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502)

아름다운 시

세월과 인생

2004. 3. 30. 09:08

                - 서진명(북한시인)

 

            세월이 빠르다고
            말하는 사람 많아도
            그 목소리에 비낀 마음
            서로 다르더라

           

            한결같이 긍지에 넘치더라
            한생의 목표를 향해
            뜨겁게 바삐 산 사람
            세월의 급류에
            산을 떠싣고 온 사람의 음성은...

           

            허나 세월의 물결에
            싣고온곳 적은 사람
            값없이 흘러보낸 세월을 두고
            한숨을 짓는 사람도
            우리들속에 없지 않거니

           

            물처럼 세월은 흘러가도
            물처럼 흘러보낼 수 없는 한생
            그 한생의 목표를 향해
            벗들이여
            너나 없이 심장에 불을 달자

           

            가버린 세월을 두고
            허구프게 웃는
            생활의 락오자
            헛살은 인생이
            우리들속에 더는 한사람도 없게......!

           

            세월은...
            지나간 뒤 자꾸만 더 아쉬워지는것인가봅니다.
            아직은 우리들에게 남겨진 세월이
            시처럼 그렇게...
            나중에 더는 후회하지 않을
            그런 삶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아름다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은 내 그리움의 바다입니다  (0) 2004.03.31
제목 미상  (0) 2004.03.31
이런사람과 사랑하세요  (0) 2004.03.31
새벽편지  (0) 2004.03.30
깊은 그리움  (0) 2004.03.30

자작 산문

봄날의 소고

2004. 3. 30. 09:01

어린시절 봄이되면 늘상 배가 고팠다
먹을 것이 없어 비참했던 보리고개, 얼른 모리가 익었으면...
참다 못해 보리서리라도 하다보면 입 언저리뿐 아니라 얼굴 전체가 먹물로 물들었다.

 

아이야 무슨 소린지 이해할까마는 그래도 들려주고 싶다.
"사기그릇에 고봉으로 가득담은 보리밥과
열무김치 하나로 끼니를 때워도 뿌듯햇던 때가 있었노라고...."

 

학교갔다 돌아오면 다들 들녁에 나간 빈자리만이 아이들을 반길뿐...
점심때 먹은 도시락은 기억에 없고 처마 밑에 매달린 대나무 광주리만 눈에 차 오를 뿐.
한걸음에 도착한 뒤안 옹달샘가...
바닥에 깔린 보리 알갱이 하나라도 놓칠새라 조심스레 물에 인다.

 

몽당 놋수저 움직임을 누가 볼새라
두입 걸러 한입 넣는 된장 입힌 풋고추의 얼얼함에 엉덩이 들썩거림은 차라리 추임새다.
그나마도 보리밥에도 정신없이 코박던 옆집아이는 갈비뼈 앙상한 가슴에 배만 남산만했다.

 

옆집 그 아이 벌써 며느리 본단다. 그 꼬마아이가...

'자작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업드려 살다보면  (0) 2004.05.11
난타  (0) 2004.04.07
집착  (0) 2004.04.06
연가  (0) 2004.03.31
연모  (0) 2004.03.25


백두대간에 한주, 한북정맥에 또 다른 한주,
'산과 하늘(daum cafe)'과 함께 하나의 주말을 보내고,
마지막 남은 주말마저도 서울 근교의 산을 찾으니 주위에선 산에 미쳤다고 그러더군요.

 

홀로된 외로움을 달래려 찾기 시작한 산이 어느덧 삶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젠 평생을 곁에 머물며 지켜주고 싶은 이가 생겼는데도 말입니다.
지난 주말에 난 한북정맥을 찾았습니다. 내사랑 조이님과 함께요.
산의 초입부터 비오듯 흐르는 땀. 어느새 봄은 땀과 함께 우리 곁에 와 있었습니다.

 

산의 초입에서 만난 진달래는 꽃망울 터뜨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더군요.
아스라한 세월의 끄트머리에서 추억 한점 끄집어내어 꽃술 한입 베어물어봅니다.
아~써! 아직은 이른 봄이었습니다.

한켠에는 복수초 한송이가 낙엽을 들추며 살포시 고개를 내미는군요. 나도 있다면서요.
그 샛노란 아름다움은 외로운 슬픔보다는 차라리 요염한 손님 맞이였습니다..

 

사방에 널린 생강나무는 노란 꽃술을 내밀며 마음껏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 나무는 내가 여러사람을 웃길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나무였습니다.
전문가가 가르켜준지 채 십분도 되지 않아 내 입에서 자연스레 나온말은 당근나무...
당근이나 생강이나 김치에 들어가기는 마찬가지잖아요? 제 연상기억법의 오차였답니다.

 

산행중 다라이(얼마나 크지 알지요?)에다 나물 그득 넣어 만든 비빔밥은
둘이 먹다가 한 사람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그 맛이 가히 일품이었습니다.
따뜻한 봄날, 꽃 속에 둘러 쌓여,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깔깔거리며 먹는 산밥...
이런 행복이 있어 산을 오르는게 아닐까요? 전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에도 산을 찾았습니다.

 

산행 끝내고 한강 둔치에서 뒷풀이까지...
족발 풀어 해치고 산행의 안전을 위해 참았던 쐬주...그렇게 난 취해갔습니다.
저녁내내 속 풀어주느라 고생하신 조이님... 아마 조이님댁 꿀단지 다 비워버렸을 것입니다.

 

아직도 쓰린 속을 부여안고 또 산을 찾아 나서는 나... 산에서 무엇을 찾으려함일까요.
그 답은 단 하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랍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내가, 만남이 있고, 대화가 있는 산을 찾지 않을 수 없는거지요.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花信  (0) 2004.04.09
어느 아침  (0) 2004.04.03
화합  (0) 2004.04.02
당신은 당신 자신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0) 2004.03.31
아빠 마음  (0) 200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