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雪嶽, 매봉산(1,271m)
산행코스 : 남교리→단풍군락→산죽군락지→매봉산→용대자연휴양림 (산행시간 : 5시간 10분)
소재지 : 강원도 인제군 북면과 서화면의 경계
산행일 : ‘10. 10. 17(일)
같이한 산악회 : 산이 좋은 사람들
특색 : 雪嶽山과 이웃에서 마주보고 있는 매봉산, 두 산은 바로 이웃하고 있으면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설악산은 奇巖怪石이 많은 바위산인데 비해 매봉산은 전형적인 肉山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웃에 위치하는데도 설악산국립공원에서 제외시킨 것은 아마 매봉산이 산세도 조망도 별로인 산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연화자연휴양림에서 묵어가는 사람들이 한번쯤 올라본다면 몰라도, 구태여 일반등산객들이 시간을 내서 찾을 만한 매력은 주지 못하는 산이다. * 설악산은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공룡능선을 중심으로 그 동쪽지역을 외설악, 그리고 서쪽지역을 내설악이라 하고, 서북능선을 경계로 남쪽 지역의 장수대, 한계령, 오색지구 일원과 44번국도 남쪽의 가리봉, 등선대, 점봉산 일대를 남설악이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앞의 세 개 설악 외에 설악산국립공원 권역의 경계 북쪽, 매봉산 일대와 마산 일대를 북설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참고로 미시령 북쪽의 신선봉은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지만, 매봉산은 국립공원 밖에 위치하고 있다.)
▼ 산행들머리는 남교리 십이선녀탕 입구 주차장
‘자동차 전용도로’로 새로 탈바꿈한 46번 國道, 12선녀탕 입구의 널따란 주차장에서 자동차 전용도로의 밑을 통과하는 지하도를 지나면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만들면서 함께 정비된 널따란 주차장은, 화장실과 식당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 작은 시골마을의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물론 ‘사유지이니 출입을 금지한다.’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차단막 정도는 무시하면서... 포장도로를 따르던 길은, 첫 번째 만나는 삼거리에서 오른편 계곡으로 향하는 비포장 임도로 방향을 튼다. 임도의 옆으로는 제법 수량이 많은 계곡이 나란히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가 지나다닐 정도로 넓은 임도는, 두 번에 걸쳐 계곡을 가로지르면서 완만한 오름길을 만들어 낸다.
▼ 단풍으로 수놓는 色色의 모자이크는 금수강산 산하를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인다. 빼곡히 붉게 물든 산은 쪽빛 하늘과 연신 입맞춤하고 있다. 간간히 불어오는 산자락의 微風은 나뭇가지를 스치며 숨 막히는 붉은 향연이 살아 있음을 증명해 준다. 낙엽 수북하게 쌓인 오솔길을 걸으면, 우리가 시선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아름다움, 벅차오르는 가슴을 내내 붙잡게 만들고야만다.
▼ 계곡으로 들어서면 ‘붉은 파도’가 밀려온다. 한걸음 한걸음 滿山紅葉이 된 심산계곡 속으로 들어선다.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푹 빠져버리고 싶은 가을의 끝자락, ‘붉게 타오른 자연’에 눈을 뗄 수가 없는 시점이다. 계곡의 나무들은 저마다 흥에 겨워 빨간 장삼을 휘돌리며 群舞를 벌이고 있다.
▼ 등산로는 넓은 임도를 벗어나 서서히 좁아지고, 숲이 하늘을 가리면서 계곡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 오른편에는 계곡, 협곡 형태의 계곡은 내려설 수는 없을 정도로 좁고 깊다. 계곡의 가장자리에 널린 단풍의 아름다움에 취하더라도 방심은 금물, 우측이 벼랑인데도 안전시설이 없으니까 말이다.
▼ 산바람에 툭툭 떨어지는 단풍잎은 삭은 고목, 돌무더기에 달라붙어 오솔길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계곡 옆으로 가을빛에 잠긴 산길을 따라 오른다. 주위는 온통 붉고 노란 단풍으로 터널을 이루고 있다.
▼ 협곡이 끝나면서 등산로는 계곡으로 내려서게 된다, 그늘진 숲의 돌과 바위는 이끼로 덮여있어서 매우 미끄럽다. 조심조심... 계곡은 암반과 너덜의 혼합형태, 암반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수많은 瀑布들을 만들어내고, 암반을 돌아서면 맑은 물을 가득 저장한 沼와 潭이 마중 나온다. 그 가장자리에는 어김없이 불긋불긋 색동옷을 입은 나무들이 서 있으니, 그저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 단풍이 아름다운 때는 잎은 물론 나무에서 떨어져 길도 보이지 않을 만큼 쌓였을 때이다. 수북이 쌓인 단풍잎이 아까워 차마 밟지 못하고 비켜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단풍의 아름다움은 절정에 달한다. 한술 더 떠보면, 흐르는 물 위에서 햇살의 반짝임을 받고 있는 단풍잎 몇 개... 사진작가들이 카메라의 앵글을 자주 맞추는 정경이다.
▼ 계곡 위와 옆, 사방이 울긋불긋한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절정을 지나 단풍이 타고 있다. 단풍의 터널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도 함께 타고 있다. 모두들 紅花 빛이다. 여기는 天上의 樂園...
▼ 한 점 오염되지 않은 맑은 계곡을 건너기도 하면서, 경사가 심하지 않은 계곡을 따라, 고도감을 거의 느끼지 않으면서 서서히 주능선을 향해 올라선다. 계곡의 상류 합수지점에서, 등산로는 계곡을 벗어나 ‘주능선 삼거리 안부’를 향해 급경사 오르막길을 만들어 낸다. 등산로 초입에서 이곳 합수지점까지 약 2시간이 걸렸다.
▼ 주능선 안부 삼거리, 1246봉과 매봉산방향이 갈라지는 삼거리, 방향이나 거리를 알려주는 어떤 표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저 지도를 보고 나름대로 방향을 잡을 따름.... 이곳에서 매봉산 정상으로 향하려면 오른편 능선을 따라 올라야한다.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지도상에 山竹군락지로 표기된 널따란 분지, 산을 온통 산죽이 둘러싸고 있을 정도로 무릎 높이 정도로 낮게 자란 산죽들이 광활하게 널려있다. 지난주 언론기사에서, 단풍이 산꼭대기에서 부터 점차 내려오고 있다는 글을 읽었는데, 오늘 오른 매봉산의 중간어림부터는 이미 단풍이 사라져버렸다. 낙엽이 다 떨어진 나무의 빈 가지위에는 파란 하늘만이 허허롭게 걸려있었다.
▼ 山竹군락지를 지나면서 능선은 급경사 내리막길로 한참 고도를 낮추다가, 다시 경사가 꽤 심한 오르막길로 길게 이어진다. 정상에 가까워 올 무렵에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이정표가 반갑다. 이곳에서 조금 더 걸으면 정상 바로 못미처에 점심상 차리기 딱 좋을 만큼 널따란 공터가 보인다.
▼ 매봉산 정상, 정상은 점심상 차리기 좋은 공터에서, 5m 정도 더 나아가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정상은 서너 평 됨직한 공터에 표지석은 없고, 분지의 한쪽 가장자리에 ‘매봉산 1271m'라고 쓰인 볼품없는 이정표가 대신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주고 있다. 둘러싸고 있는 울창한 나뭇잎들로 인해 조망 또한 시원스럽지 못하다. 그저 나뭇가지 사이로 남쪽 내설악의 파노라마, 북으로는 향로봉과 주변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산행 들머리에서 이곳까지 3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 정상에서 하산길은 두 코스, 이중에 산행시간이 길지만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오른편 등산로를 따라 내려선다. ‘급경사는 짧고 완경사는 길고’ 그야말로 하산을 하면서 주위 경관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최상의 코스이다. 등산로 주변은 온통 참나무 군락지 그 아래에는 산죽들이 널따랗게 퍼져있다.
▼ 원시의 숲, 얼마 前까지만 해도 軍施設 때문에 민간인의 통행을 제한했던 곳답게 주위는 온통 원시의 숲이다. 수십 년은 되었을 성 싶은 참나무들이 아직은 싱싱하게 머리에 겨우살이까지 이고, 한편 어떤 나무들은 고목으로 등산로 주변을 장식하고 있다.
▼ 걷기 딱 좋은 능선을 따라 1시간 정도 내려오면 등산로는 왼편으로 급회전을 하고 있다. 완만했던 경사도 마음약한 사람들은 발걸음을 내려딛기가 무서울 정도로 심한 경사를 보이면서... 조심조심 10분 정도 내려오면 숲은 다시 붉게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 어린아이의 손가락이 하늘을 향해 벌린 듯 단풍은 파란 하늘을 가리고 섰다. 한 나무에서 돋아난 잎이지만 그 색깔도 제각각. 노랗고 빨간 단풍잎이 어우러져 자연이 만들어낸 색의 조합을 보여준다.
▼ 붉게 타는 가을이 봄꽃을 피우듯 저리 아름다운 것은, 엄연한 결별을 마다 않고 홀가분히 온몸을 던졌기 때문일까? 온 산하가 불붙기 시작한 가을의 北雪嶽, 저 용광로 같은 매봉산의 불을 어떻게 끄랴... 어렵게 끄려하느니 차라라 저 불속에 내 한 몸 던져 넣어 함께 산화해 볼까나...
▼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고나서야 나목에 새봄이 오는 생명의 엄연한 질서, 그래서 운명적으로 쇠잔해지는 멍에 같은 조락의 가을은 벅찬 결실과 함께 마지막 불사르는 단풍이 서글픈 듯 그리도 아름답다.
▼ 산행 날머리는 연화동의 ‘용대리 자연휴양림’
진홍빛으로 물들은 능선을 따라 행복에 겨워 걷다보면 이내 자연휴양림의 통나무집이 보이고, 그 아래로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보인다.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길치고 아름답지 않은 데는 없고, 이곳 또한 걷는 이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고 있다. 손대지 않은 천연의 숲길이 아니고, 인공으로 가꾼 아름다움이라는 게 조금 서운하지만... 자연휴양림을 따라 흐르는 개울가는 온통 핏빛 단풍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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