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봉(將軍峰, 735m)


산행코스 : 백운산장→훈련장 입구→암릉→장군봉→안부→해골바위→선녀탕→훈련장→백운산장 (산행시간 : 널널한 4시간)


소재지 : 전라북도 완주군 동상면과 진안군 주천면의 경계

산행일 : ‘10. 3. 21(일)

함께한 산악회 : 히트산악회


특색 : 山은 몇 가지로 나누어 볼 때, 그 중에 멀리서 바라볼 때에는 멋들어지지만 막상 산에 올라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산이 있는가하면, 멀리서 바라볼 때나 산에 오르고 난 後에도 初志一貫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는 산들이 있다. 장군봉은 둘 중에 後者로 분류해 보고 싶다.  장군봉은 진안쪽에서 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하게 생긴 육산이지만 완주군 동산면 구수리 마을에서 보면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그 모습이 천군만마를 호령하는 장군의 모습, 헌걸찬 산세를 자랑하고 있으며, 능선은 기기묘묘한 암릉으로 연이어져 있다.

 

 

▼  산행들머리는 구수산장

익산~장수간 고속도로의 소양 IC에서 내려, 55번 국도를 따라 ‘운일암 반일암’ 방향으로 진행, <산악극복훈련장>라 써진 곳에서 동상면 신월리 구수마을로 들어선다. 산행은 구수산장에서 시작된다  

 

 

▼  구수마을에서 장군봉을 바라보며 진행, 작은 개울을 건너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를 따라 올라 가다가 차단기가 설치된 곳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 초입, 여느 산길과 다르지 않게 잡목과 소나무 등이 적당히 섞여있다.

 

 

 

 

 

▼  경사가 심하지 않는 흙길을 한참 오르다보면 60도 정도의 경사를 이루고 있는 암릉을 만난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아기자기한 암릉의 연속 출연... 암릉을 하나하나 올라설 때마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서북방향의 시원한 조망도 함께 즐길 수 있다.

 

 

 

▼  암릉이 제법 험하지만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조금 위험하다 싶은 곳에는 어김없이 로프가 매어져 있기 때문이다. 로프를 이용하면 그리 어려움 없이 암릉을 오를 수 도 있겠지만, 스릴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맨몸으로 바위에 들어붙는다. 쎄미릿지코스로 안성맞춤... 

 

 

 

 

 

▼  <능선에서 바라본 금남정맥의 봉우리들, 맨 우측이 장군봉> 

 

 

 

▼  능선의 허리쯤, 소나무 오솔길이 끝나면 암릉이 연이어 나타나며 조망이 시원스레 터지기 시작한다. 산자락 아래 구수리 마을과 그 뒤 운암산 대야휴양림이 조망될 즈음이면 본격적인 릿찌 산행이 시작된다. 

▼  <오르는 능선에서 바라본 장군봉> 

 

 

▼  수직에 가까운 岩壁, 절벽 위 바위 틈 사이를 뚫고 나온 기괴하게 생긴 소나무들, 산 정상에 섰을 때 시원스레 뚫린 조망 등, 전국의 이름난 산들이 지닌 거의 모든 것들을 안은 산이다. 입소문 몇 번 거친 다면 向後 등산객들에게 각광을 받을 듯...  

 

 

 

 

 

▼  암릉 사이사이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다보면, 상당히 위험한 등산로임에도 그 위험성을 깜빡할 정도다... 하긴 위험하거나 힘든 지점엔 어김없이 동아줄이 메여있으니 걱정 안해도 될 일이다. 

 

 

 

 

▼  1시간 조금 넘게 암릉산행의 즐거움에 흠뻑 빠지다보면 장군봉 바로 아래 마지막 암릉 위에 올라서게 된다. 저 만큼 서북방향 너머로 파란 하늘과 흰 뭉게구름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  장군봉 정상

정상은 30여 평쯤 되는 제법 널따란 공간, 한편에 있는 두어평 됨직한 바위위에 정상표지석에 세워져 있다. 정상표지석은 허리가 짤려, 머리부분은 어디로 가버리고 아랫부분만 오는 이 가는 이를 시린 눈으로 배웅하고 있다. 그리고 정상표지석 맞은편에는 집채만한 바위 2개, 조망 포인트로 제격이다.

 

 

 

 

▼  정상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연석산과 운장산이 보이고, 약간 동쪽으론 구봉산과 덕유산 자락이 조망된다.  

 

 

▼  정상에서 705봉을 향해 내려서는 길은 급격한 내리막이다. 높이가 10m 정도 되는 直壁의 암릉, 하강하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이루고 있다. 로프가 두개 매어있으니 힘센 장정들은 왼편 로프를 이용하면 조금이나마 정체현상이 덜어질 수 있으련만, 수직의 암벽이 무서운지 이용하는 사람들이 도통 없다. 나는 당연히 왼편로프... 암벽의 중간지점이 얼어있어서 하마터면 사고를 당할번 했다. 휴~~  

  ▼  <705봉 오름길> 

 

 

▼  멋진 소나무가 장군을 향해 머릴 조아리고 있다. 하긴 장군봉이니 이 산에서는 장군님이 제일 높겠지? 하여튼 또 하나의 멋진 ‘명품 소나무’이다.

 

▼  <705봉에서 바라본 장군봉, 마치 커다란 바위들을 쌓아 놓은 것 같다>

 

 

▼  정상 바로 앞, 705봉에서 내려서는 길목에도 조금 전의 직벽 로프코스 만큼은 아니지만 또 한번의 로프하강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도 로프가 두 가닥, 능력에 맞는 로프를 선택해서 내려오면 된다.

 

 

 

▼  로프코스가 끝나면 사람 키보다 더 큰 산죽의 터널, 길섶의 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들어찬 산죽, 무르익은 봄바람의 영향인지 제법 연녹색으로 변해있는데, 가녀린 바람결에 묻혀 넘실대는 흐느낌...  

 

 

 

 

▼  산죽코스를 통과한 뒤,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서면 거대한 암봉이 나타난다. 아마 두꺼비바위일 것이다. 두꺼비바위를 지나 능선산행을 계속하면 또 하나의 기괴한 바위, 열십자가 뚜렷이 세겨진 바위를 마주하게 된다. 십자가 바위라고 부르면 딱 좋을 듯...  

 

 

 

 

 

 

▼  <금남정맥 능선에서 바라본 해골바위 능선> 

 

 

▼  갈라진 바위에서 약 10분 정도를 낙엽이 푹푹 밟히는 등산로를 따라 능선을 걷다보면 헬기장, 들어서는 입구엔 수많은 산악회시그널이 마치 시골 초등학교운동회의 만국기 마냥 물결치고 있다. 어느 누가 장군봉을 덜 알려져서 때가 덜 탔다고 했던가? 저렇게 많은 시그널이 그렇지 않음을 의미하고 있는데도...  

 

 

 

 

▼  헬기장에서 다시 10분 못되게 더 진행하면 삼각점이 있는 능선 삼거리이다. 여기서 계속해서 능선을 따라 걸으면 싸리재로 이어지는 금남정맥 구간, 구수리쪽으로 원점회귀를 하려면 왼편으로 내려서야 한다.

 

 

▼  암벽 틈새에 소나무 한그루... 매우 아름다워 우리들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지만, 영양분 없는 척박한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이 한편으론 애처롭게까지 보인다.

 

 

 

 

▼  삼거리 안부에서 10분 정도 내려오면 구수리 방향이 시원하게 뚫린 전망대, 전망대에서 다시 15분 정도를 더 내려서면 해골바위 위다, 내리막길 중간에 60도 정도의 경사면을 이루고 바위를 또 한번 로프에 의지한 채 통과해야 한다. 

 

 

  

 

 

▼  해골바위

바위 위에서의 전망도 좋지만 해골바위는 내려와서 보는 것이 더 일품이다. 무슨 자연의 조화일까? 거대한 바위면 중간 중간에 사람 한 두명이 들어가 앉을 수 있을 만큼의 공동(空洞)이 형성되어 있는 데, 마치 사람 해골의 눈과 코, 입의 형상과 비슷하다. 비록 풍화작용으로 인해 저런 모습으로 변했겠지만, 그래도 신기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과연 인간이라면 저런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  해골바위에서부터는 내리막길의 연속, 군부대에서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 꽤 큰 헬기장을 바로 눈앞에 둔 지점에 이르러 왼쪽 경사면을 내려서 하산을 계속하면 바짝 메마른 계곡에 도착하게 된다. 계곡에는 훈련용인지, 아니면 雨期時 도강을 위한 것인지 양쪽으로 두 가닥의 밧줄이 위, 아래로 설치되어 있다. 해골바위에서 乾川까지는 대략 20여분 정도...   

 

 

▼  군 헬기장에서 바라본 훈련장

첫 암벽하강의 추억, 제주도 삼방산에서 한국사람으론 유일하게 홀로 외국인들과 한 팀을 이루어, 70m짜리 直壁 하강을 시도했고, 그날 난 창피하게도 그들의 조력을 빌어서야 땅에 발을 디딜 수가 있었다. 사고로 암벽을 포기한 지금도 난 HARNESS만 보면 그때를 떠올리며 얼굴을 붉히곤 한다.

 

 

▼  여기 군 훈련장의 안내판과 같이, 장군봉은 slab등반, 침니등반, 줄타기 등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꺼리가 많은 산이다.  

 

▼  행여 구를세라... 나뭇가지로 바위를 괴어보는 소박한 인심들이 보기 좋다. 선녀탕까지는 간간히 산죽이 무성한 보드라운 흙길로 이어진다.  

 

 

 

 

▼  乾川에서 5분 정도를 더 내려서면 하산길 왼편 계곡아래에 10여평은 족히 될 듯한 소가 쪽빛 물감을 탄 듯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우리를 반긴다. 바로 仙女湯이다. 선녀탕에서 50m 쯤 되는 곳에 또 하나의 쪽빛 沼, 나에게 이름을 지어보라고 한다면 神仙湯이라고 부르고 싶다. 神仙과 仙女들이 홀딱 벗고 노니는 이곳은 당연히 武陵桃源이 될 것이고...

 

 

 

▼  선녀탕에서 계곡을 벗어나면 군 훈련장, 왼편에는 땀에 젖은 옷들을 널어두려는 목적인 듯 빨랫줄이 매어져있다. 훈련장을 벗어나면 산행을 들머리와 만난다.  

 

 

▼  때는 바야흐로 봄, 산행을 일찍 마치고 나물을 캐고 있는 女산꾼들... 저렇게 부지런한 아낙을 둔 남편들은 그야말로 행복 그 자체겠지? 오늘저녁이나 내일아침 그들의 밥상에는 봄 내음 물씬 풍기는 냉이국이 올라올 테니까...

 

내변산 (508m)


위치 : 전북 부안군 변산면과 진서면의 경계


산행코스 : 봉래구곡→자연보호 헌장탑→선녀탕→직소폭포→재백이고개→관음봉→내소사(산행시간 : 점심시간 포함 4시간)

산행일 : ‘09. 9. 19(토)

함께한 산악회 :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산악회


특징 : 남여치에서 출발, 월명암을 거쳐 자연보호헌장탑에서 봉래구곡과 합류한 후, 이번에 답사한 코스와 같이 걷는 것이 바람직. 비록 산은 높지 않으나 아기자기한 암릉과 곰소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조망은 큰 산이 부럽지 않다.  

 

  

산행들머리는 봉래구곡 입구 

내변산은 높진 않지만 계곡이 깊다. 그래서 봉래구곡은 평소에 물이 많이 흐르고, 계곡에는 직소폭포와 같은 폭포와 수많은 소(沼)와 담(潭)이 많다.

 

 

들머리에서 우선 먹거리부터 배급...(김밥 두줄에 오이 하나, 허기를 채우기엔 충분하다)

내변산의 높이는 508m이고, 최고봉은 의상봉이다. 예로부터 능가산, 영주산, 봉래산이라 불렸으며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혀왔다. 서해와 인접해 있고 호남평야를 사이에 두고 호남정맥(湖南正脈) 줄기에서 떨어져 독립된 산군(山群)을 형성하고 있다.  

 

 

오늘도 김병곤 간수의 구령에 따라 준비운동부터...

내변산은 봉래구곡을 여러개의 봉우리 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의 산이다. 하나의 산이지만 안을 비웠기에 각 봉우리들이 전혀 다른 산으로 보인다. 마치 산에 암벽을 수놓은 듯한 내변산 특유의 병풍암석이 선경이다. 왜 이렇게 조그만 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는지 수긍이 간다.  

 

 

 

봉래구곡을 들어서기 전에 단체사진부터...

봉래구곡은 담수호와 기암, 폭포가 한데 어우러진 계곡미가 멋진 곳이다. 평상시에는 물도 많은데... 

 

 

등산로 초입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산중호수까지 이어진 계곡을 따라 화려한 숲이 조성돼있다.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진 등산로에 핀 엉겅퀴, 못생긴 엉겅퀴꽃도 꽃은 꽃이라고 나비가 찾아들었다. 때는 바야흐로 가을의 초입,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소슬바람 따라 가늘게 출렁인다. 

 

 

 

 

 

인장바위

봉래계곡을 따라 걷다, 잠깐 뒤돌아보면 능선위에 삐죽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인장바위가 보인다.  

 

 

 

등산로는 ‘봉래구곡’(蓬萊九曲)을 따라 이어진다.

직소폭포에서부터 시작해 구절양장 꺾이고 감돌아 넓은 반석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 마치 은반에 옥 구르듯 흘러 작은 소(沼)를 이루고, 머무는 듯 넘나든다.

 

 

 

자연보호헌장탑

대부분 등산객들이 산행 들머리로 삼는 남여치에서 출발하면 월명암을 거쳐 이곳으로 내려오게 된다.  

 

 

아치교를 건너 계곡 길을 조금 오르면 거짓말처럼 산속호수가 나타난다. 어떻게 산속 한복판에 호수가 생겼는지 모를 일이지만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절경이다.   수면 잠잠한 호수, 그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산, 봉우리... 산을 좋아 하는 난, 호수 안에 들어있는 봉우리에 가슴부터 설레어온다.

 

 

 

저 유명한 청송의 호수 주산지, 주산지의 특색은 뭐니뭐니해도 물속에서 자라는 나무들이다. 이곳 호수 건너편에도 아랫도리가 하얗게 변한 나무들이 보이는 것을 보면, 정상적으로 물이 찼을 때에는 이 곳의 나무들도 물속에 잠기는 모양이다. 이른 아침 물안개에 잠긴 호숫가... 보일락 말락 머리를 내밀고 있는 나무들,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머리에 떠올리며 부르르 진저리를 쳐본다.  

 

 

 

호숫가를 따라 조성된 나무데크가 주변 경관에 어울리는 ‘명품 산책길’을 연출해 내고 있다  

 

 

내변산 봉래구곡의 하나인 선녀탕. 주 등산로에서 20여 미터를 내려가야만 만날 수 있다. 다들 갈 길이 바쁜 탓인지, 아님 이정표를 못 본 탓인지 선녀탕으로 내려서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없다.  

 

 

 

전국 도처에는 선녀탕이 수도 없이 널려있다. 이는 하늘나라에 선녀들이 수 없이 많다는 뜻일 터... 오늘 우리와 함께 걷고 있는 여자분들도 저렇듯 선녀들처럼 예쁘니, 틀림없이 전생에 선녀들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우리 집사람은 덤으로 선녀가 되어버린다. ^^_* 

 

  

전망대에서 바라본 직소폭포(直沼瀑布)

외변산의 채석강과 함께 변산을 대표하는 절경. 육중한 암벽단애(岩碧斷崖) 사이로 흰 포말을 일으키며 23m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실상용추’(實相龍湫)란 깊고 둥근 소를 만든다.

 

 

 

직소폭포 전망대 아래의 소(沼), 이곳도 혹시 선녀탕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소(沼) 부근의 숲이 흐르는 물과 조화를 이루어 더욱 아름답다.

 

 

 

폭포 아래 암벽단애(岩碧斷崖)에 외롭게 걸터 앉은 소나무   

 

 

 

직소폭포로부터 재백이고개 까지는 계단 일색.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등산로 흙이 많이 흘러내린 탓에 돌과 나무로 단장하다 보니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든다.  재백이 고개는 해발 180m, 산행이 싫은 사람은 이곳에서 오른쪽 원암매표소 방향으로 하산하는 것도 가능. 그러나 내변산의 名刹인 내소사를 들러보려면 조금 더 오른 후,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하산해야 한다.

 

 

 

재백이 고개에서 관음봉으로 오르려면 특색은 없지만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야만 한다  

 

 

밋밋한 등산로가 싫은 사람에겐 스릴을 주는 등산로가 준비되어 있다. 좌측의 암릉을 따라 오르면, 스릴만점에 곰소만의 끝내주는 조망까지도 선사한다.  

 

 

앗! 바위다. 조금 위험이야 하겠지만 스릴이 있는데 어이 돌아갈 수 있으리오...  

 

 

 

가파른 오름길 임에도 다들 느긋이 오른다. 느긋하게 산행을 즐기고파 모처럼 단축코스를 잡았으니, 한껏 여유를 부려본다.

 

 

같이하는 사랑을 보여준 정팀장 부부

재백이고개에서 관음봉으로 방향을 틀어 약 30분 쯤 가면, 잠시 앉아 숨을 돌리라는 듯 능선에 널따란 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바위에 걸터앉으면 내소사 뒤쪽으로 멀리 개펄이 널따랗게 펼쳐져 있다.

 

 

 

이곳의 바위들은 북한산이나 관악산의 바위와는 다르다. 그 곳은 화강암 종류이나, 이곳은 퇴적암이라서 층리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흡사 인공적인 시멘트를 부어 만든 조형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관음봉의 바위는 남성미를 물씬 풍긴다. 파아란 하늘 아래 펼쳐지는 관음봉의 암벽은 남성미 넘치는 근육질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관음봉(좌)과 380봉(우)

380봉에는 목책이 가로 막고 있다. 380봉을 넘어 관음봉으로 직등하고 싶지만 서슬 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집사람이 무서워 목책을 넘지 못한다  무릎 슬개골이 부서지는 중상을 당하기 전 까지는, 저 정도는 서슴없이 오르내렸건만... 슬그머니 한숨 지으며 관음봉은 에돌아 이어지는 철 난간을 따라 오른다.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뒤돌아 본 전망은 한 폭의 그림이다. 거기에는 곰소만의 아름다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암봉에서 곰소 방면을 바라다보면 시원한 바다가 펼쳐져 있다. 어쩜 아랫마을은 원암일 것이고, 그 앞에 배(船)와 닮은 모습으로 떠 있는 섬은 비안도일 것이다. 

 

 

발아래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한줄기 가슴을 훔쳐 달아나는데, 눈 앞에는 아스라이 멋진 풍광들이 펼쳐지고... 신선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내가 바로 신선이니까. 

 

 

드디어 '기러기 아빠'를 면하신 강팀장 부부

관음봉 가는 능선에 서면, 숲과 조화를 이뤄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저수지를 감상할 수 있다. 오는 길에 주산지를 닮았다며 감탄했던...

 

 

 

굽이치는 능선들, 그리고 능선 넘어 또 능선, 능선에 걸친 하늘까지도 곱다.

 

 

굽이치는 능선들은 지리산을 연상하게 하고, 우뚝 솟은 암벽과 암릉들은 작은 설악을 연상시킨다. 저 멀리 보이는 호수는 최근에 완공된 부안호이다.  

 

 

 

관음봉(능가산, 봉래산 425m)

재백이고개에서 관음봉삼거리로 오르는 길은 바윗길로 가파르다. 한 봉우리를 오르면 관음봉이 보이고, 관음봉삼거리를 지나 관음봉에 오르려면 경사길을 따라 또다시 힘겹게 올라야 한다,

 

 

관음봉에서 내소사까지는 가파른 내리막길. 바윗길이라 험하지만 생각보다 위험하지는 않다. 1∼2㎞ 거리지만 올라오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힘든 코스일 듯...   

 

 

돈 주고도 구경하기 힘든 아름다움의 극치...

 

 

내소사(來蘇寺) 

진입로 양쪽 전나무 숲이 아주 운치있는 가람으로 백제 무왕 34년(633)에 혜구두타가 소래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 1983년 혜산스님의 중창으로 지금의 대가람을 이루었고, 1986년에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일원이 문화재보호구역(전라북도 기념물 제 78호)으로 지정되었다.

 

 

현재 내소사가 간직하고 있는 문화재로는 대웅보전(보물 제 291호),대웅보전은 빼어난 단청솜씨와 연꽃을 연속문양으로 조각한 화사한 꽃문살로 유명하다. 그리고, 국내 제일의 후불벽화인 백의관음보살좌상과 고려동종(보물 제227호), 법화경 절본사본(보물 제278호), 영산회괘불탱(보물 제 1268호) 등 다수의 문화재들을 간직하고 있다. 내소사의 입장료 2천원은 이것들을 관람하는 대가이니 꼭 둘러봐야 할 일이다. ^^-*

 

 

내소사(來蘇寺)에 왔으면 꼭 보아야 하는 것이, 대웅보전(보물 291호)의 ‘꽃문살’이다.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세를 탄 이후, 부쩍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연꽃, 국화꽃, 해바라기 등의 문양으로 장식된 독특한 꽃 문살이다.  

 

 

옛말에 내소사(來蘇寺)를 둘러봐야 변산반도에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내소사엔 볼 것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산에서 내려온 우리 눈에 비친 내소사는 딴 세상이었다. 경내는 관광객들로 넘쳐났고, 도심번화가처럼 북적였다

 

 

내소사 앞마당의 수령 1천년 된 당산나무

당산나무가 절 안으로 들어온 것은, 드문 예로 생각하는 이의 눈길을 끈다 내소사(來蘇寺)는 "이곳에 오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또는 소생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단다.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부처님을 모시는 사찰, 사찰과 연꽃의 인연 때문인지 곳곳에서 연꽃을 만나 볼 수 있다.  대웅전 꽃문살이 아닌 수반이나 연못에서도...

 

 

천왕문 앞에서 주차장 가는 길은 왕벚나무 터널이 이어진다. 아마 벚꽃이 필 무렵이면 환상적인 터널을 이를 것이다. 그럼 사천왕문으로 드는 길은 한층 더 신령스러워 질 것이고...

 

 

왕벚나무 터널이 끝나면 전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터널을 이룬 전나무 숲길에선 침엽수 특유의 맑은 향이 흘러나와 시끄러웠던 도시의 번뇌를 잊게 해준다.  

 

 

산행을 마친 후의 즐거움 중 하나는 목욕인데, 오늘은 행운의 날이다. 목욕중에서도 상급인 온천욕을 즐길 수 있었으니까... 비록 물의 성분은 별로였을망정(윤회장님 말씀이 이 온천수의 주 성분인 Na, Cl은 소금이란다. 차라리 말을 안해 주셨으면 온천욕 효과가 더 컷을텐데...ㅎㅎ)

 

 

 

산행을 마친 후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먹는 즐거움이다. 부안에서 유명한 음식은 바지락 요리... 바지락으로 만든 숙회, 전, 무침, 죽, 다양한 바지락 요리를 안주삼아 넘치도록 마셔본 하루였다. 덕분에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쿨쿨 꿈나라를 벗어나지 못했다

 

 

온천에서 흘린 땀 깨끗이 씻어내고 깔끔하게 옷 갈아입었으니 당연히 기록으로 남길 수 밖에... 

 

성치산 (城峙山, 648m) - 성봉


산행코스 : 용덕고개→성치산→전망대→성봉→무자치골→12폭포→모치마을 (산행시간 : 4시간)


소재지 : 전북 진안군과 충남 금산군의 경계

산행일 : ‘09. 6. 28(일)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12폭포를 끼고 있는 성봉이 주요 포인트이나, 산세는 암릉을 끼고 있는 성치산이 한층 상위... 등산로는 암반위에 약간의 흙을 뒤덮은 형태인 성치산의 몇몇 암릉구간을 제외하고는 포근한 흙길이 대부분이다.  

 

 

산행 들머리는 용적리 고개(725번 지방도)

전북 진안군과 충남 금산군의 경계,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고, 유명산도 아닌지라 산행들머리는 한적하다. 성치봉 가까이 가면서 반대편에서 진행하는 사람들이 가끔 보이기 시작한다.  

 

 

비록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고향을 떠났지만, 어릴 적에 오르던 동네 뒷동산 같이 정겨운 산길을 오른다. 완만한 경사, 그리고 포근한 흙길... 산행 초입, 우리를 맞는 건 밤나무가 먼저다...  으~~ 별로 향기롭지 못한 내음...♪

 

 

산자락엔 개망초가 한창

국화과인 개망초는 보통 8~9월에 개화하는데, 벌써부터 꽃망울을 활짝 열고 있으니 정신나간 넘들??? 아니면 쥐뿔도 모르는 나의 들꽃 상식...

 

 

성치산은 ‘한국의 산하’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산이다. 그런데도 간혹 사람들이 눈에 뜨이는 것은 아마 12폭포를 낀 성봉을 가려다 덤으로 성치산을 들르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등산로 주변엔 간간히 억새풀이 보인다. 무리짓지 않은 억새는 원래부터 볼품이 없는 법..., 그리 안해도 미운데, 싸리나무와 얽혀 길손의 발길마저 잡아매고 있다. 평상시에도 짧은 옷을 입지 않는 내 자신에 만족해하며 부지런히 오른다.

 

 

간혹 나타나는 고사리 밭, 이곳 사람들은 고사리를 그리 귀하게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봄에 다시와 볼까나?? 잠깐이면 한 배낭 가득 채울 것 같다. 취나물 종류의 산나물은 산행내내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오늘 산행에 도란도란 산친구가 되어주신 분...

앞서거니 뒷 서거니 걷다가, 언제부턴가 자연스레 함께 걷게 되었다. 역시 혼자 바라보는 아름다움 보다는 둘이 보는 시선이 더 곱나보다. 하기야 삶이란 혼자보다는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니까... 

 

 

 

어울림의 미학을 팔아, 난 그녀가 준비해온 얼린 과일을 보시 받을 수 있었고, 산행을 마친 후에도 외롭지 않은 식탁을 차릴 수가 있었다. 보통 나 같은 술꾼들은 식사 때 곁들이는 반주를 다른 사람이 따라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다닌다. 그것도 여자라면 금상첨화... 고맙습니다 ♬

 

 

고향을 만난 정겨움에 콧노래 흥얼거리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다. 주변 소나무 가지를 따라 흐르는 솔향기를 맡으며 1시간여를 산책하는 기분으로 올랐나보다. 등산로 주변에는 소나무 외에도 갈참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성치산은 제대로 된 정상표지석 하나 없는 가난한 산이다. 하기야 산림청에서 선정하는 ‘100대 명산’에 끼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산하’의 산 찾기에서도 찾을 수 없는 산이니 이해가 간다. 표지석 대신 세워진 정상표시판은 얼핏 초라하게 보이나, 한편으론 없이 사는 집 문패 같아, 어떻게 보면 정감이 가기도 한다.  

 

 

정상에 서면 주변의 진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이산, 대둔산.. 거기다 길고 울창한 계곡을 거느린 무자치골이 주욱 늘어섰다. 활엽수로 가득한 골짜기가 가을에 단풍으로 붉게 물들면 장관을 이룰 듯...  

자연 속에서 이리저리 걸으며 좋은 공기도 마시고, 자연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라도 좋다. 더구나 산길이라면... 차가 다니지 않으니 조용할 것이고, 거기다 물론 기름 냄새도 없을 것이니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성치산 정상에서 바라본 주천면(진안군) 신앙리 들... 행여 용담댐이 보일까 두리번거려 보지만 시야에 잡히지 않는다.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일까?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산길에 들어서면 먼저 근심걱정부터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산이 주는 선물로 하나하나 채워나간다.

 

 

성치산 정상근처의 전망바위

성치산은 성치지맥의 주봉으로 조망이 뛰어나다. 그 중에서도 이 전망바위가 제일일 듯 싶다. 

< 성치지맥 >

금남정맥상의 769봉(금산, 완주, 진안 등 3군이 만나는 곳)에서 시작하여 전북과 충남의 도계를 이루는 산길이다. 주봉은 성치봉으로 도상거리 약43.5Km, 주요 산으로는 성봉, 봉화산, 덕기봉 등이 있다.

 

 

성봉가는 능선의 암릉길은 중간중간 경사도가 가파라지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유순한 능선길이다.

요즘 같으면 진초록 나뭇잎들이 풍기는 내음... 겨우내 모진 추위에 시달리다가 산들바람 따라 기지개를 킨지 몇 달... 물론 며칠 후에 다가올 비바람에 시달릴 것을 각오하면서도 한편으론 벌, 나비들이 보내온 달콤한 밀어들로 영근 삶의 추억들로 가득차 있겠지?

 

 

성봉 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성치산

화려하지도, 아름답지도, 유명한 성치산이기에 어쩜 저 산은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는 이런 오지에 아무 말 없이 드러누워 있는가 보다.  

몸과 마음이 무거울 때나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고 느껴질 때는 그냥 나선다. 목적지야 가면서 정하면 될테니까... 자그마한 배낭속엔 산행중에 먹을 간식과 물 한병이면 족하다. 하기야 ‘사람에게 먹고 마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으랴...’

 

 

성치산에서 성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암릉이 있어서 조금은 위험하지만, 암릉이야 조금만 조심하면 될 것이고, 암릉으로 인해 펼쳐지는 뛰어난 조망은 그 조바심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며, 내뿜는 숨결에 충실하다 보면, 어느새 머리는 맑아지고 상쾌해 진다.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그 자체만으로도 휴식이요 재충전이다. ‘자연이 채워주는 삶의 활력...’

 

 

초반은 힘들다. 그러나 처음에 힘겨워하던 일주일 동안 쓰지 않던 근육들이 곧 리드미컬해지며 신바람을 내게 된다. 그 때쯤이면 기름기 짙은 노폐물들도 빠져나간지 오래다. 능선에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건너편 산자락의 녹음이 눈부시다.  

 

 

 

이곳은 이념의 場

이곳은 左右의 성향에 따라 나무들이 운집해 있는 것 같다. 소나들만 주욱 도열해 있는가 하면, 어느새 나무들은 참나무들로 완벽하게 바뀌어져 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오른편엔 소나무들, 그리고 왼편엔 참나무들이 저희들끼리만 오손도손 모여 있다. 그러나 나무들도 나름대로 삶이 있는 법..., 우리내 속담에서 말하는 청개구리라고 없을 리가 없다. 참나무 무리들 속에 못난 소나무 한그루 보이기도 한다.  

 

  

성치산에서 1시간여를 걸으면 성봉에 도착한다.

성봉에 도착해보니 안내판이 있는데, 성봉이나 성치산이나 모두 城자를 쓰는데 이상하게도 주변에는 城이 있다는 얘기는 없다.

잘생긴 나무나 기묘한 바위를 보면 실컷 바라보고, 요상한 풀이 있으며 쭈그리고 앉아 요모조모 살펴보아도 좋다. 마치 할일 없는 사람처럼 한가로이 산속을 걷다보면 문득 발길은 내려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오늘 하루도 ‘마음의 풍요’라는 질 좋은 보약 한 첩 잘 먹었다.  

 

 

등산객들에게 12폭포는 제법 알려져있나보다. 성봉부터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기 시작한다. 야트막한 산이어선지 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 대부분이 남녀가 쌍쌍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손에 손을 맞잡고... **-^^-**   계곡으로 내려서면 무자치들이 용이 되기 위해 닦아 놓은 듯한 넓은 암반계류가 펼쳐지는데 이 계류를 몇 번 오락가락 건너야 한다

 

 

벌써 여름일까?

무자치골 골짜기에는 마음의 때를 씻어내듯 몸에 끼인 때를 밀어내는 사람들이 보인다. 보기는 좀 민망스럽지만, 아서라 저 사람들도 생각이 있는 사람들일 터... 다만 식수원도 아니고, 공원도 아니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산 후에 함께 식사를 하던 어느 여자분들 말씀에 ‘할아버지 두 분이 홀딱 벗고 물속에 들어가시더란다.’ 아무리 보잘것이 없으시더라도 그렇지 원~~ ‘그래도 돈 내고도 못 보는 광경을 보셨으니 참으시옵소서!’    

 

  

폭포는 주위에 기암이 어우러지고, 그 사이사이 숲이라도 심어져있으면 더욱 좋다. 거기다 더하여 바위 낭떠러지위에 落落長松이라도 하나 얹혀져 있다면 군계일학... 

무자치골의 12폭포는 폭포의 숫자가 12개라서인지 아니면 폭포가 많아서인지 분명치 않다. 폭포의 이름에 ‘12’라는 용어를 쓰는 걸 보면, 아마 맨 아래에 위치한 폭포를 이르는 처소명사가 아닐까한다.

 

 

무자치골의 의미

무자치(Elaphe rufodorsata)란 몸길이가 60∼90cm로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유일한 물뱀 종류이다. 맑고 깨끗한 물에서만 살기 때문에 요즘은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물뱀이다. 그 무자치 물뱀들이 무자치골을 따라 폭포를 날아 내공을 쌓으면 성봉과 성치산을 넘게 되고, 마지막 용녀천에서 용녀의 아름다운 미모만 넘기면 용이 된단다.  

 

  

무자치 계곡의 제1경인 12폭포

‘초포동천’이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先人들이 얼마나 경치에 반했으면 漢詩를 저렇듯 바위틈에 심어 놓았을까. 물론 아름다운 경관을 자연 그대로 보존한 것은 아쉽지만...  무성한 대나무 잎처럼 펼치며 떨어지는 폭포... ‘죽포동천’이라는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마 저 모습을 보고 그렇게 부르나 보다.

 

  

산행 날머리인 모치마을 임시주차장

4Km정도 되는 무자치 계곡을 2시간 조금 못되게 걸어 내려오면 봉황천을 만나게 된다. 천변엔 두칸짜리 화장실을 낀 임시주차장이 설치되어있다. 봉황천은 맘 놓고 몸을 씻기에는 조금 깨름직 할 정도로 주변이 오물들로 더럽혀져 있다. 물의 온도 또한 뜨뜻 미지근...

 

 

좋았던 점

사람들에게 덜 알려져 있고, 깊은 골짜기 속에 감추어져 있어 그동안 쉽게 남들에게 속살을 내보이지 않았던 秘境~ 오늘 하루 흘린 땀방울을 충분히 보상해 주고도 남는 산행이었다.  아름다운 산하에서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거닐어 본 성치산과 무자치 계곡, 그 숲속에 빠져 보낸 하루의 서늘함에 가슴까지 시퍼렇게 멍이 들지나 않았을까?

 

아쉬웠던 점

성봉 정상엔 삼겹살 굽는 냄새, 그리고 계곡 곳곳에선 찌게 끓이는 냄새들이, 산의 정기를 가득 담아 내려오는 등산객들의 인상을 찌뿌리게 만들고 있다.

 

그럼 난? 도시락 하나와 물 한 통, 그리고 카메라 하나만 들고 산을 찾았다. 그리고 가져간 것 말끔히 비우고 버린 것 없이 돌아왔으니, 오늘도 난 ‘아니 온 듯 다녀간 산’으로 성치산을 다녀간다.

팔공산(1,151m)

 

위치 : 전북 장수군 장수읍과 백운면 경계

 

산행일 : '09. 3. 7(토)

 

산행코스 : 차고개-합미성-팔공산-서구이재-오계치-와룡자연휴양림(점심 및 휴식시간 포함 5시간 10분)

 

함께한 산악회 : 미투리산악회

 

특징 ; 대구시의 진산인 팔공산과는 동명이산(同名異山)으로 산악인들에게 아직 입소문이 덜한 산...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 : 전북 장수의 장안산(長安山:1237m)에서 서북으로 뻗어 무주의 주화산(珠華山:600 m)까지 약 65km에 이르는 옛 산줄기의 이름)에 위치한 산으로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서구이재방향의 능선은 제법 가파른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행들머리인 차고개(10:50)

13번국도가 지나가는 2차선 도로다. 도로 옆에는 大成高原이라는 돌비석이 서 있고, 주위에 단풍나무로 예쁘게 화단을 조성해놓았다, 원래는 수분령(소백산맥과 노령산맥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로 이곳에서 한줄기는 금강으로, 한줄기는 섬진강으로 흐른다 해서 수분령이라 이름 붙여짐)에서 시작하려 했으나, 집사람의 컨디션이 안 좋아, 1시간여를 단축할 수 있는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   

 

 

등산로는 돌비석 뒤로 난 임도를 따라가다 숲길로 이어진다,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는 고운 흙길로 무릎이 안좋은 집사람에게는 최상의 코스이다. 주변 숲은 떡갈나무와 소나무가 반쯤 혼재해 있다.  

 

 

합미성(合米城, : 전라북도 기념물 제75호)

후백제때 축조된 성으로, 성안에 병사들의 군량미를 보관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성곽을 따라 우측으로 진행을 하면 성곽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合米城(남쪽 부분)

길이 320m 높이 5m 규모의 돌로 쌓은 성으로서, 성곽의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으나, 북서쪽과 남쪽의 성곽 일부분은 대체로 양호한 형태로 보존되고 있다   

 

  

등산로는 성곽을 오른편에 끼고 진행... 성안에는 주둔하던 군인들이 사용했다는 급수관 시설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떡갈나무와 산죽들만 사람들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을뿐, 급수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성곽에 오랜 흔적 하나 없으면 말이 아니된다는 듯, 오래된 느티나무 한그루가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온몸을 비비꼬며 힘겨워하고 있다.

 

 

합미성터를 지나 10분 정도 더 걸으면, 팔공산으로 가는 길이 두갈래로 나누어진다. 1013봉의 사면을 돌아가는 길과, 1013봉의 가파른 정맥 마룻금... 정맥답사가 이번 산행의 목적이 아닌 난, 고민 없이 곧 바로 우회로를 택한다. 이정표도 사면을 돌아가라고 지시하고 있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우측 사면을 따라 진행하면, 계속해서 너덜지대가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은 온통 산죽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너덜지대가 끝날 즈음 만나게 되는 삼거리의 이정표엔 정상과 차고개 외에 필덕리가 다른 한 방향을 차지하고 있다. 필덕리 방향에 표지기가 많이 걸려있는 걸 보면, 아마 정맥을 답사하는 사람들이 1013봉을 올랐다가 정상방향으로 내려오는 길목인 모양이다.

 

 

팔공산의 특징을 들어보라면 아무래도 산죽을 제일로 쳐야할 듯... 산의 밑자락에서 보이던 소나무는 3부 능선을 벗어나기도 전에 자취를 감추고, 그자리를 그리 크지 않은 참나무들이 메꾸고 있고, 그 아래는 산죽들이  늘어서 있다. 이러한 풍경은 산행내내 이어진다.

 

산죽의 효능

산죽은 인삼을 훨씬 능가한다고 할만큼 놀라운 약성을 지닌 약초이다. 산죽 한가지만 써서 당뇨병·고혈압·위염·위궤양·만성 간염·암 등의 난치병이 완치된 경우가 적지 않다. 산죽에서 추출한 항암활성물질은 강력한 항암효과가 있는 반면에 인체에는 부작용이 없다. 흔해 빠진 데다가 다른 나무가 자라는 데에 방해가 된다 하여 귀찮게 여기고 있는 이 나무가 이 세상의 병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약초가 되는 것이다.

 

 

서구이재 방향 능선의 첫 헬리콥터장에서 바라본 팔공산 정상(12:30)

팔공산은 경사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등산로를 지그재그로 만들어 어느 정도 경사를 죽이고 있다. 가파른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온 고행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어디선가 청량한 바람 한점 이마를 스친다. 정상에는 통신 3사의 안테나가 전부 있는 것 같다, 정상표지석은 없고, 대신에 ‘전북 산사랑회‘에서 설치한 스테인리스 간판에 팔공산(1151m)이라고 써 있어, 그나마 이곳이 정상임을 알게 해 준다.

 

 

통신시설을 옆에 끼고 돌면, 이곳에서 서구이재 방향의 능선으로 곧장 가다가는 정상을 놓친다며 어느 친절한 이가 돌맹이에 정상 방향표시를 해 놓았다.  산정에 서면 백두대간 마룻금이 한눈에 잡히는데, 오래전 백두대간 마룻금 밟기를 할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찾아온다. 지리산 주릉에서 이어온 대간줄기가 정기를 잃지 않고 힘차게 뻗어내려, 덕유산으로 향하는 흐름에 막힘이 없다. 아~~  

 

  

‘春來 不似春’ 이곳이 정상이지만 정상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음을 떠올리다 문득 떠올리는 문구... 아! 때는 바야흐로 꽃피는 춘삼월이로소이다... 이른 아침을 먹었다는 집사람의 충고에 따라,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양지바른 곳에 자릴 잡고, 김밥으로 요기를 한다. 거기다 어찌 반주가 빠질 수 있으리오... 집에서 삶아온 계란이라는 괜찮은 안주가 있는데...

 

 

정상에서 바라본 장수 들판...

비온 뒤끝의 하늘은 시원스럽게 푸르고 드높아 우러러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는데..., 조망이 좋은 곳으로 소문난 이곳에서,  너무 빨리 찾아온 가스 때문에 더 멀리 볼 수 없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누가 무주,진안,장수 고을을 일컬어 무진장 촌이라고 했을꼬~ 장수 들판이 저리도 넓은데... 

 

 

지리산 방향 조망

이곳은 조망 좋기로 소문난 곳... 비록 가스 때문에 시원스럽지는 않지만, 맑은 날씨덕분에 시계는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다. 왼편엔 지리산의 천왕봉, 중봉, 하봉 삼형제가 가물거리고, 오른편으로 낙조로 유명한 반야봉이 우뚝 솟아있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덕유산 방향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 이해인 수녀님의 ‘나를 키우는 말’ 중에서 -

힘들고 지쳤다가도 산을 다녀오면 다시 처음의 환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잇는 건 산행을 하는 동안, ‘아름답다’라는 말을 그만큼 많이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추가하여, 내 생활신조중의 하나인 립서비스... ‘Honey~ you are so beautiful!'

 

 

우리가 걸어야 할 금남호남정맥... 제일 왼편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선각산이다

시야에 전개되는 조화에 탄성을 연발하다 발길을 옮기는데, 얼마 안가 만난 헬기장에 서니 조망이 고조에 달하는 느낌이다. 진행할 서구이재 방향의 마룻금이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지는데, 내 감동을 시샘이라도 하려는 양 채 녹지 않은 눈길이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그러나,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가는 집사람을 잡아주는 또 하나의 행복은 오늘 산행의 보너스다.

 

 

정상에서 서구이재까지의 능선은 양편이 다 암벽으로 이루어져있다. 암벽이 그다지 높지도 않을뿐더러, 지자체에서 로프와 철제계단 등 안전시설을 잘 정비해 놓아 위험하지는 않다.  

 

 

능선은 참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싸리나무와 진달래가  사이사이를 메꾸고 있다

며칠 전 내린 비에 대지는 촉촉이 젖어있다. 그러나, 습기찬 흙이 얼었다 녹는 중인지라 질퍽거리는 등산로 컨디션은 별로... 파란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은 가볍고, 길가 풀들은 벌써 녹색의 빛을 되찾아가고 있다.  

 

 

"별, 바람, 아침이슬 아름다운 장수사랑!"

비록 어설픈 목판에 조잡한 필체이지만 이보다 더한 애향심이 있을까?  이어가는 능선은 가벼운 오르막에 가파른 내리막의 연속... 금새 산죽과 잡목들이 발목을 붙들어 진행을 더디게 하지만, 어떤 정맥들 같이 산줄기가 끊겨 도시의 중심지가 되어버린 곳은 없기에 마룻금 찾아가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다.

 

 

 

서구이재 근처의 억새군락지

서구이재는 742번 지방도가 지나간다. 인적이 끊긴 듯한 한가로운 고갯마루를 휴게소이었을 성 싶은 빈 건물이 지키고 있다. 건물 옆 공터에는 등산객이 타고 온 듯한 승용차가 한대... 양쪽 절개지 사이를 터널을 만들고, 그 위를 흙으로 덮어서 야생동물 통로로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우리 같은 등산객들은 덤으로 편하다.  서구이치의 서 자는 지금 서녘 서(西)를 쓰지만 원래 쥐 서(鼠) 자를 사용했다 한다. 옛날 재를 넘어 전주 등지에서 생필품을 운반할 당시 길손이 쥐 아홉마리가 줄지어 계곡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이름지었단다

 

  

데미샘

데미샘은 섬진강 발원지란다. 이렇게 높은 곳에 누가 의자를 가져다 놓았을까? 궁금증은 산행을 마칠 때쯤에 도착한 와룡자연휴양림(데미샘의 오른편 계곡에 위치)에서 해답을 찾는다. 자연휴양림의 부대시설일 것이라고... 이곳에서 데미샘을 다녀오려면 상당한 거리를 내려갔다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탐방은 생략하기로 하고, 목마름도 달랠 겸 잠깐 의자에 엉덩이를 붙여본다.  

 

 

오계재로 내려오는 길...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으나, 해빙기 질퍽거림까지 없앨수는 없었다  

서구이재를 넘어 오계재로 가기까지는 때론 키를 넘기고, 때론 무릎을 덮는 억새밭이 길게 이어진 소담스런 산행길을 자주 만난다. 만일 늦은 가을날 억새꽃이 하얗게 피어날 때 이곳을 걷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운치 있는 산행이 되지 않을까?

 

 

오계재

데미샘에서 출발하여 약 20분쯤 더 걸으면, 왼쪽으로 커브를 틀어 내리막길이다, 건너편에는 삿갓봉이 보이고, 그 아래로 오계재 밑을 도는 구불구불한 임도도 보인다, 전면의 삿갓봉 오르는 길의 경사를 보니 여간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 난 여기서 휴양림 방향으로 하산하면 그만이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와룡리 자연휴양림...(16:00)

단체 합숙건물,  산막, 연수시설 등 비교적 여유로운 공간배치가 돋보이는 휴양림, 수 많은 야영시설 대(텐트를 칠수 있도록 나무로된 단을 만들어 놓았다)가 설치되어 있는 점이 다른 휴양림과 차이... 극기훈련 시설 외에도 수영장과 썰매장까지 다양한 레포츠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휴양림의 대형버스 주차장 옆의 계곡...  요즘 같은 가뭄에도 제법 수량이 많다.

 

구봉산 (1,002m)


절리가 별로 없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 북쪽 천황사 쪽에서 보면

뾰족하게 솟아있는 아홉개의 봉우리가 뚜렷하게 보인다하여 구봉산이라 부른다. 봉우리들 사이 협곡이 깊어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므로 작은 산을 몇개 타는 형태이다


산행코스 : 위양명 주차장-1봉~8봉-정상(천황봉)-바랑재-돌집-윗양명 주차장(산행시간 : 4시간)

 

함께한 산악회 : 자이언트산악회


특징 : 8폭 병풍을 펼친듯 빼어난 좌우 절벽으로 이루어진 산이나  위험한 지대에는 안전시설이 잘 설치되어 있고, 곳곳에 쉼터도 마련되어 있다.

         바랑골 하산로는 심한 급경사로 되어있어 주의를 요한다

 

 

< 윗양명 주차장에서 바라본 구봉산 >

맨 오른쪽이 일봉, 맨 왼쪽은 정상인 천황봉

 

앗차~~~ "언젠가 와본 산인데...." 

작년 겨울에 다녀간 산임을 기억의 저편에서 끄집어내고 한숨으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산행 들머리에서 1봉으로 오르는 길은 시작부터 급경사가 시작된다

다행이 등산로는 신갈나무로 덮혀있어 산꾼들의 힘든 숨가품에 신선한 치톤피트를 선물해 준다

 

 

이곳 진안군청에서도 등산로 곳곳에 쉼터를 만들어 찾는이들을 위한 배려를 해주고 있다

 

 

제 1봉

1봉과 2봉 중간쯤의 삼거리에서 1봉을 다녀오려면 약 10분 정도가 걸린다

 

 

 작년에 다녀갔기에 1봉은 생략하고 곧바로 2봉으로 향한다 

 

구봉산은 나와 인연이 있는 산일까?

산이라 이름이 붙은 산은 모두 올라보고픈 마음으로 틈만 나면 산을 찾고 있고, 뜻을 이루기 위해 한번 가본산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고 있다

그런데, 가본지 일 년도 채 안되어서 같은 산을 다시 찾는 우를 범하다니...

 

그러다 문득, 작년 운장산을 찾았을 때, 바쁘신 일정인데도 불구하고 이곳의 별미라는 흙돼지를 맛보여 준다며 어렵게 짬을 내주신 진안군수님의 친절이 아마 인연이라면 인연이었으리라...

 

 

아마 4봉(?)

 

 

아마 5봉(?) 

  

 

8봉 쪽에서 구봉산 정상을 보면 마치 삼각형의 거대한 벽을 보는 듯하다.

암릉과 바위들이 살아나고, 산은 대단한 급경사로 군데군데 단애가 있는 험준한 모습이다.

 

 

보라 저 삶의 의지를....

암벽 중간어림에 수평으로 자란 소나무를 보며 난 지나온 삶을 반추해 볼 수 밖에 없다 

아! 인생이여~~~

 

 

6봉...

구봉산의 단점은 봉우리의 표지석이 없어 몇봉인지를 구분하기가 힘듬이다

 

 

 

 

7봉과 8봉은 연결되어 있으며 등산로는 정상을 피해 좌측으로 우회시키고 있다

7봉 중간쯤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의 자태가 그림같이 곱다

 

 

 

8봉 서편의 쉼터에서 내려서면 돈내미재, 이곳 십자로에는 산죽이 우거져 있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 가나 등산로 양편의 조릿대를 흔히 보이지만,

특히 이곳의 조릿대는 지나는 등산객들의 모자만 보일 정도로 어른 키만큼 크다.

우리나라 '얼룩 조릿대'는 고혈압과 암에 효험이 있다는데....

 

 

돗내미재에서 정상으로 이어진 암릉의 북쪽 하단부를 따라 능선까지 오르는 길은 음침하고 너덜겅이 많으나 주위 나무들이 단풍나무가 많은걸 보면 가을단풍이 고울 듯 싶다


암릉에서는 처마자락에서 낙숫물 떨어지듯이 물을 뿌려 단애 아래의 급경사 산길과 산곡을 적시고 있다. 마치 봄비가 오는 것 같은 느낌... 설치된 나일론 로프도 축축이 젖어 있다

 

 

구봉산 정상(천황봉)

가을을 느끼게 하는 청명한 날씨...

아직은 한여름 뙤약볕이 무색할 정도로 더우나 간혹 불어오는

바람만큼은 이제 곧 성큼 다가올 가을을 느끼게 할 정도로 시원하고 상큼하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여덟 개 봉우리는 마치 8폭 병풍을 펼친 듯..

암봉의 수려한 경관을 시샘이라도 하려는 듯 용담댐의 물굽이들이 얼굴을 드리밀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지리산 방향 

 

정상에 서면 저멀리 마이산의 두 개 암봉까지 감상할 수 있다

 

 

구봉산의 자랑중 하나인 용담댐 조망 

 

 

천황사 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8폭짜리 병풍 

 

 

8폭짜리 병풍을 표구하면 이렇게 될까?

 

 

하산길의 바랑골 골짜기는 물이 없는게 건천인가 싶다

저 바위들 위로 부챗살 물길이 퍼질 때는 또 하나의 도화경을 이룰텐데...

 

 

흔히 사람들은 왜 산을 찾느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산이 거기 있어 찾는다"라고 대답한다. 설마 어디서 주워들은 풍월은 아니길  빌면서...

 

하지만 난 아직도 왜 산을 찾는지 모른다.

그저 산이 좋아서 오를 따름이고, 내 좋아하는 산이니 산이란 산은 다 올라보고 싶을 따름...

 

그리고 하나더, 의미를 찾아본다면 산을 오르는 내 곁엔 항상 오매불망 내 사랑이 있기 때문...

덕태산(1113m)

 

진안고원의 남쪽 경계로 능선은 원시림으로 덮여 있으며, 이곳의 수많은 계곡 중 백운동 계곡은 암릉과 울창한 숲과 빼어난 경치로 유명하다.

 

산행코스 : 백운동-점전폭포-투구봉-임도-점전폭포-백운동 (산행시간 : 2시간)

 

함께한 산악회 : 산악랜드

 

특징 : 산행 들머리를 찾을 때 세심한 주의 필요,  선각산이나 덕태산을 가려면 점전폭포에서 계속해서 임도를 따라 올라가야함. 폭포 위로 접어들 경우 투구봉 가는 등산로를 만난다.

 

 

 

<점전폭포

약 10m정도 높이...  

주위 경관도 좋고, 풍부한 수량으로 인해 아래의 소도 깊고 푸르르다

 

 

<점전폭포 위> 

보통 선각산을 등반할 때 투구봉 경관이 좋아 이곳을 산행 들머리로 삼는다

 

 

 

숲은 두텁고 고즈넉하다.

우거진 떡갈나무 아래로 산죽들이 빼곡이 줄지어 있다

흙은 고슬고슬하고, 곳곳에 돌부리들이 있으나 무엇이 문제랴

사람의 발가락은 돌과 자갈, 그리고 흙길을 즐길 줄 아는 것을... 그래서 이런 길을 걷는 일은 즐겁다

 

 

풍경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걷기의 속도도 중요하다.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피에르 쌍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한가로이 거니는 것. 그것은 시간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게 쫓겨 몰리는 법 없이 오히려 시간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것은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의미한다’고 했다

 

 

투구봉 오르는 길목의 기암 

 

 

투구봉

투구 모양으로 생겨서 투구봉이라하지만 내눈엔 귀여운 강아지 형상...

 

 

투구봉에서... 지나온 능선 

 

 

투구봉에서 바라본 선각산 

 

 

백운동 계곡 상류

검푸른 암반을 휘돌아 흐르는 깨끗한 물은 그냥 마셔도 될 듯...

 

 

나이를 짐작키 어려운 길가의 늙은 소나무는 

수백년 묵은 풍상 나그네에 전하려, 휘늘어진 가지를  푸르르 떨고 있다. 몸체로 못다한 얘기....

 

 

 

백운동 계곡 하류...

이적이 끊긴 한적함에 얼른 물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위쪽 농원에서는 주문해 놓은 촌닭이 익어가고...

 

 

 

오늘은 꽃대신 버섯으로... 

 

 

산에서도 습관적으로 속도를 내는 나!

오늘은 제발 한 숨 죽이고 느리게 걸어보자. 산이 새삼 다시 보일 것이므로....

덕분에 우린 투구봉에서 하산하는 한가한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기예찬’에서

‘(길이란) 무수한 보행자들이 남긴 잎맥 같은 것’이라고 했다.

희미한 발자국이 한사람 한사람의 서명이라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산객들의 생각이... 그들의 생이 그 길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길위엔 또 다른 트레커들이 또 하나의 생을 덧칠할 것이다.

 

   

방장산(方丈山 743m, 전북 고창군과 전남 장성군 경계)

지리산, 무등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으로 추앙받아 왔으며 주위의 내장산, 백암산,

선운산 등 명산을 지척에 두고 있으면서도 결코 기세가 눌리지 않은 당당함을 보이고 있다.

지리산을 달리 방장산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신이 살 듯한 신비로운 산에만 붙이는 이 이름은

청나라에 멸망한 명나라를 숭상하던 조선조의 선비들이 중국의 삼신산 중의 하나인 방장산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모화사상은 별로인데...)


산행코스 : 양고살재-별봉-벽오봉-방장산-쓰리봉-장성갈재(산행시간 : 5시간)


특색 : 호남의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곳곳에 바윗길이 있어 심심치 않은 경관을 제공한다. 

높지는 않지만 봉우리마다 오르고 내리는 목이 깊기에 결코 산행이 녹녹치만은 않은 산이다

겨울에 다른 호남 지방에 비해 눈이 많이 쌓여서 최근에 눈꽃 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적설량이 많다는 소문에 걸맞게 며칠 포근한 날씨에 많은 량이 녹아 내렸음에도 눈길이 깊다

  

 

 

 

소방서의 안내 표지판이 거의 뭍힐 정로라면 어쩜 1m가까이 쌓여있다고 보아야할 듯...

 

 

 

나야 원래 스릴을 즐기고파 겨울의 필수품인 아이젠을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부창부수를 주장하며 착용을 거부하는 집사람... 결국 잦은 엉덩방아 덕분에 많이 웃는 산행이 되었다

 

눈이 좋아 경남 함양으로 떠나려던 발걸음을 호남쪽으로 돌렸는데

방장산은 그런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 한 生...저 눈같이 한점 티없는 가슴을 만들어 가고 싶다

 

 

 

오늘도 내 곁엔 언제나와 같이 집사람이...

아침에 집을 나설 때 꾸무럭거린다는 짜증섞인 지청구를  내 밷고나서

산행내내 잠깐을 못 참은 내 경솔함을 자책했는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그녀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그런 성격이 좋아 그녀를 선택했었고,, 그래서 난 내 선택을 존중하고 그녀를 내 목숨보다도 더 사랑하고 있나 보다.


구봉산(九峰山, 1002m)


전북 진안군의 최고봉인 운장산(雲長山:1,133m)과 한줄기...
노령산맥에 솟아 있는 섬진강의 발원지인 기암괴석의 바위산이다
지리산의 천황사에서 바라보면 아홉 봉우리가 또렷이 보인다 해서 구봉산이라나??

산행일 : '07.10.27

소재지 :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

산행코스 : 양명교-안부-1봉~8봉-9봉(천황봉)-천황사(여유있는 4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청계산악회



특색 : 인근에 맑은 물과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운일암반일암과, 죽도유원지가 있다
 

 


제1봉
임진왜란 3년 전인 1589년(선조 22년) 10월에 일어난 기축옥사...
1천여명이 처형당하거나 고문 또는 귀양 중에 숨지고 투옥당하거나 노비로 전락...
무오·갑자·기묘·을사 4대 사화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낸 기축옥사
그 한편에 정여립선생과 송익필이 있고, 그 들의 애환이 이곳 진안 곳곳에 서려있다
 



2봉...우리가 짐작했던 2봉과 3봉을 묶어서 2봉으로 해야할 듯...
정여립선생의 유적지는 근처 죽도유원지와 천반산에서 찾을 수 있다
역성혁명(임금이 운영을 잘못하면 임금을 갈아치워도 정당하다)을 주장하여
역대 왕조에서 왕따를 당했던 맹자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3봉
정여립선생은 천하공물설(천하는 일정한 주인이 따로 없다)과
하사비군론(누구라도 임금으로 섬길 수 있다) 등
군주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혁명적 사상을 품은 사상가였다
 



4봉
이곳과 같은 지맥인 운장산은 기축옥사의 또 다른 한축인 송익필의 호이다
아무리 조선시대가 고변의 역사라고 하나....
서출을 벗어나기 위해 안처겸을 고변하여 신사무옥을 일으킨 그의 부친이나...
환천된 노비를 벗어나기 위해 정여립을 고변하여 기축옥사를 일으킨 그...
그들이 바로 진정한 부전자전의 귀감이 아닐까??? 

 

5봉
근처의 운일암반일암은 시간날 때 꼭 한번 들러볼만한 명소...
약 5km에 이르는 협곡을 집채만한 기암괴석들이 겹겹이 자리잡고 있다
맑고 시원한 냉천수가 그 사이사이를 휘감아 용트림하며 흐르다가 곳곳에
크고 작은 폭포와 쏘를 만들어 옥수청산( 玉水靑山 ) 천지산수가 신묘하게 어우러진다
 

6봉
2주전 진안군수님의 초대를 받고 운장산에 들렀을때 들려준 정보 하나
부귀면 정수암쪽에서 운장산을 오르는 인근에는
어느 감나무의 종자를 심어도 감을 수확해 보면 씨가 없어져 버린단다...
산행중 어느 여자분 말씀 “먹기는 좋겠네요“ 예 맞습니다. 맞고요!!! 

 

 
7봉... 언제 혼자 올 때는 꼭 한번 쯤 정복해 보고 싶다
 

 

 


용담댐, 전주시민들의 식수원이다
 

 


어느새 우린 가을 깊이 들어와 있다
 

 

 


내 사랑에 대한 열정도 이리 붉었으면...


 

외로움...
토요일임에도 혼자서 산을 오르는... 아마 집사람 없는 산행이 낯설어서일거다
그러나 스포츠센터 멤버들과 함께 나들이를 가겠다는 그녈 붙잡을 명분이 나에겐 없다

회자정리... 잠시의 이별은 더 오랜 동반의 전주곡이겠지...
 

 

 

천황사

뜰앞에는 800년된 나무가 있다

 


천반산(647m)

 

산행일 : '07. 9.23(일)

소재지 : 전라북도 진안군 진안읍과 장수군 천천면의 경계

산행코스 : 가막교-할미굴-한림대터-576봉-암릉-정상(시루봉)-안부-516봉-가막교
산행시간 : 4시간(산행안내도 대로 안부에서 내려올 경우 3시간짜리 산행이 됨)
산행상태 : 산행 들머리에서는 간간히 비가 내렸으나 정상어림부터 맑아짐
함께한 산악회 : 곰바우산악회 

 


사방이 깍아지른 험준한 단애의 절벽으로 둘러싸여 천혜의 요새와 같은 산세이다
선조22년 호남을 반역의 땅으로 낙인찍히게 만들고
호남차별의 빌미를 제공한 기축옥사의 정여립의 원혼이 깃들어 있는 유서 깊은 산

특징 : 산세는 오붓한 산행을 즐기려는 산행지로서 추천되니 너무 짧은 게 흠
산행안내도를 버리고 516봉으로 오를 경우 등산로가 희미해서 길을 잃기 쉽다
그러나 간간히 나타나는 경사의 암반과... 잡목으로 우거진 수림은 경관이 좋은 편...

516봉은 일반인들이 찾지 않는 코스여서인지
송이버섯을 10여개나 채취하는 행운을 얻었다...물론 귀경길 술안주가 되었지만...

천반산 전경
천하의 명당은 두 개로 천반과 지반이 있는데 이곳에 천반이 숨어 있단다
 

이 산에는 할미굴이 있다. 단종 폐위로 정승벼슬을 버리고 낙향한 퇴유재 송보산이
송씨굴에서 수도를 하면서 부인을 수도시켰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한림대터에서 바라본 마이산
한림대터는 정여립장군이 군사들을 훈련시키며 망루로 사용하였다 하며
천반산에서 지휘체계의 수장격에 해당하는 바위봉우리로 조망이 제일 좋다
 

능선은 이런 아기자기한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행 날머리인 가막교 


오늘은 일요일...
집사람에겐 산이나 나보다, 더 좋아하는 하느님께 다가가는 날이다
서북능선의 피로가 아직 덜 풀렸지만, 5일 추석연휴인지라...
산의 매력에 푹 빠진 난 최소한 2개 이상의 산을 오르기로 결정하고 집을 나선다
집사람은 교회가 아니더래도 설악산 산행의 여독으로 같이 나서긴 힘든 상태다


파장봉-망월봉(위도)

 

산행일 : '07. 3.1

소재지 :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같이한 산악회 : 산이좋은 MLP(박형우 부부)

산행코스 : 파장금항-파장봉(162m)-망월봉(255m)-파장금항

 

 

원래는 깊은금에서 시작해서 내원암을 거쳐 망금봉-도재봉- 망월봉을 계획했었는데...

오래전에 배가 침몰해서 백여명 이상이 참사를 당했던 기억의 섬...

최근에는 방폐장 때문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섬...

등산로를 잘 닦아놔서인지 요즘은 이섬을 찾는 산악회가 많다.

오늘도 네개팀이 찾아 한시간에 한대씩 다니는 버스를 놓친 우린

파장봉과 정상만 답사하는 간이 산행으로...

짧은 산행덕분에 회와 술로...홍합은 서비스다

격포에서의 점심은 별로... 우린 별도로 간이식당을 찾아

먹고싶은 쭈구미와 멍게, 소라를 실컷 먹었다. 추가로 내라는 경비로...


격포항 방파제
 

채석강
 

격포항
 

위도
 
  
 
 

 

 

 

 

 

바다...

물안개 위에 떠있는 한 점으로 나타나는 섬...

 

 

섬산행은 관광산행?

바라보이는 곳마다 눈부시게 아름답다


 

길가에는 봄꽃이 간간이...

 
 

동화나라


이미 관광산행지로 유명해져버린 위도
이번에도 4개의 산악회가 동시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섬에 한대 뿐인 버스...다음차는 한시간 후에 출발한다네요
코스를 변경해서 파장금항에서 파장봉과 정상인 망월봉을 돌아오는 코스로..
한시간이 단축되어... 배를 기다리는 동안 횟집에서 시간을 때울 수 밖에...
자연산 놀래미회에, 소라, 멍게, 거기에 제철 만난 쭈꾸미...

회를 먹지는 못하지만 집사람 맛있게 먹는 모습에 만족...
이런게 행복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