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도(蛇梁島 아랫섬) 칠현산 (七絃山, 349m)

 

산행일 : ‘12. 3. 31(토)

소재지 : 경남 충무시 사량면(사량도 아랫섬)

산행코스 : 덕동항→불광사→안부→칠선대→칠현봉→망봉(마당바위)→용두봉→읍포마을→덕동항(산행시간 : 3시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우리나라의 산(山)을 끼고 있는 섬(島)중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 하나만 골라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슴없이 사량도를 꼽는다. 이는 사량도에 있는 지리망산이 그만큼 빼어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를 증명(證明)이라고 하려는 듯, 한 해(一年)에 대략 70만 명 정도가 사량도를 다녀간다고 한다. 그러나 사량도에는 윗섬에 있는 지리망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 산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아랫섬에 위치한 칠현산이다. 칠현산은 섬 산행의 특성대로 얼마 오르지 않아도 바다조망(眺望)이 시원스럽게 트이고, 산행내내 지리망산의 근육질 암릉의 조망과 함께, 사방으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를 눈요기로 실컷 즐길 수 있다. 거기다 더하여 시원한 바닷바람까지 마음껏 들이 마시며 걸을 수 있으니, 최상(最上)의 산행지로 꼽는데 부족함이 없다.

 

 

칠현산에 가려면 우선 가오치에 있는 ‘사량도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이용하여 사량도 아랫섬에 있는 덕동항까지 들어가야 한다. 대전-통영간고속도로 북통영 I.C를 빠져나와 14번 국도(國道/ 고성방향)을 타고 들어가다, 도산면소재지(所在地)에서 왼편에 보이는 77번 지방도(地方道/ 바다 방향)로 바꾸어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량도 여객선터미널에 이르게 된다. 가오치여객터미널(055-647-0147)이라고도 불리는 이곳 터미널에서 오전 7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사량호를 타고 사량도 아랫섬(덕동)으로 들어가면 된다. 뱃길로 40~50분가량 걸리며, 요금(料金)은 성인(成人)이 4천500원이다.

 

 

 

가오치항에서 덕동항까지의 뱃길은 대략 40분 정도 소요된다. 충무 근해(近海)의 특징인 짙은 청색의 바다, 그 바다에는 부표(浮漂)들이 가득하다. 부표 아래에는 아마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굴과 미더덕이 매달려 있을 것이다. 부표 근처에 보이는 작업선의 뱃머리에서 수확(收穫)에 한창인 어부들의 기쁨은 당연할 것이고...

 

 

 

산행들머리는 사량도 아랫섬에 있는 덕동항(德洞港)

사량호는 먼저 윗섬에 들른 후에 목적지인 아랫섬에 내려준다. 산행은 덕동(德洞) ‘여객선 대합실’을 정면으로 보고 왼쪽으로 난 신작로(新作路 :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게 새로 낸 길을 이르는 말)를 따라 시작한다. 진행방향에 ‘칠현산 등산로 안내’판이 세워져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해안(海岸)길을 걸으면 왼편에 사랑도 윗섬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에 펼쳐진다. 금평항 뒤편에 보이는 옥녀봉의 우람한 근육질 암릉을 바라보면서 10분 정도 걸으면 조그만 암자가 보인다. 해수지장보살상(海水地藏菩薩像)과 작은 동자상 2개가 서 있는 불광사이다.

 

 

 

 

불광사 뒤로 난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걷는다. 왼편에 보이는 바다에는 사량도 주민(住民)들의 오랜 숙원이었다는 윗섬과 아랫섬을 연결하는 연륙교(連陸橋) 공사가 한창이다. ‘이제는 등산로 입구가 보일 때가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그러니까 암자에 7분 정도 더 걸으면 오른편에 세워진 철책이 끝나는 지점에서 산 방향으로 소로(小路)가 열려있는 것이 보인다. 입구에 ‘등산로 입구’라고 쓰인 작은 팻말이 세워져 있으니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산길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산길은 구불구불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그 오름길의 거리가 그다지 길지 않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진달래꽃에 눈길을 맞추며 잠시나마 힘듦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길에 들어서서 10분이 조금 못되게 걸어 오르면 첫 번째 이정표(칠현봉 1.6Km/ 먹방 0.3Km/ 덕동 0.3Km)가 세워져있는 능선안부에 올라서게 된다.

 

 

 

오른쪽 칠현봉 방향의 능선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기저기에 진달래가 무리를 지어 꽃망울을 활짝 열고 있다. 앞에 가는 사람이 진달래꽃을 따서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보인다. 그가 부럽다. 아름다움에 금방 동화(同化)될 수 있는 그의 순수한 동심(童心)이 부러운 것이다. 잠깐 평탄한가 싶었던 길은 다시 가팔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위로 솟구친 암릉이 나타난다. 가파른 오름길에서 숨이 턱에 차오를 즈음에야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서게 된다. 봉우리 위에 올라서면 칠현봉을 향해 뻗어있는 능선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말갈기 모양으로 양쪽이 모두 날카롭게 비탈진 능선은 좌우(左右) 모두 탁 트여있다. 오른쪽 혹은 왼쪽,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봐도 절경(絶景)이다. 오른편에는 윗섬의 지리망산이 우람한 근육질(筋肉質)을 자랑하고 있고, 왼편에는 잉크빛 바다위에 조그만 섬들이 자는 듯이 누워있다.

 

 

 

 

 

경치가 좋은 곳에서 더 조심을 해야 하는 것이 ‘산행 수칙(守則)’중의 하나이다. 아름다움에 취하거나, 혹은 카메라 앵글(camera angle)을 맞추느라 발걸음을 헛디딜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구간의 조망(眺望)이 뛰어나다는 이야기이다. 아름다움에 취해버렸는지 암릉구간을 지나고 있음에도 조금도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20분 정도 걸으면 돌무더기를 쌓아놓은 곳이 보인다. 칠선대로서 옛날에 제사(祭祀)를 지내던 자리라고 한다. 주변에 보이는 흔적을 보아 무슨 푯말이 서있었던 듯하지만, 지금은 그저 상상으로 유추(類推)해 볼 수밖에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다.(어떤 이들은 이곳을 옛 사량만호진이 왜구를 감시한 봉수대라고도 한다,)

 

 

 

 

다시 2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암릉의 오르막 끄트머리에서 두 번째 이정표(칠현봉 0.5Km/ 덕동 1.4Km/ 통포 4.6Km)를 만나게 된다. 이곳 삼거리에서 왼편의 밧줄이 드리워진 능선을 따라 진행하면 대곡산을 거쳐 통포에 이르게 된다. 읍포로 내려가는 코스가 짧다고 생각한다면 통포 방향으로 진행(進行)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칠현봉을 지나 망봉까지는 다녀오는 것을 빼먹으면 안 될 것이다. 여기서 망봉까지의 구간(區間)이 오늘 산행에서 가장 빼어난 구간이기 때문이다.

* 이곳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지점(地點)이다. 이정표에는 칠현봉이 이곳에서 0.5Km를 더 가야한다고 표시(標示)하고 있지만, 덕동항의 산행안내도에는 이곳을 칠현봉이라고 표기(標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표시석이 이정표에서 나타내고 있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곳을 칠현봉이라고 표기한 항구의 산행안내도가 잘못된 모양이다. 그렇다면 칠현봉과 망봉은 동일한 봉우리임이 확실할 것이다.

 

 

 

 

 

 

 

지리망산(智異望山)을 이름 그대로 해석(解釋)해보면 ‘지리산을 바라보는 산’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지리산이 잘 바라보인다는 얘기일 것이다. 지리망산이 지리산을 쳐다보는 조망처(眺望處)라면 칠현산은 지리망산의 험난한 암릉을 먼발치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산이다. 악명(惡名) 높은 지리망산의 근육질 능선이 여기서는 한 폭의 잘 그린 산수화(山水畵)처럼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다.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칠현봉 방향으로 직진해서 30분 정도 암릉에서 스릴을 느끼다보면 이내 칠현봉 정상에 오르게 된다. 정상석(頂上石)이 돌무더기 위에 슬그머니 누운 채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상은 사방(四方)이 시원스레 열리고 있다. 능선 오른쪽으로 윗섬 뿐만이 아니라 다도해의 섬들까지도 슬그머니 눈에 들어온다.(정상 이정표 : 읍포 1.4Km/ 덕동 1.9Km)

 

 

 

 

 

정상에서 10분 정도 더 걸으면 오늘 산행 중에서 가장 뛰어난 조망처가 나타난다. 깎아지른 절벽(絶壁) 위가 마당바위처럼 반반하면서도 널따랗다. 바위위에 올라서면 시원스레 바다가 열리는데, 오른편으로 눈을 돌리면 우람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윗섬의 지리산이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다. 이곳을 망봉(望峰)이라고 부르면 좋을 것 같지만(이곳을 망봉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정표에는 이곳에 별다른 이름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망봉에서 절벽(絶壁)을 왼쪽으로 돌아 내려가면 덕동으로 내려가는 탈출로(脫出路)가 있는 안부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읍포에서 덕동으로 가는 도로(道路)와 만나게 되지만, 망설임 없이 맞은 편 능선을 치고 오른다. 이름 없는 봉우리의 맞은편은 절벽, 절벽의 가파름을 이길 수 없었던지 긴 나무계단을 이용해서 아래로 내려가도록 만들어 놓았다. 나무계단 아래의 안부에 또 다시 갈림길이 보인다. 이번에는 친절하게 이정표(덕동 0.7Km/ 용두봉 0.4Km/ 망봉 0.4Km)까지 설치해 놓았다.

 

 

 

 

 

‘덕동 갈림길’에서도 망설이지 않고 용덕봉을 향해 능선을 치고 오른다. 이곳에서 용덕봉을 넘어 읍포마을을 하산지점으로 잡더라도 다른 산에 비하면 짧은 거리이기 때문이다. 용덕봉에 올라서면 다시 한 번 다도해(多島海)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용두봉 정상(이정표 : 읍포 0.6Km/ 칠현봉 0.8Km)에서 읍포마을까지는 오르막이 없는 하산길만 계속된다. 용두봉에서 너덜길이 섞인 산길을 20분 정도 내려서면 바닷가에 조그만 포구(浦口)를 끼고 있는 읍포(邑浦)마을에 이르게 된다. 너무 이른 시간에 산행을 끝마친 집사람, 어느새 주저앉아 나물을 뜯고 있다. 내일 아침 우리 집 밥상에는 봄내음이 가득한 쑥국이 올라올 것이 틀림없다. 옛날의 읍포마을은 ‘읍(邑)’이라 불릴 정도로 번성했기 때문에 읍(邑)자가 들어가는 지명(地名)이 붙었다고 한다. 아마도 칠현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농사짓기에 충분할 정도로 수량(水量)이 많았던 모양이다.

 

 

 

 

 

 

산행날머리는 덕동항(原點回歸)

산행이 끝나는 읍포마을에서 덕동 여객선 대합실까지는 2㎞ 남짓 되는 거리, 2시간 간격으로 섬내 버스가 운행된다고는 하지만, 구태여 버스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산행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더 걷는데 무리가 없을뿐더러, 왼편에 바라보이는 윗섬의 지리망산을 바라보며 걷는 맛이 제법 쏠쏠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과 진달래꽃을 구경하는 재미를 보너스로 얻을 수도 있다. 진달래 꽃밭에 들어가 황홀한 아름다움에 취해 활짝 웃다보면 어느새 덕동항에 도착하게 된다. 여객선(旅客船) 운항(運航)이 2시간 간격이기 때문에, 출항시간을 맞추다보면 자연스레 주변을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다. 덕동항에는 4~5곳의 횟집이 있으니 아무 곳에나 자리를 잡고 둘러앉으면 된다. 모두 비슷한 메뉴(menu)를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조개, 소라 등 각종 조개류를 뒤섞은 모듬회가 한 접시에 3만원, 3~4명이 둘러앉아 소주 안주로 삼기에 충분한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