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고행길을 떠나는 이유...
오염되지 않은 빛과 바람을 찾아가는 거 아닐까요?
태초의 하늘과 바람과 물을 만나면 분명해집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문명이 얼마나 비참하고 기막힌 것인가를.
그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들어야 편리하기만 한 문명을 이루고 사는 우리가
진작 무엇으로부터 버림을 받앗는지 분명히 알 수 있겠지요.
편리해진 문명 덕택에 저는 신새벽 기도하러 가기 위해 잠을 깨고
산을 오르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인생사 희노애락을 반추했을 그
과정을 놓쳤습니다.
김훈이 말합니다.
삶이 고단하고 세상이 더러울수록 산의 유혹은 절박하다고,
우리는 산이 아름다워 찾는 게 아니라
산아래
문명을 반성하기 위해 산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물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
나는 산신이 여신일 것 같은 산, 선운산에 있었습니다.
선운산은
그 이름만큼이나 아련하고 아늑하고 풍요롭게 느껴졌습니다.
봉우리마다, 계곡마다, 눈을 돌리는 것마다 뭘 믿고 저렇게
아름다울까요.
아름다운 것은 아깝고, 안타깝고... 헤어지기 아쉬움에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별을 보듯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해는 구름에 눌린 채 우리의 산행을 축복 해주는군요.
아, 하늘! 얼마나 오랜만에 마음놓고
올려다보는 하늘인지 모릅니다.
너무나 그리워했던 하늘...바람 한점이 흔적 남기는 그 하늘은 넉넉했습니다.
저 멀리 서해의 섬들이 조각배 마냥 수면 위에 떠 있습니다.
물안개에 휘감긴 섬 조각들... 화선지 위 한폭 그림인양 축복처럼
떠올라있습니다.
어서오라 날 반기던 산사초입의 벚꽃 터널, 꽃향에 그윽합니다.
길섶의 상사초는 더난 님과의 조우를 기다리며 가을을
불태우겠다는군요.
생의 끝자락에서 한 줌 남은 생을 불사르는 동백꽃이 또 다시 보자는데, 그래야겠지요?
"산과 하늘"의 41인의 전사들!
좋은 산! 아름다운 사람들! 즐거운 만남! 행복한 추억! 기다리는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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