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산(天柱山, 639m)
산행코스 : 고암마을→과수원길→지능선→구룡산(432m)→굴현고개→천주봉(484m)→팔각정→정상(용지봉)→달천고개→달천계곡 (산행4시간30분)
소재지 : 경상남도 창원시와 마산시의 경계
산행일 : ‘11. 4. 14(목)
같이한 산악회 : 산두레(두레란 原始的 유풍의 노력공동체를 말하는데 글쎄?)
특색 : 천주산은 외모로는 그리 눈길을 끌 만한 구석이 많지 않다. 사실 바위산의 아기자기함도, 肉山의 웅장함도 갖추지 못한, 그렇고 그런 산 중의 하나일 따름이다. 하지만 봄이 되면 이곳이 발붙일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유는 단 하나, 산에 지천으로 널린 진달래를 보기 위해서이다. 웅장함은 비록 여수의 영취산이나 달성의 비슬산에 못 미치고, 암릉과 어울리는 조화로는 주작, 덕룡산에 못 미친다. 하지만 도시 근교에 있어 접근성이 좋을 뿐더러,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산이 야트막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 이곳 천주산은 이원수 선생의 '고향의 봄' 무대이다.
양산이 고향인 그가 2살 때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천주산 기슭 소답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단다. 그가 15세의 나이에 '고향의 봄'을 지어 '어린이'지에 투고했으니,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의 진달래는 어쩌면 천주산의 진달래였으리라.
▼ 산행들머리는 창원시 북면 고암마을
남해고속도로 북창원IC에서 1045번 지방도로를 따라 잠시 달린 후, ‘경남 승마클럽’ 근처(남해고속도로 아래로 통과하기 직전)에서 좌회전하여 들어가면, ‘대한마을 회관’ 앞을 지나게 되고, 얼마 후 오른편 다리(고암橋)건너에 고암마을이 보인다. 고암橋를 건너 북면 고암마을로 들어선 후, 마을 가운데로 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마을을 벗어난 ‘시멘트포장 農路’는 이내 左右에 감나무과수원을 끼고 이어진다. 오른편의 과수원 안에 ‘소나무 枯死木’이 우람하게 서 있으니 방향을 잡는데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枯死木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등산로가 오른편에 있는 과수원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여 능선으로 이어지니 주의해야할 일이다. 특히 과일 수확기엔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듯...
▼ 100m정도 과일나무 사이를 걷다보면 이내 능선에 닿게 되고, 실질적인 산행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뚜렷하지는 않지만 찾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등산로는 ‘너덜겅’을 따라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그러다가 가시덩굴이 우거진 왼편의 작은 계곡을 건너면서, 엄청나게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로 변해버리고 만다. 숨이 턱에 차게 斜面을 치고 오르면 ‘백월산 갈림길’. 고암마을에서 이곳까지는 2.2Km, 산행을 시작한지 40분 정도가 지났다. 구룡산으로 가려면 이곳에 세워진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70m만 더 올라가면 된다(천주산은 7Km). 산에 들어서면서 드문드문 보이던 진달래가 산의 경사가 심해질수록, 밀도를 높여가더니만 어느새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맘껏 자랑하고 있다.
▼ 백월산 갈림길을 지나면 곧바로 헬기장이 보이고, 그 너머에 온통 연분홍 진달래에 둘러싸인 정상표지석이 보인다. 서너 평 남짓한 정상은 별다른 특징은 없고, 조망이 열리는 남쪽 발밑으로 남해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고속도로 우측으로는 천마산과 백월산이 視野에 들어온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이 조금 못 되었다.
▼ 정상에서 잠시 능선 안부로 내려섰다가 앞에 보이는 無名峰에 올라서면 ‘창녕 金氏 墓’가 보이는데, 얼핏 ‘여기가 구룡산 정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조금 전 지나온 정상보다 여기가 더 봉우리답게 생겼고, 거기다 또 봉우리의 한쪽 귀퉁이에 제법 커다란 바위가 솟아있어, 운치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밀도를 높여가던 진달래 무리는 이제는 아예 群落地로 변해있다. 진달래 무더기 속에 갇힌 여인들 또한, 한 송이 진달래가 되어버린 양, 티 한 점 없이 童心으로 돌아가 있다.
▼ 무명봉에서 急傾斜 내리막길을 20분 조금 못되게 내려서면 만시고개이다. 만시고개는 사거리로 왼편으로 내려서면 ‘북면 지개리’이고, 오른편으로 내려서면 한수·대한마을이다. 처음 찾는 이들은 이곳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이곳에 세워져 있는 이정표에는 천주산 방향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낙남정맥과 겹치기 때문에, 천주산 방향의 등산로가 윤이 날 정도로 반질반질한데도 말이다.
▼ 만시고개부터 이어지는 등산로는 그야말로 동네 뒷산 수준, 야트막한 구릉을 걷다보면 주변의 나무들은 모두 연두색 옷들로 갈아입고 있다. ‘유난히 산목련이 많네요.’ 앞에서 걷던 분 말마따나 등산로 주변에는 산벚꽃과 산목련이 다른 산들에 비해 유난히 많이 보이고 있다. 소답동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치는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얼마간 진행하면 진행방향의 나무들 사이로 천주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어 대나무 사이로 난 길을 뚫고 내려서면 1045번 地方道路가 지나가는 굴현고개이다. 굴현고개 고갯마루에는 벚꽃이 滿開, 진달래만 생각하고 출발했던 오늘 산행이기에, 굴현고개에서 만난 화려한 벚꽃은 색다르고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 굴현고개로 내려서는 지점에서 왼쪽을 보이는 버스승강장 뒤로 올라서면 천주산으로 가게 된다. 능선으로 올라서면 곧바로 공동묘지가 보이고, 그 뒤로 防火線인지, 약 20m정도 넓이의 나무 한그루 없는 草地가 정상어림까지 이어진다. 공동묘지를 지나면 殺人的 오르막이 기다린다. 불과 20여 분 정도의 거리이지만 이번 산행에서 가장 난코스이다. 오르막이 끝날 무렵, 우측 바위전망대에 서면 2개의 남해고속도로와 창원 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 바위展望臺를 지나면서 또다시 진달래꽃들이 무리를 지어 길손을 맞이하기 시작한다. 진달래 꽃길을 따라 두어 번 오르막길을 오르면 천주봉(천주산의 정상은 용지봉임) 정상이다. 널따란 분지형태의 천주봉 정상은,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는 커다란 바위와 산불감시초소, 그리고 조그만 쉼터가 있다. 표지석이 있는 바위 위로 올라서면 지나온 등산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천주봉 정상을 지나 팔각정을 비켜 내려서면 연분홍 진달래꽃으로 둘러싸인 바위벼랑이 보인다. 오늘 산행 중에 제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 중의 하나이다. 온통 흙길만 걷다가,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바위지대가 새롭기만 한데, 거기다 또 바위 주변을 꽉 메운 연분홍 진달래라니... 깎아지른 벼랑 위에 서면 성큼 창원시가지가 다가오고, 그 너머로 마산 앞바다까지 조망된다.
▼ 천주산에 들어서면 잠시 뜸하던 진달래가 다시 불붙기 시작한다. 등산로 좌우가 온통 진달래 군락지이다. 걷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감탄사를 박자삼아 산길을 걷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 장관이다. 어른 키만큼 큰 진달래가 그야말로 온 산에 가득하다. 화전놀이 생각이 나서일까? 꽃속에 든 집사람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해진다.
* 송도 명기 황진이의 무덤을 찾아가 제사를 지낸바 있는 朝鮮의 멋쟁이 선비였던 임백호가 화전놀이에 대하여 읊은 詩가 있다. ‘개울가 큰 돌 위에 솥뚜껑 걸어놓고, 흰 가루 참기름에 꽃전 부쳐 집에 드니, 가득한 봄볕 향기가 뱃속까지 스며든다.’ 살포시 눈을 감고 읊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입안에 봄 향기 가득히 차오르지 않는가?. 남자들이 솥이나 그릇을 지게에 져다 취사준비를 마쳐주고 산을 내려가면, 그때부터는 여인들만의 오붓한 시간이 된다. 서로 詩를 지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돌아가며 끝말을 이어가는 대구(對句)놀이도 하면서 여자들끼리만 하루를 즐기는 게 화전놀이이다. 이때 남자들이 옮겨준 솥뚜껑에 부치던 화전에 들어가는 꽃이 진달래이고, 진달래는 먹는 꽃이란 뜻으로 참꽃이라고도 불린다. 참꽃에 비하여 못 먹는 꽃은 개꽃(철쭉꽃)이라고 부르고...
▼ 바위벼랑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안부사거리인 ‘만남의 廣場’이다. 정자와 벤치, 체육시설 등, 시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들을 구비해 놓고 있다. 심지어는 ‘山上 圖書館’까지... 이곳에서 오른편은 달천동계곡으로, 왼편은 천주암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 사거리 안부에서 곧바로 직진하여 10분 정도를 힘들게 오르면, 등산로는 오른편으로 휜다. 이어서 나타나는 두 개의 헬기장을 지나면 ‘無人 산불 감시카메라’가 보인다. 이곳에서도 창원과 마산 시가지가 잘 조망된다. 마산 시가지 너머로는 남해바다와 그 위를 떠다니는 조그만 섬들이 보이고...
▼ 산불감시탑을 내려서면 갑자기 눈앞에 환상적인 아름다음이 펼쳐진다. 오늘 산행의 白眉인 ‘참꽃 群落地’, 온 산을 꽉 메운 연분홍 꽃들이라니, 이런 것을 보고 天上花園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꽃들의 잔치가 한창인 놀이마당 한 가운데에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꽃구경 나들이를 온 사람들에게 가까이서 실컷 보고가라는 배려일 것이다
▼ 정상으로 오르는 斜面을 붉은색 진달래 꽃밭이 한 폭의 그림처럼 수를 놓고 있다. 오르는 길은 넓으니 구태여 속도를 낼 필요는 없다. 진달래 꽃밭을 따라 걸으면서 탐스럽게 핀 진달래를 실컷 감상해보자. 그래도 시간에 조금 여유가 있다면 진달래 가지로 꽃방망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 꽃방망이를 들고, 앞서가는 여인, 그러니까 시집못간 것이 보기에 안타까웠던 여인들의 등을 때려보자. 그러면 시집못간 처녀들이 사랑에 빠지게 되고, 시집가서 잘 살게 된다니 말이다. 여자의 등을 때리기가 두려운 사람들은 남자들의 머리를 때려보면 어떨까? 남성의 머리를 때리면 과거 급제하여 錦衣還鄕 한다는 說이 옛 古典에 있으니... 진달래 꽃다발로 사랑을 표현 했던 여의화장(如意花杖), 이 얼마나 아름다운 전통놀이인가.
▼ 진달래 꽃 마당을 통과하는 나무계단을 오르면 그 끄트머리에 다시 팔각정이 보인다. 팔각정 옆에 있는 헬기장의 뒤가 천주산의 정상인 용지봉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30분, 사진촬영 때문에 지체되었는지,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정상에 서면 거칠 것 없는 전망에 일순간 넋을 놓게 한다. 남쪽의 시원하게 뚫린 창원대로가 장쾌하게 다가오고, 오른편으로는 저 멀리 마산 앞바다가 잘 조망된다. * 용지봉은 용이 살았던 연못이란 의미의 명당자리. 이곳에 무덤을 쓰면 집안이 크게 번성하지만 인근 마을에는 흉년이 든다는 전설이 있다.
▼ 하산은 용지봉 정상에서 3시 방향으로 내려선다. 진달래 숲으로 이루어진 급경사 내리막길을 10분이 조금 넘게 내려서면 林道가 있는 달천고개이다. 이곳은 4거리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50m 정도를 내려간 후, 임도를 벗어나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면 달천동 계곡으로 내려가는 오솔길이다. 달천고개에서 주차장까지는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참고로 달천동고개에서 직진하면 농바위가 있는 작대산(청룡산)으로 가게 된다.
▼ 산행날머리는 달천계곡 駐車場
달천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제법 경사가 급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완만한 경사라서 내려서는데 큰 부담이 없을 정도이다. 내려가는 길에 두어 번 만나게 되는 展望臺를 그냥 지나치지 말자. 우선 진달래가 천주산을 호랑이 무늬처럼 수놓고 있는 장관을 볼 수 있고, 발아래에 온통 새하얀 벚꽃으로 뒤덮인 달천계곡의 아름다운 광경은 덤으로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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