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산 (1,146m)


산행코스 : 백성동→만나산장 가든→동봉(지형도상의 석화산)-짝바위→석화산(지형도상의 문암산)→북능선 안부→백성동계곡→만나산장 가든(산행시간 : 3시간)


소재지 : 강원도 홍천군 내면

산행일 : '09. 3. 15(일)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오지라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고, 방태산, 계방산, 오대산 등 기라성 같은 명산들이 유명세에 눌려 산꾼들의 접근이 뜸했던 산이나, 돌꽃산으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바위경관과 분재같은 노송들... 흙속에 묻혀있던 진주 같은 산이라고 부르고 싶다.  

 

 

만나산장 가든

산행들머리는 자운천이 흐르는 산 동녘자락의 창촌리 백성동(금화읍에서 양양읍에 이르는 56번 국도가 지나간다)이다. 해발 600m정도로 알려진 백성동 입구 석화산 방향에 ‘맛나산장 가든’이라는 입간판이 보이고, 다리를 건너 잘 포장된 시멘트도로를 200m정도 올라가면 가든이 보인다.  

 

 

산행은 가든 조금 못미처 왼편으로...

서있듯이 가파른 급경사 오르막길은 시작부터 등산객들의 기를 죽이고 만다. 그러나 등산로에 주욱 설치해 놓은 로프를 잡고 쉬엄쉬엄 오르다 보면, 10여분 후에는 능선에 이르게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실 것...   

 

 

산의 초입은 온통 참나무 숲이다. 잎이 모두 저버린 참나무 가지사이로 푸르른 하늘이 허공에 걸려있다. 이미 경칩이 지난 초봄... 바람은 아직 차지만 결코 맵지는 않은데, 바삐 걷는 산객들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 두어개 걷는 이도 모르게 살며시 훔쳐간다.  

 

 

참나무 숲이 지루할 즈음(산행을 시작한지 반시간쯤 지나..)

하늘을 찌를 듯 까마득히 솟은 몇 그루 적송이 일주문인양 대문을 활짝연 채로 산객들을 맞고, 10여분 정도 녹색의 솔향 코끝에 킁킁거리다 보면 본격적으로 쭉쭉 뻗은 잘생긴 적송군락을 만날 수 있다.

 

소나무들과 어울리며 다시 10여분을 걷다보면 산의 이름에 걸맞는 돌꽃들이 진면목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비록 660m고지에서 시작한 산행이지만 석화산은 1000m가 넘는 산...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산인데다가 눈까지 쌓여 여간 힘들지 않다. 위험한 암벽 코스가 여러 곳 있지만 로프가 매어 있어 조심만 하면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다만 눈길에 미끄러질 우려가 있으니 아이젠은 필수... 

 

 

 

석화산 동편능선의 풍경은 설악산 어느 곳에 비교해도 가히 뒤지지 않을 만큼 암봉미가 빼어나다. 그래서 이름이 돌꽃산이라 붙지 않았을까?   그러나 발길 바쁜 난, 화폭에서나 봄직한 절경은 가만히 가슴에다 갈무리한 채, 만물상을 새긴 암릉 밑을 돌아 정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석화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 밧줄의 연속...

올라서면 전망대요, 바위봉우리 뒤엔 또다시 바위봉우리... 봉우리와 봉우리사이가 대문을 닮은 곳도 자주 눈에 띈다. 그래서 문암산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정상의 안내판에서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지만...) 까마득히 높이 솟아 길을 막아선 바위벼랑를 바라보며 한숨짓는데, 문득 크고 작은 바위문들이 길을 열며 어서오라 손짓하고, 급경사 오르막길을 올라갈 수 있게 인도 해준다.

 

 

굵은 고목이 비스듬이 팔을 괴고 누운 바위.. 고사목과 키재기를 하고 있는 바위.. 까마득한 벼랑위에 석이버섯을 덕지덕지 얹고 있는 바위... 갑자기 등산로는 험해지기 시작한다.  

 

 

사진은 발로 찍는 것이라 하여 등산로 외에도 이리저리 올라본다.

여기저기 입석의 기암도 점고하고, 그 위에 세월에 찌들은 소나무도 앉혀본다. 그 곁에 흐르는 구름과 살랑이는 바람까지 더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만물상 밑을 우로 돌고, 좌로 돌고... 그러다 막히면 수직 사면을 기어 오른다. 지나온 형상이 그리워 지나온 길 가끔 돌아보는데, 아~ 언젠가 樹石전시장에서 본 형상이 알알이 박혀있는 것이 아닌가...

  

 

그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 길 끝에 다다를 때마다 모든 것은 막막했고, 흰 산들이 언제나 그 막막함을 대신했다. 흰 산들을 보고 있으면 때론 죽음에 대한 공포가 꿈속까지 덮쳐왔다. 하지만 그 흰 산을 향해서 나는 끊임없이 길 없는 길을 나섰다. -엄홍길, 8천미터의 희망과 고독-

 

 

 

주능선은 바위와 적송이 적절한 배합이 예사롭지 않다. 한줄기 가느다란 바람결에 향긋한 솔향이 코끝을 스치는데, 좌우 수십길 깎아지른 바위 위 노송 그늘아래 평평한 암반에 드러누워 시 한 소절 읊으며 솔향에 취해보고 싶다. 道人이 바로 그런 것이라면 나 또한 도인으로 서보고 싶다.

 

 

자세히 올려보면 흰 바위에 부스럼마냥 석이버섯이 돋아있다. 욕심은 나지만 발길을 재촉하는 건,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우리네 목숨만이야 할까...  

 

 

능선은 경사가 가파르고, 능선의 바위들은 눈에 덮여 미끄러운데, 경사까지 가팔라서 한 발짝 내딛기조차 힘들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억누르며, 가픈 숨을 조절하며 한 봉우리, 또 한 봉우리 정복해 나가는 발자국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설마 봄인데... 이러다 말겠지 하던 내 작은 소망은 무참히도 깨어져 버린다. 그와 함께 은근히 즐기던 스릴의 짜릿한 쾌감마저도 어느새 긴장으로 바뀌어 버린다. 까마득한 벼랑위에 간신히 걸린 눈길... 거기다 더하여 나타나는 빙판이라니 원~~~ 겁에 머리끝이 쭈뼛 선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장갑 벗고, 스틱을 접어 넣는가 하면, 카메라까지 배낭이 넣는 사람들까지 보인다. 

 

 

암릉과 소나무의 절묘한 조화... 서로를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상생은 아름답다.  

 

 

석화산의 특징인 기암들의 전시장인 바위능선...

노송과 어울려서 쉬기 좋은 암반이 연이어 나타나고, 오던 길을 절벽이 딱 가로막는 곳도 있다. 그 절벽지대를 피해 우회하라며 안내리본들이 팔락팔락 그 흐름을 이어주고 있다.

 

전망바위에 짬을 내어 올라보면, 세상은 발아래... 문득 내가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나온 능선의 기암절벽이 일렬로 서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아~~~ 노스텔지아!

 

 

 

석화산 정상

석화산은 바위에 석이버섯이 많이 자생하여 멀리서 바라본 바위가 마치 꽃과 같다하여 붙여진데 반해, 문암산은 문암동계곡에 거대한 문과 같은 바위가 있어 그리 불리어졌다고 전한다(정상 안내판 글 요약). 안내판에는 지도의 문암산과 석화산 표기는 잘못된 것이고 1146m의 봉우리가 석화산 정상이란다(국립지리원의 지형도엔 정상을 문암산으로, 정상 동편 954봉을 석화산으로 표기) 

 

 

 

정상 조금 아래의 너럭바위는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눠먹으며 쉬어가기 딱 좋은 장소다. 테라스 암반 밑은 아득하기만 한데, 창촌리 너른 시가지가 발아래에 후련하게 펼쳐진다.  

 

 

동봉(지형도상의 석화산)

지형도에는 아까 지나온 저 바위지대가 ‘석화산’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지자체에서 지형도 상의 문암산을 석화산으로 부르기로 했다니, 저 봉우리는 자연스레 동봉으로 낙착될 수 밖에 없다.

 

 

사방이 막힘없이 보이는 석화산 정상

좌우로 수직절벽을 하고 있는 탓에 첩첩산중인 강원도 오지의 산세가 더욱 장엄하게 다가온다. 북쪽으로 방태산과 개인산... 그 줄기는 다시 동쪽으로 응복산을 거쳐 백두대간으로 이어진다 둔중한 산세는 아직은 이른 봄... 산은 온통 하얀 눈으로 포위되어 있다.

 

 

 

북쪽 능선을 따르는 하산길은 급경사 내리막...

10㎝ 정도 쌓인 눈은 등산로에 매어져 있는 로프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급경사 내리막에 쌓인 눈은 아무리 로프를 강하게 잡아도 결코 미끄러짐을 막을 수가 없어, 성질 급한 어느 여자분, 아예 앉은 채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다..^^-*   

  

   

 

북부능선의 하산길은 다시 참나무 군락으로 바뀐다

석화산은 아무래도 창촌리-석화산(지도상 문암산)-동봉(지도상 석화산)-능선-백성동이 바람직할 듯 싶다. 이렇게 하면 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반해, 오늘 택한 백성동에서 출발해서 백성동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기 산행은 산행시간이 3시간이라서 너무 짧은게 흠이다. 그러나 어느 코스를 택하더라도 석화산의 암릉은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북부 능선 안부에서 백성동으로 떨어지는 등산로는 초반에 잠깐 완만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급경사로 달려간다.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 길은 가히 죽음... 다행이 길가 산죽 밭이 완충작용을 해 준다. 조금이라도 덜 미끄러지려고 부여잡는 등산객들의 손에 산죽들은 비록 몸살을 알을 망정...  

 

 

산세가 평정을 찾을 즈음...

가는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고, 뚜렷한 등산로가 백성동까지 안내한다. 고랭지 채소밭에서 잠깐 길을 잃고 헤매다가 돌아나와 걷기를 10분, 어느덧 만나산장 가든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백성동계곡은 가뭄에도 물이 흐르고 있어 땀에 절은 몸을 씻는데 불편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