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 (母岳山, 793m)

 

 

산행코스 : 구이(상학)→선녀폭포→대원사→수왕사→무제봉→정상→장근재 배재→청룡사→금산사→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10분)

 

소재지 :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과 김제시 금산면, 전주시 완산구의 경계

산행일 : ‘11. 4. 23(토)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모악산은 예로부터 논산시 두마면의 신도안(新都安), 영주시 풍기읍의 금계동(金鷄洞)과 함께 난리를 피할 수 있는 明堂으로 널리 알려져 왔으며, 현재에도 많은 신흥종교나 무속신앙들이 본거지로 삼고 있다. 특히 모악산은 예로부터 미륵신앙의 본거지로 여겨져 인근에 증산교의 본부가 있다. 모악산은 전북권의 많은 산행 길 중 백미로 꼽힌다. 기(氣)를 품고 있으면서도 험하지도 그렇다고 만만치도 않다. 또한 마치 어머니의 아늑한 품안과도 같이 편안하고 정겨운 산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수많은 등산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

 

 

 

산행들머리는 모악산관광단지 주차장

서전주 I.C에서 내려선 후, 21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가, 완주군 구이교차로에서 27번 국도로 빠져 나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모악산 관광단지’의 들머리에 닿게 된다. 車에서 내려 상가들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들어서면 모악산 표지석과 모악산 詩碑, 그리고 등산 안내도가 있는 등산로 입구에 이른다. 모악산이 이정도로 有名한 산이었던가? 모악산 들머리에서 만난 수많은 인파에 놀라면서,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다. 서울 근교의 산들에서 볼 수나 있던 광경이 여기서도 再現되고 있다.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가득찬 등산로는, 말 그대로 人山人海를 이루고 있다.(주차장에서 모악산 정상까지는 3.5km)

 

 

들머리의 한 쪽에 있는 모태정을 지나서, 인파에 뒤섞여 곱게 깔린 돌길을 오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편으로 등산로 하나가 보인다. 상학능선으로 오르는 길이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곧바로 대원사를 향해 걷다보면 이내 왼편 길 아래에 仙女瀑布가 보인다. 이곳 인근에서는 폭포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선녀폭포라는 멋진 이름까지 붙였겠지만, 폭포는 그야말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등산로는 계곡을 끼고 이어지다가, 木橋(나무다리)를 이용해서 계곡을 가로지르기도 한다. 모악산 정상 2,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나무다리를 건너면, 천일암 갈림길이다. 대원사 까지는 이제 300m가 남았다. 등산로 주변엔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스러져가는 봄을 아쉬워하고 있다.

 

 

 

 

 

 

천일암 갈림길에서 제법 가파른 오르막 돌계단을 오르면, 저 만큼에 대원사가 보인다. 절 앞의 대나무들은 온통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 대나무는 죽기 바로 직전에 꽃을 피워낸다고 했는데(대나무가 60년에 한 번씩 꽃을 피워낸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유심히 살펴본다. 꽃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 죽지는 않았나 보다. 해탈교를 건너 절 경내로 들어서자, 단아한 모습의 석탑이 반긴다. 아담한 규모의 전각들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에 포위되어 있다.

* 대원사(大院寺) : 신라 문무왕 10년(670년) 백제로 귀화한 고구려의 승려인 보덕(普德)화상의 제자인 일승(一乘)이 심정(心正)·대원(大原) 등과 함께 창건한 절로서 금산사의 말사이다. 조선 말기 종교사상가로 유명했던 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 1871∼1909)선생이 이 절에서 49일간 금식기도 중 깨달음을 얻고 득도(得道)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알려져 있다. 국보급 문화재는 없고, 전북유형문화재 21호와 215호인 용각부도와 대웅전 삼존불, 그리고 민속자료 제9호인 목각사자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잠시 대원사를 벗어나면 가파른 돌계단길이 계속 이어진다. 등산로는 아직도 사람들로 넘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을 안중에 두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 그보다 더 꼴불견인 것은 트랜지스터를 크게 틀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자기가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니, 제발 이어폰을 끼고 혼자서 들었으면 좋겠다. 아담한 정자가 세워진 쉼터를 지나, 오른쪽 지능선을 따라 오른다.

 

 

 

 

쉼터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왼편에 鐵난간이 세워진 돌계단이 보이고 그 끄트머리에 ‘먹거리 쉼터’가 보인다. 부침개 등 다양한 안주와 다양한 주류를 팔고 있는 쉼터는, 흡사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먹거리 쉼터’에서 좌측으로 접어들어 50m정도 오르면 수왕사가 나온다. 사찰의 건물들은 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일반 가옥에 더 가깝게 생겼고, 거기다 언제 허물어질지 모를 정도로 낡아있다. 그러나 水王寺란 이름값을 하려는지 산중턱에 위치한 절임에도 불구하고 청량한 감로수를 펑펑 내쏟고 있다. 수왕사의 마당에 서면 구이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 수왕사(水王寺) : 무량(無量)이 절, 물왕이 절이 변해서 水王寺가 되었단다. 절 앞 안내판에는 신라 문무왕 20년에 보덕화상이 창건했다고 적어 놓았으나, 옳지 않은 내용인 듯 싶다. 보덕화상의 제자들이 지었다는 요 아래의 대원사가 이보다 10년이 더 빠른 시기에 지어졌으니 말이다. 수왕사에 전래되어 오던 송화백일주(松花百日酒)와 송죽오곡주(松竹五穀酒)는 벽암스님에 의해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 1호로 지정된바 있다.

 

 

수왕사에서 ‘먹거리 쉼터’로 되돌아 나와, 쉼터 뒤 능선으로 오른다. 경사가 심한 등산로를 힘들게 오르다보면 이정표가 있는 ‘주능선 안부 사거리’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하면 정상으로 가게 된다. ‘오른편 봉우리에 안 다녀오세요?’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짧다(정상까지 800m가 남았고, 주차장에서 이곳까지는 2.2Km)고 생각되었는지 집사람이 상학능선 방향에 보이는 봉우리를 가리킨다. 밋밋한 봉우리 정상은 온통 집체만한 커다란 바위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곳이 장군봉일 것이다. 그럼 저 바위들은 장군이 가지고 놀던 공깃돌?

 

 

 

 

안부 사거리에서 왼편으로 잠깐 올라서면 무제봉(舞祭峰)이다. 넓은 분지로 이루어진 무제봉에 오르면 저 멀리 구이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진행방향으로는 정상의 송신탑이 허공에 더 있고...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에 있는 무제봉은 옛날 무우제(舞雨祭=기우제)를 올리던 곳이다. 처음에는 몇 마을의 행사였으나, 조선조 중엽 에는 전주감영에서 감사가 산 돼지를 제물로 올리고 각 고을에서 준비한 제물과 아울러 祈雨祭를 올렸다고 한다.

 

 

 

무제봉에서 정상으로 오르다보면 오른편에 우람하게 서있는 바위봉우리가 눈에 띈다. 쉰길바위(?, 다른 분의 산행기에서 습득)이다. 어렵게 바위 위로 오르면 구이저수지와 전주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KBS방송 송신탑'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온다.

 

 

 

 

쉰길바위에서 키 작은 산죽길을 지나면, KBS방송국에서 송신탑을 만들면서 새로이 조성한 전망대가 보인다. 예전의 모악산 정상석인 듯 싶은 오석으로 만들어진 ‘정상표지석’이 철창 너머에 다소곳이 숨어있다. 가능하면 밖으로 내 놓으면 어떨까? 명색이 정상표지석이니 말이다.

 

 

 

전망대에서 송신탑을 왼편으로 끼고 돌면 송신탑으로 오르는 철문이 보인다. 입구에는 KBC 직원들이 시원한 음료수 한잔과 ‘남자의 자격’과 ‘제빵왕 김탁구’, ‘추노’ 등 드라마 주제곡이 실린 OST-CD를 나누어 주고 있다. 정상 개방 3주년을 기념한 나눔 행사라고 한다. 건물 옥상인 정상으로 올라서면 사통팔달로 열려있어 구이저수지와 전주시가지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저멀리 서남쪽 방향으로는 내장산과 백양산이 어렴풋이 바라보이고,,,

 

 

 

 

 

 

정상에서 내려와 중계탑을 왼편으로 끼고 돌아 내려갔다가, 나무계단을 밟고 다시 오르면 헬기장인 南峰 정상이다. 주변에 마땅히 점심상 차릴 장소가 없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식사들을 하고 있다. 헬기장을 가로지르면 진행방향의 전면에 제법 우람한 바위벼랑이 보이고, 그 위에 멎진 전망대 하나가 앙증맞게 앉아있다.

 

 

 

 

전망대를 지나면 본격적인 하산길이 시작된다. 경사가 심한 곳은 통나무 계단을 만들기도 하면서 등산로는 꾸준하게 고도를 낮추어간다. 고개를 만나면 오르고 또 다시 내려가기를 몇 번하면 어느새 배재이다. 등산로를 따라 내려서다보면 초록의 향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뭇가지들이 공들여 내밀고 있는 연초록 이파리들이 싱그럽기만 하고, 허리춤까지 차오르는 山竹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낙엽을 밟으며 내려서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배재에서 오른편으로 난 급경사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서면 청룡사이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의 구석구석은 봄기운으로 꽉 차 있다. 허공에 텅 빈 듯이 걸려있던 나뭇가지들에도 연초록 새순이 돋아 오르고, 지난날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낙엽 사이로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풀의 새싹들이 그렇게 앙증맞을 수가 없다. 사방에 차오르고 있는 연두빛 색깔들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부지런한 우리 집사람은 하산시간에 여유가 있다며 냉큼 주저앉는다. 내일 아침 국거리라도 장만하겠다면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위에는 제법 큰 쑥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나물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걷가보면 어느덧 청룡사 입구이다. 마주치는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300m정도를 오르면 청룡사이다. 새로운 불사를 일으키고 있는 둣, 대웅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건물들을 새로 짓고 있는 중이다.

* 청룡사(靑龍寺) : 고려시대인 1079년(문종 33)에 금산사 주지인 혜덕왕사(慧德王師)가 용장사라나는 이름으로 창건했다. 그러다가 1954년 금산사 주지 용봉스님이 청룡사로 절 이름을 바꾸었다. 이 때 관음전을 건립하고 완주군에 있는 옛 봉서사에서 관음보살좌상(觀音菩薩坐像)을 모셔와 관음전에 봉안하였다.

* 예전엔 모악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거르면 사금이 쏟아졌다고 전해진다. 80년대에 公職에서 ‘광업’에 관한 정책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 청룡사 뒷산에서 금을 채굴하고 있던 鑛山(광산)과, 김제평야의 砂金광산을 몇 번인가 다녀갔을 정도로, 한때는 겨울만 되면 산자락 논밭마다 사금 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인근의 지명들도 금구, 금평, 김제, 금산 등 금과 관련된 이름들이 많다.

 

 

 

청룡사에서 금산사까지는 아스팔트도로이다. 도로 주변은 人家들의 흔적이 뚜렷한데, 공원으로 조성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듯, 나무들마다 지지대를 붙들고 있다. 진달래와 벚꽃들이 도로주변에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도로는 꽃들로 포위되어 있다. 꽃들의 향연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금산사 부도전을 지나 사찰의 담벼락을 끼고 난 길가의 벚꽃향 그윽한 길을 걸어 내려오면 오른편에 금강문이 보인다. 금산사 경내로 들어서면 경내의 고목들이 사찰의 연륜을 말해주고 있다.

* 金山寺 : 조계종 제17교구 본사로, 백제 법왕 1(599년)에 창건된 왕의 자복(自福)사찰이라고 전해지나 확실하지는 않단다. 1069년(문종 23) 혜덕왕사(慧德王師)가 대가람(大伽藍)으로 재청하고, 그 남쪽에 광교원(廣敎院)이라는 대사구(大寺區)를 증설하여 창건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대도량(大道場)이 되었다.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 사찰 중에서 국보급 문화재를 제일 많이 보유하고 있다. 국보급만 해도 미륵전(국보 62) , 대적광전(보물 476), 대장전(보물 827), 5층석탑(보물 215), 6각다층석탑(보물 27), 석련대(石蓮臺:보물 23, 석종(石鐘:보물 26), 당간지주(幢竿支柱:보물 28), 혜덕왕사진응탑비(慧德王師眞應塔碑:보물 24) 등이 있다.

 

 

 

 

산행날머리는 금산사 주차장

금산사 경내를 벗어나 금산사계곡, 일명 눌연계곡(吶然溪谷)으로 알려진 산책로를 따라 걸어 내려오면 일주문과 매표소, 그리고 집단시설지구를 지나 주차장에 다다르게 된다. 일주문은 어디선가 읽은 대로 神과 俗을 구분 짓고 있다는 말이 맞는 듯 싶다. 일주문을 벗어나자마자 좌판을 펴 놓은 아주머니들이 눈에 띄고, 그들의 호객행위에서 사람 사는 세상의 냄새가 줄줄이 배어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금산사 뒷담에서 선을 보이던 벚꽃은 경내를 돌아 駐車場으로 다가갈수록 그 밀도를 더해간다. 滿開의 시기를 지나 듬성듬성 새순이 돋아 오르고 있지만, 늦부지런을 떨며 꽃몽오리를 활짝 열고 있는 나무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소문난 ‘모악산의 봄 경치’을 느껴볼 수가 있다. 호남사경(湖南四景) 가운데 제일로 꼽히는 모악춘경(母岳春景)을 말이다. 그만큼 이곳 금산사에서 4월에 피는 벚꽃과 배롱나무 꽃이 장관이란다. 호남사경은 두 번째가 변산반도의 하경(夏景)이요, 세 번째는 내장산의 단풍, 네 번째가 백양사의 설경(雪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