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산(君義山 921.6m)-행산(杏山 808.8m)
산행일 : ‘13. 6. 8(토)
소재지 :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옛 동면)과 남면의 경계
산행코스 : 9번도로 구슬재→918.7봉→임도(알바구간)→군의산→임도→행산→종유교→화암동굴 앞 주차장(산행시간 : 알바시간을 뺄 경우, 4시간)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징 : 군의산과 행산은 웬만한 산꾼들 조차도 알지 못하는 오지(奧地)의 산이다. 당연히 찾는 사람들이 드물고, 어쩌다가 찾는 사람들도 산의 답사(踏査)가 본래의 목적이 아니고, 화암동굴을 구경하러 오는 길에 코스에 끼워 넣는 것이 고작이다. 찾는 사람들이 드물어서인지 두 산의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없다. 물론 이정표도 눈에 띄지 않는다. 마치 버려진 듯한 느낌인 것이다. 하긴 민둥산이나 가리왕산 등 소문난 산들이 즐비한 정선군에서 이렇게 외진 산까지 정비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 산행들머리는 구슬재(일명 미사리재)
중부내륙고속도로(출구 : 제천 I.C)와 38번 국도를 이용하여 남면(南面 : 정선군)의 소재지인 문곡리까지 온 후, 문곡교차로(交叉路 : 남면 문곡리)를 빠져나온다. 이어서 59번 국도를 따라 5분 정도 달리다가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다리인 문곡교(橋)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하여 화암약수로 넘어가는 군도(郡道)로 접어들면, 도로는 산허리를 돌고 돌아 마침내 산마루에 올라서게 된다. 산행이 시작되는 구슬재이다. 구슬재는 군의산과 지억산 사이의 안부(鞍部)로서 화암면(舊 東面) 주민들과 남면(南面) 주민들이 넘나들던 고갯마루이다. 참고로 고갯마루에서 남면 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삼내약수(藥水), 동면 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면 화암약수가 있다. 양쪽 산자락 모두에서 질 좋은 약수가 용출(湧出)되는 것을 보면 이 부근의 산세(山勢)가 뛰어나다는 증거일 것이다.
▼ 산행 들머리는 고갯마루 한가운데에서 왼편으로 열린다. 비록 길은 희미하지만 산악회 리본 몇 개가 매달려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산길로 접어들자마자 한숨부터 먼저 나온다. 오르막길이 너무 가파른 것이다. 그러나 미리 겁부터 집어먹을 필요는 없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능선 위에 올라서게 되기 때문이다. 일단 능선으로 올라서기만 하면 길은 순해진다.
▼ 능선에 올라서도 잡목(雜木)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탓에 길이 뚜렷하지가 않다. 심심찮게 얼굴을 때리는 나뭇가지들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진행하다보면 개활지(開豁地)가 나타나면서 시야(視野)가 트인다. 걷고 있는 능선의 왼쪽 사면(斜面)과 맞은편 능선이 가지런히 벌목(伐木)이 되어있는 것이다. 능선의 한 가운데를 경계로 삼아 왼편은 개활지(開豁地), 그리고 오른편은 원시(原始)의 숲 그대로이다. 그리고 산길은 그 경계의 선을 따라 이어진다. 개활지(開豁地) 구간이 끝난 후에도 비교적 산길은 또렷하게 나타난다.
▼ 능선은 가끔 가파른 오르막길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오르막 구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별로 힘이 들지는 않는다. 짧게 내려섰다가 그보다는 조금 더 긴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능선은 고도(高度)를 서서히 높여간다. 걷는 것이 힘이 들지 않다보니 다른 곳에다 시선(視線)을 돌릴 수 있는 여유까지도 생긴다. 길가에는 산나물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원시(原始)의 숲이다 보니 산나물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 걷는 틈틈이 산나물을 뜯다보면 50분쯤 후에는 918.7봉에 올라서게 된다. 독자적인 이름을 갖고 있지 못한 918.7봉은 이름값을 따로 할 일이 없었나보다. 봉우리 위에는 송전탑(送電塔) 하나만 외로이 서 있을 뿐 정상석은 커녕 이정표조차 보이지 않는다. 918.7봉에서는 조망(眺望)이 압권(壓卷)이다. 왼편에 보이는 산은 분명히 백이산이고, 그 오른편에 서 있는 산들은 서운산과 가리왕산, 그리고 상원산일 것이다. 그 외에도 이름 모를 고산(高山)들이 첩첩(疊疊)이 쌓여있다. 산이 많기로 유명한 강원도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 918.7봉에서 군의산으로 가려면 오른편으로 120도(度)로 방향을 틀어 송전탑 아래를 통과하여야 한다. 군의산으로 향하는 능선도 가파르지 않은 작은 오르내림이 계속된다. 그러나 길의 흔적은 아까 918.7봉을 오를 때보다 훨씬 더 희미해진다. 이 구간이 오늘 산행 중에서 가장 주의가 요구되는 구간이다. 길의 흔적이 심심찮게 끊어져버리는 탓에 엉뚱한 곳으로 진행할 우려가 많은 때문이다.
▼ 우려했던 대로 우리 일행도 엉뚱한 길로 진행하는 우를 범하고야 말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능선을 벗어나 오른편 지능선으로 들어서버린 것이다. 선두가 깔아놓은 표지(標識)만 보고 진행하는데, 능선이 느닷없이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해버린다. 능선으로 연결되는 산행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지만, 이럴 때는 선두를 믿을 수밖에 없다. 단체산행에서는 개인행동이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힘들게 임도(林道)에 내려서니 선두팀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게 보인다. 임도를 건너 맞은편 봉우리에 올라가보았는데 군의산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우왕좌왕이 시작된다. 내려선 지점이 어디인줄을 모르기 때문에 진행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려선 임도는 차량이 다녀도 충분할 정도로 널따랗고, 시멘트로 포장까지 되어 있다. 느낌뿐만이 아니라 도로 바닥을 보면 자동차가 다닌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지도(地圖) 한 장만 있었더라도 이렇게 헷갈리지는 않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탓이다. 상의 끝에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가 보기로 한다. 내려가다 짐작되는 능선으로 치고 오르자는 것이다.
▼ 임도를 따라 농경지(農耕地)가 있는 평지까지 떨어졌다가, 왼편에 보이는 농로(農路)로 들어선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방향 선택도 잘못된 결정이 되고야 말았다. 임도를 계속 따라갈 경우 군의산 바로 아래에 있는 고갯마루에 올라서게 되기 때문이다. 농로가 끝나고, 더덕을 심어놓은 밭두렁을 지나면 산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조그맣게 열린다. 길가에는 산악회 리본은 아니지만 표시지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인다. 산일을 하는 사람들이 매달아 놓았겠지만, 하여튼 길은 나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산길은 흔적이 끊겨버리고 개척 산행이 시작된다. 인간의 발자취가 끊겨버린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산길은 경사(傾斜)가 가파르기까지 하다. 군대에 가면 ‘PRI’라는 용어를 접하게 된다. ‘피가 나고, 알이 박히고, 이가 갈린다.’라는 표현의 약자(略字)이다. 지금 오르고 있는 코스에 ‘PRI’라는 용어를 붙이면 어떨까 싶다. 이렇게 힘들게 오르는 코스가 구태여 올라올 필요가 없었던 것을 알게 된다면 어느 누군들 이가 갈리지 않겠는가.
▼ 임도에서 농로로 접어들고서 20분 정도를 고생하면 원래의 능선에 다시 올라서게 된다. 주능선을 벗어나 잘못된 길로 들어선지 거의 한 시간 가까이를 헤맨 샘이다. 다시 만난 산길은 변함없이 거칠지만 다행히도 길의 흔적은 또렷한 편이다. 잡목(雜木)이 진행을 더디게 만드는 칼날능선을 지나면 잡초(雜草)가 무성한 헬기장을 만나게 된다. 헬기장에서 잠깐 조망(眺望)이 트이면서 석곡리의 마덕마을과 거칠현치 봉우리가 내다보인다.
▼ 헬기장을 지나면서 또 다시 길의 흔적이 자주 끊기기 시작한다. 이 구간에서는 길이 안 보인다고 해서 능선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능선을 곧장 따르다보면 띄엄띄엄 길의 흔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길 찾기에 신경을 쓰며 15분 정도 걸으면 임도에 내려서게 된다. 군의고개라 불리는 고갯마루로서 화암약수에서 석곡리의 마덕마을을 잇는 임도라고 한다. 아까 내려섰던 임도와 연결되기 때문에, 임도를 벗어나지 말고 계속 진행했더라면 고생을 안 하고도 이곳에 이르렀을 것이다. 임도 곁에 거대한 송전탑이 보이니 참조하면 길 찾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 군의산으로 가려면 임도를 건너 철탑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소나무들과 참나무류의 잡목(雜木)들로 가득 찬 능선을 20분 정도 치고 오르면 군위산 정상이다. 열 평 남짓한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군의산 정상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잡목과 잡초로 무성하게 덮여있기 때문이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고, 대신 ‘새마포산악회’에서 걸어놓은 정상표지판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918.7봉이나 행산 등 오늘 올랐던 봉우리마다 보았던 삼각점은 이곳에서도 눈에 띈다. 군의산 정상은 사방이 잡목(雜木)으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眺望)은 별로이다. 겨우 동쪽의 삼봉산과 북동쪽의 각희산, 그리고 청옥산과 두타산이 머리만 살짝 내밀고 있을 따름이다. 이곳까지 오는데 길을 잘못 들어 헤맨 시간(1시간)까지 합쳐서 3시간이 걸렸다.
▼ 오늘 산행에는 옛 동료인 정사무관이 함께해 주었다. 그것도 복분자술을 2병이나 챙겨서...
▼ 정상으로 올라왔던 길과 반대방향으로 내려서면서 행산으로 향한다. 행산으로 내려서는 길은 아예 길이 안 보일 정도로 길의 흔적이 희미해져 버린다. 거기다가 경사(傾斜)까지 가파르기 때문에 내려가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진행은 쉽지 않다. 그러나 다행이도 15분 정도만 고생하면 임도에 내려설 수가 있다.
▼ 행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잠시 동안 임도를 따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구간에서 또 다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10분 정도 임도를 따르다가 오른편 능선으로 접어들어야 하는데도 들머리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산악회 리본이라도 보인다면 모험(冒險)이라도 해보겠지만, 오늘 같은 오지(奧地) 산에서는 모험은 금물(禁物)이다. 자칫 커다란 화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능선을 못 찾고 임도를 따르면 10분 정도를 더 걸어야만 한다. 거기다가 임도가 아래로 고도(高度)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능선으로 올라붙기 위해서는 비탈길을 다시 올라가야 하는 고생을 치러야만 한다. 대신 좋은 점도 있다. 왼편으로 조망(眺望)이 트이면서 눈요기를 시켜주기 때문이다. 발아래에 424번 지방도가 꿈틀대고 있고, 그 옆에는 제법 튼실한 농경지(農耕地)들이 마치 조롱박처럼 매달려 있다.
▼ 차량까지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든든하던 임도가 언제부턴가 너덜길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얼마 안 있으면 그 너덜길마저도 사라져버리고, 산길은 비탈길로 변해버린다. 오늘 산행에서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 힘든 구간이다. 허리를 곧추세우고서는 결코 오르지 못할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길을 5분 정도 치고 오르면 다시 능선 위로 올라서게 된다. 능선에 오르고 나면 어려움은 끝난다. 능선을 가득 메운 잡목(雜木)들로 인해 길이 비록 거칠지만 경사(傾斜)가 거의 없는 오르막길 끝에 행산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군의산에서 행산까지는 1시간20분 정도가 걸렸다.
▼ 행산 정상은 강릉 KBS방송국의 송출 안테나가 차지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아마 봉우리 전체를 다 차지하기에는 조금 미안했던가 보다. 행산 정상도 역시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군의산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새마포산악회에서 만든 정상표지판이 산불감시초소의 쇠기둥에 매달려 있다. 행산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뛰어나다. 동쪽 발아래에는 화암면 고을이 내려다보이고, 북쪽에는 고양산과 문래산이 우뚝하다. 화암고을을 병풍(屛風)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은 아마 광대산일 것이다. 남쪽에 보이는 산은 지억산과 서운산, 그리고 백이산이다. 사방에 첩첩(疊疊)이 쌓인 산들을 보면 과연 정선을 왜 산의 고장이라고 부르는지 실감이 난다.
▼ 화암면소재지 방향으로 내려가는 하산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산지점인 주차장은 화암동굴 바로 아래에 있고, 화암동굴은 괘도차가 오르내리는 맞은편 산에 있는 것이다. 행산에서 화암면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한마디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길가 곳곳에 붙잡기 딱 좋은 나무들이 있어서 의지하면서 내려설 수가 있기 때문이다.
▼ 산행날머리는 **화암동굴 집단시설지역 건너편의 주차장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농가 몇 채가 보이고, 그 뒤에 하암면 소재지가 내다보인다. 마을 앞으로 난 농로(農路)를 따라 왼편으로 진행하면 산행이 종료되는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행산에서 주차장까지는 서서히 걸어도 40분이면 족하다.
(**)화암동굴(강원도 기념물 제33호), '금과 대 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개발된 국내유일의 테마(Thema)형 동굴로서, 현재 2800㎡ 규모의 광장(廣場)과 360m의 탐방로가 개방되어 있다. 개방된 구간 전체(10,803m)를 다 돌아볼 경우에는 1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곳은 해방 전까지 금을 캐던 천포광산(鑛山)이었다. 채광(採鑛)을 위해 굴진(掘進)을 하던 중에 천연종유동굴이 발견되면서, 그 신비로움이 세상에 알려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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