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산(五峰山, 779m)


산행코스 : 배후령(600m)→1~4봉→정상(779m)→구멍바위→청평사→소양호 선착장(산행시간 : 3시간)


소재지 : 강원도 춘천시와 화천군의 경계

산행일 : ‘10. 11. 20(토)

같이한 산악회 :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산악회


특색 : 오봉산은 白頭대간의 高山峻嶺들이 허리를 잇고 있는 강원도의 산들에 비해 산세가 그리 크지도, 웅장하지도 않다. 하지만 거대한 암봉과 노송, 푸른 호수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있어 연출하는 景觀만큼은 어느 산에도 뒤지지 않는다. 배후령에서 시작되는 오르막길도 짧기 때문에 그리 힘들이지 않고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거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거나를 불문하고 한번쯤은 꼭 찾아볼만한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배후령

중앙고속도로 춘천 I.C에서 빠져나와 시내를 통과하지 않는 46번 국도를 타고 시원스럽게 달리다보면 화천으로 빠지는 큰 고개를 꼬불꼬불 넘어야 한다. 그 고갯마루에 배후령이 있다.

 

 

 

▼  배후령에 올라서면 고갯마루의 이정표에 이 고개의 高度가 이미 600m임을 크게 적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오봉산의 높이가 799m이니, 오늘 산행은 동네 뒷동산 오르는 정도의 힘만 쏟으면 된다는 말인가? 배후령에서 오른편 오봉산 방향으로 난 오르막 등산로를 약 20분 가량 오르면 주능선 삼거리 안부가 나온다, 등산로 주변은 참나무 일색이다.

 

 

 

▼  주능선 삼거리에서 왼쪽(북동)으로 능선을 오르내리는 산행이 시작된다. 능선은 흙길과 바윗길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데, 1봉인 羅漢峰은 어딘지도 모른 채로 지나쳐버리고, 문득 도착한 바위 봉우리(구릉이라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둔덕)에서 오른편 소양호를 내려다보며 이쯤이 2봉인 觀音峰이려니... 소양호는 짙은 가스에 가려 어렴풋이 보이는 정도이다.

 

 

 

 

▼  제2봉에서 10분쯤 가면 정면의 암봉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의연하게 서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청솔바위’라 부르는 이 암봉에 오르기 위해서는 왼쪽 급경사에 설치되어 있는 20m길이의 쇠줄을 잡고 올라야만 한다. 이 줄을 잡고 올라가면 절벽을 이룬 제3봉인 文殊峰의 정상에 닿는다. 청솔바위 꼭대기 위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고고하게 서있어 보는 사람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  가파른 鐵난간을 잡고 오르는 중간어림에 잘 생긴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 옆에 자그마한 비가 하나 서 있다. ‘진혼비’라고 세겨있는 것을 보면, 산을 사랑하였고, 산에서 생명을 다한, 어느 분의 뜻을 기리고자 한 모양이다. 1989년 이곳에서 추락사한 분이라는데, 지금은 안전시설이 잘 갖추어져있어 추락할 염려는 안 해도 될 듯 싶다.

 

 

▼  제3봉에서 제4봉인 普賢峰으로 오르는 길은 다시 쇠줄을 붙잡고 올라가야 하는 힘든 코스가 있다. 턱에 차오르는 가쁜 호흡을 가다듬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 오르다보면, 주변 바위틈 사이에서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年輪을 제각기 다른 몸짓으로 나타내 보이고 있는 老松들을 볼 수 있다. 흙 한줌 없는 바위 위에서 忍苦의 세월을 견디어왔을 소나무들을 보며, 내 欠缺은 생각지도 않고, 그저 주위 환경 탓만 해온 내 삶을 돌아보면서, 저 소나무들에게 배움을 청해 본다. 제3봉 암릉이 끝나는 곳에서 안부로 내려선 이후에는 양쪽이 수직인 60도 급경사 절벽을 로프을 잡고 올라가야 하므로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  4봉에서부터 등산로는 다시 흙길로 변한다. 비록 흙길이지만 좌우가 날카롭게 서있는 능선을 치고 오르면 제5봉인 비로봉, 바로 오봉산 정상이다. 정상은 너댓 평 됨직한 흙으로 된 분지, 북쪽 화천방향에 烏石으로 만들어진 정상석과, 그 곁에 산행 안내판이 서 있다. 다들 정상에서의 멋진 조망을 기대하겠지만 나무로 둘러 싸여 있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  3봉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에서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남쪽으로는 소양호와 그 너머 멀리 파도처럼 펼쳐지는 가리산, 대룡산, 절산, 금병산이 신기루처럼 보이고, 북쪽에는 오음리 분지, 동쪽으로는 병풍산과 사명산이 조망된다. 소양호 너머 산의 봉우리들이 자기 색을 찾지 못하고 어두운 그림자만 내비치고 있고, 하얀 雲海 가운데 틈틈이 검은 봉우리들로 솟아 있다. 마치 하얀 물결 출렁이는 바다 가운데 듬성듬성 솟은 바위섬을 보는 듯 하다.

 

 

▼  김밥으로 대체한 소박한 점심상, 그러나 술상으로 돌려보면 풍요롭기 그지없다. 覆盆子에 생막걸리, 그리고 족발과 부침개 등등...

 

 

▼  정상에서 청평사로 향하는 하산길은 초반 5분 정도는 흙길, 그 뒤에는 주변 경관이 빼어난 암릉길으로 바뀐다. 등산로 주변의 희귀하게 생긴 소나무들과 귓속말을 나누기도 하고,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오봉산의 절벽에 대고 자그마한 所望도 빌며 쉬엄쉬엄 걷다보면 어느덧 구멍바위에 도착하게 된다. 정상에서 구멍바위까지는 어림잡아 30정도 소요된다.

 

 

 

  

 

 

▼  구멍바위, 결코 서서는 걸을 수 없고, 거기다 몸통을 옆으로 틀지 않고는 통과할 수 없는 苦難의 길, 그러나 조그만 조심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통과 할 수 있는 길일지니, 소양호 선착장에 시간약속이 되어 있지 않은 나그네들인 바에야, 한 템포 늦추어 걸으며 나름대로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우리 일행 대부분은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볼 수 있었던 검고 주름진 통 속을 쭈그려 앉은 채로 발걸음을 내디디던 추억을 떠올리는지 다들 즐거워했다.

 

 

 

▼  삼거리, 구멍바위를 지나면 또 다시 멋진 소나무들이 나그네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쉬엄쉬엄 주변의 멋진 경치를 감상하며 걷다보면 어느덧 삼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여기서 오른편으로 가면 적멸보궁을 거쳐 청평사로 가게되고, 곧바로 진행하면 오봉산의 白眉인 암릉코스를 거쳐 청평사에 도착하게 된다. 이 삼거리가 오봉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葛藤을 주는 지점이다.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느냐, 아니냐를 결정해야만 하는 갈등을 말이다. ‘공단 산악회’는 젊은이들 몇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암릉코스로...  역시 ‘아름다운 것은 좋은 것이여~~~’

 

 

 

▼  삼거리에서 앞에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선 후, 그리 험하지 않은 암릉길을 따라, 奇奇妙妙한 바위들과 휘휘 늘어진 소나무들을 감상하며 걷다보면 望夫石이 보인다. 이곳 어림이 아마 오봉산에서 제일 빼어난 경관을 보여주는 곳일 듯 싶다. 奇巖怪石과 老松, 그리고 소양호가 잘 그려진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켜준다. 정상에서 망부석까지는 대략 1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  방부석에서 등산로는 갑자기 고도를 낮추기 시작한다. 수십길 높이 암릉의 위아래를 쇠 난간과 쇠 밧줄로 연결시켜 놓고 있다. 조심스럽게 내려서면서 바라보면 사방에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오른 아름드리 老松들이 屛風을 두르고 있어, 마치 동양화 속으로 내려서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거기다가 하산길 내내 청량감을 더하는 소양호를 바라볼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  암릉을 따라 내려서는 하산길, 위험하다고 바닥만 보며 내려서는 愚를 범하지는 말자. 가끔은 방금 밟고 내려선 바위도 한번쯤은 올려다보자. 머리위에는 아름다운 나무, 그 나무가 푸른 가지를 흔들면서 나를 배웅하고 있다. 그런 정겨움은 左에도 右에도 그리고 내 발아래도 알알이 박혀있다.

 

 

▼  청평사, 등산로를 벗어나면 왼편 언덕 아래로 청평사가 윗몸을 들어내고 보이고 있다. 담장이 없는 사찰로 들어서면 곧바로 觀音寶殿과 마주치게 되고, 관음전의 대각선 모서리에 大雄殿이 있다. 대웅전과 사찰의 출입문 사이, 중간에 있는 누각 아래를 통과하는 문이 이 사찰의 명물인 廻轉門(보물 제164호)이다. 사천왕문을 대신하는 廻轉門은 문이 움직이거나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거듭나는 윤회를 의미하는 의미란다. * 청평사는 그 이름부터가 은유의 공간이라는 암시를 주는 것 같다. 세속의 먼지에 찌들고 불안한 일상에 시달리는 중생들에게는 ‘맑고 평정’함을 뜻하는 ’淸平‘이라는 언어 자체가 얼마나 간절한 소망이겠는가. 청평사의 언저리에 들면 피안의 세상은 이미 곁에 다가와 있는 것임을...

 

 

 

▼  청평사에서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초반엔 걷기 좋은 흙길, 그러나 아쉽게도 금방 시멘트 포장길로 바뀌어버린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아래 폭포의 반석과 구송대 사이에 9개의 소나무가 자란다’는 九松瀑布(현재는 9가지의 소리가 들린다는 九聲瀑布로 불린다)를 만나게 된다. 폭포 옆에는 거북바위와 청평사 공주와 상사병의 전설이 있는 공주굴이 있다.

 

 

 

 

▼  산행날머리는 소양호의 청평사 船着場

구성폭포를 지나 조금 더 걸어 내려온 뒤, 기름냄새가 진동하는 집단시설지구를 지나면 오늘 산행의 최종 날머리인 청평사 선착장에 도착하게 된다. 청평사 회전문을 지나며 얻은 佛心을 가슴에 품고, 시원한 강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배에서 심호흡 한번 크게 들이키고 나면 나도 몰래 찾아든 浩然之氣... 어느덧 닭갈비의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맴돈다. 거기다 담백한 춘천막국수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