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봉산(868m)


산행코스 : 매봉휴계소→건봉사→임도→능선 안부→응봉산→840봉→직골→임도-윗솔치(산행시간 : 점심 및 알바시간 포함 5시간)


소재지 :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과 화촌면 경계

산행일 :ㅡ'09. 2. 28(토) 

함께한 산악회 : 청계산악회


특색 :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경사가 심하고, 이정표가 정비되어 있지 않아 등산로를 찾기가 힘들다. 찾는 이들이 별로 없는 오지 산으로, 등산객들의 송이버섯 채취를 막으려고 주민들이 온 능선에 비닐 끈을 쳐 놓아 걷기가 불편할 정도... 영춘지맥 답사자들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아 볼 필요가 없는 산이다.  

 

 

산행 들머리인 매봉휴계소

솔치터널 방향으로 100m 정도 걸으면 우측으로 건봉사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건봉사

강원도 북단 고성군에 있는 천년고찰인 건봉사와는 동명이찰... 절을 한바퀴 둘러봤지만 사찰의 역사를 나타내는 어떤 표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스님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건봉사에서 10여분 걷다보면 사방댐이 보이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응봉산은 유난히도 임도가 잘 가꾸어져 있다. 산림청 직원들의 순찰이 잦은지 수많은 타이어 자국이 찍힌 길은 아예 아스팔트 도로를 연상시킬 정도로 단단히 굳어있다. 그러나 하산길에 임도를 따라가면 알바가 십상... 계곡을 버리고 임도를 택했던 우린 결국 30여분의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앗! 산이 서 있다~ 응골에서 능선에 오르는 길은 아예 서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 어찌나 가파른지 한발 내딛기가 힘들 정도다

 

 

능선에 올라서면 온통 소나무 숲이다. 8부 능선까지는 소나무 숲이 이어지다가, 상부에 갈수록 수종은 참나무로 바뀐다. 근처에 있는 아미산이나 공작산에서도 울창한 소나무 숲을 만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부근 산들의 특징인가 보다.

 

 

참나무들의 용틀임...

지난번 신선바위봉에서도 이런 참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아마 고산지대인지라 참나무들이 혹독한 기후에 시달리다 못해 저렇게 기형으로 변했나 보다.

 

 

오지답게 마룻금 좌우로 원시의 참나무 숲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나무 위에는 온갖 겨우살이가 지천으로 자생하고 있다.

 

 

응봉산 정상

삼각점이 설치된 정상은 표지석을 대신해 새집을 머리에 인 홍천군 특유의 이정표가 손님을 맞는다. 10여분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온 고생이 무색하게 별다른 특징도 없이 그저 평범하고 밋밋한 봉우리로 되어 있다. 

 

 

즐거운 점심시간

봄날처럼 포근한 기후탓에 둘러 앉아 먹는 점심상은 여유롭기까지 하다 

 

 

유일한 암벽... 이곳도 산은 산인지라 바위가 없을 순 없나보다. 정상에 오르는 길목은 바위가 부서진 듯한 자갈길이 늘어서 있고, 솔치 쪽 하산길엔 그리 험하지는 않은 바위를 만나게 된다. 누군가 친절하게도 밧줄까지 설치해 놓았다   

 

 

무너진 양심

제아무리 겨우살이가 탐이 난다고 해서 이렇게 나무 자체를 잘라버리다니... 설마 그런 비양심에 자신을 내줄 수 없다는 양, 베어진 나무는 다른 나무에 걸쳐져 잘랐던 이를 비웃고 있다....  

 

 

능선엔 진달래나무가 빽빽하다. 키가 뻘쭉하게 큰 것이 아마 수달래인 모양이다

 

 

 직골계곡, 기암과 옥수가 볼만하다는 안내와는 달리 별로 볼 것이 없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내리막길은 흔적이 희미하고 잡목이 자꾸만 얼굴에 걸리적거린다. 능선은 영춘지맥이라 간간이 정맥꾼들이 찾으므로 표시기라도 붙어있지만, 직골로 내려가는 이 길은 누가 쉽게 찾는 길이 아니니, 그만큼 힘들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환경오염 시키지 맙시다! 

급경사 하산길에서 몇번인가 엉덩방아를 찐 집사람이 살그머니 얼음위에다 엉덩이 흙을 씻어내고 있다.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산을 찾을 수 있게 하여 주고, 거기다 더하여 왠만한 산행은 함께 해 주는 아내가 고맙다. 그러기에 난 더욱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 그녀에게 우산이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리라...

 

 

묘기대행진

어느 분이 세웠는지 모르나, 일반 상식으로는 불가능 하게 보일 정도로 돌이 세워져 있다 

 

 

냇가의 버들강아지에 물이 오르고 있는 걸 보면,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가 보다

이렇게 깊은 산 속을 걷는 즐거움... 특히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으니 난 언제나 주말을 산속에서 산다. 웬만한 경조사는 봉투전달로 참석을 대신하는 탓에 주위로부터 빈축을 사는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