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산(大德山, 1,307.1m)-금대봉(金臺峰, 1418.1m)
산행일 : ‘13. 6. 22(토)
소재지 :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태백시 삼수동, 삼척시 하장면의 경계
산행코스 : 두문동재(1.4Km)→금대봉(1.1Km)→고목나무샘(2.5Km)→분주령(1.4Km)→대덕산야생화군락(1.4Km)→분주골(1Km)→검룡소 갈림길(0.6Km)→검룡소(1.4Km)→검룡소주차장(산행시간 : 4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피닉스산악회
특징 : 금대봉과 대덕산은 밋밋한 능선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흙산(肉山)이다. 따라서 산세(山勢)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다. 그러나 두 산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는 다른 유명산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국내 최대로 알려진 야생화군락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꽃들을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환경부가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1993년)한 금대봉에서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산릉 동쪽 일원에는 1000종류에 가까운 식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여름철이면 이곳에서 야생화(野生花)들이 ‘꽃 잔치’를 연다, 복주머니란, 노랑무늬붓꽃 등 이름마저 예쁜 수많은 들꽃들이 만들어내는 천상화원(天上花園)을 구경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는 것이다.
▼ 산행들머리는 **두문동재(해발 1,268m)
중부내륙고속도로(출구 : 제천 I.C)와 38번 국도를 이용하여 고한읍(정선군)까지 온 후에 고한읍에서 태백시로 넘어가는 ‘두문동재 터널’ 바로 직전에서 오른편으로 빠져나와 옛(舊)도로를 따라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4Km정도 올라가면 두문동재를 만나게 된다. 싸리재라고도 불리는 두문동재는 요 아래에 터널이 뚫리기 전까지는 정선과 태백을 잇는 유일한 도로(38번 국도)였다.
(**) 두문동재는 정상의 해발이 1,268m로, 상동읍(영월군)과 고한읍(정선군)을 잇는 만항재(1,330m)에 이어 우리나라 안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고갯길이다, 원래 두문동이란 지명(地名)은 이성계의 개국(開國 : 조선)에 반대하던 고려의 유신들이 은거(隱居)했던 곳(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그들이 두문불출(杜門不出)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인 것이다. 그런데 개풍군에 있는 광덕산 자락에 있어야할 두문동이 어떤 연유로 정선 땅에도 있는 것일까? 일설(一說)에 의하면 당시 이성계가 두문동에 불을 질러 고려의 충신들을 몰살시킬 때, 마지막 살아남은 7인이 백두대간(白頭大幹)을 따라 이곳으로 흘러들었다고 한다.
▼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으로 연결된 임도는 차량이 통행을 못하도록 차단기(遮斷機)로 막아놓았다. 차단기의 옆을 지나 임도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두문동재에 올라서면 삼엄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들꽃을 구경하려온 사람들로 넘쳐나지만 어느 한사람도 섣부르게 차단기를 넘어가지 못한다.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환경감시요원들의 통제에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internet)으로 신청한 사람들에 한하여 태그(Tag)를 나누어 주는데, 이 태그를 목에 걸지 않으면 환경감시초소를 통과할 수가 없다. 원래는 신청한 사람과 입산(入山)하는 사람들이 동일인(同一人)인지를 신분증으로 확인하다고 알려졌는데, 확인철차가 번거로웠던지 신분증 확인은 하지 않고, 신청한 사람들 숫자에 맞게 태그를 나누어 주고 있다. 이 태그는 입산(入山)할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산행을 하는 동안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감시요원들이 태그가 없는 사람들은 되돌려 보내기 때문이다. 이런 철저한 관리 덕분으로 대덕산 일원의 야생화군락지는 아직까지도 잘 보존되고 있었다.
▼ 금대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차량이 다녀도 충분할 정도로 널따란 임도이다. 평소에는 감시소 차량들이 통행을 하는 모양으로 길바닥에 자동차가 다녔던 자국이 역력하다. 때문에 경사(傾斜)가 거의 없어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오를 수가 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마루금과 겹치는 이 능선은 ‘불바래기 능선’으로 불린다. 바래기는 ‘불을 바라본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화전민(火田民들)이 밭을 일구기 위해서 산 아래에서 불을 놓고 이곳에서 기다리다 맞불을 놓아 산불을 진화(鎭火)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 금대봉까지의 길가는 기대와는 달리 평범하다. 오늘 산행의 주재가 ‘야생화 트레킹’인데도 그렇게도 소문이 자자하던 야생화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넓고 부드러운 산길이니, 구태여 땀 흘릴 필요도 없이 천천히 걸으며 길가의 야생화와 눈만 맞추면 되는데도 말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딱 두 가지, 아까 들머리의 안내판에서 본 범의꼬리와 애기똥풀꽃인지 양지꽃인지 구분이 안 되는 노랑꽃들이 가끔 눈에 뜨일 따름이다.
▼ 임도에 들어선지 20분쯤 지나면 길이 두 갈래(이정표 : 금대봉 0.5Km/ 두문동재 0.8Km/ 삼수령 8.1Km)로 나뉜다. 오른편으로 오솔길이 열리는 것이다. ‘야생화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있는 오른쪽 숲길로 들어서면 금대봉으로 올라서게 된다. 구태여 힘들게 금대봉까지 올라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임도를 따라가도 되지만, 시간에 쫒기지 않을 정도라면 금대봉에 올라볼 것을 권하고 싶다. 경사(傾斜)가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길이라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을뿐더러,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정상에서는 또 다른 야생화를 만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두 길은 금대봉 너머의 임도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 금대봉으로 오르는 오솔길은 온통 신갈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범의꼬리가 주류를 이루는 들꽃들 사이로 난 외길을 따라 10분 조금 넘게 오르면 금대봉 정상이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너덜샘을 품고 있다고 해서 ‘양강발원봉’이라고도 불리는 금대봉은 조망(眺望)은 보잘 것이 없다. 주변을 온통 잡목(雜木)들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높디높은 태백의 준령(峻嶺)들도 겨우 머리 끄트머리만 빼꼼히 내밀고 있을 따름이다. 널따란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정상의 한가운데에는 작고 귀여운 정상표지석이 놓여 있고, 그 뒤를 거리표시가 없는 이정표(분주령, 대덕산/ 매봉산, 피재)가 지키고 있다. 함께 달려오던 백두대간은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갈려나간다. ‘야생화 트레킹’이 목적인 사람들은 이곳에서 왼편으로 내려서면 된다. 참고로 금대봉이라는 이름은 신라 선덕왕 때 지장율사가 함백산 북서쪽 사면(斜面)에 정암사(淨巖寺)를 창건하면서 세운 금탑, 은탑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 금대봉에서 임도로 내려서는 내리막길은 제법 경사(傾斜)가 가파르다. 거기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흙길이 무척 미끄럽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10분 정도가 지나면 다시 만나게 되는 임도는 오늘 걷게 되는 트레킹(trekking)구간에서 첫손에 꼽히는 야생화 군락(群落)이다. 마치 일부러 꾸며놓은 아담한 화단을 연상시킨다. 모퉁이를 돌아 임도에 내려서자 길섶에는 아직도 꽃봉오리를 열지 않은 노루오줌과 하얀 꿩의다리가 얼굴을 내민다. 마타리꽃와 개미취 등 이름 모를 수많은 들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느라 여념이 없다. 함께 걷는 사람들의 손길이 바빠지는 구간이다. 다들 카메라에다 꽃들을 담느라 정신이 없다.
▼ 산길을 걷다보면 ‘범의꼬리’ 군락(群落)을 자주 만나게 된다. 하나 아쉬운 점은 범의꼬리 외에는 군락을 이루고 있는 들꽃들이 드물다는 것이다. 개체수가 적기 때문에 아름다움이 덜하게 느껴진다. 들꽃들은 무리를 지어 군락을 이룰 때, 그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기 때문이다.
▼ 들꽃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느긋하게 걷다보면 길은 임도를 버리고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다. 산길은 능선을 벗어나 산의 사면(斜面)을 자르며 조금씩 아래로 고도(高度)를 낮추면서 이어진다. 이곳의 흙길도 역시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기 때문에 무척 미끄럽다. 조심스럽게 내려서다보면 얼마 안 있어 ‘고목나무샘’에 이르게 된다. 고목나무샘은 한강 발원지 중 하나로 큰 신갈나무 아래에 있는 작은 샘이다. 갈수기(渴水期)임에도 마르지 않고 물이 흘러나오지만 냉큼 마시기에는 약간 꺼림칙하다. 샘이 웅덩이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억지로 떠먹을 경우 흙이 함께 따라 올라올 것 같아서이다. 고목나무 아래서 솟아난 샘물은 이내 땅속으로 숨었다가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다시 솟는다고 한다.
▼ 고목나무샘을 지나면 ‘벌밭등’으로 불리는 능선이다. 금대봉과 분주령 사이의 능선을 일컫는데, 꽃길의 중간에서 벌을 쳤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벌밭등’ 능선도 금대봉 하산길과 마찬가지로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꼭 두 곳뿐만이 아니라 산 전체가 습기가 많은 산인 것 같다. 능선의 최상부에서 샘물이 솟아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습기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산야초(山野草)들이 잘 자라났을 것이고, 거기다 오랫동안 인적이 끊기면서 야생화군락으로까지 발전했을 것이다.
▼ 고목나무샘에서 내려오면 낙엽송(落葉松 : 일본이깔나무)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삼림지대가 나온다. 이깔나무는 편백나무에 못지않게 피톤치드(Phyton Cide : 식물이 만들어 내는 살균물질)를 많이 분비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침엽수(針葉樹)의 아래에서는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예외도 있는 모양이다. 혹쐐기풀과 고사리 종류인 거대한 관중(貫衆)이 원시(原始)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 분주령으로 향하는 능선은 정선과 태백의 경계선이다. 왼편이 정선 땅이고 태백시는 오른편에 있다. 오른쪽 태백 방향의 땅이 생태보전지구로 지정되어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禁止)되고 있는데, 그 넓이가 무려 120만평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보호 덕분에 사람의 손길을 피한 들꽃들이 산길의 주변에 마음 놓고 자리를 잡았다. 노루삼과 산괴불주머니, 그리고 개미취 등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거기다가 조금만 눈을 돌려도 참나물과 취나물 등 산나물들이 널려있다. 아무래도 습기 많은 땅이 산나물에게는 천국인 모양이다.
▼ 고목나무샘을 출발해서 50분 정도가 지나면 분주령에 도착한다. 꽃구경을 하면서 서서히 걸어도 두문동재에서 이곳까지 2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약 4.8㎞)이다. 확 트인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분주령에 들어서면 우선 한약방(韓藥房)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온통 인진쑥으로 뒤덮인 탓에 향이 짙어서 마치 한약방 들어온 느낌이 드는 것이다. 대신 들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꽃구경 왔는데 막상 꽃은 눈에 띄지 않네요.’ 집사람에게 하는 넋두리를 환경감시요원이 들었나보다. 봄꽃이 지고 여름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라서 그런다면서, 길게 자란 풀을 헤쳐 준다. 숨어있던 짚신나물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내민다. 그리고 그 옆에는 산딸기 한 알이 빨갛게 무르익어가고 있다. 분주령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맞은편 산릉(山稜)으로 들어서는 길이 대덕산으로 가는 길이고, 힘이 부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오른편에 보이는 길로 내려서면 된다. 대덕산을 거치지 않고 곧장 검룡소로 내려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널따란 초원지대(草原地帶)인 분주령은 옛날 태백과 정선지역을 오고가는 고갯마루였다고 한다. 산골사람들이 소금과 산나물, 그리고 해산물 등을 지고 ‘분주하게’ 다닌 길이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산부추가 많아 분주령이 됐다고도 한다.
▼ 분주령에서 대덕산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길로 시작된다. 맞은편에 보이는 1215봉을 오르지 않고 오른편으로 우회(迂廻)하면서 산의 사면(斜面)을 째고 이어지기 때문이다. 분주령을 지나 오른쪽 낙엽송(일본이깔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취들의 천국이다. 수리취에 참취, 그리고 단풍취들이 군락을 이루고, 심지어는 각시취까지 꽃봉우리를 활짝 열고 있다. 분주령에서 진행할 방향을 정하려고 이정표를 바라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이정표에 거리표시가 없는 것이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산행을 하면서 만난 이정표들은 하나같이 거리표시가 없다. 그렇다면 얼마나 떨어졌는지는 어떻게 알아내야 할까? 이럴 때는 이정표 옆에 세워진 ‘산행안내도’를 보면 된다. 안내도에 현재의 위치와 함께 각 구간마다의 거리표시가 깔끔하게 표기(標記)되어 있기 때문이다.
▼ 분주령을 지나 대덕산으로 향하면 두 군데에서 널따란 초원(草原)을 만나게 된다. ‘한약방 차려도 되겠네요.’ 집사람의 말마따나 한약방을 차려도 충분할 정도로 인진쑥이 사방에 널려있다. 눈이 내리는 한겨울에도 죽지 않는다고 해서 ‘사철쑥’이라고도 불리는 인진쑥은 피를 맑게 하고, 어혈(瘀血)을 풀어주는데 뛰어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요즘 인진쑥을 이용해서 만든 건강식품들이 머리에 떠올랐던 모양이다. 그러나 인진쑥으로 뒤덮인 초원에도 아쉬운 점은 하나 있다. 들꽃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인진쑥에 치여 들꽃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지, 아니면 웃자란 쑥에 가려 눈에 띄지 않는지는 모르겠다.
▼ 분주령을 출발한지 50분 정도가 지나면 대덕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길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벌개취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오르다보면 널따란 초원(草原)이 나타난다. 오늘 산행의 백미(白眉)인 대덕산 정상에 올라선 것이다. 광활한 초원지대인 정상의 한가운데에는 금대봉과 마찬가지로 작고 귀여운 정상표지석이 앉아있다. 초원에는 산마루를 따라 온갖 들꽃들이 자라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야생화가 앞 다퉈 꽃망울을 터뜨리는 이곳은 ‘비밀의 화원’으로 불린다. 대덕산 정상은 조망(眺望) 또한 뛰어나다. 백두대간 줄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저 멀리 은대봉과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다는 함백산의 산줄기가 겹겹이 병풍을 이루고 있다. 참고로 대덕산의 정상에는 고려 유신들이 세운 사직단이 있었다는 전설이 있다. 아마 두문동재와 연관된 얘기일 것이다.
▼ 정상을 이루고 있는 언덕에 오르면 탄성(歎聲)이 터져 나온다. 언덕을 온통 범의꼬리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민들레와 마타리꽃, 개미취, 둥근이질풀꽃 등 다른 들꽃들도 섞여있지만 그 수가 드물기 때문에 온통 범의꼬리만 눈에 들어올 따름이다. 범의꼬리 꽃으로 뒤덮인 산마루가 마치 눈이 내린 듯이 하얗게 변해 있다. 바람에 흔들리며 낄낄거리는 범꼬리 군락과 웅장한 산세(山勢)가 어울려 장관이다. 사방으로 조망(眺望)이 열리면서 첩첩이 쌓여있는 산릉들과 들꽃들이 한 폭의 잘 그린 수채화(水彩畵)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 대덕산의 산등성이 길은 누가 뭐래도 '꽃의 길'이다. 사람들이 보기 위해서 일부러 가꾼 꽃밭보다 더 화려할 정도다. 각양각색의 들꽃들이 화려하게 피어난 광경을 보고도 장관(壯觀)이라며 탄성을 지르지 않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꽃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앞 다퉈 나름대로의 꽃향기를 내뿜고 있다. '천상화원(天上花園)'으로 불리어도 모자람이 없는 야생화(野生花)들의 천국이다.
▼ 대덕산 정상은 들꽃 외에도 나비가 지천이다. 들꽃 사이로 난 외줄기 길을 따르다보면 하늘말나리와 개미취, 전호 등 이름도 다 기억 못할 만큼 많은 종류의 들꽃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그런데 그 꽃들 위에 예쁘장한 나비들이 앉아 있는 풍경(風景)을 어떤 글로서 표현해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백 퍼센트(percent)를 다 표현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들 꽃구경 삼매경(三昧境)에 푹 빠져있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에 맞추다보니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다. 영원한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만드는 아쉬운 순간이다.
▼ 조금이라도 더 천상(天上)에 머무르고 싶은 아쉬운 마음을 접고 하산을 서두른다. 들꽃들과 이별을 고하며 발길을 돌리는데 아쉬운 내 맘을 아는 양 길가에 곱게 핀 초롱꽃들이 배웅을 해준다. 하산은 남쪽 능선을 따른다. 내려서는 능선에도 들꽃들은 여전하다. 하나하나 눈을 맞추며 10분 조금 넘게 내려서다보면 널따란 초원(草原)을 만나게 되고, 산길은 이곳에서 검룡소를 향하여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다.
▼ 검룡소로 향하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길로 시작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 가파름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경사(傾斜)가 조금만 심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길 양편에 로프로 난간을 만들어서, 내려서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아까 분주령에서 헤어졌던 ‘검룡소 갈림길’과 다시 만나는 삼거리까지의 20분 조금 못되는 구간은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숲으로 우거져 조망(眺望)도 트이지 않을뿐더러 들꽃도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구간에서는 낙엽송(일본이깔나무) 군락 아래를 지나게 된다. 당연히 심호흡(深呼吸)으로 눈요기를 대신해 본다. 자신도 모르게 깊고 크게 숨을 들이킨다. 건강에 좋다는 피톤치드(Phyton Cide)가 온몸으로 퍼지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 삼거리에서 검룡소로 들어가는 갈림길까지는 1Km, 길이 반반하면서도 넓기 때문에 20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산길은 오른편에 분주령골을 끼고 이어지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물소리가 거세진다. 계곡으로 내려가 세수라도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계곡이 산길보다 한참이나 더 낮은 곳에서 흐르기 때문이다. 청량한 물소리를 친구삼아 산을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검룡소 갈림길’에 이르게 된다.
▼ 검룡소는 갈림길에서 오른편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검룡소로 들어가는 길은 깔끔하게 잘 정비가 되어있다. 두세 명이 함께 걸어도 충분할 정도로 넓고 반반한데다, 곳곳에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심지어는 그네까지 만들어 어린이들의 동심(童心)을 붙잡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가는 길에 잘 익은 산딸기 몇 알 따먹다보면 10분 후에는 검룡소에 대한 안내판과 함께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다리를 만나게 된다. 검룡소에 도착한 것이다.
▼ 나무데크 다리를 건너면 드디어 **검룡소(檢龍沼)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한강의 시원(始原)이라는 의미를 찾지 않더라도 단지 그 모습만으로도 진한 감동을 준다. 이무기가 몸부림치고 올라간 흔적이라는 굽이친 물길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이끼 낀 암반(巖盤) 사이에서 힘찬 물길이 쏟아져 내려온다. 한마디로 장관(壯觀)이다. 물의 흐름이 얼마나 오래되었으면 저렇게 골까지 패었을까? 그 골의 모양이 마치 용을 닮았다고 해서, 사람들은 ‘용이 되기 위해 한강을 거슬러 올라온 이무기가 연못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 친 자국’이라는 전설(傳說) 한 토막을 만들어 내었나 보다.
(**) 검룡소(檢龍沼), 금대봉 기슭에 있는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 그리고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이곳에서 다시 솟아난다고 한다. 1987년 국립지리원에 의해 한강의 최장 발원지로 공식 인정되었다. 둘레 약 20m이고, 깊이는 알 수 없으며 사계절 9℃의 지하수가 하루 2,000~3,000t씩 석회암반을 뚫고 솟아 폭포를 이루며 쏟아진다. 오랜 세월 동안 흐른 물줄기 때문에 깊이 1∼1.5m, 너비 1∼2m의 암반이 구불구불하게 패여 있다. 검룡소(儉龍沼)라는 이름은 이 소에 신룡(神龍)이 살고 있다는 전설에 유래하고 있다고 한다.
▼ 산행날머리는 검룡소주차장
검룡소에서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길은 대략 1.3㎞정도 된다. 아까 헤어졌던 대덕산등산로까지 되돌아 나온 다음에 오른편으로 800m를 더 내려가면 검룡소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평범하면서도 작은 계곡을 끼고 이어진다. 아까 보았던 검룡소의 위용에 비하면 의외로 보잘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물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짙은 초록의 숲 터널은. 걸으면 걸을수록 시원해진다. 한여름의 무더위도 도망쳐버린 지 벌써 오래이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개미취와 초롱꽃을 구경하면서 걷다보면 저만큼에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는 차단기(遮斷機)가 보이고(이정표 : 검룡소 주차장 0.2Km/ 검룡소 1.2Km/ 비단봉 3.5Km), 200m쯤 더 내려가면 산행이 종료되는 주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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