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용봉 (절구봉, 1,045m)
산행코스: 물굽이공원→등용봉→덕개고개→금당주능선-고두산 못미처 안부삼거리→외솔배기 마을 (산행시간 : 5시간30분)
소재지 :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산행일 : ‘10. 1. 30(토)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흙과 바위가 알맞게 섞여 있는 산, 등용봉(절구봉)에서 덕개고개까지의 금당주능선 구간은 암릉으로 제법 험하다. 오늘 코스는 어느 곳 하나 만만찮은 구간이 없을 정도로 급경사, 겨울철 산행지로는 권하고 싶지 않은 산이다.
▼ 산행 들머리는 ‘물구비 공원’
대화면 중리, 424번 지방도(홍천군 내면에서 평창, 정선 땅을 거쳐 삼척 동해안까지 이어지는 도로)의 도로변에 정자와 느티나무 쉼터가 마련되어 있고, 물굽이공원이라는 커다란 돌 비석이 서 있다. 공원에서 오른편에 서너 채의 가옥이 있는 마을 방향으로 ‘등용봉’이라는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 등용봉(登龍峰)은 산의 모양이 용이 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그럼 이곳 중리는 명당 중의 명당, 산의 지형상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 부근에 해당되니 말이다.
▼ 보배목장을 향해 걷다보면 전면으로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데, 오늘 산행은 저 절벽 위를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거듭하며 이어지게 된다.
▼ 왼편 등산로로 들어서서 10분정도 걸으면 일본잎깔나무(낙엽송) 숲을 만난다.
▼ 평창군에서 이 지역의 개발에 관심이 많은 듯 등용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정비가 잘 되어 있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할만한 능력이 있네요.’ 집사람의 칭찬 말마따나 나무계단, 통나무계단, 이정표 등등 국립공원 못지않게 정비가 잘 되어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 등용봉 정상에서 부터의 나머지 구간은 엉망 그 자체였다. '아직 올림픽을 개최할 준비가 덜 된 모양이네요' 집사람의 뉘우침은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 나무계단이 끝났다 싶으면, 또 다시 나타나는 나무계단, 그 뒤엔 통나무계단, 오르고, 또 오르고, 가파르고 위험한 구간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 쇠파이프 계단이 끝났나 싶었더니만 이제는 붙잡을 지지목도 없는 수직에 가까운 등산로, 주의를 게을리 했다가는 추락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
▼ 등용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처처에 전망대가 널려있다. 잘 다듬어진 나무계단 끝의 봉우리도, 그리고 반쯤 땅에 묻혀있는 통나무계단의 끄트머리 봉우리도, 하다못해 등산로 가에 매어놓은 흰 밧줄을 잡고 씨름을 한 후에야 만나게 되는 밋밋한 봉우리까지도 모두가 전망대... 평창강의 물구비와 중리의 들녁 풍경이 한눈에 차 오른다. 그러나 조심할 것... 왼편 발 밑은 아찔한 절벽이니까 말이다.
▼ 눈앞에 가파르게 솟은 900고지 봉우리, 저 봉우리에서의 조망은 일품, 다만 저기까지 오르는 가파름이 힘들따름....
▼ 건너편 평창강의 물굽이가 좌우로 넘실대며 흐르고, 그 너머에는 남병산과 중대갈봉의 능선이 하늘가를 가르고 있다.
▼ 힘들게 900고지를 올라서고 나면, 나머지 200미터 정도의 고도는 무사통과, 어느 오르막이 힘들지 않은 게 있으랴 만은 조금 전, 忍苦의 끝에 올랐던 오르막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이니 말이다. 괜찮게 생긴 바위가 심심찮게 심어져 있는 능선을 조금 걷다보면 가녀린 오르막 위에 등용봉의 정상이 놓여있다.
▼ 등용봉 정상
원래의 이름인 절구봉은 절구를 엎어 놓은 듯한 형상이라 해서 지어진 이름, 그러나 산행 중에는 그러한 모습을 결코 찾아볼 수 없다. 정상에 서 있는 ‘등용봉’이라는 표지석, 조금 전 힘들게 올라온 기억이 되살아나며 절구봉보다는 등용봉이 더 적절한 이름이겠거니... 지자체의 발상에 동조해 버린다.
‘지도에는 분명히 절구봉이라고 표기되어있는데도 왜 이곳의 이정표에는 등용봉이라고 적혀있을까‘ 그 의문은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급경사, 그야말로 급경사의 연속이다. 잉어가 중국 황허강 상류의 급류인 용문을 통과하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登龍門‘이고, 이 故事成語는 용이 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니, 등용봉을 오르는 것 또한 당연히 엄청나게 힘들 것이고, 그래서 이 봉우리를 등용봉이라고 고쳤을 것이다.
▼ 시야가 시원하게 트인 정상에서 동쪽을 바라다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있는 백석산에서 잠두산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웅장하고 장쾌한 모습으로 들어난다. 누에의 허리위에 하얀 눈을 얹은 채로...
▼ 정상에서 금당산으로 이어지는 북쪽 주능선은 위험한 바위구간, 좌우는 절벽이라 우회로도 없어 반드시 능선마루를 타고 넘을 수 밖에 없다. 거기에다 아직도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 여간 위험하지가 않다. 조심 조심... 잠시도 한눈을 팔 겨를이 없다.
▼ 암벽으로 이루어진 1,039봉, 바위틈 사이로 덕수산과 태기산이 가까이 다가온다.
▼ 멋드러진 암릉 구간 을 통과하다보면 왼편으로 세아우봉 능선 보인다. 고두산을 찾는 등산객들은 대부분 세아우봉을 하산코스로 잡는 게 일반적이다.
▼ 급사면 암릉길에, 낙엽은 수북, 거기에다 눈까지 어설프게 쌓여있으니 가히 죽음의 코스이다. 된비알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용을 써가며 15분 정도 힘들게 내려선다.
▼ 암릉이 끝나면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급경사... 그 끄트머리에 덕개고개가 있다. 능선을 이어가야할 의미가 없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왼편으로 곱게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수월하게 외솔배기 마을에 도달할 수 있다.
▼ 금당주능선은 덕개고개 무렵에서부터는 완만한 경사의 흙길, 우측으로 잘 닦인 임도를 끼고 오르락내리락 완만하게 이어진다. 다만 온통 낙엽으로 덮여있는 등산로의 바닥이 얼어있어 미끄러운 게 흠...
▼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세 시간, 서서히 허기가 져 온다. 서울을 출발할 때 산악회에서 나누어준 가래떡을 집사람과 하나씩 나누어 먹고 곧바로 출발... 그러나 웬일일까? 갑자기 집사람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버린다.
다리까지 마비가 온다는 집사람을 보며 탈출을 결심해보나 뒤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다음 탈출로에서 하산하기로 마음먹고 천천히 진행하는데, 앗뿔사! 기어코 빙판위에서 미끄러지고 만다. 그것도 앞으로 말이다.
▼ 바위에 부딪혀 턱 밑이 꺼멓게 멍든 집사람을 보며, 덕개고개에서 탈출하지 않은 걸 원망하다 보니, 어느새 금당주능선에서 고두산 방향의 능선으로 갈라지는 지점(1152봉)이다. 두어평 남짓의 공터에 금당산 방향으로는 산악회 리본이 몇 개 달려있지만 고두산 방향으론 리본은 보이지 않고 흰 눈밭위에 월산악회가 깔아놓은 방향표시紙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 급경사, 글로는 표현하기조차 힘든, 그야말로 급경사이다. 모두 조심조심, 그러 안해도 다들 조심하고 있는데, 성질 급한 女 산행대장님 빨리 안내려온다고 성화다. 이런 길에서 성큼성큼 내려갈 정도라면 산행대장하지 누가 안내산악회 따라다닐까.....
거의 수직의 가파른 비탈을 미끄러지듯이 내려가다, 고두산 정상 못미처 안부 삼거리에서, 외솔배기 마을로 이어지는 하산로를 따라 내려선다. 등산로는 그야말로 원시의 천국.... 울창한 일본잎깔나무 숲을 지나면, 등산로는 이내 다래나무 넝쿨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계곡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 원시의 숲을 낀 계곡을 따라 20여분 걷다보면 덕개고개로 이어지는 임도를 만나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여유롭게 걸어보려 하지만 5시간이 넘는 코스에서 시달린 이내몸은 이미 천근만근, 저 멀리 名品松이 보이기 시작한다.
▼ 산행날머리는 외솔배기마을
424번 지방도의 일송교에서 덕개수마을로 넘어가는 이차선 포장도로(외솔배기 마을에서부터는 터널공사로 인해 통행금지)를 따라 도보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외솔배기 마을이 있다. 어느 제약회사의 로고로 사용되고 있는 영월의 단풍산 밑에 있는 ‘명품송’에는 못 미치겠지만, ‘외솔배기’란 동네 이름을 만들어낼 정도로 나름대로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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