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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찬간담회가 있어 르네상스호텔에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어찌나 무덥던지 한 여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방송에서 말하는 초여름이 아닌 무르익은 여름을....

 

작년 여름

강원도에 있는 우리나라 최후의 비림...

내린천을 다녀와서 적어본 글을 올려봅니다.

 

 

山紫水明
계곡 물이 푸르니 산도 푸릅니다.
내 가슴 어느새 배어든 푸른 물이 오래오래 빠지나가지 않았으면...

 

그 푸르름에 취해 그냥 뛰어들고 봅니다.
퐁당 퐁당... 재주 한번 넘다 물 한모금 얼떨결에 넘기네요.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이렇게 물빛이 푸르른데도요.

 

퐁당거리는 이나 구경하는 이...
다 같이 와르르까르르 웃으니 계곡 나뭇잎들도 덩달아 푸르르떱니다.
산 좋고 물 좋고 山水간에 나도 좋고 앞산 마루 발 걸치고 한 이틀 푹 쉬고싶네요.

 

이끼낀 바위 미끄러워 퐁당...
어찌 나 혼자만 멍칠소냐 사방에 물 사래를 쳐 댑니다.
그리고 사이좋게 퐁당거림은 우린 산사람들이니까요.

 

어!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가는 저 처자는 누굴까요?
한 가족임을 증명하는 양 끝까지 물속에 쳐 넣고 마는군요.

다시 한번 와르르까르르 하늘 맴돌던 새한마리 궁금함 못이기고 기웃거려봅니다.
나래 너머 검푸른 하늘엔 깃털구름 한점 둥둥 떠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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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고행길을 떠나는 이유...
오염되지 않은 빛과 바람을 찾아가는 거 아닐까요?

 

태초의 하늘과 바람과 물을 만나면 분명해집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문명이 얼마나 비참하고 기막힌 것인가를.
그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들어야 편리하기만 한 문명을 이루고 사는 우리가
진작 무엇으로부터 버림을 받앗는지 분명히 알 수 있겠지요.

 

편리해진 문명 덕택에 저는 신새벽 기도하러 가기 위해 잠을 깨고
산을 오르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인생사 희노애락을 반추했을 그 과정을 놓쳤습니다.

 

김훈이 말합니다.
삶이 고단하고 세상이 더러울수록 산의 유혹은 절박하다고,
우리는 산이 아름다워 찾는 게 아니라
산아래 문명을 반성하기 위해 산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물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
나는 산신이 여신일 것 같은 산, 선운산에 있었습니다.
선운산은 그 이름만큼이나 아련하고 아늑하고 풍요롭게 느껴졌습니다.
봉우리마다, 계곡마다, 눈을 돌리는 것마다 뭘 믿고 저렇게 아름다울까요.
아름다운 것은 아깝고, 안타깝고... 헤어지기 아쉬움에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별을 보듯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해는 구름에 눌린 채 우리의 산행을 축복 해주는군요.
아, 하늘! 얼마나 오랜만에 마음놓고 올려다보는 하늘인지 모릅니다.
너무나 그리워했던 하늘...바람 한점이 흔적 남기는 그 하늘은 넉넉했습니다.

 

저 멀리 서해의 섬들이 조각배 마냥 수면 위에 떠 있습니다.
물안개에 휘감긴 섬 조각들... 화선지 위 한폭 그림인양 축복처럼 떠올라있습니다.

 

어서오라 날 반기던 산사초입의 벚꽃 터널, 꽃향에 그윽합니다.
길섶의 상사초는 더난 님과의 조우를 기다리며 가을을 불태우겠다는군요.
생의 끝자락에서 한 줌 남은 생을 불사르는 동백꽃이 또 다시 보자는데, 그래야겠지요?

 

"산과 하늘"의 41인의 전사들!
좋은 산! 아름다운 사람들! 즐거운 만남! 행복한 추억! 기다리는 여운!

기본

마음의 창

2004. 4. 12. 08:48

링컨은
'사람 나이 40이면 자신의 얼굴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습니다.
사람의 얼굴은 자신의 삶의 내용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말이지요.

대통령이 된 링컨에게 하루는 한 친구가 어떤 사람을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링컨은 그 사람의 얼굴에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답니다.

그러면서 '사람은 부모가 준 얼굴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지만
그 후 40년 동안 자신이 살아간 삶의 내용에 따라 얼굴이 새로 만들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세익스피어는
'하느님은 우리에게 선한 얼굴을 주셨는데 사람들이 악의 얼굴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선하고 천사같고 천진합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그 얼굴이 추해지고 일그러지고 욕심이 가득한 얼굴로 변합니다.

 

얼굴은 마음의 창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
다섯시 반... 사위는 아직도 어스름입니다.

어! 이게 웬일입니까? 웬 車가 제 車를 가로막고 있군요.
이런~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사이드브레이크까지 채워져있네요.

부랴부랴 택시로 출근...
의미 없이 지출된 택시비는 차지하고라도 못내 서운함은 그분의 매너 없음이랍니다.

 

아침의 바쁨이 사라지고 지금은 조그마한 여유를 즐겨야할 시간입니다.
이 귀한 시간에 남의 흉허물이나 짚어보고 있는 내 자신이 더 안타깝습니다.

얼굴은 마음의 창이라는데
오늘의 눈살 찌푸림이 제 얼굴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두렵습니다.


내 나이 올해 반백년을 넘겼는데...
이제는 저도 제 얼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겠지요?

제발 오늘 아침 같은 일들이 아니 생겨야 내얼굴 내가 책임질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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