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바위봉 (1,060m)


산행코스 : 새터→무릉치→여량치→세거리재→신선바위봉→고인돌전망대→관음사→산골식당(산행시간 : 휴식시간 없이 5시간30분)


소재지 :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과 주천면의 경계

산행일 : 2009. 2. 15(일)

함께한 산악회 : 서울마운틴클럽


특징 : 주천강과 평창강이 합수하는 곳까지 이어지는 백덕산 긴 주능선 자락의 첫번째 봉우리이다. 노송과 기암이 어우러져 나름대로 운치가 있으나, 경관은 다른 바위산에 비해 특별히 빼어나지는 않다. 20m가 넘는 수직 절벽으로 이루어진 정상에서의 조망은 일품   

 

산행들머리인 새터 마을

도로변에 소담스런 정자와 돌탑 몇개가 이정표 대신 산행 들머리임을 알려주고 있다.

 

 

산행은 도로 우측의 냇물을 건너야 하는데, 건너편 팬션에서 설치한듯 아담한 흙다리가 앙징스럽다.

 

 

팬션 앞을 지나 왼편으로 100m정도 진행하면 우측으로 사방댐이 보인다. 그리 가파르지 않는 계곡을 따라 곧장 오르면 무릉치에 다다른다.

 

 

무릉치

무릉치는 단풍나무가 어울린 숲 터널속에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야말로 오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 안부에 올라서면 좌우로 지맥 능선이 이어진다. 오늘은 신선바위봉으로 가야하니 백덕산 방향인 좌측 능선을 타야 한다. 산길은 비교적 뚜렷하지만 사람이 워낙 안 다녀 낙엽이 푹푹 쌓여 있다. 마치 낙엽 러셀이라도 해야 할 듯...   

 

 

무릉치에서 신선바위봉 방향 등산로는 급경사 오르막 길이다. 짧은 거리에 고도 150m 정도를 올려야 하는... 낙엽이 미끄럽다. 마치 러셀이라도 하듯 발로 낙엽을 헤치면서 올라선다...  

 

법흥산

이정표에 적혀있으나 지도상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다. 발목을 윗도는 낙엽... 바닥은 얼어있고, 낙엽위은 잔설로 덮여있으니 미끄럽기 그지없고, 그야말로 산행의 최악 조건이다.  

 

 

법흥산성

좌측으로 지능선이 분기하는 836봉에 도착하니 작은 돌무더기가 있는 가운데 '법흥산성 해발 836m'이라는 표지목이 설치되어 있다. 돌무더기가 아마도 법흥산성의 흔적인 모양이다. 아울러 우측 지능선 방향으로 '←1.7km 내려가는 곳'이란 이정표가 있다.  

 

 

단풍이 이미 진 상태이지만 아주 가는 것이 서러운 듯,  붉은 이파리를 매단채로 가느다란 바람한줄기에 애처롭게 떨고 있는 나무들이 간간히 보인다. 한창 단풍철이라면 또 하나의 절경을 만들었을 듯... 등산로 주변엔 제법 많은 단풍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시종 울창한 원시림속에 전형적인 오지능선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만일 오늘처럼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면 마음마저 느긋해질텐데... 미끄러운 등산로를 조심해서 진행하다 보니 발걸음은 무겁고 갈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능선 우측으로 신랑봉 각시봉 능선이 건너다보인다는데, 보이느니 떡갈나무 숲... 거기다 더하여 어설픈 눈보라는 시계를 제로로 만들고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능선은 어디가 어딘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낙엽 쌓인 능선을 따르다 보면 유난히 겨우살이가 많이 자생하고 있어 청정능선임을 실감한다. 최근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 소문에 웬만한 곳은 모두 채취를 해서 요즈음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겨우살이이다. 나무들이 워낙 높아 그저 눈요기만 하다가, 몇해 전 집사람이 암수술 받았던 것을 기억해 내고, 나무에 매달려 본다. 한바구니 정도를 채집해 왔는데, 그걸 본 집사람이 위험한 일을 했다고 나무란다. 그래도 난 좋다... 뭔가 사랑하는 이를 위한 일을 했으니까....

 

<겨우살이>

참나무, 자작나무 등 다른 나무에 기생하는 다년생 식물. 사시사철 늘 푸르고, 겨울이면 꽃과 열매를 맺는데, 속성은 숙주에 들러붙어 번식하는 종양과 같다. 따라서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으로 고친다(Like cures likes)'는 동종요법 개념에 들어맞는다. 세포독성. 면역조절. 항종양 기능이 있으며, 항암작용이 가장 높은 약재중의 하나이다.

 

 

 

항암이란 단어를 떠올린 탓일까? 등산로 곁에 사람으로 치면 무슨 암이라도 걸린 듯 가지마다 커다란 혹이 잔뜩 달린 나무가 보인다. 어서 빨리 암이란 병마가 없어져 사랑하는 이들과 본의 아니게 헤어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산에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지천이다. 세속의 때를 비우고, 그 빈 공백에 새 희망을 담아 오는 것은 차라리 부차적일 정도...  오늘도 난 제법 많은 양의 운지버섯을 채취할 수 있었다

< 운지버섯 > 

침엽수와 광엽수의 죽은 나무, 혹은 그루터기에 자라나는 원형 및 반원형의 흑․회색 버섯. 조직이 가죽처럼 질기고 딱딱하며 맛이 없어서 식용으로 쓰이지 않으나 근래에 항암성분이 발견되어 유명해졌다. 0.5~1L의 물에 운지 갓 10~20개 정도를 넣고 끓여 음료수로 마시면 된다.

 

 

다시 급 오름길... 그러나 시종 울창한 원시림속에 낙엽이 푹신한 능선을 이루는 멋진 분위기이니 미끄러움에 힘은 들지만, 기분만은 상큼하다.

 

< 백덕지맥 >

영춘지맥(춘천 경강역-정선군 신동읍 예미리 중말까지 이어지는 272Km 능선)의 양구두미재(평창군 봉평면 소재)에서 영월(서면)의 배일치재까지 이어지는 능선으로 총 연장 54Km이다. 능선은 청태산, 오봉산, 사자산, 백덕산, 신선바위봉, 다래산 등을 품에 안고 있다.   

 

 

 

여림치는 양쪽 산길 족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기사 오늘 걷고 있는 백덕지맥도 일년내내 지맥 답사하는 몇몇이 지나다니는 공비루트이니 두말해서 무엇하랴... 낙엽이 무릎까지 덥고 있고, 등산로 주변의 싸리나무는 자기를 귀찮게 건들인다고 사정없이 뺨을 후려친다.  

 

 

새거리재에서 약 5분 정도를 오르면 생각치도 않은 커다란 바위가 능선을 가로막고 있다. 높이가 족히 50m 정도는 될 듯... 처음엔 작은 비박굴이 있는 밋밋한 바위 봉우리로 보이나, 옆면을 돌아 정상방향에서 보면 촛대바위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바위로 다시 태어난다.   

 

 

새거리재를 지나면 정면 떡갈나무 숲의 빈 가지 사이로 신선바위와 1258봉이 간간히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더 조망이 트이길 기다리다 카메라에 담는 걸 놓쳐버렸다. 아쉬움 -^^-*

 

 

나무가지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신선바위봉

정상에 오르려면 매어진 줄을 잡고 세미클라이밍의 묘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힘쓴 보답인양 정상의 조망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신선바위는 주능선만 빼고 북,서,남쪽은 20M가 넘는 수직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자연히 조망이 빼어날 수 밖에 없다.

 

 

밧줄을 잡고 신선바위로 올라서면 정상,, 정상은 7~8평 남짓 넓은 마당바위를 이루면서 사방으로 조망이 막힘이 없다. 호연지기를 자연스레 느낄 수 있으니 난 또 한명의 신선이 된다.  때마침 간간히 뿌리던 눈보라도 그치면서 주변이 트인다. 관음사 방향 발 아래로 법흥사에서 흥원사(관음사)로 이어지는 계곡이 속속들이 보이고, 그 뒤 사자산 능선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백덕산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백덕산은 1258봉에 가려 안 보이지만 1258봉에서 이곳까지 이어진 암릉들이 모두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뒤돌아 보면 걸어온 능선들이 첩첩산중으로 이어지는데,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걷는 것이, 그렇지 않는 산행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산행이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은 아마 치악산일 것이다.

 

사자산의 반대편엔 월악산의 능선이 보인다.

 

날머리인 흥원사(관음사)까지 2.5Km이니 1시간 정도는 소요될 듯.. 눈길에 경사까지 심하니 어쩜 더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엉금엉금 기어 내려온 하산길은 한시간을 훌쩍 넘겨버리고 만다. 하산길은 표지기도 있고, 또렷한 편, 조심스럽게 바위면을 내디디며, 급경사 내림길을 내려선다.

 

능선길은 군데군데 상당한 급경사를 보이나 노송이 울창한 작은 암릉들이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요상하게 생긴 바위들...  하산길의 기암괴석과 분재같은 소나무들은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고 산행의 피로까지 말끔히 씻어준다.  

 

고인돌 전망대

하산길은 좌우로 급경사를 이루면서 거친 산세이나 날등만은 부드러운 길로 이어져 다소 편안한 발걸음이다. 등산로 주변은 바위와 어우러진 노송지대... 그렇게 40여분을 내려가면 전망대 바위가 나타난다.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아담한 관음사가 평화롭기 그지없다.   

 

묵빛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진 전망대에 서면, 건너편에 연화봉, 사자산이 늘어서 있다.

 

사자산 자락에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인 법흥사를 품고 있다. 5대 적멸보궁은 설악산의 봉정암, 함백산의 정암사, 사자산의 법흥사, 취서산의 통도사, 오대산의 상원사로 통일신라시대 고승들이 인도에서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셔와 봉안한 우리나라 불교의 성지와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전망바위를 지나면 다시 바위지대가 시작되고, 급경사 바위사이를 내려서야 한다. 그렇게 한참을 미끄러운 바위 내림 길이 이어지므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렇게 전망바위에서 30분 정도를 내려오면 관음사를 만난다(주의 : 흥원사에서 선녀바위봉을 오르는 등산로는 산불방지기간에는 입산이 통제됨)  

 

흥원사 앞 계곡은 곳곳에 넓은 암반이 있고, 그 위를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여름철 피서에 제격일 듯... 하지만 주위에 평상이 늘어서 있는 것으로 보아, 인근 음식점에서 이미 자리를 차지해 버린듯 싶다.  

 

흥원사 (관음사)

영월군 수주면 사자산 중턱에 자리 잡은 절.. 약 20여년 전에 절집을 세웠다하니 그리 오래된 절은 아니나, 산세가 좋고 물 깊은 계곡을 끼고 있어 어느 명찰이 부럽지 않을 듯 싶다. 원래는 관음사였으나 얼마전에 흥원사로 개명했다고 보살님이 일러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