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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사랑한다는 것은

2004. 4. 16. 10:22

'사랑한다'는 말은 그 뜻이 많이 손상된 단어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며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있는 모습 그대로, 그의 상처와 어둠과 가난뿐 아니라 잠재력과 숨겨진 은사까지 함께 존중하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믿는 것이며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믿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진보를 소망하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열렬한 희망을 갖는 것입니다.

 

'너는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야, 너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어, 난 널 믿어'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존재를 기뻐하는 것이며, 그의 마음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을 기뻐하는 것입니다. 그 아름다움이 여전히 감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가 아무리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우며 방황하고 절망하더라도 기꺼이 그와 더불어 깊고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느낄 때만, 그래서 내가 선량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때만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질 때가 아주 많습니다. 그때 우리는 상대방을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나 자신의 모습입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우리를 방해하고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하면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쳐버립니다. 자기 마음에 들기 때문에, 또는 자기에게 성취감을 주거나 유익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정말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심장이 다른 사람의 심장 박동에 따라 고동치기까지, 그리하여 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기까지 나 자신을 충분히 버리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와 함께 아파하는 것입니다.

 

희망의 사람들, 라르슈/장 바니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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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찬간담회가 있어 르네상스호텔에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어찌나 무덥던지 한 여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방송에서 말하는 초여름이 아닌 무르익은 여름을....

 

작년 여름

강원도에 있는 우리나라 최후의 비림...

내린천을 다녀와서 적어본 글을 올려봅니다.

 

 

山紫水明
계곡 물이 푸르니 산도 푸릅니다.
내 가슴 어느새 배어든 푸른 물이 오래오래 빠지나가지 않았으면...

 

그 푸르름에 취해 그냥 뛰어들고 봅니다.
퐁당 퐁당... 재주 한번 넘다 물 한모금 얼떨결에 넘기네요.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이렇게 물빛이 푸르른데도요.

 

퐁당거리는 이나 구경하는 이...
다 같이 와르르까르르 웃으니 계곡 나뭇잎들도 덩달아 푸르르떱니다.
산 좋고 물 좋고 山水간에 나도 좋고 앞산 마루 발 걸치고 한 이틀 푹 쉬고싶네요.

 

이끼낀 바위 미끄러워 퐁당...
어찌 나 혼자만 멍칠소냐 사방에 물 사래를 쳐 댑니다.
그리고 사이좋게 퐁당거림은 우린 산사람들이니까요.

 

어!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가는 저 처자는 누굴까요?
한 가족임을 증명하는 양 끝까지 물속에 쳐 넣고 마는군요.

다시 한번 와르르까르르 하늘 맴돌던 새한마리 궁금함 못이기고 기웃거려봅니다.
나래 너머 검푸른 하늘엔 깃털구름 한점 둥둥 떠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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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고행길을 떠나는 이유...
오염되지 않은 빛과 바람을 찾아가는 거 아닐까요?

 

태초의 하늘과 바람과 물을 만나면 분명해집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문명이 얼마나 비참하고 기막힌 것인가를.
그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들어야 편리하기만 한 문명을 이루고 사는 우리가
진작 무엇으로부터 버림을 받앗는지 분명히 알 수 있겠지요.

 

편리해진 문명 덕택에 저는 신새벽 기도하러 가기 위해 잠을 깨고
산을 오르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인생사 희노애락을 반추했을 그 과정을 놓쳤습니다.

 

김훈이 말합니다.
삶이 고단하고 세상이 더러울수록 산의 유혹은 절박하다고,
우리는 산이 아름다워 찾는 게 아니라
산아래 문명을 반성하기 위해 산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물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
나는 산신이 여신일 것 같은 산, 선운산에 있었습니다.
선운산은 그 이름만큼이나 아련하고 아늑하고 풍요롭게 느껴졌습니다.
봉우리마다, 계곡마다, 눈을 돌리는 것마다 뭘 믿고 저렇게 아름다울까요.
아름다운 것은 아깝고, 안타깝고... 헤어지기 아쉬움에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별을 보듯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해는 구름에 눌린 채 우리의 산행을 축복 해주는군요.
아, 하늘! 얼마나 오랜만에 마음놓고 올려다보는 하늘인지 모릅니다.
너무나 그리워했던 하늘...바람 한점이 흔적 남기는 그 하늘은 넉넉했습니다.

 

저 멀리 서해의 섬들이 조각배 마냥 수면 위에 떠 있습니다.
물안개에 휘감긴 섬 조각들... 화선지 위 한폭 그림인양 축복처럼 떠올라있습니다.

 

어서오라 날 반기던 산사초입의 벚꽃 터널, 꽃향에 그윽합니다.
길섶의 상사초는 더난 님과의 조우를 기다리며 가을을 불태우겠다는군요.
생의 끝자락에서 한 줌 남은 생을 불사르는 동백꽃이 또 다시 보자는데, 그래야겠지요?

 

"산과 하늘"의 41인의 전사들!
좋은 산! 아름다운 사람들! 즐거운 만남! 행복한 추억! 기다리는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