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방산(桂芳山, 1,577m)
산행코스 : 운두령→1,166봉→1,492봉(헬기장)→계방산→동릉삼거리→주목군락지→이승복생가→아랫삼거리 (산행시간 : 4시간30분)
소재지 :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과 홍천군 내면의 경계
산행일 : ‘11. 1. 8(토)
같이한 산악회 : DAMOA산악회
특색 : 南韓에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산, 겨울철 눈꽃 山行地로 등산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산행들머리의 標高가 높기 때문에, 1천5백 미터가 높이에도 불구하고 정상까지 오르는데 별로 부담이 없다. 계방산과 서쪽의 회령봉 사이에 있는 산행들머리인 운두령이, 우리나라에서 차로 넘나드는 고개 중에서는 만항재(함백산) 다음으로 높은 고개(1,089m)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함백산에 있는 만항재는 높이가 1,330m이지만, 지나다니는 차들은 많지 않다.
▼ 산행들머리는 운두령
영동고속도로 속사 I.C에서 빠져나와, 56번 국도를 따라 인제군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계방산과 회령봉 사이에 있는 운두령에 닿게 된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남쪽에 꽤나 널따란 주차장과 간이쉼터들이 보이고, 그 맞은편에는 산행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그 너머로 침목으로 만들어진 계단이 보인다.
▼ 산행은 운두령 정상에서 동북쪽의 枕木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밟고 오르면서 시작된다. 계단의 상단을 밟고 능선에 올라서면 완만하고 편안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그렇게 20여분 정도 걸으면 1,166봉에 닿고, 그 이후에 만나게 되는 山竹 길도 편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빈가지만 남은 참나무 숲이 우거진 아래, 겨울에도 파란 색을 지닌 조릿대(눈으로 덮여있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낮게 깔려있다)는 크기가 무릎에 미치지 않을 정도, 시골 초등학교 校庭 화단의 잘 다듬어진 境界樹 마냥,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 것이 무척 정감이 간다. 산은 그야말로 人山人海, 등산객들이 등산로를 가득 메우고 있어, 마치 서울의 도봉산에 와있는 듯 싶을 정도다.
▼ 산행들머리에서 40분 정도 올라가면 첫 번째 쉼터, 10분 후면 또 다른 쉼터, 계방산 정상은 이제 1.9Km 남았다. 운두령에서는 2Km를 걸어온 셈이고... 이후 등산로는 슬슬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싶더니만, 어느새 급경사 깔딱고개를 만들어 놓고 있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서 헬기장을 만나게 된다. 이곳이 계방산의 제2봉인 1,492봉이다. 들머리에서 이곳까지는 대략 1시간30분 정도 걸렸다.
▼ 계방산은 산의 높이나 규모에 비해 산행이 수월한 편이다. 그 이유는 산행들머리가 높은 곳에 위치한 탓도 있겠지만, 위험한 암릉지대가 일절 없는 전형적인 肉山이고, 그 능선 역시 덩치에 비해 밋밋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덕분에 난 아래 호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로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다.
▼ 急斜面을 치고 1,492봉을 오르면 매서운 바람과 함께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1,492봉 정상은 나무 한그루 없는 평원, 덕분에 사방으로 시야가 열리기 때문에 조망이 뛰어난 편이다. 날씨가 맑으면 응봉을 위시한 백두대간의 하늘금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광경을 볼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눈발이 날리는 회색빛으로 얼룩진 겨울 날씨, 그저 저 방향에 설악산의 연봉들이 늘어서 있으려니...
▼ 1,492봉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稜線은 펑퍼짐하여 걷기에 편하다.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다. 원래의 부드러운 능선은 흰 눈에 덮이면서 더한층 포근한 느낌을 주고 있다. 산을 걷다 마주치는 나무들은 모두 눈꽃이 한창이다. 어떤 나무엔 목화처럼 부드러운 송이가 맺혔는가하면 또 다른 나무엔 수정처럼 맑은 구슬들이 열리기도 했다.
▼ 계방산 정상은 널따란 盆地로서 헬기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듯, 한쪽 귀퉁이 바위무더기 위에 서투르게 쌓아올린 돌탑이 보인다. 돌탑 앞에는 자그마하면서 예쁘장한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정상은 이 부근에서 제일 놓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一望無題로 視野가 트이는 곳이다. 그러나 오늘은 회색빛으로 얼룩진 공간만이 펼쳐질 뿐... 두로봉과 노인봉, 황병산, 북쪽의 방태산과, 그 너머에의 설악산 봉우리들, 그리고 남쪽의 보래봉과 회령봉, 그 너머의 치악산 봉우리들은 아마 저 회색빛 그늘 속에 묻혀있으리라... 정상은 세찬 칼바람에 어른들도 제 한 몸 가누기가 쉽지 않을 정도, 거기다 -10℃ 아래로 떨어진 매서운 추위 탓에, 손가락 끝이 너무 시리어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열심히 손가락을 놀리는 이유는, 오늘 내가 보는 이 경관은, 다른 날에는 또 다른 의미로 나에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봉우리답게 정상에서 맞는 바람은 차고 맵고 독했다.
▼ 하산은 주목삼거리 방향으로... 계방산에서 하산하는 길은 두 코스가 있다. 흔히 B코스라고 불리는 남쪽 능선을 따라 1,276봉을 거쳐 윗삼거리로 내려가는 길(4.8Km)과, 오늘 내가 내려가는 정상에서 동쪽으로 뻗은 한강기맥을 따라 내려서다가, 주목삼거리에서 우측의 제2야영장으로 내려서는 A코스이다. 나무테크를 이용한 계단을 만들어 놓는 등, B코스에 더 신경을 써 놓은 듯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A코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은 온통 눈꽃으로 덮여 있다. 눈꽃과 그 밭 사이를 지나는 등산객들의 원색 등산복들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멋진 경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름다운 눈꽃 밭에서 눈이 아프도록 멋진 경관들을 바라보고 싶지만, 또 다른 세상 속에서 사는 난 시간에 쫒길 수밖에 없다. 환상적인 눈꽃들을 뒤로 하면서 미끄러지듯 하산 길을 재촉한다.
▼ 정상에서 漢江岐脈의 등줄기를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살아 千年, 죽어 千年’이라는 주목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안부 삼거리에 닿는다. 이곳이 ‘주목 삼거리’로서 등산로 주변에 거대한 주목들이 널려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어느 분 말에 의하면 이곳의 주목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굵다고... 사시사철 푸른 잎을 어깨에 얹고 있는 붉은 기둥, 오늘은 그 푸른 잎 위에다 또다시 눈까지 얹고 있다. 붉음 위에 푸름, 그 위에 시리도록 하얀 눈이라니... 그 경이로움에 놀란 사람들이 다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다. 이곳에서 제2야영장 까지는 4.9Km이다. * 한강기맥 : 남한강과 북한강의 수계를 가르는 도상거리 162 km의 산줄기로서, 백두대간 오대산에서 갈라져 계방산, 오음산, 유명산, 용문산 등을 거쳐 양수리 강가에서 끝이 나는 산줄기를 말한다.
▼ 주목삼거리에서 노동계곡을 따라 하산하게 된다. 삼거리에서 밑으로 1km 정도는 제법 가파른데다 바위도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비록 쌓인 눈이 바위를 덮고 있다고는 하지만, 바위들 틈사이로 발이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오늘같이 눈으로 덮인 겨울철에는, 이곳 바윗길도 天惠의 ‘엉덩이 썰매장’으로 변해버린다. 넘쳐나던 인파가 조금은 뜸해진 덕분인지, 엉덩이 썰매를 타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 내리막길 막바지에는 험한 등산로가 끝나고 순탄한 길이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에 잣나무 군락이 보인다 싶더니만, 어느새 매끈하게 자란 낙엽송(일본이깔나무)들이 등산객을 배웅이라도 하려는 듯 일렬로 도열해 있다. 낙엽송 군락부터 제2야영장까지는 마차도 편히 다닐 수 있을 만큼 널찍하고 평탄하다. 그렇지만 방심은 금물인 것은. 돌 중간 중간에는 얼음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 제2야영장 바로 아래가 반공소년 이승복군의 생가 터이다. 당시 그의 가족들이 살았던 집을 본떠 만든 生家는 ‘삼칸 홋집’의 귀틀집으로 가운데가 안채, 오른쪽이 이승복군이 공부하던 건너방으로 되어있다. 본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낫가리처럼 만들어 놓은 곳이 있는데 화장실이란다. 옛날 어렸을 적, 겨울철에 화장실 가는 일이 죽기보다 더 싫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 참고로 이승복소년은 이젠 소년이 아니다. 당시(1968년)에 초등학생이었으니, 살아 있었더면, 지금쯤은 50살을 넘긴 우리 또래의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것이다.
▼ 산행날머리는 아랫삼거리 주차장
이승복 생가를 거쳐 아래삼거리의 계방산주차장까지는 2km. 큰 차도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은 신작로지만 버스가 다니지 않아 걸어 내려가야만 한다. 대략 20분 정도를 걸어서 도착하게 되는 56번 國道 주변에는 커다란 주차장과 음식점 서너 곳이 있다. 산행 후 산장식당에서 먹는 토장국밥은 가격(4천원)에 비해 맛이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