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택산 (m)
산행코스 : 재애골 입구(동강 훼밀리 래프팅)-고개-봉화터-정상-안부십자로-전망봉-작골(산행시간 : 점심시간 포함, 후미기준으로 5시간)
소재지 :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산행일 : ‘09. 9. 26(토)
함께한 산악회 : 청계산악회
특색 : 완택산은 다른 어느 산보다 숲이 잘 가꾸어진 산이다. 등산로를 따라 서서히 걷다보면 엄청난 양의 참나무와 낙엽송들을 만날 수 있다. 숲 속 길은 아름답고, 편안하여 걷기에 참으로 편하다. 등산코스는 연하리, 삼옥리 등 몇 곳이 있으나, 가족단위의 산행을 할 경우에는 등산로의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부드러운 삼옥리 코스가 바람직하다.
⇩ 산행들머리는 ‘재애골 입구’
영월읍에서 13번 군도를 따라 동강의 백미라는 *어라연으로 가다보면 삼옥리 재애골입구에 ‘동강 훼밀리 래프팅’ 입간판이 보이고, 그 아래에 완택산 산행 안내판이 서있다.
* 어라연(영월군 영월읍 거운리 소재)
"고기가 비단결 같이 떠오르는 연못"이라는 뜻, 어라연은 일명 삼선암이라고도 하는데 옛날 선인들이 내려와 놀던 곳이라 하여 정자암이라 부르기도 하였다고 한다. 강의 상부, 중부, 하부에 3개의 소가 형성되어 있고 그 소의 중앙에 암반이 물속으로부터 솟아있고 옥순봉과 기암괴석들이 총총히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사람 같기도 하고 또 불상 같기도 하며, 또 짐승 같기도 하여 볼 때마다 그 모양들이 천태만상으로 보인다.
⇩ 산행안내판 앞을 출발해 작골계곡 방향으로 들어서면 ‘동강 훼밀리 래프팅 민박집’이 제법 큰 규모로 들어서있다. 민박집의 마지막 건물(슬레이트 건물) 뒤로 난 소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특별한 이정표는 없다.)
⇩ 산행 들머리에서 바라본 가야할 능선의 첫 봉우리, 나무들은 어느덧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 갈之자로 나 있는 등산로는 처음에는 완만하게 이어진다. 주위는 10~30년 정도 된 소나무 숲으로 우거져 있다. 때는 바야흐로 추분이 지났건만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는 여름만큼이나 무덥다. 산행 당일 아침까지 마신 음주로 인해 걷기조차 힘이 드는데, 이 노릇을 어떻게 할꼬~~
⇩ 소나무 숲이 끝나갈 무렵부터 등산로는 가파르게 오르막을 시작한다. 주변의 숲은 점차 참나무들로 변하더니,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로 등산로가 가팔라 질 즈음에는 아예 완벽한 참나무 숲으로 변해버린다. 아직도 바람은 한점도 없다. 드디어 난 헛구역질을 시작... ‘산이 어디로 마실 나가는 것도 아닌데, 까짓 거 이쯤에서 그냥 내려가 버려?’ ‘집사람에게 체면이 있지, 조금만 더 참아보자.’ 이처럼 어렵게 시작한 산행이 완주로 이어질 줄이야... 힘에 겨워 자꾸만 뒤쳐지는 내 속도에 맞춰 진행해주신 산행대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능선을 30여분 걸으면 주능선 삼거리에 도착한다(완택산 정상 까지는 3.4km) ‘극과 극이 존재하는 이념의 현장?’ 능선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소나무 숲이 왼쪽으론 참나무 숲이 마치 편을 가르듯 대칭을 이루며 도열하고 있다. 등산로는 경사가 다소 있기는 했지만 전형적인 육산이라 밟는 촉감이 좋다. 그러나 폭음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내겐 조그마한 경사마저도 힘겹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힘들어하는 모습, 바람 한점 없는 초가을 늦더위는 누구에게나 버거운가 보다.
⇩ 안부에서 동쪽 능선길을 따라 오르면 능선은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조금씩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북쪽 아래로는 단풍나무, 참나무 가지 사이로 어라연 방면 동강 줄기가 희끗희끗 보이기 시작한다.
⇩ 능선에 들어서면 등산로 주변은 온통 참나무 고목들로 포위되어 버린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후두둑, 후두둑’ 상수리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 아내는 살림꾼, 오늘도 한순간을 가만있지 못하고 도토리를 줍는다고 부산을 떤다. 덕분에 난, 봄이면 산나물, 가을이면 싸리버섯에 도토리묵을 심심찮게 얻어먹고 사는 행운을 누린다. 오늘도 일행 분들이 함께 주워주신 덕분에 거의 반말 정도나 주울 수 있었다.
⇩ ‘바닥에 깔린 상수리들을 무심코 밟았다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네요.’ 여성 일행분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등산로 주변은 상수리 알맹이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 마지막 여름의 끝자락, 아니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완택산은 숲이 짙어 전망은 탁월하지 않지만, 등산로는 편안하고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산길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부드러워 가족 산행지로 적합한 산이다.
⇩ 855m봉 정상은 콘크리트를 부어 놓은 듯, 암반 속에 자갈이 박힌 것처럼 보이는 회색빛 역암층이, 오랜 풍화작용으로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다.
⇩ 오랜 풍화작용으로 바위에 영양분이 생겼는지 바위틈을 비집고 박달나무가 자라고 있다. ‘세월이 약이겠지요’ 어느 유행가 가락처럼 세월은 바위까지 나무에게 필요한 약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나 보다.
⇩ 첫 번째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조망, 이미 우리 곁으로 비집고 들어와 버린 가을은 온 산을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히고 있다.
⇩ 산을 좋아하는 나... 올 가을에도 난 환장하도록 가슴이 뜨거워지는 단풍을 만나고 싶다. 까닭 없이 시림을 당해야만 하는, 내 가슴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 800m 능선에 올라서자 노랗고 빨간 단풍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불났다? 함성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슴 한쪽 언저리를 파고드는 행복, 아름다움은 인간들에게 행복이란 부산물까지 안겨주나 보다.
⇩ 옛날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봉화대의 옛터.
전망대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공터로 되어있는 봉화대터에 도착한다. 지금은 봉화대로 느낄만한 흔적은 찾아 볼 수 없고, 영월군청에서 강수량 측정을 위해 설치한 철 구조물만 서 있다. 이곳에서의 조망이 좋아서 완택산 정상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듯... (여기서 좌측으로 진행하면 고고산)
⇩ 봉화대터에서부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좌측이 절벽지대이고 우측 또한 제법 가파르다. 하늘금에 겹쳐 어리는 실루엣의 잔영을 바라보며 하나하나 눈어림으로 짚어나간다.
⇩ 정상 못미처에 설치된 이정표(정상 0.96km지점)를 지나고 짧은 로프구간을 지나 선돌을 좌측으로 지나쳐 올라서면 전망대라 써있는 안내판이 보인다. 전망대에서는 북서쪽으론 굽어 도는 동강 뒤로 잣봉과 그 넘어 백둔봉이 보인다. 영월읍쪽으론 태화산과 봉래산도 보인다.
⇩ 전망대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정상(916.1m), 서너 평 됨직한 공터를 정상 표지석과 이정표가 지키고 있다. 정상은 북쪽편이 가파른 절벽지대로 되어있어서 아슬아슬 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망경대산 방면은 막힘없이 트여있어 시원하다. 작은 공터로 되어있어 여럿이서 식사를 하거나 쉬어가기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 정상에 서면 멀리 두위봉, 망경대산에서 이어져온 능선이 하늘금을 이루며 응봉산, 계족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라연을 낀 동강의 S라인을 보고파 잣봉 방면을 내다보지만 아쉽게도 조망을 허락하지 않는다.
⇩ 남서릉 하산길은 경사가 심하지만 로프가 쳐져있어 안전한 산행을 도와준다. 그러나 지지대가 필요할 듯 싶은 몇몇 구간은 설치되어 있지 않아, 겨울철에는 주의가 필요할 듯 싶다.
⇩ 어느 뛰어난 예술가가 이리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품격을 갖춘 조형물을 만들 수 있으랴
⇩ 정상에서 20분 정도 내려오면 등산로 우측으로 뚜렷한 길 흔적이 있어 따라가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영월군에서 전망을 볼 수 있도록 나무를 쳐낸 모양.... 이곳 전망은 작골계곡 쪽이 트이고 완택산 서쪽 능선을 조망해 볼 수 있다
⇩ 미래를 위해하고 싶은 일을 미루다보면, 막상 그 일을 성취했을 때는 또 다른 뭔가를 채우기 위해, 또 다시 다음으로 시간을 미루게 된다는 게 현인들의 이야기 이다. 그렇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나를 위한 행복일 것이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붉은 단풍 속에 푹 빠져보는 것이다.
⇩ 정상에서의 하산 길, 1,000m 가까운 고산이라서인지 주위의 숲은 한층 더 농도 짙은 붉음을 자랑하고 있다. 너무 붉어 가슴까지 뜨거워온다.
⇩ 어두컴컴한 참나무 숲 사이로 하늘 끝에서 조그만 빛이 들어온다. 그 빛 사이로 단풍이 반짝인다. 어둠을 밝게 해 주는 것은 빛 말고도 붉은 단풍, 노란 단풍... 오늘에서야 알아차렸다.
⇩ 능선을 불 밝히듯 빨강단풍 노랑단풍이 어우러지는데, 산을 찾는 이들은 하나같이 검정 일색... 간혹 여자 분들만이 파랗고, 빨갈 따름... 이 아름다운 가을철만이라도 사람들까지 단풍처럼 알록달록해졌으면 좋겠다.
⇩ 하늘을 뒤 덮은 참나무 숲 사이로 줄기의 날개를 떨어뜨리는 햇살... 햇살에 단풍이 붉게 흔들렸고, 그 붉은 물결 따라 집사람의 얼굴 또한 벌겋게 달구어져 간다. 절묘한 어울림...
⇩ 정상에서 약 1시간 정도 지점에 가파른 바위지대가 나타나는데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이 곳을 올라서면 공터로 된 전망대에 도착하게 된다. 작골가든 쪽으로 하산하는 분기점...
⇩ 전망대에서는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힘들게 올라왔던 남서릉이 잘 조망된다.
⇩ 전망대에서의 하산 길은 초반에는 상당히 가파른 구간이 이어진다. 그러나 다행이 로프가 설치되어있으므로 안전하게 내려설 수 있다.
⇩ 급경사 하산 길을 내려서면 다시 전형적인 흙길이 이어지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빼곡히 들어찬 낙엽송들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잎갈나무’, 나무 이름에 우리네 정서에 안 맞는 일본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지만, 어쩌랴 원명이 그리한 것을...
⇩ 포근하기 이를 데 없는 낙엽송 길을 뚫고 나오면 시야가 탁 트이는 억새밭과 비어있는 농가 한채가 나타난다. 농가 옆 공터의 억새밭엔 단풍나무가 듬성듬성 섞어있어 제법 풍취를 자아내고 있다.
⇩ 갈림길 어림에서 내려다보이는 동강
⇩ 비어있는 농가에서 20분을 더 내려가면 민가 위쪽 갈림길이 나오고,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진행하면 작골가든, 우측으로 진행하면 아침에 산행들머리로 잡았던 작골계곡 초입으로 내려서게 된다.
⇩ 작골계곡 초입의 산행 날머리에서 어라연 방향으로 100m 정도 진행하면 아침에 보았던 산행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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