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래암산(飛來巖山, 688.9m)

 

산행일 : ‘13. 3. 30(토)

소재지 :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산행코스 : 상만산동(상서면 구운리)→만산(976m)→비래암산→하만산동(산행시간 : 2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고원산악회

 

특징 : 비래암산(688.9m)은 만산(976m)에 비해 턱없이 낮다. 그러나 사람들은 비래암산을 온 김에 만산까지 연계산행을 하지, 만산 하나만을 보고 찾아오는 등산객들은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비록 만산 옆에 붙어있는 자그마한 바위봉우리이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경관은 주봉(主峰)보다 비래암산이 한 수 위라는 것을 의미한다. 비래암산은 온통 흙으로 이루어진 산꼭대기에 거대한 바위 하나가 얹혀있는 형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원래부터 산에 있던 바위가 아니고 다른 곳에서 날라 왔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이름도 ‘날라 온 바위’라고 하여 비래암(飛來巖)이라 불렀다. 비래암 주위의 산세(山勢)가 뛰어나기 때문에 한번쯤 찾아볼만한 산이지만 산행코스가 짧은 게 흠이라면 흠이다.

 

산행들머리는 하만산동(상서면 구운리)

춘천에서 5번 국도를 타고 화천을 경유하여 상서면 방향으로 가다가 구운교(橋)를 지나자마자 만나게 되는 신대사거리(상서면 신대리)에서 좌회전, 3Km쯤 진행하면 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직진(서쪽방향)하여 만산령을 향해 10Km쯤 더 들어가면 산행이 시작되는 상만산동이다.

 

 

 

산행기점은 상만산동이다. 상만산동이라고 해서 마을 단위(單位)를 연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기껏 해봐야 아담한 전원주택 한 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전원주택으로 건너가는 다리 못미처에서 오른편으로 난 임도(林道)를 따라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이곳은 일부러 찾아오기에는 쉽지 않은 심심산골의 오지(奧地), 혹시라도 근처에 볼거리가 있을라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구경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왼편에 보이는 전원주택이 바로 그 구경거리이다. ‘만산령 쉼터’라는 문패(門牌)를 달고 있는데 주인부부가 얼마나 정성들여 가꾸었던지 선뜻 들어서기가 망설여질 정도이다. 혹시라도 입장료(入場料)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지각색의 장승들과 솟대들 그리고 자그만 돌탑들이 집 주위를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는 것이 마치 동화 속의 나라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쉬러 이곳에 정착했는데 막상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주인부부의 넋두리를 무시하고라도 한번쯤은 들러보고 싶은 곳이다. ‘산에 오는 사람들이 산나물과 약초들을 씨가 마를 정도로 싹쓸이를 하는 바람에 주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주인부부의 하소연에 공감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임도는 차량이 지나다녀도 될 정도로 넓다. 그러나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길의 폭은 턱없이 좁다. 임도의 나머지 공간을 온통 잡목(雜木)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긴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올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등산객들이라면 혹시 모르겠지만, 산이 알려지지 않는 탓에 그 또한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낙엽송(落葉松 : 일본이깔나무)아래로 난 임도를 따라 10분 정도 진행하면,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해지면서 길이 끊겨버린다. 임도를 온통 잡목(雜木)들이 차지해버린 탓에 길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근처에서 선답자의 표시(산악회 리본)를 찾아보는 것이 우선이련만, 선두는 무작정 오른편 능선으로 올라서 버린 모양이다. 나 혼자 개인행동을 하는 것 보다는 일행을 따르기로 결정하고 능선으로 붙는다.

 

 

오른편 능선으로 올라서면서부터 고난(苦難)의 행군이 시작된다.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이 일절 없는 능선은, 잡목들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발걸음을 옮기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이다. 거기다가 경사(傾斜)까지 가파르니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고난의 오름길에서 30분 정도 힘겨운 투쟁을 하다보면 다른 지능선과 만나게 되면서,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아직은 주등산로와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능선은 온통 참나무 일색, 사람들의 발걸음이 없는 오지(奧地)의 숲임에도 불구하고 나무들의 수령(樹齡)이 대부분 10년 내외인 것이 의외이다. 물론 수십 년은 족히 묵은 듯한 고목(古木)들도 심심찮게 보이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지능선에 올라서서 15분 정도 걸으면 군인들이 만들어 놓은 듯한 참호를 만나게 된다. 갑자기 등산로가 뚜렷해지는 것이 아무래도 만산령에서 올라오는 주등산로와 만나는 지점인 모양이다. 이곳에서 5분 정도만 더 걸으면 드디어 만산 정상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10분이 지났다.

 

 

만산의 정상은 서너 평 남짓한 좁다란 분지(盆地), 정상의 한가운데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정상표지석이 지키고 있다. 정상에 서면 동북쪽으로 시원스레 시야(視野)가 트인다. 비록 가스가 자욱한지만 전면에 있는 대성산이 또렷하고, 그 주위를 둘러싼 복계산과 복주산, 대암산 등 헌걸찬 산릉(山稜)들이 희미하게나마 바라보인다. 날씨가 맑을 때에는 저 멀리 북방한계선 너머 북녘 땅에 있는 산들까지도 조망(眺望)된다고 하지만 오늘은 마음속으로만 그려볼 따름이다. 그러나 서쪽방향에 있는 백적산은 나무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만산 정상에서 비래암산으로 가려면 올라왔던 길로 10m쯤 돌아 나왔다가 왼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갈림길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 않으니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만산의 바위봉우리를 우회(迂廻)하고 나면, 산길은 갑자기 경사(傾斜)가 가파른 비탈길로 변한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가파른 내리막길임에도 불구하고,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이니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할 것이다.

 

 

이곳 화천군은 북방한계선이 코앞이다. 따라서 산의 곳곳에는 아직도 군인들이 사용하던 시설물들이 널려있다. 전에는 민간인의 출입을 제한하던 곳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은 20분 정도 내려서면 안부에 이르게 되고, 이곳에서부터 비래암산까지는 완만(緩慢)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고저(高低)의 차이가 거의 없는 능선을 20분 조금 못되게 오르내리다보면 거대한 바위가 진행방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바위를 피해 오른편으로 우회(迂廻)하여 비탈길을 5분 정도 오르면 비래암산 정상이다. 만산에서 비래암산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50분이면 충분하다.

 

 

 

어렵사리 정상에 올라서면 의외의 상황에 놀라게 된다. 이곳이 과연 높이 60m나 되는 바위 위인가가 의심되는 흙으로 이루어진 평평한 분지(盆地)인 것이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휘둘러봐도 신선(神仙)들이 목욕을 즐겼다는 웅덩이는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구렁이도 눈에 띌 리가 없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눈에 띄지 않는다. 단지 ‘비례바위 정상’이라고 쓰인 팻말과 이정표만 세워져 있을 따름이다. 아무래도 이곳 행정당국(行政當局)에서는 비래바위산을 독립된 산으로 보지 않는 모양이다. 이정표나 산행안내판 등 행정당국에서 설치한 시설물 모두 산이라는 이름 대신에 ‘비래바위’라는 바위 이름만 표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온통 흙으로 이루어진 정상의 서쪽 귀퉁이에 독불장군인양 거대한 바위 하나가 보인다. 암봉이라는 이름값이라도 하려는 모양이다. 서쪽이 아찔한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진 바위 위에 올라서면 건너편 백적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수십년 묵은 소나무들이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개중에는 바위들과 잘 어울리며 정상을 한결 업그레이드(upgrade) 시키는 것들도 보인다.

 

 

 

 

만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끄트머리가 만산 정상이다.

 

 

정상에서의 하산은 이정표(등산로입구 775m/ 화천산약초마을 2,780m/ 만산 2,100m)가 가리키는 등산로 입구 방향으로 내려서면 된다. 바위벼랑 사이로 길게 늘어진 로프를 붙잡고 5분 내려가면, 등산로는 이번에는 산 사면(山 斜面)의 중간을 자르면서 이어진다. 이 구간은 바위로 이루어졌지만 그다지 위험하지 않으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바위 사이로 편안하게 길이 나 있기 때문이다.

 

 

 

 

바위구간은 10분 정도 걸으면 멋진 바위봉우리 하나가 진행방향에 보인다. 냉큼 왼편에 보이는 바위 벼랑을 타고 오른다. 비록 길은 나 있지 않지만 전면에 보이는 바위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벼랑위로 올라서자마자 바위봉우리가 눈앞에 멋지게 펼쳐진다. 날카롭게 치솟은 수직의 바위봉우리와 벼랑의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노송(老松)들이 잘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잘 그린 동양화를 그려내고 있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highlight)이다.

 

 

 

 

바위봉우리를 오른편으로 우회(迂廻)하여 내려가면 이정표(등산로 입구 470m/ 비례바위 305m)를 만나게 되고 이곳에서 바위지대는 끝을 맺는다. ‘바위 이름이 이상하네요.’ 길가의 이정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금방 알아볼 정도로 집사람도 이젠 산행에 이력(履歷)이 붙었나 보다. 그녀의 말마따나 이정표는 비래바위를 비례바위로 잘못 적어 놓았다. 이정표를 제작한 업체에서 잘못 적은 것까지야 별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행정당국에서 조금만 더 주의 깊게 검수를 했더라면 잘못된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바위지대가 끝나면 등산로는 흙길로 변하면서 경사(傾斜)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만들어 낸다. 길가에 안전로프를 매달아 놓은 것은 그 가파름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안전로프를 붙잡고 10분 남짓 조심스럽게 내려오면 상만산동으로 올라가는 도로를 만나게 된다.

 

 

 

 

산행날머리는 하만산동

도로에서 산행이 종료되는 하만산동으로 가려면 왼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오른편은 상만산동으로 올라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만산계곡을 따라 나있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산행이 종료되는 하만산동이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이곳을 산행 들머리로 삼는다. 이곳에서 1.5Km가량 오르면 758봉에서 살짝 내려앉은 주능선의 안부에 올라서게 되고, 능선을 따라 비래바위에 올랐다가 만산으로 진행하던지, 아니면 아까 우리가 내려온 길로 내려오는 것이다. 하만산동 날머리에는 산행안내도와 ‘비래바위 설명판’이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된다. 비래암산에서 하만산동까지는 40분이면 충분하다.

 

 

 

 

 

산행날머리의 오른편에 보이는 언덕에서 바라본 비래바위 전경이다. 비래바위의 한 가운데는 연못 같이 패이고 그곳에 항상 맑은 물이 고여 있어서, 신선(神仙)들이 내려와 목욕을 즐겼다는 전설(傳說)이 있다. 하긴 바위의 크기가 무려 100m 길이에 높이가 60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니 전설 하나 갖고 있지 않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신선들이 내려와 노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던 마을사람들이 하루는 바위에 올랐다고 한다. 사람들이 호기심을 이겨내지 못했었나 보다. 그 때 갑자기 벼락이 치더니 억수 같은 비를 퍼부으면서 절구통보다 더 굵은 지네가 나타나 사람들을 해쳤다고 한다. 지네 대신 구렁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무튼 부정한 사람들이 올라서는 안 되는 신성(神聖)한 장소로 여겨졌었다고 한다. 요즘은 많은 산악인들이 이곳에서 시산제(始山祭)를 지내고 있고, 고원산악회도 이곳에서 시산제를 지내기 위해 이 산을 찾았다. 아직까지도 그 신성(神聖)스러움을 믿고 있기 때문이리라. 참고로 비래암은 화천9경의 하나이다. 화천9경에는 파로호(1경), 딴산(2경), 비수구미(3경), 평화의 댐(4경), 용화산(5경), 비래바위(6경), 용담계곡(7경), 화악산(8경), 광덕산(9경) 등이 있다.

 

 

 

오늘도 집사람의 부지런함이 돋보인 하루였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채취한 달래의 양이 제법 된 것이다. 덕분에 다음 날 우리 집 밥상에는 봄내음이 가득했다. 분위기를 만들어낼 줄 아는 집사람은 작년 봄에 채취한 취나물도 한 접시 올려놓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