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산(895m)
겨울에 눈이 내리면 새가 흰 날개를 펼친 듯 하다고 해서 白羽山이라 불린다
그리 높지도 않고, 산행 들머리인 가족고개가 600m가 넘는 곳인지라
높은 산을 오르는 맛은 없지만 올망졸망한 능선을 오르락 거리는 재미는 있다.
산보다 오히려 용소계곡으로도 불리우는 경수골로 더 소문난 곳...
기암절벽과 협곡을 이룬 계곡의 탐사가 백미인 만큼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산행 후에는 넓은 암반을 자리 잡고 계곡욕까지 즐길 수 있는데도
장마철 불어난 물 탓에, 우리의 작은 가슴에 품은 큰 소망을 접을 수 밖에 없다
산행코스 : 가족고개-백우산-십자안부-가족동(산행시간 : 여유로운 4시간)
함께한 산악회 : 청계산악회
특징 : 산은 순하고 길은 곱지만 가슴에 담을 만한 특징은 없는 산으로,
용소계곡의 트레킹을 포함시키지 않은 산행계획은 의미가 없을 듯...
< 산행 들머리인 가족고개 >
이곳 가족동은 주민들이 가족휴양지로 가꾸려는 계획인 듯하나
버스의 주차를 막는 동네 아주머니를 보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된 듯싶다
산 좋고, 물 좋고, 산수간에 나도 좋고...
이렇게 모든 것이 좋은 곳에 사시는 저 아주머니 무에 그리 심술이 나셨을꼬...
< 가족고개 산행 들머리 >
사위는 구름에 싸여 차라리 어둡고,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다.
바람이라도 한줄기 불면, 뒤따라 소나기 한 바탕 오실 것 같은데 아직은...
“그리움의 건녀편에 서 있는 것처럼
늘 아쉬움만 남아 있는 허전한 빈자리에
온 세상이 다 젖도록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
그래, 용혜원 시인처럼 소나기사랑으로 차라리 행복해 버리고 말자
길은 육산이어서 아주 푸근하다.
전체적으로 몇번의 오르내림이 있으나 그리 길지는 않고, 조망은 거의 없다.
그저 보이는 것 숲뿐이니 어쩌랴, 우거진 숲을 감상하는 재미라도 즐길 수 밖에...
<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조망>
보슬비 두어번 오락가락하더니만 어느새 그쳐있다
모처럼 나타나는 전망대...오늘산행에서 유일하게 조망이 가능한 공간일 것이다
아~ 발 밑에 점점이 흘러가는 구름 조각들... 저멀리 홍천강 줄기는 옛고을 신작로 같이 흐른다
벌써 정상? 아니 여기 지도를 보니 아직 멀었나 본데...
정상 표지석만 아니라면, 지자체의 친절한 배려인 이정표엔 정상은 아직도 멀었다
산을 찾아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난, 산객에 배려를 아는 평창군과 더불어 이곳도 고마울따름... 몇곳 업무와 관련이 있는 시장, 군수님께 이정표의 정비까지 부탁할 정도로 산이 좋다. 난...
역시 산객들...
행여 젖을세라 우산을 씌워주거나, 뭍을세라 깔판까지 깔아주는 배려...역시~~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우리부부는 둘만의 자리... 나이 오십이 넘었지만 아직도 낯섬은 두렵다. 그런 덜떨어진 우리부부에게도 산객의 친절한 마음은 건네주는 과일 하나하나와 함께 흐른다
하산길도 역시 곱다.
낙엽이 쌓여 푹신하나 빗길엔 주의 要, 서서히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나도 역시...
자살나무?
길 한복판에 아랫도리가 잘린 나무가 대롱대롱 허공에 매달려있다
두어달 전 쯤 이곳 가까이에 있는 백암산에서는 이런 나무에서 수액을 받아 마신 행운도 있었는데...
하산길은 울울창창 숲으로 덮여 있다
개량종 소나무와 삼나무(?) 군락들... 날씬한 몸둥이 하늘을 찌를 듯 허리를 고추세우고 있다
하산길은 미끄럽기는 해도 그리 가파르지 않다
타박타박 걷기 좋은 코스... 계곡 옆 길이 시종 물길을 곁에 두고 걷게 한다.
힘찬 물소리가 평소와 달리 그리 곱지만은 않은 건... 조금만 더 내려가면 용소계곡이기 때문이다. 저리도 힘찬 물소리는 용소계곡 물길의 위험을 예고하는 것일지니, 트레킹의 꿈을 곱게 접는다
산행 날머리인 가족동
오늘의 빗줄기는 이미 목숨을 다했노라, 마지막 남은 숨결을 산허리에 두르고 있는데, 길가의 더덕과 비닐 통속의 오이는 지겨운 비구름이 지겹지도 않은지 고운 이파리 구름따라 흐른다
쳇~ 산행을 마치자마자...
심술궂은 하늘은 결국 돌아온 길엔 햇살을 보여주고야 말았다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시린 숲, 그리고 계곡...
하루쯤 원시의 숲 드리워진 자연에 온 몸을 맡기면 그게 바로 유토피아가 아닐까?
산행내내 따라다닌 빗줄기 마저도 가슴에 담고 싶은 건 이곳이 산이니까...
그 빗줄기 속 숲... 그 한켠에 喜怒哀樂愛惡欲 七情을 가만히 내려 놓고 돌아왔다 유토피아에 머물고 계실지도 모르는 신선께 깨끗이 씻어 돌려다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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