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太華山, 1,027m)
산행코스 : 팔괴리 주차장→봉정사(답사 생략)→태화산성→전망대 #1, #2→정상(산림청)→정상(지자체)→1022봉→광산터→임도→오사리 (산행시간 : 5시간)
소재지 :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과 충북 단양군 영춘면의 경계
함께한 산악회 : 자이언트산악회
특색 : 1천 미터가 넘는 높은 산이지만 전형적인 육산의 형태를 띠고 있다. 능선은 남쪽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걷는 중에 간간히 도도한 남한강 물줄기를 보는 것이 태화산 산행의 하이라이트... 또한, 산의 동쪽 벼랑에 유명한 고씨동굴을 품고 있어 한번쯤은 들러보아야 할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팔괴리 주차장
영월에서 595번 지방도로를 따라 단양방향으로 내려가다가 영월 화력발전소 앞 남한강이 흐르는 팔홍교를 건너면 팔괴리 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왼쪽으로 남한강을 끼고 1km정도 진행하면 오그란이 마을입구에 산행안내지도와 화장실을 갖춘 제법 넓은 주차장이 있다. 도로를 따라 오그란이 마을로 들어서면 다리 옆에 봉정사 방향을 나타내는 푯말이 보이고, 등산로는 이 푯말의 진행표시 대로 이어진다. 주차장에 도착할 즈음, 다행이도 영월에 들어서면서 빗방울을 떨어뜨리던 날씨가 개어있다. 맞은편 산허리를 감고 있는 구름을 보며 날이 개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니 차라리 내 가녀린 소망일 것이다.
▼ 등산로는 아스팔트 도로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튼 후, 위로 갈지자를 그리며 이어진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10분을 걸어 오르는 동안 멋지게 지어진 집 몇 채를 만나며 15분 정도를 걸으면 비로소 산으로 들어설 수 있다.
▼ 태화산 방향을 안내하는 표지석 바로 앞에서 직진하여 숲길로 들어서서 걸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전에 벗어났던 임도를 다시 만나게 된다. 임도를 따라 오른편으로 잠시 걷다보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 너덜겅 등산로는 갈길 바쁜 등산객들의 발걸음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게 만들고 있다. 보통 때도 걷기가 쉽지 않는 것이 너덜겅인데 빗길에 미끄럽기까지 하니 발걸음 내딛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그렇게 힘들게 걷다보면 태화산성0.6Km 전방의 표지목이 서있는 산 중턱에 다다르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쯤 흘렀다.
▼ 너덜겅 길이 끝나면서 등산로는 왼편으로 완만하게 꺾인다. 그럼 오르기가 쉬워질까? 헛된 바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여기서부터는 순수한 육산의 형태를 보여주건만 경사가 여간 심하지 않는데다가, 어제부터 내린 비로인해 땅은 물기를 촉촉이 머금고 있어 여간 미끄럽지가 않다. 힘들어서일까? 0.6Km의 거리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 힘들게 능선 안부에 올라서면 길은 세 갈래로 나누어진다. 곧바로 진행하면 각동마을로 내려가게 되고, 태화산 정상으로 가려면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야한다. 태화산성은 200m 정도의 거리에 있는 왼편 봉우리에 있으니 이곳에 배낭을 벗어놓고 잠깐 다녀오면 될 일이다. 참고로 이곳에서부터 만나게 되는 이정표는 산림청에서 만든 잘생기고 키가 훤칠한 모습이다.
▼ 태화산성은 안부에서 왼편으로 난 오르막 끝에 위치하고 있다. 산봉우리에서부터 전망대까지 성터 잔해가 상당히 남아 있는데, 좌측 초입에는 제법 기초를 쌓은 성터 흔적까지 보이고, 그 앞에 성에 대한 안내판이 서 있다.
*太華山城(태화산성) : 강원도 영월읍 팔괴2리에 소재하며 석성과 토성이 혼합된 양식으로 성터에서는 고구려 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기와조각이 발견되었다. 아마 적정을 감시하고 그 상황을 우군에게 연락하는 역할을 하던 곳이 아니었나 싶다.
▼ 태화산의 등허리에 올라서면 길은 순해진다. 산성고개에서 헬기장을 거쳐 정상까지 1시간여의 능선 길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남한강의 절경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이련만,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로 인해 시야가 트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정경을 가슴에 담지 못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 등산로 좌측에 잘 생긴 소나무가 바위와 어우러진 전망대에 이른다. 좌측으로 절벽이 있는 전망대라면 남한강의 말굽처럼 굽이치는 모습이 발아래 펼쳐지련만... 물론 비취빛처럼 영롱한 강물 색이 산자락을 따라 굽이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러나 아쉽게도 안개 속에 잠겨버린 발아래는 10m 전방도 안보일 정도다.
▼ 그녀는 Superman 아니 Wonder Woman, 선두대장까지도 뒤로 제켜버리고 앞으로 치고나간 4명의 健脚들, 그들의 선두에 서서 步武도 당당하게 낯설은 등산로를 치고 나가는 그녀는 언젠가 영화에서 본적이 있는 Wonder Woman, 그 자체였다.
▼ 능선 왼쪽의 東사면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낭떠러지이고 오른 쪽 西사면은 기울기가 완만한 전형적인 傾動地塊의 지형, 나무들도 이런 차이점을 따르고 싶어서일까? 낭떠러지 절벽에는 소나무들이 많이 보이고, 그 반대쪽 평평한 능선 주위에는 거의 한 아름이 되는 참나무들이 들어서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 내가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출발해버리는 선두그룹을 보며 이야기 한 토막 : 어느 초보 등산객 曰 ‘힘들게 앞사람들이 쉬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출발해 버리는 사람들이 제일 밉더라’ 오늘 나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쉼터에 도착하자마자 선두그룹 4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발해버렸으니 말이다. 하긴 난, 백두대간과 정맥들 대부분을 이미 답사를 끝냈으니 서운한 마음이 그리 심하지는 않았지만... ^^-*
▼ 생뚱맞은 정상표지판
산봉우리의 사람의 얼굴이라면 人中쯤 되는 지점에 산림청 영월국유림관리소에서 설치한 정상표지판이 서있다. 고도계에는 970m로 나오는데도 표지판에는 산림청에서 지정한 100대 명산이라며 그 높이를 1,027m로 적어놓고 있다. 아직도 등산로는 더 높은 곳을 향하여 高度를 높여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굳이 이곳에 설치할 이유가 있었다면 그 이유를 명시해 놓던지, 아님 정신 좀 차리고 일들을 했으면 좋을 성 싶다. 반평생을 공직에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에서 한마디,...
▼ 태화산 정상(1,027m)엔 남북으로 검은 대리석과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정상 표지석이 2개나 서 있다. 태화산의 정상을 경계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강원도 영월군과 충북 단양군에서 만든 것이다. 氣 싸움일까? 옛날 어린이들의 ‘땅 따먹기 놀이’를 보고 있는 듯... 정상에서는 남쪽 조망이 뛰어나다고 하나 운무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 충북 단양군의 영춘면 오사리로 내려가는 下山길, 4명의 健脚은 언젠가 5명으로 변해있다. 까짓 한명 더 늘었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이랴... 선두가 아직도 Wonder Woman인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인 것을...
▼ 충청북도와 강원도의 경계의 마루금인 1022봉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참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봉우리인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영월군 흥교, 왼편은 단양군 영춘면(오사리)으로 내려가게 된다. 오사리로 내려가는 길은 자갈이 없는 순수한 흙길로 포근하기 그지없다.
▼ 선두의 권리는 이런 것이 아닐까?
단양군으로 내려가는 등산로 주변엔 산딸기가 지천, 우린 뒷사람에게 남겨 줄 아량은 애당초 없는 것처럼 보이는 족족 다 따 먹어버렸다. 飽滿感에 젖어 나누는 放談들... ‘우리 산딸기 안 먹었지요?’ ‘그럼요’ ‘뒤에 오는 사람들이 안 물어봐도 절대로 먹지 않았다고 말하기로 약속하는 것입니다요~~’ 언젠가 눈앞의 현금에 눈이 멀지 않은 이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오늘의 새로운 발견 ‘꼭 현금이 아니더라도 눈이 머는 경우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산딸기가 될 수도 있음을 나는 오늘에야 알 수 있었다.
▼ 등산로 주변의 딸기를 배가 부르도록 따먹으며 산행을 즐기다보니 어느덧 능선의 막바지인 897봉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곧바로 나아가면 화장암을 거쳐 상리의 북벽교에 다다르며, 왼편으로 내려서면 10분 정도의 거리에서 만나는 임도를 따라 오사리에 이르게 된다.
▼ 임도로 내려서는 등산로의 주변은 金剛松 들의 천국, 좌우로 비록 굵지는 않지만 날씬하게 하늘을 향해 허리를 고추새운 붉은 빛 소나무들이 곱디곱다. 조금 더 내려오면 왼편에 옛 광산터가 보인다. 시커먼 석탄 무더기를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쌓아놓은...
▼ 임도에 내려서지만 행정당국에서 설치한 안내판은 구경할 수 없고, 음식점에서 붙여놓은 듯한 나무판자에 조잡하게 오사리가는 방향이 표시되어있다. 앞으로 3Km를 더 굽이굽이 냇물처럼 흐르는 임도를 따라 내려가야만 오사리에 다다르게 된다. 길가에는 쭉쭉 늘씬하게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일본잎깔나무(일명 낙엽송)군락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중에는 행여 부끄러울세라 기생식물로 몸을 온통 가리고 있는 것도 보이는가 하면...
▼ 義理 없는 男丁네들... 그리도 험한 길이었을 때에는 선두가 싫다는 여성분을 강제이다시피 앞장세우더니, 新作路마냥 널따란 임도가 나오자마자 나몰라하고 어느새 앞장서서 사라져버린다. 그나마 2명이라도 남았기에 體面유지... ^^-* 임도의 끝에 있는 산간마을부터 이어지는 시멘트도로는 지루할 정도로 길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걷는 일행이 있어 덜 고달팠다.
▼ 산행 날머리는 단양군 영춘면 오사리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지만 농촌마을 치고는 제법 큰 고을이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마을을 자랑하려고 세워놓은 비석 뒷면을 보면, 조선시대 때 연원 도찰방에 딸린 오사역이 있었으므로 오사역 또는 역말이라 한데서 오사라는 명칭이 생겼다 한다. 이 고을에서 출발하는 Rafting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3층짜리 아파트가 있을 정도로 제법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다. 올 봄에 프랑스에 갔을 때 피폐한 채로 방치되어 있던 프랑스 농촌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 나도 모르게 가슴이 뿌듯해짐은 조그만 애국심의 발로일가?
오늘 우리가 원하는 下山지점은 충북 단양군 永春面, 永春이라는 단어는 내 이름이니 나에겐 당연히 情感이 가는 지명이다. 그러나 난 망설임 없이 단양군에서 정상에 표지석을 세운 행위를 나무라고 싶다. 정상에서 하산지점인 오사리까지 단 하나의 이정표도 설치해 놓지 않은 행정당국의 無誠意를 나무라면서 말이다. 덕분에 난 대원군이 간판까지 써 주었다는 *화장암을 들러보지 못했다. 하긴 이정표하나 없는 산에서 가고 싶은 곳을 혼자서 찾아갈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터이겠지만...
* 華藏庵(화장암): 대원군이 꿈에서 이곳 산신령의 現夢을 접한 후, 화장암의 친필현판 한 장, 청기와 3매, 법복 한 벌, 고종황제 초상화 한 점을 내려주었을 정도로 한때는 靈驗함을 자랑했던 절, 그러나 ‘94년 火災 때, 靈驗도 함께 타 버렸는지 지금은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조그만 암자로 변해버렸다. 길을 잘못 들어 답사를 못한 서운함을 이런 넋두리로나마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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