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봉산(868m)


산행코스 : 매봉휴계소→건봉사→임도→능선 안부→응봉산→840봉→직골→임도-윗솔치(산행시간 : 점심 및 알바시간 포함 5시간)


소재지 :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과 화촌면 경계

산행일 :ㅡ'09. 2. 28(토) 

함께한 산악회 : 청계산악회


특색 :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경사가 심하고, 이정표가 정비되어 있지 않아 등산로를 찾기가 힘들다. 찾는 이들이 별로 없는 오지 산으로, 등산객들의 송이버섯 채취를 막으려고 주민들이 온 능선에 비닐 끈을 쳐 놓아 걷기가 불편할 정도... 영춘지맥 답사자들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아 볼 필요가 없는 산이다.  

 

 

산행 들머리인 매봉휴계소

솔치터널 방향으로 100m 정도 걸으면 우측으로 건봉사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건봉사

강원도 북단 고성군에 있는 천년고찰인 건봉사와는 동명이찰... 절을 한바퀴 둘러봤지만 사찰의 역사를 나타내는 어떤 표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스님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건봉사에서 10여분 걷다보면 사방댐이 보이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응봉산은 유난히도 임도가 잘 가꾸어져 있다. 산림청 직원들의 순찰이 잦은지 수많은 타이어 자국이 찍힌 길은 아예 아스팔트 도로를 연상시킬 정도로 단단히 굳어있다. 그러나 하산길에 임도를 따라가면 알바가 십상... 계곡을 버리고 임도를 택했던 우린 결국 30여분의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앗! 산이 서 있다~ 응골에서 능선에 오르는 길은 아예 서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 어찌나 가파른지 한발 내딛기가 힘들 정도다

 

 

능선에 올라서면 온통 소나무 숲이다. 8부 능선까지는 소나무 숲이 이어지다가, 상부에 갈수록 수종은 참나무로 바뀐다. 근처에 있는 아미산이나 공작산에서도 울창한 소나무 숲을 만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부근 산들의 특징인가 보다.

 

 

참나무들의 용틀임...

지난번 신선바위봉에서도 이런 참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아마 고산지대인지라 참나무들이 혹독한 기후에 시달리다 못해 저렇게 기형으로 변했나 보다.

 

 

오지답게 마룻금 좌우로 원시의 참나무 숲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나무 위에는 온갖 겨우살이가 지천으로 자생하고 있다.

 

 

응봉산 정상

삼각점이 설치된 정상은 표지석을 대신해 새집을 머리에 인 홍천군 특유의 이정표가 손님을 맞는다. 10여분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온 고생이 무색하게 별다른 특징도 없이 그저 평범하고 밋밋한 봉우리로 되어 있다. 

 

 

즐거운 점심시간

봄날처럼 포근한 기후탓에 둘러 앉아 먹는 점심상은 여유롭기까지 하다 

 

 

유일한 암벽... 이곳도 산은 산인지라 바위가 없을 순 없나보다. 정상에 오르는 길목은 바위가 부서진 듯한 자갈길이 늘어서 있고, 솔치 쪽 하산길엔 그리 험하지는 않은 바위를 만나게 된다. 누군가 친절하게도 밧줄까지 설치해 놓았다   

 

 

무너진 양심

제아무리 겨우살이가 탐이 난다고 해서 이렇게 나무 자체를 잘라버리다니... 설마 그런 비양심에 자신을 내줄 수 없다는 양, 베어진 나무는 다른 나무에 걸쳐져 잘랐던 이를 비웃고 있다....  

 

 

능선엔 진달래나무가 빽빽하다. 키가 뻘쭉하게 큰 것이 아마 수달래인 모양이다

 

 

 직골계곡, 기암과 옥수가 볼만하다는 안내와는 달리 별로 볼 것이 없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내리막길은 흔적이 희미하고 잡목이 자꾸만 얼굴에 걸리적거린다. 능선은 영춘지맥이라 간간이 정맥꾼들이 찾으므로 표시기라도 붙어있지만, 직골로 내려가는 이 길은 누가 쉽게 찾는 길이 아니니, 그만큼 힘들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환경오염 시키지 맙시다! 

급경사 하산길에서 몇번인가 엉덩방아를 찐 집사람이 살그머니 얼음위에다 엉덩이 흙을 씻어내고 있다.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산을 찾을 수 있게 하여 주고, 거기다 더하여 왠만한 산행은 함께 해 주는 아내가 고맙다. 그러기에 난 더욱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 그녀에게 우산이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리라...

 

 

묘기대행진

어느 분이 세웠는지 모르나, 일반 상식으로는 불가능 하게 보일 정도로 돌이 세워져 있다 

 

 

냇가의 버들강아지에 물이 오르고 있는 걸 보면,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가 보다

이렇게 깊은 산 속을 걷는 즐거움... 특히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으니 난 언제나 주말을 산속에서 산다. 웬만한 경조사는 봉투전달로 참석을 대신하는 탓에 주위로부터 빈축을 사는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태백산(1,060m)


산행코스 : 유일사 매표소→유일사 안부→장군봉→정상→문수봉→소문수봉→당골(산행시간 : 시산제 시간 포함 5시간)

산행일 : '09. 2.21(토)

소재지 : 강원도 태백시


무공해, 친환경 에너지인 원자력발전의 적정비중 확대가 불가피한 여건 속에서, 그로 인해 발생되는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를 통해 원전의 안전운행을 담보하고,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창립(‘09.1.1)된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KRMC)...

앞으로 어떠한 에너지 위기가 도래할지라도 우리 후손들에게 에너지 자립국으로서 녹색성장과 풍요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게 하자며, 마침 최근 발족한 사내동아리 등산동호회에서 추진하던 창립산행을 회사차원의 행사로 확대하여, 민족의 영산(靈山)인 태백산에서 우리들의 다짐을 산신령께 고하는 등, 공단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한 구성원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를 마련 마련하였다. 

 

 

 

유일사 입구 매표소에서 출발(05:00) 

유일사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등산로를 들어서면 승용차가 넉넉히 다닐 수 있는 임도를 따라 유일사 뒤 능선 안부까지 다달을 수 있다. 대부분의 유경험자들이 유일사 매표소나 화방재를 들머리로 삼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산행시 경사도 완만하고 태백산 칼바람을 등지고 걸을 수 있기 때문...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간사의 지휘로 몸부터 풀고...

태백산은 남성다운 웅장함을 지닌 민족의 영산으로, 옛부터 "한밝뫼"라고 불리며 신령시되어 왔는데 정상인 망경대는 한민족의 시조인 단군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이 마련되어 있어 매년 가을 개천절이면 이곳에서 단군제를 올린다.  

 

 

유일사 뒤, 쉼터에서 잠깐 숨을 고른다.

산행객들의 랜턴빛이 능선을 따라 줄을 지어, 은하수처럼 흐른다. 불빛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어 야간 산행의 또 다른 멋을 연출하고 있다. 앞서가는 사람들의 불빛이 한곳으로 집중하고 나 역시 그 한곳으로 불빛을 집중한다.

 

 

유일사 가는 길은 상념의 길이다, 그래서 홍보팀장은 사진찍어주느라 더욱 분주한 모양이다. 

태백산이 지닌 소란함과는 별리된 길, 그 길의 느낌은 참 좋다. 지나간 이의 흔적은 있되 숨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는 고요가 깔린 길이다. 아무도 보는 이 없지만 걸음은 조심스럽다.  

 

장군봉 못미쳐 함백산 방향의 능선은 서서히 붉은색을 띠기 시작한다.

장군봉을 1Km정도 남겨둔 지점에 도착하면 오래된 주목들이 길 옆으로 늘어서서 열병이라도 하듯 등산객을 맞는다. 곧게 올라간 몸통을 타고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가지를 뻗치고 있는 주목은 도시에서 보는 일반 나무들 모습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원시적인 힘이 느껴진다.  

 

힘들여 산을 오른 보답이랄까 모든 이들의 눈이 호사를 누린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탄성! 환호! 세상엔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은가 보다. 어스름 허공에 떠오르는 붉은 색 띠....   사는 것은 늘 허무했다. 아니 환희에 넘칠 때도 있었다. 뭔가에 목말라 했던 내 삶은, 해갈을 찾아 늘상 제멋대로 헤집고 다닐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길이 보이지 않을 땐 잠깐이나마 쉬어가리라, 지난 생을 반추해보며...

 

새해 새 직장, 새 희망... 초라한 나 자신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날 만들어가고 싶다. 새해에는 그런 느낌으로 산도 찾아보고 싶다. 비바람치듯 요란하지 않고 안개비 소리 없이 옷깃을 적시듯, 조용히... 그러고 새로운 가슴으로 산을 느껴보고 싶다.

 

태백산은 주위의 매봉산, 함백산, 천의봉, 백병산, 금대봉 등 해발 천m를 넘기는 준봉들과 잇달아 있고, 높은 산의 특징대로 1년중 겨울날씨가 5~6개월이나 될 만큼 길고, 강설일수도 근 한 달여에 이른다. 그러나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다른 지역보다도 훨씬 눈이 적게 왔으니 안타까울 따름...

천제단 주변에는 제법 많은 산 꾼들이 몰려있다. 날이 밝아오면서 동쪽 하늘은 서서히 노을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능선너머에서 빠알간 얼굴을 내민다. 얼마만인가 햇님이 저렇게 발가벗고 우릴 맞이해 주시는게...

 

천제단이 마치 신전처럼 다가오고 새벽의 어둠이 점점 가셔지고 밝아오는 사물을 눈으로 인식하기전 태백산은 그렇게 내 가슴에 와 닿았다. 일출을 보기위한 좋은 자리는 이미 선점이 되어버렸고, 약 십여분의 시간동안 동녘하늘에 운해가 없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그리고, 잠시나마 가만히 눈을 감아 본다.  

 

 

 

머릿속의 잡념을 없애고 모든 것을 털어 버리기 위한 일출은 벌써 나의 마음속에서 시작된다. 갑자기` 와'하는 소리에 바라보니 붉은 태양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아침07시6분에 떠오르는 일출은 함성과 박수소리에 연신 흥분되는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구름위에 주단을 깔아놓은 듯 능선은 붉게 물들여 간다.

 

드디어 붉고 예쁜 해가 눈섭처럼 그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들 힘찬 함성으로 해를 맞는다. 정상주변에는 단체로 온 산객들이 기념사진 찰영에 요란스럽다. 어제의 해와 똑 같은 해이건만 무엇 때문에 해맞이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나 역시... 뭔가를 갈구하는 맘이 있는 이상은,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해를 원하지 않을까?  

 

함성이 이어지고 정말 바다에서 본 일출은 저리 가라일 정도로 붉게 달아 오른 해가 장관이다. 비록 새해 첫날은 아닐지라도, 저 일출의 여운을 가슴속에 따뜻하게 담고 올 한해를 맞이할 것이다.   어느덧 일출은 제 할일을 하려는 듯 온 세상의 밝음을 비추며 중천으로 향하고 있고, 반면 차가워진 손과 몸은 어서 빨리 하산을 서두르라고 재촉한다.

 

 

 

 

찬바람이 혹독할수록 정상은 더한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한기에 노출된 얼굴이 아려도 불타는 일출의 장관을 맛보았으니 무에 억울하랴~ 산뜻하게 돌리는 발걸음에 더하여, 상고대로 새롭게 환생한 정상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든다. 주위를 배회하며 선경을 만끽한다.    

 

 

날이 밝아오자 겨울가뭄 탓에 조금은 약하지만 상고대가 우릴 반긴다. 그러나, 아무리 약해도 어디 서울근교에서 이런 광경을 마주칠 수 있으랴... 곳곳에서 감탄의 소리가 들려온다.

 

 

산은 같은 산일지라도 오를 때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 만난 이 아름다움... 이 겨울에 내린 눈이 봄날 훈풍에 녹아내리듯 내 가슴에 채워진 자국들도 언젠간 지워지겠지만, 저 주목 주위를 두른 울타리의 철사줄을 인연의 끈으로 삼을지라도, 산이 품은 진리만은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하단에는 등산 동호회 회원들이 벌써부터 제물을 차리고 있다. 시루떡에 포와 삼색과일, 거기다 대전 센터에서 가져온 소곡주... 산신제치고는 넉넉한 상차림이다. 

산정에 부는 바람은 매몰찼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며 등을 떠민다. 이제와서 무엇을 기다리고, 그 기다림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조금 더 머물다가 산신제를 지내기로 되어있는 하단으로 향한다. 하단은 바람은 조금 잔잔하지만 매서운 추위는 여전하다.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까지도 얼어 버렸는지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영험하기로 소문난 산에서, 어이 우리 공단의 발전을 축원하지 않으리오

태백산은 삼국사기에 왕이 친히 천제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신성시됐고, 지금도 개천절이면 국가의 태평과 번영을 기원하는 천제를 지낼 정도로 민속신앙의 성지다. 새롭게 태어난 우리 공단 임직원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정성을 다하여 태백산 산신령께 무궁토록 발전하게 해 주실 것을 빌어본다. 

 

  

일치된 마음을 바탕으로 공단의 역사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 힘차게 출발!

우리 손으로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체계를 원자력에너지의 이용확대를 위한 탄탄한 기반을 세운다면 우리 후손들은 미래에 어떠한 에너지 위기가 도래한다 할지라도 에너지 자립국으로서 녹색성장과 풍요를 누리게 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안전성과 국민적 신뢰는 우리 공단의 최선의 가치!

이 원칙을 모든 사업에 금과옥조로 삼아 방사성폐기물 관리 전담기관으로서 높은 위상을 확립해 나간다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관으로 우뚝 설수 있을 것이다.

 

 

사업본부 : 사용후핵연료는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자!

소중한 에너지자원인 동시에 매우 민감한 국제적 이슈이기도 한 사용후 핵연료는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우리 국민 모두의 지혜와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앞으로 일반대중,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투명한 논의가 공개적으로 전개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사회적 수용성을 이끌어 낸다면,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운영본부 : 투명하고 안전한 방폐물 관리로 국민적 신뢰를 획득하자!

모든 방폐장 업무를 객관적이고 공개적, 그리고 투명하게 처리하는 한편, 지역 사회와도 조화를 이루면서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면 공단의 추진 업무에 국민신뢰는 자연스레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경영지원본부 : 성과와 효율중심의 경영에 매진하자!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현 정부에서 첫 번째로 발족되는 공단... 우리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열정적인 창의와 혁신의 자세로 낭비 없는 공공기관, 최고로 일 잘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한편, 임직원 모두가 직장에서 꿈과 희망과 열정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신바람 나는 일터...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화합하며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는 보람된 삶의 터전을 만들어 나가자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 :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갖춘 시설을 만들자!

현재 건설중인 1단계 중저준위 방폐장을 국제규범을 준수하며 안전하고 친환경적로 건설, 운영함으로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켜나간다면, 신뢰의 토대가 구축될 것이다. 

 

 

방폐물기술개발센터 : 국제적인 수준의 방폐물 관리기술을 확보하자!

방사성폐기물의 발생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핵심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처분시설 설비국산화는 물론 해외의 선진 방사성폐기물관리 전담기관과의 기술교류를 확대하여 관리기술 선진화와 국민건강과 환경을 지키는데 앞장서자  

 

 

겨울 산을 오르면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이 설화이다. 나무들이 흰 눈을 가지에 얹고 있는 모습이 설화... 반면, 가지위에 가는 얼음을 얹고 있는 것이 상고대이다. 상고대는 나무서리라고도 하며, 겨울철 날씨가 맑은 밤에 기온이 0도 이하 일 때 대기 중에 있는 수증기가 승화되어 차가워진 물체에 붙는 것을 말한다.

 

 

아직은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움은 아니다

섬세한 가지 끝에 눈꽃 사뿐이 내려앉든지, 서리꽃 주렁주렁 매달리든지 눈꽃이든, 서리꽃이든 녹아 빙화를 만들어 달든지 그런 풍경 늘 꿈꾸어오지만 단 한 번도 현실이 되어 나타나진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비록 약할지언정 서리꽃이 우릴 맞고 있지 않은가... 경이로움에 차마 두 눈 다 뜨고 보지 못한다.

 

 

산이 나무되고, 나무가 산이 됨으로서 하나 된 小宇宙... 그 깊고 깊은 진리를 가슴에 담고 싶다. 그러지 못하는 난 가슴이 답답해 온다..

 

 

다른 나무들이 여름의 짙고 푸르른 녹음의 잎들을 가을 찬바람에 시달리다 떨어지고 난 다음에야, 본연의 푸른빛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나무... 오늘 이 모습을 담아갈 지라도,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 자리에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의 나무를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

천년의 고독과 모진풍파를 이겨 냈음에도, 결코 내세우지 않는 의연한 한그루 고목 앞에서,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돌아볼 날이 더 많은 난, 지나온 생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는다.

 

 

태백산(太白山)은 예로부터 ‘한밝뫼’라 불렸다. ‘크게 밝은 산’이라는 뜻이다. 태고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국가중요민속자료 제228호)을 머리에 이고 있어 민족의 영산으로 여겨진다.  

 

 

十勝地之라는 말이 있다. 즉 전쟁이나 흉년, 전염병 등이 돌아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땅으로, 일상 생활터전과는 달리 천재지변을 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열 곳을 말한다. 지형이 험준한 태백산과 덕유산 사이에 절반이상이 분포한다. 오늘 우리가 오르고 있는 태백산은 영산으로 소문난 곳이니 물론, 십승지중 하나는 당연히 품고 있을 터... 李重煥은 擇里志에서 태백산 아래에 자리잡은 내성(乃城 : 現 봉화읍)을 춘양(春陽) 소천(召川) 재산(才山)과 함께 피병(避病) 피세(避勢)의 땅이라 하였다  

 

 

유치원 아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요즘 봄이 ‘보리밥 쌀밥 놀이’를 하고 있단다. 볕발이 곱고 다사롭다가 코끝이 매울 정도로 추워진 변덕스러운 날씨를 빗댄 말이다. 아이들은 봄이 올듯 말듯 약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하기야 2월은 봄도 겨울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2월이 가장 여행하고 싶은 계절이다. 봄이 가슴팍까지 밀고 왔다가, 다시 매운 추위가 이어지면 봄맛을 본 사람들의 마음이 들썩거리기 때문이다.

 

 

동쪽에 위치한 문수봉 위에는 자갈이 많다. 자갈로 된 돌무더기를 멀리서 보면 마치 흰 눈이 쌓여있는 듯하다 하여 태백산의 이름이 이곳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소문수봉에서 바라본 함백산

아침 안개사이로 검은 눈썹같은 산릉이 부드럽기만 해 살그머니 눈길만 내려 걷게하고, 한참을 바라만보고 있다 보낸 눈길 다시 대려온다  

   

태백시 건너편에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 곳은 매봉산...

때로는 곧은 나무보다도 굽고 꺽이고 휘어진 나무가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인간도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란 사람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무수히 밟고 지나가고, 그 자리에 또 다른 발자국들이 이 길 위를 지나가고, 지나는 길은 같으되 각기 다른 마음을 품고 아쉬워하며, 때론 흡족한 마음을 가지고,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언제든 다시오리라..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아본다. 이제부터는 지나간 시간과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함께 만들어 지고, 그 소중했던 추억위에 능선위에 내린 눈처럼 또 하나의 시간이 쌓여 간다.  

 

 

태백산은 국내 최고의 겨울 산행지로 꼽힌다. 고산준령에 세차게 휘몰아친 바람이 눈발을 날려 만들어낸 설화(雪花)가 주목군락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설경을 연출한다. 성스러운 기운을 가슴에 품고 일출을 맞은 난, 또 하나의 희망을 안고 산을 내려온다. 공단의 무궁한 발전이라는 희망을 말이다. 

 

 

 

태백산엔 주목만 있는게 아니고 산허리 아래로는 삼나무가 빼곡이 차 있다(하산 완료 : 10:00)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아무리 나무래도, 죽어서 천년을 버티는 것 보다는 단 하루를 살아도 제대로 느끼고 싶을 것이다. 나도 단 하루를 살더라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고 싶다  

신선바위봉 (1,060m)


산행코스 : 새터→무릉치→여량치→세거리재→신선바위봉→고인돌전망대→관음사→산골식당(산행시간 : 휴식시간 없이 5시간30분)


소재지 :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과 주천면의 경계

산행일 : 2009. 2. 15(일)

함께한 산악회 : 서울마운틴클럽


특징 : 주천강과 평창강이 합수하는 곳까지 이어지는 백덕산 긴 주능선 자락의 첫번째 봉우리이다. 노송과 기암이 어우러져 나름대로 운치가 있으나, 경관은 다른 바위산에 비해 특별히 빼어나지는 않다. 20m가 넘는 수직 절벽으로 이루어진 정상에서의 조망은 일품   

 

산행들머리인 새터 마을

도로변에 소담스런 정자와 돌탑 몇개가 이정표 대신 산행 들머리임을 알려주고 있다.

 

 

산행은 도로 우측의 냇물을 건너야 하는데, 건너편 팬션에서 설치한듯 아담한 흙다리가 앙징스럽다.

 

 

팬션 앞을 지나 왼편으로 100m정도 진행하면 우측으로 사방댐이 보인다. 그리 가파르지 않는 계곡을 따라 곧장 오르면 무릉치에 다다른다.

 

 

무릉치

무릉치는 단풍나무가 어울린 숲 터널속에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야말로 오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 안부에 올라서면 좌우로 지맥 능선이 이어진다. 오늘은 신선바위봉으로 가야하니 백덕산 방향인 좌측 능선을 타야 한다. 산길은 비교적 뚜렷하지만 사람이 워낙 안 다녀 낙엽이 푹푹 쌓여 있다. 마치 낙엽 러셀이라도 해야 할 듯...   

 

 

무릉치에서 신선바위봉 방향 등산로는 급경사 오르막 길이다. 짧은 거리에 고도 150m 정도를 올려야 하는... 낙엽이 미끄럽다. 마치 러셀이라도 하듯 발로 낙엽을 헤치면서 올라선다...  

 

법흥산

이정표에 적혀있으나 지도상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다. 발목을 윗도는 낙엽... 바닥은 얼어있고, 낙엽위은 잔설로 덮여있으니 미끄럽기 그지없고, 그야말로 산행의 최악 조건이다.  

 

 

법흥산성

좌측으로 지능선이 분기하는 836봉에 도착하니 작은 돌무더기가 있는 가운데 '법흥산성 해발 836m'이라는 표지목이 설치되어 있다. 돌무더기가 아마도 법흥산성의 흔적인 모양이다. 아울러 우측 지능선 방향으로 '←1.7km 내려가는 곳'이란 이정표가 있다.  

 

 

단풍이 이미 진 상태이지만 아주 가는 것이 서러운 듯,  붉은 이파리를 매단채로 가느다란 바람한줄기에 애처롭게 떨고 있는 나무들이 간간히 보인다. 한창 단풍철이라면 또 하나의 절경을 만들었을 듯... 등산로 주변엔 제법 많은 단풍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시종 울창한 원시림속에 전형적인 오지능선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만일 오늘처럼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면 마음마저 느긋해질텐데... 미끄러운 등산로를 조심해서 진행하다 보니 발걸음은 무겁고 갈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능선 우측으로 신랑봉 각시봉 능선이 건너다보인다는데, 보이느니 떡갈나무 숲... 거기다 더하여 어설픈 눈보라는 시계를 제로로 만들고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능선은 어디가 어딘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낙엽 쌓인 능선을 따르다 보면 유난히 겨우살이가 많이 자생하고 있어 청정능선임을 실감한다. 최근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 소문에 웬만한 곳은 모두 채취를 해서 요즈음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겨우살이이다. 나무들이 워낙 높아 그저 눈요기만 하다가, 몇해 전 집사람이 암수술 받았던 것을 기억해 내고, 나무에 매달려 본다. 한바구니 정도를 채집해 왔는데, 그걸 본 집사람이 위험한 일을 했다고 나무란다. 그래도 난 좋다... 뭔가 사랑하는 이를 위한 일을 했으니까....

 

<겨우살이>

참나무, 자작나무 등 다른 나무에 기생하는 다년생 식물. 사시사철 늘 푸르고, 겨울이면 꽃과 열매를 맺는데, 속성은 숙주에 들러붙어 번식하는 종양과 같다. 따라서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으로 고친다(Like cures likes)'는 동종요법 개념에 들어맞는다. 세포독성. 면역조절. 항종양 기능이 있으며, 항암작용이 가장 높은 약재중의 하나이다.

 

 

 

항암이란 단어를 떠올린 탓일까? 등산로 곁에 사람으로 치면 무슨 암이라도 걸린 듯 가지마다 커다란 혹이 잔뜩 달린 나무가 보인다. 어서 빨리 암이란 병마가 없어져 사랑하는 이들과 본의 아니게 헤어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산에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지천이다. 세속의 때를 비우고, 그 빈 공백에 새 희망을 담아 오는 것은 차라리 부차적일 정도...  오늘도 난 제법 많은 양의 운지버섯을 채취할 수 있었다

< 운지버섯 > 

침엽수와 광엽수의 죽은 나무, 혹은 그루터기에 자라나는 원형 및 반원형의 흑․회색 버섯. 조직이 가죽처럼 질기고 딱딱하며 맛이 없어서 식용으로 쓰이지 않으나 근래에 항암성분이 발견되어 유명해졌다. 0.5~1L의 물에 운지 갓 10~20개 정도를 넣고 끓여 음료수로 마시면 된다.

 

 

다시 급 오름길... 그러나 시종 울창한 원시림속에 낙엽이 푹신한 능선을 이루는 멋진 분위기이니 미끄러움에 힘은 들지만, 기분만은 상큼하다.

 

< 백덕지맥 >

영춘지맥(춘천 경강역-정선군 신동읍 예미리 중말까지 이어지는 272Km 능선)의 양구두미재(평창군 봉평면 소재)에서 영월(서면)의 배일치재까지 이어지는 능선으로 총 연장 54Km이다. 능선은 청태산, 오봉산, 사자산, 백덕산, 신선바위봉, 다래산 등을 품에 안고 있다.   

 

 

 

여림치는 양쪽 산길 족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기사 오늘 걷고 있는 백덕지맥도 일년내내 지맥 답사하는 몇몇이 지나다니는 공비루트이니 두말해서 무엇하랴... 낙엽이 무릎까지 덥고 있고, 등산로 주변의 싸리나무는 자기를 귀찮게 건들인다고 사정없이 뺨을 후려친다.  

 

 

새거리재에서 약 5분 정도를 오르면 생각치도 않은 커다란 바위가 능선을 가로막고 있다. 높이가 족히 50m 정도는 될 듯... 처음엔 작은 비박굴이 있는 밋밋한 바위 봉우리로 보이나, 옆면을 돌아 정상방향에서 보면 촛대바위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바위로 다시 태어난다.   

 

 

새거리재를 지나면 정면 떡갈나무 숲의 빈 가지 사이로 신선바위와 1258봉이 간간히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더 조망이 트이길 기다리다 카메라에 담는 걸 놓쳐버렸다. 아쉬움 -^^-*

 

 

나무가지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신선바위봉

정상에 오르려면 매어진 줄을 잡고 세미클라이밍의 묘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힘쓴 보답인양 정상의 조망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신선바위는 주능선만 빼고 북,서,남쪽은 20M가 넘는 수직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자연히 조망이 빼어날 수 밖에 없다.

 

 

밧줄을 잡고 신선바위로 올라서면 정상,, 정상은 7~8평 남짓 넓은 마당바위를 이루면서 사방으로 조망이 막힘이 없다. 호연지기를 자연스레 느낄 수 있으니 난 또 한명의 신선이 된다.  때마침 간간히 뿌리던 눈보라도 그치면서 주변이 트인다. 관음사 방향 발 아래로 법흥사에서 흥원사(관음사)로 이어지는 계곡이 속속들이 보이고, 그 뒤 사자산 능선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백덕산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백덕산은 1258봉에 가려 안 보이지만 1258봉에서 이곳까지 이어진 암릉들이 모두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뒤돌아 보면 걸어온 능선들이 첩첩산중으로 이어지는데,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걷는 것이, 그렇지 않는 산행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산행이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은 아마 치악산일 것이다.

 

사자산의 반대편엔 월악산의 능선이 보인다.

 

날머리인 흥원사(관음사)까지 2.5Km이니 1시간 정도는 소요될 듯.. 눈길에 경사까지 심하니 어쩜 더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엉금엉금 기어 내려온 하산길은 한시간을 훌쩍 넘겨버리고 만다. 하산길은 표지기도 있고, 또렷한 편, 조심스럽게 바위면을 내디디며, 급경사 내림길을 내려선다.

 

능선길은 군데군데 상당한 급경사를 보이나 노송이 울창한 작은 암릉들이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요상하게 생긴 바위들...  하산길의 기암괴석과 분재같은 소나무들은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고 산행의 피로까지 말끔히 씻어준다.  

 

고인돌 전망대

하산길은 좌우로 급경사를 이루면서 거친 산세이나 날등만은 부드러운 길로 이어져 다소 편안한 발걸음이다. 등산로 주변은 바위와 어우러진 노송지대... 그렇게 40여분을 내려가면 전망대 바위가 나타난다.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아담한 관음사가 평화롭기 그지없다.   

 

묵빛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진 전망대에 서면, 건너편에 연화봉, 사자산이 늘어서 있다.

 

사자산 자락에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인 법흥사를 품고 있다. 5대 적멸보궁은 설악산의 봉정암, 함백산의 정암사, 사자산의 법흥사, 취서산의 통도사, 오대산의 상원사로 통일신라시대 고승들이 인도에서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셔와 봉안한 우리나라 불교의 성지와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전망바위를 지나면 다시 바위지대가 시작되고, 급경사 바위사이를 내려서야 한다. 그렇게 한참을 미끄러운 바위 내림 길이 이어지므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렇게 전망바위에서 30분 정도를 내려오면 관음사를 만난다(주의 : 흥원사에서 선녀바위봉을 오르는 등산로는 산불방지기간에는 입산이 통제됨)  

 

흥원사 앞 계곡은 곳곳에 넓은 암반이 있고, 그 위를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여름철 피서에 제격일 듯... 하지만 주위에 평상이 늘어서 있는 것으로 보아, 인근 음식점에서 이미 자리를 차지해 버린듯 싶다.  

 

흥원사 (관음사)

영월군 수주면 사자산 중턱에 자리 잡은 절.. 약 20여년 전에 절집을 세웠다하니 그리 오래된 절은 아니나, 산세가 좋고 물 깊은 계곡을 끼고 있어 어느 명찰이 부럽지 않을 듯 싶다. 원래는 관음사였으나 얼마전에 흥원사로 개명했다고 보살님이 일러주셨다.

 

괘방산 (掛榜山 339m)


위치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역과 안인진역 사이


산행코스 : 안인진리-삼우봉-괘방산-당집-212봉-정동진역(산행시간 : 3시간30분)

산행일 : '08. 12. 13(토)

함께한 산악회 : 청계산악회

특징 : 산의 모양이 옛날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의 명단을 붙이던 방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 96년 북한 무장공비들의 잠수함 침투를 계기로 안보체험 등산로를 개설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산으로, 요즘엔 정동진을 끼고 있어 신년 일출산행지로 많이들 찾고 있으나, 일출을 빼놓곤 짬을 내어 찾아볼 특별한 의미는 주지 못하는 산이다.  

 

 

산행 들머리는 안인진리 삼거리

동해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끼고 남북으로 이어지는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소문난 7번 국도의 도로변에 차를 세우면 서쪽으로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입구 감시초소에선 등산객들의 인적사항을 체크, 안보체험 등산로답게 비록 간이화장실이지만 공중화장실이 깨끗하게 유지․관리되고 있다.

 

 

들머리입구 나무계단을 올라서자 안인진 앞바다의 망망대해가 더 할 수 없이 시원하게 다가오고, 동해 한 가운데서 밀려온 파도가 해안선에 부딪쳐 생기는 새하얀 포말이 순백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겨울바람은 불고 있으나 그 끝은 맵지 않다. 그저 산 오름길의 목덜미 땀이나 닦아 줄 정도... 

 

 

가파른 나무계단을 잠시 올라서면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가 이어지고, 등산로 주변은 소나무 일색... 우리나라 나무 중에 치톤피트를 제일 많이 내품는 나무가 소나무라는데 아무래도 오늘 산행은 횡재 웰빙산행이 아닐까 싶다. ‘당신 피부 최소 5년은 젊어질 것 같다’는 내말에 집사람도 기분 좋은지 싱글벙글 걷는 발걸음이 웬지 가볍다.

 

 

괘방산은  산행을 마칠 때까지 이렇 듯 줄곳 바다와 산이 하나가 된다. 섬이 아닌 육지에서 이런 등산로는 흔치 않을 듯... 서울에서 정동쪽이 된다는 정동진리와 안인진리 사이에 동해를 따라 남북으로 산줄기가 뻗어 있다. 옛날에는 돌김과 미역이 유명하고 산에는 곰솔이 빼곡하여 사람은 물론 범도 운신하기에 힘든 곳이었단다.

 

 

산은  산이라서 가끔은 이런 돌부리를 만나기도 한다. 괘방산은 육산으로 등산로 또한 대부분이 소나무 낙엽이 곱게 쌓인 부드러운 길이나, 간혹 이렇게 심은 듯 바위가 박혀 있는 길도 만나게 된다.

 

 

산을 걷다 보면 산사태로 무너진 절개지가 보이는데 흙이 붉은 게 아니고 검은 색에 가깝다. 이는 이곳이 바로 삼척탄전의 일부분이라는 증거... 삼척탄전은 태백, 삼척, 강릉을 잇는 무연탄 생산지로 80년대 말에는 국내 무연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했던 곳이다. 80년대 초반 공직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이곳에 있던 탄광을 방문한 일이 있었고, 갱도에 들어갔다가 동해바다 밑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행여 수장될까봐 엄청 가슴 졸였던 쓰디쓴 기억이 있는 곳이다.

 

 

계속 이어진 등산로를 오르다보면 “삼우봉2.5km”의 이정표가 나타나고 곧 이어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에 설치된 전망대인 정자에 도착하게 된다,  소나무사이로 안인진리의 항구와 동해바다가 한폭의 그림처럼 멋스럽게 조망된다.

 

 

하얀 연기를 품고 있는 것은 영동화력, 삼척탄전에서 생산된 열량이 떨어지는 무연탄 소모를 위해 만든 발전소이다. 4년전 한파로 무연탄 공급에 애로가 생겼을 때, 이곳에 들렀었고 며칠을 여기서 머물며 가슴 졸였던 추억이 서린, 나에겐 애환의 장소다.  

 

 

괘방산 방향 능선

고려산성지를 지나 삼우봉으로 가는 길에는 주위의 능선들이 물결치듯 눈앞에 펼쳐진다. 동쪽으론 해변의 멋스런 풍광들이 한폭의 그림인양 떠오르고...  능선은 계곡의 깊이와 물길을 먼저 정해 놓고 흙을 쌓아  산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해안선을 마주 보는 산 능선은 넉넉하고 편안하다.

 

 

고려(괘방)산성터

능선과 동해바다가 좌우로 조망되는 능선길을 이어가다 보면 돌무더기를 만난다. 언제 어떤 규모로 만들어 졌는지도 모를 돌무더기가 20m 정도 이어지는데, 과연 이걸 보고도 산성의 흔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고개를 갸우둥거리게 만든다.

 

 

 

삼우봉

괘방산 정상 다음으로 높은 봉우리로 342m. 괘방산은 봉우리인지 등산로인지 잘 구분이 안가는 능선들이 많은데, 삼우봉도 정복의 희열은 느낄 수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봉우리중 하나이다. 다만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이용하고 있어 전망은 매우 좋다.

  

 

‘삼우봉 정상은 상어이빨처럼 생겼다’는 얘길 듣고 유심히 살펴보지만 글쎄..., 아마 이빨처럼 생긴 이런 바위들이 듬성듬성 서 있어 그러나 보다.

  

바다가 지칠 줄 모르는 파도의 솟구침이 있다면 산은 일상의 번뇌를 다 보듬어 주는 평온함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괘방산이 유명하게 된 것은, 은밀히 넘어온 북한의 잠수정이 안인진리 앞바다에서 고기잡이 그물에 걸리는 통에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서이다. 이 일을 계기로 국산 어망의 품질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나? 믿거나 말거나 ^^-*

 

 

괘방산 정상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거기다 정상표지석도 없어 잘못하다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정상에는 표지석 대신 등명락가사 에서 써 붙인 경고판이 설치되어있다. “여기는 등명락가사 부처님 기를 모신 정봉이다. (괘방산의 맥이다) 자장율사께서 이산맥을 중심으로 등명락가사를 창건하셨다. 이러한 명산을 잘못건드려 불행한 일을 절대로 없어야 하겠다. 그러니 누구든지 여기는 손을 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 정상석을 세우지 않은 것은 이 경고판 때문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입맛이 별로~~^^-*

 

 

괘방산 정상에서 중계탑을 우회하여 하산길에 접어들면 “괘일재0.3km"의 이정표가 있는 임도가 나타난다. 능선길을 따라가다 보면 푸른 동해바다가 눈앞에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해안에 부딪치는 파도의 하얀 포말이 가깝게 다가온다.

 

 

당집

멋스런 노송들이 치톤피트를 내뿜고 잇는 평탄한 산길을 이어가다보면 낡은 함석을 머리에 인 초라한 건물을 만난다. 하나 있는 쪽문이 굳게 닫힌 씨멘트 움막집이 울타리도 없이 폐허마냥 서 있는 당집은 널따란 터에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유원지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데, 평상 두어개와 돌무덤이 곁을 지키고 있다. 

 

 

괘방산 산행의 묘미는 여느 산과는 달리 연인들의 아베크 코스를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동해바다를 조망하면서 고즈넉한 산길을 걷다보면 마치 동네 뒷산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대모산 같은 기분이 드네요'는 집사람의 멘트... 대모산이 얼마나 좋은 산인데 그러시나요~~

 

 

이곳은 옛날 탄광이 있었던 곳... 마치 석탄 운반도로 같은 널다란 길을 걷다보면 솔방울이 유난히도 많이 달린 죽은 소나무 군락이 나타난다. ‘나무는 종족 번식을 위하여 씨앗을 남기는 것’이니 애달픔의 한 자락이 아닐까?   

 

   

문득 ‘대나무는 매 60년마다 꽃을 피운다’라는 속설에 대하여 ‘대나무는 환경요인 등으로 인해 그 수명을 다할 때 종족 번식을 위해 꽃을 피운다’며 반론을 펴던 어느 전문가의 글이 떠오른다.  아 생존욕구의 위대함이여~~

 

 

‘괘방산의 지표는 산불조심?’ 리본, 프랭카드, 입간판 등등.. 온통 산불조심 표어들이 산을 둘러싸고 있다. 심지어 강릉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괘방산 정상에 널따란 프랭카드를 설치하면서  ‘금품수수나 향응을 제공받으면 벌금이 얼마, 신고하면 포상금 얼마’와 함께 산불조심 표어를 적어 놓았다. 산속에서 웬 선거운동???

 

 

주저리주저리 솔방울을 매단 소나무들의 시체를 지나고 나면 또 다시 삶은 시작되고, 나아 갈수록 그 삶의 색깔은 짙어만 간다. 산의 초입 넘치는 젊음을 자랑하는 푸르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간어림의 사색이 완연한 흑갈색은 더욱 아닌, 비록 누르스름하지만 삶의 의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해풍에 시달렸기 때문일까 더디게 자라며 꿈틀거린 형상은 분재용으로 적격이다.  

 

 

삶의 끝에는 죽음이 있으나, 죽음은 또 다른 탄생의 시작이니 삶과 죽음은 하나가 아닐까? 밀레니엄 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취도 없이 절개수술을 당해야 했던 난 종합병원의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다. 문득 떠오른 화두는 ‘삶과 죽음은 하나’... 그리고 새로운 삶의 지표는 당연히 오늘을 마음껏 즐기는 것일 수 밖에 없었다.

 

 

212봉을 지나면서 부터는 정동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정동진 선크루즈 호텔의 모습도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지고... 쌍쌍이 걷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도 정동진 해수욕장의 너른 모래사장에 점점이 박혀간다.

 

 

산행의 날머리는 정동진역 앞

나는 오늘도 산을 오른다. 운동만을 목적으로 산을 가는 것이 아니라, 산이 품고 있는 계곡이나 그 산을 이루고 있는 나무의 모양새나 땅의 냄새나 풀의 향기나 혹은 수줍게 얼굴을 감추고 있는 소로나 툭트인 능선의 후련함을 즐기기 위해 산에 간다. 

 

 

정동진역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전에는 길손 드문 적막한 간이역이었다. 우주의 미아처럼 철저히 고독해진 자가 하오의 한나절을 즐기기에 충분한 사색의 공간... 어느 한 장소가 이토록 급속하게 변할 수 있을까? 인기드라마 몇 장면이 그토록 한적했던 촌락을 순식간에 관광명소로 바뀌어 버렸으니 불가사의 자체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등산객이 아니면 대부분 청소년들 일색이다.  

 

 

정동진 앞바다

고운 모래사장과 파도속에 간간이 들어나는 바위들은, 사계절 바다 여행으로 또 추억을 하나쯤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곳이었으나, 기차길옆 오막살이 동네는 약삭빠른 상흔이 판치는 상업의 거리로 확실하게 변해버렸다. 짬을 내어 자리잡은 자그마한 주막, 어묵꼬지 두 개에 떡볶이 하나, 그리고 소주 한병이 1만2천냥이니 그런 소리 들을 만하다.  

 

 

“正東津”은 조선시대 한양의 광화문으로부터 정확히 동쪽으로 내달으면 닿게 되는 나룻터라 해서 이름 붙여진 곳으로, 1995년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SBS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사람보다 역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훨씬 많은 곳이다.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밭, 그리고 짝을 지어 깔깔거리는 젊은이들은 겨울바다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었다. 겨울바다 위로 흐르는 공기는 맑고 기운찼으며, 젊은이들의 주체 못할 감정들이 갈매기들의 날갯짓과 함께 대기속으로 녹아들었다. 

 

 

걷는다는 것은 우선 흙을 느끼며, 가두고 있던 나를 자연에 던지고 맡기는 일이다. 입은 닫되 귀를 열고, 소로를 따라 걷는 걸음에 행여 허황된 욕심이 붙어 있지는 않는지, 몸이 마음을 앞지르지는 않는지, 불필요한 것에 매여 정말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는 지를 돌아보는 일이다. 그저 그렇게 나를 돌아보며, 난 집사람과 함께 오늘 하루를 마음껏 즐기며, 오늘 하루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사랑에 충실했다.  

 

매봉산((1,280m),단풍산(1,180m)

함백산이 서쪽으로 뻗은 능선이 매봉산을 만들고 나서, 옥동천에 막혀 더 이상 뻗어나지 못한 곳에 단풍산을 만든다. 남쪽은 절벽으로 이루어져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북쪽은 부드러운 사면으로 이루어진 울창한 숲을 간직한 산


산행코스 : 솔고개-철탑-전망바위-단풍산-서봉-매봉산-멧둔골-아시내(산행시간 : 5시간)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징 : 31번 국도나 다른 조망처 등 남쪽방향에서 바라보면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지만 막상 산행중에는 숲으로 둘러 쌓여있어 두어 곳을 제외하고는 조망이 일절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특색이 없는 산이다.  

 

 

산행들머리인 솔고개에서 바라본 단풍산, 바위의 위용이 장난이 아니다.

정상까지의 등산로는 급경사로 인해 숨이 턱에 찰만하면 위로라도 해 주려는 양 완만해지기를 반복하는 능선을 2시간 정도 올라야 한다. 등산로 주변에는 초반엔 소나무, 위로 올라갈수록 굴참나무의 수가 많아진다. 물론 강원도 산답게 철쭉도 지천이고... 

 

  

들머리에서 그냥 산을 올랐다면 오늘 산행은 하나마나.... 솔고개 표지석 오른편 언덕에 있는 명품소나무가 오늘 산행의 백미이니 말이다.. 어느 제약회사의 로고를 연상시키는 나무는 수령이 306년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산행 들머리에서 바라본 병풍바위(멀리서 본 형상이 흡사 병풍을 닮아서)의 위용에 오늘은 손 끝에 바위맛을 볼 수 있으려니 잔뜩 기대 했지만, 아쉽게도 등산로는 병풍바위 밑을 우회해버린다

 

 

병풍바위가 끝날 즈음해서 주능선으로 오르는 넓은 침니형태의 길이 나타는데, 그야말로 급경사, 아니 초경사라고 해야 맞을 듯... 조금이라도 쉬이 오르라 영월군청에서 로프를 설치해 두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진행이 불가능 했다 싶을 정도다

 

 

주능선에서 정상방향으로 동쪽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를 가다보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단풍산에서 조망이 가능한 유일한 곳... 

 

 

절벽위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면 남쪽 발아래로 31번 국도가 실낱같이 내려다 보인다

 

 

정상인 1180봉은 나무에 둘러쌓여 아무런 조망이 없고, 두세평 남짓되는 공터에 정상임을 알려주는 표지석 하나만 덩그라니 서 있을 따름이다. 단풍산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단풍산에서는 단풍나무를 찾아보기 힘들다. 능선에는 굴참나무와 철쭉... 소나무도 심심찮게 보이지만 단풍나무는 가뭄에 콩나듯 어쩌다 한그루씩 눈에 띨 따름이다.

 

 

정상이나 정상이 아닌 정상... 그 너머로 보이는 봉우리는 매봉산

정상 표지석이 서 있는 1180봉보다 더 높은 1215m이니 당연히 단풍산의 정상으로 불려야 마땅하련만, 아무런 표지석 하나 없어 서러운 1215봉... 어떤이들은 이곳을 정상이라고 부르기도 하나, 이곳 영월군에서 1180봉을 정상이라고 표기하고 있으니 따르는 것이 옳을 듯 싶다.

  

 

뜨거운 땡볕이 기승을 부리던 여름도 선선한 가을 바람에 그 자리를 내주듯 온 산을 뒤덮은 녹음도 절정을 끝으로 ‘변신’을 시작했다. 나뭇잎은 녹음을 떨쳐내고 붉은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가을의 절경인 단풍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1천미터 이상되는 곳은 제법 단풍으로 갈아 입었지만, 절정은 이달 중순 이후에나 찾아 올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의 말대로라면 얼마나 고울까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인다 ‘올 가을 단풍은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덕분에 예년보다 훨씬 짙고 선명한 빛깔로 행락객을 맞이할 것’  

 

 

"산마다 물이 들어 하늘까지 젖는데, 골짜기 능선마다 단풍이 든 사람들

그네들 발길따라 몸살하는 가을은, 눈으로 만져다오 목을 뽑아 외치고

산도 타고 바람도 타고 사람도 타네” (한국의 산하에서 옮김)    

  

 

 

매봉산 서봉... 매봉산에서는 유일하게 조망이 가능한 곳이다

'매봉산에서 제일 조망이 좋은 곳인데요' 안부 삼거리에서 만난 일행분께 별로 볼게 없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매봉산으로 향하는데, 어느 여자분이 넌지시 일러주신다. 봉우리 아래로 내려가 보면 더 조망이 좋은 너럭바위를 만날 수 있다는 정보 까지도... 휴~~ 만일 안 갔더라면 오늘 매봉산 산행은 헛것이었다 싶을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었다(그 여자분께 감사.. ^^-*)

 

  

서봉에서 바라본 남쪽 산군들... 태백산에서 선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소백산을 향해 하늘금을 그리며 달려가는 모습이 장쾌하기 그지없다

 

 

매봉산(1,280m)

남쪽은 천혜의 절벽, 북쪽은 부드러운 사면으로 이루어진 산... 

 

산이 깊고 우거져 산짐승이 많고, 특히 진귀한 풀과 나무가 많다는 정보를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오늘 산행에서 일행중 한사람이 산삼을 두뿌리나 캤다. 입추가 지났으니 산삼의 약효가 한창 올랐을터이니 얼마나 좋을고~~~  

 

 

영월군 홈피엔 기암절벽에 어우러진 노송과 울창한 숲을 간직한 비경으로 소개되어 있으나, 산의 경관은 서봉에서만 조망할 수 있고, 막상 정상에 오르면 사면이 나무에 둘러쌓인 조그만 공터에 정상표지석만 달랑 서 있는 모습이다

 

 

안부 삼거리에서 급경사를 30분 못되게 조심해서 내려오면 옹달샘(너덜지대 사이에 생긴 석간수가 엄청 시원한데, 물맛에 반해 사진촬을 깜빡하고 말았다 ^^-*)을 만나고, 산행중 식수 아껴먹느라 참아온 갈증, 이때다 싶게 풀고 나면 하산길은 넓고 순탄해진다..  

 

 

약수터부터의 등산로는 잡목과 풀을 깨끗이 베어내어. 두세명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 걸어도 될 정도로 널따랗게 잘 정비되어 있다. 등산객들을 위한 영월군청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 옹달샘에서 30분 정도를 내려오면 집 전체가 폭삭 주저앉은 폐가를 만난다. 울타리에 선 개복숭아 나무엔 복숭아가 주렁주렁 채면도 잊은 채로 하나라도 더 먹으려 정신없는 집사람...‘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 암~ 이 맛있는걸 먹는데 체면이 문제랴~~~  

 

 

폐가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여기저기 등산로에다 알맹이를 흘리고 있는 산밤나무를 만나고, 주운 산밤 두어개 까먹다 보면 멧둔골 초입의 외딴집을 만난다... 길가엔 들국화의 하얀 외로움이 붉은 들꽃들을 눌러버렸고, 새초롬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억새들은 가을이 이미 우리곁에 와 있음을 알리고 있다, 농가 옆 길가 계곡은 알탕하기에 안성맞춤...

 

 

멧둔골에서 산행중 흘린 땀을 말끔히 씻고난 후,  산뜻한 기분으로 옥동천 외나무 다리를 지나면 산행들머리인 아시내 버스정류장을 만난다. 옥동천 뒷편에 보이는 하얀 축대는 지금은 폐광된 대한중석광산의 광미장이다. 한때는 국내 굴지의 광산으로 이지역의 자랑거리였는데, 지금은 공해만 유발시키는 골치거리로 전락했으니 이게바로 세월의 아이러니....

 

 

아시내에서 바라본 가매봉(1206m), 남쪽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나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지 않아 답사는 불가능하고, 그저 눈으로만 요기해 볼 따름... 

 

 

아시내 정류장 근처의 산사나무엔 열매가 주렁주렁...

게으른 주인장이 채취를 하지 않은 탓에 많은 열매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뜨락에 있는 개복숭아를 따먹어도 된다는 동내 아낙네들의 넉넉한 인심에 용기를 얻은 집사람... ‘산사 좀 따가도 되나요?’ 서방님께 산사춘 술을 담가준다며 근처에서 일하는 어느 분에게 여쭤보지만, 주인이 아니라는 말씀에 이내 뻘춤해 버린다.ㅎㅎ

 

 

나이을 먹어도 내게 있어 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내에 대한 내 사랑이고, 또 하나를 꼽아본다면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어디론가 떠나보는 것이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그것은 늘 가슴 설레임으로 내게 다가온다


그 설렘 끝에 난 오늘도 변신을 시작한 가을 산을 찾아 나섰다. 일상에 지친 삶을 포근한 품으로 안아줄... 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고...,

그리고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고운 산에서 만난 고운 분들과 함께... 

응봉산 (999m)

 

동해를 굽어보는 산의 모습이 매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천연온천으로 유명한 덕구온천과 원시림과 함께 비경을 이룬 계곡들이 많다

(오늘 산행은 응봉상 정상을 오르는 대신 문지골에서 용소골로 돌아오는 트레킹코스)

 


용소골

무인지경의 원시림 속에 꼭꼭 숨겨져 있는 우리나라 최후의 비경지대로

요즘은 찾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때가 덜타 아직은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굽이 돌때마다 새롭게 계곡이 열리는 장관이 장장 14km에 걸쳐 쉼 없이 펼쳐진다.


문지골

용소골에 비해 찾는 사람들이 덜해서 자연은 완전히 원시림 수준..

폭포가 워낙 많아서 번호를 헤아릴 순 없으나 유명한 것으로 대충 6개를 꼽는다. 문지골은 중간어림부터 뚜렷한 등산로 흔적이 없기 때문에 그저 계곡을 좌우로 건너며 진행해야 한다


덕산행코스 : 덕풍부락-문지골-광산도로-용소골-덕풍부락(산행시간 : 11시간30분)

 

함께 한 산악회 :  함께하는 등산클럽


특징 : 용소골와 문지골의 차이를 남성미와 여성미로 표현하고 싶다

            용소골은 거대한 협곡과 단애을 가진 웅장한 기상을 품은 남성상이라면 문지골은 골이 좁지만 아름다운 폭포들을 품은 여성스러운 멋을 풍긴다

 

 

오늘 산행은 덕풍부락에서 시작한다.

풍곡리에서 트럭으로 덕풍부락으로 이동, 고향산장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요기...

 

동행이 없이 산행을 나선지라 한쪽 귀퉁이에서 홀로 매마른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어느 친절한 여자분이 채한다며 보온병속의 따끈따근한 미역국을 듬뿍 따라준다(감사합니다)

 

강원도에서도 ‘물’하면 빠뜨릴 수 없는 곳이 응봉산인데

이 산은 용소골, 보리골, 문지골, 재량박골, 온정골 등 굵직한 계곡을 다섯이나 거느리고 있다. 그중에 용소골, 보리골, 문지골은 이름마져 계곡이 풍부하다는 풍곡(豊谷)리에 모여있다.

 

 

덕풍리의 산행의 초입에서 바라본 응봉산 방향,,,

중앙이 줄미등봉 능선 끝자락이며 좌측은 용소골입구이고 우측이 문지골입구이다

 

 

 

계곡의 초입 서둘러 계곡으로 내려선다

내 결정을 칭찬이라도 하려는 듯, 문지골 계곡수는 청량한 화음으로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 준다

 

 

10여분 걸어가면 만나는 무명 와폭

문지골 6대 폭포에 끼지 못하는 서운함을 투정이나 하려는 듯, 물살은 돌머리를 신나게 때리고 있다. 

 

 

첫번째 폭포

힘찬 물줄기가 좌우 측벽을 때리며 떨어지고 있다

 

 

문지골은 여섯개의 폭포외에 수많은 와폭과 물굽이를 선보인다

 

 

계곡 트레킹에서는 아슬아슬한 길들을 자주 만난다

위험한 곳에는 로프가 매어져있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하기는 매 한가지... 

 

 

 

앗! 하강 로프가 끊어지는 사고...

등산객들을 위해 매어놓은 나일론 로프가 바위에 닿은 부분이 닳아져 끊어진 사고였는데, 다행이 밑에서 받쳐주던 분이 있어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다...(사고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휴~ 내 뒷 사람이었는데...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나였더라면 아마 받쳐주던 분이 다쳤을 것이다

 

 

두번째 폭포

물줄기가 직접 바닥을 때리고 있으니 직소폭포라고 부르면 어떨까?

 

 

와폭 #1 

 

 

와폭 #2 

물이 너무 맑다. 지나가다 얼핏 봐도 물고기들이 보일 정도로...

 

 

 

와폭 #3

 

 

와폭 #4 

 

 

세번째 폭포

이폭포는 등산로 주변 나무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기에 물소리로 감을 잡아야 한다

 

 

물굽이 #1 

 

 

물굽이 #2

시종일관 부드러우면서도 아기자기한 계곡이 굽이굽이 돌면서 곳곳에 소와 폭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네번째 폭포

물줄기가 약해지면 와폭으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다섯번째 폭포 

상부에 왠 비트... 심마니들의 비트(후에 다른곳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가 아닐까?

자세히 살펴본 결과 폭우시 넘치는 물줄기에 하두 많이 시달린 나무뿌리들이 아예 벌거벗고 있었다

 

 

다섯번째 폭포를 지나 만나는 와폭은 위가 넓고 평탄하여 쉼터로 안성마춤이다 

 

 

 

계곡주변의 숲은 몇백년을 사람 손길 한번 안탄 듯 원시림을 보여주고 있다

 

  

전면에서 본 여섯번째 폭포 전경

문지골 최고의 경관인 6폭(높이 38m)을 마지막으로 이후는 규모 작은 와폭과 소들이 잔잔이 이어진다

 

 

6폭 이후로는 이런 작은 와폭들이 간간히 보일따름으로 계곡은 왜소해진다 

 

 

6폭으로부터 1시간여 계곡을 따라 진행한 후 등산로 흔적을 찾을 수 없자 결심... 좌측 가파른 지능선을 30분쯤 치고 오르자 능선상의 광산도로를 만난다.

6폭부터 약 삼십분 오른 지점에서 좌측소류를 치고 올랐어야 하는데... 휴~~~ 시간낭비다

 

 

 

도로와 마주치는 지점에서 좌측으로 약 10분정도 진행한 뒤 우측능선으로..

접어들어야할 능선 초입, 우선 광산도로 한복판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맛있는 불고기와 쐬주를 나누어 주신 선두대장님께 감솨~~)

길목에는 간혹 소나무들이 보이지만 주종은 참나무과 나무들이다.. 이상하게도 도토리가 안 달린...

 

 

용소골로 넘어가는 능선은 경계표시나 하려는 것일까? 등성이에 바윗돌이 심어놓은 둣 도열해 있다 

 

 

용소골쪽으로 갈 수록 하늘을 찌를 듯이 곧게 선 황갈색 소나무들이 늘어난다

이를 황장목이라 부르는데, 이는 소나무 껍질이 황갈색이라고 해서 �여진 이름이다.

 

또는 금강송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금강산 소나무'의 줄임 말,,,

봉화에서 나 황장목이 춘양역에서 집결했다가 전국으로 팔려나간다고 해서 '춘양목' .. 미인처럼 쭉쭉 잘 빠졌다고 해서 '미인송'이라고도 부르고 있으니 입맛에 맞게 골라 쓸 수 있다.

 

 

용소골과의 첫 만남...

요란한 물소리를 따라 진행방향과 반대 쪽으로 오르니 경사가 심하지 않은 무명폭포가 맞는다

이 계곡 상부에는 무엇이 있을까? 석회가루를 풀어 놓은 듯 뿌연 물줄기가 눈살을 찌뿌리게 만다 

 

  

삼상사(三上思)가 웬말? 외로운 산행길에 난 사념으로 빠져든다 

삼상이란 침상(枕上) 측상(廁上), 마상(馬上)을 이름이니

벼갯머리, 화장실, 그리고 말 잔등위가 생각하기 좋은 곳이란 얘기이다

여기에 난 도상(道上)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즉 걸을 때도 생각하기 딱 좋으니 말이다.

 

제3 용소폭포

수려한 경관과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고 있으나, 물이 맑지 못함이 아쉽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소나무 아치가 마치 개선문 같다

10시간이 넘는, 무모하다면 무모할 수 있는 힘든 트레킹코스에 도전한 우리를 격려해 주는 듯...

 

 

내가 좋아하는 산행엔 늘상 집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산행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집사람이 함께 할 수 없는 오늘...

얘기를 주고 받을 사람이 없고, 챙겨주어야 할 사람도 없는 난, 황홀할 정도로 고운 주위 경관에도 불구하고 시시때때로 사념에 빠져들고 있다

이정도면 삼상사가 아니라 사상사라고 불러도 무방하겠지? ^^-* 

 

 

위대한 자연의 환경복원력...

뿌옇던 물길은 돌맹이를 돌고 단애 밑에 시달리면서 서서히 정화되어 간다

 

 

제3용소와 제2용소 사이에서 만난 무영폭포

다른 지역이라면 관광명소가 되고도 남았을텐데... 누울자리 보고 다릴 뻗으라는 옛말이 맞나보다 

 

 

계곡의 빼어남은 소나 폭포, 물굽이와 더불어 거대한 절벽과 단애가 필수...

조금 부족하다 싶을 즈음에 드디어 깍아지르듯 우뚝 솟은 암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정도 절벽이라면 어디에 내어놔도 손색이 없을 것이고, 거기에 다른 곳보다 빼어난 암반과 폭포가 있으니 찾는 이들이 많음은 당연할 것이다

 

 

용소골 협곡의 암벽과 소나무, 그리고 파란하늘...

그 절묘한 조화로움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 차라리 경이롭기까지 하다

 

 

깍아지른 절벽 중간쯤에 매달린 벌통(?)...

꼬~올~깍~  용기있는 자만이 귀한 것을 얻을 수 있을진데... 난  마른침만 삼킬수 밖에 없다

 

 

 

구절양장처럼 휘도는 협곡들...

예측불허의 폭포와 한 굽이 돌 때마다 입을 쩍쩍 벌리게 하는 소와 담은

한여름이 지난 9월초인 요즘은 더욱 소름 돋는 한기를 뿜어낸다.

 

 

암반은 하얀 일색으로, 문지르면 손끝에 하연 분필가루가 듬뿍 묻어 나올 것 같다

 

 

 

제2용소

용소골에서 가장 위험한 한편 꾼들은 가장 재미있어 하는 곳..

쏟아져 내리는 폭포 물줄기 우측 바로 옆의 로프를 잡고 올라서는 맛이 제법이다

골을 울리는 굉음이 우렁찬데, 로프를 잡는 손 끝, 약하지만 또렷한 긴장감이 차라리 신선해서 좋다  

 

드디어 물놀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山紫水明

계곡 물이 푸르니 산도 푸르르다.

내 가슴 어느새 배어든 푸른 물이 오래오래 빠져나가지 않았으면...   

 

 

물빛 푸르름에 취해 그냥 뛰어들고 싶다.

퐁당 퐁당... 재주 한번 넘다 물 한모금 얼떨결에 넘길지라도, 그게 무슨 대수이리요...

이렇게 물빛이 푸르른데도...

 

 

온 벽에 두툼히 이끼가 붙은 절벽지대의 검푸른 바위 웅덩이인 요강소

 

 

제1용소 

어~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가는 저 처자는 누굴까?

산사람들은 한 가족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양 끝까지 물속에 쳐 넣고 만다.

 

다시 한번 와르르까르르 하늘 맴돌던 새한마리 궁금함 못이기고 기웃거린다.

나래 너머 검푸른 하늘엔 깃털구름 한점 둥둥 떠돈다.

 

 

이 세상에 그대만큼 사랑하고픈 사람 있을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마음 송두리째 사로잡아

머무르고 싶어도 머무를 수 없는 삶 속에서

이토록 기뻐할 수 있으니 그대를 사랑함이 나는 좋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눈을 감고 생각하고

눈을 뜨고 생각해 보아도 그대를 사랑함이 좋다


오늘 산행에서 즐긴 사념의 끝자락에서

용혜윈님의 시 한편 끄집어 내고... 

시와 같은 내 마음을 그녀에게 전하며, 오늘의 산행을 접는다

사명산 (1198m)

 

이 산에 오르면 인제군, 양구군 등 4개군이 내려다보인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파라호와 소양호가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오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곱다


사명산은 봄의 철쭉과 가을 단풍의 뛰어남으로 소문 나 있듯

등산로 주변에는 키큰 철쭉군락과 단단풍나무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전형적인 육산이어서 능선이 아기자기하나,

조망이 좋은 암릉이나 뛰어난 골짜기 등 특별히 시선을 끄는 곳은 별로 없는 평범한 산이다

 

등산코스 : 웅진리-선정사-정상-문바위봉 못미쳐 삼거리-수인리(산행시간 : 5시간20분)

 

함께한 산악회 : 자이언트산악회


특징 :  사명산의 3대 볼거리는 정상의 조망, 문바위, 추곡약수인데도 하산길을 잘못 들어 거리가 조금 먼 추곡약수는 차지하고라도, 문바위를 못 본게 이번산행의 흠이라면 흠...

 

    

< 웅진리 산행들머리에서 바라본 사명산>

 

 

사명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소양호의 S자 도로를 꽤 많이 돌아

비위 약한사람들 멀미날쯤 도착하게 되는 웅진리라는 곳에서 시작된다.

 

가을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산행 들머리 다랑이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중간쯤 팬션 위쪽의 어렴프시 보이는 건 양구군 학생야영장...

 

 

들머리에서 선정사까지는 약 20분정도를 걸어야 하는 시멘트 포장 도로...

 

길가에 백일홍 등이 활짝 핀 잘 가꾸어진 도로를 눈요기 삼아 걸어야 하지만,

승용차를 가지고 올라갈 경우는 해발 500m쯤 되는 곳까지는 무난히 갈 수 있을 듯 싶다

 

 

선정사 입구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 산행은 시작된다

왼편에 있는 자그마코 초라한 돌탑이 산꾼들의 안전산행을 빌어주는 듯...

  

 

선정사 부근 들머리 숲은 키 울창한 나무들로 싱그러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물소리가 시끄러운 계곡엔 키큰 활엽수들이 싱싱한 푸른 잎으로 허공을 가리고 있다

 

 

선정사 계곡

들머리에서 만나는 계류는 맑고 차가워 그대로 떠 마셔도 괜찮을 듯...

그러나, 계곡의 길이가 짧아 수량이 작은게 흠,

 

돌맹이를 감싸돌며 만들어내는 물소리는 더운 여름날 산에서 만나는 한모금 감로수 같다. 거기다 짙은 숲에서 우러나오는 맑은 공기... 이 맛에 산을 찾는건 아닐까?

 

 

정상에 오를 때까지 한줄기 햇빛에도 노출되지 않고 숲의 터널을 통해 산행을 할 수 있다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박달나무....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 높고, 낮은 나무들은

양구군청에서 만들어준 어여쁜 이름표를 매단채로, 저마다의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등산로 곳곳에는 피곤한 다리, 잠시나마 쉬어가라 쉼터까지...

잘 가꾸어진 등산로를 걸으며 나무들의 이름표와 나무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한데, 이런 쉼터까지 마련해 주다니... 이곳, 양구군청 분들의 자상한 배려에 감사드리고 싶다

 

 

정상은 넓지는 않지만 주위의 전망을 확보하기위해 나무를 쳐서 잘 보이게 해 두었다. 특히, 북쪽은 높지는 않지만 바위단애가 있어서 조망하기에 안성마춤의 장소를 만들어 놓고 있다 

 

 

북쪽의 파로호 너머 아스라이 보이는 대성산과 적근산 

안타깝게도 남쪽의 소양호는 무에 그리 아까운지 자태를 보여주지 않는다

 

 

정상에서 바라본 서쪽 山群들

 

 

문바위봉 못미쳐 삼거리( 추곡약수  →웅진리)에서 웅진리 방향 하산길은

이렇게 풍취 좋은 나무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지만, 선택은 심사숙고가 필요...

 

특히, 하산길 중간쯤에서  만나는 삼거리에서 수인리 방향 능선을 타는 것은 위험천만, 지지대가 없는 급경사는 위태롭고, 인적이 뜸한 탓에 등산로가 희미해서 길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등산로 주변의 한봉

벌통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등산로가 인적이 뜸하다는 증거이다

 

 

잣나무 숲을 마지막으로 산행은 끝난다

수인상회 옆 계곡에서 씻고난 후, 소주라도 가볍게 한잔 걸칠 수만 있다면

오늘 등산로를 잘못 들어 죽을둥 살둥 고생한 것 쯤이야 이미 잊은지 오래가 될 것이다  

 

 

아직은 뙤약볕이 독수리 부리만큼이나 맵고 날카롭다

이런 때이면 툇마루에 걸터앉아 탁배기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양은 주전자에 받아온 막걸리를 사기 그릇에다 철철 넘치도록 담아

벌컥벌컥 들이키던 시절, 물꼬 트던 흙손으로 쭉 찢은 김치 한쪽이나

고추장을 풀어넣어 부친 장떡 안주가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

 

어디 그런 모습이 벽진 시골뿐이었을까? 검정 책가방을 든

대학생들에게도 대폿집 막걸리와 두부 한 모는 요즈음 라면만큼이나 흔한 저녁거리였다

 

산이고 뭐고 다 잊은채 홍천 별장에 내려가 정자에 걸터 앉아

텃밭 과수원에서 금방 따온 과일 몇개 깎아놓고 운치있게  탁배기나 한잔 들이키고도 싶지만, 결코 그리할 수 없음은,, 난 산을 좋아하고 또한 내 목숨과 같은 집사람도 산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감악산 (930m)   


서쪽의 신림(神林)은 한자 뜻풀이 그대로 신성한 숲에서 온 마을이름..

남쪽 봉양은 천주교가 박해 시절에 많은 신자들이 모여 살던 성지이다.


치악산과 이웃하고 있어 빛을 보지 못하고 있으나

정상에서 석기암을 잇는 암봉과 암릉이 치악산 못지 않는 절경을 지니고 있고,

치악산 보다 규모는 작지만 암봉과 송림이 어울어진 변화가 많은 아름다운 산이다


산행코스 : 재사교-억새밭-재사골재-감악산-백련사-감바위골-만남의 광장

산행시간 : 4시간20분(천둥,번개에 비바람까지 거새서 월출봉과 1~3봉을 피했음)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산 이름대로 岳은 악인지라 이곳도 역시 가파르고 험하다

단, 정상 밑의 백련사까지 길이 잘 뚫려 있어 자동차로도 갈 수 있다

 

 

모처럼의 트리플 연휴... 어디로 갈까?

인파로 넘치는 바닷가 피서지는 싫다. 물론 지난주말 지장산 같이 인파로 넘치는 산도... 몇시간째 움직이지 않고 앞차 꼬리만 물고 있는 여행이 지겨운 것도 이유중 하나지만, 자리를 잡은 뒤에소 노심초사하며 남들의 침범을 감시해야 하는 그런 여행은 피곤하니까...

 


< 산행 들머리인 재사교에서 바라본 감악산>

박달령 휴계소에서 부터 오기시작한 폭우가 다행이 이곳은 가랑비 수준...

산 허리에 걸린 구름이 아름답지만, 어쩐지 오늘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는 듯 하다

 

 

재사골은 계곡 보호를 위해서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당연히 들어가지 말아야하지만 우린 계곡이 아닌 능선을 통과하니 괜찮겠지? 

 

 

인적이 없는 산길에서 만나는 건강하게 쭉 뻗은 나무와 풀, 그리고 바위들...

공자님의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라는 말을

기억의 끄트머리에서 찾아내고 싱겁게 웃으며 "나도 어진 사람이로소이다"

 

 

감악산 정상은 깍아 세운듯한 절벽...

그러나 봉우리 위는 넉넉한 육산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감악산 정상 

재사교를 출발할 때부터 떨어지던 빗방울은 가늘었다, 굵어졌다...

산봉우리들이 안개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곧 사라지기를 반복하더니만,

재사골재에 올라 한숨을 돌리는 사이 어느새 굵은 빗방울이 바람에 천둥과 번개까지 몰고온다

 

정상 표지석도 밑에 있기에 바위 위까지 오르는 것은 생략..

 

 

폭우 때문에 암릉을 포기하고 들른 천년사찰 백련사

알려진 것과는 달리 웅장하지도, 또한 옛스럽지도 않다..

충청도 유형문화재라는 목조 여래좌불의 안내 표지판이 석탑앞에 서 있으나

아무리 둘러봐도 목조 좌불은 없고 청동과 석재로 만든 좌불이 서너개 보일 따름...

 

 

감바위골 계곡

수량이나 경관이 뛰어나진 않지만,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어 한번쯤은 들러볼만 하다 

 

 

물이 맑고 시원해서 옷을 입은 채로 풍덩...

옛부터 산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면 땀띠도 쑥 들어가고 일년 내내

부스럼도 안 나는데다 감기도 들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는데 온몸을 푹 담갔으니

이또한 세시풍속중의 하나인 물맞이 행사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겠지?

 

슬그머니 일(?)을 치르는데 빨리 안가느냐 성화인 집사람...

묵언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는 천생연분인줄 알았더니만 아닌가 보다. 후~~후~~

 

 

계곡에 몸 담그고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새소리 물소리와 더불어 숲속 나무들이 발하는 짙은 향기가 가슴 한가득 밀려들어 온다

 

 

어진 사람이 좋아한다는 산...

장쾌하게 가지를 뻗어낸 소나무 둥치에 귀를 대보면 '맥박이 뛰는 소리'가 들릴 듯... 사람들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건강한 산의 원초적인 모습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새로운 풍경들과 만나고 산과 나무와 물에게 말을 걸어보는 것, 내가 산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거기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끌어주고 밀어주는 스킨쉽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음에야..

 

 

 

 

 

공작산 자락의 600여평에 가꾸어가는 나의 소중한 꿈...

현직에서 물러나면 이곳에 보금자리를 틀 요량으로 하나하나 준비해 가고 있다.  사과, 배, 자두, 앵두, 대추, 블루베리 등 과일나무와 엄나무, 드릅나무, 삼지구엽초 등 각종 나무들...

 

4년전 식목일부터 하나하나 심어 온 것이 벌써 수십그루...

산에 푹 빠진 탓에, 일년에 몇번 들르진 못하지만 나드리때마다 가슴 뿌듯해진다.

 

올 휴가도 역시 별장에 둥지를 틀고,

내내 잔디도 깎고, 별장과 과수원의 잡조를 뽑으며 일주일을 버티고 왔다

그러다 틈나면 주위 공작산과 수타사, 그리고 여기저기 계곡에서 물놀이...

 

마침 근처인 공작산 입구에 음식점(솟대 쉼터)이 있어

따로 음식을 준비할 필요없이 별식(촌닭, 손두부, 막국수 등)을 즐길 수 있었다

 

간혹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저녁이면 별장 주위분들을 초대해 바베큐파티...

열심히 마셨는지 와인 한박스와 소주 한박스, 그리고 맥주 한박스를 목표대로 비우고 왔다

 

 

짐을 풀자마자 곧바로 과수원으로...

입구의 개복숭아 나무가 주렁주렁 열매를 매단채 반갑게 맞이해준다

 

 

작년에 심은 배나무 몇그루가 많지 않은 열매들을 매달고 있다

 

 

같이 심은 사과나무들도

난생 처음 만들어낸 작품이 부끄러운 듯 한쪽 볼을 불그스레 물들이고 있다 

 

 

한해 전 심은 자두나무는 작황이 별로...

그나마 장마탓인지 맛도 별로다. 작년엔 맛이 괜찮았는데....

 

 

웃통을 벗어젓히고 시작한 제초작업이 이틀이나 걸렸다.

한켠에 고추잠자리 한마리, 서툰 작업의 내 몸짓이 애처러운지 날개하나 퍼득인다

 

 

둘째날은 짬을 내어 옆골짜기로 물놀이...

공작골에는 여기저기 같은 형태가 하나도 없는 별장들이 각자의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또 하루 날잡아 수타사(별장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

공작산에서 발원하는 냇물을 곁에 끼고 있는 신라시대에 창건한 천년사찰이다

이곳의 범종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수타사 옆 연지...

절 주위는 홍천군의 부지런함 덕분으로 공원으로 잘 가꾸어져 있다

 

 

수타사에 들러 약수 한 모금...

산행중 마실 물을 채워 공작산 줄기인 약수봉으로 오른다

 

 

약수봉 정상

600m가 조금 못되는 봉우리지만 경사가 만만치않다

특히 이 산을 끼고 흐르는 수타사계곡은 깨끗한 물과 아름다운 암반으로 유명하다

 

 

 

수타사 계곡

깨끗한 물과 아름다운 암반은 전국 어느 계곡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공작산 자락의 또 다른 계곡...

서석면과 경계를 이루는 고개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으로 수량도 많고 주위 경관도 괜찮다

근처 군부대에서 전투체험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곳을 관계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하루 잘 쉬다 왔다

 

 

 

휴가기간이 마침 장마철인지라 여러날을 별장에서 독서를 즐길 수 밖에 없었다.

행여 날이갤세라 틈틈이 현관을 내다보다, 구름이 낮게 걸린 앞산이 고와서 한 컷...

 

 

믿음(信), 소망(望), 사랑(愛)...

내 信望愛 근원은 집사람, 나의 삶에 그녀 없는 사물이나 이념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백우산(895m)


겨울에 눈이 내리면 새가 흰 날개를 펼친 듯 하다고 해서 白羽山이라 불린다

그리 높지도 않고, 산행 들머리인 가족고개가 600m가 넘는 곳인지라

높은 산을 오르는 맛은 없지만 올망졸망한 능선을 오르락 거리는 재미는 있다.


산보다 오히려 용소계곡으로도 불리우는 경수골로 더 소문난 곳...

기암절벽과 협곡을 이룬 계곡의 탐사가 백미인 만큼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산행 후에는 넓은 암반을 자리 잡고 계곡욕까지 즐길 수 있는데도

장마철 불어난 물 탓에, 우리의 작은 가슴에 품은 큰 소망을 접을 수 밖에 없다


산행코스 : 가족고개-백우산-십자안부-가족동(산행시간 : 여유로운 4시간)

 

함께한 산악회 : 청계산악회 


특징 : 산은 순하고 길은 곱지만 가슴에 담을 만한 특징은 없는 산으로,

           용소계곡의 트레킹을 포함시키지 않은 산행계획은 의미가 없을 듯... 

 

 

 

< 산행 들머리인 가족고개 >

 이곳 가족동은 주민들이 가족휴양지로 가꾸려는 계획인 듯하나

버스의 주차를 막는 동네 아주머니를 보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된 듯싶다

 

산 좋고, 물 좋고, 산수간에 나도 좋고...

이렇게 모든 것이 좋은 곳에 사시는 저 아주머니 무에 그리 심술이 나셨을꼬...


 

< 가족고개 산행 들머리 >

사위는 구름에 싸여 차라리 어둡고,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다.

바람이라도 한줄기 불면, 뒤따라 소나기 한 바탕 오실 것 같은데 아직은...


“그리움의 건녀편에 서 있는 것처럼

늘 아쉬움만 남아 있는 허전한 빈자리에

온 세상이 다 젖도록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

그래, 용혜원 시인처럼 소나기사랑으로 차라리 행복해 버리고 말자

 

 

길은 육산이어서 아주 푸근하다.

전체적으로 몇번의 오르내림이 있으나 그리 길지는 않고, 조망은 거의 없다.

그저 보이는 것 숲뿐이니 어쩌랴, 우거진 숲을 감상하는 재미라도 즐길 수 밖에...  

 

 

<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조망>

보슬비 두어번 오락가락하더니만 어느새 그쳐있다

모처럼 나타나는 전망대...오늘산행에서 유일하게 조망이 가능한 공간것이다

아~ 발 밑에 점점이 흘러가는 구름 조각들... 저멀리 홍천강 줄기는 옛고을 신작로 같이 흐른다

 

 

 

벌써 정상? 아니 여기 지도를 보니 아직 멀었나 본데...

정상 표지석만 아니라면, 지자체의 친절한 배려인 이정표엔 정상은 아직도 멀었다

산을 찾아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난, 산객에 배려를 아는 평창군과 더불어 이곳도 고마울따름... 몇곳 업무와 관련이 있는 시장, 군수님께 이정표의 정비까지 부탁할 정도로 산이 좋다. 난...

 

 

 

역시 산객들...

행여 젖을세라 우산을 씌워주거나, 뭍을세라 깔판까지 깔아주는 배려...역시~~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우리부부는 둘만의 자리... 나이 오십이 넘었지만 아직도 낯섬은 두렵다. 그런 덜떨어진 우리부부에게도 산객의 친절한 마음은 건네주는 과일 하나하나와 함께 흐른다

 

 

하산길도 역시 곱다.

낙엽이 쌓여 푹신하나 빗길엔 주의 要, 서서히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나도 역시...

 

 

자살나무?

길 한복판에 아랫도리가 잘린 나무가 대롱대롱 허공에 매달려있다

두어달 전 쯤 이곳 가까이에 있는 백암산에서는 이런 나무에서 수액을 받아 마신 행운도 있었는데...

 

 

하산길은 울울창창 숲으로 덮여 다 

개량종 소나무와 삼나무(?) 군락들... 날씬한 몸둥이 하늘을 찌를 듯 허리를 고추세우고 있다

 

 

 

하산길은 미끄럽기는 해도 그리 가파르지 않다

타박타박 걷기 좋은 코스... 계곡 옆 길이 시종 물길을 곁에 두고 걷게 한다.

힘찬 물소리가 평소와 달리 그리 곱지만은 않은 건... 조금만 더 내려가면 용소계곡이기 때문이다. 저리도 힘찬 물소리는 용소계곡 물길의 위험을 예고하는 것일지니, 트레킹의 꿈을 곱게 접는다  

 

 

산행 날머리인 가족동

오늘의 빗줄기는 이미 목숨을 다했노라, 마지막 남은 숨결을 산허리에 두르고 있는데, 길가의 더덕과 비닐 통속의 오이는 지겨운 비구름이 지겹지도 않은지 고운 이파리 구름따라 흐른다

  

쳇~ 산행을 마치자마자...

심술궂은 하늘은 결국 돌아온 길엔 햇살을 보여주고야 말았다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시린 숲, 그리고 계곡...

하루쯤 원시의 숲 드리워진 자연에 온 몸을 맡기면 그게 바로 유토피아가 아닐까?

 

산행내내 따라다닌 빗줄기 마저도 가슴에 담고 싶은 건 이곳이 산이니까...

그 빗줄기 속 숲... 그 한켠에 喜怒哀樂愛惡欲 七情을 가만히 내려 놓고 돌아왔다 유토피아에 머물고 계실지도 모르는 신선께 깨끗이 씻어 돌려다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