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五臺山, 1,563m)

 

산행일 : ‘11. 10. 8(토)

소재지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과 홍천군 내면의 경계

산행코스 : 상원사→중대사→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북대사→상원사주차장(산행시간 : 5시간)

함께한 산악회 : 산죽산악회

 

특징 : 주봉인 비로봉(毘盧峰)을 중심으로 동대산(東臺山), 호령봉(虎嶺峰), 상왕봉(象王峰), 두로봉(頭老峰) 등 5개의 봉우리 아래 중대(中臺-지공대), 동대(東臺-만월대), 서대(西臺-장령대), 남대(南臺-기린대), 북대(北臺-상삼대) 등 5개의 평평한 대지로 둘러싸여 있으면서 각각의 자리에 암자가 있다. 동대의 관음암(觀音庵), 서대의 수정암(水精庵), 남대의 지장암(地藏庵), 북대의 미륵암(彌勒庵), 중대의 사자암(獅子庵)이 있으며 이들 모두 월정사의 부속암자이다. 전형적인 흙산(肉山)에 단풍나무가 많이 분포되어 있어서 가을철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산행들머리는 상원사(上院寺) 주차장(駐車場)

영동고속도로 진부 I.C를 빠져나와 6번 국도(國道/ 월정사 방향)를 따라 달리다가 월정사 입구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446번 지방도(地方道/ 홍천군 내면방향)로 4km정도 들어가면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월정사(月精寺)가 나온다. 상원사는 이곳에서도 비포장도로를 따라 8km정도를 더 들어가야 한다. 

 

 

상원사 입구의 주차장에서 차에 내려 상원사로 향한다. 들머리 왼편에 조선시대(朝鮮時代) 세조가 이곳에 옷을 걸어놓고 목욕을 했다는 관대걸이가 보인다. 옛날 아궁이에 불을 때던 시절에 보았던 굴뚝모양으로 생겼다. 근처에는 소풍가(笑豊家)라는 정겨운 이름을 붙인 간이식당이 보인다(간단한 요깃거리를 팔고 있는데, 술과 담배는 팔지 않는단다). 여기서 상원사로 가는 길은 하늘을 찌르는 전나무 길이다. 가을은 단풍나무들이 제일 먼저 맞이하는 걸까? 다른 나무들은 아직도 푸르른 녹음을 자랑하고 있는데도, 간간이 보이는 단풍나무들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다.(이정표 : 상원사 0.3Km/ 비로봉 3.3Km)

 

 

 

울창한 전나무 아래로 잠시 걸으면 오른편의 가파른 언덕위의 상원사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이 보이나 웬일인지 통행금지(通行禁止)란다. 계단 앞을 지나 50m 쯤 더 걸으면 오른편에 부잣집 사랑채 모양으로 생긴 상원사가 보인다.

상원사(上院寺), 월정사(月精寺)의 말사로서 월정사에서 비포장 옛길을 따라 8Km쯤 더 들어가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원래의 절은 신라 성덕왕 때 대국통(大國統)이었던 자장(慈藏)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옛 건물인 종각(鐘閣)외에는 광복 후에 재건한 것들이다. 문화재(文化財)로는 현존 동종 중 가장 오래된 동종(銅鐘 : 국보 제36호)이 있다. 상원사는 조선시대 세조(世祖)가 불치병인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찾았었고, 이곳에서 문수보살(文殊菩薩)의 도움으로 병이 완쾌되었다는 세조와 얽힌 전설(傳說)이 유난히 많은 사찰(寺刹)이다. 세조가 직접 보았다고 하는 문수동자의 모습을 조각한 문수동자상(文殊童子像 : 국보 221호), 세조가 입었던 저고리 등 복장(腹藏) 유물(보물 제793), 상원사를 중창하기 위해 세조가 쓴 친필어첩인 상원사중창권선문(上院寺重創勸善文 :보물 제140호)이 있다. 또한 상원사 들머리의 관을 걸어두었다는 관대걸이와 암살을 막아준 고양이를 조각했다는 문수전 앞의 고양이상도 세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원사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적멸보궁(寂滅寶宮) 안내판이 지시하는 대로 찻집 뒤의 산비탈을 따라 오른다. 가파르다 밋밋해진 산길은 또다시 가팔라지더니 20분 조금 못되어 중대사자암(中臺 獅子庵) 앞에 도달하게 된다. 중대사자암은 암자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터에 비해 건물(建物)이 너무 크다. 터가 좁다보니 대지를 층계(層階)로 만들고 그 위에 건물을 지어 놓았다. 자연과의 조화(調和)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아서 왠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나만의 느낌일까?(이정표 : 상원사 0.9Km/ 적멸보궁 0.6Km/ 비로봉 2.1Km)

중대 사자암(中臺 獅子庵), 상원사에서 비로봉 방향으로 20여분쯤의 거리에 위치한 적멸보궁의 수호암자이다. 법당인 비로전(毘盧殿)은 화엄경의 주불(主佛)인 비로자나불을 주불(主佛)로 모시고 있다. 그리고 벽체 사방 8면에 각각 다섯 사자좌의 문수보살을 중심으로 상계(上界)에 500문수보살상과 하계(下界)에 500문수동자상 세계가 펼쳐져 있다. 조선 태종 때 중창되었으며, 이후 왕실의 내원당(內願堂)으로, 또는 승영(僧營)사찰로 보호되어 왔다. 현재의 전각(殿閣)은 오대(五臺)상징의 5층으로 향각을 신축한 것이란다.

 

 

 

 

 

적멸보궁(寂滅寶宮)을 향해 비탈길을 돌아 오르면 등산로 주변은 하늘을 찌르는 전나무와 자작나무들의 천국(天國)이다. 이곳에서 모시는 부처님이 영험(靈驗)해서일까? 오르는 길 양편으로 연등(燃燈)이 줄을 지어 매달려 있고, 그 밑에는 축원(祝願)을 하는 사람들의 이름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우리네 인간은 나약하기 그지없는 중생일지니 부처님 진신사리(眞身舍利)에라도 빌어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적멸보궁(寂滅寶宮, 지방유형문화재 제28호), ‘중대 사자암’에서 비로봉을 향해 20분쯤 올라가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신라시대 때 자장율사가 중국(中國) 오대산에서 기도하던 가운데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얻은 석가모니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봉안한 불교의 성지(聖地)이다. 그러나 부처님 진신사리가 정확히 어느 곳에 모셔져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적멸보궁 뒤 쪽에 석가의 진신을 모셨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해 5층탑을 양각으로 새겨 넣은 84센티미터 높이의 마애불탑(磨崖佛塔)이 있을 뿐이다. 적멸보궁이 자리한 곳은 용(龍)의 정수리에 해당되는 명당이라고 전해지며, 암행어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박문수가 이곳을 방문하고 천하의 명당(天下의 明堂)이라고 감탄했던 곳이란다. 적멸보궁(寂滅寶宮)이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찰의 법당을 일컫는다. 함백산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오대산 월정사, 통도사 적멸보궁을 합하여 ‘5대 적멸보궁’이라 한다.

 

 

 

 

적멸보궁(寂滅寶宮)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매우 험하고 가파르다. 길은 아름드리 전나무와 물박달나무, 단풍나무들 사이를 돌아 오르게 된다. 그동안 노랑에 가깝게 물들어 오던 단풍들이 드디어 핏빛으로 바뀌어 있다. 다음주말에나 찾아온다던 단풍이 뭐가 급했는지 달음박질쳐 왔는가 보다.

 

 

 

극락보전에서 비로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오늘 산행의 백미(白眉)이다. 등산로를 뒤덮고 있는 붉은 단풍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곡선으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나무계단은 마치 하늘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군무(群舞)를 추고 있는 나뭇잎, 보지 않으려 해도 보게 만드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이곳에 놓여 있다.

 

 

 

 

 

단풍은 정상을 향해 올라갈수록 점점 그 붉은 농도(濃度)를 짙게 만들어가고 있다. 산을 오를수록 단풍과 함께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는 것을 눈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 마치 ‘단풍 시계’를 보는 것 같다. 상원사 언저리는 아직도 푸른색이 대세(大勢)인데 중대사자암 근처는 노랑색 바탕에 옅은 붉음, 적멸보궁을 지나면서 붉은 빛이 점점 짙어지더니 비로봉의 중턱부터는 아예 산 전체가 온통 붉게 불타고 있다.

 

 

 

 

 

적멸보궁을 지나 야트막한 봉우리 하나를 넘을 때까지만 해도 완만(緩慢)하게 이어지던 산길이, 봉우리에서 고도를 낮춘 후 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급경사(急傾斜) 오르막길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고도(高度)를 높여갈수록 산길은 더욱 더 가팔라진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이 닦기가 힘겨워질 무렵이면 정상 능선에 닿게 된다.

 

 

 

 

정상 능선의 키 작은 관목(灌木)들 사이를 지나면 드디어 비로봉 정상이다. 비로봉 정상은 넓은 공터로 이루어져 있고, 한쪽 귀퉁이에 정상표지석이 우뚝 서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30분이 지났다. 널찍한 공터인 비로봉 정상에 서면 조망이 시원하게 뚫린다. 동쪽으로 동대산과 노인봉 너머 주문진 앞바다가 찰랑거리고, 북쪽으로 설악산의 장쾌한 마룻금이 흘러가고 있다.(이정표 : 상왕봉 2.4Km/ 상원사 3.0Km)

 

 

 

상왕봉으로 향한다. 이제부터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넓은 헬기장이 있는 1539m고지를 넘으면 길은 더욱 순해지면서 원시림 지대가 나타나는데, 마치 거목들의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특히 다섯 줄기가 어우러진 거대한 신갈나무와 속이 비고 껍질에 우락부락한 혹이 붙은 기괴한 신갈나무의 모습은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상왕봉으로 가는 길에는 주목 군락지가 있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오래 사는 나무이다. 속이 유난히 붉어 붉을 주(朱) 자를 써서 주목이라 한단다. 길을 가다보면 간혹 목숨을 다한 주목들의 나목(裸木)들을 볼 수가 있다. 푸르른 생명을 다한 끝에 죽음의 회색빛을 띠고서도 저렇게 천년의 세월을 버티고 있는가 보다. 누군가 ‘삶과 죽음이 백지장(白紙張) 한 장 차이’라고 했던가? 오늘은 저 주목들이 삶과 죽음의 미학(美學)을 가르쳐 주는 것 같다.

 

 

 

 

‘오대산에 많은 나무는?’ 능선(稜線)을 걷다가 집사람과 주고받은 얘기이다. 비로봉을 오를 때 본 단풍나무, 그리고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능선을 걸으며 만나고 있는 자작나무와 몸에 좋다고 해서 요즘에 각광을 받고 있는 마가목(mountain-ash)...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는 데는 채 일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 외에도 전나무와 신갈나무, 굴참나무와 피나무 등의 군락지(群落地)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의 산 중에서 대표적인 바위산(骨山)을 꼽으라면 사람들은 냉큼 설악산을 떠올린다. 반면에, 대표적인 흙산(肉山)을 꼽으라면 대부분 지리산을 먼저 손꼽지만, 오대산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다. 눈요기를 위해서라면 바위가 삐죽삐죽 솟은 바위산 이상 없다. 그러나 흙산인 이곳 오대산 또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산이다. 왜일까? 어쩌면 사람들이 쉽게 가까이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대산은 비록 해발(海拔) 1500m가 넘는 높은 산이지만, 1시간30분 정도만 투자하면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산이다. 거기다 더하여 부드러운 흙길을 걸으며 주변 산세(山勢)를 조망하는 즐거움은 흙산만이 가질 수 있는 뛰어난 장점(長點)일 것이다.

 

 

 

비로봉에서 상왕봉까지는 나지막한 봉우리가 둘이 있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대부분 숲길이라 조망(眺望)이 없지만, 중간에 만나게 되는 봉우리에서는 일망무제(一望無題)의 조망이 펼쳐진다. 등산로 주변은 자작나무 계통의 나무들이 가득하고, 길가 붉게 물든 단풍나무들 사이로 단풍보다도 더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마가목 나무가 심심찮게 보인다. 비로봉을 출발해서 한 시간 조금 넘게 걸으면 상왕봉에 도착하게 된다. 상왕봉(1,492m)에는 그다지 높지 않은 돌탑과 상왕봉이라 새겨진 돌비석이 있다. 상왕봉 정상에 올라서면 주변의 산군(山群)들이 파노라마(panorama)처럼 펼쳐진다. 점봉산에서 단목령과 조침령을 거쳐 구룡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마룻금이 북서에서 남동방향으로 호쾌하게 펼쳐지고 있다. 주봉인 비로봉과 두로봉, 노인봉 등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다가오고 있다.

 

 

 

 

상왕봉을 지나면 길은 경사가 완만(緩慢)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길은 붉게 물든 단풍 외에는 별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못하고 있다. 두로봉으로 가는 길과 나뉘는 갈림길에서 능선을 버리고 오른편 사면(斜面)을 따라 이어지는 길로 내려선다(두로봉 갈림길 이정표 : 상왕봉 0.8Km/ 북대사 1.3Km, 상원사주차장 5.8Km/ 두로봉 2.7Km).

 

 

 

 

가파르게 떨어지는 구간(區間) 몇 개를 지나면 임도(林道)와 만나게 된다(북대사 이정표 : 북대사 0.3Km, 두로봉 2.9Km/ 상원사 주차장 4.7Km). 이곳에서 왼편으로 임도를 따라 300m쯤 걸어 들어가면 북대미륵암이다. 이 길은 446번 지방도(地方道)이라는 도로(道路) 넘버까지 붙어있으니 엄밀하게 말하면 임도가 아닌 지방도(地方道)다. 월정사에서 구룡령 아래의 명개리까지 이어 지는 길로, 승용차도 그리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는 길이다.(그러나 북대사 앞쯤에서 쇠사슬로 도로를 폐쇄하고 있었다)

 

 

 

 

 

북대 미륵암(北臺 彌勒庵), 상원사 입구에서 두로령으로 이어지는 임도(林道)를 따라 북쪽으로 4km 가량 올라간 상왕봉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신라시대 중기(新羅時代 中期)에 백련사(白蓮社)란 이름으로 창건되었다고 알려지고 있으나, 그 뒤의 역사(歷史)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을 수반으로 한 오백 나한(羅漢)을 모시고 있다. 고려 공민왕 때 왕사를 지낸 나옹화상이 수도하던 곳으로 오대(五臺)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여 전망이 좋다.

 

 

북대사에서 상원사로 내려오는 하산(下山) 길은 임도(林道)로 이어진다. 이 길은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사실 북대사까지 승용차가 올라가고 있었다). 굽이굽이 돌아 내려오는 임도가 지겨운 사람들은 북대사 갈림길에서 상원사 방향으로 약100m정도에 있는 오른편 오솔길로 접어들면 된다. 오솔길로 내려서는 입구는 금(禁)줄이 쳐져있고, 그 앞에 국립공원관리소에서 세워놓은 ‘출입금지(出入禁止)’ 경고판이 세워져 있지만 40분을 절약할 수 있는 이 길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북대사에서 상원사로 내려가는 오솔길에도 가을은 무르익고 있다. ‘단풍 시계’가 아까 오를 때와는 반대방향으로 시계(時計)바늘을 돌리고 있다. 붉게 타오르던 단풍은 점점 농도(濃度)가 옅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름답기는 매 한가지, 아직도 푸른 빛이 남아있는 산길일지라도, 제법 보기 좋게 단풍이 물든 나무들이 군데군데 자태를 뽐내고 있다. 어쩌면 저 단풍들은 곧 퇴장하게 될 자신의 쓸쓸함을 감추려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불태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행날머리는 상원사 주차장(원점회기)

비탈을 지나서 잠시 능선길이 보이더니, 이내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경사(傾斜)가 보통 급한 것이 아닌데도, 계단이나 로프 등 안전시설(安全施設)은 일체 찾아볼 수 없다. 하긴 통행(通行)을 금지(禁止)하고 있는 길에 안전시설을 설치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경사를 이기지 못한 길은 갈지(之)자로 또아리(똬리)를 틀면서 고도(高度)를 낮추어 간다. 비정규(非正規) 등산로에 들어서서 20분 정도를 급경사(急傾斜)와 싸우다보면, 아까 헤어졌던 임도와 또다시 만나게 된다. 도로(道路)를 따라 또다시 20분 조금 못되게 걸어(약 1.5km) 내려오면 아침에 산행을 시작했던 상원사 주차장이 보인다.

 

 

 

함백산(咸白山, 1,573m)

 

산행일 : ‘11. 9. 25(일)

소재지 :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화전동과 정선군 고한읍의 경계

산행코스 : 두문동재(싸리재)→은대봉→중함백→함백산 정상→만항재(산행시간 : 4시간)

함께한 산악회 : 송암산악회

 

특징 : 정암사로 더 잘 알려진 함백산은 강원 동부의 최고봉으로 정상에서 태백산, 백운산 등 지역의 산릉들은 물론 동해 일출(東海 日出)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그러나 조망(眺望) 외에는 특별한 볼거리도 없고, 정상에 방송국 중계소가 있는 탓에, 승용차로 정상까지 올라갈 수가 있어 산행지로는 권하고 싶지 않다.

 

 

 

산행들머리는 두문동재(싸리재)

38번 국도(國道/ 태백시 방향)를 따라 달리다가 고한읍을 지나자마자 만나게 되는 ‘두문동재 터널’의 입구 직전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두문동재이다. 두문동재의 원래 이름은 싸리재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두문동 마을의 이름을 따서 바꿨다고 한다. 하지만 옛 이름이 훨씬 더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꼬불꼬불 구비를 돌아 싸리재에 오르면 간이휴게소와 산림감시초소가 보인다. 예전에는 보지 못하던 풍경이다. 태백과 사북, 사실 난 80년대 초부터 이 지역과 인연이 있었다. 교통수단이라고는 열차가 유일(버스도 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했던 이곳에서 난 공직(公職)의 첫발을 내딛었었다. 중앙행정기관의 지역사무소의 과장으로 부임해서, 낯선 땅에서 마땅히 갈 곳이 없던 난 주말이면 태백산이나 함백산 등 주변의 산들을 올랐었다. 그리고 2000년대 강원랜드의 설립(設立)에 관여하기까지 이 지역과는 끈질기게 인연이 이어져 왔었다.

 

 

금대봉에서 허리를 낮춘 백두대간(白頭大幹)이 은대봉으로 솟구쳐 오르기 전 잠시 쉬어가려는 듯 길을 열어두고 있는 싸리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10여분 만에 한차례 능선을 올라서면 진행방향에 민둥산 하나가 보인다. 은대봉이다. 능선에 늘어서있는 화마(火魔)에 그슬린 듯한 나목(裸木)들은 아마 산불의 흔적일 것이다. 약간의 평탄한길을 가다가 한차례 더 오른 후 능선 길을 오르면 헬기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은대봉에 도착하게 된다.

 

 

 

은대봉 아래를 지나다 보면 동부지방산림청장이 세워놓은 ‘산림유전자원 보호림(구역)’이라는 경고판이 눈에 띈다.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일대 100ha에 분포한 주목 119본과 갈뫼나무 외 137종을 절취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단다. 아까 들머리에서 보았던 경고판에서 태백시 화전동 일대의 20ha의 주목도 보호하고 있다고 했으니, 아마 오늘 만나게 되는 식물들 중에서 어느 것 하나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은대봉 정상은 헬기장이다. 한쪽 귀퉁이에 조그만 정상표지석이 세워져있다. 밋밋한 봉우리만 생각하고 조망(眺望)을 기대해선 안 된다. 주위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온통 시야(視野)를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오르는 길에 보았던 매봉산의 풍력발전기까지도 나뭇가지 사이로 숨어버렸다. 은대봉 정상은 평원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널따랗고 평평한 안부이다. 주위의 숲은 대부분 신갈나무, 자작나무(사스레나무)도 많이 눈에 띈다. 자작나무 숲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들기 때문에 자못 생경(生硬)스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은대봉를 지나면서 등산로는 갑자기 고도(高度)를 낮춘다. 그러나 짧고 급하게 고도를 낮춘 후에는 유연하게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쉼터까지 2㎞ 정도 되는 구간은 오르막 보다는 내리막 위주로 이어지기 때문에 걷기에 부담은 없다. 등산로 주변의 신갈나무들이 점점 굵어지더니 어느새 짙은 숲을 만들어 내고 있다.

 

 

 

숲길을 걷다보니 오른편 숲속에 온통 빨갛게 타오르고 있는 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카메라에 가을 풍경을 담아보려고 숲속으로 들어섰더니 평소에는 쉽게 눈에 뛰지 않는 마가목이다. 군락지(群落地)라고 불러도 좋을만큼 함백산에는 마가목의 개체수가 많았다. * 마가목(mountain-ash), 주로 산지에서 자란다. 높이 8m 정도이나 고산지대에서는 2~3m의 관목상으로 자란다. 꽃은 5∼6월에 가지 끝에 복산방꽃차례(複揀房花序)를 이루며 흰색으로 피고, 열매는 둥글며 9∼10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다. 옛날부터 풀 중에서는 산삼이 제일이지만 나무 중에서는 마가목을 으뜸으로 여겼었다. 신경통, 요통, 위장병, 양기부족 등에 널리 이용되는 만병통치의 귀한 약재이다. 열매는 시금털털하면서 쓰고 매운 맛이 섞여 있는데, 먹으면 기침과 가래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 허약한 사람이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마가목 열매로 담근 술을 마시면 튼튼해진다. 또한, 마가목 껍질은 중풍, 고혈압, 위장병, 기침, 신경통, 류마티스관절염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은대봉을 출발해서 한 시간이 채 안되어 만나게 되는 쉼터는 흙산에서는 보기 힘든 널따란 바위 몇 개가 놓여있다.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쉬어가라는 의미에서 쉼터로 불리고 있나보다.

 

 

 

쉼터를 지나면서 주위의 나무들이 서서히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힘찬 근육을 자랑하는 고목(古木)들로 변해있다. 숲길은 기묘하게 생긴 고목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고 있다. 초록 이끼를 두른 아름드리 참나무는, 오랜 세월동안 모진 풍파에 시달려온 탓인지 생긴 모양새부터가 기묘하다. 그늘마저 초록빛으로 빛나는 오래된 숲길이다. 짙은 숲의 아름드리 고목 사이를 흘끔거려본다. 혹시라도 ‘숲의 정령(精靈)’들이 몸을 숨기고 있지나 않을까? 정령 대신에 누군가가 흙을 파헤친 흔적들만 자주 눈에 띈다. 필시 멧돼지의 흔적일 것이다. 길가의 숲에서 멱을 감듯 몸을 뒤챘는지 뻘건 흙이 드러나 있다. 멧돼지가 그리 만만한 동물이 아닌데도 별로 무섭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그것은 아마 반대방향에서 오는 등산객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함백산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이다. 1500m가 넘는 고산(高山) 중에서 이곳 함백산처럼 접근성이 편리하고, 산을 오르기가 수월한 산도 많지 않을 것이다.

 

 

 

 

숲의 공기는 걷는 내내 반팔 서늘하다. 아마 가을이 이미 깊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걷는 길섶의 가을꽃들은 몇 장 남지 않은 마지막 꽃술들을 떨어뜨리고, 길가의 나무들도 서서히 노랗고 붉은 색깔의 옷들로 갈아입고 있다.

 

 

 

쉼터에서 중함백(1508m)으로 오르는 구간은 경사(傾斜)가 심한 오르막길이다. 그러나 힘들다고 짜증낼 필요는 없다. 일단 정상에 오르고 나면 그 고생에 대한 보상(補償)은 충분히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중함백 정상에는 너른 바위 몇 개가 놓여있어 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단 정상에 올라서면 함백산이 눈앞에 가까이 다가오는데, 함백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주목과 어울리고 있는 광경(光景)이 가히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으로 펼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지나온 능선의 조망과, 고한읍과 태백시가 내려다보이는 것은 보너스이다.

 

 

 

 

중함백에서 함백산 정상을 향해 급경사(急傾斜)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이어지는 완만(緩慢)한 산길을 얼마간 걸으면 오늘 산행의 주인공인 주목 한그루가 보인다. 나무 앞에 매달린 이름표 하나, 보호수(保護樹)란다. 이어 나타나는 너덜지대를 지나면 별로 높지 않은 봉우리 아래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곧바로 진행하면 산허리를 돌아 만항재(2Km)로 이어지고, 함백산 정상(1Km)으로 가려면 왼편에 보이는 오르막길로 올라서야 한다.

 

 

 

 

 

중함백에서 함백산 정상까지의 구간은 주목군락지(群落地)이다. 함백산에서 만나는 나무를 떠올리라고 한다면 아마 이곳의 주목군락과 은대봉에서 만난 산죽(山竹)일 것이다.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도 만항재로 내려가는 급경사(急傾斜) 내리막길의 막바지에서 만나게 되는 작은 숲이 전부일 정도이니까...주목지대는 급경사가 시작되는 능선의 산록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은 아예 가지가 없거나 잘리고, 한쪽으로만 무수히 많은 가지가 뻗어나간 주목, 주목을 보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들 말하는데 과연 저 주목은 몇 년을 살아온 것일까? 대부분의 나뭇가지들은 말라비틀어져 있고, 푸른 잎이 붙어있는 가지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주목군락지가 끝나면 주변의 풍물(風物)은 급격히 변한다. 산행 내내 보이던 신갈나무는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어른의 허리에도 못 미치는 관목(灌木)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덕분에 함백산 정상을 지키고 있는 돌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인지 쑥부쟁이를 비롯한 들꽃들의 개체수도 늘어나 있다.

 

 

함백산 정상은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구태여 바위들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보통 바위봉우리라고 하면 바위가 통으로 이루어진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은 큰 바위덩어리들을 얼기설기 쌓아 놓은 것 같은 형상(形象)이기 때문이다. 하긴 함백산 같이 전형적인 흙산(肉山)에 통으로 이루어진 바위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일 것이다. 정상의 제일 높은 지점에는 공들여 쌓은 돌탑이 우람하게 서있고, 그 앞에 돌로 제단(祭壇) 형태의 축대를 쌓은 위에 정상표지석을 세워 놓았다. 이곳도 근처에 있는 태백산과 같은 신령스러움이 있는지 정상표지석 앞에서 고사(告祀)를 지내고 있는 스님일행이 눈에 띄었다. 하긴 함백산이란 '크게 밝은 산'이란 뜻이니 어찌 신령스럽지 않겠는가?

 

 

 

함백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너무나 좋다. 남쪽의 태백산을 위시로 해서, 북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의 산인 금대봉과 매봉산, 그리고 서쪽의 백운산, 두위봉, 장산 등 산세(山勢)가 대부분 1400~1500m급의 산들이기에 거대하고 웅장하기만 하다. 서쪽 저 멀리에 백운산이 강원랜드 카지노 건물들을 머리에 얹고 있고, 동쪽 매봉산 자락에 자리 잡은 풍력발전기는 그 날개를 힘겹게 돌리고 있다. 이국적인 풍경이다. 다만, 하나 아쉬운 것은 정상 근처의 통신(通信) 시설물들이 눈에 거슬린다는 것이다.

 

 

 

정상에서 남쪽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발아래로 뱀처럼 꽈리를 틀고 있는 만항재가 내려다보이고, 그 왼편에는 대한체육회의 '태백선수촌'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상에서 만항재 방향으로 내려오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편으로 가면 군부대(軍部隊) 통신시설 입구, 만일 승용차를 이용해서 함백산 정상까지 올라왔었다면 차량은 이곳 어림에 주차(駐車)되어 있을 것이다. 걸어서 만항재로 내려가려면 오른편 돌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된다.

 

 

 

함백산 정상에서 만항재로 내려가는 하산(下山)길은 가파른 내리막길, 그것도 꽤나 길게 이어진다.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는 듯 길가에 로프를 매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방향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내뿜는 숨소리는 거칠기 그지없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끝나면 다시 동네 뒷동산 같은 편한 길이 이어진다.

 

 

 

 

만항재에 가까워지면서 길섶의 야생화(野生花)의 개체수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야생화를 즐기며 여유를 부리다보면 저만큼에 대한체육회(大韓體育會) '태백선수촌'으로 들어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보인다. 도로변에 산악회의 관광버스가 주차되어 있고, 차량 곁에서 20여명이 둘러 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다. 아마 저들은 가파른 능선위에 놓인 함백산을 오르기에는 힘들이 부치나보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오르는데 1시간이면 충분한데도 말이다

 

 

대한체육회 선수촌로 가는 도로(道路)에서 만항재까지의 대간(大幹)길은 편하다. 길섶에는 어김없이 들꽃들이 길동무가 돼 준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벌개미취, 마지막 숨결을 다하고 있는 엉겅퀴, 그리고 습기가 촉촉한 풀섶에는 어김없이 물봉선이 방긋 웃고 있다. 고저(高低)가 심하지 않은 능선을 따라 몇 번 오르내리면 저 멀리 화방재가 내려다보인다.

 

 

 

 

만항재로 가는 길가에는 갖가지 들꽃들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들꽃으로 치장한 정원(庭園) 같은 느낌이다. 비록 초가을 날씨에 생기를 잃고 있지만,,, 노루오줌은 보라색 꽃잎이 생기를 잃은 지 오래이지만, 샛노란 마타리는 아직도 그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거기다 제철을 만난 들국화에다, 비록 꽃은 이미 져버렸지만 열매가 익어가고 있는 어수리가 어울리고 있으니 ‘산상(山上)의 화원(花園)’이라고 불리는 애칭에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산행날머리는 만항재

만항재에 내려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산상의 화원’이라고 쓰인 간판이다. 간판 뒤로는 널따랗게 야생화 정원을 조성해 놓았다. 그 넓이가 무려 10만 평 가까이 된단다. 정원을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길가에는 이곳에 심어져 있는 야생화의 이름표가 꽂혀있다. 산나리, 투구꽃, 어소리, 자주꽃방망이, 산 솜방망이, 동자꽃 등등... 저런 이름을 가진 고산식물들이 한꺼번에 꽃들을 피워낸다면 이곳은 이름 그대로 ‘산상의 화원’ 아니 ‘천상(天上)의 화원(花園)’으로 변할 것이다.

* 태백과 정선, 영월의 경계에 놓인 만항재를 이곳 사람들은 ‘산상(山上)의 화원(花園)’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해마다 여름이면 하늘 숲 정원에서 ‘고한 함백산 야생화축제’를 연단다. 이 정도의 야생화군락(野生花群落)을 산을 오르는 수고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은 아마 이곳 만항재뿐일 것이다. 이곳까지 버스가 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항재(1330m)는 남한(南韓)의 허다한 고개 가운데서도 가장 높고 험한 고개이다. 고갯마루에는 간이매점이 있다. 아니 동동주를 팔고 있으니 주막(酒幕)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 감자전 한 접시에 동동주 한 되를 시켜놓고 히치하이킹(hitchhiking)을 노려본다. 만항재는 들꽃들의 천국인 ‘산상화원’으로 소문이 난 탓에 평소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우리도 대구에서 온 산악회의 관광버스를 얻어 타고 고한읍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검봉산(劍峰山, 530m)

 

 

산행일 : ‘11. 9. 13(화)

소재지 :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산행코스 : 강촌역→강촌유원지→강선사→강선봉(降仙峯, 484m)→검봉산→육개봉(384m)→문배골 펜션→문배마을→구곡폭포 주차장→강촌역 (산행시간 : 5시간30분 )

 

함께한 산악회 : 집사람과 둘이서

 

 

특징 : 검봉산의 입구에 강촌역이 자리하고 있어 경춘선이 전철(電鐵)로 바뀐 뒤 부쩍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서울에서 접근성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산행이 끝나기 전에 만나는 정상 어림의 문배마을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호사(豪奢)를 누릴 수도 있다. 산채 비빔밥과 토종닭 요리를 잘하는 집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검봉산은 밖에서 보기에는 험준해 보이나, 막상 산에 들어가 보면 등산로가 위험지대를 벗어나 있어 초보자도 손쉽게 정상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 산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산행들머리는 경춘선 전철(電鐵) 강촌역

강촌역을 빠져나오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강선봉, 그 오른편에는 삼악산이 우뚝 솟아있다. 역 앞에서 왼편으로 가면 강촌 시가지(市街地)를 거치지 않고도 강선봉으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난 망설임 없이 강촌시가지를 통과하여 강선사를 오르는 코스를 선택한다. 서울을 벗어난다는 게 고작 경춘선으로 대성리와 강촌이 전부였던 시절... MT하면 으레 강촌이었고, 학생들은 이곳을 ‘해방구’로 여겼었다. 그런 추억어린 길을 다시 한 번 걸어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아니 두근거림을 넘어 가슴 저림으로 치닫고 있다.

 

 

 

강촌역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선 후, 강촌중학교을 왼편에 끼고 돌면 강촌유원지(遊園地)가 시작된다. 길가는 전형적인 유원지, 숙박시설은 물론이고 PC방과 유흥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는 풍경은 엊그제 우리가 들렀던 도심(都心)의 한 복판을 연상시키고 있다.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렸지만 그나마 자전거 대여점에서 빛바랜 흑백사진을 떠올린다. 그 옆에 늘어선 사륜구동바이크가 조금 낯설기는 하지만...

 

 

유원지 중심가를 지나다보면 저만큼에 우람한 절벽(絶壁)이 보이고, 왼편으로 강선사로 들어가는 소로(小路)가 보인다. 들머리에 강선사 팻말이 보이니 길을 헷갈릴 걱정은 없다. 강선사로 오르는 골목길 좌우에는 MT오는 대학생들을 위한 민박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골목길을 따라 5분여 오르면 웅장한 바위산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강선사는 바로 그 산자락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강선봉에 오르기 위해선 강선사 입구의표지판이 지시하고 있는 방향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강선봉 1.05㎞, 검봉산 3.10㎞’라고 적혀 있다.

 

 

강선사(降仙寺) , 한국불교(韓國佛敎) 5대 종단(宗團) 중의 하나라는 ‘대한불교 법화종(法華宗)’에 소속된 사찰(寺刹)로서 약 50년의 역사를 가진 절이다. 법화종은 법화경(나무묘법연화경)을 소의 경전(所依 經典 : 교파의 수행의 근간이 되는 경전)으로 하고 있으며, 주요사업의 하나로 사찰납골당을 추진하고 있다. 강선사에서도 역시 극락정토원이라는 납골당(納骨堂)을 운영하고 있다.

 

 

경춘가도와 나란히 달리는 북한강 전경이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다.

 

 

 

강선사에서 강선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몹시 가파르고 큰 바위가 곳곳에 널린 너덜길이다. 길은 험하지만 곳곳에 로프를 설치해 놓아 등산객들의 안전(安全)을 돕고 있다. 40분 정도를 힘들게 능선에 오르면 오른편은 가파른 암벽(巖壁)이다. 암릉의 특징대로 조망이 뛰어난 전망대가 가끔 보이고, 바위에 올라서면 북한강과 삼악산 줄기가 어우러진 멋진 경치가 나타난다. 강선봉으로 오르는 구간에서 만나는 풍광이 오늘 산행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

 

 

새로 지어진 강촌역사

 

 

 

 

강선봉을 오르는 중간에 만나는 고사목. 춘천 방향의 전망이 좋다

 

 

 

 

강선봉 정상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넓지 않은 분지(盆地)에 정상표지석은 찾아볼 수 없고, 강원대 산악회에서 세워 놓은 강선봉 입간판을 보고서야 이곳이 강선봉의 정상임을 눈치 챌 수 있다. 정상에 서면 서쪽과 남쪽으로 검봉산과 봉화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선봉은 암벽으로 우뚝 솟아있는데 옛 적엔 ‘칼바위’라고 불린 적이 있었단다. 이를 미루어볼 때 검봉산이라는 이름은 아무래도 이곳 강선봉에서 유래했을 것 같다. 실제로 검봉산은 평범한 흙산이니까 말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났다.

 

 

 

강선봉 정상에는 이정표가 없고, 또한 사방이 바위로 되어있어 길의 흔적을 찾아내기도 쉽지가 않다. 검봉산으로 가려면 왼편(남쪽)의 경사가 심한 사면을 가파르게 내려섰다가 오른편으로 돌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 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초반은 오른편이 까마득한 낭떠러지이다. 절벽의 난간에 쇠로프로 안전펜스를 만들어 놓아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암벽구간이 끝나고 검봉산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풍경은 확연히 변한다. 이제까지의 이어오던 바위산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고, 전형적인 흙산(肉山)의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길은 순하고, 걷기에 부담이 없다. 말안장 같은 능선, 말안장이 포근한 흙으로 덮여있으니 당연히 편하게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낙엽까지 수북하게 쌓여있으니...

 

 

 

 

 

정상 가까이에서 만나는 짧은 바위지대를 통과하면 이내 검봉산 정상이다. 검봉산 정상은 서너 평 됨직한 흙으로 이루어진 분지(盆地)로 특별한 볼거리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정상의 한가운데에 두 개의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산행안내도가 서있고... 강촌에서 올라오는 길목에 널따란 바위 몇 개 놓여있으니 잠깐 쉬었다가도 좋을 일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이 지났다. (정상의 이정표 : 문배마을 1.95Km・봉화산 4.7Km/ 강선봉 2.05Km/ 매표소 1.28Km)

 

 

검봉산 정상 인근의 전망데크. 북한강 줄기가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가운데 삼악산을 비롯해 명지산, 국망봉, 화악산, 삿갓봉, 용화산 등 주변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길은 목조계단이 잘 설치돼 있어 안전하지만 대신 지루하다. 10여분 계단을 내려오면 표지판과 간이의자가 놓인 숲속 쉼터가 나타난다. 표지판에는 ‘문배마을 1.9㎞, 정상 0.57㎞’라고 적혀 있다. 이곳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문배마을로 가는 길과 육개봉과 굴봉산으로 가는 길이다. 그러나 내가 가려고하는 봉화산은 이정표에 표시되어 있지 않다. 벤치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등산객들에게 물어보지만 그들도 고개만 갸우뚱... 어림짐작으로 방향을 잡아 진행한 길은 육개봉 방향, 문배마을로 내려가는 길보다는 능선으로 이어지는 육개봉 방향이 더 신뢰(信賴)가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결정이 오늘 산행을 고난의 연속으로 만들어버렸다. 봉화산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왼편의 문배마을 방향으로 능선을 타고 가야한다. 가는 길에 왼편에 문배마을이 보이지만 무시하고 곧바로 진행하면 봉화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확신 없이 진행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이 놓인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자 잘 정비된 등산로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또 하나의 실수였다. 이 길은 사람이 많이 다녀서 잘 닦인 길이 아니고, 강촌리조트에서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하여 검봉산까지 등산로를 정비해 놓았기 때문이란다. 육개봉으로 가는 등산로는 경사가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거기다가 낙엽까지 수북하게 쌓여 걷기가 무척 편하다. 그러다가 100m 정도의 급경사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이내 정상(384m)에 이르게 된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 대신에 육개봉이라고 적힌 종이코팅지 2개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을 따름이다.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도 일절 없다.

 

 

 

육개봉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이곳의 이정표가 지시하고 있는 굴봉산은 분명히 아님을 알기 때문에 다른 길이 있는지 찾아본다. 길이 없다. ‘길이 있나요?’ 언제 도착했는지 머리가 하얀 노인장께서 길을 물어 오신다. 그리고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고 검봉산 방향으로 뒤돌아 나온다. 10분 정도 돌아 나오는데 오른편으로 등산로가 열려있는 것이 보인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는 노인장분의 말씀을 쫒아 오른편으로 내려선다. 이것이 또 실수였다. 우린 전망대 아래의 삼거리까지 되돌아 나가야했던 것이다.

 

 

 

고저(高低)가 크지 않게 오르내리던 등산로가 갑자기 급경사 내리막길을 만들어내고 있다. ‘앗! 잘못 들어왔다’ 그러나 되돌아 나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그냥 내려가자고 말하는 집사람의 의지는 너무나 확고(確固)하다. 힘든 내리막길의 끝에는 ‘문배골 펜션’이라는 간판이 걸린 잘 지어진 건물이 있었다. 펜션 앞에서 또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그냥 잘 닦인 임도(林道) 로 내려가야 하느냐? 아니면 문배마을을 향해 산을 넘어야 하느냐이다. 이곳이 어디인줄 알면 결정을 내리기에 편할 터인데도, 나에게는 지도가 없다. 또다시 찾아오는 후회... 우선 산이 자그마하고, 이전에 세 번이나 찾아왔다는 자신감 때문에 지도를 챙겨오지 않은 내 자신이 너무나 창피스럽다. 나중에 지도를 확인해 본 결과, 하산지점은 백양리였고 임도를 따라 곧장 내려갈 경우 경춘선 경강역에 닿게 됨을 알 수 있었다.

 

 

 

‘문배골 펜션’에서 목을 축인 후, 문배마을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지시하는 데로 산행을 이어간다. 등산로는 골짜기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평소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지 잡초로 뒤덮인 길은 거칠기만 한데, 그나마 길가에 곱게 핀 들국화와 물봉선화가 다소나마 위안을 주고 있다. 계곡이 끝나고 문배마을로 오르는 등산로는 그야말로 급경사(急傾斜) 오르막길, 가파름을 배겨낼 수가 없어서인지 등산로는 갈지(之)자로 몸부림을 치면서 조금씩 고도(高度)를 높여가고 있다. ‘어디서 오시기에 이 길로 올라오시나요?’ 중턱쯤에서 만난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물어온다. 2男2女로 약초를 캐는 사람들인 모양인데, 그만큼 이 길로 다니는 등산객들이 뜸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길을 잘못 들어 ‘육개봉’까지 갔다가, 이어서 산 아래까지 내려갔고, 다시 산을 올라오고 있는 중이라는 대답을 듣고는 놀라는 기색(氣色)이 역역하다. 약초꾼들이 놀랄 정도의 코스이니 집사람이 힘들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집사람의 얼굴빛이 사색(死色)으로 변한지는 이미 오래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오름길이 끝나면 검봉산에서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안부 사거리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서 왼편은 검봉산(1.87Km), 봉화산은 오른편 2.9Km지점에 있다. 맞은편 바로 아래에 문배마을이 보인다. 사거리에서 봉화산 정상으로 향하고 싶지만 집사람에게 말도 못 부친다. 집사람에게는 그만한 체력이 남아있지 못함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육개봉에서부터 길을 잃고 같이 헤맨 노익장을 자랑하는 할아버지와 헤어져 문배마을로 내려선다. 그렇게 고생해 놓고도 봉화산을 오를 체력(體力)이 남아있다니, 체력이 나이와 비례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할 것이다. 문배마을은 한마디로 말해 하늘에 떠 있는 작은 마을이다. 봉화산의 능선과 검봉산의 작은 능선 사이 2만여 평의 분지(盆地)에 10여 가구가 토속음식을 판매하며 모여 살고 있다. 마을이름은 약 200년 전쯤 산간에 자생하는 돌배보다는 조금 큰 문배나무가 많이 있어서 그렇게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예전에는 화전민(火田民)들이 모여 살던 심심산골이 이제는 소문난 관광지(觀光地)로 변했다(오늘은 추석 다음날인지라 등산객들이 뜸한데도, 문배마을에서 내려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이 100명도 훨씬 넘었다). 주민들의 생계도 농업보다는 요식업으로 바뀌었다. 비록 아직도 전형적인 시골풍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일 것이다.

 

 

 

문배마을 앞에는 커다란 저수지(貯水池)가 조성되어 있었다. 저수지 가운데에 있는 파이프는 아마 분수시설인 듯, 그만큼 관광지로 잘 관리하고 있음이다. 저수지의 하부가 춘천이 자랑하는 구곡폭포(九谷瀑布)이니 아마 폭포의 수량을 조정하는 역할(役割)도 하고 있을 것이다. 문배마을에서의 하산은 저수지 옆의 통나무집 오른쪽 길을 따라 50m정도의 언덕을 넘어야 한다. 갈지자로 구불대고 있는 경사진 길은 분명히 등산로이련만 맞은편에서 헉헉대고 올라오는 사람들의 차림새는 전형적인 야외나들이 복장이다. 그들은 문배마을이 해발 500m에 가까운 곳인데도, 산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내리막길은 산책로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산행날머리는 강촌역(원점회귀)

문배마을에서 구곡폭포 입구의 매표소(賣票所)까지는 1.7Km,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이미 5시간 가까이를 걸으면서 바닥나버린 체력으로는 만만치 않은 거리이다. 힘들어하는 집사람과 보조를 맞추며 40분 정도를 걸어 내려오면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林道)가 보이고, 임도를 따라 조금 더 걸어 내려가면 구곡폭포 앞 매표소이다. 구곡폭포가 비록 춘천이 자랑하는 절경이라지만 여름과 겨울, 그리고 가을에 세 번이나 들러봤기에 다시 둘러보는 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춘천에서 강촌을 거쳐 이곳까지 다니는 버스를 이용해 강촌역으로 갈수 있으나 그냥 걸어서 강촌역으로 향한다. 버스가 시간마다 한 대씩 다니고, 다음 버스는 50분 후에나 온다니 어쩔 수가 없다. 매표소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강촌역에 도착할 수 있다.

 

 

 

국지산(菊芝山, 626m)

 

 

 

산행일 : ‘11. 8. 14(일)

소재지 :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과 남면의 경계

산행코스 : 상촌마을→상촌계곡→순천박씨묘→문고개→정상→재재기재→뒤뜰마을(산행시간 : 2시간20분)

함께한 산악회 : 곰바우산악회

 

 

 

특징 : 국지산은 조선(朝鮮) 제6대 임금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 남쪽 약 5km에 솟은 야트막한 산이다. 전형적인 흙산(肉山)으로 산세(山勢)가 유순하고 부드러워 가족 산행지로 알맞은 산이다. 산행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흠(欠)이지만, 그 짧음이 장점으로 작용해서 이른 봄에 시산제(始山祭) 장소로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 육산의 특징대로 특별히 볼만한 구경거리는 보여주지 못한다.  

 

 

 

산행들머리는 영월읍 흥월리 상촌마을

중앙고속도로 제천 I.C를 빠져나와 38번 국도(國道/ 영월방향)를 따라 달리다가 영월 I.C에서 88번 지방도(地方道/ 봉화 춘양방향)로 옮긴 후, 평창강(?)을 건너 조금 더 달리다가 흥월초등학교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들어서면 산행 들머리인 흥월리 뒤뜰마을에 이르게 된다.

뒤뜰마을 버스정류장에서 흥월초등학교 방향으로 100m남짓 내려가면 오른편에 산행들머리인 상촌마을 입구가 보인다. 도로변 머리위에는 솟대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상촌마을 입구에는 ‘가내골(국지산입구)’라고 적힌 예쁘장한 널빤지(木板)가 인위적으로 세워진 나무기둥에 매달려 있다.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農路)를 따라 상촌마을로 들어선다. 상촌마을은 평소에 우리가 생각하는 집단(集團)으로 무리를 이룬 촌락(村落)이 아니다. 몇 채의 농가(農家)들이 띄엄띄엄 길가를 따라 늘어서 있다. 농로의 왼편에는 자그마한 개울이 흐르고 있다. 길가의 고추밭에는 이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농군의 일손은 바쁘기만 하다.

 

 

 

 

마지막 농가에서 시멘트포장 농로는 끊어지고, 뒤이어 비포장 농로가 시작된다. 작은 다리를 건너 산자락에 접근하면, 왼편에 등산로 표지판이 보이고, 그 뒤로 산길이 열린다. 사면(斜面)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한마디로 곱다. 흙길은 포근하기만 한데, 거기다가 등산로 주변까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서 걷기에 편하다. 사면을 따라 성큼성큼 10분 정도 올라가면 ‘순천 박씨지묘’란 비석이 서있는 무덤이 있는 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무덤 뒤로 난 뚜렷한 능선길을 따라 약 30여분 정도를 걸으면, 등산로가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서 갑자기 급사면(急斜面)으로 변한다. 별로 길지 않은 오르막을 치고 오르면 능선안부에 닿게 된다. 태화산과 국지산을 잇는 능선 상에 있는 문고개이다. 국지산 정상은 이곳에서 오른편 능선을 따라 진행해야 한다.

 

 

 

 

문고개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10여분을 걸으면 송전탑(送電塔)이 있었던 자리인 듯 시멘트 기단(基壇)이 보인다. 이곳에서 등산로는 갑자기 가파르게 변한다. 흙산임에도 곳곳에 나타나는 바위들을 기어오르기도 하고, 어느 때는 바위를 돌아가며 힘겹게 올라서면 전망대(展望臺)이다. 오늘 산행에서 가장 뛰어난 조망처(眺望處)이건만 구름으로 뒤덮인 산하(山河)는 그 자태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완택산과 계족산, 태화산과 소백산 등 첩첩이 쌓인 강원도의 고산(高山)들이 조망된다는데...

 

 

 

 

 

 

 

 

 

 

 

 

 

전망바위에서 다시 한 번 바윗길을 기어오르면 국지산 정상이다. 정상은 서너 평 됨직한 공터에 삼각점과 영월군청에서 세워놓은 정상표지석이 놓여있다. 정상은 주변이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을 보여주지 못하므로 오래 머물 필요 없이 그냥 지나치면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20분이 지났다.

 

 

 

 

하산은 정상표지석 뒤로 난 등산로를 따라 재재기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북릉을 타고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한 번 능선을 치고 오르면, 북쪽의 한쪽 면이 절벽(絶壁)으로 이루어진 북봉(北峰)에 올라서게 된다. 절벽에서 무슨 사고(事故)라도 있었는지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로프로 막혀있다. 비좁은 정상을 그냥 지나친 사람들은 이곳 북봉 조금 못미처 있는 능선 안부에서 점심상을 차리면 된다. 안부는 20~30명이 둘러앉아도 될 만큼 널따랗다.

 

 

 

 

북봉에서의 하산(下山)은 북봉으로 오르지 못하도록 매어놓은 로프의 오른편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내려서면 된다.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 까딱 잘못해서 미끄러질 경우에 부상이 우려될 정도로 가파르다. 등산로 양편에 두 줄로 로프를 매달아 놓아 등산객들이 내려서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등산로는 다시 고와진다. 완만(緩慢)한 경사에다 고운 흙길, 거기다 낙엽(落葉)까지 두텁게 쌓여 있어 걷는데 조금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짙은 굴참나무 그늘 속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30분 정도 걷다보면 어느덧 재재기재에 닿게 된다. 비록 재재기재임을 알려주는 이정표는 없지만 아랫도리가 세 갈래로 나누어진 커다란 나무를 깃점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자작나무가 많아서 ‘자작이재’ 또는 재재기재라고 불린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자작나무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산행날머리는 뒤뜰마을

재재기재에서 오른쪽 방향의 지능선을 따라 10분 조금 넘게 내려오면 ‘사직신공지묘’ 라는 비석과 함께 문인석이 서있는 오래된 무덤이 나온다. 무덤을 지나 묵밭지대를 지나면 이내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농로를 만나게 된다. 산행날머리인 뒤뜰마을의 버스정류장까지는 농로를 따라 10분 이상 더 걸어가야만 한다.

 

 

 

 

 

 

뒤뜰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흥월초등학교까지는 300m 정도를 더 걸어가야 한다. 솟대가 줄지어선 도로를 따라 도착한 흥월초교는 폐교된 지 이미 오래되었고, 교정은 동강캠프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 이곳 흥월초등학교 터에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흥교사(興敎寺)라는 커다란 사찰이 있었단다.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弓裔)가 젊은 시절 세달사(世達寺)라는 절에서 중이 되었는데, ‘삼국사기열전’에 ‘세달사가 지금의 흥교사가 있는 곳이다’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면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이 분명하다..(흥월초교 운동장에서 1984년 석가여래입상과 영월지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기와 등이 발견되었으며, 마을 곳곳에서 고려청자와 석탑 파편들이 발견된바 있다)

 

쉰음산(두타산 : 1,353m)

 

산행일 : '06. 5. 20

소재지 :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과 동해시의 경계

산행코스 : 쌍용시멘트 채석장 - 쉼움산 정상 - 산성터 삼거리 - 두타산성 - 삼화사매표소

함께한 사람들 : 산자부 산악회

 

 

쌍용석회석에서 제공한 차량으로 500미터 고지까지...

의외로 편안한 산행이 되었습니다.

  

상임위원께서 술로 꼬셔서 따라나선 산행...

술도 술이지만 개인적으로 가기 힘든 쉼움산을 볼 욕심이 첫째...

하산후, 여직원들에게 나물을 한 보따리씩 사줬지요,

술에 대한, 산에 온 보답으로... 내자신이 흐뭇해진 산행이었지요

 

쉼움산 정상 

 

쉼움산 정상

오십정이라고 표기...

바위위에 분화구 같은 크고 작은 우물이 50개가 있었습니다

 

산단...

촛불자욱 등 신을 내려받는 흔적이 널려 있었습니다

 

두타 12폭포

전망대가 숨어 있어서 다른사람들은 지나친 곳입니다

 

 

 

 

 

 

두타산성에서

 

하산 후 뒷풀이...

삼겹살에 푸짐한 산나물...

날 가자고 꼬드겼던 발렌타인 21년산에

남북회담 따라갔다가 사온 북한산 장뇌삼주 두병...

이맛에 산에 다닌답니다

 

태백산(1,587m)

 

산행일 : '06. 2. 18

소재지 : 강원도 태백시

산행코스-유일사-장군봉-천제단(정상)-문수봉-당골 석탄박물관

함게한 사람들 : 석탄산업과 직원들

 

 

사무실 직원들과 태백산을 올랐습니다.
MT겸해서 오른 것이지요. MT라고 해봐야 술파티 위주지만..
금요일 근무 끝나고 출발해서 10시경에 태백에 도착,
한우촌에서 소고기 파티을 시작했네요.
못본채하라는 부탁을 저버리고 태백시청 직원들이 미리 식당을 잡아 놓고 기다리고 있군요.

박병극사무관이 학위를 땃다고 해서 케이크를 준비해서 간소하나마 축하의 메시지도 함께 전했네요.

식사후에는 숙소...
숙소에서 한잔씩 더한 모양이지만 전 그만 잠자리로...
이미 한시가 넘었거든요.

다음날 네시반에 일어나 태백산을 오름니다.
일출을 보려면 부지런을 떨어야하니까요.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릅니다.
다들 가슴에 품은 소망들을 빌어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태백산은 기도를 들어주는 영험한 산이라고 알려져있거든요.

산행 내내
하늘에는 둥근 달이...
어서오라 우릴 손짓합니다

 

일출 전에 함백산 쪽을 잡아봅니다.
선이 아름답지요?

 

행운이여 우리에게...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었습니다.

떠오르는 해에게도 뭔가 빌어봅니다.
이번 기도엔 조이님의 건강도 넣어봅니다

 

  

천제단에서 간단한 제물을 올려 놓고 함께 절을 올립니다.
그 절 속에는 사무실의 안녕과, 각자의 소망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에 밀려 곧 바로 한배검을 비워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엉덩이 썰매...
고리타분한 공무원들이라 체면 때문에 걸어 내려오지만
전... 이 좋은 기회를 버리지 않고 엉덩이를 혹사시킵니다

 

동료인 정동교사무관입니다.
눈을 감은 제 모습이 별로지만
사진이 별로 없어 버리지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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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봉(1,338m)

 

산행일 : '06. 1. 1

소재지 :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산행코스 : 진고개-1242봉-노인봉 정상-원점회귀

함께한 사람들 : 산자부 산악회

 

 

'06년 정초에 산자부 동료들인 산사랑회원들과 오대산 노인봉에 다녀왔습니다.
왜냐고요? 물론 새해 새소망을 빌어보기 위해 새해를 맞으러랍니다.
비록 해는 보지 못했지만 해발 1천미터 이상에서나 볼 수 있는 상고대는 실컷 볼 수 있었습니다.
저지대에서 보이는 설화 즉 내리는 눈이 나무가지에 쌓여 언 눈꽃과는 달리 설화는 수증기가 나뭇가지에 얼어 붇는 것이랍니다.
형상이 날카롭고도 오묘로와서 설화와는 비교가 안되지요

새해 소망을 빌 해가 없어 비록 대상은 없었지만
저와 조이님... 가족들...주위분들...
아니 이세상 모든이들의 평화와 행복을 빌어보았답니다.

"올 한해 모든이들에게 축복을 내려 주소서!"

 

 

정상에 선 그녀와 나!
인간승리랍니다.
많은 인파를 밀어제키고 정상 팻말을 차지했거든요.
울 산악회에서 유일하게 건진 정상팻말 사진입니다

 

조이님!
새해 첫날 무슨 소망을 빌으셨나요?
그 소망 꼭 이루어질 것입니다.
제 소망도 당신 소망과 같을 것이니까요.
윈-윈 전략이라고 하나요? 그 상승효과는 엄청날 것입니다.

 

 

억울합니다.
다 같은 옷을 입었는데도 왜?
왜 조이님은 보기가 좋을까요?
폼안나는 오리털 파카을 입고도 자태가 고운 내 사랑입니다

 

 

 

정상에서 상고대를 배경으로 한컷입니다.
정상에는 사람들로 넘쳐서 모처럼 찍은 사진들을 많이 버렸습니다.
노인봉은 출발지점인 진고개가 9백미터를 넘기 때문에 정상까지의 산행시간이 짧아 일출산행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정상이 너무 좁아 불편합니다.
하기사 고작 5백미터 정도 올라가서 만점 일출을 바라본다면 다른 산들이 억울하다고 하겠지요?
"고진감래'라는 말도 있잖아요? 

 

조이님과 함께입니다.
이번 산행을 앞두고 구입한 커플룩을 입었습니다.
마모트라고 미국의 유명한 아웃도어회사에서 만든 것인데
동진레저에서 세일중이라해서 안성맞춤으로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가볍고, 따뜻하고... 다 좋은데 너무 펑퍼짐하게 퍼져서 폼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겨울 산행에는 따뜻함이 제일인데요

 

산사랑 회원들입니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들 좋은 사람들입니다.
왜냐면 산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이 없다는 얘기가 정설이니까요
제 불찰로 여러장의 사진을 버려버려 미안한 이번 산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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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방산(1,577m)

 

산행일 : '05. 1. 1

소재지 :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산행코스 : 운두령-작은계방산-계방산-주목삼거리-이승복 생가

함께한 사람들 : 산자부 산악회와 덕산과 세류

 

 

일출산행에 참가한 산자부 산악회 회원들입니다.
등치 큰 관광버스를 빌렸는데...
에개~ 겨우 13명입니다.
덕산과 세류를 합해서 겨우 15명 체면치레입니다.

회비 넉넉히 쓰라고 했더니만,
착한 총무께사 진부의 유명한 식당에서 배터지게 먹여줬습니다

 

새해이니 새 희망도 빌어봐야겠지요.
올해에도 사랑이 끊임없이 솓아 오르도록 해주소서!

 

 

 

산자부 산악회 회원들입니다.
일출을 보면서 한컷...
무지무지 추웠습니다.
정상에서 라면 끓이다 장갑 태우는 줄도 모를 정도로... 

 

`05년 새해
계방산 일출을 보고
하산하는 길목에 있는
이승복 기념관을 찾았습니다.

배경이 있으니 당연히 셔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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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1,561m) 

 

 

산행일 : '04. 6. 6 

소재지 : 강원도 정선군

산행코스 : 장구목이골 임도(산 중턱까지 승합차 이용)-가리왕산 정상-장구목이골 임도-삼림감시소 초소(가든파티)

함께한 사람들 : 석탄산업과 직원들 및 정선군청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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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봉(559m)

 

산행일 : '08. 8. 2

소재지 : 강원도 홍천군 동면

산행코스 : 수타사-외동고개-정상-귕소-수타사

함께한 사람 : 집사람과 단둘이서 

 

 

셋째날입니다.

오늘은 서울에서 부모님이 내려오신답니다.

서두르면 하산후에 만나뵐 수 있을것 같아 부지런을 떨었지만

하산길을 잘 못들어 수타사에 부무님이 먼저 오셔서 저흴 맞았습니다

 

약수봉 밑을 지나는 수타사 계곡...

공작산에서 발원해서 수타사를 휘돌아 감고 흐릅니다.

이 계곡은 제가 사논 택지의 앞을 흐른답니다.

 

정상입니다.

558m이니 높지 않은 아담한 산입니다.

그러나 평지에서 오르기 시작하기 때문에

결코 산행이 쉽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조이님이 조금 힘들어하십니다.

아직은 투병중이라 걱정이 되나 이미 시작된 산행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경치만 좋으면

거기에 조이님을 앉혀보고 싶고,

조화로운 모습을 담고 싶답니다

 

산에서 만난 독버섯...

책에서 읽은대로 역시 독버섯은 예쁩니다

 

수타사계곡, 아름답지요?

이런 계곡이 저희 땅 앞으로 흐른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얼마나 행운입니까?

그런 행운이 저에게 찾아왔답니다

 

귕소

이름이 무처 희귀합니다.

난 굉소가 맞을 것 같은데...왜 굉음이라고들 하잖아요?

우렁찬 물소리를 듣고 그런 이름을 연상했는데

귕소라니요~~ 과연 그 뜻이 무었일까요?

 

 

홍천 별장을 찾아주신 부모님

수타사계곡에서 저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수타사 전경...

저희집에서 차로 5거리에 있습니다

 

 

보물인 종각...

보물 몇호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2호로 적힌걸 보면

아무래도 같은 종이 하나 더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이외에도 수타사에는 보물 745호인 월인석보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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