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雪嶽, 매봉산(1,271m)


산행코스 : 남교리→단풍군락→산죽군락지→매봉산→용대자연휴양림 (산행시간 : 5시간 10분)


소재지 : 강원도 인제군 북면과 서화면의 경계

산행일 : ‘10. 10. 17(일)

같이한 산악회 : 산이 좋은 사람들


특색 : 雪嶽山과 이웃에서 마주보고 있는 매봉산, 두 산은 바로 이웃하고 있으면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설악산은 奇巖怪石이 많은 바위산인데 비해 매봉산은 전형적인 肉山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웃에 위치하는데도 설악산국립공원에서 제외시킨 것은 아마 매봉산이 산세도 조망도 별로인 산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연화자연휴양림에서 묵어가는 사람들이 한번쯤 올라본다면 몰라도, 구태여 일반등산객들이 시간을 내서 찾을 만한 매력은 주지 못하는 산이다.  * 설악산은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공룡능선을 중심으로 그 동쪽지역을 외설악, 그리고 서쪽지역을 내설악이라 하고, 서북능선을 경계로 남쪽 지역의 장수대, 한계령, 오색지구 일원과 44번국도 남쪽의 가리봉, 등선대, 점봉산 일대를 남설악이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앞의 세 개 설악 외에 설악산국립공원 권역의 경계 북쪽, 매봉산 일대와 마산 일대를 북설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참고로 미시령 북쪽의 신선봉은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지만, 매봉산은 국립공원 밖에 위치하고 있다.)

 


▼  산행들머리는 남교리 십이선녀탕 입구 주차장

‘자동차 전용도로’로 새로 탈바꿈한 46번 國道, 12선녀탕 입구의 널따란 주차장에서 자동차 전용도로의 밑을 통과하는 지하도를 지나면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만들면서 함께 정비된 널따란 주차장은, 화장실과 식당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  작은 시골마을의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물론 ‘사유지이니 출입을 금지한다.’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차단막 정도는 무시하면서... 포장도로를 따르던 길은, 첫 번째 만나는 삼거리에서 오른편 계곡으로 향하는 비포장 임도로 방향을 튼다. 임도의 옆으로는 제법 수량이 많은 계곡이 나란히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가 지나다닐 정도로 넓은 임도는, 두 번에 걸쳐 계곡을 가로지르면서 완만한 오름길을 만들어 낸다. 

 

 

▼  단풍으로 수놓는 色色의 모자이크는 금수강산 산하를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인다. 빼곡히 붉게 물든 산은 쪽빛 하늘과 연신 입맞춤하고 있다. 간간히 불어오는 산자락의 微風은 나뭇가지를 스치며 숨 막히는 붉은 향연이 살아 있음을 증명해 준다. 낙엽 수북하게 쌓인 오솔길을 걸으면, 우리가 시선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아름다움, 벅차오르는 가슴을 내내 붙잡게 만들고야만다.

 

 

 

▼  계곡으로 들어서면 ‘붉은 파도’가 밀려온다. 한걸음 한걸음 滿山紅葉이 된 심산계곡 속으로 들어선다.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푹 빠져버리고 싶은 가을의 끝자락, ‘붉게 타오른 자연’에 눈을 뗄 수가 없는 시점이다. 계곡의 나무들은 저마다 흥에 겨워 빨간 장삼을 휘돌리며 群舞를 벌이고 있다.

 

 

▼  등산로는 넓은 임도를 벗어나 서서히 좁아지고, 숲이 하늘을 가리면서 계곡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 오른편에는 계곡, 협곡 형태의 계곡은 내려설 수는 없을 정도로 좁고 깊다. 계곡의 가장자리에 널린 단풍의 아름다움에 취하더라도 방심은 금물, 우측이 벼랑인데도 안전시설이 없으니까 말이다.

 

 

 

▼  산바람에 툭툭 떨어지는 단풍잎은 삭은 고목, 돌무더기에 달라붙어 오솔길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계곡 옆으로 가을빛에 잠긴 산길을 따라 오른다. 주위는 온통 붉고 노란 단풍으로 터널을 이루고 있다.

 

 

 

▼  협곡이 끝나면서 등산로는 계곡으로 내려서게 된다, 그늘진 숲의 돌과 바위는 이끼로 덮여있어서 매우 미끄럽다. 조심조심... 계곡은 암반과 너덜의 혼합형태, 암반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수많은 瀑布들을 만들어내고, 암반을 돌아서면 맑은 물을 가득 저장한 沼와 潭이 마중 나온다. 그 가장자리에는 어김없이 불긋불긋 색동옷을 입은 나무들이 서 있으니, 그저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  단풍이 아름다운 때는 잎은 물론 나무에서 떨어져 길도 보이지 않을 만큼 쌓였을 때이다. 수북이 쌓인 단풍잎이 아까워 차마 밟지 못하고 비켜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단풍의 아름다움은 절정에 달한다. 한술 더 떠보면, 흐르는 물 위에서 햇살의 반짝임을 받고 있는 단풍잎 몇 개... 사진작가들이 카메라의 앵글을 자주 맞추는 정경이다.

 

 

 

▼  계곡 위와 옆, 사방이 울긋불긋한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절정을 지나 단풍이 타고 있다. 단풍의 터널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도 함께 타고 있다. 모두들 紅花 빛이다. 여기는 天上의 樂園...

 

 

▼  한 점 오염되지 않은 맑은 계곡을 건너기도 하면서, 경사가 심하지 않은 계곡을 따라, 고도감을 거의 느끼지 않으면서 서서히 주능선을 향해 올라선다. 계곡의 상류 합수지점에서, 등산로는 계곡을 벗어나 ‘주능선 삼거리 안부’를 향해 급경사 오르막길을 만들어 낸다. 등산로 초입에서 이곳 합수지점까지 약 2시간이 걸렸다.

 

 

 

 

▼  주능선 안부 삼거리, 1246봉과 매봉산방향이 갈라지는 삼거리, 방향이나 거리를 알려주는 어떤 표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저 지도를 보고 나름대로 방향을 잡을 따름.... 이곳에서 매봉산 정상으로 향하려면 오른편 능선을 따라 올라야한다.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지도상에 山竹군락지로 표기된 널따란 분지, 산을 온통 산죽이 둘러싸고 있을 정도로 무릎 높이 정도로 낮게 자란 산죽들이 광활하게 널려있다. 지난주 언론기사에서, 단풍이 산꼭대기에서 부터 점차 내려오고 있다는 글을 읽었는데, 오늘 오른 매봉산의 중간어림부터는 이미 단풍이 사라져버렸다. 낙엽이 다 떨어진 나무의 빈 가지위에는 파란 하늘만이 허허롭게 걸려있었다.

 

 

 

 

 

 

▼  山竹군락지를 지나면서 능선은 급경사 내리막길로 한참 고도를 낮추다가, 다시 경사가 꽤 심한 오르막길로 길게 이어진다. 정상에 가까워 올 무렵에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이정표가 반갑다. 이곳에서 조금 더 걸으면 정상 바로 못미처에 점심상 차리기 딱 좋을 만큼 널따란 공터가 보인다.

 

 

 

▼  매봉산 정상, 정상은 점심상 차리기 좋은 공터에서, 5m 정도 더 나아가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정상은 서너 평 됨직한 공터에 표지석은 없고, 분지의 한쪽 가장자리에 ‘매봉산 1271m'라고 쓰인 볼품없는 이정표가 대신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주고 있다. 둘러싸고 있는 울창한 나뭇잎들로 인해 조망 또한 시원스럽지 못하다.  그저 나뭇가지 사이로 남쪽 내설악의 파노라마, 북으로는 향로봉과 주변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산행 들머리에서 이곳까지 3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  정상에서 하산길은 두 코스, 이중에 산행시간이 길지만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오른편 등산로를 따라 내려선다. ‘급경사는 짧고 완경사는 길고’ 그야말로 하산을 하면서 주위 경관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최상의 코스이다. 등산로 주변은 온통 참나무 군락지 그 아래에는 산죽들이 널따랗게 퍼져있다.

 

 

▼  원시의 숲, 얼마 前까지만 해도 軍施設 때문에 민간인의 통행을 제한했던 곳답게 주위는 온통 원시의 숲이다. 수십 년은 되었을 성 싶은 참나무들이 아직은 싱싱하게 머리에 겨우살이까지 이고, 한편 어떤 나무들은 고목으로 등산로 주변을 장식하고 있다.

 

 

 

 

 

 

 

 

 

▼  걷기 딱 좋은 능선을 따라 1시간 정도 내려오면 등산로는 왼편으로 급회전을 하고 있다. 완만했던 경사도 마음약한 사람들은 발걸음을 내려딛기가 무서울 정도로 심한 경사를 보이면서... 조심조심 10분 정도 내려오면 숲은 다시 붉게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  어린아이의 손가락이 하늘을 향해 벌린 듯 단풍은 파란 하늘을 가리고 섰다. 한 나무에서 돋아난 잎이지만 그 색깔도 제각각. 노랗고 빨간 단풍잎이 어우러져 자연이 만들어낸 색의 조합을 보여준다.

 

 

▼  붉게 타는 가을이 봄꽃을 피우듯 저리 아름다운 것은, 엄연한 결별을 마다 않고 홀가분히 온몸을 던졌기 때문일까? 온 산하가 불붙기 시작한 가을의 北雪嶽, 저 용광로 같은 매봉산의 불을 어떻게 끄랴... 어렵게 끄려하느니 차라라 저 불속에 내 한 몸 던져 넣어 함께 산화해 볼까나...

 

 

 

▼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고나서야 나목에 새봄이 오는 생명의 엄연한 질서, 그래서 운명적으로 쇠잔해지는 멍에 같은 조락의 가을은 벅찬 결실과 함께 마지막 불사르는 단풍이 서글픈 듯 그리도 아름답다.

 

 

 

▼  산행 날머리는 연화동의 ‘용대리 자연휴양림’

진홍빛으로 물들은 능선을 따라 행복에 겨워 걷다보면 이내 자연휴양림의 통나무집이 보이고, 그 아래로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보인다.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길치고 아름답지 않은 데는 없고, 이곳 또한 걷는 이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고 있다. 손대지 않은 천연의 숲길이 아니고, 인공으로 가꾼 아름다움이라는 게 조금 서운하지만... 자연휴양림을 따라 흐르는 개울가는 온통 핏빛 단풍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민둥산(민둥山, 1,119m)


산행코스 : 증산초등학교→임도 쉼터→억새군락지→민둥산 정상→삼내약수 갈림길→지억산(1,117m)→구슬동→화암약수 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40분)


소재지 : 강원도 정선군 남면(하산지점인 화암약수는 동면)

산행일 : ‘10. 10. 10(일)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산세가 둥글고 여성적이어서 중앙선 철도의 증산역에 내려서서, 산을 바라보면 민둥산은 마치 거대한 왕릉을 연상시킨다. 민둥산은 사람으로 치면 어깨부위까지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위 부분에 광활한 억새평원이 펼쳐지고 있다. 산자락의 아랫부분의 나무들은 소나무와 참나무, 그리고 일본이깔나무가 주종, 눈요기를 위해 찾아온 민둥산에서 짙은 솔향을 실어 나르는 산뜻하고 싱그러운 바람을 맛보는 것도 민둥산에서만 가질 수 있는 豪奢 중의 하나이다.

 


▼  산행들머리는 증산초등학교

38번 국도를 따라 태백방면으로 달리다가, 정선군 남면의 증산에서 내려서서 정선선 철길 밑의 굴다리를 빠져나가는 421번 지방도로 접어든다. 굴다리를 빠져나와 100m 정도 오르막길을 오르면 증산초등학교가 보인다. 학교 운동장 아래에 승용차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주차장 건너 입산통제소가 있는 곳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  산행 안내도가 설치되어있는, 입산통제소 옆의 예쁜 다리를 건너면 ‘민둥산 3.4Km'라는 이정표가 서 있고,  그 앞에서 등산로는 두 갈래로 나뉜다. 急傾斜와 緩傾斜... 어느 길로 올라가든 약 10분 정도 올라가면 두 길이 다시 만나게 되니 구태여 어느 길로 올라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른편 緩傾斜 길로 들어서면 잠깐이나마 계곡을 따라 걷게 되고, 청량한 물소리를 듣는 豪奢를 누릴 수 있다.

 

 

 

▼  急傾斜와 緩傾斜 등산로가 합쳐진 후, 조금 지나면 또다시 등산로는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넘치는 등산객들로 인해 진도가 안 나가고 있는 급경사 등산로(정상까지 2.2Km)를 버리고, 왼편의 완경사 등산로(정상까지 2.4Km)를 따라 오른다. 한가한 걸음으로 잠시 걷다보면 왼편으로 증산市街地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왼편 緩傾斜 길을 따라 20분 조금 넘게 걸으면 일본이깔나무(낙엽송) 숲속으로 이어지고, 또 다시 20분 정도를 피톤치드 향에 취해서 걷다보면 林道에 닿게 된다. 산행 들머리에서 약 1시간 정도가 지났다. 임도엔 간이매점과 화장실이 있고, ‘민둥산 1.12Km’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쉼터에서 파는 막걸리 냄새가 등산객들에게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목을 축이고 가라며 유혹한다.

 

 

 

▼  쉼터에서는 맞은편으로 난 통나무 계단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은 굴참나무 群落, 가끔가다 커다란 소나무가 보인다. 하나, 둘, 예쁘게 생긴 소나무 숫자를 헤아리기를 다섯에 이르면, 서서히 머리위의 나무 그늘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저 만치 다섯 번째 소나무 아래에 木製테크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있다.

 

 

▼  木製 테크 어림부터는 머리 위가 뻥 뚫리기 시작한다. 나무는 온데간데없고 은빛 억새만이 하얗게 나부끼고 있다. 등산로 초입에서부터 2Km, 정상까지 0.6Km를 남겨 놓은 지점에서 드디어 억새와의 遭遇, 넘실대는 하얀 억새꽃 물결, 그들만의 群舞가 시작되고 있다. 등산로의 양쪽에 억새가 우거진 곳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나무로 만든 난간을 설치해 놓았다.  꼭 은빛 억새가 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산이 좋아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산을 오를 때마다 정상이 가까워오면 자연스레 힘이 생기게 되는 이유는, 이어서 맞이하게 될 시원한 바람과, 확 트인 조망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가슴은 뛰고 머리는 맑게 정리되는 것이다.

 

 

▼  억새밭 시아로 뱀처럼 흐르는 길은 잘 닦여있다. 그러나 사람의 손길을 탄 길은 자연스러운 맛이 사라져 흥은 결코 없다. 편리함에 멋과 흥을 더할 수 있는 조화를 염두에 두었으면 좋으련만... 뱀의 허리를 돌아 흐르는 바람결 따라, 출렁이는 억새는 마치 은빛 파도를 연상시킨다.

 

 

 

▼  억새는 해뜰녘이나 해질녘 마다 황홀하게 변신한다. 해뜰녘에는 해를 마주보면서 억새를 바라보면 햇살을 받은 억새가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해질녘엔 은빛 억새가 황금색으로 변하여 사람의 눈을 어지럽힌다고 글 쓰는 이들은 말한다. 내가 억새밭을 찾은 시각은 불행히도 대낮... 그러나, 해를 등지든 아니면 마주보든, 난 억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으니, 이게 바로 조그만 행복에도 만족할 수 있음이려니...

 

 

▼  짙푸른 가을 하늘과 맞닿은 정상에서 바람에 물결치면서 햇볕에 반짝이는 민둥산 억새밭의 장관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바람이 불면 억새의 물결이 넘실거리는데다가 사그락거리는 공명까지 들려서 사람들의 가슴을 적신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廣坪秋波라 했다. 즉 광호라한 평원에 일렁이는 억새의 물결이라는 뜻이다. 은백색의 질감과 조용히 하늘거리는 억새의 모습은 무척 동양적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無念無想의 禪의 세계를 연상시킨다고 말하기도 한다.

 

 

 

▼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두 개가 있다. 정상에서 보면 가리왕산, 지억산, 두위봉 등 강원도의 특징인 ‘疊疊山中’ 산릉들이 첩첩이 쌓여있다. 정상에는 삼내약수와 화암약수의 진행방향을 알리는 이정표 외에  ‘발구덕 0.9Km’이라는 이정표가 하나 더 설치되어 있다. * 해발 800m의 높이에 있는 發九德마을은 증산초등학교에서 민둥산 정상까지 제일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의 중간 어림인데, 오랜 세월에 걸친 지각변동으로 일어난 여덟 개의 구덩이라는 뜻으로 발구덕으로 불렸단다. 이곳까진 좁으나마 시멘트 포장길이 있어 차가 들어갈 수 있다.

 

 

 

▼  人山人海, 억새꽃이 절정을 이루는 10월이면 민둥산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다. 오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지만 길옆으로 펼쳐진 억새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보면 복잡함 정도의 불편은 어느덧 사라져 버리고 만다.  민둥산은 이름 그대로 대머리처럼 생긴 산이다. 보통명사가 고유명사가 되어 버릴 정도로 정상 부근에 나무가 없는 산, 물론 이 부근에는 민둥산 말고도 정상어림에 나무가 없는 산은 많으나 그 광활함이 민둥산만한 산은 없다. 그러니 당연히 이 산만 민둥산이라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  민둥산 정상에서 지억산은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등산로는 순수한 흙길이기 때문에 부드러워서 걷기에 아무 부담이 없다. 지억산으로 가는 능선을 따르다 보면 여러 개의 돌리네가 관찰된다. * 돌리네 : 카르스트 지형의 침하작용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지표면이 꺼져 깔때기 모양의 구덩이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  민둥산의 억새는 사람 키로 거의 한길이 넘고, 매우 짙어서 길이 아닌 곳은 해쳐나가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등산로 가에 목책을 세워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길이 아닌 곳은 들어갈 수도 없지만... 그래도 證明寫眞 한 장이라도 찍어보려고 살짝 억새밭으로 들어서보면 사람 키보다 더 큰 억새에 파묻혀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그래서 산악인들이 민둥산의 억새를 전국제일이라고 하나 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광활함 뿐만 아니라, 그 크기에서도 신불평원만 못한 것 같다.

 

▼  드넓은 주능선 일대가 온통 억새밭이다.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는 마치 은빛 파도를 연상시킨다. 바람에 흔들리며 부르는 억새들의 황홀한 노래, 은빛 물결에 숨이 멎는다. 만발을 지나 이미 수술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는 억새의 무리들~ 말 그대로 민둥한 산자락에 햇빛을 받아 은빛 물결을 이루고 있는 억새들의 장관에, 산행을 하고 있는 등산객들은 어린 시절의 꼬마들인양 동심으로 돌아가 마냥 기뻐하고 행복에 겨워한다.

 

 

 

▼  억새평원의 끄트머리 삼거리에서 지억산 방향으로 가는 등산로는 왼편으로 이어진다. 오른편은 발구덕마을, 억새밭을 벗어나면. 등산로 주변은 하늘을 향해 허리를 곧추세운 잣나무 숲으로 변해버린다. 이어서 전나무 숲길이 길게 이어지고, 그리고 심심찮게 일본이깔나무(낙엽송)와 굴참나무 숲이 등산로 주변을 들락거린다.

 

 

 

 

 

▼  억새밭을 벗어나 지억산 방향으로 15분 정도 걸으면 枕木 계단이 나타나고, 계단을 따라 10분 정도 더 걸어 내려가면 하얀 자갈이 깔린 林道와 만나게 된다. 그러나 임도를 버리고 왼편 능선으로 올라서서 산행을 이어간다.  

 

 

 

 

 

 

 

 

 

 

▼  능선을 따라 20여분을 오르내리다 보면 넓은 공터가 나오고 화장실과 여러 개의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서 화장실 앞의 임도 건너로 보이는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가면 지억산으로 오르게 된다. 20분이면 다녀올 수 있으나 특별히 볼만한 것이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 집사람은 잠시 쉬고 있으라고 한 후, 속보로 지억산을 향한다. 일본이깔나무(낙엽송)와 키 작은 灌木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등산로는 희미하다.

 

 

 

 

 

 

▼  지억산 정상엔 창고 같은 건물이 있고, 그 옆에 ‘몰운산 1116.7m'라고 적힌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지도에는 분명히 지억산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정상은 주위가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은 제로, 등산로가 정상에서 끊겨 있으므로 화암약수로 내려가려면 집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임도 삼거리(공터)‘로 돌아 내려와야만 한다.

 

 

▼  임도 삼거리(공터)에서 화암약수 방향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부드러운 풀밭, 마치 폭신폭신한 양탄자 위를 걷는 것 같다. 길가의 풍경 또한 빼어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빠지지도 않을 만큼의 눈요기도 선사하고 있고...

 

▼  능선을 따라 곱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갑자기 급경사로 변한다. 주변의 나무들이 굴참나무에서 일본이깔나무(낙엽송)로 바뀔 즈음 등산로는 다시 순해지다가, 이내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와 만나게 된다.

 

 

 

 

 

 

▼  오솔길에 지천으로 늘어서있는 들국화와 코스모스, 그리고 달맞이꽃과 이름 모를 야생화들... 그윽한 향기에 취해서 산행의 피로까지 까맣게 잊어버린지 이미 오래다. 이런 풍취가 강원도에서나 맛볼 수 있는 내면의 세계이리라...

 

 

 

 

 

 

 

▼  林道의 주변은 이미 가을의 초입, 대부분의 나무들이 비록 짙지는 않지만 노랗고 빨간 옷들로 갈아입기 시작하고 있다. 임도는 구슬동서 끝을 맺으면서, 정선군 남면사무소와 화암면사무소를 잇는 왕복 2차선 지방도와 연결된다. 임도 입구에 큼지막한 산행 안내판이 서 있고, 그 뒤에는 ‘민둥산 고사리 농장’이라는 예쁜 건물이 보인다.

 

▼  산행날머리는 畵岩藥水

구슬동에서 화암약수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한층 더 깊어진 가을이 마중 나온다. 여기저기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는 단풍들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렇게 20분 정도 단풍에 취해 걷다보면 이내 화암약수에 닿게 된다. 도로 왼편의 계곡의 물이 맑다고 내려서는 것은 삼가야할 일, 상수원보호지역이니 말이다.

 

 

 

 

▼  국민관광지인 畵岩藥水, 탄산이온과 철분, 칼슘, 불소 등이 주요성분으로, 탄산성분이 특히 많아 톡 쏘는 맛을 내는 약수다. 약수터 주변의 경치가 빼어나서 畵岩八景의 하나로 뽑혀 있다. 줄을 선, 후에야 약수 겨우 한 모금을 떠 마실 수 있었다. ‘휴~~ 다행이다’ ‘마음씨가 나쁜 사람들이 이 약수를 마시려면 물 안에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전해오는데, 다행이 내 눈에는 구렁이가 안 보이니 말이다. 국민관광단지답게 널따란 주차장 외에도 야영장과 수영장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대암산(大巖山, 1,304m)


산행코스 : 서흥리 뒷골→군사도로→능선→대암산정상→큰용골→계곡→군사도로→뒷골 (산행시간 : 5시간40분)


소재지 :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과 양구군 동면, 해안면의 경계

산행일 : ‘10. 9. 26(일)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남한에서 유일하게 산 정상어림에 형성된 ‘용늪(고층 습원)’으로 소문난  산, 용늪은 주변에서 물이 들어오는 곳이 없고, 빠져나가는 곳 또한 없는 늪지로서 약 4,2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1997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국제습지조약(람사조약)의 습지보호지역으로 등록된 곳이기도 하다. 산의 정상이 커다란 바위로 형성되어 있어서 대암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  산행들머리는 서화면 서흥리 뒷골

원통에서 44번 국도를 빠져나와서 서화방면으로 453번 지방도를 타고 약 10분 정도 달리다보면 논장교가 보이고, 조금 더 달린 후, 대암산 입구 표지를 따라 왼편 시멘트 길로 들어서면 된다. 비포장도로로 바뀐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마지막 人家와 만나는 계곡 옆의 너른 공터(버스 진입이 더 이상 불가)에서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  뒷골의 마지막 人家에서 임도를 따라 20분 정도 걷다가 왼편으로 난 小路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찾는 이가 별로 많지 않은 탓인지, 잡목으로 뒤덮인 초입은 잘못하면 길을 잃을 우려가 있을 정도로 낯설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선두대장이 하는 말 ‘반소매 티셔츠로는 버티기 힘듭니다’ 아니나 다를까 숲이 무성한 등산로는 잔가지가 등산로를 막고 있어 쉽게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그러나 사시사철 긴소매에 긴바지로 중무장을 하고 다니는 난, 잡목을 해쳐나가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다.

 

 

 

 

 

▼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면 남서쪽 사면을 치고 오르게 된다. 경사도 그리 심하지 않고 흙산이어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그렇게 별 어려움 없이 무덤 몇 기를 지나고 나면 지능선에 올라서게 되고, 이어지는 등산로는 대체적으로 남쪽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  등산로 주변은 갈참나무가 主種, 가끔 박달나무와 잘생기지는 못한 老松의 모습도 보인다. 복신폭신한 흙산에 경사도까지도 그리 심하지 않아 느긋이 사색을 즐기며 걷기에 좋은 편이다.

 

 

 

 

▼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 반 남짓, 바위지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거대한 암릉에서 등산로는 왼편으로 이어진다. 바위 밑은 얼핏 동굴형태인데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요란스럽다. 물맛을 보기에는 어쩐지 위생이 미심쩍어 그냥 지나친다...

 

 

 

 

▼  바위지대를 지나면서 등산로는 갑자기 가팔라진다. 힘들게 사면을 치고 오르면 또 다른 지능선, 여기서부터 전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동쪽 방향으로 설악산 서북능선의 안산과 대청봉, 그리고 점봉산의 능선들이 뚜렷이 바라보인다.

 

 

 

▼  주능선 삼거리, 참나무를 벗 삼아 걷다보면 어느덧 1040봉, 봉우리에 올라서면 눈앞에 대암산이 마중 나온다. 이곳에서 대암산으로 가려면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레 내려서야한다. 나무사이로 언듯언듯 바라보이는 대암산줄기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덧 주능선 삼거리이다. 이미 정상을 다녀온 선두대장께서 정상에 오른 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일러준다.

 

 

 

 

▼  주능선 삼거리에서 곧바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없고, 우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제법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면 용늪으로 넘어가는 길과 만나는 안부 삼거리가 보인다. 대암산 정상은 이곳에서 왼편에 있는 바위를 잡고 올라야한다.

 

 

 

 

▼  바위를 잡고 힘을 용트림을 하다가, 어떤 때는 바위들 사이를 건너뛰는 스릴도 즐기면서 10분 정도 오르다 보면 이름 그대로 거대한 바위군을 형성하고 있는 대암산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정상에 올라서면 발아래로 웅장한 산세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  대암산 정상은 온통 거대한 바위투성이, 두 세 사람이 앉아 쉴만한 공간은 있지만 일행이 많을 경우에는 여기저기 나누어 앉아야할 만큼,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거기에다 정상표시석이나 이정표 등 이곳이 정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한 징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도 100대 명산인데....

 

 

▼  바위로 되어 있는 정상에 오르는 코스는 초보 등산객들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코스, 정상으로 오르는 암릉은 양 옆으로 날카로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  정상에 서면 멀리 동남쪽으로는 외설악의 산릉(미시령, 한계령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동북으로는 도솔봉과 가칠봉, 서쪽으로는 사명산이 바라보인다. 오늘 처럼 시야가 트이는 날에는 금강산도 보인다지만 어느 봉우리가 금강산인지는 알 수가 없고, 그저 저기가 그쯤 이려느니...

 

 

 

▼  용늪은 관리사무소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으므로 하산은 원점회기를 택한다. 오늘의 하산코스인 주계곡으로 내려서기 위해서는 아까 올라올 때 만났던 주능선 삼거리까지 되돌아와야 한다.

 

 

 

▼  1040봉에서 내려왔던 고개안부에서, 왼편으로 내려서면 곧바로 계곡을 만나게 된다. 너덜길 계곡은 선행자의 족적을 찾기가 힘들어 길을 잃을 염려가 있어 주의를 요하는 코스, 등산로 주변은 참나무가 우거진데다, 잡목과 넝쿨식물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  너덜길 계곡, 原始의 숲을 내려서면 너른 계곡을 만난다. 계곡물은 작은 臥瀑을 만들어 내고 있다. 조심조심 징검다리를 건너면 풀이 무성하게 자란 도로를 만나게 된다.

 

 

 

▼  초가을의 군사도로, 아침에 산행을 출발하면서 보았던, ‘미확인 지뢰와 불발탄이 많다’는 경고판의 살벌한 문구에도 불구, 길가에는 물봉선과 들국화 등 각종 야생화들이 한껏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초가을의 파란하늘과 조각구름 몇 개 둥둥 떠다니는데, 길가 나무들은 아직도 푸르름에 젖어있다.

 

 

 

▼ 산행날머리는 들머리와 같은 서흥리 뒷골

길가에 핀 야생화를 감상하면서 40분 정도를 걸어 내려가면 아침에 산으로 들어섰던 小路가 보이고, 20분이 채 못되게 더 걸으면 산행들머리로 삼았던 민가가 보인다.

매봉(800m), 바위산(858m)


산행코스 : 홍천고개→매봉 남봉(710m)→매봉→수산재→합수곡→중말골계곡→안경다리→조교2교 (산행시간 : 5시간40분)


소재지 :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인제군 남면, 춘천시 북산면의 경계

산행일 : ‘10. 9. 19(일)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춘천의 소양호를 가슴에 담아 올 수 있는 산이지만 아직은 덜 알려진 채로 숨어있는 산, 지맥답사라는 특별한 의미를 두고 찾지 않을 것이라면, 별 특색이 없는 매봉은 생략하고, 그냥 바위산만 다녀올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경사가 심한 조교리쪽 능선을 하산코스로 잡는 것 보다는, 산행들머리로 정상에 오른 후, 수산재를 거쳐  중밭골로 하산하는 코스가 바람직하다.  

 


▼  산행들머리는 홍천고개

홍천고개는 소양강 나룻터가 있는 춘천시 북산면 조교리와 홍천군 두촌면 원동리를 잇는 2차선 포장도로 위의 고개로서 44번 국도의 두촌에서 연결된다. 산행은 홍천고개에서 북동쪽 능선 방향을 향해 절개지를 오르면서 시작된다. 홍천고개에서 반대편으로 오르면 가리산으로 가게 된다.

 

 

▼  切開地를 올라서 능선으로 붙으면 등산로는 제법 뚜렷하게 나있고,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은 참나무가 주종, 오늘 같이 인적이 뜸한 호젓한 산길에서 나무숲을 헤치며 나아가는 맛은 여름산행의 진미일 것이다.

 

 

 

▼  등산로는 산을 파헤친 참호와 허물어져가는 흉물스런 시멘트 벙커가 자주 나타나긴 하지만, 사람들이 찾지 않아 걷기조차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것만큼은 잡목이 우거지지 않아 걷기에는 좋은 편이다. 예상외로 淡白하다는 느낌이 맞을 듯...

 

 

 

▼  홍천고개에서 한 시간이 채 못되게 걸으면 닿게 되는 매봉남봉 정상, 조그만 봉우리에 잡초만 무성하고, 정상석은 물론 이정표 하나 없는 가난한 봉우리이다(삼각점이 있어 이곳이 매봉남봉이라고 어림짐작할 뿐).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시야도 제로이다.

 

 

 

▼  등산로는 완만한 오르내림이 반복되며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은 잣나무와 때로는 일본이깔나무 지대를 통과한다. 등산로 주변은 키가 큰 떡갈나무 등 참나무類의 아래 키 작은 철쭉과 진달래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등산로 주변에는 철이 지난 야생화가 여러 가지 보인다. 순백의 들국화와 이름모를 야생화들, 바야흐로 지금은 이미 가을의 초입이라는 것을 잊은 듯 만개해 있다. 그리고 各樣各色의 버섯들...

 

 

 

▼  高度를 낮추던 등산로는 다시 고도를 높이더니,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오른쪽에 잣나무지대가 가끔 나타나는 밋밋하고 호젓한 능선의 연속... 시멘트 벽돌 벽 초소 흔적이 있는 곳을 지나서 좀 더 오르다가, 오른쪽에 흐릿한 영춘지맥 갈림길을 지나면 만나는 봉우리가 매봉이다 매봉 정상은 두 평 남짓 되는 분지, 사방이 잡목으로 둘러싸여 조망을 보여주지 못한다. 또한 정상으로 느낄만한 아무 특징도 없는데다가, 정상표지석이나 이정표가 없어서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나 또한 정상을 그냥 지나치고야 말았다.

 

 

 

▼  등산로 주변은 참나무, 잣나무, 때로는 일본이깔나무 숲이 번갈아 나타난다. 심심찮게 진달래나무가 터널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능선은 약간의 오르내림이 반복되며 한 동안 서서히 高度가 낮아진다.

 

 

 

▼  매봉을 지나면서 등산로는 약간 가파른 내리막길을 만들어낸다. 주변에는 키 작은 진달래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가끔 바위가 나타나는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고, 다시 완만한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高度를 낮추다보면 어느덧 수산재에 이르게 된다.

 

 

 

▼  수산재, 이곳 안부사거리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중밭골을 따라 조교리로 이어지는 계곡이 나온다. 예정된 바위산을 오르려면 곧바로 진행하면 된다. 수산재부터는 완경사보다는 급경사 오르막길이 더 길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급경사 오르막길을 올라서서 왼쪽 사면의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면 삼각점이 있는 바위산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  산행을 하면서 등산로 왼편의 나무들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남쪽의 가리산에서 매봉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는 영춘지맥의 일부이다. 등산로는 흙산의 특징대로 곱고 폭신폭신한 게 걷기에 무척 편하다. * 영춘지맥,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오대산 두로봉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뻗어 한강기맥을 일군다. 그 한강기맥은 불발현과 구목령 부근에서 또 다른 산줄기를 만들어 내며 북한강과 남한강으로 달리는데 이를 일컬어 영춘지맥이라 한다. 주요산으로는 태기산, 덕고산, 치악산, 용두산, 태화산 등이 있다.

 

 

 

▼  바위산 정상, 수산재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두어 번 하면 바위산 정상에 닿는다. 이정표 하나 없는 가난한 봉우리이기는 매봉과 매한가지, 정상은 서너 평 쯤 되는 분지로 사방이 잡목으로 둘러싸여 있어 視界를 열어주지 못하고 있다.  바위산 정상은 좁은 분지에 잡초만 무성한데, 여기도 매봉과 마찬가지로 이정표나 정상 표지석이 없이 그저 빈 봉우리... 한쪽에 ‘내평 23’이란 삼각점이 있어 그저 이곳이 바위산 정상임을 類推해 볼 따름이다.

 

 

 

▼  바위산에서 20분 정도 내려오면 오른편으로 거대한 암릉이 비스듬히 누워있다. 등산로는 없으나 리본이 보여서 무작정 오르고 본다. 그리고 贊嘆의 연속... 여기가 바로 ‘바위 展望峰’, 많은 사람들이 바위산과 혼동을 하고 있는 봉우리이다. 그러나 어느 봉우리가 바위산인들 어떠랴? 오늘 답사한 봉우리들은 어느 봉우리 하나 이름표를 달고 있는 곳이 없는데... 바위전망봉은 오늘 산행 최대의 하이라이트이다. 오늘 산행 중에서 유일하게 시원스런 조망을 열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巖盤으로 이루어진 정상은 고사목 두 그루가 럭비골대를 연상시키듯이 우뚝 솟아있다. 날이 맑은 날에는 두 골대 사이로 소양호가 펼쳐진다지만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오늘은 雲霧 속에 잠겨 視界가 제로이다.

 

 

 

 

 

▼  바위봉을 지나면서부터 등산로는 오른편 소양호 방향에 絶壁을 낀 암릉으로 변한다. 왼편으로 비스듬히 누운 형태의 암릉은 빗물에 젖어 미끄럽지만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평소에는 오른편으로 소양호의 리아스식 湖岸이 보일터이지만, 비가 내리는 오늘은 사위가 짙은 구름에 잠긴 탓에 그저 어두컴컴하기만 하다.

 

 

 

 

▼  암릉이 끝나갈 즈음, 온통 참나무로 뒤덮여 있던 등산로는 어느새 참나무와 소나무가 알맞게 섞여있다. 빗속에서도 은은히 코끝을 스치는 향기... 솔향은 언제나 사람의 심신을 푸근히 다독거려준다. 특히 아름드리 소나무숲이 내품는 독특한 솔향기는 기분을 맑게 해주고 마음을 편안케 한다. 그래서 소나무는 홀로 있거나 울창한 숲을 이루었거나 간에 아름답고 준수하고 기품이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소나무 중에 가장 흔한 것은 陸松이다. 주로 내륙지방에ㅐ 흔한 육송은 줄기가 붉어서 ‘赤松’으로도 불린다. 陸松 중에서도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은 것은 특별히 ‘金剛松’ 또는 ‘春陽木’이라 일컫는다.

 

 

 

▼  굵은 소나무 숲이 끝나면서 등산로는 갑자기 高度를 낮추기 시작한다. 급경사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려보려는지 등산로는 의욕적으로 갈之자를 그려보지만, 조금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800m 밖에 되지 않은 산의 下山길이 이렇게 길고, 이렇게 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난 오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등산로에는 安全施設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  푸른 이끼가 잔뜩 낀 계곡은 물 한방울 구경할 수 없는 乾川이다. 비에 흠뻑 젖은 등산로는 미끄럽기 그지없는데 경사 또한 장난이 아니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가지만 곳곳에서 미끄러지는 비명소리,  내 앞에서 걸어가던 일행은 나뭇등걸에 손이 찔려 꽤나 많은 피를 흘리고 있다.

 

 

 

▼  조심조심, 아무리 조심해도 여성분들에게는 한계가 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일행이든 아니든 간에 도와주어야 하는 것은 人之常情일 것이다. 내 친구 형우君도 평소의 근엄한 공공기관 임원의 굴레를 벗어버린 지 이미 오래, 혼자서 힘들게 하산하는 여성분을 알뜰하게 모시고 있다. 암벽등반의 造詣가 없기 때문에 비록 마음먹은 만큼 시원스레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  산의 밑자락에 도착할 즈음 등산로는 계곡을 벗어나 오른편 사면의 중간을 자르며 이어진다. 계곡의 반대편인 오른쪽으로 잣나무 숲이 울창하다. 잣나무 숲을 벗어나면 온통 칡넝쿨로 뒤덮인 묵밭, 근처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산행을 마감할 시간이 되었나보다.

 

 

▼  산행 날머리는 춘천시 남면 조교리

묵밭 아래로 내려서면 조그마한 폭포가 보인다. 이미 팬티만 입은 채로 목욕을 하고 있는 먼저 도착한 일행을 따라, 난 아예 옷을 입은 채로 물속에 잠기고 본다. 반바지로 갈아입은 후, 溪谷가의 둑을 따라 내려서면 중밭골의 수정처럼 맑은 물이 ‘이제 오늘의 산행이 마감’되었음을 알려준다. 중밭골을 건넌 후, 중밭골의 둑을 따라 개설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200m 정도 걸어 내려가면 홍천고개로 이어지는 地方道와 만나면서 산행은 끝난다.

 

 

 

순경산(巡警山, 1,151m), 선바위산(1,042m)


산행코스 : 상동 천주교회→낙엽송숲→순경산→임도→막골 이정표→선바위산→소원바위→전망바위→묵밭→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40분)


소재지 :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산행일 : ‘10. 9. 18(토)

같이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우리나라에서 제일 산이 많다는 강원도, 그 한편에 꼭꼭 숨어있는 산이 순경산과 선바위산, 소원바위라는 잘생긴 바위가 없었더라면 결코, 일 년에 몇 명 찾아들지 않을 만큼 외진 산이다. 순경산은 다른 외진 산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그렇고 그런 산이나, 바위산인 선바위산은 꼭 소원바위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찾아볼 만한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천주교 상동교회

고속도로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시원스레 뚫린 38번 국도(이 도로의 확․포장 費用을 마련하기 위해 勞心焦思했던 추억이 있는 나는, 이 도로를 지나다닐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의, 석항에서 31번 국도로 바꿔 타고 태백방향으로 달리다보면 영월군 상동읍이 나온다. 상동읍 조금 못 미쳐 왼편에 시선을 끄는 산 두개, 깎아지른 벼랑이 사뭇 위압적인 순경산과 선바위산이다. 산행은 상동마을에 있는 상동막창(식당)과 상동천주교회 사이로 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시작된다. * 상동은 약 15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매장량을 자랑하던 텅스텐광산이 자리하고 있어 한 때 인구가 2만 명에 달할 정도로 활기 넘치던 마을이었다. 하지만 낮은 單價의 수입품에 시장을 잠식당하여 폐광되었었는데(서울에서 상동으로 가다보면 왼편에 거대한 鑛尾場을 볼 수 있다), 鑛物價格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요즘 다시 採鑛을 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단다. 

 

 

 

 

▼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포장이 끝난 지점 부근에 산행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등산로는 산행안내판에서 좌측으로 흐르다가, 곧 이어 우측으로 갈지(之)자를 만든 후, 일본이깔나무 숲을 따라 이어진다. * 주의 : 순경산만 오르려면 이 길을 따라 올라가도 되지만 순경산과 선바위산을 연계해서 다녀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 등산로보다는 뒤돌아 내려와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날 즈음의 民家에서 왼편으로 난 사잇길로 접어들어 능선을 타고 오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조금 못미쳐, 民家의 왼편 사잇길로 접어들어 50m 정도를 들어선 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는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등산로 주변은 신갈나무 등 참나무類가 주종...

 

 

 

▼  신갈나무에 질릴 때 즈음이면, 등산로 주변은 어느새 소나무 숲으로 바뀌어 있다. 곧이어 소나무와 신갈나무들이 어울린 화합의 한마당, 코끝을 간질이던 솔향이 사라졌다 싶었더니, 어느덧 주변은 다시 신갈나무로 바뀌어 있다.  순경산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苦役, 가파른 경사를 한 시간 가까이 치고 올라야 했다. 비록 한여름의 무더위는 지났다 해도 아직은 늦여름, 숨은 턱밑까지 차오르니, 당연히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고마울 때이다. 온 몸이 땀에 젖었다. 하지만 마땅히 다리를 쉴만한 평지조차 없는 상황. 속절없이 높이를 더하는 수밖에 없었다.


 

 

 

▼  정상어림에 가까워지면서 등산로는 바윗길로 변한다. 바위와 바위 틈새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아직 낙엽 지는 가을철이 아니건만, 그동안 한잎 두잎 떨어진 낙엽들이 쌓인 탓에 바위 틈새가 잘 보이지 않는다

 

 

 

▼  순경산의 정상은 널찍한 헬기장으로 사통팔달 조망이 트여있다. 북쪽으로 두위봉과 백운산의 마천봉, 그리고 정암산 등 1천m가 넘는 준봉들이 우람하게 늘어서 있다. 마치 학이 양 나래를 펼치고 있는 모양처럼... 그리고 동쪽으로 장산이 손에 닿을 듯이 가깝고, 시계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선바위산과 매봉산, 그리고 구룡산과 마대산이 아스라하다. * 순경산 : 일제강점기 때 의병들이 봉우재 뒷산에서 봉화를 들어 신호를 보내면 순경산에서 은거하던 의병경비대에서 정보를 분석하여 태백산지구 의병본부에 전달하였으며 그 후부터 ‘순산경비(巡山警備)’를 줄여 순경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  순경산 정상에서 선바위산으로 가려면, 정상에서 내려와 조금 전 올라왔던 길목에서 오른편으로 90℃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이어지는 등산로는 암릉, 암릉을 곧바로 치고 넘는 길이 본래의 등산로이다. 위험하다고 우회하다 보면 사람의 흔적이 끊 겨버려 다시 본래의 등산로로 돌아와야만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암릉에서면 왼편으로 선바위산의 수백길 벼랑이 잘 바라보인다.

 

 

 

 

 

 

▼  잠깐의 암릉이 끝나면서, 능선 안부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게 이어진다. 순수한 흙길에 주위는 신갈나무숲, 길가엔 잎이 하나도 없이 대롱만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이름 모를 풀이 모습을 보인다.

 

 

 

▼  능선을 따라 어느정도 내려서다 왼편으로 방향을 잡는다. 길의 흔적은 보이나, 한 해에 한두 사람이나 다녔던 듯, 잡목으로 우거져 진행하기가 힘들 정도이다(아니나 다를까 정규 등산로는 따로 있었다). 힘들게 10여분을 내려서면 임도를 만나게 되고, 여기서는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순경산의 허리를 따라 난 임도를 따라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행여 잘못 길을 들어섰나 의심(선바위산은 분명 오른편에 있는데 길은 자꾸 순경산의 들머리쪽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하면서 10분 정도를 걸으면, 오른편으로 제법 뚜렷한 하산로가 보인다.

 

 

 

 

▼  막골상류, 순경산에서 선바위산으로 가려면 필히 거쳐야할 지점, 이곳에서 봉우재로 하산할 경우에는 5m폭포와 30m 臥瀑을 구경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산행이 선바위산으로 진행해야하는 일정이고, 만일 시간에 여유가 있을지라도, 고유한 이름도 얻지 못한 것을 보면, 굳이 들러볼만한 특별한 정경이 없을 것 같아 생략...  이곳에서 선바위산 정상까지는 0.6Km가 남았다.

 

 

 

 

 

▼  막골에서 선바위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암릉을 왼편에 두고 나 있다. 제법 뚜렷한 등산로를 치고 올라서면 어느 곳 하나 지나치기 어려운 조망 포인트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므로 가급적 등산로를 벗어나지 않는 게 좋다. 급경사이다 못해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직벽 구간이기 때문이다. 얼린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다소 느긋해진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니 문득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가볍게 몸을 떨며 발길을 재촉해 본다.

 

 

 

 

 

 

 

▼  선바위산 정상은 이곳이 암릉인 탓인지, 별로 넓지도 않을 뿐더라 경사까지 있는 왜소하게 느껴지는 궁벽한 곳에 아담한 ‘정상 표지석’과 이곳이 정상이라는 푯말이 서 있다. 바위 위 위태롭게 서서 보면, 아래로는 소원바위 아래의 반쟁이골이 굽어보이고, 그 너머에는 가매봉과 매봉산(1267m)이 우뚝하다. 또 멀리 영월을 향해 파도처럼 밀려나가는 산들의 군무는 疊疊山中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들어 주고 있다.

 

 

 

 

 

▼  정상이 이 산에서 제일 높은 곳이라면 이후 등산로는 고도를 낮추어야 함이 정상이련만 등산로는 고도를 더 높여만 간다. 그럼 지나온 頂上은 非頂上? 하여간 소원바위로 진행되는 등산로는 잠깐 고도를 높인 다음, 서서히 그 높이를 낮추어 간다.

 

 

 

 

▼  소원바위, 정상에서 하산길을 재촉하다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의 능선에서 사거리를 만난다. 이곳에서 오른쪽은 백운산 가고 왼쪽은 반쟁이골, 반쟁이골 가는 길목에 소원바위가 있다. 가파른 사면의 밧줄을 잡고 잠시 내리면 뜻밖의 경치가 펼쳐진다. 우뚝 솟은 바위기둥... * 소원바위 : 新羅 자장법사가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와서 이를 봉안할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는데 꿈에 문수보살이 나타나 이곳 본구래에서 명당 터를 구하라고 하여 이 바위를 보고 100일간 치성을 드렸더니 태백 정암사가 그 터더란다.

 

 

 

▼  날카롭게 솟은 바위. 그러나 갈之자 사면을 따라 바위기둥을 돌아, 선바위의 밑동에 내려서면 아까 본 정경은 氷山의 일각이다. 우선, 선바위의 아랫터에는 金鍍金이 된 佛像 한 기와 募金함이 있다. 능선에 되돌아 올라서니 기다리는 집사람이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묻는다. ‘늦둥이...’ 아이들 다 키우고 난 지금, 나에게는 무릎에 앉아 어리광부리는 늦둥이 아이 하나 가져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다...

 

 

 

 

▼  바위의 규모는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특히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 더욱 그랬다. 5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높이. 안부 한편에 흡사 하늘이라도 찌를 듯한 기세로 곧추선 바위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긴 시간동안 같은 자리를 묵묵히 지켜왔으리라...

 

 

 

 

 

▼  소원바위에서 곧장 아래로 내려서면 반쟁이골, 하산지점에 쉽게 내려설 수 있지만, 이 산의 氣를 더 느껴보고 싶어 내려왔던 길을 되돌아 올라선다. 사거리 안부에 서 있는 이정표에는 내가 가려고 하는 방향을 그저 ‘내려가는 곳(1.3Km)’라고만 표기하고 있다. 요즘은 民間뿐만 아니라 公共분야도 ‘CS경영’은 필수인데.... 이 길로 내려가면 어디에 도착하는가를 적어야 하는 게 아닌가? ‘모든 서비스는 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CS경영이념은 이쯤되면 사라진지 오래되었을 것이다.

 

 

 

▼  안부 사거리에서 왼편으로 90도로 꺾어 진행한다.(내려가는 곳이라고 표기), 등산로는 왜소하기는 해도 암릉의 형태를 띠고 있다. 암릉인 반쟁이골로 내려서는 하산길이 볼만한 경관이 더 많을 터인데도, 산악회에서 굳이 이 코스를 선택한 이유는, 이 지점이 오늘 산행에서의 유일한 암릉이기 때문 아닐까? 능선을 올라서면 이정표가 하나 서 있고, 下山路는 오른편으로 나 있다.

 

 

 

▼  안부에서의 하산로는 위험하지도 그렇다고 순하지도 않은 정도, 등산로 주변은 신갈나무 일색이다. 간혹 신갈나무와 철쭉나무 아래로 山竹이 무리지어 있고, 여기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산간오지임을 알려라도 주는 듯, 잘려나간 나무의 그루터기는 푸른 이끼로 두텁게 덮여있다.

 

 

 

 

▼  산행날머리는 반쟁이골.

산에서 내려서면 반쟁이골 상류, 등산로 주변은 온통 원시의 숲이다. 잠깐 등산로에서 벗어나 팬티만 입은 채로 물속에 잠겨본다. 채 1분도 못 버티고 뛰어 나오는데 아예 발도 못 담글 정도로 냉기가 온몸을 떨게 만든다.  계곡을 따라 난 제법 잘 닦인 임도를 따라 내려서면 얼마안가 봉우재삼거리에서 녹전초등학교 죽동분교(폐교)로 이어지는 지방도와 만나게 된다. 소원바위로 오르는 등산로 초입은 이곳에서 봉우재 삼거리 방향으로 약 5분 정도 더 걸어 내려가야 한다.

 

 

 

소금산(小金山, 350m)-간현봉(艮峴峰, 386m)

 

산행코스 : 간현교→등산로 입구→구멍바위→소금산→철계단→소금산교→간현수련원→간현봉→베틀굴→두몽폭포→지정대교→주차장 (산행시간 : 3시간40분)

 

소재지 :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산행일 : ‘10. 8. 28(토)

같이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小金山은 섬강 지류가 굽이쳐 흐르고 산과 계곡이 수려하고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소금산이란 명칭도 규모는 좀 작지만 산세가 빼어나서, 작은 金剛山이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란다. 소금산은 높이가 343m로 야트막해 벗들과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오르거나 가족과 함께 한 바퀴 돌기에 아주 좋은 산이다. 산행 중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섬강의 지류를 바라보면서... 반면에 간현봉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산, 하산길에 만나는 두몽폭포를 빼 놓고는 특별히 오래오래 기억에 남길만한 특징이 없는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간현유원지(艮峴遊園地) 주차장

영동고속도로 문막 I.C를 빠져나와, 42번 국도를 따라 원주방면으로 달리다가, 중앙선 철도, 만종역 못미처에서 88번 국도인 지정로로 갈아타고 여주방면으로 달리다보면 원주시 지정면에 있는 간현유원지에 이르게 된다. 섬강을 가로지르는 지정대교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접어들면 간현유원지 입구에 수백 대의 차량주차가 가능한 널따란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다. *총 길이 103km에 이르는 섬강은 간현유원지 인근에 두꺼비 모양의 바위가 있어 두꺼비 섬(蟾)자를 써서 이름이 유래했단다. 

    

 

▼  간현 유원지 주차장에서 소금산으로 가려면 유원지를 지나야만 한다. 도로를 따라 오른편에는 상가, 왼편에 섬강을 따라 나무테크가 잘 만들어져 있다. 나무테크를 따라 100여m 정도 들어가면 섬강을 가로지르는 첫 번째 다리, 곧이어 나타나는 두 번째 다리인 간현교(잠수교)와 삼산천교가 다시 한번 섬강을 가로지른다. 간현교와 삼산천교는 인접해서 평행으로 나란히 놓여있는데, 간현교가 물에 잠길때는 삼산천교로 우회해서 섬강을 건널 수 있다. 다리에서부터는 또다시 유원지의 상가들, 그 끄트머리에 소금산을 오르는 등산로의 시작점이 있다.

 

 

 

▼  상가의 끝 오른편으로 소금산 산길 안내판이 보이고, 이곳에서 오늘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산으로 오르는 초입은 나무계단, 산길은 제법 가파르게 시작되며 숲속을 파고든다.  

 

 

▼  소금산의 들머리에서 정상까지의 산행거리가 3.5km인 듯 곳곳에 3.5km 가운데 몇 km 통과라는 팻말이 서 있다. 등산객을 위한 배려는 고마우나 거리표기는 많이 틀리는 듯, 3.5Km을 한시간이 채 안되어서 도달했으니 말이다. 사실 그 정도의 거리는 평지에서도 그 시간에 도달하기 힘든 거리일 것이다.   등산로는 흙길, 낙엽에 쌓인 고즈넉한 숲길로 이어지면서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당연히 급하게 산행을 서두를 이유도 없다. 자연이 만들어낸 쉼터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다보면, 아이처럼 순수한 동심이 찾아들 것이고, 그러다보면 도심에서 지쳐온 우리네 몸과 마음은 어느새 평화와 안식을 얻게 될 터이니까 말이다.

 

 

▼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섬강의 물줄기를 따라 산의 형상이 기틀을 잡았는지, 섬강을 싸고돌며 활처럼 휘어져 앞으로 나아갈수록 슬그머니 북서로 돌아가고 있다. 유원지에 들른 사람들은 의례적으로 한번 정도는 들르는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사람이 많이 다닌 흔적이 뚜렷하다. 별로 굴곡이 심하지 않은 능선을 따라 오르고 내리다 보면 어느덧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  들머리에서 소나무와 참나무가 골고루 섞인 숲길을 따라 대략 50분 정도 걸으면, 등산로 바닥에 정성들여 심어놓은 길다란 통나무계단을 나오고, 그 끄트머리에 정상이 있다. 정상은 제법 넓은 분지, 귀여울 정도로 앙증맞은 정상표지석과 몇 개의 의자와 운동시설도 있다. 동쪽으로 많은 산들이 첩첩이 펼쳐져 있는 것이 보인다. 

 

 

 

▼  간현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상에서 크나큰 送電塔이 보이는 곳으로 방향을 잡아야한다. 철탑아래 오두막과 대여섯 개의 의자가 있는 쉼터를 지나면, 등산로는 가팔라지기 시작하고, 곳곳에서 바위와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落落長松들을 만날 수 있다. 

 

 

▼  정상 근처의 쉼터에서부터 산길은 험해지기 시작한다. 수백길 巖壁 위에 걸쳐진 철제계단, 그 위를 슬며시 덮고 있는 老松, 그들의 어울림에 따라 경관은 자연스레 아름다워진다. 절벽으로 이루어진 소금산의 빼어난 경관은 냇가를 걸어가며 건너다보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정상근처의 쉼터에서 냇가까지의 奇巖絶壁지대가 소금산에서 제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  ‘바위 오름 터 전망대‘에서 바라본 섬강의 水太極, 傾斜가 垂直에 가까울 정도로 날카롭게 서있는 절벽에 걸쳐져 있는 철제계단, 그 계단 못미처에 시원하게 조망이 트인 전망대가 있다. 잘 생긴 老松 밑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섬강은, 멋진 水太極을 그려내고 있다. 간현산 산줄기가 소금산 가운데를 반원 모양으로 오목하게 파고들기 때문에, 섬강이 S자 형태로 소금산과 간현산 사이를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  등산로는 소나무와 어우러진 결코 억지로 멋을 부리지 않은 아름다운 산길이 이어진다. 자연도 사람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래서 순수 미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가끔씩 들려오는 산새들의 지저귐이 한층 정겹게 느껴진다. 

 

 

 

▼  중앙선(中央線) 철도, 3개의 철교와 3개의 터널을 교차로 지나면서 일직선으로 간현유원지를 관통한다. 간현역에서 섬강을 건너온 철로는 소금산 수레터널을 통과해서 삼산천 교각을 건너가고, 다시 간현산의 안창터널을 통과하여 삼산천 교각을 또 한 번 건너가고, 다시 소금산 원재터널을 관통하여 서쪽으로 나아간다.    

 

  

▼  조망이 좋은 암릉을 지나면 수백길 낭떠러지, 그 끄트머리에서 철제 계단이 허공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一直線, 갈之字 型의 철제계단이 다섯 차례로 나누어가며 경사가 심한 절벽의 高度를 낮추어 주고 있다. 이곳의 철계단은 모두 404계단이며 가장 긴 곳은 150계단이란다.

 

 

 

▼  철계단 구간을 내려서면 바로 냇가가 되고, 오른편엔 철교, 왼편으로 조금 내려가면 새로 만든 아름다운 다리가 놓여 있으니 소금산교이다. 

 

 

 

▼  방금 지나왔던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던 암벽

 

 

▼  소금산 날머리를 벗어나 섬강을 가로지르는 예쁘장한 소금산교를 건너면, 섬강은 소나무가 어우려진 병풍바위 아래, 에머럴드빛 검푸른 沼와 금빛을 닮은 고운 백사장, 옛 문인들이라면 자연스레 한수의 시조가 떠오를 정도로 아름다운 정경들이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江의 좌측 소금산쪽으로는 천길벼랑이 끊임없이 솟구치고 그 아래 섬강은 유유히 흐른다. 계곡안 등산로 입구까지는 약1km정도로 바로 강옆에 기암절벽과 길이 나란히 가기 때문에 눈이 즐겁고 발걸음이 가볍다.

 

 

▼  송강 정철은 關東別曲에서 "漢水를 돌아드니 섬강이 어디메뇨, 치악은 여기로다"라고 그 절경을 예찬했다. 강 가 천길 벼랑이 끊임없이 솟구쳐 이어지고, 그 아래 섬강이 유유히 흘르는 곳, 강가 넓은 백사장은 반쯤 에머럴드빛 맑은 물에 잠기고 있는데, 그 물결 위에 기암 준봉들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니 송강선생 같은 뛰어난 문인이 그냥 지나쳤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  간현암장, 아름다운 섬강을 따라 걷다보면 섬강을 가로지르는 길지만 앙증맞을 정도로 예쁜 목제다리가 보이고, 그 끝에 간현암장이 있다. 1985년 국민관광지로 개발되기 전까지 유격장으로 사용되던 곳, 유격훈련에서 도하(계곡사이를 외줄로 건너감)나 레펠(암벽하강) 훈련을 받던 자리가 지금은 암벽등반지(간현암장)로 변해있다. 암장의 암벽에는 손맛을 즐기려는 산악인이 암벽에 매달린 모습이 보인다.

 

 

 

 

▼  소금산의 날머리인 중앙선 철교의 왼편에서부터 간현봉의 들머리인 간현수련원까지 약 1 km정도의 협곡은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江岸을 따라 에머럴드빛 섬강물결이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눈이 즐겁고, 발걸음은 자연스레 가벼워진다. 소금산을 감싸고 도는 섬강의 강물은 매우 맑고 깊으며, 강폭은 제법 넓다. 

 

 

 

 

  

▼  간현봉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 주변은 초반에는 참나무가 群落을 이루다가, 오른편에 바위 절벽이 보이면서부터 소나무로 대체되고 있다. 등산로는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위치 판단에 어려움이 많다. 도대체 어디가 정상인 줄도 모르고 산행을 진행하다보면 등산로는 어느새 하산길로 변해 버리고 만다.

 

 

 

 

 

 

▼  간현봉은 왼편은 경사가 완만한 흙산이지만 오른편 소금산 방향은 날카로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덕분에 곳곳에 시원한 조망을 선사하는 전망바위들이 있다. 널찍한 암릉 위에서 내려다보면, 간현봉을 휘 감아 도는 빛깔 고운 섬강 과 아담한 산들 사이로 흐르는 중앙선, 원주를 향해 그 선로 위를 달리는 열차를 그려본다. 그 선로의 끄트머리에 있는 터널 속으로 사라져가는... 전망바위에 서면, 섬강 맞은편에는 소금산의 가파른 능선을 향해 솟구치는 붉은 철 계단이 아스라이 바라보이고, 눈앞에 전개되는 풍광에 도취되어 있는 사이 건너편 터널을 빠져 나오는 열차, 흡사 풍경화 속에서 빠져나오는 듯, 아! 여긴 어젯밤 꿈속에서 만났던 동화나라인가 보다.

 

 

 

▼  간현봉 정상은 4~5평 남짓한 분지, 이곳이 정상이라는 이정표나 표지석 하나 없는 공터일 따름이다. 하긴 이곳까지 오는 동안 이정표 하나 구경할 수 없는 버려진 산에서, 정상표지석을 기대하는 것은 아마 語不成說 그 자체일 것이다. 정상은 사방이 나무숲에 가려 조망은 전혀 없다. 

 

 

▼  정상에서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20분 정도 내려서면 등산로 왼편에 베틀바위가 보인다. 전해져 오는 말에 의하면, 병자호란 때 피난 굴로 이용되었으며 그곳에서 베를 짜서 옷을 만들어 입었다 해서 "베틀바위"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굴의 높이가 낮은 것으로 볼 때, 신빙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동굴의 길이가 동굴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로 극히 짧아 동굴이라는 단어가 없이 그저 베틀바위라고만 부르나 보다. 바위 밑은 꽤나 많은 사람들이 쪼그리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제법 넓다. 

 

 

 

▼  베틀바위에서 두몽폭포까지 이어지는 계곡은 그야말로 原始林,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숲은 다양한 나무들로 이루어져 건강함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 하늘을 완전히 가릴 정도로 짙은 숲 탓에 계곡의 바위들은 짙은 녹색의 이끼들이 감싸고 있다. 비록 눈부신 햇살이 찾아들지 못하지만, 나뭇가지의 빈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한줄기 여명은 환상적인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그리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바람의 시원함도....

 

 

 

▼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나무들과, 그 밑을 다시 한 번 감싸고 있는 다래나무 등의 넝쿨식물類들, 비가 그친 뒤의 하늘엔 여름 햇살이 빛나고 있으련만, 그 여름 햇살조차 숲을 뚫고 들어오지 못하고 나무 등걸에 잠시 앉았다 지나갈 뿐...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짙은 숲길은 한 낮임에도 어두컴컴할 따름이다. 

 

 

▼  어두운 계곡엔 다래나무가 지천이고, 다래 넝쿨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참나무 가지에는 왠 이름 모를 기생식물까지, 혹여 이 식물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을 새라 사진을 올려본다. 

 

 

 

▼  ‘꽃은 향기로워 마음 설레니 아, 어찌하랴 나의 이 젊음을’

신라시대의 薛搖라는 젊은 여승은 이런 時調 한편을 남겨놓고 俗世로 내려와 버렸다. 그녀의 방심을 뒤흔들었던 봄날의 산꽃들은 아닐망정 인동초, 싸리꽃, 산나리 등, 산속에는 꽃들이 자지러지게 피어있었다.  

 

 

▼  베틀바위에서 계곡을 따라 20분 정도 내려오면 왼편에 두몽폭포가 있다. 상부는 2단 폭포, 폭포의 아래에는 仙女湯이 도사리고 있다. 선녀탕 아래로는 臥瀑, 장마의 끝자락이라선지 수량이 많아 물놀이하기에 제격이다. 망설임 없이 옷을 입은 채로 풍덩... 더위에 지친 女心들도 체면에 아랑곳없이 풍덩 몸을 던진다. 굴곡을 볼 수 있는 내 눈은 즐겁기만 하고...  

 

 

 

 

 

 

 

▼  산행날머리는 간현유원지 건너편

두몽폭포를 빠져나오면 ‘두몽식당’ 등 두어 곳의 음식점을 앞을 지나게 되고, 백일홍이 곱게 핀 동네 고삭을 지나면 섬강의 물줄기가 보이고, 오른편에 지정대교가 어서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지정대교 건너편에 간현유원지 주차장이 있다. 장마 끝자락의 섬강은 가득하다. 가득한 물이 아득히 흐른다. 흐르는 것은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흘러드는 것도 아니다. 흐르는 것은 오고 또 가는 것을 잇대면서 늘 新生한다. 젊은 여름의 강은 산과 들의 모든 굽이를 다 휘돌아가면서 가득히 흐른다.

 

장병산(藏屛山, 1,108m)-繐德山(세덕산, 1,056m)


산행코스 : 장전리→숲뒤산(1,065m)→해당봉(1,229m)→알바 30분→장병산→세덕산→피나무골 계곡→큰골 (산행시간 : 5시간30분)


소재지 :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산행일 : ‘10. 8. 14(토)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1,200m가 넘지만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는 이름이 등재되어 있지도 않은 해당봉이 있을 정도로 삼척시 하장면은 옛날 강원도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두메산골(35번 국도가 뚫린 후부터는 아니지만), 산 또한 이곳 지방자치단체에서 돌볼 여력이 없었는지 산행 내내 정상표지석은 고사하고 단 한개의 이정표도 눈에 띄지 않았다. 등산로는 거칠고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 또한 볼품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육산이다. 오지 산을 답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아볼 필요가 없는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장전리 숲안마을

38번 국도 태백시 삼수동에서 좌회전 35번 국도를 따라 하장면 방향으로 달리면 백두대간상의 삼수령(피재)과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광동댐, 하장면사무소를 거쳐 장전1리에 도착하게 된다. 도로 왼편에 있는 ‘광동화물운송’ 건물의 우측으로 난 임도를 따라 장전1리 ‘숲안’마을로 들어선다.   

 

 

 

▼  임도를 따라 200m 정도 들어가면, 이 지방에서 제일 흔한 돌로 쌓은 여러(10여)개의 돌탑이 보인다. 이곳에서 개울을 건너면 또 다른 임도를 만나게 되고, 철 이른 코스모스가 만개한 임도를 따라 100여m 정도를 더 걷다보면 왼편 산자락에 희미하게 등산로가 보인다.  

 

 

 

 

▼  숲뒤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그야말로 원시림, 일년에 두세 명 정도나 다녔는지 도대체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잠깐 잠깐 나타나는 인적을 쫒아,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경사가 심한 능선을 1시간 가까이 기어올라야만 한다.  

 

 

 

 

▼  전방에 숲뒤산이 바라다 보이는 전위봉에부터는 길이 제법 잘 나있다.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더니 쏟아지는 暴雨, 시야를 가릴 정도로 거친 소나기가 한참을 쏟아 놓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산을 펼 수 있을 정도로 등산로가 제법 넓기 때문이다. 사진을 촬영 때문에 우의 대신에 우산을 사용하는 난 우산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비좁은 등산로는 질색이기 때문이다.  숲뒷산 정상은 안테나를 둘러싼 시설물의 철망에 숲뒤산이라고 적힌 나무판자 하나만 달랑 걸려있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초라한 정상이다. * 숲뒤산은 수촌이란 마을의 자연숲 뒤에 솟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  숲뒤산에서 해당봉으로 가는 길은 잔돌이 불규칙하게 솟아있는 너덜길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돌들은 이 산이 습기가 많은 탓에 잔 이끼로 뒤덮여있고, 그 위에 숲뒤산을 오르면서 만났던 소나기의 영향으로 돌들이 온통 물에 젖은 탓에 많이 미끄럽기 때문에 발걸음을 내딛기가 무척 조심스럽다.

 

 

 

▼  숲뒤산 정상에서 정남향으로 이어진 주능선을 따라 완만한 능선길을 50분 정도 나아가면 우측으로 희미한 갈림길이 나온다. 우측은 장병산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여 오르면 해당봉 정상에 닿는다. 두 山을 잇는 능선은 가지각색의 野生花들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구태여 곰배령을 찾지 않아도 실컷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  등산로 주변은 그야말로 산나물의 천국, 자주 눈에 띄는 것만 해도 곰취, 참취, 며느리취, 단풍취, 당귀, 거기다 봄날의 향을 제일 많이 전해준다는 참나물, 등산로 주변이 온통 하얀 참나물 꽃으로 포위되어 있을 정도다.  

 

 

 

 

▼  해당봉, 전형적인 흙산이나, 서너 평 남짓 되는 봉우리 꼭짓점에 옹기종기 바위들이 심어져 있는 게 색다르다. 이곳도 정상표지석이 없는 것은 다른 봉우리와 똑 같으나, 그나마 다른 산에 있는 나무 푯말 대신에 ‘해당봉’이라 적힌, A4용지 정도 크기의 코팅된 白紙 한 장이 초라하게 나무에 매달려 있다. * 해당봉은 이 산에 장미과 식물 인가목(Rosa acicularis Lindley)이 많이 자생하고 있어서란다. 마을 사람들이 인가목을 바닷가 모래땅에 서식하는 해당화로 잘못 알고(꽃이 비슷함) 해당봉이라 했단다.

 

 

 

▼  해당봉에서 讀圖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상에서 2m정도 되돌아 내려오면 왼편으로 등산로가 보이는데 진행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필히 100m 정도를 되돌아 내려와 왼편 등산로로 접어들어야만 한다. 혹시 잘못 들어섰을 경우라도 오른편에 벌목이 잘된 山斜面이 보일 경우 곧바로 되돌아서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다음 봉우리(해당봉이라고 적힌 종이가 봉우리 바닥에 떨어져 있는)까지 다녀오는 40분 정도 거리를 다리가 헛 품을 팔아야하니까...

 

 

 

  

  

 

▼  해당봉에서 장병산으로 가려면, 봉우리 위로 오르기 위해 방금 지나왔던 길로  100m 정도를 되돌아 내려가야만 한다. 참나무 숲과 낙엽송 숲이 번갈아 나타나는 등산로는, 흡사 경기도 지방의 방화선 마냥 능선 가운데가 훤히 트여있어, 걷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터주기에 족하다. 거기다 부드럽고 푸근하면서도 그다지 오름이 심하지도 않다.

 

 

 

 

 

▼  장병산 정상, 온통 가시넝쿨과 잡목으로 들어찬 20평 남짓 되는 분지, 이곳도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고, 한쪽 귀퉁이의 나무에 ‘장병산’이라고 적힌 나무 푯말이 매달려 있다. * 장병산은 임진왜란 때 왜군들과의 전투에서 이기면서 획득한 병기들로 벽을 쌓아놓았다고도 하며, 그 무기들을 어디엔가 감추어 두었다고 해서 藏屛山, 또는 장벽산이라고 불리운다.

 

 

 

 

 

▼  장병산에서 급경사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섰다가 다시 나타나는 오르막에서 가쁜 숨을 내뿜다보면 제법 높은 봉우리 하나가 나타난다. 머리 위에 철제로 만들어진 산불감시초소를 이고서... 먼저 도착한 어르신께서 ‘여기가 세덕산이냐?’고 물으시지만 안타깝게도 세덕산은 이곳에서 한참을 더 진행해야만 한다. 물론 산의 高度도 이곳보다는 한참을 더 높이면서 말이다.  

 

 

 

▼  산불감시초소에서 500여m 정도의 경사면을 내려갔다가 다시 10여분 정도를 올라가면 세덕산이다. 세덕산 정상은 서너평 되는 분지, 세덕산이라고 적힌 코팅된 종이가 나무 가지에 옛날 학생들 교복 앞가슴에 붙여있던 이름표 같은 모습으로 매달려 있다. * 세덕산은 삼(大麻) 갈던 큰 삼밭이 있는 산이라고 하여, 삼 갈 '繐' 자와 큰 '德' 자를 붙여 이름을 지었단다. 옛날 이곳은 삼을 많이 재배하던 고장으로 유명했었다.   

 

 

 

▼  참나무와 낙엽송으로 뒤덮인 가파른 능선은 가히 原始林, 비온 뒤 끝의 흙길은 한없이 미끄러운데다 부여잡을만한 나무등걸도 별로 없어 괜스레 헛힘만 쓰게 만든다. 그렇게 30분가량 내려서면 저 아래에 광활한 채소밭이 눈에 들어온다.  

 

 

 

 

 

▼  채소밭에 내려서서도 도로까지는 20여분 정도를 더 걸어 내려가야만 한다. 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행여 한포기의 배추라도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밭 가장자리를 걷다보면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된다. 채소밭이 끝날 즈음 보이는 民家 두 채, 집이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外觀이지만 집 앞의 소나무는 흔히 볼 수 없는 名品松이다.   

 

 

▼  산행날머리는 장전리이정표가 서 있는 35번 국도

 

채소밭의 끝나면서 거칠기 그지없던 농로는 시멘트포장도로로 바뀐다. 그렇게 10여분을 걷다보면 농가 몇 채를 지나 35번 국도에 도착하게 된다.  골지천 너머로 보이는 제법 멋스런 절벽 아래에서, 산행 중 흘린 땀을 깨끗이 씻다보면 산행에서 쌓인 피로 또한 말끔이 씻기워져 버린다.

 

 

 

어답산(御踏山, 789m)


산행코스 : 삼거현고개→북측 지능선→선바위→765봉→어답산→북측 지계곡→병지방 (산행시간 : 4시간)


소재지 :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산행일 : ‘10. 8. 8(일)

같이한 산악회 : 곰바우산악회


특색 : 전형적인 육산이나 약수대 어림에서 횡성방면으로 절벽이 날카롭게 서있다. 오지의 산으로서 별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병지방계곡과 횡성온천을 연계해서 찾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산의 이름과 관련된 전설이 두개인 御踏山은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전설의 내용도 바뀌어야할 듯 싶다. 우선 ‘辰韓의 마지막 왕인 泰岐王이 신라의 박혁거세에게 쫓겨 들어온 곳’은 같으나, 지금의 이름인 御踏山을 쓰려면 박혁거세가 들렀다는 전설을 사용하는 것이 맞을 것이나, 泰岐王이 머물었던 의미라면 御榻山이 맞을 것이다. 御榻이라함은 곧 임금이 앉는 牀榻, 곧 임금이 앉거나 눕는 평상이나 침상을 말하기 때문이다.

 

 

▼  산행들머리는 삼거현고개

중앙고속도로 횡성 IC를 빠져나와 횡성읍의 횡성교를 지나 섬강을 왼편에 끼고 달리다보면 횡성댐 갈림길에 닿는다. 이곳에서 4번 군도를 따라 횡성댐 방향으로 진행하면 병지방계곡 입구를 지나 언덕이 시작될 즈음 왼쪽에 횡성온천이 보인다. 조금 더 언덕을 올라가면 고갯마루인 ‘삼거현 고개’. 고갯마루에서 갑천면소재지 방향으로 100m쯤 내려서면 왼편에 큼지막한 산행안내판이 세워져있고, 그 뒤편으로 등산로가 깔끔하게 개설되어 있다.  

 

 

▼  산행안내판 뒤로 50m 정도 진행하면 간이화장실, 뒤편으로 난 통나무 계단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 주변은 신갈나무들의 천국... 산행이 시작되면 초입부터 급경사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  바람 한점 없는 능선에서 숨이 턱에 차게 오르다보면 능선 안부, 서서히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이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樹種도 굵은 松林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런 다음에는 신갈나무와 소나무가 섞였다가, 어느새 좌우로 나누어지기를 반복한다.  

 

  

 

 

▼  오늘 기온이 너무 높아서일까? 789m 높이의 산이라면 벌써 頂上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터인데... 하다못해 걷기 좋을 만큼 경사가 밋밋한 능선이라도 마중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어답산의 능선은 급경사 오르막의 끄트머리에서 고생 끝이라는 안도의 한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급경사의 오르막이 저만치에서 山客에게 손짓하고 있다.

 

 

 

 

▼  이곳이 선바위? 높이가 20m쯤 된다니 이정도 높이로는 아닐 것이다. 사실 난 횡성온천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온천방향으로 약 5분정도 거리에 있는 줄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같이 무더운 여름날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고역을 치르느니 차라리 그냥 지나치기로 결정해 버린 지 이미 오래다. 다만 가파른 절벽위에서 바라보는 횡성호의 조망을 포기해야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  횡성온천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 안부에서부터 등산로는 암릉으로 변한다. 그러나 쎄미급으로서 별로 위험하지 않으니 마음을 놓아도 좋을 듯, 거기다 양 옆으로 손잡이 밧줄 난간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즐기면서 걸어도 좋을 듯 싶다.  

 

 

 

▼  수령 300년이 되었다는 어답산의 명물인 장송, 두 아름쯤 되어 보이는 몸통위에 두 줄기의 가지가 하늘을 향해 용트림을 하고 있다. 마치 사슴의 뿔 마냥... 이곳 어답산에는 꼭 장송이 아닐지라도 멋지고 커다란 노송들이 곳곳에서 많이 보인다.

 

 

 

 

 

▼  환하게 열리는 視野속으로 용문산이 바로 앞에 바라다 보이고, 태기산과 청태산... 굵직굵직한 산들이 마루금을 이루며 흐르고 있다. 힘들게 올라서서 바라보는 山野, 위에서 내려다보는 낮선 풍경들은 나를 기쁘게 해준다.  이래서 난 주말만 되면 산을 찾나 보다.   

 

 

▼  어제까지만 해도 일기예보는 온통 폭우 일색이었는데 오늘의 햇빛이 쨍쨍, 덕분에 眺望은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정도다. 이렇게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해보자. 저렇게 푸른 하늘이 時空속에 갇혀 있을 때 말이다.

 

  

  

 

▼  장송을 지나면 두 갈래 길을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길은 나무로 가로막혀 있는 것이 선두의 리더가 막아 놓은 것 같다. 우회로를 따라 반대편에 도착해서 느낀 점 ‘그냥 오른편으로 가도 조금만 조심하면 위험은 없다!’  

 

 

 

▼  장송 소나무에서 10 여분쯤 올라서면 등산로 한켠에 돌탑이 서있다. 옛 사람들은 저 돌탑위에 돌을 올려놓으며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빌었다는데... 그럼 돌맹이를 올리고 있는 저 여성분도???  

 

 

  

▼  우회로에서 조금 더 걸으면 오르막 끝에 나타나는 봉우리... 아마 여기가 옛날 정상으로 알려진 곳이 아닐까 싶다. 정상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리... 횡성호의 조망이 좋으니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한 모금의 얼음물로 목을 축이며 주위를 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횡성호의 조망외에도 호수 너머로 치악산을 포함한 하늘금이 뚜렷하니 말이다.  

 

 

▼  산들 사이에 갇힌 횡성댐은, 하늘빛을 닮은 바다로 변해있다.

어답산 북쪽의 병지방 계곡과 어답산 남쪽의 물이 개천을 만들며 흘러내리고, 그 물이 모여서 횡성댐의 쪽빛 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 횡서와 원주사람의 목마름을 달래주면서... 댐의 물막이를 넘친 물은 섬강을 지나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  낙수대, 정상으로 가다보면 정규등산로에서 약간 왼편으로 벗어난 곳에 바위절벽이 보인다. 색다른 조망을 기대하고 찾아든 보상은 괜찮은 편, 낙수대의 날카롭게 서있는 絶壁이 한눈에 들어온다. 낙수대가 오늘 산행의 白眉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절벽 위 끄트머리에 왕관과 같은 머리띠를 두르고서...

* 낙수대는 천지개벽 당시 이곳 아래까지 물이 차올라서 이 바위에 걸터앉아 낚시를 하였다고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으며, 어답산 제일의 眺望處이다.  

 

 

 

 

▼  어답산 정상은 봉우리 가운데 움푹 파인 것이 마치 봉우리가 두개인 듯 보인다. 봉우리에는 정상표지석과 정상임을 알리는 표시판, 조망도 별로이고 그늘도 없어 한여름 뜨거운 햇살아래에서 머물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다만 왼편으로 10여m 정도 더 나아가면 비좁지만 10명이 그늘아래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은 있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행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약 1시간30분이 걸렸다.  

 

 

 

 

 

▼  횡성호의 아름다운 리아스식 湖岸

朝鮮末의 뛰어난 지리학자였던 ‘산경표’의 著者 申景濬선생은 그의 著書인 ‘산수고’라는 책에서 ‘하나의 근본에서 만 갈래로 나누어지는 것이 山이요, 만 갈래가 모여서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물이다’라고 적은바 있다. 그래! 萬 갈래의 물이 모여 저렇게 큰 호수를 만들어 내었으니, 그게 바로 저 횡성호이요, 그 흐름의 屈曲을 배워다가, 저리도 아름다운 湖岸을 만들어 내었나 보다.   

 

 

▼  병지방골로 내려서는 하산 길은 경사가 심하다. 곳곳에 암릉이 도사리고 있으나 등산로 정비는 일절 안 되어있는 상태, 골짜기를 벗어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등산로는 자연휴식년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곳’이었다. 비록 모르고 내려왔지만 산림청장님께 죄송...

 

 

 

 

 

▼  하산 길 주변의 숲은 이층구조를 이루고 있다. 맨 위쪽을 신갈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고, 그 아래에 철쭉나무 등이 다시 한번 허공을 차단하고 있다. 지금은 녹음의 계절인 여름, 빈가지 사이로도 하늘이 열리지 않는다.  

  

 

▼  정상에서 경사가 심한 등산로를 따라 40분 정도를 힘들게 내려서면 자동차도 충분히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잘 닦여있는 임도와 만난다. 여기서부터 병지방골입구의 오토캠핑장까지는 약 20분 정도, 오른편과 왼편으로 계곡을 끼고 걷게 된다.

 

 

 

 

▼  병지방골은 그리 크지도, 넓지도, 깊지도 않다. 어찌 보면 차라리 개울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 여울도 없이 시종 잔잔한 계곡은 멀찌감치 앉아있는 숲 그늘 짙은 산줄기 속으로 꼬리가 닿아있다.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오토캠핑장 근처엔 人山人海 발 디딜 틈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올라와서 물속에 잠겨본다. 그리고 세 시간 반 동안 흘렸던 땀의 흔적을 말끔히 씻어낸다.  

 

 

 

 

  

▼  산행 날머리는 병지방골의 날머리와 같다.

自然休息年制를 알리며 통행을 제한하고 있는 철망을 지나면 오토캠핑장이 나온다. 100m 정도 더 내려서면 섬강의 첫 줄기인 대관대천(大官岱川), 대관대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횡성으로 나가는 아스팔트 2차선 도로를 만나게 된다. 한 때는 '한국의 오지 다섯'에 꼽히던 병지방 계곡까지 포장도로가 놓였으니 이런 것을 보고 桑田碧海라고 부른다면 옳은 표현일까???

 

 

▼  동막과 산지골은 병지방골을 만들어낸 다음, 바위틈을 휘감으며 大官岱川으로 모여든다,

갈묏빛 여름 산으로 둘러싸인 잔잔한 물 안에서 두 줄기 냇물은 만나고 섞이고 합쳐지면서 새로운, 더 멀고 더 큰 흐름을 예비하는데, 그 만나고 합쳐짐에는 꿰맨 자리가 없고 소리가 없다. 그저 서늘함을 찾아서 모여든 行樂客들의 떠드는 騷音들만이 강가의 숲을 따라 너울지고 있다.

* 소설가 김훈선생이 ‘칼의 노래’에서 쓴 표현인데, 갈매나무 열매의 색깔이 짙은 초록빛이기 때문에, 아마 여름 산의 짙은 초록빛을 갈묏빛으로 표현한 듯 싶다.  

 

덕수산(德修山, 999m)-장미산(長美山, 980m)


산행코스 : 봉황교→덕수교→하늘농원→퉁탱이바위→덕수산→갈림길→장미산→덕수교→봉황교 (산행시간 : 쉬지 않고 4시간)


소재지 :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과 방림면의 경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비교적 숲이 짙게 우거진 능선길은 크게 볼거리는 없지만, 울창한 樹林 속을 호젓하게 걷으며 묵은 생각을 정리하기에 적합한 산이다. 하산 후에 퉁탱이골이나 평창강에서 시원한 물놀이를 할 수 있어 여름철 산행지로 추천하고 싶다.

 

 

▼  산행들머리는 개수2리 입구의 봉황橋

장평I.C를 나와 대화면을 지나는 31번 국도 안미리 사초거리에서 424번 지방도로 변의 평창강을 따라 금당계곡으로 들어가면 등용산의 들머리인 미날교를 지나 개수2리 버스정류장과 봉황교에 도착한다. 이곳이 덕수산과 장미산의 들머리가 된다.  

 

  

▼  鳳凰臺

차에서 내려 봉황교를 건너면 오른편으로 우람한 바위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듯한 조그만 바위 봉우리가 보인다. 그 위의 오랜 세월동안 기개를 지켜온 소나무들은, 바위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봉황대는 옛날에 이곳에 살던 주민이 墓를 쓰기위해 이 근처의 땅을 팠는데, 그 자리에서 봉황이 하늘로 날아올랐다고 해서 봉황대라고 불렀다는 설과, 또 하나는 봉황대의 높이가 너무 높아서 봉황이 아니면 접근할 수 없다 해서 봉황대라 불렀다는 설이 있으나 난 墓와 관련된 설을 믿고 싶다. 봉황대는 왠만한 사람이면 다 봉우리 위로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높이이기 때문이다.)

 

 

 

  

▼  봉황교에서 퉁탱이골을 향해 시멘트 포장도로를 걷다가, 오른편으로 놓인 덕수교를 건너 이국적 분위기의 건물들이 몇 채 들어서있는 마을을 지난다. 마을 중간에는 이곳이 장미산과 덕수산의 근처임을 알리는 예쁘장한 푯말이 설치되어 있다. 마을길을 계속 따라가다 만나는 하늘농원 대형표석 앞을 지나면 빨간 지붕의 농가 뒤로 본격적인 등산로가 열린다.

 

 

 

 

 

 

 

▼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는 들머리 이정표에는 이곳에서 덕수산까지 1km, 말도 되지 않는 수치가 적혀있다. 내 결코 늦지 않는 걸음걸이로 2시간이 걸렸으니 최소한 4Km 언저리쯤 될텐데... 난 오늘 또 한번, 담당자들이 듣기 싫은 얘기를 쏟아 내 보고 싶다. ‘여러분들이 하신 일 하나하나는 CS경영의 근본, 자기 편리보다는 고객의 편의가 우선되어야함을... '

  

 

 

 

▼  등산로는 한동안 낙옆송 숲길이 편안하게 진행된다싶더니 갑자기 가파르게 서 있는 구릉을 치고 오르게 만든다. 그렇게 10분정도 치고 오르면 주능선, 능선에 올라서면 바람 솔솔...오르는 길에 겪었던 바람 한점 없는 무더위 속의 고통을 살포시 감싸 준다.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은 잣나무에서 어느새 참나무 숲으로 바뀌어 있다. 짙푸른 녹음의 터널을 만들어 주면서...  

 

 

 

 

 

▼  능선 안부에서 등산로는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서 가파른 능선으로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을 참나무들이 빽빽이 둘러싸고 있어 조망은 별로, 그나마 이 무더운 여름날에 숲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어, 무언가 채워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준다.

 

 

 

 

 

▼  암릉을 돌아올라 주능선에서 살짝 빗겨나 있는 이곳이 충성바위일까? 산행기 몇몇을 살펴보면 이 바위를 아래에서 바라보면 거수경례 하는 형상으로 바위가 세워져 있기 때문에 이곳을 충성바위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다 많은 사람들은 너덜겅 형태의 바위를 충성바위라고 부르고 있었다. 지도에서 보면 충성바위가 덕수산에서 제일 높은 지점으로 표기되어있으니 아무래도 후자(너덜겅 봉우리)가 옳을 것 같다.  

 

 

 

 

 

 

 

 

 

▼  능선 안부에 올라서서 1시간 정도 걸으면 사방으로 시야가 훤히 트인 바위무더기로 이루어진 봉우리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이 충성바위란다. 이정표도 없고, 또한 특별히 충성바위라는 의미를 찾아낼만한 특징도 없기에 그저 그러려니... 충성바위는 딴 이름으로 퉁탱이바위라고도 불리운다. 마을을 충성스럽게 지켜준다고 해서 ‘충성바위’라고 불리우는 줄은 인터넷으로 확인했지만, ‘퉁탱이바위’라는 語源은 어디서도 알아낼 수 없었다. 지도에는 이곳의 높이가 덕수산 정상보다 20m 이상 더 높다고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곳을 정상으로 삼는 것이 옳지 않을까? 물로 이곳이 덕수산 정상보다 조망도 훨씬 뛰어났다.

 

 

▼  퉁탱이바위 위로 올라서면 남서쪽 치악산부터 북동쪽 금단 거문산까지 전망이 시원스럽다. 가운데 대미산 좌측으로는 오봉산, 치악산이 보이고 대미산 우측으로는 태기산과 금당산이 보인다.

 

 

 

▼  충성바위에서 10분정도 더 진행하면 덕수산 정상이다. 정상은 정상 표지석 하나 없는 가난한 산, 이정표에 덕수산이라 적힌 나무 표지판이 매달려 있을 따름이다. 정상은 제법 넓은 공터이나 가시덩굴이 꽉 차있어 한발자국 내딛기가 만만치 않다. 거기다 주위가 잡목을 둘러싸여 조망도 보여주지 못하고...  덕수라는 사람이 이 산의 바위에 올라서 버섯을 따다가 떨어져 죽었다고 해서 ‘덕수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얘기가 전해져 내려오나 신빙성은 조금 떨어지는 듯, 이 산에는 사람이 떨어져 죽을만한 높이의 바위도 찾아보기 힘들뿐만아니라, 설마 1천m가까이 되는 산의 이름이 그리 쉽게 지어질 리가 없을 테니까  

 

 

 

 

 

▼  덕수산에서 장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육산, 거기다 완만하기까지 하니 걷기에 조금도 무리가 없다. 봄이면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이 등산보다는 산나물 채취에 열을 올리는 곳으로 소문이 나 있다. 그만큼 이곳은 다양한 식물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  장미산으로 진행하다보면 퉁탱이마을에서 올라오는 안부 4거리를 만나게 된다. 퉁탱이마을까지 0.7Km로 적혀있는 것을 보면 아마 덕수산이나 장미산을 오르는 코스 중에서 제일 짧은 코스일 것 같다.   오늘 산행의 특징 중 하나는 길이 참 곱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꼭 등산이 아니더라도 산책길로서도 무척 어울릴 정도로... 빼곡히 들어선 나무, 푹신푹신한 바닥, 이마에 한줄기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싱그러운 능선길...

 

 

 

▼  장미산 정상 못미처에서 만나게 되는 봉우리(일부 사람들은 이곳을 장미산 서봉이라고 부른다), 참나무 장대 두어 개를 이어놓아 등산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이곳에서 장미산 정상으로 가려면 급경사 내리막을 한참 내려갔다가 삼거리 안부(장미산까지 이정표 0.4Km)에서 다시 한번 급경사 오르막 길에서 가쁜 숨을 내뿜어야만 한다.  

  

 

 

 

▼  장미산 정상, 노루 꼬리(獐尾)라는 의미로 불려진 것으로 알려진 정상은, 덕수산과 마찬가지로 좁다란 공터에 정상표지석 대신 이정표에 나무로 만든 정상 팻말만 덩그러니 매달려있다. 이곳 역시 조망이 열리지 않기는 덕수산과 매 한가지이다.  그나마 울창한 나무사이로 희미하게 펑퍼짐한 덕수산과 암봉으로 된 충성바위가 보인다.

 

 

 

▼  장미산 정상에서 하산은 봉황대방향으로... 이정표에 2.8Km로 적혀있으니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장미산에서 대략 1Km정도 내려서면 왼편으로 퉁탱이마을 0.9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그러나 그늘속에서 산행을 즐기고 싶으면 곧바로 직진할 일이다. 등산로는 온통 철쭉나무로 둘러싸여 긴 터널을 만들어내고 있다.  봄이면 장미산은 또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 듯...

 

 

 

▼  오늘 산행의 특징 중 하나는 덕수산과 장미산 중에서 덕수산이 더 높은데도, 이정표나 안전시설 등 등산객들을 위한 배려가 덕수산보다 장미산이 더 잘 설치되어있다는 점이다. 장미산을 오르내리며 만나는 삼거리마다 한곳도 빠짐없이 이정표가 서 있을 정도로... 덕수산은 산행이 시작되는 지점을 제외하고는 이정표를 찾아볼 수 없었다.  

 

 

 

 

 

▼  덕수교 근처의 황토펜션으로 내려서게 되는 안부 삼거리, 왼편으로 내려서는 급경사 내리막길은 어른들 발목 굵기의 참나무들로 계단을 만들어 놓는 등, 등산로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다. 등산로 주변은 하늘을 향해 곧게 치솟은 잣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잣의 수확이 어려웠던지 길가에 썩어가고 있는 잣 열매가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  산행의 날머리는 출발지와 같은 봉황교

私有의 산책로이니 통행을 제한한다는 어느 펜션의 안내판에서 발걸음을 왼편으로 돌리면 온통 개미벌취로 둘러싸인 잘빠진 전원주택이 보인다. 전원주택의 대문 앞은 퉁탱이마을로 이어지는 도로,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하면서 지나갔던 덕수교까지는 약 100m 남짓. 대략 400m 정도 더 걸어 내려가면 봉황교이다. 

하산의 노독은 물놀이로... 덕수교에 조금 더 내려와 왼편 냇가로 슬그머니 스며들어, 산행 내내 내뿜어 놓은 노폐물을 깔끔히 씻어본다.  옷으로 갈아입고 봉황교로 향하는 길, 언제 비가 올 것을 걱정했느냐며 햇빛이 쨍쨍 내려쬐는데 구름 속에서 나올락 말락 하는 햇살이건만 햇빛은 따끔거릴 정도로 강하다. 공해를 벗어난 지역이라 직사광선이 강하다는 얘기이겠지? 너무 맑은 공기가 생각만 해도 상쾌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태화산 (太華山, 1,027m)


산행코스 : 팔괴리 주차장→봉정사(답사 생략)→태화산성→전망대 #1, #2→정상(산림청)→정상(지자체)→1022봉→광산터→임도→오사리 (산행시간 : 5시간)


소재지 :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과 충북 단양군 영춘면의 경계

함께한 산악회 : 자이언트산악회


특색 : 1천 미터가 넘는 높은 산이지만 전형적인 육산의 형태를 띠고 있다. 능선은 남쪽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걷는 중에 간간히 도도한 남한강 물줄기를 보는 것이 태화산 산행의 하이라이트... 또한, 산의 동쪽 벼랑에 유명한 고씨동굴을 품고 있어 한번쯤은 들러보아야 할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팔괴리 주차장

영월에서 595번 지방도로를 따라 단양방향으로 내려가다가 영월 화력발전소 앞 남한강이 흐르는 팔홍교를 건너면 팔괴리 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왼쪽으로 남한강을 끼고 1km정도 진행하면 오그란이 마을입구에 산행안내지도와 화장실을 갖춘 제법 넓은 주차장이 있다. 도로를 따라 오그란이 마을로 들어서면 다리 옆에 봉정사 방향을 나타내는 푯말이 보이고, 등산로는 이 푯말의 진행표시 대로 이어진다. 주차장에 도착할 즈음, 다행이도 영월에 들어서면서 빗방울을 떨어뜨리던 날씨가 개어있다. 맞은편 산허리를 감고 있는 구름을 보며 날이 개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니 차라리 내 가녀린 소망일 것이다.   

 

 

 

 

▼  등산로는 아스팔트 도로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튼 후, 위로 갈지자를 그리며 이어진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10분을 걸어 오르는 동안 멋지게 지어진 집 몇 채를 만나며 15분 정도를 걸으면 비로소 산으로 들어설 수 있다.  

 

 

 

 

 

▼  태화산 방향을 안내하는 표지석 바로 앞에서 직진하여 숲길로 들어서서 걸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전에 벗어났던 임도를 다시 만나게 된다. 임도를 따라 오른편으로 잠시 걷다보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  너덜겅 등산로는 갈길 바쁜 등산객들의 발걸음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게 만들고 있다. 보통 때도 걷기가 쉽지 않는 것이 너덜겅인데 빗길에 미끄럽기까지 하니 발걸음 내딛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그렇게 힘들게 걷다보면 태화산성0.6Km 전방의 표지목이 서있는 산 중턱에 다다르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쯤 흘렀다.  

 

 

 

▼  너덜겅 길이 끝나면서 등산로는 왼편으로 완만하게 꺾인다. 그럼 오르기가 쉬워질까? 헛된 바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여기서부터는 순수한 육산의 형태를 보여주건만 경사가 여간 심하지 않는데다가, 어제부터 내린 비로인해 땅은 물기를 촉촉이 머금고 있어 여간 미끄럽지가 않다. 힘들어서일까? 0.6Km의 거리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  힘들게 능선 안부에 올라서면 길은 세 갈래로 나누어진다. 곧바로 진행하면 각동마을로 내려가게 되고, 태화산 정상으로 가려면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야한다. 태화산성은 200m 정도의 거리에 있는 왼편 봉우리에 있으니 이곳에 배낭을 벗어놓고 잠깐 다녀오면 될 일이다. 참고로 이곳에서부터 만나게 되는 이정표는 산림청에서 만든 잘생기고 키가 훤칠한 모습이다. 

 

 

▼  태화산성은  안부에서 왼편으로 난 오르막 끝에 위치하고 있다. 산봉우리에서부터 전망대까지 성터 잔해가 상당히 남아 있는데, 좌측 초입에는 제법 기초를 쌓은 성터 흔적까지 보이고, 그 앞에 성에 대한 안내판이 서 있다.

*太華山城(태화산성) : 강원도 영월읍 팔괴2리에 소재하며 석성과 토성이 혼합된 양식으로 성터에서는 고구려 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기와조각이 발견되었다. 아마 적정을 감시하고 그 상황을 우군에게 연락하는 역할을 하던 곳이 아니었나 싶다.  

  

 

 

 

 

▼  태화산의 등허리에 올라서면 길은 순해진다. 산성고개에서 헬기장을 거쳐 정상까지 1시간여의 능선 길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남한강의 절경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이련만,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로 인해 시야가 트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정경을 가슴에 담지 못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  등산로 좌측에 잘 생긴 소나무가 바위와 어우러진 전망대에 이른다. 좌측으로 절벽이 있는 전망대라면 남한강의 말굽처럼 굽이치는 모습이 발아래 펼쳐지련만...  물론 비취빛처럼 영롱한 강물 색이 산자락을 따라 굽이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러나 아쉽게도 안개 속에 잠겨버린 발아래는 10m 전방도 안보일 정도다.  

 

 

▼  그녀는 Superman 아니 Wonder Woman, 선두대장까지도 뒤로 제켜버리고 앞으로 치고나간 4명의 健脚들, 그들의 선두에 서서 步武도 당당하게 낯설은 등산로를 치고 나가는 그녀는 언젠가 영화에서 본적이 있는 Wonder Woman, 그 자체였다.

 

 

▼  능선 왼쪽의 東사면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낭떠러지이고 오른 쪽 西사면은 기울기가 완만한 전형적인 傾動地塊의 지형, 나무들도 이런 차이점을 따르고 싶어서일까? 낭떠러지 절벽에는 소나무들이 많이 보이고, 그 반대쪽 평평한 능선 주위에는 거의 한 아름이 되는 참나무들이 들어서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  내가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출발해버리는 선두그룹을 보며 이야기 한 토막 : 어느 초보 등산객 曰 ‘힘들게 앞사람들이 쉬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출발해 버리는 사람들이 제일 밉더라’ 오늘 나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쉼터에 도착하자마자 선두그룹 4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발해버렸으니 말이다. 하긴 난, 백두대간과 정맥들 대부분을 이미 답사를 끝냈으니 서운한 마음이 그리 심하지는 않았지만... ^^-*  

 

 

 

 

 

 

▼  생뚱맞은 정상표지판

산봉우리의 사람의 얼굴이라면 人中쯤 되는 지점에 산림청 영월국유림관리소에서 설치한 정상표지판이 서있다. 고도계에는 970m로 나오는데도 표지판에는 산림청에서 지정한  100대 명산이라며 그 높이를 1,027m로 적어놓고 있다.  아직도 등산로는 더 높은 곳을 향하여 高度를 높여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굳이 이곳에 설치할 이유가 있었다면 그 이유를 명시해 놓던지, 아님 정신 좀 차리고 일들을 했으면 좋을 성 싶다. 반평생을 공직에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에서 한마디,...  

 

 

 

 

 

▼  태화산 정상(1,027m)엔 남북으로 검은 대리석과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정상 표지석이 2개나 서 있다. 태화산의 정상을 경계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강원도 영월군과 충북 단양군에서 만든 것이다. 氣 싸움일까? 옛날 어린이들의 ‘땅 따먹기 놀이’를 보고 있는 듯... 정상에서는 남쪽 조망이 뛰어나다고 하나 운무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  충북 단양군의 영춘면 오사리로 내려가는 下山길, 4명의 健脚은 언젠가 5명으로 변해있다. 까짓 한명 더 늘었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이랴... 선두가 아직도 Wonder Woman인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인 것을...  

 

 

▼  충청북도와 강원도의 경계의 마루금인 1022봉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참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봉우리인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영월군 흥교, 왼편은 단양군 영춘면(오사리)으로 내려가게 된다. 오사리로 내려가는 길은 자갈이 없는 순수한 흙길로 포근하기 그지없다.   

 

 

▼  선두의 권리는 이런 것이 아닐까?

단양군으로 내려가는 등산로 주변엔 산딸기가 지천, 우린 뒷사람에게 남겨 줄 아량은 애당초 없는 것처럼 보이는 족족 다 따 먹어버렸다. 飽滿感에 젖어 나누는 放談들... ‘우리 산딸기 안 먹었지요?’ ‘그럼요’ ‘뒤에 오는 사람들이 안 물어봐도 절대로 먹지 않았다고 말하기로 약속하는 것입니다요~~’ 언젠가 눈앞의 현금에 눈이 멀지 않은 이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오늘의 새로운 발견 ‘꼭 현금이 아니더라도 눈이 머는 경우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산딸기가 될 수도 있음을 나는 오늘에야 알 수 있었다.  

 

 

 

 

▼  등산로 주변의 딸기를 배가 부르도록 따먹으며 산행을 즐기다보니 어느덧 능선의 막바지인 897봉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곧바로 나아가면 화장암을 거쳐 상리의 북벽교에 다다르며, 왼편으로 내려서면 10분 정도의 거리에서 만나는 임도를 따라 오사리에 이르게 된다.  

 

 

▼  임도로 내려서는 등산로의 주변은 金剛松 들의 천국, 좌우로 비록 굵지는 않지만 날씬하게 하늘을 향해 허리를 고추새운 붉은 빛 소나무들이 곱디곱다. 조금 더 내려오면 왼편에 옛 광산터가 보인다. 시커먼 석탄 무더기를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쌓아놓은...  

 

 

 

▼  임도에 내려서지만 행정당국에서 설치한 안내판은 구경할 수 없고, 음식점에서 붙여놓은 듯한 나무판자에 조잡하게 오사리가는 방향이 표시되어있다. 앞으로 3Km를 더 굽이굽이 냇물처럼 흐르는 임도를 따라 내려가야만 오사리에 다다르게 된다. 길가에는 쭉쭉 늘씬하게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일본잎깔나무(일명 낙엽송)군락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중에는 행여 부끄러울세라 기생식물로 몸을 온통 가리고 있는 것도 보이는가 하면...  

 

 

 

 

▼  義理 없는 男丁네들... 그리도 험한 길이었을 때에는 선두가 싫다는 여성분을 강제이다시피 앞장세우더니, 新作路마냥 널따란 임도가 나오자마자 나몰라하고 어느새 앞장서서 사라져버린다. 그나마 2명이라도 남았기에 體面유지... ^^-*  임도의 끝에 있는 산간마을부터 이어지는 시멘트도로는 지루할 정도로 길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걷는 일행이 있어 덜 고달팠다.

 

 

 

▼  산행 날머리는 단양군 영춘면 오사리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지만 농촌마을 치고는 제법 큰 고을이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마을을 자랑하려고 세워놓은 비석 뒷면을 보면, 조선시대 때 연원 도찰방에 딸린 오사역이 있었으므로 오사역 또는 역말이라 한데서 오사라는 명칭이 생겼다 한다. 이 고을에서 출발하는 Rafting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3층짜리 아파트가 있을 정도로 제법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다. 올 봄에 프랑스에 갔을 때 피폐한 채로 방치되어 있던 프랑스 농촌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 나도 모르게 가슴이 뿌듯해짐은 조그만 애국심의 발로일가?  

 

 

오늘 우리가 원하는 下山지점은 충북 단양군 永春面, 永春이라는 단어는 내 이름이니 나에겐 당연히 情感이 가는 지명이다. 그러나 난 망설임 없이 단양군에서 정상에 표지석을 세운 행위를 나무라고 싶다. 정상에서 하산지점인 오사리까지 단 하나의 이정표도 설치해 놓지 않은 행정당국의 無誠意를 나무라면서 말이다.  덕분에 난 대원군이 간판까지 써 주었다는 *화장암을 들러보지 못했다. 하긴 이정표하나 없는 산에서 가고 싶은 곳을 혼자서 찾아갈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터이겠지만...

* 華藏庵(화장암): 대원군이 꿈에서 이곳 산신령의 現夢을 접한 후, 화장암의 친필현판 한 장, 청기와 3매, 법복 한 벌, 고종황제 초상화 한 점을 내려주었을 정도로 한때는 靈驗함을 자랑했던 절, 그러나 ‘94년 火災 때, 靈驗도 함께 타 버렸는지 지금은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조그만 암자로 변해버렸다. 길을 잘못 들어 답사를 못한 서운함을 이런 넋두리로나마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