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봉(將軍峰, 735m)
산행코스 : 백운산장→훈련장 입구→암릉→장군봉→안부→해골바위→선녀탕→훈련장→백운산장 (산행시간 : 널널한 4시간)
소재지 : 전라북도 완주군 동상면과 진안군 주천면의 경계
산행일 : ‘10. 3. 21(일)
함께한 산악회 : 히트산악회
특색 : 山은 몇 가지로 나누어 볼 때, 그 중에 멀리서 바라볼 때에는 멋들어지지만 막상 산에 올라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산이 있는가하면, 멀리서 바라볼 때나 산에 오르고 난 後에도 初志一貫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는 산들이 있다. 장군봉은 둘 중에 後者로 분류해 보고 싶다. 장군봉은 진안쪽에서 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하게 생긴 육산이지만 완주군 동산면 구수리 마을에서 보면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그 모습이 천군만마를 호령하는 장군의 모습, 헌걸찬 산세를 자랑하고 있으며, 능선은 기기묘묘한 암릉으로 연이어져 있다.
▼ 산행들머리는 구수산장
익산~장수간 고속도로의 소양 IC에서 내려, 55번 국도를 따라 ‘운일암 반일암’ 방향으로 진행, <산악극복훈련장>라 써진 곳에서 동상면 신월리 구수마을로 들어선다. 산행은 구수산장에서 시작된다.
▼ 구수마을에서 장군봉을 바라보며 진행, 작은 개울을 건너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를 따라 올라 가다가 차단기가 설치된 곳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 초입, 여느 산길과 다르지 않게 잡목과 소나무 등이 적당히 섞여있다.
▼ 경사가 심하지 않는 흙길을 한참 오르다보면 60도 정도의 경사를 이루고 있는 암릉을 만난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아기자기한 암릉의 연속 출연... 암릉을 하나하나 올라설 때마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서북방향의 시원한 조망도 함께 즐길 수 있다.
▼ 암릉이 제법 험하지만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조금 위험하다 싶은 곳에는 어김없이 로프가 매어져 있기 때문이다. 로프를 이용하면 그리 어려움 없이 암릉을 오를 수 도 있겠지만, 스릴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맨몸으로 바위에 들어붙는다. 쎄미릿지코스로 안성맞춤...
▼ <능선에서 바라본 금남정맥의 봉우리들, 맨 우측이 장군봉>
▼ 능선의 허리쯤, 소나무 오솔길이 끝나면 암릉이 연이어 나타나며 조망이 시원스레 터지기 시작한다. 산자락 아래 구수리 마을과 그 뒤 운암산 대야휴양림이 조망될 즈음이면 본격적인 릿찌 산행이 시작된다.
▼ <오르는 능선에서 바라본 장군봉>
▼ 수직에 가까운 岩壁, 절벽 위 바위 틈 사이를 뚫고 나온 기괴하게 생긴 소나무들, 산 정상에 섰을 때 시원스레 뚫린 조망 등, 전국의 이름난 산들이 지닌 거의 모든 것들을 안은 산이다. 입소문 몇 번 거친 다면 向後 등산객들에게 각광을 받을 듯...
▼ 암릉 사이사이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다보면, 상당히 위험한 등산로임에도 그 위험성을 깜빡할 정도다... 하긴 위험하거나 힘든 지점엔 어김없이 동아줄이 메여있으니 걱정 안해도 될 일이다.
▼ 1시간 조금 넘게 암릉산행의 즐거움에 흠뻑 빠지다보면 장군봉 바로 아래 마지막 암릉 위에 올라서게 된다. 저 만큼 서북방향 너머로 파란 하늘과 흰 뭉게구름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 장군봉 정상
정상은 30여 평쯤 되는 제법 널따란 공간, 한편에 있는 두어평 됨직한 바위위에 정상표지석에 세워져 있다. 정상표지석은 허리가 짤려, 머리부분은 어디로 가버리고 아랫부분만 오는 이 가는 이를 시린 눈으로 배웅하고 있다. 그리고 정상표지석 맞은편에는 집채만한 바위 2개, 조망 포인트로 제격이다.
▼ 정상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연석산과 운장산이 보이고, 약간 동쪽으론 구봉산과 덕유산 자락이 조망된다.
▼ 정상에서 705봉을 향해 내려서는 길은 급격한 내리막이다. 높이가 10m 정도 되는 直壁의 암릉, 하강하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이루고 있다. 로프가 두개 매어있으니 힘센 장정들은 왼편 로프를 이용하면 조금이나마 정체현상이 덜어질 수 있으련만, 수직의 암벽이 무서운지 이용하는 사람들이 도통 없다. 나는 당연히 왼편로프... 암벽의 중간지점이 얼어있어서 하마터면 사고를 당할번 했다. 휴~~
▼ <705봉 오름길>
▼ 멋진 소나무가 장군을 향해 머릴 조아리고 있다. 하긴 장군봉이니 이 산에서는 장군님이 제일 높겠지? 하여튼 또 하나의 멋진 ‘명품 소나무’이다.
▼ <705봉에서 바라본 장군봉, 마치 커다란 바위들을 쌓아 놓은 것 같다>
▼ 정상 바로 앞, 705봉에서 내려서는 길목에도 조금 전의 직벽 로프코스 만큼은 아니지만 또 한번의 로프하강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도 로프가 두 가닥, 능력에 맞는 로프를 선택해서 내려오면 된다.
▼ 로프코스가 끝나면 사람 키보다 더 큰 산죽의 터널, 길섶의 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들어찬 산죽, 무르익은 봄바람의 영향인지 제법 연녹색으로 변해있는데, 가녀린 바람결에 묻혀 넘실대는 흐느낌...
▼ 산죽코스를 통과한 뒤,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서면 거대한 암봉이 나타난다. 아마 두꺼비바위일 것이다. 두꺼비바위를 지나 능선산행을 계속하면 또 하나의 기괴한 바위, 열십자가 뚜렷이 세겨진 바위를 마주하게 된다. 십자가 바위라고 부르면 딱 좋을 듯...
▼ <금남정맥 능선에서 바라본 해골바위 능선>
▼ 갈라진 바위에서 약 10분 정도를 낙엽이 푹푹 밟히는 등산로를 따라 능선을 걷다보면 헬기장, 들어서는 입구엔 수많은 산악회시그널이 마치 시골 초등학교운동회의 만국기 마냥 물결치고 있다. 어느 누가 장군봉을 덜 알려져서 때가 덜 탔다고 했던가? 저렇게 많은 시그널이 그렇지 않음을 의미하고 있는데도...
▼ 헬기장에서 다시 10분 못되게 더 진행하면 삼각점이 있는 능선 삼거리이다. 여기서 계속해서 능선을 따라 걸으면 싸리재로 이어지는 금남정맥 구간, 구수리쪽으로 원점회귀를 하려면 왼편으로 내려서야 한다.
▼ 암벽 틈새에 소나무 한그루... 매우 아름다워 우리들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지만, 영양분 없는 척박한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이 한편으론 애처롭게까지 보인다.
▼ 삼거리 안부에서 10분 정도 내려오면 구수리 방향이 시원하게 뚫린 전망대, 전망대에서 다시 15분 정도를 더 내려서면 해골바위 위다, 내리막길 중간에 60도 정도의 경사면을 이루고 바위를 또 한번 로프에 의지한 채 통과해야 한다.
▼ 해골바위
바위 위에서의 전망도 좋지만 해골바위는 내려와서 보는 것이 더 일품이다. 무슨 자연의 조화일까? 거대한 바위면 중간 중간에 사람 한 두명이 들어가 앉을 수 있을 만큼의 공동(空洞)이 형성되어 있는 데, 마치 사람 해골의 눈과 코, 입의 형상과 비슷하다. 비록 풍화작용으로 인해 저런 모습으로 변했겠지만, 그래도 신기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과연 인간이라면 저런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 해골바위에서부터는 내리막길의 연속, 군부대에서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 꽤 큰 헬기장을 바로 눈앞에 둔 지점에 이르러 왼쪽 경사면을 내려서 하산을 계속하면 바짝 메마른 계곡에 도착하게 된다. 계곡에는 훈련용인지, 아니면 雨期時 도강을 위한 것인지 양쪽으로 두 가닥의 밧줄이 위, 아래로 설치되어 있다. 해골바위에서 乾川까지는 대략 20여분 정도...
▼ 군 헬기장에서 바라본 훈련장
첫 암벽하강의 추억, 제주도 삼방산에서 한국사람으론 유일하게 홀로 외국인들과 한 팀을 이루어, 70m짜리 直壁 하강을 시도했고, 그날 난 창피하게도 그들의 조력을 빌어서야 땅에 발을 디딜 수가 있었다. 사고로 암벽을 포기한 지금도 난 HARNESS만 보면 그때를 떠올리며 얼굴을 붉히곤 한다.
▼ 여기 군 훈련장의 안내판과 같이, 장군봉은 slab등반, 침니등반, 줄타기 등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꺼리가 많은 산이다.
▼ 행여 구를세라... 나뭇가지로 바위를 괴어보는 소박한 인심들이 보기 좋다. 선녀탕까지는 간간히 산죽이 무성한 보드라운 흙길로 이어진다.
▼ 乾川에서 5분 정도를 더 내려서면 하산길 왼편 계곡아래에 10여평은 족히 될 듯한 소가 쪽빛 물감을 탄 듯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우리를 반긴다. 바로 仙女湯이다. 선녀탕에서 50m 쯤 되는 곳에 또 하나의 쪽빛 沼, 나에게 이름을 지어보라고 한다면 神仙湯이라고 부르고 싶다. 神仙과 仙女들이 홀딱 벗고 노니는 이곳은 당연히 武陵桃源이 될 것이고...
▼ 선녀탕에서 계곡을 벗어나면 군 훈련장, 왼편에는 땀에 젖은 옷들을 널어두려는 목적인 듯 빨랫줄이 매어져있다. 훈련장을 벗어나면 산행을 들머리와 만난다.
▼ 때는 바야흐로 봄, 산행을 일찍 마치고 나물을 캐고 있는 女산꾼들... 저렇게 부지런한 아낙을 둔 남편들은 그야말로 행복 그 자체겠지? 오늘저녁이나 내일아침 그들의 밥상에는 봄 내음 물씬 풍기는 냉이국이 올라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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