ 인적을 찾기 힘든 길을 개척하며 20여분 이상을 오르면, 드디어 ‘아홉사리 고개’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능선에 닿게 된다. 등산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듯 등산로는 잘 닦여있지만, 그러나 오르막 경사는 조금도 약해지질 않는다. 힘든 고행 길에서 15분 정도를 더 오르면 진행 방향의 능선 위에 하얀 바위무더기가 보이고, 바위를 부여잡고 위로 오르면, 얼마 안 있어 흰대미산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지도에는 ‘흰대미산’, 그러나 이곳 정상표지석은 ‘흰덤이산’이니 과연 어떤 것이 옳은 地名일까? 정상의 바위벼랑은 흰 색은 아니더라도 회색빛 차돌과 비슷하고, ‘덤’이라는 單語가 바위라는 경상도 방언일지니, ‘하얀 바위산’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살린 ‘흰덤이산’이라는 정상표지석이 옳은 표기인 것 같다. 흰덤이산(白石山)의 정상은 1,018m의 高峰답게 시원시원한 조망을 보여준다. 비록 연무(煙霧)에 가려 시계가 좋지 않지만, 左右로 가야산과 덕유산이 의젓하게 서 있는 정경이 희미하게나마 바라보인다. 진행방향에 우뚝 솟은 양각산을 바라보면서 쇠뿔의 이미지를 찾아 고개를 갸웃거려 본다.

 

 

 

 

흰대미산 정상표지석 우측으로 바윗길을 내려서면 이내 심방마을에서 아홉사리재를 거치지 않고 올라오는 갈림길과 만난다. 어쩌다가 한 그루씩 소나무가 섞여 있을 뿐, 온통 참나무 일색인 등산로는 걷기에 좋을 만큼 폭신폭신 하다.

 

 

 

 

부드럽던 흙길은 헬기장을 지나 양각산 左峰에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바윗길로 변하기 시작한다. 작은 바윗길을 지나고, 바위群을 왼편 옆으로 우회한 후, 밧줄을 잡고 오르면 널따란 바위 하나가 보인다. 일명 ‘물고기 바위’인데 눈의 형상까지 갖추고 있어 零落없는 물고기의 형상을 하고 있다.

 

 

 

 

물고기 바위를 지나면 커다란 바위봉우리 앞에 서게 된다. 암봉에 올라서서 조금 더 진행하면 양각산이 잘 조망되는 바위 전망대(양각산 左峰)에 다다른다. 오늘 산행코스 중에서 景觀이 제일 뛰어난 곳이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양각산을 배경삼아 기념사진이라도 남겨볼 일이다.

 

 

 

 

뒤돌아보면 양각산 좌봉이 금세 저만치 물러나 있다.

 

 

 

 

좌봉을 내려서서, 다시 밧줄이 매달린 바위 slab을 오른 후, 바위무더기의 왼편을 돌아가면 양각산 정상이다. 좁은 터로 이루어진 정상엔 정상표지석 외에 양각산의 유래를 적은 오석이 서 있다. 암봉인지라 사방팔방으로 거침이 없이 시야가 트여있다. 갈수록 연무(일기예보에는 오늘 황사가 예상된다고 했다)가 짙어지는지 진행방향의 수도산과 지나온 흰대미산만 뚜렷할 덕유산은 아예 視野圈에서 사라져 버렸다. 정상의 이정표에는 수도산까지의 거리가 2.5km라고 엉터리 숫자가 적혀있다. 수도산 가는 길에 마주치는 다른 이정표들에서 3.4Km로 적혀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참고로 양각산의 설명석에는 4Km로 표기되어 있다.

* 양각산(兩角山, 1,150m)은 일명 쇠뿔산으로, 소의 양쪽 뿔을 연상케 하는 두 개의 봉우리 형태에서 이름이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고장은 소(牛)와 因緣이 많은 곳인 모양이다. 쇠머리고개를 뜻하는 우두령(牛頭嶺), 소의 밥그릇인 구유(구시)를 상징하는 구수(口水) 마을, 쇠불알(우랑)을 뜻하는 우랑동(牛郞洞) 마을, 거기다 우두산(牛頭山)까지 부근에 소와 관련된 지명들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양각산을 내려서면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평범한 코스가 이어진다. 완만한 등산로는 1166봉에서 왼편으로 튼 후, 작은 공터를 지나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더니 암봉에 올라선다. 그리 위험하지 않은 암릉을 오르내리며 진행하다보면, 등산로는 다시 흙길로 변하면서, 이내 우두령 갈림길(우두령까지 4.1Km)인 시코봉에 닿게 된다. 이곳이 수도산과 양각산에서 정확히 중간지점이다. 낙엽이 떨어져 수북이 쌓인 포근한 등산길을 따라 오르내리다보면, 멀리 있는 산들이 언뜻언뜻 고개를 내밀어 보인다.

 

 

 

 

양각산에서 수도산으로 가는 길은 심심치 않아서 좋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스펀지 같은 푹신푹신한 길이 있는가 하면, 아기자기한 암릉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肉과 骨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산행길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시코봉을 지나서 300m를 더 걸으면 심방마을로 내려가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닿는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산행대장께서 말하기를, 산행을 시작해서 3시간 이내에 이곳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심방마을로 탈출하라고 했던 곳이다. 우리부부는 2시간30분에 통과하고 있으니 수도산으로 계속 진행해도 되겠지?

 

 

 

시코봉을 지나면서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이 철쭉나무로 바뀌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완전한 群落地로 변해있다. 전망바위 몇 곳과 무릎 밑으로 깔리는 山竹길을 지나면, 主등산로를 벗어나 왼편으로 흔적이 뚜렷하지 않은 등산로가 보인다. 신선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神仙峰, 1,313m의 高峰으로 일명 수도산 西峰이라고도 불리며(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지명표시가 없다) 수도산 정상에서 7~8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너덜지대를 위태롭게 올라서면 정상은 의외로 흙으로 이루어진 분지, 잡목에 가려 조망이 일절 없고, 정상표지석 대신에 부산의 ‘같이하는 산악회’에서 세운 스테인리스 이정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을 지나가는 황강기맥에서 감천지맥이 분기된단다.(신선봉은 주 등산로를 벗어나 있기 때문에, 올라왔던 지점으로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

* 황강기맥, 백두대간의 삼도봉(초점산, 영동군과 무주군 그리고 김천시의 경계)에서 분기하여 수도산, 오도산, 만대산을 거쳐 황강에서 그 숨결을 다하는 도상거리 약 105.8km 정도의 산줄기를 말한다. 수도지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 감천지맥 : 황강기맥이 한 지점인 이곳 수도산 신선봉에서 북쪽 방향으로 감천을 왼편으로 끼고 이어지다가 경상북도 선산에서 낙동강과 합수되는 도상거리 84.1Km의 산줄기를 말한다. 금오지맥, 구미지맥, 염속지맥으로 불리기도 하며, 주요 봉우리로 삼방산, 염속산, 금오산 , 백마산 등이 있다.

 

 

 

 

불령산(佛靈山), 선령산(仙靈山), 신선봉(神仙峯)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수도산(1,316.8m)의 정상은, 등산객 열 사람만 둘러앉아도 빈자리가 나지 않을 만큼 비좁은 바위봉우리이다. 정상의 한 가운데에 돌탑(cairn)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앞에 조그마한 정상표지석이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손대지 마세요!’ 먼저 도착해 있는 분들의 말마따나 살짝만 건드려도 넘어질 듯이 위태롭게 서 있다. 정상은 뛰어난 조망으로 소문났지만 연무가 자욱한 오늘은 그 장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맑은 날이면 북에서 남서쪽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의 황악산, 민주지산, 삼봉산은 물론 덕유산, 지리산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는데....

 

 

수도산 정상에서 바라본 신선봉(서봉)

 

 

수도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봉

 

 

하산길에 뒤돌아본 수도산 정상, 정상의 돌탑이 도깨비의 뿔처럼 돋아있다.

 

 

 

수도산 정상에서 불석재로 내려서는 下山길(1.3Km)은 급경사이다. 흙길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해서 내려서다보면 어느새 ‘불석재(안부 사거리)’에 닿게 된다. 단지봉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곧바로 나아가면 되고(단지봉까지 3.3Km), 왼편은 수도리로 내려서는 길이다(이정표에는 방향표시가 없음). 산행 날머리인 심방마을로 가려면 오른편 계곡으로 내려서면 된다(심방마을까지 3.9Km)

 

 

 

 

내려서는 길에 잠시 뒤돌아보면 수도산은 영락없는 바위산의 형상을 하고 있다. 신선봉 방향에서 바라볼 때는 전형적인 흙산의 모습이었는데, 앞과 뒤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불석재 안부사거리에서 심방마을로 내려서는 3.9Km의 하산길은, 아무 특징이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내리막길이다. 곧게 뻗은 낙엽송과 잣나무 숲을 통과하면 불석계곡이다. 등산로는 불석계곡을 따라 이어지지만, 물의 수량도 적을뿐더러 경치도 또한 특별히 내세울만한 것은 없다.

 

 

 

 

산행날머리는 심방마을(원점회귀 산행)

불석재에서 약 1Km정도 물기 없는 계곡을 따라 내려서면 차량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잘 닦인 林道를 만나게 된다.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사방댐 두 곳이 보이고, 이어서 수재마을을 거쳐 심방마을까지 시멘트 포장도로가 지루할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