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산 (三峰山, 1,254m)
산행일 : ‘12. 1. 15(일)
소재지 : 전북 무주군 무풍면, 경남 거창군 고제면의 경계
산행코스 : 신풍령(빼재)휴게소→수정봉→된새미기재→호절곡재→삼봉산(정상)→챙이바위→748m봉→소사고개(산행시간 : 4시간)
함께한 산악회 : 동강산악회
특징 : 嶺湖南의 경계를 이루며 달려오던 백두대간(白頭大幹)의 줄기가 덕유평전(平田)을 일궈놓는 시작점이 삼봉산이다. 그래서 지명(地名)도 ‘덕유 삼봉산’으로 불린다. 투구봉, 노적봉, 칠성봉의 세 봉우리(대간의 마룻금을 벗어나 있다)로 인해 삼봉산이라 불리며, 여러 바위들이 어우러진 정상부는 칼날같이 솟아있다. 주능선을 중심으로 동쪽이 절벽(絶壁)인 반면, 서쪽은 부드러운 흙산(肉山)으로 이어진 두 얼굴을 가진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신풍령(秀嶺 : 빼재) 고갯마루
대전-통영간고속도로 무주 I.C에서 빠져나와 무주시가지(市街地)를 통과한 후, 30번 국도(國道/ 성주방향)를 따라 달리다가, 나제통문휴게소에서 오른편 37번 國道(거창방향)로 바꾸어 들어가면 무주리조트 앞을 지나 거창군 고제면으로 넘어가는 빼재 고갯마루에 이르게 된다. 차창 밖에는 ‘무주 구천동 계곡’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원당천이 같이 달리고 있다. 빼재 고갯마루에는 정자(亭子) 등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거창방면으로 고개를 돌리면 발밑에 신풍령휴게소가 내려다보인다. 고갯마루에는 秀嶺(수령)’이라고 적힌 돌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데, 이 고개는 신풍령이나 삼오정고개라고도 불린다.
* 빼재는 원래 동물의 뼈가 많다고 해서 '뼈재(거창군에서 세운 이정표에는 뼈재로 표기되어 있다)'라고 부르다가 어감(語感)이 안 좋아서 빼재로 바꿔 부르게 되었고, 한자어(漢字語)로 옮기는 과정에서 '빼어난 고개' 즉 '수령'(秀嶺)이라고 변질되어버렸다고 한다. ‘세상을 망치는 사람들은 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고개가 끄떡거려진다. 또 다른 이름인 신풍령은 추풍령을 본 따 '바람도 쉬어 가는 새로 생긴 고개'라는 뜻으로 갖다 붙였다고 한다.
▼ 빼재에서 수정봉으로 오르는 초입(初入)은 가파른 오르막 계단길이다. 그러나 저 가파름은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흉터이다. 이곳에 자동차도로(車道)를 만드느라 백두대간을 두 동강으로 잘랐기 때문에 생긴 절개지(切開地)의 사면(斜面)인 것이다. 고갯마루에서 휴게소 방향으로 100m 정도 내려가다 보면 왼쪽 경사면(傾斜面)에 나무테크로 만들어진 계단이 보인다. 이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 빼재에서 100m 정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치고 오르면 주능선(이정표 : 하산길 0.1km, 삼봉산 4km)이다. 빼재의 고도(高度)가 무려 1000m 가까이 되기 때문에 능선까지의 거리가 짧은 것이다. 능선에 올라서면 대간길은 수정봉까지 우측으로 크게 휘어진다. 능선을 구별하기가 어려운 구릉(丘陵)지대로서, 중간에 길이 여러 갈래로 흩어지는 곳이 보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찾는 이들이 많은 백두대간의 겨울철 눈길은 반질반질하게 윤이 날 정도로 뚜렷하기 때문이다.
▼ 빼재에서 30분쯤 가면 수정봉이 나온다. 수정봉은 정상 표지석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별다른 볼거리도 없다. 다만 멀리 덕유산이 보이는데 그 풍광(風光)이 참 곱다. 수정봉을 지나면서 능선길은 고도(高度)를 낮추는데, 수정봉에서 조금 남으로 기울던 줄기가 북동쪽으로 크게 휘어지는 곳에서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이정표 : 신풍령 1.9km/ 삼봉산 정상 2.6km/ 거창 봉산리 1.9km). 봉산삼거리로서 이곳에서 직진(直進)하면 고제면 봉산리이다. 아마 이곳이 된새미기재라고 부르는 고갯마루인가 보다. 이곳에서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되는데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열리기 시작한다. 첩첩(疊疊)이 쌓인 준령들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다.
▼ 수령봉에서 삼봉산으로 가는 길은 잡목(雜木)들 세상이다. 사람의 키를 넘길 정도로 웃자란 잡목들은 간혹 터널까지 만들어낸다. 만일 오늘 상고대(樹霜, air hoar)라도 만들어 낼 정도로 추웠더라면 아마 이 숲은 가히 환상적(幻想的)이었을 것이다. 상고대는 잡목 위에 얹힐 때가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천상의 꽃'이라 부르는 상고대는 안개나 습기 따위가 나무에 얼어붙어 생긴 산호 같은 설화(雪花)다. 안개가 잦거나 습한 고지대(高地帶)에서 상고대를 관찰할 수 있는데, 삼봉산도 멋진 상고대로 소문난 곳 중의 하나이다. 서해(西海)의 습한 대기로 인해 삼봉산에서도 상고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 되새미기재에서부터 열리기 시작하던 조망은 이제는 시원스럽다 못해 호쾌(豪快)하기까지 하다. 다들 가는 길을 멈추고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한 모습들이다.
▼ 산행중에 만나게 되는 이정표(里程標)는 두 가지, 하나는 거창군에서 세운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산림청(山林廳)에서 세운 것이다. 그러나 두 기관에서 세운 이정표에 적힌 거리표시가 서로 달라 혼란스럽다. 빼재에서 삼봉산 정상까지의 거리가 거창군에서는 4.1Km로 표기한 반면, 산림청에서는 4.5Km로 적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상에서 소사까지의 거리도 서로 다르다. 등산객들을 위한 고마운 배려(配慮)가 사소한 일로 인해 까먹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 금봉암 뒷편의 암릉
▼ 호절골재에서 바라본 지나온 수령봉 능선
▼ 된새미기재에서 봉우리(수령봉) 하나를 올랐다가 급하게 고도를 떨어뜨린 후, 오른편으로 돌면 억새밭 안부인 호절골재에 닿게 된다. 호절골재는 거창군 고제면 봉산리에서 무주군 무풍면 삼거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이다. 호절골재에서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되는데, 산길은 조릿대 군락(群落) 사이를 뚫으며 지나가고 있다. 조릿대 밭에 금봉암을 가리키는 이정표(뼈재 3.8km/ 삼봉산 0.34km/ 금봉암 0.5Km)가 보인다. 호절골재에서도 금봉암을 가리키는 이정표((뼈재 3.6km/ 삼봉산 0.6km/ 금봉암 0.7Km)를 보았으니 벌써 두 번째이다. 호기심에 들러보고 싶은 충동(衝動)이 생기지만 꾹 참는다.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밭을 헤치며 다녀온 사람의 ‘볼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귀띔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봉암 갈림길에서 조금만 더 진행하면 드디어 삼봉산 정상이다.
▼ 심심찮게 오른편으로 조망이 트인다.
▼ 금봉암 갈림길
▼ 금봉암 갈림길에서 바라본 삼봉산 정상
▼ 삼봉산 정상은 별로 넓지 않은 분지(盆地), 한 가운데에 돌무더기가 있고 그 위에 거창산악회에서 세운 ‘덕유 삼봉산’이라고 쓰인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정상은 좁은데다가 조망(眺望)도 시원치 않기 때문에 다소 실망스럽다. 인증 사진(寫眞)만 찍고 가려다가 잠깐 쉬면서 준비해온 떡으로 요기를 한다. 부산에서 온 등산객들이 정상표지석을 둘러싼 채로 점심을 먹고 있어 사진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산행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제발 산에서 식사를 할 때에는 가급적 정상표지석 주위는 피해주었으면 좋겠다.
▼ 정상에서 바라본 덕유산, 스키장 슬로프가 우산살 처럼 펼쳐져 있다.
▼ 정상에서 바라본 금봉암 갈림길 능선
▼ 삼봉산의 백미(白眉)는 정상에서 소사재로 이어지는 북릉(北稜)이다. 정상에서 소사고개 방향으로 500m 정도 걸어가면 1250봉이라 부르는 봉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부터 북릉의 암부(巖部)가 시작된다. 1250봉은 비록 정상보다 높이가 4m 낮지만, 오히려 이곳을 삼봉산의 정상으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상보다 한결 뛰어난 자태(姿態)를 보여주고 있다. 1250봉의 뒤로는 소사재와 너른 품의 대덕산이 보인다. 북릉에 들어서면 가지각색의 바위들로 이루어진 암릉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면서 능선을 걷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 암봉인 1250봉
▼ 길은 바위봉우리 좌측으로 우회(迂廻)하도록 나 있지만 봉우리 쪽으로 발자국 몇 개가 보인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주먹마디처럼 툭 튀어나온 바위 위로 올라서니, 예상치 못했던 진경(珍景)이 펼쳐진다. 앞뒤로 빼어난 암릉미(巖稜美)를 발산하는 능선이 이어지는데, 바위마다 머리위에 하얀 눈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다. 오른쪽 절벽(絶壁) 아래에는 소사마을이 다소곳이 앉아있다.
▼ 다랭이 논들이 정겹다.
▼ 암릉으로 연결되던 북릉이 갑자기 끝을 맺으면서(이정표 : 삼봉산 정상 0.8Km/ 소사고개 2.1Km) 오른편으로 급하게 방향을 튼 후, 마치 계곡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곳으로 급격(急激)하게 고도를 낮추고 있다. 경사(傾斜)가 60~70도(度)는 되어 보일 정도로 가파르기 짝이 없다. 1,200m 높이의 능선에서 소사고개(680m)까지 500m가 넘는 높이(高度)를 1Km정도의 구간에서 낮추다보니 가파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내리막길 안전(安全)로프에 사람들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의 단골메뉴인 단체 줄다리기를 보는 것 같다. 암릉구간에서 시작되던 정체(停滯)현상이 이제는 아예 내려서는 시간보다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을 지경이다. 내리막 구간마다 안전(安全)로프가 매어져 있지만 수북하게 쌓인 눈 때문에 중심을 잡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스패츠에 아이젠까지 신었지만 미끄럽기는 매한가지인 것이다.
▼ 산행날머리는 소사고개
하산길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1Km 정도 가파른 산길을 내려서면 철조망으로 울타리가 쳐져있고, 그 가운데 자그마한 철문이 하나 보인다. 문을 넘어서면서 지겹도록 힘들었던 가파른 내리막길도 드디어 끝이 난다. 철문을 지나 솔숲을 통과하고 나면 이내 널따란 고랭지 채소밭이 보이고, 대간길은 황량한 채소밭의 두렁을 따라 이어진다. 광활(廣闊)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넓은 채소밭이 끝나갈 무렵이면 울창한 일본이깔나무(落葉松) 숲이 나타나고, 숲의 터널 건너편에서 소사고개가 머리를 내밀고 있다. 소사고개는 무풍면에서 거창군 고제면으로 넘어가는 포장도로이다. 그러나 고갯마루에 있는 소사동은 행정구역(行政區域)이 거창군 고제면이라고 한다. 도계(道界)는 이곳에서 무주방향으로 한참을 더 내려가야만 한다.
▼ 맞은편 산이 대덕산과 초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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