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답산(御踏山, 789m)


산행코스 : 삼거현고개→북측 지능선→선바위→765봉→어답산→북측 지계곡→병지방 (산행시간 : 4시간)


소재지 :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산행일 : ‘10. 8. 8(일)

같이한 산악회 : 곰바우산악회


특색 : 전형적인 육산이나 약수대 어림에서 횡성방면으로 절벽이 날카롭게 서있다. 오지의 산으로서 별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병지방계곡과 횡성온천을 연계해서 찾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산의 이름과 관련된 전설이 두개인 御踏山은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전설의 내용도 바뀌어야할 듯 싶다. 우선 ‘辰韓의 마지막 왕인 泰岐王이 신라의 박혁거세에게 쫓겨 들어온 곳’은 같으나, 지금의 이름인 御踏山을 쓰려면 박혁거세가 들렀다는 전설을 사용하는 것이 맞을 것이나, 泰岐王이 머물었던 의미라면 御榻山이 맞을 것이다. 御榻이라함은 곧 임금이 앉는 牀榻, 곧 임금이 앉거나 눕는 평상이나 침상을 말하기 때문이다.

 

 

▼  산행들머리는 삼거현고개

중앙고속도로 횡성 IC를 빠져나와 횡성읍의 횡성교를 지나 섬강을 왼편에 끼고 달리다보면 횡성댐 갈림길에 닿는다. 이곳에서 4번 군도를 따라 횡성댐 방향으로 진행하면 병지방계곡 입구를 지나 언덕이 시작될 즈음 왼쪽에 횡성온천이 보인다. 조금 더 언덕을 올라가면 고갯마루인 ‘삼거현 고개’. 고갯마루에서 갑천면소재지 방향으로 100m쯤 내려서면 왼편에 큼지막한 산행안내판이 세워져있고, 그 뒤편으로 등산로가 깔끔하게 개설되어 있다.  

 

 

▼  산행안내판 뒤로 50m 정도 진행하면 간이화장실, 뒤편으로 난 통나무 계단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 주변은 신갈나무들의 천국... 산행이 시작되면 초입부터 급경사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  바람 한점 없는 능선에서 숨이 턱에 차게 오르다보면 능선 안부, 서서히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이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樹種도 굵은 松林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런 다음에는 신갈나무와 소나무가 섞였다가, 어느새 좌우로 나누어지기를 반복한다.  

 

  

 

 

▼  오늘 기온이 너무 높아서일까? 789m 높이의 산이라면 벌써 頂上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터인데... 하다못해 걷기 좋을 만큼 경사가 밋밋한 능선이라도 마중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어답산의 능선은 급경사 오르막의 끄트머리에서 고생 끝이라는 안도의 한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급경사의 오르막이 저만치에서 山客에게 손짓하고 있다.

 

 

 

 

▼  이곳이 선바위? 높이가 20m쯤 된다니 이정도 높이로는 아닐 것이다. 사실 난 횡성온천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온천방향으로 약 5분정도 거리에 있는 줄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같이 무더운 여름날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고역을 치르느니 차라리 그냥 지나치기로 결정해 버린 지 이미 오래다. 다만 가파른 절벽위에서 바라보는 횡성호의 조망을 포기해야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  횡성온천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 안부에서부터 등산로는 암릉으로 변한다. 그러나 쎄미급으로서 별로 위험하지 않으니 마음을 놓아도 좋을 듯, 거기다 양 옆으로 손잡이 밧줄 난간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즐기면서 걸어도 좋을 듯 싶다.  

 

 

 

▼  수령 300년이 되었다는 어답산의 명물인 장송, 두 아름쯤 되어 보이는 몸통위에 두 줄기의 가지가 하늘을 향해 용트림을 하고 있다. 마치 사슴의 뿔 마냥... 이곳 어답산에는 꼭 장송이 아닐지라도 멋지고 커다란 노송들이 곳곳에서 많이 보인다.

 

 

 

 

 

▼  환하게 열리는 視野속으로 용문산이 바로 앞에 바라다 보이고, 태기산과 청태산... 굵직굵직한 산들이 마루금을 이루며 흐르고 있다. 힘들게 올라서서 바라보는 山野, 위에서 내려다보는 낮선 풍경들은 나를 기쁘게 해준다.  이래서 난 주말만 되면 산을 찾나 보다.   

 

 

▼  어제까지만 해도 일기예보는 온통 폭우 일색이었는데 오늘의 햇빛이 쨍쨍, 덕분에 眺望은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정도다. 이렇게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해보자. 저렇게 푸른 하늘이 時空속에 갇혀 있을 때 말이다.

 

  

  

 

▼  장송을 지나면 두 갈래 길을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길은 나무로 가로막혀 있는 것이 선두의 리더가 막아 놓은 것 같다. 우회로를 따라 반대편에 도착해서 느낀 점 ‘그냥 오른편으로 가도 조금만 조심하면 위험은 없다!’  

 

 

 

▼  장송 소나무에서 10 여분쯤 올라서면 등산로 한켠에 돌탑이 서있다. 옛 사람들은 저 돌탑위에 돌을 올려놓으며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빌었다는데... 그럼 돌맹이를 올리고 있는 저 여성분도???  

 

 

  

▼  우회로에서 조금 더 걸으면 오르막 끝에 나타나는 봉우리... 아마 여기가 옛날 정상으로 알려진 곳이 아닐까 싶다. 정상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리... 횡성호의 조망이 좋으니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한 모금의 얼음물로 목을 축이며 주위를 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횡성호의 조망외에도 호수 너머로 치악산을 포함한 하늘금이 뚜렷하니 말이다.  

 

 

▼  산들 사이에 갇힌 횡성댐은, 하늘빛을 닮은 바다로 변해있다.

어답산 북쪽의 병지방 계곡과 어답산 남쪽의 물이 개천을 만들며 흘러내리고, 그 물이 모여서 횡성댐의 쪽빛 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 횡서와 원주사람의 목마름을 달래주면서... 댐의 물막이를 넘친 물은 섬강을 지나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  낙수대, 정상으로 가다보면 정규등산로에서 약간 왼편으로 벗어난 곳에 바위절벽이 보인다. 색다른 조망을 기대하고 찾아든 보상은 괜찮은 편, 낙수대의 날카롭게 서있는 絶壁이 한눈에 들어온다. 낙수대가 오늘 산행의 白眉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절벽 위 끄트머리에 왕관과 같은 머리띠를 두르고서...

* 낙수대는 천지개벽 당시 이곳 아래까지 물이 차올라서 이 바위에 걸터앉아 낚시를 하였다고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으며, 어답산 제일의 眺望處이다.  

 

 

 

 

▼  어답산 정상은 봉우리 가운데 움푹 파인 것이 마치 봉우리가 두개인 듯 보인다. 봉우리에는 정상표지석과 정상임을 알리는 표시판, 조망도 별로이고 그늘도 없어 한여름 뜨거운 햇살아래에서 머물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다만 왼편으로 10여m 정도 더 나아가면 비좁지만 10명이 그늘아래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은 있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행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약 1시간30분이 걸렸다.  

 

 

 

 

 

▼  횡성호의 아름다운 리아스식 湖岸

朝鮮末의 뛰어난 지리학자였던 ‘산경표’의 著者 申景濬선생은 그의 著書인 ‘산수고’라는 책에서 ‘하나의 근본에서 만 갈래로 나누어지는 것이 山이요, 만 갈래가 모여서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물이다’라고 적은바 있다. 그래! 萬 갈래의 물이 모여 저렇게 큰 호수를 만들어 내었으니, 그게 바로 저 횡성호이요, 그 흐름의 屈曲을 배워다가, 저리도 아름다운 湖岸을 만들어 내었나 보다.   

 

 

▼  병지방골로 내려서는 하산 길은 경사가 심하다. 곳곳에 암릉이 도사리고 있으나 등산로 정비는 일절 안 되어있는 상태, 골짜기를 벗어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등산로는 자연휴식년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곳’이었다. 비록 모르고 내려왔지만 산림청장님께 죄송...

 

 

 

 

 

▼  하산 길 주변의 숲은 이층구조를 이루고 있다. 맨 위쪽을 신갈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고, 그 아래에 철쭉나무 등이 다시 한번 허공을 차단하고 있다. 지금은 녹음의 계절인 여름, 빈가지 사이로도 하늘이 열리지 않는다.  

  

 

▼  정상에서 경사가 심한 등산로를 따라 40분 정도를 힘들게 내려서면 자동차도 충분히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잘 닦여있는 임도와 만난다. 여기서부터 병지방골입구의 오토캠핑장까지는 약 20분 정도, 오른편과 왼편으로 계곡을 끼고 걷게 된다.

 

 

 

 

▼  병지방골은 그리 크지도, 넓지도, 깊지도 않다. 어찌 보면 차라리 개울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 여울도 없이 시종 잔잔한 계곡은 멀찌감치 앉아있는 숲 그늘 짙은 산줄기 속으로 꼬리가 닿아있다.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오토캠핑장 근처엔 人山人海 발 디딜 틈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올라와서 물속에 잠겨본다. 그리고 세 시간 반 동안 흘렸던 땀의 흔적을 말끔히 씻어낸다.  

 

 

 

 

  

▼  산행 날머리는 병지방골의 날머리와 같다.

自然休息年制를 알리며 통행을 제한하고 있는 철망을 지나면 오토캠핑장이 나온다. 100m 정도 더 내려서면 섬강의 첫 줄기인 대관대천(大官岱川), 대관대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횡성으로 나가는 아스팔트 2차선 도로를 만나게 된다. 한 때는 '한국의 오지 다섯'에 꼽히던 병지방 계곡까지 포장도로가 놓였으니 이런 것을 보고 桑田碧海라고 부른다면 옳은 표현일까???

 

 

▼  동막과 산지골은 병지방골을 만들어낸 다음, 바위틈을 휘감으며 大官岱川으로 모여든다,

갈묏빛 여름 산으로 둘러싸인 잔잔한 물 안에서 두 줄기 냇물은 만나고 섞이고 합쳐지면서 새로운, 더 멀고 더 큰 흐름을 예비하는데, 그 만나고 합쳐짐에는 꿰맨 자리가 없고 소리가 없다. 그저 서늘함을 찾아서 모여든 行樂客들의 떠드는 騷音들만이 강가의 숲을 따라 너울지고 있다.

* 소설가 김훈선생이 ‘칼의 노래’에서 쓴 표현인데, 갈매나무 열매의 색깔이 짙은 초록빛이기 때문에, 아마 여름 산의 짙은 초록빛을 갈묏빛으로 표현한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