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산(藏屛山, 1,108m)-繐德山(세덕산, 1,056m)


산행코스 : 장전리→숲뒤산(1,065m)→해당봉(1,229m)→알바 30분→장병산→세덕산→피나무골 계곡→큰골 (산행시간 : 5시간30분)


소재지 :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산행일 : ‘10. 8. 14(토)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1,200m가 넘지만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는 이름이 등재되어 있지도 않은 해당봉이 있을 정도로 삼척시 하장면은 옛날 강원도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두메산골(35번 국도가 뚫린 후부터는 아니지만), 산 또한 이곳 지방자치단체에서 돌볼 여력이 없었는지 산행 내내 정상표지석은 고사하고 단 한개의 이정표도 눈에 띄지 않았다. 등산로는 거칠고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 또한 볼품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육산이다. 오지 산을 답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아볼 필요가 없는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장전리 숲안마을

38번 국도 태백시 삼수동에서 좌회전 35번 국도를 따라 하장면 방향으로 달리면 백두대간상의 삼수령(피재)과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광동댐, 하장면사무소를 거쳐 장전1리에 도착하게 된다. 도로 왼편에 있는 ‘광동화물운송’ 건물의 우측으로 난 임도를 따라 장전1리 ‘숲안’마을로 들어선다.   

 

 

 

▼  임도를 따라 200m 정도 들어가면, 이 지방에서 제일 흔한 돌로 쌓은 여러(10여)개의 돌탑이 보인다. 이곳에서 개울을 건너면 또 다른 임도를 만나게 되고, 철 이른 코스모스가 만개한 임도를 따라 100여m 정도를 더 걷다보면 왼편 산자락에 희미하게 등산로가 보인다.  

 

 

 

 

▼  숲뒤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그야말로 원시림, 일년에 두세 명 정도나 다녔는지 도대체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잠깐 잠깐 나타나는 인적을 쫒아,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경사가 심한 능선을 1시간 가까이 기어올라야만 한다.  

 

 

 

 

▼  전방에 숲뒤산이 바라다 보이는 전위봉에부터는 길이 제법 잘 나있다.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더니 쏟아지는 暴雨, 시야를 가릴 정도로 거친 소나기가 한참을 쏟아 놓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산을 펼 수 있을 정도로 등산로가 제법 넓기 때문이다. 사진을 촬영 때문에 우의 대신에 우산을 사용하는 난 우산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비좁은 등산로는 질색이기 때문이다.  숲뒷산 정상은 안테나를 둘러싼 시설물의 철망에 숲뒤산이라고 적힌 나무판자 하나만 달랑 걸려있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초라한 정상이다. * 숲뒤산은 수촌이란 마을의 자연숲 뒤에 솟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  숲뒤산에서 해당봉으로 가는 길은 잔돌이 불규칙하게 솟아있는 너덜길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돌들은 이 산이 습기가 많은 탓에 잔 이끼로 뒤덮여있고, 그 위에 숲뒤산을 오르면서 만났던 소나기의 영향으로 돌들이 온통 물에 젖은 탓에 많이 미끄럽기 때문에 발걸음을 내딛기가 무척 조심스럽다.

 

 

 

▼  숲뒤산 정상에서 정남향으로 이어진 주능선을 따라 완만한 능선길을 50분 정도 나아가면 우측으로 희미한 갈림길이 나온다. 우측은 장병산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여 오르면 해당봉 정상에 닿는다. 두 山을 잇는 능선은 가지각색의 野生花들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구태여 곰배령을 찾지 않아도 실컷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  등산로 주변은 그야말로 산나물의 천국, 자주 눈에 띄는 것만 해도 곰취, 참취, 며느리취, 단풍취, 당귀, 거기다 봄날의 향을 제일 많이 전해준다는 참나물, 등산로 주변이 온통 하얀 참나물 꽃으로 포위되어 있을 정도다.  

 

 

 

 

▼  해당봉, 전형적인 흙산이나, 서너 평 남짓 되는 봉우리 꼭짓점에 옹기종기 바위들이 심어져 있는 게 색다르다. 이곳도 정상표지석이 없는 것은 다른 봉우리와 똑 같으나, 그나마 다른 산에 있는 나무 푯말 대신에 ‘해당봉’이라 적힌, A4용지 정도 크기의 코팅된 白紙 한 장이 초라하게 나무에 매달려 있다. * 해당봉은 이 산에 장미과 식물 인가목(Rosa acicularis Lindley)이 많이 자생하고 있어서란다. 마을 사람들이 인가목을 바닷가 모래땅에 서식하는 해당화로 잘못 알고(꽃이 비슷함) 해당봉이라 했단다.

 

 

 

▼  해당봉에서 讀圖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상에서 2m정도 되돌아 내려오면 왼편으로 등산로가 보이는데 진행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필히 100m 정도를 되돌아 내려와 왼편 등산로로 접어들어야만 한다. 혹시 잘못 들어섰을 경우라도 오른편에 벌목이 잘된 山斜面이 보일 경우 곧바로 되돌아서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다음 봉우리(해당봉이라고 적힌 종이가 봉우리 바닥에 떨어져 있는)까지 다녀오는 40분 정도 거리를 다리가 헛 품을 팔아야하니까...

 

 

 

  

  

 

▼  해당봉에서 장병산으로 가려면, 봉우리 위로 오르기 위해 방금 지나왔던 길로  100m 정도를 되돌아 내려가야만 한다. 참나무 숲과 낙엽송 숲이 번갈아 나타나는 등산로는, 흡사 경기도 지방의 방화선 마냥 능선 가운데가 훤히 트여있어, 걷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터주기에 족하다. 거기다 부드럽고 푸근하면서도 그다지 오름이 심하지도 않다.

 

 

 

 

 

▼  장병산 정상, 온통 가시넝쿨과 잡목으로 들어찬 20평 남짓 되는 분지, 이곳도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고, 한쪽 귀퉁이의 나무에 ‘장병산’이라고 적힌 나무 푯말이 매달려 있다. * 장병산은 임진왜란 때 왜군들과의 전투에서 이기면서 획득한 병기들로 벽을 쌓아놓았다고도 하며, 그 무기들을 어디엔가 감추어 두었다고 해서 藏屛山, 또는 장벽산이라고 불리운다.

 

 

 

 

 

▼  장병산에서 급경사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섰다가 다시 나타나는 오르막에서 가쁜 숨을 내뿜다보면 제법 높은 봉우리 하나가 나타난다. 머리 위에 철제로 만들어진 산불감시초소를 이고서... 먼저 도착한 어르신께서 ‘여기가 세덕산이냐?’고 물으시지만 안타깝게도 세덕산은 이곳에서 한참을 더 진행해야만 한다. 물론 산의 高度도 이곳보다는 한참을 더 높이면서 말이다.  

 

 

 

▼  산불감시초소에서 500여m 정도의 경사면을 내려갔다가 다시 10여분 정도를 올라가면 세덕산이다. 세덕산 정상은 서너평 되는 분지, 세덕산이라고 적힌 코팅된 종이가 나무 가지에 옛날 학생들 교복 앞가슴에 붙여있던 이름표 같은 모습으로 매달려 있다. * 세덕산은 삼(大麻) 갈던 큰 삼밭이 있는 산이라고 하여, 삼 갈 '繐' 자와 큰 '德' 자를 붙여 이름을 지었단다. 옛날 이곳은 삼을 많이 재배하던 고장으로 유명했었다.   

 

 

 

▼  참나무와 낙엽송으로 뒤덮인 가파른 능선은 가히 原始林, 비온 뒤 끝의 흙길은 한없이 미끄러운데다 부여잡을만한 나무등걸도 별로 없어 괜스레 헛힘만 쓰게 만든다. 그렇게 30분가량 내려서면 저 아래에 광활한 채소밭이 눈에 들어온다.  

 

 

 

 

 

▼  채소밭에 내려서서도 도로까지는 20여분 정도를 더 걸어 내려가야만 한다. 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행여 한포기의 배추라도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밭 가장자리를 걷다보면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된다. 채소밭이 끝날 즈음 보이는 民家 두 채, 집이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外觀이지만 집 앞의 소나무는 흔히 볼 수 없는 名品松이다.   

 

 

▼  산행날머리는 장전리이정표가 서 있는 35번 국도

 

채소밭의 끝나면서 거칠기 그지없던 농로는 시멘트포장도로로 바뀐다. 그렇게 10여분을 걷다보면 농가 몇 채를 지나 35번 국도에 도착하게 된다.  골지천 너머로 보이는 제법 멋스런 절벽 아래에서, 산행 중 흘린 땀을 깨끗이 씻다보면 산행에서 쌓인 피로 또한 말끔이 씻기워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