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암산(雲岩山, 605m)
산행일 : ‘11. 8. 14(토)
소재지 :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과 동상면의 경계
산행코스 : 새재→대아댐 전망대→암릉구간→운암산→591(巖)봉→뒷골말망이→산천마을회관(산행시간 : 3시간50분)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징 : 대아저수지에서 정상까지의 기암절벽(奇巖絶壁)은 군부대(軍部隊)의 암벽(巖壁)훈련장소로 이용될 정도로 험악하기 그지없다. 근처에 있는 하사관학교를 거쳤던 사람들은, 군(軍) 생활을 끝낸 후에도 오랫동안이 술자리에 앉을 때마다 이곳에서 고생했던 얘기들을 나눈다고 한다. 그것도 이빨을 악물며 내뱉다시피 할 정도이니, 얼마나 험악(險惡)한지를 떠올리는데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당연히 일반인(一般人)들이 이곳을 오를 때는 오금저리는 스릴(thrill)을 실컷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정상에서 고산방향으로 빠지는 남쪽 바위지대는 군부대의 산악훈련장으로 통제되어 있으나, 능선의 산행에는 지장이 없다.
▼ 산행들머리는 대아저수지의 새재 주차장
익산-장수고속도로 완주 I.C을 빠져나와 17번 국도(國道/ 옥천방향)을 따라 달리다가 삼기교차로(交叉路)에서 오른편의 732번 지방도(地方道/ 대아댐방향)로 바꿔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편에 대아저수지의 댐(dam)이 보이고, 고개를 돌아 새재 고갯마루로 오르면 주차장(駐車場)이 길손을 맞이한다.
▼ 차(車)에서 내리면 먼저 주차장 끄트머리에 위치한 매점(賣店)이 눈에 들어온다. 매점의 옆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팔각정(八角亭)이 세워져있으니 한번쯤 들러보는 게 좋다. 팔각정의 2층에 오르면 대아저수지(貯水池)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아저수지는 인공(人工)으로 만들어진 저수지답지 않게 자연스럽고, 경관(景觀) 또한 자못 빼어나다. 잔잔한 수면(水面)위에는 기암절벽(奇巖絶壁)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운암산이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
* 대아저수지(大雅貯水池), 1920년 축조(築造)되었으나, 그 수명(壽命)이 다하자 1990년에 기존 댐의 300m 하류에 새로운 댐(dam)을 건설하였다. 댐의 길이 255m에 높이는 55m로 만수(滿水)면적이 2.34㎢에 달하며, 인근 농경지(農耕地)의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공업 및 생활용수로도 공급되고 있다.
▼ 산행은 주차장 앞 도로(道路)건너의 맞은편에 보이는 임도(林道)를 따라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 하나, 요즘 운암산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편이고, 그 대부분은 이곳을 산행들머리로 삼고 있는데도 산행안내도나 이정표(里程標) 등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차장에도 등산객들에게 필요한 산행안내도 대신에 완주군의 관광안내도(觀光案內圖)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을 따름이다.
▼ 입산통제 플래카드(placard)를 넘어서 산행을 시작한다. 가지 말라는 길을 가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입산통제의 목적이 산불예방이기 때문에, 우리 일행에게 화기(火器)가 없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경사(傾斜)가 완만한 임도를 따라 얼마간 걷다가, 왼편에 보이는 오솔길로 올라서면 서서히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산길의 주변은 온통 소나무, 비록 크거나 굵지는 않지만, 그 향기는 코끝을 자극하고도 남을 정도로 진하게 풍겨오고 있다. 물론 솔향기 속에는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phytoncide)도 듬뿍 담겨 있으리라. 왼편 산 아래에 보이는 소향마을이 무척 평화롭다.
▼ 오솔길에서 소나무 향기에 취해 걷다보면 거대한 원형시설물이 보인다. 어쩌면 저 아래에 보이는 정수장(淨水場)에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한 물탱크일 것이다. 시설물 너머로 고산면의 넓은 들판이 아스라이 펼쳐지고 있다.
▼ 물탱크를 지나면서 암릉이 시작된다. 비록 바위를 붙잡거나, 밧줄에 의지해야만 암릉을 오를 수가 있지만, 아직은 위험을 느낄 정도까지는 아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서서히 전망(展望)이 트이면서 대아댐과 팔각정이 내려다보인다. 산행을 시작한지 50분 정도가 지나서 첫 번째 암봉 위에 올라서게 된다. 암릉 위로 오르면 먼저 절벽의 가장자리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명품(名品)소나무가 눈에 띈다. 소나무 아래에 은빛으로 빛나는 대아댐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고, 건너편에는 동성산과 계봉산, 그리고 서방산이 우뚝하다.
▼ 첫 번째 암봉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바위지대가 시작난다. 밧줄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바위를 부여잡고 용틀임을 해야만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경사(傾斜)가 가파르다. 그러나 오금이 저릴 정도로 위험스럽지는 않기 때문에, 스릴을 즐기며 바위에 매달릴 수 있는 멋진 코스이다.
▼ 계속되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힘들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끔은 시원한 바람 한줄기가 불어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른편으로 펼쳐지는 대아저수지의 자태(姿態)를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에 그 힘듦을 다소나마 잊게 해준다. 거기다 그 대아저수지가 아름다운 노송(老松)과 만나게 되면 조금 남아있던 힘듦까지도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만다. 당연히 걸음을 재촉할 필요가 없다. 여유롭게 걸으며 주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광경(光景)을 차곡차곡 담아보자. 카메라가 아닌 내 가슴에...
▼ 두 번째 봉우리를 오른 후, 가파른 암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섰다가, 다시 밧줄을 잡고 힘들게 암봉(巖峰)위로 올라서면 또 다른 명품 소나무를 만나게 된다. 소나무 아래에 펼쳐지고 있는 대아저수지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왼편(북쪽)에는 봉수대산이 마치 누에가 꿈틀거리는 듯한 모양으로 누워있고, 그 뒤에 보이는 것은 아마 대둔산일 것이다.
▼ 급경사(急傾斜)의 오르막길을 치고 오르면 봉우리 위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암릉을 따라 이어지는 길과, 왼편으로 우회(迂廻)시키는 길이다. 암봉 너머로 운암산의 정상이 보이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직진(直進)코스를 선택한다. 그러나 절반쯤 죽어가고 있는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이는 곳에서, 길이 끊겨버린다. 소나무 뒤편으로 운암산이 가깝지만 천애(天涯)의 낭떠러지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길은 이곳에서 거의 360도(度)로 방향을 바꾼 후, 이번에는 갈지(之)자를 만들면서 아래로 고도(高度)를 떨어뜨린다. 바위 틈새로 난 길에는 로프 등 안전(安全)시설이 전무(全無)하기 때문에, 손과 발을 한꺼번에 사용해야만 아래로 내려설 수 있다.
▼ 가파르기 짝이 없는 내리막길이 안부까지 이어지더니, 이번에는 다시 가파르게 위로 향하고 있다. 이곳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운암산마을과 장수상회가 나온다. 안부에서 또다시 손과 발이 고생을 시작한다. 로프와 4개의 발(?)을 이용하지 않고는 위로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로프를 잡고 위로 오른 후, 조금이나마 가파름이 수그러진 능선을 따라 얼마간 걸으면 이내 운암산 정상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이 조금 더 지났다.
▼ 정상은 흙으로 이루어진 분지(盆地)이다. 오른편(남쪽)이 천인단애(千仞斷崖)의 암벽(巖壁)이지만, 왼편(북쪽)은 흙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서너 평 됨직한 정상의 한 가운데에는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봉화(烽火)를 올렸다는 봉수대(烽燧臺)의 흔적이 남아있는 돌무더기가 차지하고 있고, 그 옆에는 이 지역의 금융기관에서 세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정상표시 말뚝이 정상표시석을 대신하고 있다. 왼편 절벽 아래엔 대아저수지가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건너편의 동성산, 서방산, 종남산 등이 잘 조망(眺望)된다.
▼ 산천리 마을회관을 산행 종료지점으로 잡을 경우, 하산(下山)은 702고지 방향의 능선을 따라 내려서야 한다. 702고지로 향하는 산길은 봉수대(烽燧臺) 돌무더기의 왼편으로 나 있으니 잘 살펴보고 내려서야 할 것이다. 운암산에는 이정표가 전무(全無)하기 때문이다. 하산길은 처음부터 급경사(急傾斜)로 시작된다. 잠깐 내려오면 오른편에 산길 하나가 희미하게 보인다. 아마 대아리로 내려가는 능선(稜線)일 것이다. 또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안부에 이르면 이번에도 오른편에 또렷한 산길이 나타난다. 엄청나게 많은 리본이 매달려있는 것을 보면 아마 후리후석골을 거쳐 산천상회로 내려가는 탈출로(脫出路)일 것이다. 주어진 산행 종료(終了)시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702고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첫 번째 안부에서 부드럽게 작은 봉우리(515봉) 하나를 넘으면 오른편에 산천상회로 내려가는 탈출로가 보이는 두 번째 안부를 만나게 된다. 체력(體力)이 부족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그만 탈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곳을 지나치면 어쩔 수 없이 암봉인 591봉을 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 두 번째 안부에 내려섰다가 다시 치고 오르면, 잠시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거대한 바위봉우리 하나가 앞을 가로막는다. 길은 전면에 보이는 수직(垂直)의 절벽을 피해 오른편으로 우회(迂廻)를 시키고 있다. 그러나 절벽을 피한다고 해서 경사(傾斜)까지는 피할 수 없었던 듯, 오르막길은 가파르기 짝이 없다. 숨이 턱에 차게 한참을 오르면 591봉에 이르게 된다.
▼ 591암봉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2만5천분의1 지도에 ‘뒷골말망이’라고 표기(標記)된 능선의 한 지점에 닿게 된다. 이곳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편의 주능선(主稜線)을 따라가면 702고지로 가게 되고, 하산지점인 산천리로 내려가려면 오른편 지능선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 산천리로 내려가는 능선은 흙길, 거기에다 경사까지 완만(緩慢)하기 때문에 내려서는데 조금도 부담스럽지 않다. 능선을 따라 10분쯤 내려오던 산길은, 갑자기 오른편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며 급하게 고도(高度)를 낮춘다. 물기 한 방울 없는 계곡의 너덜길을 잠깐 내려서면 만나게 되는 널찍한 임도(林道)를 따라 10분 정도 내려오면 이내 55번 지방도와 만나게 된다.
* 산을 내려오다 보면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임도(林道)에 군데군데 쌓여있는 두엄(퇴비) 더미(무더기)가 보인다. ‘임도에 왠 거름더미이지?’ 내 의문은 집사람이 던지는 힌트(hint) 한마디에 금방 해소되어버린다. ‘곁에 감나무가 보이잖아요.’ 자세히 보니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공터는 임도가 아니고, 한 줄로 나란히 감나무를 심어 놓은 과수원(果樹園)이었던 것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씨 없는 감’은 곶감으로 만들어져 임금께 진상(進上)되었을 정도로 명품으로 알려져 있다.
▼ 산행날머리는 산천리 마을회관
지방도를 따라 대아저수지 방향으로 조금만 더 걸어 내려가면 산행이 종료되는 산천리 마을회관에 이르게 된다. 마을회관 앞 냇가는 쑥이 지천(至賤)이다. 집사람이 20분 정도 채취(採取)했는데도 우리 가족의 아침 밥상은 일주일 내내 쑥국으로 입맛을 돋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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