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백산(六百山 1,244m,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소재) 성황골
산 정상에 조의 씨앗을 600말 정도 뿌릴 수 있는 넓은 땅이 있다고 붙여진 이름
백두대간 두타산에서 동해 바다쪽으로 산줄기 하나를 흘리내리며 만들어 낸 산...
이 산에서 고사리 쪽으로 흘러내리는 계곡이 성황골...
성황골에 사람의 때가 타지 않은 연초록 이끼로 둘러싸인 이끼폭포가 있다
산행코스 : 무건리-국시재-용소폭포-이끼폭포-계곡트레킹-무건리 (산행시간 : 5시간30분)
함깨한 산악회 : 함께하는 등산클럽
특징 : 오늘은 산행보다는 계곡트레킹으로...
이끼폭포가 있는 무건리는 오지중의 오지. 일부러 험난한 산속을 헤매는 트레커나 사진작가들만이 알음알음 찾아오는 첩첩 산중이었는데 요즘 부쩍 각광을 받고 있다.
* 오늘 산행은 KBS2-TV의 '싱싱일요일' 촬영팀과 함께했다.
우리 일행을 주제로 한 제작이기에 주제에 맞는 컨셉에 맞추느라 산행은 조금 느슨,,,
38번 국도에서 약 30여분 올라가면 더이상 출입을 금한다는 차량 바리케이트가 나온다. 이끼폭포는 산림청 통제지역으로 무건리마을 이장이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못들어 가게 한다. 무건리란 이름은 처음에 '물건네라' 일러오던 것이 와전되어 무건(武建) 또는 무건(武巾)이 되었단다
'왜 오셨나요?' '왜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하시나요?'
어느새 땀에 흠뻑 젖은 옷에 맞추어 PD들의 질문공세가 시작된다
오른편으로 뻥 뚫린 시야엔 첩첩의 산줄기가 늘어섰고
길가 뽕나무 아래엔 오래전 바람에 떨어진 오디의 시체들이 길바닥을 자줏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바람소리도 새소리도 뜬구름도 달려가는, 성황골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쪽이다.
왼쪽 산비탈에 들어앉은 민가들이 나타나는데, 여름철 작물 가꿀 때나 드나든다고 한다.
임도 주위에는 묵히는 땅들이 많고,
빈땅에는 개망초와 이름모를 꽃들이 만발해 있다
길이 끝나고 마침내 수풀이 무성한 산비탈로
겨우 사람하나 다닐 어렴풋한 길이 나 있다
길이라 믿고 수풀을 헤쳐나가면서도 길이 아닌 듯 여겨지는 오솔길...
비탈길 미그러지지 말라고 길섶에 매어논 밧줄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드나든다는 증거이니까....
길이 끝나고 마침내 열린 시야로 들어온 것은 믿겨지지 않는 천국의 모습.
연초록 이끼 가득한 높이 7~8m 되는 절벽 위로
여러 갈래 물줄기가 흘러내려 청초록빛 은은한 말간 소 위로 떨어진다.
장롱 속 고이 간직한 옥가락지처럼 깊은 산중에 숨어 순정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 너무도 귀한 풍경으로 그 아름다움이 행여나 상할까봐 발걸음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지는 곳들이다
눈보다 귀가 먼저 열린다
시원스레 물줄기를 토하는 너른 폭포와 옥빛 소...
아직 우리나라에도 이런곳이 있다는게 믿기지 않을 만큼 신비스럽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소중한 선물을 아직까지 곱게 간직해온 이곳 사람들이 고맙다
하단폭포 왼쪽 절벽 위에는 밧줄로 된 사다리가 걸쳐져 있다
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더 황홀한 경치인 상단폭포가 숨어있다
동굴처럼 움푹 파인 절벽 중턱에서 검푸르게 솟아 나오는 물줄기가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마저 돋는다
밝은 빛에 감싸여 여러 층을 이룬 오른쪽 이끼폭포가 낯 세상이라면
왼쪽 컴컴한 바위구멍과 싸늘하도록 푸른 소는 밤 세상이라 할만하다
폭은 3m쯤이지만 깊이가 10m는 족히 돼보이는 그 시퍼런 소가 바로 용소이다
폭포 오른쪽 높이 10m 되는 산비탈은 더욱 진한 초록빛 세상
이곳에도 두 개의 물줄기가 가늘게 흘러 초록의 이끼에 생명을 불러 넣는다
잘못 다가갔다가는 바스러질 것 같은 초록 정령의 세상,, 감히 그곳에 발을 얹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화사한 폭포를 향해 다가가는 순간, 섬뜩한 냉기가 온몸을 엄습해 온다
그 기운은 폭포 왼쪽에 쩍 벌린 검은 입과 시퍼런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움푹 파인 검은 절벽의 물구멍과 그 물이 고여 이룬 소름끼치게 푸른 소가 그 입들이다
또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길인 듯 어둑한 바위절벽 사이로 물줄기가 이어진다
아무리 애를 써도 마음으로 느낀 감동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인간이 감히 범할 수 없는 '정령'이 깃든 땅인가
소 오른쪽 산비탈엔 또 다른 폭포(10여m)가 이끼 무성한 바위들에 걸려있다
이 경치가 그동안 흘린 땀을 씻어주기에 충분하지만, 감동할 정도엔 약간 못 미친다
이끼 위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지리산 뱀사골의 실비단 폭포에 버금가며,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원시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계곡트레킹으로 약 10분쯤 내려가면 용소폭포에는 미치지 못하나
나름대로 아름답고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또 하나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의지의 한국인, 아니 의지의 PD다
KBS-2TV '싱싱 일요일'팀에서 제작하는 '유일무이한 피서지를 찾아서'를 촬영하기 위해 따라나선 카메라 2대는, 부실한 산행장비로 인해 촬영하랴 인터뷰하랴 넘어지고 엎어지고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점심 때 나누어 먹은 비빔밥의 환상적인 맛에 감탄했듯이 작품 또한 환상적이 되길 빌어본다.. 하기사 그래야 우리 얼굴들도 품격있게 나올터이니까...(7.20일 아침 7시40분 방영 예정)
무건리를 다녀오면서 마음은 적잖이 걱정스럽다
등산화와 스틱에 짓밟혀 누렇게 생명을 잃어가는 이끼의 흔적이 눈에 띄기 때문...
당부컨대 아닌 듯 다녀가소서...
아름다운 자연은 그대로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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