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정바위산(1,006m)

 

산행일 : ‘12. 6. 23(토)

소재지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과 북평면의 경계

산행코스 : 애산3리 마을회관→능선→상정바위산→전망대→큰골 갈림길→쉼터→큰골 합수지점→덕양교(산행시간 : 4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정바위산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던 산이었다. 강원도의 오지(奧地)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이 불편할뿐더러, 특별히 뛰어난 풍광(風光)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동강 건너편에 반도(半島)모양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한반도를 쏙 빼다 닮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산행들머리는 애산3리 마을회관

38번국도(國道/ 태백방향) 문곡교차로(交叉路 : 정선군 남면)를 빠져나와 왼편의 59번 국도로 갈아타고 정선으로 달리다가, 월릉휴게소 근처에서 오른편의 월릉길로 빠져나와 어천을 가로지르는 월릉교를 건넌 후, 이번에는 오른편으로 들어가면 오반리에 이르게 된다. 버스에서 내려 오반리 버스종점 방향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마을회관에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오반리 버스종점’이 나온다. 이곳까지 군내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대개는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하지만, 우리가 타고 온 관광버스가 마을회관 앞에서 멈춰버린 탓에 여기까지 추가(追加)로 걷게 된 것이다. 아마도 비좁은 도로(道路) 폭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버스종점 옆에 커다란 산행안내도(案內圖)가 세워져있으니,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오늘 걷게 될 코스를 미리 챙겨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멘트포장 임도(林道)는 마을을 통과하고 난 후에도 10여분 동안 계속해서 이어진다. 부지런히 걷던 사람들이 하나, 둘 도로가에 멈춰서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이 멈춰선 곳에는 어김없이 뽕나무와 산딸기나무들이 보인다. 나무들마다 까맣고 빨갛게 익은 오디와 산딸기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도 매달려 있다. 아무리 산행시간이 빠듯해도 눈앞에 보이는 오디와 산딸기를 마다하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길게 이어지던 임도가 처음으로 산자락과 만나는 지점에서 왼편에 보이는 산길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이정표(里程標 : 4.75Km, 155분)가 세워져 있으니 길을 찾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곳의 이정표는 좀 유별나게 생겼다. 우리들이 흔하게 보아오던 이정표는, 재질(材質)에 관계없이 보통 납작하게 생긴 판(板)에다 진행방향과 거리를 표시하는데 반해, 이곳의 이정표는 4각의 나무 말뚝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말뚝의 상부(上部)에는 ‘등산로→’라고 등산로의 진행방향을 표시해 놓고, 그 아래에는 동판(銅版)에다가 자그마한 글씨로 거리와 소요시간을 적어 놓았다.

 

 

 

산자락으로 접어들어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을 잠깐(5분 정도) 치고 오르면 두 번째 이정표가 있는 능선에 올라서면서, 산길은 급하게 왼편으로 방향을 튼다.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크고 작은 봉우리들과의 끊임없는 싸움이 시작된다. 능선은 길고 가파르게 봉우리 위로 올렸다가, 짧고 가파르게 안부로 떨어뜨리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등산로 주변은 잡목으로 뒤덮여있어 조망이 트이지 않는데, 왼편 나뭇가지 사이로 사행천(蛇行川)을 만들어내고 있는 조양강줄기와 한반도(韓半島)가 얼핏 나타났다가 사라지를 반복하고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쯤 지나면, 능선에서 왼편으로 약간 벗어난 곳에 3~4명이 앉으면 꽉 들어찰 정도로 좁다란 분지(盆地)가 나타난다.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전망대(展望臺)이다. 그 많던 참나무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분지 언저리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덕분에 시원스레 시야(視野)가 트이면서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듯한 조양강과 그 강줄기가 만들어내고 있는 한반도 모형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마디로 장관(壯觀)이다. 오늘 산행 중에 만나게 되는 몇 곳의 전망대 중에서 가장 빼어난 조망처가 아닐까 싶다.

 

 

 

 

 

전망대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세 번째 이정표(3.4Km, 120분)가 나타난다. 산자락에 들어선지 1시간이 넘었는데도 고작 1.35Km를 걸었다니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든다. 거리표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능선을 걷다보면 위험을 알리는 경고판(警告板)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위험을 느낄만한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왼편 단애(斷崖) 쪽은 울창하게 우거진 참나무 숲 때문에 절벽(絶壁)은 잘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앞서가던 집사람과 영선씨가 심심찮게 허리를 구부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취나물이 지천이네요’ 집사람에 이은 영선씨의 멘트는 복분자도 흔해요’이다. 그녀들의 평소 취향(趣向)대로 집사람의 눈에는 취나물이 먼저 들어오고, 영선씨의 눈에는 복분자가 먼저인 모양이다.

 

 

 

 

세 번째 이정표를 지나 계속되는 능선은 지겹다 싶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 온통 참나무에 포위된 능선은 특별한 볼거리가 없기 때문에 그저 앞만 보고 걸을 따름이다. 입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한다. 능선상의 봉우리들 사이에 있는 골이 깊어진 탓에, 오르내리기가 훨씬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입술이 타기 시작한다. 여름철 무더운 날씨로 인해 너무 많은 땀을 흘렸기 때문일 것이다. 얼굴을 닦던 타월(towel)을 수도 없이 짰지만, 옷을 타고 흐르는 땀은 팬츠까지 적셔버린 지 이미 오래이다. 물 마시는 빈도(頻度)를 늘이다보면 네 번째 이정표(2.6Km, 95분)가 보인다.

 

상정바위산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능선에는 바위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로프를 이용해야만 오를 수 있는 바윗길도 나타나고, 바위를 우회(迂廻)해야만 하는 바윗길도 보인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걷다보면 또 하나의 이정표(1.8Km, 62분)가 나타난다. 그런데 그 이정표를 보면 저절로 ‘악!’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죽어라고 걸어왔건만 기껏해야 0.8Km를 걸었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제길~’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오지만 집사람에게 들리게 할 수는 없다. 오늘 따라서 집사람이 부쩍 힘들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이정표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금방 증명(證明)이 된다. 네 번째 이정표를 출발해서 얼마 지나지 않으면 큰골 갈림길인 삼거리가 나오고,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금방이기 때문이다. 삼거리에서 진행방향에 보이는 거대한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迂廻)하여 오르면 널따란 헬기장이 보인다. 이곳에서 리본이 매어져 있는 왼편으로 가면 남산을 거쳐서 문곡마을로 내려가게 되고, 정상은 이곳에서 오른편 50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상정바위산 정상은 10평 남짓한 흙으로 이루어진 분지(盆地), 주변에는 참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차 있다.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바위절벽(絶壁)을 우회(迂廻)해서 올라오면서 바위봉우리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흙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정상에 오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특이하게 생긴 정상표지석이다. 이곳 상정바위산이 한반도(韓半島) 때문에 입소문을 탔다는 것을 증명(證明)이라도 하려는 듯이 정상표지석을 한반도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 정도가 지났다.

 

 

 

정상표지석 뒤에 숲이 뚫려있는 것이 보인다. 아까 정상으로 오르면서 보았던 단애(斷崖)의 위로서, 한반도(韓半島)가 가장 잘 조망된다는 전망대이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사행천(蛇行川)인 조양강이 만들어 놓은 한반도의 문양(紋樣)이 한눈에 들어온다. 월천마을 뒤의 야산(野山)을 감싸고도는 조양강 물줄기는 한반도(韓半島)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의 모양새이고, 강물에 둘러싸인 부분은 물론 한반도를 쏙 빼다 닮았다. 반도(半島)의 안에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을 비롯한 산과 들이 늘어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저곳에는 백두대간과 주요 산들이 있다. 이곳 정선군에서 백두대간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곳곳에 주요 산들을 표시해 놓은 것이다. 반도의 끝으로 지나가고 있는 42번 국도(國道) 너머는 물론 중국(中國) 땅이다. 아까 능선을 지나오는 길에 보았던 한반도가 가장 깔끔하게 보였다면, 이곳에서 만난 반도는 한반도와 가장 많이 닮았다.

고양리로 내려가는 하산길, 이 길로 내려가서는 안된다.

 

 

정상에서 큰골갈림길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큰골 방향으로 진행한다. 하산길은 경사(傾斜)가 완만(緩慢)해서 내려서는데 조금도 부담스럽지가 않다. 등산로 주변에는 아직도 참나무 일색인데, 간혹 철쭉나무들이 무리지어 있는 것이 보인다. 정상을 출발해서 20분 조금 넘게 걸으면, 울창한 숲이 빼꼼이 열리는 곳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展望臺)가 보인다. 전망대 위로 올라서면 사행천(蛇行川)을 만들어내고 있는 조양강이 적나라하게 속살을 들어 내보이고 있다. 월천마을 뒤 야산을 조양강이 휘돌면서 만들어 낸 저 모양새가 한반도를 닮았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한반도의 아랫도리는 산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있다.

 

 

전망대를 지나 다시 20분 정도를 가파르게 걸어 내려오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편은 큰골로 내려가는 길이고, 남서릉을 타다가 작은골로 내려서고 싶다면 오른편 길로 진행하면 된다. 어느 길을 선택하더라도 두 길은 ‘큰골 합수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갈림길에서 남서릉을 따라 20분이 조금 넘게 걸어 내려오면 이번에는 벤치가 놓여있는 쉼터이다. 의자에 앉으면 앞이 시원스레 트이면서, 다시 한 번 한반도의 모형이 나타난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변화무쌍한 조화(調和)에 탄복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어쩌다 한 그루씩 보이던 소나무가 어느새 소나무 일색(一色)인 숲으로 변해 버렸다.

 

 

조양강을 향해 뻗어나간 남서릉을 따라 가파르게 내려서던 산길은, 어느 지점에선가 갑자기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서 산의 사면(斜面)을 따라 이어진다. 능선의 끄트머리가 더 이상 길을 만들 수가 없을 정도로 날카롭게 선 절벽이기 때문이다. 사면길을 따라 짧게 내려서면 산길은 이번에는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서 작은골과 대칭(對稱)을 이루면서 이어진다. 골이 별로 깊지 않은 작은골은 물기 하나 없는 건천(乾川)으로 변해있다. 이곳 정선도 가뭄이 무척 심한 모양이다. 작은골과 함께 이어지던 산길은 5분 정도 걷다보면 제법 널따란 비포장 임도를 만나게 된다. 바로 ‘큰골 합수지점’이다.

 

 

 

 

 

 

 

 

 

산행날머리는 문곡마을

‘큰골 합수지점’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진행하면 큰골을 거쳐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게 되므로, 산행이 종료되는 문곡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오른편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삼거리 오른편에 보이는 ‘추억의 조양강'이라는 간판을 매달고 있는 잘 지어진 개인 별장(別莊)을 기웃거리면서 걸음을 옮기다보면 이내 조양강(동강)과 만나게 된다. 길가 묵밭에는 가을의 전령(傳令)이라는 들국화(쑥부쟁이)가 만발해 있다. 들꽃들도 무더위에 지친 탓일까? 계절(季節)의 순리(順理)를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산행이 종료되는 문곡마을 주차장은 동강의 둑 위로 난 강변길을 따라 1Km정도 더 걸어야 하지만, 산악회버스는 고맙게도 덕송교(橋 )근처의 민박집 앞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