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800m), 바위산(858m)


산행코스 : 홍천고개→매봉 남봉(710m)→매봉→수산재→합수곡→중말골계곡→안경다리→조교2교 (산행시간 : 5시간40분)


소재지 :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인제군 남면, 춘천시 북산면의 경계

산행일 : ‘10. 9. 19(일)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춘천의 소양호를 가슴에 담아 올 수 있는 산이지만 아직은 덜 알려진 채로 숨어있는 산, 지맥답사라는 특별한 의미를 두고 찾지 않을 것이라면, 별 특색이 없는 매봉은 생략하고, 그냥 바위산만 다녀올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경사가 심한 조교리쪽 능선을 하산코스로 잡는 것 보다는, 산행들머리로 정상에 오른 후, 수산재를 거쳐  중밭골로 하산하는 코스가 바람직하다.  

 


▼  산행들머리는 홍천고개

홍천고개는 소양강 나룻터가 있는 춘천시 북산면 조교리와 홍천군 두촌면 원동리를 잇는 2차선 포장도로 위의 고개로서 44번 국도의 두촌에서 연결된다. 산행은 홍천고개에서 북동쪽 능선 방향을 향해 절개지를 오르면서 시작된다. 홍천고개에서 반대편으로 오르면 가리산으로 가게 된다.

 

 

▼  切開地를 올라서 능선으로 붙으면 등산로는 제법 뚜렷하게 나있고,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은 참나무가 주종, 오늘 같이 인적이 뜸한 호젓한 산길에서 나무숲을 헤치며 나아가는 맛은 여름산행의 진미일 것이다.

 

 

 

▼  등산로는 산을 파헤친 참호와 허물어져가는 흉물스런 시멘트 벙커가 자주 나타나긴 하지만, 사람들이 찾지 않아 걷기조차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것만큼은 잡목이 우거지지 않아 걷기에는 좋은 편이다. 예상외로 淡白하다는 느낌이 맞을 듯...

 

 

 

▼  홍천고개에서 한 시간이 채 못되게 걸으면 닿게 되는 매봉남봉 정상, 조그만 봉우리에 잡초만 무성하고, 정상석은 물론 이정표 하나 없는 가난한 봉우리이다(삼각점이 있어 이곳이 매봉남봉이라고 어림짐작할 뿐).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시야도 제로이다.

 

 

 

▼  등산로는 완만한 오르내림이 반복되며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은 잣나무와 때로는 일본이깔나무 지대를 통과한다. 등산로 주변은 키가 큰 떡갈나무 등 참나무類의 아래 키 작은 철쭉과 진달래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등산로 주변에는 철이 지난 야생화가 여러 가지 보인다. 순백의 들국화와 이름모를 야생화들, 바야흐로 지금은 이미 가을의 초입이라는 것을 잊은 듯 만개해 있다. 그리고 各樣各色의 버섯들...

 

 

 

▼  高度를 낮추던 등산로는 다시 고도를 높이더니,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오른쪽에 잣나무지대가 가끔 나타나는 밋밋하고 호젓한 능선의 연속... 시멘트 벽돌 벽 초소 흔적이 있는 곳을 지나서 좀 더 오르다가, 오른쪽에 흐릿한 영춘지맥 갈림길을 지나면 만나는 봉우리가 매봉이다 매봉 정상은 두 평 남짓 되는 분지, 사방이 잡목으로 둘러싸여 조망을 보여주지 못한다. 또한 정상으로 느낄만한 아무 특징도 없는데다가, 정상표지석이나 이정표가 없어서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나 또한 정상을 그냥 지나치고야 말았다.

 

 

 

▼  등산로 주변은 참나무, 잣나무, 때로는 일본이깔나무 숲이 번갈아 나타난다. 심심찮게 진달래나무가 터널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능선은 약간의 오르내림이 반복되며 한 동안 서서히 高度가 낮아진다.

 

 

 

▼  매봉을 지나면서 등산로는 약간 가파른 내리막길을 만들어낸다. 주변에는 키 작은 진달래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가끔 바위가 나타나는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고, 다시 완만한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高度를 낮추다보면 어느덧 수산재에 이르게 된다.

 

 

 

▼  수산재, 이곳 안부사거리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중밭골을 따라 조교리로 이어지는 계곡이 나온다. 예정된 바위산을 오르려면 곧바로 진행하면 된다. 수산재부터는 완경사보다는 급경사 오르막길이 더 길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급경사 오르막길을 올라서서 왼쪽 사면의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면 삼각점이 있는 바위산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  산행을 하면서 등산로 왼편의 나무들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남쪽의 가리산에서 매봉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는 영춘지맥의 일부이다. 등산로는 흙산의 특징대로 곱고 폭신폭신한 게 걷기에 무척 편하다. * 영춘지맥,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오대산 두로봉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뻗어 한강기맥을 일군다. 그 한강기맥은 불발현과 구목령 부근에서 또 다른 산줄기를 만들어 내며 북한강과 남한강으로 달리는데 이를 일컬어 영춘지맥이라 한다. 주요산으로는 태기산, 덕고산, 치악산, 용두산, 태화산 등이 있다.

 

 

 

▼  바위산 정상, 수산재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두어 번 하면 바위산 정상에 닿는다. 이정표 하나 없는 가난한 봉우리이기는 매봉과 매한가지, 정상은 서너 평 쯤 되는 분지로 사방이 잡목으로 둘러싸여 있어 視界를 열어주지 못하고 있다.  바위산 정상은 좁은 분지에 잡초만 무성한데, 여기도 매봉과 마찬가지로 이정표나 정상 표지석이 없이 그저 빈 봉우리... 한쪽에 ‘내평 23’이란 삼각점이 있어 그저 이곳이 바위산 정상임을 類推해 볼 따름이다.

 

 

 

▼  바위산에서 20분 정도 내려오면 오른편으로 거대한 암릉이 비스듬히 누워있다. 등산로는 없으나 리본이 보여서 무작정 오르고 본다. 그리고 贊嘆의 연속... 여기가 바로 ‘바위 展望峰’, 많은 사람들이 바위산과 혼동을 하고 있는 봉우리이다. 그러나 어느 봉우리가 바위산인들 어떠랴? 오늘 답사한 봉우리들은 어느 봉우리 하나 이름표를 달고 있는 곳이 없는데... 바위전망봉은 오늘 산행 최대의 하이라이트이다. 오늘 산행 중에서 유일하게 시원스런 조망을 열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巖盤으로 이루어진 정상은 고사목 두 그루가 럭비골대를 연상시키듯이 우뚝 솟아있다. 날이 맑은 날에는 두 골대 사이로 소양호가 펼쳐진다지만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오늘은 雲霧 속에 잠겨 視界가 제로이다.

 

 

 

 

 

▼  바위봉을 지나면서부터 등산로는 오른편 소양호 방향에 絶壁을 낀 암릉으로 변한다. 왼편으로 비스듬히 누운 형태의 암릉은 빗물에 젖어 미끄럽지만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평소에는 오른편으로 소양호의 리아스식 湖岸이 보일터이지만, 비가 내리는 오늘은 사위가 짙은 구름에 잠긴 탓에 그저 어두컴컴하기만 하다.

 

 

 

 

▼  암릉이 끝나갈 즈음, 온통 참나무로 뒤덮여 있던 등산로는 어느새 참나무와 소나무가 알맞게 섞여있다. 빗속에서도 은은히 코끝을 스치는 향기... 솔향은 언제나 사람의 심신을 푸근히 다독거려준다. 특히 아름드리 소나무숲이 내품는 독특한 솔향기는 기분을 맑게 해주고 마음을 편안케 한다. 그래서 소나무는 홀로 있거나 울창한 숲을 이루었거나 간에 아름답고 준수하고 기품이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소나무 중에 가장 흔한 것은 陸松이다. 주로 내륙지방에ㅐ 흔한 육송은 줄기가 붉어서 ‘赤松’으로도 불린다. 陸松 중에서도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은 것은 특별히 ‘金剛松’ 또는 ‘春陽木’이라 일컫는다.

 

 

 

▼  굵은 소나무 숲이 끝나면서 등산로는 갑자기 高度를 낮추기 시작한다. 급경사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려보려는지 등산로는 의욕적으로 갈之자를 그려보지만, 조금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800m 밖에 되지 않은 산의 下山길이 이렇게 길고, 이렇게 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난 오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등산로에는 安全施設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  푸른 이끼가 잔뜩 낀 계곡은 물 한방울 구경할 수 없는 乾川이다. 비에 흠뻑 젖은 등산로는 미끄럽기 그지없는데 경사 또한 장난이 아니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가지만 곳곳에서 미끄러지는 비명소리,  내 앞에서 걸어가던 일행은 나뭇등걸에 손이 찔려 꽤나 많은 피를 흘리고 있다.

 

 

 

▼  조심조심, 아무리 조심해도 여성분들에게는 한계가 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일행이든 아니든 간에 도와주어야 하는 것은 人之常情일 것이다. 내 친구 형우君도 평소의 근엄한 공공기관 임원의 굴레를 벗어버린 지 이미 오래, 혼자서 힘들게 하산하는 여성분을 알뜰하게 모시고 있다. 암벽등반의 造詣가 없기 때문에 비록 마음먹은 만큼 시원스레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  산의 밑자락에 도착할 즈음 등산로는 계곡을 벗어나 오른편 사면의 중간을 자르며 이어진다. 계곡의 반대편인 오른쪽으로 잣나무 숲이 울창하다. 잣나무 숲을 벗어나면 온통 칡넝쿨로 뒤덮인 묵밭, 근처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산행을 마감할 시간이 되었나보다.

 

 

▼  산행 날머리는 춘천시 남면 조교리

묵밭 아래로 내려서면 조그마한 폭포가 보인다. 이미 팬티만 입은 채로 목욕을 하고 있는 먼저 도착한 일행을 따라, 난 아예 옷을 입은 채로 물속에 잠기고 본다. 반바지로 갈아입은 후, 溪谷가의 둑을 따라 내려서면 중밭골의 수정처럼 맑은 물이 ‘이제 오늘의 산행이 마감’되었음을 알려준다. 중밭골을 건넌 후, 중밭골의 둑을 따라 개설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200m 정도 걸어 내려가면 홍천고개로 이어지는 地方道와 만나면서 산행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