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산(帝王山, 840.6m)

 

산행일 : ‘13. 1. 6()

소재지 :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의 경계

산행코스 : 대관령휴게소()영동고속도로 준공비()능경봉 갈림길돌탑봉제왕산오봉산 갈림길상제민원하제민원대관령박물관 주차장(산행시간 : 3시간30)

함께한 산악회 : 곰바우산악회

 

특징 : 제왕산의 높이는 841, 산행이 시작되는 대관령의 높이가 800m가 넘으니 초보자들이나 노약자들이 오르기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전반적으로 큰 오르내림이 없는 완만(緩慢)한 능선산행이 이어지기 때문에 가족 트레킹 코스로 권할 만하다. 겨울철 적설량(積雪量)이 많기 때문에 인근의 선자령이나, 능경봉 등과 함께 겨울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산행들머리는 대관령휴게소()

영동고속도로 횡계 I.C을 빠져나오면 T자형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횡계 읍내(邑內)쪽으로 우회전, 이어서 고속도로 밑을 지나자마자 좌회전하면 옛 영동고속도로로 올라타게 된다. 지금은 지방도로로 격하(格下)되었지만 구()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들이 많으니 어렵지 않게 옛 대관령휴게소에 이르게 될 것이다.

 

 

 

산행 들머리는 대관령 남쪽의 구() 대관령 하행선 휴게소다. 휴게소 광장에 내려 동쪽을 보면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가 우뚝하다. 우선 기념비까지 긴 계단을 올라가면, 넓은 분지(盆地)의 한 가운데에 세워진 커다란 영동고속도로 완공 기념비(紀念碑)’가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분지에서는 조망(眺望)이 시원스레 터진다. 강릉시가지와 동해바다가 널따랗게 펼쳐지고, 휴게소 광장은 커다란 풍력 발전기 돌아가고 있는 광경(光景)이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준공비에서 오른편으로 난 산길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 들머리에는 등산안내도와 이정표(제왕산 2.7Km, 대관령박물관 7.6Km/ 능경봉 정상 1.8Km/ 신재생에너지관 300m)가 서있다. 평탄한 길을 따라 걷는 초입(初入)은 무난하게 이어진다. 눈의 고장답게 많은 눈이 쌓여있지만 산행을 이어가는 데는 조금도 지장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 탓에, 발자국들이 모여서 눈 위에 길을 다져 놓았기 때문이다. 능경봉 갈림길이 있는 산불감시초소(이정표 : 제왕산 2.4Km/ 대관령 0.6Km)까지의 500m정도 되는 구간은 완만(緩慢)한 구릉(丘陵)을 따라 걷는 평지 코스이다.

 

 

 

산불감시초소 앞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편 능선으로 올라서면 능경봉으로 가게 되고, 제왕산으로 가려면 왼편의 임도(林道)를 따라 진행해야 한다. 왼편 임도의 초입에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으나, 문은 활짝 열려있다. 눈이 수북이 쌓여있어 불이 날 염려도 없으니 잘 다녀오라는 모양이다. 이 임도는 대관령의 동쪽에 있는 강릉수력발전소(江陵水力發電所)를 건설하기 위해 낸 길이라고 한다.

 

 

 

 

임도(林道)를 따라 100m쯤 더 걸으면 임도가 둘로(이정표 : 제왕산 2.0Km/ 대관령.0.7Km) 나뉘는데, 비교적 좁다고 생각되는 왼편 임도로 접어든다. 그 후 조금 더 진행하면 이번에도 왼편으로 오솔길이 열린다. 들머리에 리본이 여러 개 매달려 있으니 참조하면 될 것이다. 산길로 접어들어 눈길을 헤치며 나아가다보면, 이름 모를 봉우리 위에서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전망테크(이정표 : 제왕산 1.3Km/ 능경봉 입구 1.0Km)를 만나게 된다.

 

 

 

 

전망대(展望臺)에 올라서면 좌()에서 우()로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광활(廣闊)하게 펼쳐진다. 고루포기산과 능경봉, 그리고 선자령으로 연결된 능선이 하늘과 경계선을 그리며 굽이굽이 펼쳐지고, 특히 선자령 일대의 아름다운 설경(雪景)과 풍력 발전기가 도는 풍경은 가히 장관(壯觀)이다.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멀리 동해시와 쪽빛 동해 바다가 선경(仙境)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조망(眺望)산행이 제왕산만의 낭만산행인 것이다.

 

 

 

전망테크를 지나 산길을 내려가면 다시 임도를 만나게 되며, 임도를 따라 200m쯤 내려가면 왼편에 능선 길로 붙는 지점(이정표 : 제왕산 1.0Km/ 대관령 2.0Km)이 나온다. 능선으로 올라서는 길이 나무계단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길을 혼동할 염려는 없을 것이다.

 

 

 

 

나무계단을 올라선 후, 오르막길을 10분쯤 걸으면 돌탑의 옆에 작은 헬기장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대관령과 선자령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조금 더 올라가면 암봉 위에 올라서게 되고, 이곳에서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풍광(風光)이 더 뛰어나니 구태여 헬기장에서 시간을 소모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일망무제(一望無題), 한마디로 조망(眺望)이 거칠 것 없이 터진다. 멀리 선자령의 눈 덮인 백두대간(白頭大幹) 위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이국적(異國的)인 풍경이 아름답게 조망(眺望)된다.

 

 

 

 

 

 

 

 

돌탑봉에서 조금 더 걷다보면 커다란 바위 하나가 갈 길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다. 바로 제왕 솟대바위이다. 솟대란 원래 마을 수호신(守護神)이나 경계(境界)의 상징으로 마을 입구에 세운 장대를 말한다. 보통은 그 끝에 나무로 만든 새를 올려놓는데, 아마 그 솟대를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나 보다.

 

대관령 남쪽의 높은 봉우리인 능경봉

 

 

제왕산의 능선을 걷다보면 백두대간 능선이 금방이라도 하늘을 향해 솟아오를 것처럼 꿈틀대는 광경(光景)이 눈에 들어온다. 능선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워져 있는 풍력발전기 모습도 이색적(異色的)이다.

 

 

돌탑봉에서 20여 분 더 진행하면 제왕산 정상 직전에서 아름드리 송림(松林) 지대를 만나게 된다. 자태가 빼어난 노송(老松)들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사이사이에 보이는 고사목(枯死木)들 또한 개체수를 늘려간다. 고풍(古風)스런 고사목들이 소망탑을 온통 에워싸고 있는 것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가끔 고사목을 만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여기 같이 고사목들이 즐비한 경우는 흔치 않다. 그것도 그 하나하나가 나름대로의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광경(光景)이라니... 죽어서도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마 왕성하게 생육(生育)하던 시절이 못내 안타까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제왕산 정상은 예상과 달리 흙으로 이루어진 5평 남짓한 좁다란 분지(盆地)이다. 조금 전에 지나온 바윗길이 무색할 정도로 의외인 것이다. 정상의 한 가운데에는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정상에 서면 절경의 동해안 풍경이 다시 눈에 들어오며, 오른쪽 등 뒤로는 고원(高原)을 이룬 대관령 북쪽의 이색적(異色的) 풍광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오늘은 계사(癸巳)년 들어 처음으로 산행을 하는 날이다. 이런 때에는 산신령에게 올 한해 무사산행을 빌어야 한다며 산악회 운영진에서 고사상을 차렸다.

 

 

 

정상에서 급하게 고도(高度)를 낮춘 산길은 잠깐 완만(緩慢)하게 이어지다가, 왼편에 시야(視野)가 툭 터지는 조망(眺望)터 하나를 만들어 놓는다. 나무의자까지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 서면, 하늘과 맞닿은 파란 동해(東海)가 끝없이 펼쳐진다. 금방이라도 파도가 흰 포말을 일으키며 이쪽으로 달려들 것만 같다. 또한, 영동 제일의 도시 강릉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펼쳐지고 있다.

 

 

 

전망대를 지나서 조금 더 진행하면 길이 왼편으로 급하게 꺾이면서 오래 묵은 소나무들이 길손을 맞이한다. 이곳에서부터 급경사(急傾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내리막길을 20분 정도 내려서면 다시 임도에 내려서게 되고, 임도를 가로질러 맞은편 능선(이정표 : 대관령박물관 3.8Km/ 제왕산 1.6Km)으로 내려서면 길은 더 한층 가팔라진다. 원래는 통나무 계단이 설치된 것 같으나, 수북이 쌓인 눈에 파묻혀 있기 때문에 미끄럼 방지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길가에 매어놓은 로프에 의지해서 내려선 후, 이번에는 평지와 다름없는 완만(緩慢)한 산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이곳에서 오른편은 오봉산으로 가는 길이니, 대관령 옛길로 가려면 왼편으로 내려서야 한다.

 

 

 

오봉산 갈림길을 지나서도 길은 계속해서 완만(緩慢)하게 이어진다. 길가에는 꽤나 굵직하고, 자태(姿態)가 빼어난 금강송(金剛松)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일제(日帝)로부터 해방된 후에 일일이 솔씨를 뿌려 심고 가꾼 것이라고 하니, 대략 80살쯤 나이가 먹었겠다. 해방(解放) 당시만 해도 일본인들의 수탈로 인해 헐벗은 산이었다고 한다. 그들의 노고(勞苦) 덕분에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이곳은 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경력도 있고, 문화재 복원(復原)용 나무를 공급하기 위해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봉산 갈림길에서 내려서면 금방 계곡에 이르게 된다. 계곡가로 난 길을 따라 30분쯤 내려가면 대관령에서 흘러내려온 개울을 가로지르는 제왕교()를 건너게 되고, 이어 상제민원(이정표 : 대관령박물관 2.6Km, 하제민원 1.2Km/ 제왕산 2.8Km/ 주막터 0.3Km, 반정 3.34Km)에서 대관령 옛길과 만나게 된다. 영동과 영서를 잇는 험준한 대관령 옛길은 옛 강릉지방 사람들의 숱한 애환(哀歡)을 간직하고 있는 길이다. 그러나 지금은 슬픔보다는 기쁨을 더 많이 주고 있다. 주요 관광자원(觀光資源)으로 개발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굽이굽이 돌며 이어지는 산길과 맑은 계곡, 거기다가 아름드리 소나무와 울창한 원시림까지 있으니 이 보다 더 나은 트레킹(trekking)코스는 흔치 않을 것이다.

 

 

 

 

 

상제민원에서 하제민원까지 20분 정도 걸리는 옛길은 흙길이거나 아니면 바윗길이다. 그리고 옛길은 골짜기를 따라 나 있다. 그 골짜기는 수백 년 동안에 하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기 때문에 움푹 파인 것이 아닐까? 옛길이 영동과 영서를 잇는 유일한 통로였기에 하는 말이다. 아무튼 옛길과 함께 흐르는 계곡은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다. 옛길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마음도 옛날로, 그러니까 어릴 적의 동심(童心)으로 되돌렸는지 냇가에서 노니는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해맑기 그지없다.

 

 

 

 

 

 

 

하제민원을 지나서 대관령박물관으로 넘어가는 길을 걷다보면 그리 높지 않은 고갯마루 위에서 작은 안내판 하나를 만나게 된다. 바로 이 고갯마루가 원울이 고개이고, 안내판에는 고개 이름에 얽힌 얘기를 적어 놓았다. 한양에서 700리길을 걸어 강릉부사로 부임하던 원님들이 강릉의 막바지 고개에 이르러 힘들어서 울었고. 임기(任期)를 마친 원님들이 강릉사람들의 훈훈한 인심을 뒤로하고 돌아가기가 섭섭해 다시 울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대관령 너머 평창의 횡계역과 강릉의 구산역을 잇는 옛길은 많은 얘기들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하긴 수백 년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며 수많은 애환을 쏟아 놓았을 터이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음식점들이 즐비한 하제민원에서 산행이 마감되는 대관령박물관근처 주차장까지는 곳곳에 민박집과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관광지로 개발된 대관령 옛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원울이고개를 지나서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산행이 종료되는 대관령박물관근처의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