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雪嶽山, 1,708m)
소재지 : 강원도 양양군과 속초시의 경계
산행일 : ‘10. 6. 18(금)-19(토)
함께한 산악회 : 신국환 前산업자원부장관님과 지식경제부 직원 등 4명
특색 : 신성하고 숭고한 산이라는 뜻에서 예로부터 설산(雪山), 설화산(雪華山)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었고, 우리말로 설뫼[雪嶽]라고도 하였습니다. 남한에서는 한라산,·지리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이며, 기암괴석과 깊은 계곡이 많은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산이랍니다.
▼ 산행들머리는 한계령 휴게소
경기도(양평)와 강원도(양양)를 동서로 이어주는 44번국도(119.4Km)를 따라 양양방향으로 가다가 한계령에 도착하면 고갯마루에 널따란 마당을 갖춘 휴게소가 있습니다. 휴게소 주차장 한켠에 한계령이라는 이름을 갖기 전의 옛 지명이라며 ‘옛오색령’이라는 표석이 서 있네요. 물론 오색이라는 지명의 주인인 양양군에서 세운 것이랍니다. 고갯마루의 지명을 다른 지자체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소박한 마음이겠으나, 사실은 예로부터 인제지역에서는 설악산을 한석산이라 불렀었고, 바위산에다 험하기 그지없는 동쪽 양양쪽에 인적이 없을 때에도, 서쪽 그러니까 인제군 방향 한계령 고갯마루 근처에는 사람들이 살았었답니다. 그러니 인제사람들이 한석산에서 모티브를 따서 한계령이라 부른다고 해서 그리 서운할 것도 없을 것인데도 말입니다.
▼ 한계령에서 서북능선 삼거리까지는 2.3Km입니다. 한계령휴계소 뒤로 난 시멘트 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탐방지원센터가 나옵니다. 등산로는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되기 전에 잠깐 완만한 경사로에서 워밍업을 시켜줍니다. 그러다가 살짝 내려선 다음에는, 빡센 오르막길과 씨름하여야만 합니다. 등산로는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산행이 가능하도록 정비를 잘 해 놓았습니다.
▼ 조망이 좋은 1307 봉
빡센 오르막 등산로와 씨름하다 보면 오른편으로 등산로를 조금 벗어나서 조그만 암릉이 보입니다. 이곳이 서북능3거리로 오르는 코스에서 제일 조망이 좋은 1307봉이랍니다. 이곳에서는 남쪽 점봉산의 백두대간과 서쪽 귀때기청의 서북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연녹색으로 물든 산야가 눈이 부시군요. 등산로는 1307봉을 오른편에 끼고 바위벼랑의 아랫자락을 따라 이어집니다.
▼ 산행 안내판이 서 있는 서북능선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귀때기청봉, 대승령을 지나 안산으로 가는 길이랍니다. 이곳 서북능 삼거리에서부터는 용아장성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답니다. 그러나 아직은 완벽한 속살을 드러내 놓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점봉산이나 주위 봉우리들의 경관이 더 수려하게 보인답니다. 한계령에서 이곳까지 2시간이 걸렸고, 앞으로 대청봉까지는 6Km를 더 걸어야 합니다.
▼ 서북능3거리부터는 완만한 경사로가 이어집니다. 대청봉까지 동쪽으로 흐르는 능선은 오르고 내림의 폭이 크지 않아 걷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길가에는 간간히 참취나물이 보이지만, 흙이 묻어있어 채취를 포기합니다. 산장에서 씻기에는 턱없이 물이 부족할 터이니까요.
▼ 드디어 용아장성 능선이 그 깊은 속살을 드러내 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공룡능선, 오른편에는 대청봉이 의젓하게 서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중청까지 이어지는 장쾌한 서북능선을 따라 걷는 시간은 그야말로 ‘눈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답니다. 奇巖怪石의 전시장을 옆에 끼고 걷고 있으니 말입니다. 용아장성은 수렴동대피소에서 시작하여 봉정암의 사리탑에서 끝나는 내설악의 대표적인 암릉으로서, 내설악의 대표적인 두 계곡인 구곡담 계곡과 가야동계곡 사이에 솟아있어 설악산의 어떤 능선보다도 경치가 좋습니다. 언젠가 용아장성 능선을 걷다보니 발 아래로 구곡담계곡과 가야동계곡이 아스라이 내려다보였고, 그 아름다움에 한참동안 정신을 놓았던 일이 있었답니다. 그러나 용의 이빨처럼 들쭉날쭉한 암릉과 奇巖怪石으로 인한 아름다움만큼 그에 따른 위험도 많기 때문에 초심자들이 찾기에는 부담스러운 능선이지요.
▼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서북능선
안산에서 대청봉까지 이어지는 18Km의 능선을 일컬으며, 설악산의 능선 중에서 最長의 능선이랍니다. 이 능선은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을 향해 오르면서 설악산의 전모를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코스보다 훨씬 매력적인 코스이나, 능선을 걷는데만 9시간(등정과 하산시간까지 포함할 경우 13~16시간 소요)이 소요되므로, 매우 힘든 코스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걷는 구간은 서북주능선 중에서 한계령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주능선과 겹치는 구간이랍니다.
▼ 암릉으로 이어지는 힘든 경사지를 오르면 너덜겅으로 이루어진 끝청이 나옵니다. 끝청에는 이정표와 조망안내도가 서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능선들은 아스라이 보이고, 왼편으로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능선의 암릉군들이 산수화처럼 펼쳐지고 있습니다. 아! 멀리 점봉산이 자기도 보아달라고 손짓하고 있군요.
▼ 누구나 설악산에 들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암봉과 깊이를 알 수 없는 계곡이 두려울 정도로 낯섭니다. 낯설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할 정도이겠지요. 두려움은 敬畏를 낳고, 그 경외가 쌓이면서 산은 神聖시되는가 봅니다.
▼ 끝청을 지나면 곧바로 중청이 보입니다. 그러나 중청은 우리가 오르고 싶어도 오르지 못합니다. 군부대 안테나 기지가 있어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니까요. 중청봉의 허리로 흐르는 등산로를 따라 대청봉으로 향합니다. 등산로 주변에는 一群의 철쭉꽃들이 한껏 붉음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 중청대피소
20개 국내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95년 최초로 문을 연 당시에는 ‘설악산장’이라고 불리었답니다. 2층짜리 통나무집으로 여기서는 내설악과 외설악의 절경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습니다.
▼ 대청봉에서의 일출
새벽 3시 50분, 어제저녁 취침 전에 장관님께서 4시에 깨워주신다고 하셨으나, 4시가 되기도 전에 모두들 잠에서 깨어나 있습니다. 배낭을 꾸려 배정된 방에서 빠져나옵니다. 방으로 들어오는 통로에 등산객 두 사람이 주무시고 계십니다. 행여나 빈방이 없어서가 아닐까 걱정도 해 봤지만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들이 일부러 통로로 잠자리를 옮긴 것뿐이랍니다. 휴~~ 다행입니다. 새벽공기는 서늘하지만 춥지는 않습니다. 랜턴의 불빛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걷다보니 거의 30분이 걸려서야 대청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오늘아침 일출 예정시간인 5시3분이 되려면 아직도 30분이 남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상은 우리일행 4사람뿐이랍니다. 앉기 좋은 자리를 잡고 동녘으로 시선을 고정시킵니다. 여유로운 시간을 그냥 소비하지 않고 심호흡으로 설악산의 정기를 흠뻑 들이켜 봅니다.
▼ 동녘하늘이 서서히 붉어져 옵니다. 그러나 그 붉음은 두껍게 낀 구름사이로 벌어진 조그만 틈일 뿐입니다. 당연히 일출에 대한 희망을 접어야 할가 봅니다. 일출을 보러 정상에 모여든 수십명의 등산객들로 일출에 대한 바람을 접는 눈초리입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그 조그만 틈새 사이로 붉은 태양이 머리를 내 미는 게 아니겠습니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탄성! 잠시 후 신비로운 일출의 광경이 사라지고 난 후에야 정상의 인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상석 부근에는 설악의 증거를 남기려는 사람들로 넘쳐 도대체 우리들이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꽤 오래 기다린 후에야 증명사진을 찍습니다.
▼ 하산은 오색약수 방향으로 잡아봅니다. 백두대간은 이곳 정상에서 왼편 능선을 따라 내려가게 된답니다. 7년쯤 전에 백두대간을 답사하면서 내려가 봤는데 위험하기가 이를데가 없더군요. 사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을 꿈꾸던 원정대원 들이 훈련 도중 눈사태를 만나서 10명의 젊은이가 아까운 목숨을 잃었던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랍니다. 그 이후 이 계곡은 ‘죽음의 계곡’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지요. 하산지점으로 선택한 오색약수까지는 5Km, 경사가 매우 심합니다. 아까 일출을 보기위해 열심히 올라왔다는 66세의 할아버지가 2시간10분만에 도착했다고 하니 내려갈 때에는 대략 2시간이 안결려도 되겠지요? 그러나 우린 아침밥도 해 먹고, 또 쉬엄쉬엄 쉬면서 4시간을 걸어서 오색에 도착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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