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산(小金山, 350m)-간현봉(艮峴峰, 386m)
산행코스 : 간현교→등산로 입구→구멍바위→소금산→철계단→소금산교→간현수련원→간현봉→베틀굴→두몽폭포→지정대교→주차장 (산행시간 : 3시간40분)
소재지 :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산행일 : ‘10. 8. 28(토)
같이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小金山은 섬강 지류가 굽이쳐 흐르고 산과 계곡이 수려하고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소금산이란 명칭도 규모는 좀 작지만 산세가 빼어나서, 작은 金剛山이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란다. 소금산은 높이가 343m로 야트막해 벗들과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오르거나 가족과 함께 한 바퀴 돌기에 아주 좋은 산이다. 산행 중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섬강의 지류를 바라보면서... 반면에 간현봉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산, 하산길에 만나는 두몽폭포를 빼 놓고는 특별히 오래오래 기억에 남길만한 특징이 없는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간현유원지(艮峴遊園地) 주차장
영동고속도로 문막 I.C를 빠져나와, 42번 국도를 따라 원주방면으로 달리다가, 중앙선 철도, 만종역 못미처에서 88번 국도인 지정로로 갈아타고 여주방면으로 달리다보면 원주시 지정면에 있는 간현유원지에 이르게 된다. 섬강을 가로지르는 지정대교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접어들면 간현유원지 입구에 수백 대의 차량주차가 가능한 널따란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다. *총 길이 103km에 이르는 섬강은 간현유원지 인근에 두꺼비 모양의 바위가 있어 두꺼비 섬(蟾)자를 써서 이름이 유래했단다.
▼ 간현 유원지 주차장에서 소금산으로 가려면 유원지를 지나야만 한다. 도로를 따라 오른편에는 상가, 왼편에 섬강을 따라 나무테크가 잘 만들어져 있다. 나무테크를 따라 100여m 정도 들어가면 섬강을 가로지르는 첫 번째 다리, 곧이어 나타나는 두 번째 다리인 간현교(잠수교)와 삼산천교가 다시 한번 섬강을 가로지른다. 간현교와 삼산천교는 인접해서 평행으로 나란히 놓여있는데, 간현교가 물에 잠길때는 삼산천교로 우회해서 섬강을 건널 수 있다. 다리에서부터는 또다시 유원지의 상가들, 그 끄트머리에 소금산을 오르는 등산로의 시작점이 있다.
▼ 상가의 끝 오른편으로 소금산 산길 안내판이 보이고, 이곳에서 오늘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산으로 오르는 초입은 나무계단, 산길은 제법 가파르게 시작되며 숲속을 파고든다.
▼ 소금산의 들머리에서 정상까지의 산행거리가 3.5km인 듯 곳곳에 3.5km 가운데 몇 km 통과라는 팻말이 서 있다. 등산객을 위한 배려는 고마우나 거리표기는 많이 틀리는 듯, 3.5Km을 한시간이 채 안되어서 도달했으니 말이다. 사실 그 정도의 거리는 평지에서도 그 시간에 도달하기 힘든 거리일 것이다. 등산로는 흙길, 낙엽에 쌓인 고즈넉한 숲길로 이어지면서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당연히 급하게 산행을 서두를 이유도 없다. 자연이 만들어낸 쉼터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다보면, 아이처럼 순수한 동심이 찾아들 것이고, 그러다보면 도심에서 지쳐온 우리네 몸과 마음은 어느새 평화와 안식을 얻게 될 터이니까 말이다.
▼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섬강의 물줄기를 따라 산의 형상이 기틀을 잡았는지, 섬강을 싸고돌며 활처럼 휘어져 앞으로 나아갈수록 슬그머니 북서로 돌아가고 있다. 유원지에 들른 사람들은 의례적으로 한번 정도는 들르는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사람이 많이 다닌 흔적이 뚜렷하다. 별로 굴곡이 심하지 않은 능선을 따라 오르고 내리다 보면 어느덧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 들머리에서 소나무와 참나무가 골고루 섞인 숲길을 따라 대략 50분 정도 걸으면, 등산로 바닥에 정성들여 심어놓은 길다란 통나무계단을 나오고, 그 끄트머리에 정상이 있다. 정상은 제법 넓은 분지, 귀여울 정도로 앙증맞은 정상표지석과 몇 개의 의자와 운동시설도 있다. 동쪽으로 많은 산들이 첩첩이 펼쳐져 있는 것이 보인다.
▼ 간현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상에서 크나큰 送電塔이 보이는 곳으로 방향을 잡아야한다. 철탑아래 오두막과 대여섯 개의 의자가 있는 쉼터를 지나면, 등산로는 가팔라지기 시작하고, 곳곳에서 바위와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落落長松들을 만날 수 있다.
▼ 정상 근처의 쉼터에서부터 산길은 험해지기 시작한다. 수백길 巖壁 위에 걸쳐진 철제계단, 그 위를 슬며시 덮고 있는 老松, 그들의 어울림에 따라 경관은 자연스레 아름다워진다. 절벽으로 이루어진 소금산의 빼어난 경관은 냇가를 걸어가며 건너다보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정상근처의 쉼터에서 냇가까지의 奇巖絶壁지대가 소금산에서 제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 ‘바위 오름 터 전망대‘에서 바라본 섬강의 水太極, 傾斜가 垂直에 가까울 정도로 날카롭게 서있는 절벽에 걸쳐져 있는 철제계단, 그 계단 못미처에 시원하게 조망이 트인 전망대가 있다. 잘 생긴 老松 밑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섬강은, 멋진 水太極을 그려내고 있다. 간현산 산줄기가 소금산 가운데를 반원 모양으로 오목하게 파고들기 때문에, 섬강이 S자 형태로 소금산과 간현산 사이를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 등산로는 소나무와 어우러진 결코 억지로 멋을 부리지 않은 아름다운 산길이 이어진다. 자연도 사람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래서 순수 미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가끔씩 들려오는 산새들의 지저귐이 한층 정겹게 느껴진다.
▼ 중앙선(中央線) 철도, 3개의 철교와 3개의 터널을 교차로 지나면서 일직선으로 간현유원지를 관통한다. 간현역에서 섬강을 건너온 철로는 소금산 수레터널을 통과해서 삼산천 교각을 건너가고, 다시 간현산의 안창터널을 통과하여 삼산천 교각을 또 한 번 건너가고, 다시 소금산 원재터널을 관통하여 서쪽으로 나아간다.
▼ 조망이 좋은 암릉을 지나면 수백길 낭떠러지, 그 끄트머리에서 철제 계단이 허공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一直線, 갈之字 型의 철제계단이 다섯 차례로 나누어가며 경사가 심한 절벽의 高度를 낮추어 주고 있다. 이곳의 철계단은 모두 404계단이며 가장 긴 곳은 150계단이란다.
▼ 철계단 구간을 내려서면 바로 냇가가 되고, 오른편엔 철교, 왼편으로 조금 내려가면 새로 만든 아름다운 다리가 놓여 있으니 소금산교이다.
▼ 방금 지나왔던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던 암벽
▼ 소금산 날머리를 벗어나 섬강을 가로지르는 예쁘장한 소금산교를 건너면, 섬강은 소나무가 어우려진 병풍바위 아래, 에머럴드빛 검푸른 沼와 금빛을 닮은 고운 백사장, 옛 문인들이라면 자연스레 한수의 시조가 떠오를 정도로 아름다운 정경들이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江의 좌측 소금산쪽으로는 천길벼랑이 끊임없이 솟구치고 그 아래 섬강은 유유히 흐른다. 계곡안 등산로 입구까지는 약1km정도로 바로 강옆에 기암절벽과 길이 나란히 가기 때문에 눈이 즐겁고 발걸음이 가볍다.
▼ 송강 정철은 關東別曲에서 "漢水를 돌아드니 섬강이 어디메뇨, 치악은 여기로다"라고 그 절경을 예찬했다. 강 가 천길 벼랑이 끊임없이 솟구쳐 이어지고, 그 아래 섬강이 유유히 흘르는 곳, 강가 넓은 백사장은 반쯤 에머럴드빛 맑은 물에 잠기고 있는데, 그 물결 위에 기암 준봉들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니 송강선생 같은 뛰어난 문인이 그냥 지나쳤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 간현암장, 아름다운 섬강을 따라 걷다보면 섬강을 가로지르는 길지만 앙증맞을 정도로 예쁜 목제다리가 보이고, 그 끝에 간현암장이 있다. 1985년 국민관광지로 개발되기 전까지 유격장으로 사용되던 곳, 유격훈련에서 도하(계곡사이를 외줄로 건너감)나 레펠(암벽하강) 훈련을 받던 자리가 지금은 암벽등반지(간현암장)로 변해있다. 암장의 암벽에는 손맛을 즐기려는 산악인이 암벽에 매달린 모습이 보인다.
▼ 소금산의 날머리인 중앙선 철교의 왼편에서부터 간현봉의 들머리인 간현수련원까지 약 1 km정도의 협곡은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江岸을 따라 에머럴드빛 섬강물결이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눈이 즐겁고, 발걸음은 자연스레 가벼워진다. 소금산을 감싸고 도는 섬강의 강물은 매우 맑고 깊으며, 강폭은 제법 넓다.
▼ 간현봉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 주변은 초반에는 참나무가 群落을 이루다가, 오른편에 바위 절벽이 보이면서부터 소나무로 대체되고 있다. 등산로는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위치 판단에 어려움이 많다. 도대체 어디가 정상인 줄도 모르고 산행을 진행하다보면 등산로는 어느새 하산길로 변해 버리고 만다.
▼ 간현봉은 왼편은 경사가 완만한 흙산이지만 오른편 소금산 방향은 날카로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덕분에 곳곳에 시원한 조망을 선사하는 전망바위들이 있다. 널찍한 암릉 위에서 내려다보면, 간현봉을 휘 감아 도는 빛깔 고운 섬강 과 아담한 산들 사이로 흐르는 중앙선, 원주를 향해 그 선로 위를 달리는 열차를 그려본다. 그 선로의 끄트머리에 있는 터널 속으로 사라져가는... 전망바위에 서면, 섬강 맞은편에는 소금산의 가파른 능선을 향해 솟구치는 붉은 철 계단이 아스라이 바라보이고, 눈앞에 전개되는 풍광에 도취되어 있는 사이 건너편 터널을 빠져 나오는 열차, 흡사 풍경화 속에서 빠져나오는 듯, 아! 여긴 어젯밤 꿈속에서 만났던 동화나라인가 보다.
▼ 간현봉 정상은 4~5평 남짓한 분지, 이곳이 정상이라는 이정표나 표지석 하나 없는 공터일 따름이다. 하긴 이곳까지 오는 동안 이정표 하나 구경할 수 없는 버려진 산에서, 정상표지석을 기대하는 것은 아마 語不成說 그 자체일 것이다. 정상은 사방이 나무숲에 가려 조망은 전혀 없다.
▼ 정상에서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20분 정도 내려서면 등산로 왼편에 베틀바위가 보인다. 전해져 오는 말에 의하면, 병자호란 때 피난 굴로 이용되었으며 그곳에서 베를 짜서 옷을 만들어 입었다 해서 "베틀바위"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굴의 높이가 낮은 것으로 볼 때, 신빙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동굴의 길이가 동굴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로 극히 짧아 동굴이라는 단어가 없이 그저 베틀바위라고만 부르나 보다. 바위 밑은 꽤나 많은 사람들이 쪼그리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제법 넓다.
▼ 베틀바위에서 두몽폭포까지 이어지는 계곡은 그야말로 原始林,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숲은 다양한 나무들로 이루어져 건강함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 하늘을 완전히 가릴 정도로 짙은 숲 탓에 계곡의 바위들은 짙은 녹색의 이끼들이 감싸고 있다. 비록 눈부신 햇살이 찾아들지 못하지만, 나뭇가지의 빈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한줄기 여명은 환상적인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그리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바람의 시원함도....
▼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나무들과, 그 밑을 다시 한 번 감싸고 있는 다래나무 등의 넝쿨식물類들, 비가 그친 뒤의 하늘엔 여름 햇살이 빛나고 있으련만, 그 여름 햇살조차 숲을 뚫고 들어오지 못하고 나무 등걸에 잠시 앉았다 지나갈 뿐...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짙은 숲길은 한 낮임에도 어두컴컴할 따름이다.
▼ 어두운 계곡엔 다래나무가 지천이고, 다래 넝쿨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참나무 가지에는 왠 이름 모를 기생식물까지, 혹여 이 식물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을 새라 사진을 올려본다.
▼ ‘꽃은 향기로워 마음 설레니 아, 어찌하랴 나의 이 젊음을’
신라시대의 薛搖라는 젊은 여승은 이런 時調 한편을 남겨놓고 俗世로 내려와 버렸다. 그녀의 방심을 뒤흔들었던 봄날의 산꽃들은 아닐망정 인동초, 싸리꽃, 산나리 등, 산속에는 꽃들이 자지러지게 피어있었다.
▼ 베틀바위에서 계곡을 따라 20분 정도 내려오면 왼편에 두몽폭포가 있다. 상부는 2단 폭포, 폭포의 아래에는 仙女湯이 도사리고 있다. 선녀탕 아래로는 臥瀑, 장마의 끝자락이라선지 수량이 많아 물놀이하기에 제격이다. 망설임 없이 옷을 입은 채로 풍덩... 더위에 지친 女心들도 체면에 아랑곳없이 풍덩 몸을 던진다. 굴곡을 볼 수 있는 내 눈은 즐겁기만 하고...
▼ 산행날머리는 간현유원지 건너편
두몽폭포를 빠져나오면 ‘두몽식당’ 등 두어 곳의 음식점을 앞을 지나게 되고, 백일홍이 곱게 핀 동네 고삭을 지나면 섬강의 물줄기가 보이고, 오른편에 지정대교가 어서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지정대교 건너편에 간현유원지 주차장이 있다. 장마 끝자락의 섬강은 가득하다. 가득한 물이 아득히 흐른다. 흐르는 것은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흘러드는 것도 아니다. 흐르는 것은 오고 또 가는 것을 잇대면서 늘 新生한다. 젊은 여름의 강은 산과 들의 모든 굽이를 다 휘돌아가면서 가득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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