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우도(樹牛島) 은박산(189m)

 

산행일 : ‘13. 5. 4(토)

소재지 : 경남 통영시 사량면

산행코스 : 선착장→고래바위→신선봉→백두봉→금강산(180m)→은박산(189m)→동백나무군락지→해안가→선착장(산행시간 : 3시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한려수도(閑麗水道)에서 봄이 가장 먼저 온다는 수우도는 최근에야 알려지기 시작한 섬이다. 바로 옆에 있는 사량도의 유명세(有名稅)에 가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수우도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울창하기로 소문난 ‘동백 숲(동백으로 유명한 오동도가 4천 그루인데 수우도는 2만여 그루)’은 수령(樹齡)이 무려 200년에서 500년에 이르고, 해안선(海岸線)을 따라 잘 발달된 기암괴석(奇巖怪石)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다른 섬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다는 것이 입소문을 탄 탓이다.

 

 

수우도에 가는 방법 : 수우도에 가려면 먼저 삼천포항으로 가야 한다. 삼천포항에서 수우도 가는 배는 하루 두 번(오전 6시30분과 오후 2시30분) 있지만, 단체로 갈 경우에는 유람선(遊覽船)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출항시간에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을 뿐더러, 운임(運賃)도 별로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산행들머리는 수우도 선착장(船着場)

수우도에는 차량(車輛)이 없다.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곤 오로지 선착장부근이 유일해서 도로가 따로 필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길다운 길이라곤 선착장을 둘러싸고 있는 방파제(防波堤)와 축대(築臺)의 위가 전부이다. 그 길의 오른쪽 맨 끄트머리가 산행들머리이다. 산행들머리에 가기 위해서는 마을 앞을 지나야 하는데, 마을 앞에 공중화장실이 깔끔하게 지어져 있으니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수우마을은 한마디로 작다. 마치 바위틈의 따개비처럼 은박산의 능선 틈 사이에 옹색하게 자리 잡고 있다. 주민들의 수는 서른 대여섯 남짓, 스물 한 가구가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단다. 섬사람들은 요즘 바빠졌다. 주말이면 수많은 등산객들이 찾아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착장에는 주말마다 톳과 말린 홍합을 파는 좌판이 늘어서고, 방파제(防波堤)에 매여 있는 어선(漁船)에서는 싱싱한 회에 결들인 소주까지 팔고 있다.

 

 

 

 

산길은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길로 시작된다. 산길 주변에는 소사나무와 동백나무가 대부분, 가끔 소나무들이 섞여 있을 따름이다. 산행을 시작해서 20분 정도 오르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편 길이 더 또렷하지만 이곳에서는 왼편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 오른편으로 오를 경우 곧장 신선대로 가게 되기 때문이다.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잡아 1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바위벼랑에 맞닥뜨리면서 길이 좌우(左右)로 나뉜다. 능선의 갈림길에 서면 왼편으로 고래바위가 잘 조망(眺望)된다. 수우도에서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절경(絶景)이다. 고래바위로 가는 길은 오른쪽이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바위 능선의 위가 널따랗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

 

 

 

갈림길에서부터 갸웃거리던 고개는 고래바위의 끄트머리에 이르러서도 멈추지를 않는다. 아무리 눈을 부릅떠 봐도 바위의 생김새에서 고래를 그려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언젠가 읽은 적이 있는 글귀가 떠오른다. 배를 타고 봐야 바위의 생김새가 고래로 보인다는 것이다.

 

 

고래바위 위에 서면 저 멀리 지리망산으로 널리 알려진 사량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신선대와 백두봉이 코앞이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매섬이 바닷물에 몸을 맡긴 채로 파도 따라 흔들리고 있다.

 

 

고래바위와 백두봉 사이에 있는 매바위, 키조개를 닮았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쨌든 공식적인 이름은 매바위이다. 이름을 지었던 유람선 가이드들의 눈에는 키조개보다 매를 더 많이 닮게 보였나 보다. 수우도의 해안(海岸)은 모두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하얀색갈의 바위들이 옥빛 바닷물과 어울리며 그 빼어난 자태(姿態)를 한껏 자랑하고 있다. 매바위나 고래바위, 해골바위 등 수우도의 바위들은 원래부터 이름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런 이름들은 최근에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삼천포항에서 출항(出港)하는 유람선의 가이드(guide)들이 지어 붙였다는 것이다. 하긴 가이드들이 관광안내를 흥미진진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름이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고래바위를 둘러본 후에는 아까 지나왔던 갈림길까지 다시 되돌아 나와야 한다. 고래바위뿐만이 아니다. 신선대나 백두봉 등 수우도의 비경(秘境)들은 둘러보고 난 후에는 어김없이 되돌아 나와야만 한다. 수우도가 자랑하는 절경들은 주능선보다는 바다를 향해 가지를 치고 있는 능선들이기 때문이다. 갈림길에서 다시 10분 정도 오르면 신선대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에서 신선대까지는 100m정도의 바위능선으로 연결된다. 신선대로 가는 길은 주의가 요구되는 구간이다. 양 옆이 수백 길의 낭떠러지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행여나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세라 가슴을 졸이며 걷다보면 어느새 신선대 위에 올라서게 된다. 무서움을 참은 대가(代價)는 의외로 짭짤하다. 암릉의 끄트머리 뽈록 솟아오른 부분에 올라서자마자 시야(視野)가 탁 트인다. 왼편의 고래바위는 바다를 향해 힘차게 헤엄쳐 나가고 있고, 오른편에 보이는 백두봉에는 개미처럼 작은 사람들이 조심조심 걷고 있다. 물론 바다 건너에 있는 바위투성이의 지리망산도 또렷하다. 수우도의 트레킹 코스에는 다른 섬들이 갖지 못한 독특한 매력이 있다. 수우도 트레킹의 최고 매력이라면 섬을 둘러친 육중한 해벽(海壁) 위를 걷는 맛이다. 한려수도의 풍광(風光)에 취한 채 100m도 넘는 깎아지른 벼랑 위를 걷다보면 발바닥이 간질간질해진다. 그 발바닥 아래에는 청색바다가 아스라이 펼쳐지고 있다.

 

 

바위능선의 끄트머리인 신선대는 3면(三面)이 수직(垂直)의 절벽(絶壁)으로 이루어져 있다. 봉우리 위에 서면 발바닥이 간질간질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래도 아래를 내려다볼 수밖에 없다. 무섭다고 해서 기막히게 아름다운 경관을 보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고개를 내밀어보면 까마득한 직벽(直璧)의 해안 아래에 파란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있다. 그 풍광(風光)은 가히 가슴이 뛸 정도로 아름답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백두봉. 멀리서 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는 가슴 떨리는 위험구간이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거북바위, 이곳에서 보면 드디어 고래의 머리 형상이 나타난다.

 

 

신선대에서 되돌아 나와 주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얼마 안 있어 ‘백두봉 갈림길’이 나온다. 백두봉으로 향하는 왼편의 내리막길은 의외로 흙길이다. 아까 신선대에서 본 백두봉의 이미지와는 딴판인 것이다. 그러나 그 흙길은 금방 끝을 맺고 이내 바윗길로 변해버린다.

 

 

 

백두봉으로 가는 능선은 밋밋하게 이어지는 것에 화가 났는지 갑자기 30m 정도나 되는 벼랑을 만들어 낸다. 이곳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능선을 고집할 경우에는 로프에 매달려 벼랑을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위험한 코스이므로 초심자들은 이 코스를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음이 약한 사람들은 오른편에 보이는 사면(斜面)길로 내려서면 된다. 그러나 사면길도 무섭기는 매 한가지이다. 로프의 길이가 조금 짧을 따름이지 로프에 매달려야만 아래로 내려설 수가 있기 때문이다.

 

능선에서 바라본 백두봉

 

능선에서 내려서는 사면길, 시도 때도 없이 밀린다.

 

 

능선에서 내려서는 벼랑길, 가슴 떨리는 구간이다.

 

 

바위벼랑을 내려서면 또 다시 바위 오름길이 기다린다. 오름길은 경사(傾斜)가 조금 전에 내려왔던 벼랑보다는 많이 누그러졌고, 로프까지 매달려 있어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수우도 섬산행의 백미(白眉)는 뭐니 뭐니 해도 백두봉 정상을 오르는 것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는 스릴(thrill)넘치는 릿지(ridge)코스이다. 경사(傾斜)가 대략 60~70도는 족히 되어 보이는 보기만 해도 아찔한 바위절벽인데, 다행이도 로프가 매달려 있다. 로프가 없었다면 백두봉 정상은 먼발치에서나 바라봐야 하는 봉우리였을 것이다.

 

 

어렵게 올라온 백두봉은 의외로 평평하고 넓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비좁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려는 듯 20~30명은 족히 앉아서 쉬어도 좋을 만큼 널찍한 것이다. 백두봉에서는 또 다시 시야(視野)가 시원스럽게 트인다. 거북바위와 해골바위가 좌우(座右)에 늘어서있고, 에머럴드(emerald) 색깔로 반짝이는 바다 건너편에는 사량도의 윗섬와 아랫섬이 파도에 몸을 맡길 채로 두둥실 떠다니고 있다. 마침 고래바위 아래를 배 한 척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배가 바다 위에 그려내는 포말이 예쁜 무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유로움이 한껏 묻어나는 아름다움이다.

 

 

 

백두봉에서 바라본 해골바위, 바위벽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이 보인다. 뚫린 모양이 해골을 닮았다고 해서 ‘해골바위’라고 불린다. 수우바위라고도 불리는 해골바위는 비, 바람에 씻기고 패여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형상인데, 남해안에서 가장 조형미(造形美)가 뛰어난 바위로 알려져 있다. 금강봉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면 저곳에 이를 수가 있지만, 구태여 해안(海岸)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백두봉에서 카메라에 담는다.

 

 

 

백두봉에서 바라본 신선대와 그 뒤에 보이는 고래바위, 바다 너머에 보이는 섬은 물론 사량도이다. 수우도는 풍우(風雨)로 인한 침식작용(浸蝕作用)으로 인해 바위들이 균열 및 요철이 심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 덕분에 바위들이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변하면서 뛰어난 눈요깃거리들을 제공하는 것이다.

 

백두봉에서 바라본 주능선

 

백두봉에서 내려와 아까 지나왔던 벼랑을 다시 오른다.

 

백두봉에서 내려오는 모습

 

금강봉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백두봉, 오른편은 해골바위이다.

 

 

또 다시 백두봉에서 되돌아 나와 10분쯤 더 걸으면 금강봉이다. 오늘 산행 중에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봉우리다운 봉우리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박건석씨가 만들어 붙인 ‘정상 코팅지’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10분 정도 내려가면 고래바위의 등허리가 나오지만 해안(海岸)까지 내려가는 것이 싫어 그냥 은박산 정상으로 향한다.

 

 

 

금강봉에서 은박산 정상까지는 숲길이 이어진다. 산길은 흙길과 바윗길이 번갈아 나오는데 경사(傾斜)가 급하지도 않을뿐더러 위험하지도 않기 때문에 느긋하게 걷기만 하면 된다. 길가에는 소사나무가 대부분, 내민 지 얼마 안 된 여린 새 잎들은 저마다 연록을 지나 진녹색으로 치닫고 있다. 금강봉에서 은박산 정상까지는 대략 20분 정도,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이 조금 더 지났다.

 

 

 

은박산 정상은 10평 남짓한 분지(盆地)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은 정상표지석이나 이정표 하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 한쪽 귀퉁이의 나무에 매달린 ‘통영 수우도 은박산 189m’라고 쓰인 나무판자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은박산은 동백꽃이 필 무렵, 어두운 밤에 멀리 삼천포에서 수우도를 바라보면 동백나무가 은박지 같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정상석 하나 없는 외로운 산이지만 주변의 조망(眺望)은 뛰어난 편이다. 우선 남쪽에는 한려수도(閑麗水道)가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다건너에 있는 암봉으로 이루어진 섬 두 개다. 바로 지리망산으로 유명한 사량도 윗섬과 칠현산이 터줏대감으로 있는 아랫섬이다. 두 섬은 얼마 전부터 다리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윗섬의 앞에서 파도를 가르며 달려오고 있는 조그만 섬은 아마 대섬일 것이다. 그리고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돌산반도와 고흥반도를 이루고 있는 산들까지도 잘 조망된다.

 

 

하산길은 정상표시판 뒤로 나있다. 숲이 우거진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다보면 두어 번 절벽을 만나면서 시야(視野)가 트인다. 바다 건너편에는 거제도가 기다랗게 누워있는데, 그 한쪽 귀퉁이에 보리암을 품은 금산이 살짝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정상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동백군락지를 만나게 된다. 동백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찬 산길은 햇빛 한 점도 스며들지 못할 정도이다. 수우도의 동백나무는 모두 2만여 그루나 된다고 한다. 동백으로 유명한 오동도가 겨우 4000여 그루에 불과하다고 하니 그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수우도에 들어오면 ‘동백 숲’이 광활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섬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쉽사리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동도의 동백숲이 잘 가꿔진 정원(庭園) 같다면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수우도의 동백숲은 야생(野生)의 화원(花園)처럼 거칠다. 수우도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탓일 것이다. 입소문이 조금만 나더라도 자연환경이 금방 훼손(毁損)되어 버리는 안타까운 요즘의 현실에서 자연 그대로인 숲과 바위를 만나게 되는 것은 행운이다. 자연이 만들어 낸 천혜의 걸작(傑作)들을 본래의 모습대로 만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 산허리길 돌면 숲이 열리면서 파란 바다가 고개를 내민다. 몽돌해수욕장에 내려선 것이다. 정상에서 20분 정도 걸렸다. 막상 내려선 몽돌해수욕장은 해수욕을 즐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바닥에 깔린 크고 작은 돌들이 어지럽게 섞여있어 바닥에 앉기도 어려울뿐더러,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인근에 민물이 없다는 것이다. ‘해수욕을 한 후에 육지에 나가서 씻으면 되잖아요.’ 집사람의 실없는 대꾸를 귓가로 흘려버리며 선착장으로 향한다.

 

 

 

해안선(海岸線)을 따라 걷는 길은 한마디로 낭만의 길이다. 몽돌해수욕장에서 선착장까지는 대략 20분 정도 걸리는데 지루할 틈이 없다. 몽돌 위를 걸으며 묵은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물먹은 바윗길을 걸을 때는 함께 걷는 사람의 손길을 잡아주기도 해야 한다. 거기다 비취빛으로 빛나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양식장의 가지런한 부표를 바라보는 재미는 양념이다. 바닷길이 끝나고 마을 앞으로 연결되는 시멘트 포장길에 올라서면 우물이 만나게 된다. 우물에서 하는 두레박질은 꼭 머리를 감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차라리 옛 추억을 되살려 보려는 욕심에서일 것이다. 수우도의 은박산을 둘러보는 데는 3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그 시간은 큰 의미가 없다. 주변 경관(景觀)을 구경하는 시간과 로프를 타고 오르내릴 때 기다리는 시간이 들쑥날쑥 제멋대로이기 때문이다.

 

 

 

 

수우도의 북서쪽부터 남동쪽 해안(海岸)은 온통 해식애(海蝕崖)가 발달된 암석해안이다. 수우도의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 길은 줄곧 숲과 암석의 경계선에 그어져 있다. 능선의 안쪽은 짙은 동백과 소사나무숲이고, 바깥쪽 바닷가는 온통 은빛 바위다. 어느 누군가는 은박산이란 이름이 동백나무로 인해서 얻어진 이름이라고 했다. 어두운 밤에 멀리서 수우도를 바라볼 때 동백나무 숲이 은빛으로 빛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발아래에 펼쳐지고 있는 하얀 바위들을 보니, 그 가설(假說)이 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동백나무가 하얗게 반짝이는 게 아니라, 어쩌면 암석해안이 ‘은박’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