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岷周之山, 1,241m)
산행코스 :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주차장→휴양림 산책로→민주지산→석기산→삼도봉→삼마골재→미나미골→황룡사→물한리 주차장 (산행시간 : 5시간)
소재지 : 전라북도 무주군과 경상북도 김천시, 충청북도 영동군의 경계
산행일 : ‘11. 3. 26(토)
같이한 산악회 : 늘푸른 수토일산악회
특색 : 민주지산은 충청, 전라, 경상의 三道를 가르는 삼도봉을 거느린 名山, 바위봉우리인 석기봉을 제외하고는 전형적인 肉山(흙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훍산인지라 산세가 부드러우며, 정상에 오르면 각호산, 석기峰, 삼도峰을 비롯해 주변의 연봉들이 잘 조망된다. 물한계곡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물한계곡은 웅대한 산세와 능선으로 에워싸인 계곡인 만큼, 규모가 크고 깊은 골과 골의 물이 합쳐지는, 국내 최대 原始林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 산행들머리는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주차장
대전-통영간고속도로 무주 I.C를 빠져나와, 성주군 방향으로 30번 國道를 따라 달리다가 ‘무주 반디랜드‘에서 왼편의 49번 국도로 바꾸어 진행하면 오른편에 ’민주지산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보인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에는 황간 I.C에서 빠져나와 황간 市街地를 통과한 후, 무주방향으로 49번 國道를 따라 달리다보면 도마령 너머에서 자연휴양림 입구를 만날 수 있다.(참고로 산행 들머리를 勿寒里에 시작할 경우에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편이 더 가깝다). ‘휴양림 매표소’에서 50m쯤 올라가면 휴양림 內 시설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큼지막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민주지산 정상으로 가는 방향(오른쪽)은 이정표의 맨 아랫단에 표시되어 있다. 다른 이정표에는 이곳에서 정상까지의 소요시간이 120분이라고 적혀있고...
▼ 산행은 휴양림의 산책로를 따라가며 시작된다. 휴양림을 둘러싸고 있는 山의 허리를 깎아 만든 산책로는 그야말로 九曲肝腸, 말 그대로 구불구불... 산책로가 山勢와 조화를 이루면서 서서히 高度를 높여가기 때문에,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코스이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산책길(휴양림입구에서 3.6Km)이 싫증날 즈음이면, 좌측 山허리에 매달려있는 전망데크가 보인다. 전망데크에서 100m쯤 못 미쳐, 오른편에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이고, 그 옆으로 넓고 깔끔하게 정비된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정상까지는 1.4Km)
▼ 박달나무와 참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 등산로는 이곳이 1천m를 훨씬 넘기는 높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넓으면서도 곧게 이어진다. 아마도 자연휴양림에서 등산로 정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모양이다. 완만한 傾斜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심해지더니만, 어느 사이엔가 허리를 세우고는 걷지 못할 정도로 경사가 심한 벼랑을 만들어내고 있다.
▼ 급경사 오르막길에 설치된 통나무계단을 오르면 능선안부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가면 각호산에 이르게 되고, 민주지산 정상은 오른편의 졸참나무 아래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된다. 자연휴양림에서 산행을 시작한지 약1시간30분가량 지났다.
▼ 민주지산 정상은 열 평이 조금 못되는 분지, 한 가운데 삼각점과 烏石으로 만든 정상표지석이 놓여있다. 웃자란 나무들이 없는 정상에 서면 눈은 저절로 커지게 된다. 동쪽으로 황학산 추풍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웅장한 줄기가 보인다. 동남쪽으로는 석기봉과 삼도봉에 이어 백두대간 남쪽 능선이, 그리고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기백산이 보이고 그 뒤로 지리산의 연봉들이 희미하게 지평선의 끝을 장식하고 있다. * 민주지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충청도 쪽에서 바라봤을 때 산세가 민두름(밋밋)하다고 해서 민두름산이라 불렸고, 이를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유사 한자인 민주지산(岷周之山)으로 굳어졌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단다.
▼ 민주지산 정상에서 석기봉으로 가는 능선(2.9km)은 평탄한 흙길이 대부분, 참으로 부드럽고 매끈하다. 가는 길옆엔 조릿대 천지, 평소 같으면 한가하게 걸으면서 조릿대 스치는 소리에서 낭만을 느껴볼 수도 있었으련만, 오늘은 조릿대가 거추장스러울 따름이다.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 길의 가운데를 걷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장자리로 걸어야만 하는데, 길가의 조릿대가 자꾸만 발목을 휘감기 때문이다.
▼ 진행방향 전면에 뾰족하게 솟아 있는 석기봉의 모습은 이채롭다. 석기봉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등산객이 ‘석기봉 오름길이 눈 때문에 미끄러워 위험하니, 여자 분들은 안 가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하며 겁을 준다. 그러나 몇 번의 암릉산행에서 스릴에 맛을 붙인 집사람은, 아이젠도 신지 않은 채로 밧줄에 매달리고 본다. 이정도 바위지대쯤이야...
▼ 정상에 오른 후 三頭磨崖佛을 답사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아까 밧줄을 잡고 올랐던 암릉의 들머리에서 우회해야만 마애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정상에서 역방향으로 100m 정도를 내려가 마애불 앞에 선다. 남향으로 자리 마애불 뒤편에는 천정바위에서 물이 떨어져 고이는 약수샘도 있다. 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하는데, 겨울철인지라 고인 물이 꽁꽁 얼어 있다. * 삼두마애불(三頭磨崖佛), 암벽에 높이 6m, 폭 2m의 크기로 양각화 되어 있는데 몸체는 하나인데 머리가 셋이다. 그래서 삼신상 또는 일신 삼두상(三神像, 一身三頭像)이라고도 불린다. 고려와 백제때 만들어 졌다는 설이 있으나 정확하지는 않다.
▼ 석기봉(石奇峰, 1,230m), 기이한 돌로 쌓여진 봉우리란 뜻의 석기봉(쌀겨처럼 생겼다 하여 쌀개봉이라 부른데서 석기봉이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은 이름 그대로 바위봉우리, 정상표지석은 없고 누군가가 巖盤에다 석기봉이라고 써 놓은 것이 보일 따름이다. 암봉인 정상에 서면 삼도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그 봉우리 좌우로 이어지는 우람한 근육질의 산줄기가 눈에 확 들어온다. 바로 백두대간 마루금이다.
▼ 석기봉에서 삼도봉 방향으로 내려서려면 또 다시 밧줄이 매달린 암릉을 내려서야만 한다.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바윗길을 내려서면 팔각정이 세워져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준비해온 간식을 먹으면서 쉬어가는 곳인데, 오늘은 눈이 쌓여 이용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석기봉에서 삼도봉까지는 1.4km로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 삼도봉(三道峰, 1,176m), 高低가 심하지 않은 능선을 따라 걸으며, 봉우리 두 개를 넘으면 삼도봉에 다다르게 된다. 삼도봉 정상에는 ‘三道 大和合 기념 조형물(각각 해당 지역을 바라보고 있는 용 세 마리가 검은 돌을 받치고 있다)’이 서 있다. 매년 10월10일이면 여기서 충청북도 영동군과, 전라북도 무주군, 그리고 경상북도 김천시가 함께 모여 기념행사를 치른다고 한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 온 석기봉과 민주지산이 아득하게 늘어서 있다. 남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에는 리본이 많이 달려 있다.
▼ 삼마골재, 삼도봉에서 백두대간 북쪽 능선을 따라 20분 정도 내려가면 삼마골재에 닿는다. 무척 가파른 능선을 조금이라도 쉽게 내려설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들어 놓았지만, 구간 대부분이 두텁게 쌓인 눈으로 인해 무척 미끄럽기 때문에, 아이젠을 신지 않고는 내려설 수가 없을 정도다. 억새밭으로 이루어진 삼마골재에는 간단한 운동기구들이 몇 점 설치되어 있는데, 아마 이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급경사 오르막길을 오르기 전에, 먼저 근육을 풀어주고 난 후에 산행을 시작하라는 배려인 듯 싶다. 삼마골재에서 황룡사에 이르는 3.5km는, 비교적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 음주암 폭포, 삼마골재에서 내려오는 골짜기가 지루할 정도로 길다. 등산로 옆에서 들리는 물소리를 벗 삼으며, 원시림 같이 어두운 계곡을 내려오다 보면 오른편에 아담한 폭포가 보인다. 음주암폭포이다. 이곳에서 100m쯤 더 내려오면 폭포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계곡 쪽을 가리키고 있다. 어렵게 100m여를 거슬러 올라가 폭포의 아랫단에서 카메라에 담아봤지만, 그동안 보아온 폭포에 비해 한참 뒤떨어지는 것 같다.
▼ 물한계곡을 따라 나 있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호젓하다. 조금 전에 지나온 능선길은 왼쪽에 우뚝 서서 깊은 산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계곡을 따라 걷다가 두세 번 계곡을 가로지르다보면 낙엽송과 잣나무가 울창한 숲을 만나게 되고, 왼편에 민주지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보인다. 민주지산 쪽에 비올 때를 대비한 예비다리가 계곡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 凰龍寺, 물한계곡을 벗어날 즈음에 오른편으로 다리하나가 보이고, 다리 건너편에 조그만 寺刹이 보인다. 조계종이나 천태종 등,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종파가 아닌 ‘사단법인 불교사상연구회’라는 낯선 단체의 소속이라는 황룡사이다. ‘3칸 접집’인 대웅전과 산신각 등 부속건물 2동을 거느린 규모도 작고, 역사가 일천한 사찰, 입구에 ‘사찰 창건 연기문’이 게시되어 있으나 그 내용이 가슴에 와 닿지 않음은, 소속이 낯설어서일까?
▼ 산행날머리는 물한리 주차장
原始의 숲과 이끼 짙은 암반을 휘감으며 흐르는 玉水, 계곡을 흐르는 물에 世俗에서 찌들은 때 띄워 보내고, 언 듯 차오르는 詩 한 구절 읊조리다보면 여기가 곧 仙界일 것이다. 황룡사의 법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즈음이면 물한리, 음식점과 노점상들의 호객소리에 시끄러운 이곳은 이미 俗世의 한 가운데이다. 심마골재에서 약 1시간10분 정도의 시간이 경과되었다. * 물한계곡(勿閑溪谷), 계곡물이 차가워서 찰 寒자인 20리 물한계곡은 여름피서지로 유명한 곳이다. 계곡의 물이 한여름 낮에도 목욕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영동군청에서는 계곡의 입구에 ‘맑은 물살 굽이도는 물한계곡’이라고 쓰인 커다란 바위 표지석을 세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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