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산(大德山, 875m)

 

산행일 : ‘12. 2. 19()

소재지 : 전라북도 진안군 상전면과 안천면, 동향면의 경계

산행코스 : 수동리 장전부락 고개산영치병풍바위대덕산(鼓山峰)감투봉빈질바위대덕산(가짜)대덕사 입구용평리 30번 국도(산행시간 : 5시간)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징 : 우리나라에 대덕산(大德山)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여럿이다. 그중에서 제일 유명한 곳은 강원도 태백의 대덕산이고, 가깝게는 이웃 무주에도 1m가 넘는 대덕산이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큰 덕()을 베푸는 산이라는 의미의 대덕산(大德山)은 모두 같은 특징(特徵)을 갖고 있다. 하나같이 밋밋한 흙산(肉山)이라는 점이다. 마치 아이를 여럿 낳은 여성의 풍만한 젖가슴을 연상케 할 정도로 풍요로운 외형(外形)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 대덕산 역시 동일한 특징(特徵)을 보여주고 있지만, 병풍바위와 빈질바위라는 빼어난 암릉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특이(特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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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들머리는 상전면 수동리 장전부락 고갯마루

익산-장수고속도로 진안 I.C을 빠져나와 30번 국도(國道/ 무주방향)를 타고 얼마간 들어가면 용담댐이 보인다. 오른편에 이어 왼편에다 호수(湖水)를 끼고 달리다가 호수가 끝날 즈음에 만나게 되는 언건교차로(交叉路)에서 내려와, 49번 도로로 옮겨서 동향면방향으로 들어가면 죽도유원지를 지나 산행들머리인 고갯마루에 올라서게 된다. 이 고갯마루에서 동향면 방향으로 조금 더 진행하면 장전(진밭)마을이 나온다. 산행은 구량천의 반대방향으로 나 있는 산길을 따라 올라서면서 시작된다. 들머리에 이정표(깃대봉 5.2Km)와 산행안내판이 세워져 있으니 길머리를 혼동할 염려는 없을 것이다.

 

 

 

참나무 일색의 숲 아래를 뚫고 지나는 산길은 경사(傾斜)도 가파르지 않을뿐더러, 두 명이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도 될 만큼 널따랗다. 호젓한 산길을 여유로운 걸음으로 10분 조금 넘게 걸으면 장전마을에서 올라오면 합류하게 되는 첫 번째 삼거리(이정표 : 깃대봉 4.6Km)에 닿게 되고, 산길은 이곳에서 왼편으로 급하게 방향을 튼다. 지도에는 이곳을 산영치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산영치는 동향면()과 상전면() 사람들이 넘나들던 고개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넘나들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아무래도 지도(地圖) 표기에 뭔가 오류(誤謬)가 있었지 않나 싶다.

 

 

 

 

갈참나무 숲을 오르다보면 오른편이 시원스럽게 열려있는 것이 보인다. 조망(眺望)이 뛰어난 전망대이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죽도유원지 근처의 하천(河川, 구량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멋진 태극문양(太極文樣)을 만들어내고 있다.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봉우리 위로 올라서면, 진행방향에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지며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병풍바위가 보인다. 근처 고스락의 이정표가 정상까지는 아직도 3.6Km나 남아있음을 알려주고 있다(이정표 : 죽도 1.4Km, 장전1.6Km/ 외송 9.7Km, ()대구평 9.8Km, 깃대봉(고산) 3.6Km)

 

 

 

 

 

 

어설프기 짝이 없는 나무사다리(참나무를 베어 철사로 엮어 만든)를 내려서면 암릉지대가 시작된다. 거대한 암벽(巖壁)으로 이루어진 병풍바위이다. 바위와 소나무가 잘 어울리고 있는 병풍바위는 양쪽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암릉에 올라서면 조망이 시원스럽게 트인다. 무진장(無鎭長, 무주 진안 장수의 줄임말)의 산군(山群)들이 첩첩이 쌓여있고, 그 뒤에는 덕유산의 산릉(山稜)이 길게 하늘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양 옆으로 흐르는 멋진 사행천(蛇行川, meander)은 구불구불 똬리를 틀며 힘차게 꿈틀대고 있다.

 

 

 

 

 

 

암릉을 걷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평범한 흙산으로만 여겨졌던 산에서 만나게 되는 암릉은 색다른 감흥(感興)을 주기 때문이다. 바위의 비중이 약해지나 싶더니 느닷없이 진행방향에 거대한 암벽(巖壁)이 나타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살짝 자세를 낮추어 릿지(ridge)를 활용하면 그리 힘들이지 않고도 바위위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바위 위로 올라서면 다시 한 번 시원스럽게 조망이 터진다. 조선시대 모반(謀反)으로 내몰린 정여립의 원혼(冤魂)이 깃들어 있다는 천반산과 육지 속의 섬이라는 죽도가 또렷하게 내다보인다.

 

 

 

 

 

 

 

암릉지대는 꽤 길게 이어진다. 조금 경사(傾斜)가 가파르다 싶으면 어김없이 로프가 매어져 있지만, 순수한 암릉이 아니고 흙과 바위가 섞여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바위 사이나 흙길을 불문하고 온통 참나무 낙엽이 푹신하게 쌓여있다. 산이 온통 참나무들로 꽉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암릉이 끝나고 이어서 몇 개의 낮은 봉우리를 넘으면 드디어 고산봉 정상이다. 산행을 시작하지 2시간이 조금 더 지났다. 5평쯤 되는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정상은 잡초와 잡목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조망은 시원스럽지 못하다. '진안 고산 876m'라고 쓰인 나무판자가 허리가 잘린 나뭇등걸에 매달려있고, 삼각점 옆에 세워진 철제(鐵製) 이정표(이정표 : 죽도 5.0km/ 고산골 2.6km, (구)대구평 6.2km, 외송 6.1km)에는 정상표시판과 함께 앙증맞은 등산안내도까지 부착되어 있다. 오늘 산행 중에 만난 이정표들은 하나같이 정상을 깃대봉이라고 표기하고 있어서 혼란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지도에는 고산봉이라는 지명(地名) 외에는 다른 표기가 일절 없기 때문이다.

* 대덕산의 정상은 고산(鼓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옛날 이 산에 있었던 절에서 북소리가 들렸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오늘 산행 내내 보아온 깃대봉이라는 또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일제(日帝) 강점기(强占期)에 산꼭대기에다 깃대를 꼽고 측량을 하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감투봉으로 가려면 정상에서 왼편 능선으로 내려서야 한다. 오른편으로 내려서면 싸리재이지만 이정표에는 나타나 있지 않다. 밋밋(緩慢)한 능선을 따라 10분 조금 못되게 내려서면 널따란 헬기장에 닿게 된다. 만일 점심을 준비해 왔다면 이곳에서 자리를 펴는 것이 좋다. 대덕산 정상은 여럿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기에는 비좁고, 헬기장을 지나서도 마땅히 자리 잡을 만한 곳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점심을 마치고 다시 내려서는 능선, 진행방향에 용담호와 함께 밋밋한 감투봉이 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헬기장을 출발한지 10분 조금 못되어 고산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이정표 : 깃대봉(고산) 0.7km, 죽도 5.7km/ 고산골(빈질바위) 1.2km/ 외송 5.4km, (구)대구평 4.5km)을 만나게 되고, 다시 10분 정도 거리의 로프지대를 통과하고 나면 두 번째로 고산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이정표 : 고산골 2.3km/ 깃대봉(고산) 1.7km/ 외송 4.4km, (구)대구평 3.5km)과 마주친다.

 

 

 

외송마을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진행하다가,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오르면 이내 감투봉 꼭대기에 올라서게 된다. 감투봉은 봉우리의 모양이 탕건(宕巾)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흙봉우리 위에 그리 크지도 않은 바위 몇 개가 얹혀있을 따름인 봉우리에서 탕건을 유추(類推)해본다는 것은 애초에 어림없는 일일 것이다. 잡목으로 둘러싸인 정상은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주는 정상적인 표식(標式)은 보이지 않고, 누군가가 서툰 글씨체로 ‘감투봉 838m’라고 쓴 나무판자만 바닥에서 뒹굴고 있다.

 

 

 

 

 

감투봉에서 외길 등산로를 따라 잠깐 내려오면 외송마을과 (구)대구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이정표 : 외송 3.9km/ (구)대구평 4.0km, 깃대봉(고산) 2.2km, 죽도 7.2km)가 나온다. 용담호의 리아스식 호안(湖岸) 풍경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감투봉에서 대구평으로 내려가는 능선은 오늘 산행의 백미(白眉)이다. 흙산에서 만나는 암릉이 신선하기도 하지만, 거대한 암벽은 차라리 외경(畏敬)스럽기까지 하다. 위험할 정도로 가파른 암릉도 보이지만 어김없이 안전로프가 매어져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느긋하게 걷다가, 전망바위가 나타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올라보는 것이 좋다. 용담호의 멋진 호안(湖岸)이 호수에 가까워지는 것과 정비례(正比例)로 선명해 지기 때문이다.

 

 

 

 

 

 

 

바위 능선을 오르내리다 보면 갑자기 거대한 암봉이 앞을 가로막는다. 빈질바위이다. 산길은 거대한 암벽을 피해 우회(迂廻)를 택하고 있다. 산사면(山斜面)의 중간을 자르며 이어지는 우회로(迂廻路)는 눈까지 수북하게 쌓여 위험하기 짝이 없다. 우회하는 중에 고산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이정표 : 깃대봉 3.2km, 감투봉 2.8km, 외송 4.9km/ (구)대구평 3.0km/ 고산골 1.0km)에서 대구평으로 방향으로 잠시 올라서면 빈질바위의 뒤편이다. 빈질바위의 높다란 암벽(巖壁)위에서 아래까지 안전로프가 길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빈질바위를 지나면 길은 편해진다. 암봉(巖峰)이라고 부르기는 보다는 너덜지대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지대를 통과하고, 이어서 작은 무명봉 위에 올라서면 용담호 방향에 두루뭉술한 봉우리 하나가 보인다. 능선의 맨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지도(地圖)에 대덕산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봉우리일 것이다. 빈질바위에서 30분 조금 넘게 걸으면 고덕산 꼭대기에 이르게 된다. 대구평 하산길과 나뉘는 갈림길(이정표 : 대구평 1.0km/ 감투봉 3.0km, 외송 6.9km, 죽도 10.2km/ 고산골 0.7km)인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크게 방향을 틀어 내려가면 고산골이다.

 

 

 

 

 

산행날머리는 용평리 30번국도(國道)

하산은 거대한 암벽(巖壁)사이로 난 엄청나게 가파른 협곡(峽谷)사이를 내려서야 한다. 등산로에는 낙엽이 두텁게 쌓여있는데다가 눈까지 덮여있기 때문에 무척 미끄럽다. 길게 로프가 매어져 있지만 경사(傾斜)가 너무 가파른데다가 미끄럽기까지 하기 때문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대덕산 고스락에서 20분 조금 넘게 내려서면 고산골 대덕사 진입로에 닿게 된다. 이곳에서 왼편에 용담호를 끼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저만치에 오늘 산행이 종료되는 용평리 30번 국도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