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봉산 (999m)
동해를 굽어보는 산의 모습이 매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천연온천으로 유명한 덕구온천과 원시림과 함께 비경을 이룬 계곡들이 많다
(오늘 산행은 응봉상 정상을 오르는 대신 문지골에서 용소골로 돌아오는 트레킹코스)
용소골
무인지경의 원시림 속에 꼭꼭 숨겨져 있는 우리나라 최후의 비경지대로
요즘은 찾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때가 덜타 아직은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굽이 돌때마다 새롭게 계곡이 열리는 장관이 장장 14km에 걸쳐 쉼 없이 펼쳐진다.
문지골
용소골에 비해 찾는 사람들이 덜해서 자연은 완전히 원시림 수준..
폭포가 워낙 많아서 번호를 헤아릴 순 없으나 유명한 것으로 대충 6개를 꼽는다. 문지골은 중간어림부터 뚜렷한 등산로 흔적이 없기 때문에 그저 계곡을 좌우로 건너며 진행해야 한다
덕산행코스 : 덕풍부락-문지골-광산도로-용소골-덕풍부락(산행시간 : 11시간30분)
함께 한 산악회 : 함께하는 등산클럽
특징 : 용소골와 문지골의 차이를 남성미와 여성미로 표현하고 싶다
용소골은 거대한 협곡과 단애을 가진 웅장한 기상을 품은 남성상이라면 문지골은 골이 좁지만 아름다운 폭포들을 품은 여성스러운 멋을 풍긴다
오늘 산행은 덕풍부락에서 시작한다.
풍곡리에서 트럭으로 덕풍부락으로 이동, 고향산장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요기...
동행이 없이 산행을 나선지라 한쪽 귀퉁이에서 홀로 매마른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어느 친절한 여자분이 채한다며 보온병속의 따끈따근한 미역국을 듬뿍 따라준다(감사합니다)
강원도에서도 ‘물’하면 빠뜨릴 수 없는 곳이 응봉산인데
이 산은 용소골, 보리골, 문지골, 재량박골, 온정골 등 굵직한 계곡을 다섯이나 거느리고 있다. 그중에 용소골, 보리골, 문지골은 이름마져 계곡이 풍부하다는 풍곡(豊谷)리에 모여있다.
덕풍리의 산행의 초입에서 바라본 응봉산 방향,,,
중앙이 줄미등봉 능선 끝자락이며 좌측은 용소골입구이고 우측이 문지골입구이다
계곡의 초입 서둘러 계곡으로 내려선다
내 결정을 칭찬이라도 하려는 듯, 문지골 계곡수는 청량한 화음으로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 준다
10여분 걸어가면 만나는 무명 와폭
문지골 6대 폭포에 끼지 못하는 서운함을 투정이나 하려는 듯, 물살은 돌머리를 신나게 때리고 있다.
첫번째 폭포
힘찬 물줄기가 좌우 측벽을 때리며 떨어지고 있다
문지골은 여섯개의 폭포외에 수많은 와폭과 물굽이를 선보인다
계곡 트레킹에서는 아슬아슬한 길들을 자주 만난다
위험한 곳에는 로프가 매어져있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하기는 매 한가지...
앗! 하강 로프가 끊어지는 사고...
등산객들을 위해 매어놓은 나일론 로프가 바위에 닿은 부분이 닳아져 끊어진 사고였는데, 다행이 밑에서 받쳐주던 분이 있어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다...(사고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휴~ 내 뒷 사람이었는데...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나였더라면 아마 받쳐주던 분이 다쳤을 것이다
두번째 폭포
물줄기가 직접 바닥을 때리고 있으니 직소폭포라고 부르면 어떨까?
와폭 #1
와폭 #2
물이 너무 맑다. 지나가다 얼핏 봐도 물고기들이 보일 정도로...
와폭 #3
와폭 #4
세번째 폭포
이폭포는 등산로 주변 나무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기에 물소리로 감을 잡아야 한다
물굽이 #1
물굽이 #2
시종일관 부드러우면서도 아기자기한 계곡이 굽이굽이 돌면서 곳곳에 소와 폭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네번째 폭포
물줄기가 약해지면 와폭으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다섯번째 폭포
상부에 왠 비트... 심마니들의 비트(후에 다른곳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가 아닐까?
자세히 살펴본 결과 폭우시 넘치는 물줄기에 하두 많이 시달린 나무뿌리들이 아예 벌거벗고 있었다
다섯번째 폭포를 지나 만나는 와폭은 위가 넓고 평탄하여 쉼터로 안성마춤이다
계곡주변의 숲은 몇백년을 사람 손길 한번 안탄 듯 원시림을 보여주고 있다
전면에서 본 여섯번째 폭포 전경
문지골 최고의 경관인 6폭(높이 38m)을 마지막으로 이후는 규모 작은 와폭과 소들이 잔잔이 이어진다
6폭 이후로는 이런 작은 와폭들이 간간히 보일따름으로 계곡은 왜소해진다
6폭으로부터 1시간여 계곡을 따라 진행한 후 등산로 흔적을 찾을 수 없자 결심... 좌측 가파른 지능선을 30분쯤 치고 오르자 능선상의 광산도로를 만난다.
6폭부터 약 삼십분 오른 지점에서 좌측소류를 치고 올랐어야 하는데... 휴~~~ 시간낭비다
도로와 마주치는 지점에서 좌측으로 약 10분정도 진행한 뒤 우측능선으로..
접어들어야할 능선 초입, 우선 광산도로 한복판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맛있는 불고기와 쐬주를 나누어 주신 선두대장님께 감솨~~)
길목에는 간혹 소나무들이 보이지만 주종은 참나무과 나무들이다.. 이상하게도 도토리가 안 달린...
용소골로 넘어가는 능선은 경계표시나 하려는 것일까? 등성이에 바윗돌이 심어놓은 둣 도열해 있다
용소골쪽으로 갈 수록 하늘을 찌를 듯이 곧게 선 황갈색 소나무들이 늘어난다
이를 황장목이라 부르는데, 이는 소나무 껍질이 황갈색이라고 해서 �여진 이름이다.
또는 금강송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금강산 소나무'의 줄임 말,,,
봉화에서 나 황장목이 춘양역에서 집결했다가 전국으로 팔려나간다고 해서 '춘양목' .. 미인처럼 쭉쭉 잘 빠졌다고 해서 '미인송'이라고도 부르고 있으니 입맛에 맞게 골라 쓸 수 있다.
용소골과의 첫 만남...
요란한 물소리를 따라 진행방향과 반대 쪽으로 오르니 경사가 심하지 않은 무명폭포가 맞는다
이 계곡 상부에는 무엇이 있을까? 석회가루를 풀어 놓은 듯 뿌연 물줄기가 눈살을 찌뿌리게 만든다
삼상사(三上思)가 웬말? 외로운 산행길에 난 사념으로 빠져든다
삼상이란 침상(枕上) 측상(廁上), 마상(馬上)을 이름이니
곧 벼갯머리, 화장실, 그리고 말 잔등위가 생각하기 좋은 곳이란 얘기이다
여기에 난 도상(道上)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즉 걸을 때도 생각하기 딱 좋으니 말이다.
제3 용소폭포
수려한 경관과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고 있으나, 물이 맑지 못함이 아쉽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소나무 아치가 마치 개선문 같다
10시간이 넘는, 무모하다면 무모할 수 있는 힘든 트레킹코스에 도전한 우리를 격려해 주는 듯...
내가 좋아하는 산행엔 늘상 집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산행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집사람이 함께 할 수 없는 오늘...
얘기를 주고 받을 사람이 없고, 챙겨주어야 할 사람도 없는 난, 황홀할 정도로 고운 주위 경관에도 불구하고 시시때때로 사념에 빠져들고 있다
이정도면 삼상사가 아니라 사상사라고 불러도 무방하겠지? ^^-*
위대한 자연의 환경복원력...
뿌옇던 물길은 돌맹이를 돌고 단애 밑에 시달리면서 서서히 정화되어 간다
제3용소와 제2용소 사이에서 만난 무영폭포
다른 지역이라면 관광명소가 되고도 남았을텐데... 누울자리 보고 다릴 뻗으라는 옛말이 맞나보다
계곡의 빼어남은 소나 폭포, 물굽이와 더불어 거대한 절벽과 단애가 필수...
조금 부족하다 싶을 즈음에 드디어 깍아지르듯 우뚝 솟은 암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정도 절벽이라면 어디에 내어놔도 손색이 없을 것이고, 거기에 다른 곳보다 빼어난 암반과 폭포가 있으니 찾는 이들이 많음은 당연할 것이다
용소골 협곡의 암벽과 소나무, 그리고 파란하늘...
그 절묘한 조화로움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 차라리 경이롭기까지 하다
깍아지른 절벽 중간쯤에 매달린 벌통(?)...
꼬~올~깍~ 용기있는 자만이 귀한 것을 얻을 수 있을진데... 난 마른침만 삼킬수 밖에 없다
구절양장처럼 휘도는 협곡들...
예측불허의 폭포와 한 굽이 돌 때마다 입을 쩍쩍 벌리게 하는 소와 담은
한여름이 지난 9월초인 요즘은 더욱 소름 돋는 한기를 뿜어낸다.
암반은 하얀 일색으로, 문지르면 손끝에 하연 분필가루가 듬뿍 묻어 나올 것 같다
제2용소
용소골에서 가장 위험한 한편 꾼들은 가장 재미있어 하는 곳..
쏟아져 내리는 폭포 물줄기 우측 바로 옆의 로프를 잡고 올라서는 맛이 제법이다
골을 울리는 굉음이 우렁찬데, 로프를 잡는 손 끝, 약하지만 또렷한 긴장감이 차라리 신선해서 좋다
드디어 물놀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山紫水明
계곡 물이 푸르니 산도 푸르르다.
내 가슴 어느새 배어든 푸른 물이 오래오래 빠져나가지 않았으면...
물빛 푸르름에 취해 그냥 뛰어들고 싶다.
퐁당 퐁당... 재주 한번 넘다 물 한모금 얼떨결에 넘길지라도, 그게 무슨 대수이리요...
이렇게 물빛이 푸르른데도...
온 벽에 두툼히 이끼가 붙은 절벽지대의 검푸른 바위 웅덩이인 요강소
제1용소
어~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가는 저 처자는 누굴까?
산사람들은 한 가족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양 끝까지 물속에 쳐 넣고 만다.
다시 한번 와르르까르르 하늘 맴돌던 새한마리 궁금함 못이기고 기웃거린다.
나래 너머 검푸른 하늘엔 깃털구름 한점 둥둥 떠돈다.
이 세상에 그대만큼 사랑하고픈 사람 있을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마음 송두리째 사로잡아
머무르고 싶어도 머무를 수 없는 삶 속에서
이토록 기뻐할 수 있으니 그대를 사랑함이 나는 좋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눈을 감고 생각하고
눈을 뜨고 생각해 보아도 그대를 사랑함이 좋다
오늘 산행에서 즐긴 사념의 끝자락에서
용혜윈님의 시 한편 끄집어 내고...
시와 같은 내 마음을 그녀에게 전하며, 오늘의 산행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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