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나설가로 토요일 내내 고민...
스키장 계획이 취소되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지우로부터
필드나 나가자는 제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오래 못 봤다는 얘기에 돌아보니 작년 11월에
산사람들을 찾은 뒤로는 필드에는 얼씬도 안한게 사실이다.
지우들의 배려로 빈손으로 따라다니다 보니 미안하기고 했지만
그보다는 산사람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라면 믿어질라나?

오후 내내 사장님따라 수출업체를 방문하고
돌아오자마자 들여다본 산행신청방은 평시와 다르게 썰렁하다.
조금은 내게도 책임이 있는 것 같아 명님께 미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한자리 부탁해 본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떤 덕분에 출발시간 전에 버스에 승차...
앞자리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여유님이 사진을 건네준다.
산행기록을 정리해오는 나이기에
언젠가 게시판에 북한산 사진을 부탁드린 일이 있었고,
2월쯤에 전해주겠다고 하시더니 일부러 시간내어 산행에 나섰나보다.
자유인님과 유자향님께 나누어 주는데,
자기건 왜 안주냐는 달구지님... 여보슈 없는걸 어떻게 준단 말이우?
사진방에 올릴테니 제발 여유님께 시비걸지 마슈!

오늘의 사회는 유자향님...
처음잡는 사회라서인지 약간은 서툴지만 표정만은 무지 진지하다.
어찌하야 그동안 사회보던 인재들이 다 빠져 유자향님을 고생시키누?
돌아올 때는 익숙해졌겠지만 일찌감치 잠들어버린 나는 기억이 없다.

시간이 타이트하니 미리 준비하라는 명님의 말에 눈을 뜬다.
차창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고 있었는데 얼핏 잠이 들었나보다.
무주에서 합류한 호남팀들과 같이 도착한 동안리 주차장엔 우리외에도
덕유산을 찾은 다른 산악회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명님의 채근에 한눈 팔 겨를도 없이 산행을 시작...
그저 남보다 처지지 않을 만큼의 속도로 산행 오르며,
혹여라도 고마운 여유님을 도울일이 없나 두리번 거려보지만
나보다 더 수월하게 산을 오르시는게 걱정을 한낫 기우로 돌리고 만다.

다른 산악회님들을 앞지르기도 하고, 추월당하기도 하면서 오르는 길...
어디선가 들려오는 전라도의 진한 사투리...
갑자기 산좋고 물좋은 내고향 순창이 생각나고...
갑자기 주위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인다.
전주고를 목표로 초등학교 때 전학간 전주에서 내 별명은 "나라우!"
전학간 첫날 아는 사람 손들라는 선생님의 말에 무심코 지껄인
"저요!"의 순창 방언이 그대로 별명으로 굳어버린 탓이다.
하기사 촌놈이... 그것도 공부못하는 촌뜨기가 방언을 밥먹듯이 쓰니
하나쯤은 놀리감이 필요하기도 했겠지?
그러나 놀리던 그 도시애들 따라잡는데는 일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한시간여를 오르다가 다른 산악회님들을 앞지르고 나니
갑자기 앞에 아무도 안보인다.
길을 잘못든 것 같다는 어느님의(닉이 기억안나 죄송^.^) 의견을
전격 수용하며 잠간 쭈그리고 앉는데 진철님이 켄맥주를 내민다.
시원한김에 채면불구하고 벌컥거리는데 곧 바로 도착한 명님,
진철님을 째려보는 눈초리가 심상찮다.
아니나 다를까 명님의 잔소리에 이은 진철님의 궁시렁거리는 소리...
"목마를 때는 물보다 맥주가 더 나은데 씨~
(문법상으로는 이소리가 나와야하는데 속으로 했는지 안들렸음)"

그리고 동엽령삼거리를 콧김으로 발동기를 돌리며 오르는데
저 위에서 손을 흔들며 맞아주는 산새님이 디게 이쁘게 보인다.
언제나 봐도 명랑하고 심성이 착한 건강미인이다.
누군가 산행에서 힘들게 앞선 사람들 쉬는 곳에 도착하면 곧 바로
출발해 버리는 사람들이 제일 악질들이라는 말만 들어왔는데...
이번 덕유산에서 산과사람들에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함을 알았다.
누군지 말은 안해도 산새님 후기를 읽어보면 알수 있을걸? ㅎㅎㅎㅎ

동엽령의 능선길...
저 멀리 보이는 능선이 남덕유...
남덕유에서 뻗어 나온 것처럼 보이는 능선! 능선! 능선들!
밋밋한 산허리를 보여주려고 작심이나 한 듯 모든 능선들이
하나같이 벌거벗었다.

미끈...
철퍼덕...
지난 겨울 쌓였던 눈이 따뜻한 기온에 항복하며 졸졸...
제법 소리내어 녹아내려 갈길 바쁜 풋내기 등산객의 발길을 잡는다.
덕유산에 눈이 많기에 무주리조트가 생겼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녹아내리는 눈의 두께는 얼핏 1미터는 넘을 것 같다.

백암봉을 지나 중봉을 오르는길....
금요일 번개에 벼락맞아 쉬임없이 화장실을 드나든 토요일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가뜩이나 힘든 산행길에 다리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
바위에 걸터앉아 숨을 돌리며 다시 켄맥주를 내미는 진철님께
초컬렛으로 답례...
자기도 하나 달라는걸 보니 베테랑인 명님도 배고품에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리고 고마운 여유님께 주는 김에 욕 안 얻어먹으려 유자향님도 하나...

힘들여 중봉에 도착하니 앞에 도착한 님들이 점심자리 찾고 있다.
여기 저기 걸터앉아 도시락을 꺼내들고...
명님, 짱구님 버너에 코펠 꺼내는걸 보니 역시 프로는 프로다.

아! 여기서 짱구님의 불평 한마디 전해볼까?
전에 백두대간 타러 지리난으로 가는 길에 경부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로
나와 있으라는 죽으라고 하는 것과 같은 명령을 내린 님이 계셨는데도
후기에는 아무도 안썼더라나?
짱구님!
인제 원 풀었수?

다시 라면 야그로 돌아가서...
맨날 얻어먹기 미안하여 오늘은 슬그머니 물도 붓고 라면도 내 놓았겠다?
글구 오늘은 떳떳히 라면상 앞에 앉으려 마음먹는다.

그러나 오늘 새로만난 술꾼들이 있는데야 라면이 중요하랴!
진철님과 망치님... 글구 나
각자의 배낭에서 나오는 무궁무진한 술! 술! 술!
거기다 더하여 망치님의 쏘시지에 진철님의 당근 안주까지...
그래도 국물이 필요하기에 라면타령을 좀 했더니만
말 떨어지기도 전에 유자향과 짱구의 라면 대령...
역시 산사람들의 젊은이들은 무지 착하더이다.
하기사 이 맛에 골프장 안가고 산사람들 따라나선 것이라오.

향적봉을 거쳐 하산길...
다리가 풀린 나로서는 더 이상 산행이 불가능하다.
비록 풋내기 산악인이지만 다리 풀린 때는 하산길이
더 위험하다는걸 아는 까닭이다.
별 수 없이 곤돌라를 이용 무주 리조트로...
탈출조가 나외에도 10명이나 더 있어 조금은 덜 창피하다.

향적봉 슬로프에는 스키어들로 넘치고 있고
곤돌라로 향하는 내 발이 갑자기 근질거리는건
이왕이면 스키로 내려가고 싶어서일거다.
제일 고난도일텐데도 어설픈 스키어들이 눈에 띄고
부상이 우려되서 안탄다고 자위를 하며 곤돌라로 발길을 돌린다.

셔틀버스를 이용해 도착한 구천동....
화창한 날씨가 완연히 봄이다.
글구 모두들 둘러 앉은 전주집이라는 식당...
동동주에 파전, 감자전, 그리고 더덕구이를 시켜놓고
사진을 전하러 일부러 산행에 따라나선
여유님의 고마움에 대한 답례로 기념품가게에 들러 소품 하나 챙긴다.

모처럼 쏜다고 실컷 인심썼는데 늦게 도착한 달구지님이
구태여 계산을 하겠단다.
연봉 자랑 좀 했더니만 자기는 더 높다나?
그러면 그렇게 허슈!
그나저나 인심은 내가 쓰고 돈은 달구지님이 냈으니
오늘의 경제행위는 에이플러스다.
이게 바로 내가 산사람들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돌아오는 버스속....
분명히 여유님과 얘기를 주고 받았는데....
누군가 깨워서 일어나 보니 교대역이다.
실컷 잔 덕분에 오늘 컨디션은 베리굿!

님들 반가웠습니다.
좋은 산!
좋은 님들과 함께함은
누군가가 얘기한 엔돌핀이 펑펑 쏟아지는 일이고....
이런 즐거운 산행은 육체는 물론이고 정신건강에도 최선이겠지요.
또다시 산에서 뵈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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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나설가로 토요일 내내 고민...
스키장 계획이 취소되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지우로부터
필드나 나가자는 제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오래 못 봤다는 얘기에 돌아보니 작년 11월에
산사람들을 찾은 뒤로는 필드에는 얼씬도 안한게 사실이다.
지우들의 배려로 빈손으로 따라다니다 보니 미안하기고 했지만
그보다는 산사람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라면 믿어질라나?

오후 내내 사장님따라 수출업체를 방문하고
돌아오자마자 들여다본 산행신청방은 평시와 다르게 썰렁하다.
조금은 내게도 책임이 있는 것 같아 명님께 미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한자리 부탁해 본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떤 덕분에 출발시간 전에 버스에 승차...
앞자리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여유님이 사진을 건네준다.
산행기록을 정리해오는 나이기에
언젠가 게시판에 북한산 사진을 부탁드린 일이 있었고,
2월쯤에 전해주겠다고 하시더니 일부러 시간내어 산행에 나섰나보다.
자유인님과 유자향님께 나누어 주는데,
자기건 왜 안주냐는 달구지님... 여보슈 없는걸 어떻게 준단 말이우?
사진방에 올릴테니 제발 여유님께 시비걸지 마슈!

오늘의 사회는 유자향님...
처음잡는 사회라서인지 약간은 서툴지만 표정만은 무지 진지하다.
어찌하야 그동안 사회보던 인재들이 다 빠져 유자향님을 고생시키누?
돌아올 때는 익숙해졌겠지만 일찌감치 잠들어버린 나는 기억이 없다.

시간이 타이트하니 미리 준비하라는 명님의 말에 눈을 뜬다.
차창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고 있었는데 얼핏 잠이 들었나보다.
무주에서 합류한 호남팀들과 같이 도착한 동안리 주차장엔 우리외에도
덕유산을 찾은 다른 산악회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명님의 채근에 한눈 팔 겨를도 없이 산행을 시작...
그저 남보다 처지지 않을 만큼의 속도로 산행 오르며,
혹여라도 고마운 여유님을 도울일이 없나 두리번 거려보지만
나보다 더 수월하게 산을 오르시는게 걱정을 한낫 기우로 돌리고 만다.

다른 산악회님들을 앞지르기도 하고, 추월당하기도 하면서 오르는 길...
어디선가 들려오는 전라도의 진한 사투리...
갑자기 산좋고 물좋은 내고향 순창이 생각나고...
갑자기 주위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인다.
전주고를 목표로 초등학교 때 전학간 전주에서 내 별명은 "나라우!"
전학간 첫날 아는 사람 손들라는 선생님의 말에 무심코 지껄인
"저요!"의 순창 방언이 그대로 별명으로 굳어버린 탓이다.
하기사 촌놈이... 그것도 공부못하는 촌뜨기가 방언을 밥먹듯이 쓰니
하나쯤은 놀리감이 필요하기도 했겠지?
그러나 놀리던 그 도시애들 따라잡는데는 일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한시간여를 오르다가 다른 산악회님들을 앞지르고 나니
갑자기 앞에 아무도 안보인다.
길을 잘못든 것 같다는 어느님의(닉이 기억안나 죄송^.^) 의견을
전격 수용하며 잠간 쭈그리고 앉는데 진철님이 켄맥주를 내민다.
시원한김에 채면불구하고 벌컥거리는데 곧 바로 도착한 명님,
진철님을 째려보는 눈초리가 심상찮다.
아니나 다를까 명님의 잔소리에 이은 진철님의 궁시렁거리는 소리...
"목마를 때는 물보다 맥주가 더 나은데 씨~
(문법상으로는 이소리가 나와야하는데 속으로 했는지 안들렸음)"

그리고 동엽령삼거리를 콧김으로 발동기를 돌리며 오르는데
저 위에서 손을 흔들며 맞아주는 산새님이 디게 이쁘게 보인다.
언제나 봐도 명랑하고 심성이 착한 건강미인이다.
누군가 산행에서 힘들게 앞선 사람들 쉬는 곳에 도착하면 곧 바로
출발해 버리는 사람들이 제일 악질들이라는 말만 들어왔는데...
이번 덕유산에서 산과사람들에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함을 알았다.
누군지 말은 안해도 산새님 후기를 읽어보면 알수 있을걸? ㅎㅎㅎㅎ

동엽령의 능선길...
저 멀리 보이는 능선이 남덕유...
남덕유에서 뻗어 나온 것처럼 보이는 능선! 능선! 능선들!
밋밋한 산허리를 보여주려고 작심이나 한 듯 모든 능선들이
하나같이 벌거벗었다.

미끈...
철퍼덕...
지난 겨울 쌓였던 눈이 따뜻한 기온에 항복하며 졸졸...
제법 소리내어 녹아내려 갈길 바쁜 풋내기 등산객의 발길을 잡는다.
덕유산에 눈이 많기에 무주리조트가 생겼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녹아내리는 눈의 두께는 얼핏 1미터는 넘을 것 같다.

백암봉을 지나 중봉을 오르는길....
금요일 번개에 벼락맞아 쉬임없이 화장실을 드나든 토요일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가뜩이나 힘든 산행길에 다리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
바위에 걸터앉아 숨을 돌리며 다시 켄맥주를 내미는 진철님께
초컬렛으로 답례...
자기도 하나 달라는걸 보니 베테랑인 명님도 배고품에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리고 고마운 여유님께 주는 김에 욕 안 얻어먹으려 유자향님도 하나...

힘들여 중봉에 도착하니 앞에 도착한 님들이 점심자리 찾고 있다.
여기 저기 걸터앉아 도시락을 꺼내들고...
명님, 짱구님 버너에 코펠 꺼내는걸 보니 역시 프로는 프로다.

아! 여기서 짱구님의 불평 한마디 전해볼까?
전에 백두대간 타러 지리난으로 가는 길에 경부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로
나와 있으라는 죽으라고 하는 것과 같은 명령을 내린 님이 계셨는데도
후기에는 아무도 안썼더라나?
짱구님!
인제 원 풀었수?

다시 라면 야그로 돌아가서...
맨날 얻어먹기 미안하여 오늘은 슬그머니 물도 붓고 라면도 내 놓았겠다?
글구 오늘은 떳떳히 라면상 앞에 앉으려 마음먹는다.

그러나 오늘 새로만난 술꾼들이 있는데야 라면이 중요하랴!
진철님과 망치님... 글구 나
각자의 배낭에서 나오는 무궁무진한 술! 술! 술!
거기다 더하여 망치님의 쏘시지에 진철님의 당근 안주까지...
그래도 국물이 필요하기에 라면타령을 좀 했더니만
말 떨어지기도 전에 유자향과 짱구의 라면 대령...
역시 산사람들의 젊은이들은 무지 착하더이다.
하기사 이 맛에 골프장 안가고 산사람들 따라나선 것이라오.

향적봉을 거쳐 하산길...
다리가 풀린 나로서는 더 이상 산행이 불가능하다.
비록 풋내기 산악인이지만 다리 풀린 때는 하산길이
더 위험하다는걸 아는 까닭이다.
별 수 없이 곤돌라를 이용 무주 리조트로...
탈출조가 나외에도 10명이나 더 있어 조금은 덜 창피하다.

향적봉 슬로프에는 스키어들로 넘치고 있고
곤돌라로 향하는 내 발이 갑자기 근질거리는건
이왕이면 스키로 내려가고 싶어서일거다.
제일 고난도일텐데도 어설픈 스키어들이 눈에 띄고
부상이 우려되서 안탄다고 자위를 하며 곤돌라로 발길을 돌린다.

셔틀버스를 이용해 도착한 구천동....
화창한 날씨가 완연히 봄이다.
글구 모두들 둘러 앉은 전주집이라는 식당...
동동주에 파전, 감자전, 그리고 더덕구이를 시켜놓고
사진을 전하러 일부러 산행에 따라나선
여유님의 고마움에 대한 답례로 기념품가게에 들러 소품 하나 챙긴다.

모처럼 쏜다고 실컷 인심썼는데 늦게 도착한 달구지님이
구태여 계산을 하겠단다.
연봉 자랑 좀 했더니만 자기는 더 높다나?
그러면 그렇게 허슈!
그나저나 인심은 내가 쓰고 돈은 달구지님이 냈으니
오늘의 경제행위는 에이플러스다.
이게 바로 내가 산사람들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돌아오는 버스속....
분명히 여유님과 얘기를 주고 받았는데....
누군가 깨워서 일어나 보니 교대역이다.
실컷 잔 덕분에 오늘 컨디션은 베리굿!

님들 반가웠습니다.
좋은 산!
좋은 님들과 함께함은
누군가가 얘기한 엔돌핀이 펑펑 쏟아지는 일이고....
이런 즐거운 산행은 육체는 물론이고 정신건강에도 최선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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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대간(大幹)이란 큰 줄기를 뜻함이니,
백두산 (白頭山 2,750m)의 병사봉에서 시작하여 계곡이나 강을 건너지 않고
산줄기만으로 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큰 줄기....
즉 우리땅의 골간을 이루는 한반도의 등뼈...

그 동안 말로만 전해 듣었고,
글에서나 접할 수 있어 왔기에 백두대간을 완주했다는 이들을 보며
그들의 성취를 무척이나 부러워했고 나 또한 완주의 꿈을 소중히 키워왔다.

작년말 산이 좋아 산과사람들을 찾은 후 같이한 산행이 벌써 열두번...
어느정도 산행에 자신감이 붙다 보니 백두대간 종주계획을 찾아 두리번거려진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드디어 산과사람에서도 백두대간 마룻금 잇기계획이 서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곧 바로 신청부터 해 놓고 나서야 체력을 걱정해본다.

산행이 코 앞에 다가올 수록 과연 내 체력으로도 가능할까로 걱정하다,
참가자 예비모임에서 완주를 눈앞에 둔 하정님과 다른 몇몇 님들로 부터
나 정도의 체력이면 충분하다는 조언에 힘을 얻고 나서야 장비를 점검해본다.
그 동안 백두대간을 위해 윈드자킷 등 기존의 장비외에도 쿨맥스, 파워스트레치,
폴라폴리스, 거기다 헤드랜턴, 스틱, 장갑, 선그라스 등등 꽤 거금을 투자했다.
이정도 정성이면 산신령께서도 가상히 여겨 안전산행으로 보상해 주시겠지?

운명의 날...1월 하고도 9일 오후....
장거리 산행에는 체력이 국력이니 점심은 영양식으로 할지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아뿔싸! 두시경 주섬주섬 퇴근을 준비하는 나에게 사장님을 수행하란다.
설날을 앞두고 수출품 물류기지와 불우시설 방문을 나가니 카메라기자 대동하고
사장님 곁에 붙으라하나 그렇게는 못하지? 암 얼마나 기다리던 백두대간인데...
젊은 사무관 한명을 대신 내 보내고 온다간다 말없이 집으로 도망오는 길에
아예 헨폰도 꺼버리고 나니 목요일 출근해서 깨질망정 당장은 속이 편하다.
까짓거 짤리고 나면 밥벌이 할 곳 하나쯤 챙겨줄 산사람님이 있겠지 뭐~ ㅎㅎㅎㅎ

어차피 오늘 산행에 나서면 늦은 구정전날에 집에 돌아올것이 뻔하고
이것 저것 집안 정리를 마친 후 다시한번 장비를 점검하고 집을 나선다.

얼마전 예비모임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우리팀의 오디세이님과 악수를 시작으로...
30여명의 참가자들 면면이 몇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눈에 익다.
이미 종주를 마쳤다는 김병장님 등 몇분 님들의 전송을 받으며 가자 지리산으로...

설연휴 고속도로 정체를 예상하고 출발시간을 앞당긴 명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버스는 잘도 잘린다. 우리 님들의 원활하고 수월한 산행을 예고라도 하는 듯...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미르님의 사회로 자기소개가 이어지고....
설빔 준비에 눈코뜰새가 없을 터인데도 시어머님께서 산행을 허락해 주셨다는
바퀴님 옆지기의 인사말을 듣으며 얼마 안있으면 며느리를 맞을 나이인 나도
과연 그렇게 자상한 시부모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결과는 나는 며느리와 같이 술은 자주 마시겠지만 이런 산행은 못보내줄 것 같다.

또 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산골 순창출신의 예쁜이 소령님을 만나 반갑고,
이콩으로 닉을 삼겠다는 승현님의 발랄함과, 닉과 연관이 있는 일을 하셨다는
마도로스님의 듬직함이 처음 뵙지만 느낌은 전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세차게 흔들리는 차의 율동에 놀라 눈이 떠진걸 보니 아마 고속도로를 벗어났나보다.
명님의 준비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장비를 점검하고 산행을 나서니 지금은 세벽 두시...
서울 출발시간이 앞당겨 진걸 늦제야 알고 허겁지겁 나오느라 헤드랜턴을 잊고
나왔다는 여란님이 중산리에서 손전등을 새로 산것 같은나 앞일이 걱정된다.
여란님! 팀장인 제가 알려드리고 싶어도 전화번호를 몰라 별 수 없었나이다.

매표소 입구에는 야간산행 금지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으나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산행을 포기할 사람있으면 나와보라고해!
조심조심 소리내지 말구 통과하라는 명령에도 불구하고 산사람들의 발걸음은
무거운 장비를 둘러맨 탓인지 투박하기만 하다.

명님! 가능한 명령을 내려야 따를거 아니우?
아니나 다를까 뒤 늦게 올라온 명님曰 관리인에게 들켜 각서 쓰고 입장료 다
물고 들어왔다나? 조금만 더 조심했으면 기 만원 덜 써도 됐을건데 안됐다.

우리팀은 팀장(완존히 명예직임)인 나를 위시해 암벽훈련의 교관이시라는
현역 원사이신 오디세이님, 나이에 불구하고 평소 산에서 씽씽 나는 모습을
보여주시던 여란님, 거기다 두말하면 잔소리인 명륜당님... 이렇게 넷이다.
이번 산행은 죽으나 사나 팀별 산행이니 말은 안해도 배테랑 두분이 아마튜어
두명을 보살펴 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산의 초입...
눈은 구경할 수 없고...
포근함에 가을 등반에 나선 기분이다.

아무튼 산행을 시작한지 한시간여...
산을 오를 수록 기온이 떨어지더니 어느새 밖으로 노출된 부분이 시릴정도다
한손에 손전등을 들고 힘겹게 산을 오르던 여란님의 입에서 신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오딧세이님의 도움이 있지만 시간이 갈 수록 멈춤이 잦아지고 신음의 톤은 높아만 간다.

로타리산장에서의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난 후 다시 오르는 길. 길. 길...
가도 가도 오르막 길... 끝날 줄 모르고 빙판인 오르막이 이어진다.
누군가의 글에 지리산은 바위가 별로 없다고 적혀있는걸 보았는데
그 분이 법계사에서 천왕봉을 올라본다면 그 엉터리 글 다시 고쳐쓰겠지?

겨우겨우 서로를 도와가며 도착한 천왕봉은 구름에 둘러 쌓여
행여나 일출을 볼까해본 내 자그만 소망을 무참히 짖이겨 놓는다.
그리고 그 바람, 그 추위(오딧세이님의 말로는 체감온도가 영하 40도라나?)...
눈만 빼꼼이 내 놓은 모습으로 한컷 누른뒤 쫒기듯이 장터목으로 달릴 수 밖에 없다.

추위에 쫒겨 달려온 장터목의 취사장은 인파로 아수라장... 발디딜 틈이 없다.
옛날 산청과 함양사람들이 만들었던 노천 장터가 이랬을까?
뒤이어 각 팀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감자팀의 감자님, 달구지팀의 산나무님도 여란님 만큼이나 힘들어 하는것 같다.

아무리 비좁아도 비비다 보면 늘어나게 됨은 진리일지니 억지로 자리를 만들고...
장거리 산행에서는 체력이 최우선이라는데... 설 익은 햇반이면 어떠리!
속에 들어가면 퍼질지니... 명님이 끓인 찌게에 말아 정신없이 목으로 넘긴다.

아쉽지만 여란님, 이콩님, 그리고 우리의 막내 태자무를 백무동으로 내려보내고
촛대봉을 거쳐, 세석산장에서 잠시의 휴식... 간간히 눈발이 날린다.
칠선봉을 거쳐 선비샘에서 끓여먹는 떡라면...젓가락 잡은 손가락이 얼어 붙어
포킷에 넣어 녹인 후 다시 젓가락을 잡아야 할 정도로 추위는 비정하다.

아!
한쪽에서 그 추위에 음식을 준비하며 뒤로쳐저 도착할 줄 모르는 낭군을 기다리는
바퀴님의 옆지기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더이다.

점심을 끝내자 마자 추위에 쫒겨 다시 시작한 산행....
같이 출발한 해밀님을 먼저보내고 뒤쳐저 걷는데도 산사랑님을 만났으니
님도 무지 힘든 산행을 하고 있나보다.
아니나 다를까 무릎이 아프다는 것이 나와 같은 증세이다.

힘들어 도착한 벽소령산장은 다섯시가 지나야 방이 배정된다 하지만...
추위가 싫어 막무가내로 밀치고 들어간 사무실 앞은 이미 사람들로 넘치고,
한켠에 먼저 자리잡은 부지런한 바퀴님 옆지기가 웃음으로 반기주시고,
저쪽 귀퉁이에는 방에 불넣고 기다리겠다고 먼저 들어가신 해밀님이 잠들어있다.

우리팀 세명에 바퀴님 부부를 합한 저녁식사 명님의 음식솜씨가 아니드래도
시장의 반찬인데 무엇인들 맛없는게 있으랴~
반주로 시작한 쐬주가 나중에는 양주로 발전...오고가는 술잔따라 우정이 오간다.

아! 빼먹을 뻔 했다.
식사를 시작할 즈음에 도깨비처럼 나타난 의지의 한국인 우림님!
중산리 초입에서 컨디션이 안좋아 내렸갔다고 들었는데 버스속에서
한 30분 쉬고난 후 혼자서 벽소령까지 따라 붙었다나?
에이 여보슈! 그럼 잔다님 댁으로 갔을거라는 우리들의 기대는 어떻게 허우?

그리고 아무곳에나 드러누운 잠자리...
분명히 옆자리에 계셨던 바퀴님이 안보이는 아침... 내 잠버릇이 심히 걱정된다.

바퀴님 부부를 음정으로 탈출시키고 다시 출발하는 두쨋날 산행...
강한 바람에 눈뜨기 조차 힘들지만 묵묵히 종착역을 향해 걸어갈 뿐이다.
그러나 삶을 살다보면 가끔은 좋은 일도 생기듯이 산행에도 좋은 일이 있나보다.

형제봉에서의 일출....
중턱에서 거암 넘어로 보이는 붉은 색으로 물든 여명이 눈부시더니만,
정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천왕봉에 걸린 일출은 가히 환상적이었나이다.
그 붉디 붉은 태양을 가르는 가늘디 가는 어쩌면 연약하게 까지 보이는 구름의 시내....
이 아름다움의 감동을 새해 내내 간직하며 내 삶의 원동력으로 삼고 싶다.

연하천 산장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토끼봉을 거쳐 뱀사골 산장에서 점심식사...
다시오르는 계단의 높이(200미터)에 질려 차라리 화개재 언덕에서 먹구 말것을...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는 계단은 장난이 아니다.

글구 앞으로 지리산을 찾을 계획인 님들께 제일 중요한 정보 하나!
"뱀사골산장에서는 절대루 음식을 많이 먹지 마실 것" 삼도봉으로 오르는 길이
800미터인데 그 중의 600미터 정도가 나무계단이다.
오르고 올라도 끝나지 않는 계단이니 이걸 보고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이라면 어떨른지?
아무튼 떡라면으로 배채우고 오르는 계단의 저 끝에 천국이 있더이다.
아무러면 그 튼튼한 오딧세이님까정 죽는다고 낑낑거리셨을까?

반야봉을 옆에 끼고 돌아 임걸령... 돼지평전을 거쳐 노고단으로 가는 길...
중간에서 라면은 끓여먹는 미르님 팀에게 소주한잔 얻어 마시고...
(뱀사골 산장에서의 점심을 포기한것은 진짜루 현명한 선택이었다우~)
또 다시 걷는 길은 강풍에 눈보라까지 겹쳐 더 이상 걷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뒤에 곧바로 산사랑님이 따라오는걸 알기에 조금 쉬면서 님을 기다려보고 싶어도
시야에 벗어나지 않을 정도 거리에서 기다려가며 길을 인도하시는 오딧세이님에게
미안하여 의식없이 님을 따르는 내 발은 감각을 잃어 내것이 아닌지 이미 오래다.
겨우겨우 도착한 노고단대피소 왕건님팀과 미르님팀이 이미 도착해 있다.
뒤이어 감자님팀, 달구지님팀, 도사님팀이 속속 도착하시고 모인김에 단체사진...
아! 먼저 도착하신 미르팀님들!
대피소에 도착하자 마자 코앞에 내미는 커피가 너무 좋았다우~

종착역인 성삼재를 향해 달려가는 하산길...
대피소에서 쉬지않고 근육을 풀어준 덕분인지 선두그룹에 끼어 달릴 수 있다.

눈이 쌓인 덕분에 버스는 뱀사골에서 기다린다는데....
뱀사골은 여기 성삼재에서도 한시간이 넘게 걸린다는데....
그래도 한시라도 빨리 버스에서 쉬고자 선두그룹에 끼어 내려가는길...
다리에 힘이 빠져 자주 미끄러지다 결국에는 근육이 놀랬나보다.

겨우겨우 절뚝거리며 도착한 버스앞...
왕건님이 따라주시는 막걸리에 김치안주로 목을 축이고 버스에 올라...
가만히 의자에 몸을 묻고 이틀동안의 여정을 정리해본다.

삼십명이 중산리를 출발하여 25명이 무사히 성삼재에 도착했음은
모르긴해도 서로를 챙겨주는 산사람들의 고운 마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거다.

그리고 나는 당분간 눈을 좋아하고 눈내리는걸 기다리는 일은 없을것 같다.
산행 내내 나를 괴롭힌 빙판길...
눈을 뜰 수 없도록 몰아치던 강풍을 동반한 그 혹독했던 눈보라...
앞뒤 좌우를 둘러봐도 보이는건 온통 눈... 눈.... 눈...
종내는 아름답다는 미몽에서 깨어나 차라리 지겹기까지 했던 눈이었기 때문이다.

산행에 참가한 님들의 많은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내 생애에서 최초로 시도한 지리산 종주이며 최고로 힘들었던 장거리 산행에서
여러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완주는 아마 불가능 했을테니까요.

임오년의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요.
새해에는 하시는 모든 일이 님들께서 의도하시는 대로 이루어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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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악휴게소-운악사-만경대-정상-현등사입구

 

 

 

 

 

 

 

 

 

 

 

 

 

 

 

 

 

 

 

 

출처 : 산과하늘
글쓴이 : 무경 원글보기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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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바람의 숨결이 부드러워지고 있습니다.
새 봄이 겨우내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라며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지요.


계절의 발걸음은 참으로 빨라 어느새 우수(雨水.2월 19일)를 지났습니다.
얼었던 대동강이 우수를 넘기면 풀린다니 내 사랑하는 산에도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겠지요?


그 봄바람, 여린 가슴으로 맞아볼까 산을 찾았습니다.
그것도 우리 산하의 등줄기인 백두의 하늘 길에서 말입니다.
주말에 비랍니다. 주중 내내 쾌청하더니만 하필이면 주말에 비라니 웬 심술이랍니까?
틈틈이 기상청 홈페이지 들락거리며 행여 오보를 외쳐보지만, 요샌 그럴 일 없을거라나요?


초저녁까지 일에 매달리다 집에 들러 몇 술 뜨고 어제 챙겨 놓은 배낭을 짊어집니다.
물론 배낭에는 집사람 챙겨준 정성어린 도시락이 들어있겠지요. 어쩜 술도 한병?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가늘던 비가 교대에 도착하니 주룩주룩... 이게 겨울비라고요?
아닙니다. 이건 숫제 한 여름 장마비입니다. 순진한 리더 曰 ‘소백산은 그쳤다는데요’


달리는 찻속, 내가 이용하는 스포츠센터의 찜질방 수준입니다.
젊디젊은 기사님, 어디 지질 곳이라도 있을까요? 아님 제가 감기 걸린 걸 눈치챘을까요?
하여튼 땀 한바가지를 쏟고, 그리고 난 끈적거림 속에서 파김치가 되어 갔습니다.


2시30분에 출발이랍니다. 아직도 밖은 가는 비가 추적거립니다.
아까보다는 많이 가늘어졌기에 다시 한번 오보이길 빌어봅니다. 헛된 메아리를 기다리며...
한 밤중이라 매표소는 문이 꼭꼭 닫혀있습니다. 국립공원... 어쩜 3,200원 벌었습니다.


충북과 경북, 두개 道의 자랑거리? 연화봉 오르는 길은 관리가 ‘지나치게’잘돼 있습니다.
천문대까지 올라도 신발에 흙이 묻지 않을 정도로 길이 잘 포장돼 있습니다.
흠이 있다면 그게 바로 흠일 것입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 때가 좋기 때문입니다.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는 시작부터 경사가 제법입니다.
초반부터 숨이 턱에 차 오르는데, 큰일입니다. 부어오른 기도 때문에 호흡이 힘들거든요.
며칠 전부터 괴롭혀 오던 감기가 기어이...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을 우러러봅니다.
한점 빛 없는 어두운 하늘에 간절한 바램 띄우는 건, 그만큼 큰 백두의 집념 때문일 것입니다.


목이 부은 게 무슨 대수냐고요? 아니랍니다. 저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답니다.
몇년 전 갑자기 부어오른 후두개가 기도를 압박하여 숨이 끊어져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너무 갑자기 닥친 일이라 마취도 없이 목을 째고 산소를 공급해서 겨우 살아날 수 있었지요
토요일이라 찾아간 곳이 삼성의료원...진찰대에서 숨이 끊어졌기에 응급조치가 가능했답니다
(그래서 저는 두번째 목숨은 즐겁게 살겠다며 요즘은 노는데 목숨건답니다)


아무리 크게 입을 벌려도 가픈 호흡은 가라앉질 않습니다. 또 하늘을 우러러봅니다.
맞잡은 두손에 힘이 들어가고, 또 한번 완주를 빌어봅니다. 하다못해 비로봉까지라도...
속도를 늦추니 그나마 조금 나아지네요. 한사람 두사람 앞으로 보내드립니다.
겨우 천문대에 도착하니 모두들 기다리고 있군요. 다행이 제 뒤에도 몇 명이 더 있답니다.


제1연화봉을 향해 다시 출발하나 초반부터 어지럽습니다.
빙판길에 뒤뚱거리니 어지럽고, 흰 눈에 속아 허벅지까지 빠지는 허방에 어지럽습니다.
그리고, 방향 잘못 잡은 선두 때문에 졸지에 후미로 밀리는 억울함 때문에 어지럽습니다.
뒤떨어져 헤매는 후미그룹, 조금전 선두가 길 잃었던 삼거리에서 다시금 헤매고 있습니다.
백두꾼이라는 자부심으로 용감하게 선두로 나섰지만 누군가 ‘천문대 가늘 길’이라네요. ᄒᄒ


지루한 나무계단 끝에 제1연화봉은 결쳐 있습니다. 아직 사위는 어둡고 빗방울은 굵습니다.
연화봉을 내려와 비로봉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도대체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눈이 굳어진 걸로 봐서는 분명히 맞는데? 갑자기 눈이 허리춤까지 차오르니 아닌가봅니다.
몇번을 앞으로, 뒤로... 결국에는 각개격파로 뒤지고서야 그 길이 옳다는 걸 알아냅니다.


두어번의 길 잃음, 두어번의 미끄러짐 끝에 우린 비로소 비로봉에 도착합니다
주목관리소에서의 아침은 그런대로 진수성찬입니다. 따뜻란 라면이 있으니까요.
소주로 반주도 하고, 딸기로 후식까지 한 후에야 국망봉으로 향합니다.
이 때쯤 아주 잠깐 시야가 트입니다. 밋밋한 흙산에 바위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소백산은 부드러운 선으로 연속된 산이기에 산릉에 오르면 곧 여체의 굴곡미가 연상됩니다.
비로봉쪽 능선의 한눈에 드러나는 육감적 특징은 감탄스러울 정도입니다.
다시 올 일이 드문 국망봉에서 사진 한컷~ 이번 구간에서 유일한 사진입니다.


상월봉 밑, 두갈래 길에 리본이 골고루 걸려있습니다.
고민없이 무조건 정상으로 올라섭니다. 그리곤 가파른 하산길을 기다시피 내려갑니다.
길 잘못들어 헤매느라 고생도 했지만, 고치령 가는 길은 밋밋한 능선길이라 편합니다.
다만 이정표가 어지러워 헷갈리는데, 일행중에 지도와 경험자가 있어 다행입니다.
소백산을 종주할 때 주의해야할 것 중 하나가 이정표를 믿지 말아야하는 것입니다.


비로봉을 지날 때부터 질퍽거리기 시작한 흙탕길은 늦은맥이재에서 극에 달합니다.
기우뚱거리다, 끝내는 엉덩방아를 찟고, 그러면서 특징없는 능선을 끝없이 오르내립니다.
늦은맥이재에서부터 내리던 눈이 마당치에선 눈보라로 변해있습니다. 손발이 얼어옵니다.
일행들을 채근해 배낭을 뒤져 술과 햄등 먹거리를 찾아냅니다. 저체온증 예방이 필요하거든요.
강추위에는 열량이 높은게 제일인데 술과 햄보다 더 좋은게 어디 있겠습니까?


지도를 봅니다. 고치령까진 아직도 한시간 사십분, 맥이 풀리지만 그래도 출발해야합니다.
거기다 20분을 또 오르막이라나요? 그러나 마주친 길은 의외로 수월했고 또 짧았습니다.
고치령은 시멘트 포장이 된 옛스런 길입니다. 왜 버스가 못 올라왔을까 의심이 들정도로요.
시멘트 딱딱함이 무릎에 모이는 듯 통증에 걸음걸이가 자연스레 뒤뚱거려집니다.


어차피 늦은 몸이니 한가롭게 걷습니다.
건너편 산속 활엽수가 제 색깔 찾음을 반기는데, 길가의 버드나무가 봄소식을 전해주는군요.
봄이 오기는 조금 멀었는데도 버들가지가 복슬복슬한 버들을 줄줄이 매달고 있습니다.


새벽 2시30분에 출발해서 오후 3시30을 조금 넘겨 도착했으니 13시간을 걸었군요.
비와 눈 때문에, 아침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줄곧 걷기만 했으니 꽤 오래 걸었나 봅니다.


산행을 마치며, 힘들었지만 무사히 산행을 마치게 해준 저 위에 계신분께 감사기돌 드리며
목숨까지 걸어가며 하늘길을 이어가는 게 지금까진 백두에 대한 집념으로 생각해 왔는데
어쩌면 미련한 고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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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사는 일이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것처럼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수족관처럼 따분한 일상에 때론 발광증이 치밉니다. 망둥이처럼 마음이 날뛰는 것이지요.


이럴 때면 그저 정든 주점에 들어앉아 낮술이나마 한 잔 진하게 걸치는 게 상책이지만,
이마저도 싱거워질 때가 있으니, 이럴 때 나는 쏘다닐 산이나 들을 찾아 두리번거려봅니다.
그저 바람이 등을 미는 대로 몸을 맡겨보려는 것이랍니다.


5일의 구정연휴... 바쁨이 몸에 배인 저에겐 연휴의 호사가 차라리 괴롭습니다.
무작정 산으로 피하기엔 가족이라는 굴레가 부담스럽고, 눈치보는 5일은 차라리 괴롭기만합니다.


수요 스키에서 몸 풀고, 목요 번개에선 목 풀고, 나는 드디어 한북정맥에 우뚝 섰습니다.
설원의 장쾌함과 눈꽃을 함께 볼 수 있어 등산의 백미로 불리우는 겨울산행을 말입니다.
탁 트인 시야가 묵은 체증 내리 듯 황홀하고, 색다른 낭만과 스릴을 제공하는 겨울산입니다


일동면 연곡리 군부대 앞, 군인들 모양 씩씩한 첫 걸음을 내딛습니다.
오늘은 제발 헤매지 말기를...한북정맥 4구간 내내 거르지 않고 아르바이트에 충실했거든요.
불땅계곡 입석을 지나며 왜 불땅일까? ‘불 나오는 땅?’ 눈 쌓인 계곡을 보니 아니랍니다.


늦은 겨울 불땅계곡의 숲은 고요합니다.
지난여름 계곡을 무섭게 훑어내리던 물줄기도 얌전하게 땅 밑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숲으로 아침 햇살이 낮게 기어들고, 인적 끊긴 숲엔 햇살 한 줌과 바람 한 올이 놀고 있습니다.


두 갈래 길입니다. 개울을 건너는 반지르르한 길과 발자국 하나 없는 오른편 길...
개울을 건너는게 정상이련만 우리의 고집스런 리더는 오른편 길을 택하고야 맙니다.
그리고 우린 죽었습니다. 럿셀에 낭떠러지... 안전한 깔딱고개가 차라리 더 반갑습니다.
체력소모가 하두 심해 만일 시산제 막걸리로 음복 안했더라면 초반부터 탈진했을 것입니다.


도성고개...예정보다 한시간이 늦었습니다. 벌써부터 힘들어하는 이가 보입니다.
‘春來 不春來’ 아직 봄이 안온 게 아니라, 봄이 아닌데도 봄은 우리곁에 와 있었습니다.
산행 초입에서부터 흘린 땀은 흐르다 못해 어느새 내의까지 흠뻑 젖게 만듭니다.
강씨봉... 예정보다 두시간이 늦어져갑니다.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자리를 잡습니다.
에너지 보충용으로 쐬주 몇잔 돌리다 누군가의 따끈한 정종, 아예 점심까지 해치워버립니다.


강씨봉, 한나무봉... 방화선을 따라 급경사가 지겹게 오르락내리락입니다.
급경사에 수북히 쌓인 눈, 저 넘어 내리막길에서 탈 엉덩이썰매를 상상하니 즐거워집니다.
앗뿔싸! 그러나 우리의 간절한 염원을 저버리고 내리막 양지에는 어디에도 눈은 없습니다.
비료부대 준비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질퍽거려 미끄럽기까지 한 게 심술보 산신령님?


귀목봉 삼거리...두개의 조그만 나무 벤치가 쉬어가라 우릴 반깁니다.
후미를 한참 기다리다, 귀목봉으로 향하는 방화선과 헤어져 청계산가는 숲으로 들어섭니다.
완만한 능선이 발걸음을 쉬이 가라 하는군요. 낙엽위에 쌓인 눈만 아니라면 금상첨환데...


집사람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못다한 얘기 나누며 지루한 능선길을 이어갑니다.
지루한 정적을 깨뜨리고 나타나는 뾰쪽한 청계산 봉우리... 봉우리 뒤에 해가 숨어있습니다.
갑자기 조급해집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먼데 해가 서산에 걸려있다니요. 큰일입니다.
급경사 암벽과의 싸움 끝에 오른 정상... 진행을 멈추라는 아랫쪽 누군가의 외침입니다.


한명, 두명, 다들 도착했는데 한사람을 찾을 수 없습니다. 헨펀도 불통...
일단은 늦드래도 하산지점을 노채고개로 잡습니다. 갈길은 먼데 다들 힘들어합니다.
후미의 전화가 오고 그 모습이 산 아래에 잡힙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다시 출발합니다.
밧줄과 20여분 싸움 끝에 도착한 길매재... 하산지 때문에 또 다시 갈등이 시작됩니다.


가야할 길매봉은 암봉입니다. 검색한 후기마다 위험지역이란 경고가 널려있을 정도입니다.
아무리 위험해도, 아무리 어두워도, 결코 우리 리더의 발목을 붙잡지는 못합니다.
후미 그룹의 탈출소식을 접하자마자 “진격 앞으로!” 집사람 얼굴이 갑자기 울상으로 변하는군요.
거기다 저녁하늘 저편에서 들려오는 까마귀의 울음소리... 웬지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빙판에 직벽입니다. 시킨이 없어도 다들 납작 엎드려 조심조심...
이마에 흐른 땀은 바닥에 깔린 눈으로 자동세척...앞선 집사람의 안전을 빌고 또 빌어봅니다.
정상에서부터는 헤드렌턴을 켜야합니다. 이미 사위는 컴컴해져 버렸거든요.
조심 또 조심...보이느니 절벽이니 한 걸음 내 딛을 때마다 조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보조자일을 사용하며 위험구간을 지나고야 긴장으로 잃었던 얘기소리가 간간이 들려옵니다.
눈길에 엉덩방아 몇번 찧다 보니 어느새 노채고개?
아니~ 한시간 30분 정도 걸렸으니 지루한 하산이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군부대의 참호를 따라 내려온 끝자락, 이제 다 왔다!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새어나옵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앞의 봉우릴 하나 더 넘어야한다’는 말에 주저앉고만 싶군요.
더 이상은 한 걸음도 못 간다는 투정이 받아 들여졌는지 그곳이 바로 노채고개입니다.


약수터까지의 신작로는 잘 닦인 슬로프입니다.
집사람이 엉덩방를 찢건 말건 젊은이들의  눈썰매는 잘만 달립니다.
한 두대 눈썰매가 지나가는가 싶었는데, 앗! 이인승 봅슬레이까지 등장합니다.
남녀 한조인걸 보니 듬직한 남자애의 등뒤엔 아마도 이쁜이가 꽉 붙어 있을 것입니다.
스키장 상급코스 보다도 더 긴 슬로프에 즐거운 비명의 메아리가 넘쳐흐릅니다.


수십개의 물통이 줄지어선 약수터에 도착, 한모금 약수로 목축이고 안도의 한숨 내쉽니다.
아침 9시30분에 출발하여 오후 7시30분 도착했으니 10시간, 눈길에 힘든 산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무사히 산행을 마치도록 해주신 하느님께 오랜만에 감사의 기돌 드려봅니다.


어제의 산행여파로 힘든 월요일인데도 또 다시 다음 구간이 기다려지는 건 아마도?
산도 좋고, 사람도 좋고, 거기다 술이 넘치는(나에게만 해당?) 한북정맥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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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백두대간(죽령)

2005. 12. 1. 15:11

1월이면 우리의 산하는 눈꽃 세상입니다.
새해를 위한 희망의 여백이라도 되는 듯이… 새하얀 백지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공기 한 톨마다 생명수가 깃든 양, 수증기 한올한올 하얀 눈꽃으로 맺혀지는 겨울 산...
겨울산에 오르면 올 한해 뭔가 이뤄질 것 같아 기대를 가득 안고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여명조차 없는 저수령의 어둠 아래에선 랜턴에 의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늘어선 산사람들의 행렬로 랜턴은 반디불이처럼 곳곳에서 반짝입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초반부터 우릴 반기는 비탈...
힘에 부치지만 그래도 꿋꿋이 참은 건, 첫 고비만 넘기면 다음부터 완만한 능선이라는
산꾼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한두번 속은 것도 아닌 뻔한 거짓말임에도 쉬이 넘어가는 난 아직 순진이가 아닐까요?
평탄하다는 능선은 찾을 수 없고 내리락 오르락... 그것도 보통 비탈이 아닙니다.


눈 쌓인 겨울산은 포근하지만 미끄러워 서럽습니다.
렌턴 불빛에 내 한몸 의지하고 한발두발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기만합니다.
‘쪼르르 쿵’ 서너번 넘어지고, 더 이상은 못 참습니다. 엉덩이로 내려가기로...
‘아~코!’ 산길은 역시 만만치 않은가 봅니다. 얼마 못가 돌뿌리에 꼬리뼈가 콩!
눈물 한방울 찔금거리고 냉큼 일어서 버립니다.


일곱시 못미쳐, 아직도 사위는 컴컴합니다.
그러나 이까짓 어둠정도로는 결코 두발로님의 배고픈 투정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하나둘 짐을 풀어 버너를 피우고 라면을 끓입니다. 새벽 산행에서 먹는 라면 맛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공복에 흘러드는 구수한 라면 내음은 맛 이전에 끝내줍니다.
마지막으로 밥을 넣어 끓이는 개밥... 이것마저도 없어서 못먹습니다.


포만감에 젖을 즈음 동이 트기 시작하는군요.
어둠이 서서히 걷히자 주변의 사물이 드디어 제 색깔을 찾습니다. 온통 하얀색으로...
봄이면 연분홍 꽃을 피울 철쭉이 온통 하얀 눈송이를 머금고 있네요.
눈안개마저 뒤덮여 천지가 희뿌였습니다. 고대하던 설국의 경치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동녘의 하늘엔 어느새 해가 솟아있군요. 짙은 눈안개에 쌓인 뿌연 해가...
어둠을 벗은 산자락에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상고대... 겨울철의 열매입니다.
영하의 겨울 밤에 대기중의 수증기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으면서 생기는 눈꽃이지요.


난 다시 길을 나서지만 홀짝거린 몇잔 진도 홍주에 이미 다리가 풀려있습니다.
거기다 뱃속에 가득찬 개밥이 거친숨을 내품게 만듭니다.
혼자서 핵핵거리며 앞서간 구름나그네님을 쫒지만 어디 그게 쉬운일이겠습니까?
그나마 둥글이(맞나?)와 아라치를 제킨걸로 만족하고 속도를 늦추어버립니다.


혼자가는 종종걸음에 마주친 다람쥐님... 무척 힘들어하시는군요.
전에 다람쥐님을 보고 어찌 그리도 닉을 잘 지었나 할 정도로 날아다니던 님인데...
여자에 약하고, 여자를 좋아하는 난, 부리나케 흑기사로 돌변해버립니다.
흑기사라 해봐야 기껏 말동무 뿐 달리 해드릴게 아무것도 없었지만요.


그리고 둘이서 그 지긋지긋한 봉우릴 지겹게 오르고 내렸습니다.
경치 좋은 곳에서는 오지 않는 카메라를 외쳤고, 도솔봉에선 막걸리도 얻어 마셨지요
6㎞라 적힌 이정표를 보고 거짓말이라 투정도 해봤고, 먹는게 남는거라 이것저것 주념부리도...


하산길 눈길에선 다람쥐님의 엉덩이 썰매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밖에 없습니다.
초반에 당한 꼬리뼈가 하두 아파서 다시 탈 엄두를 낼 수 없거든요.


그래도 시간이 되니 죽령에 도착하는군요. 비록 12시간이나 걸렸지만...
추위에 난장 식사는 물건너 갔고, 그렇다고 후미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우선 지리산지기님의 홍어를 풀기로, 자기팀 주어야한다고 절반은 끝내 안 내놓네요.
우선 구름나그네님의 복분자술부터 비우고, 다음은 지리산지기님의 동동주...


식당에서 순번 기다리던 다람쥐님의 자리가 났다는 연락이 옵니다.
파전(이게 분명 전이 맞나요?)에 묵으로 막걸리 한 사발씩... 다음은 국밥으로 요길합니다.
아라치의 매실주를 끝으로 마루로 자릴 옮깁니다.


이쯤에는 팀이 있을 수 없습니다.
각자 가져온 고기에 야채에 코펠, 반아... 다 같이 모아 놓고 지지고, 볶고, 드러 붓습니다.
내가 구운 삼겹살 잘들 드셨지요? 그러나 난 어떻게 차에 오른지 아무 기억이 없습니다.
눈을 뜨니 교대역.... 오늘도 역시 난 결코 거름이 없이 술에 취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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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예봉산 산행기

2005. 12. 1. 15:08


춥고 긴 겨울...
이제 겨우 小寒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大寒, 정월 초하루가 지나면
봄에 들어선다는 立春이 있긴 하지만 겨울은 아직 끝자락이 보이질 않습니다.


정월 대보름에 들불을 지펴도 땅은 얼어있고,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雨水가 지나도 훈풍은 아직 멀리 있습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驚蟄을 다 지나야
봄 기운이 남촌 산자락 너머에 아지랑이를 한두 가닥씩 피워 올릴까….


그때까지 두 달 남짓 겨울은
살아있는 것들로 하여금 겨울잠에서 나오지 못하게 합니다.


땅속에 들어가 육체의 겨울잠으로
기나긴 겨울을 지새는 것들과 별 다름없이
땅위의 살아있는 것들이나 사람들도 마음의 겨울잠을 잘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은 그것을 강요하며 대지를 잿빛과 하얀 눈으로 덮어버립니다.


그래도 우리는 산사람...
겨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겨울잠을 청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 둘, 셋씩 시계탑 밑으로 모여든 우리는 예봉산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하늘도 우리 용기가 가상타 포근함을 내려주는군요. 그리도 추운 아침이었는데...


오늘의 예봉산은 우리 모두에게 처녀지입니다.
다른 팀들 꽁무니를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여자분들 뒤를...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에 거추장스러운 겉옷은 어느새 어디론가 숨어버립니다.


필프리가 뒤로 쳐지기 시작합니다. 그 옆엔 근심스런 눈초리의 유후...
그래도 우린 걱정 없습니다. 그옆엔 둥그리까지 남겨져 있으니까요.
솔피내曰 두 여장부면 필프리 하나 쯤은 메고도 온다나?


숨이 턱에 찰 즈음 나타나는 의자...이게 바로 안성맞춤입니다.
뒤쳐진 필프리도 기다릴겸 소주한병 내 놓습니다. 조이님의 맛있는 장떡과 함께...
다 먹어갈 즈음 나타난 필프리의 고통스런 창백한 모습이 많이 불편한 모양입니다.
버스타려 뛰다 근육이 뭉쳐버린 모양인데 덕산과 둥그리가 아무리 주물러도 소용없습니다.


정상까진 깔딱고개의 연속입니다.
길가에 늘어선 소나무가 솔향을 내품건 말건, 듬성듬성 떡갈나무가 섞여있건 말건,
가픈 숨 헐떡이기 바쁜 우리들에겐 다른세상 얘기일 따름입니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게 없건만...” 드디어 정상에 올라섭니다.
남한강의 풍광을 등지고 올랐는데 이젠 북한강 북한강의 강줄기가 성큼 눈에 듭니다.
저 건너편엔 운길산도 보이는 군요. 덕산은 머릿속엔 수종사의 차밖엔 남아있지 않습니다.


“오늘의 뒷풀이는 촌닭백숙이다” 수종사 차맛을 잊게 하려면 이길 밖에 없습니다.
약발이 받았는지 점심도 거르고 그냥 내려가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기념사진은 찍어야겠지요? “찰칵” 쥐뿔이의 카메라폰이 선두입니다.
다음은 둥글이의 자동카메라입니다. 어~ 윤수이님! 밧데리가 다 되었다네요. 프로도 실수를...


정상을 내려설 시간이 다 되어도 필프리와 유후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전화가 불통이라 걱정들을 하는데 똑똑한 유후의 메시지 “먼저 내려갑니다”
안됐다는 말에 누군가의 일침 “처녀 총각 같이 가면 더 좋은 일인데 뭐~”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고 맛있는 점심, 오늘의 메뉴는 보온도시락입니다.
그리고 결론은 등산장비점보다 마트가 저렴하답니다. 우리 다 같이 겨울준비를 해볼까요?


기나긴 하산길을 아예 날아 내려옵니다. 촌닭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군침이 도는데는 축사의 비릿한 내음도 빗겨가나 봅니다. 아뭇소리 없거든요.
늘어선 창고의 사열도 받고, 환경지킴이들의 격문도 읽어가며 우린 촌닭집 앞에 섭니다.


이쁜 아줌마 탓에 불만없이 꾸욱 참다, 한시간을 넘긴 우리 앞에 놓인 한방백숙...
기다리는 길에 파전에 소주는 이미 거쳤지만 그래도 맛있기는 매 일반입니다.
죽까지 한 그릇 걸쭉하게 비운 다음에야 우린 또 다시 길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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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삼악산 산행기

2005. 12. 1. 15:02

.아침 저녁으로 옷깃을 여미게 하는 한기... 제법 초겨울의 맛이 납니다.
이맘때 떠나는 산행은 실로 상쾌한 기분을 듬뿍 안겨주지요.
나뭇잎들이 떨어져 푸짐한 낙엽길을 만들었고, 비인 가지 사이로 쪽빛하늘이 걸려있습니다.
땀 식히기에 딱 좋은 서늘한 바람은 해맑은 물소리를 타고 쏟아져 내립니다.
가벼운 산행으로 초겨울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난 삼악산으로 길을 나섭니다.


조금 일찍 나섰더니만 청량리에 도착하니 9시...약속시간은 아직 멀었습니다.
우선 수퍼에 들러 소주 네병 챙기고...이건 내 주식이니 결코 빠뜨릴 순 없지요.
분수대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윗층으로 오르니 어~ 일행들이 반가이 맞아주네요.
아마 다들 엄마에게 졸라 새벽밥 먹고 나왔을 것입니다.


사정이 있는 몇몇을 제외하곤 거의 도착했는데 허브는 아직 건대입구랍니다.
반찬 당번이라 장만하다 늦었다는데 그럼 밥만 싸온 솔피네는 어쩌란 말인가요. 
조금도 기다려주지 않는 무정한 열차는 허브를 버려두고도 잘만 달려갑니다.


어~ 갑자기 꽃사슴의 얼굴색이 변합니다. 왜냐구요?
두 청춘남녀가 얼굴에서부터 발끝까지 조그만 틈새도 없이 밀착하고있거든요.
약오르겠다고요?  아니랍니다. 주위야 어떻든 깔깔거리며 마냥 즐거운 열차여행이거든요.


차창으로 바라보는 초겨울의 풍경이 스산하게 느껴집니다.
멀리 옅은 물안개가 강변을 누르고, 앙상한 나뭇가지 남은 잎 새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니, 벌써 봄을 기다리는 마음 옅은 신음으로 답합니다. 겨울날 정경.....


나의 춘천행 열차는 가슴설레는 추억의 열차랍니다.
조이님 만나기전, 사귀던 여인을 찾아 달려가던 낭만의 열차, 무던히도 좋은 분이었는데...
나이차를 무시하지 못해 끝내 헤어져야만 했던 그녀의 얼굴이 살포시 차창에 어립니다.
아차~ 조이님 알면 안좋아할텐데...쉬잇~ 조이님껜 비밀입니다. ᄒᄒᄒ


강촌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의암호반에서 내립니다.
의암호의 파아란 물빛을 따라 이어진 강변도로... 이곳도 추억의 드라이브길이랍니다.
동료교수의 카페라며 간혹 들르던 곳이 의암호반에 있거든요.


상원사쪽 매표소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겨울같지 않은 포근한 날씨에 초반부터 땀이 비오듯 하는군요.
상원사 감로수로 목축이고 나니 또다시 깔딱고개가 어서오라 손짓합니다.
오늘도 역시 베로니카가 힘들하는군요. 속도를 늦추고 보조를 맞춰줍니다. 나 착하지요?


휘어지는 길목에 세워진 이정표가 정상이 3.5㎞라고 알려줍니다.
다른 이정표엔 누가 지웠는지 정상까지 35분이라고 적힌 흔적이 보입니다.
오르막 3.5㎞를 35분에 주파하다니, 아마 속았음에 마음상한 이가 지워버렸나봅니다.


또다시 가로막는 깔딱고개, 아예 네발로 기어오르라는 군요.
오른쪽에 의암댐과 춘천시가 보이는군요. 그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놓습니다.
누군가에게 가운데 섬이 중도라고 자신있게 가르켜줍니다. 사실은 붕어섬인데....
정상의 아름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 컷~ 증명판으로 단체사진도 필요하지요?


정상을 지나 펼친 점심상, 바람은 조금 불어도 포근한 날씨이니 아무렇지 않습니다.
베로니카가 잡곡밥을 참 맛있게도 지어왔네요. 이젠 시집가는 일만 남았나봅니다.
무쏘님의 양주에 얼큰해진 난 하산길의 경사가 무섭지 않습니다.
웃고 떠들며 흥국사 지나, 등선폭포... 후미 기다리는 길에 탁족까지 빼 놓지 않습니다.


덧 붙이는 글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이해인 수녀님의 ‘나를 키우는 말’이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힘들고 지쳤다가도 산을 다녀오면 다시 처음의 환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잇는 건
그만큼 ‘아름답다’라는 말을 많이 해서인지도 모릅니다.


삼악산... 산행 내내 아름답다를 외쳤고 수없이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들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 말마따나 나 또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있는 월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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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계룡산 산행기

2005. 12. 1. 14:51

옷장 정리를 해보셨나요?
언제쩍 입던 것들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옷가지들이 첩첩이 쌓여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버리자니 영 마음이 안내킵니다.


두번 다시 입을 일도, 또다시 옷장 정리를 하며 마음만 쓰일 이것들을 버리지 못하는 건
그속에 묻어있는 추억 때문일까요? 추억속에 숨겨있는 놓치고 싶지 않은 사연 때문일까요?


매서운 겨울이 가버렸습니다.
한동안 겨울다운 추위가 왔다 했더니만 어느새 바람은 매운기를 벗어버렷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옷장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내 가슴속 겨울을 버리려 산을 찾았습니다.


설경이 아니더라도 겨울산의 정취는 적막함 그리고 아늑함입니다.
그러나 내가 찾은 한밭골의 주산은 번잡 그 자체였습니다. 곳곳에 늘어서 사람들의 행렬...
그나마 내 좋아하는 사람들 곁이었기에 참을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욕께나 했겠지요.


29인승 버스에 15명이니 영리산악회라도 적자는 아닙니다.
매표소에서 안내판을 보면 그 꿈은 무참히 깨져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3,200원이 누구네 집 애 이름이나요? 그중 절반이 넘는 돈은 문화재관람료라는군요.
동학사, 갑사의 관람료인 셈인데 저는 사찰 구경은 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무조건 받습니다.
항상 공짜로 다니다가 뒷문을 몰라 입장료 다 내니 아깝다는 생각에 목이 매입니다.


동학사를 지나자 마자 얼음길이 어서오라 우릴 반깁니다.
원래부터 아이젠을 싫어하는 전 맨몸으로 버텨보지만 결국엔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50미터도 채 못가서 다시 벗습니다. 양지쪽 너덜길엔 아이젠이 극약이니까요.
우~쒸~ 누구 약 올리는 기야? 뭐야? 그리곤 산행 내내 아이젠을 포기해 버렸습니다.
어리석은 사나이 헛된 배짱 때문에 온몸으로 얼음과 싸워야 했지만, 그게 나인 바에야....


관음봉으로 오르는 길은 깔딱고개, 급경사라 앞사람 엉덩이에 코가 닿을 지경입니다.
거친 콧김을 내품으며 베 모양을 떠올려봅니다. 울 주인장나리는 얼마나 힘들어할까요?
호흡도 고를겸 발길을 멈춘 은선폭포 전망대에서 에너지 보충용으로 소주 한병 꺼내듭니다.


건너편엔 겨울가뭄에 말라버린 은선폭포가 있읍니다.
말라버린 폭포는 일면 초라해 보이나 봄이 오면 우렁찬 모습을 또 다시 보여주겠지요.
물이 넘치는 폭포를 그리며 기울이는 소주잔, 캬~ 분위기 끝내줍니다.


라면냄새가 구수한 은선산장을 지나니 또다시 빙판길이 어서 오라 손짓합니다
한참을 오름짓 하니 능선인데 관음봉고개 이정표가 있읍니다.
왼쪽으로 통신시설을 머리에 인 천황봉인데 가면 안된다는군요. 출입금지구역이라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잠시 더 오르니 관음봉입니다.
정상엔 제법 그럴싸한 정자도 있군요. 많은 사람들이 쉬며 먹으며 즐거운 표정들입니다.
천황봉이 막힌 후론 관음봉이 정상이라는데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카메라 앞에서 폼잡는 이쁘니... 살짝 얼굴 내밀어 나두 한 장 찰칵해 봅니다.


관음봉에서 급하게 내려꽂힌 사다리를 내려와 문뜩 고개를 드니
삼불봉으로 날카롭게 이어지는 바위능선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계룡산은 봉우리 이름들이 불교분위깁니다. 삼불봉, 관음봉, 등등


이름에 걸맞게 오밀조밀한 암릉과 오르내림이 심한 봉우리들이 닭 벼슬처럼 생겼습니다.
삼불봉에서 관음봉 사이의 능선은 자연성능...오르내림이 많지만 천연의 산성 모습입니다.
東高西抵인 강원도의 대간 구간이 문득 떠오름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쾌청한 날씨에 대전 시가지의 성냥곽같은 아파트 단지가 눈앞까지 다가옵니다.
자연성능은 오른편에 낭떠러지를 두르고 왼편으론 경사가 심하게 비탈져있습니다.


앞서가던 분이 점심 먹을 만한 장소를 찾았다고 목청 높여 으시대고 있네요.
'그냥 넘기기는 아쉬운데...' 진한 사투리 충청도아저씨의 우스개는 결코 우습지 않습니다.
절반 앉고 절반은 서서 먹을 수 밖에 없는 비좁고 비탈진 공터지만 점심상은 풍요롭습니다.


'40대의 풍요로움' 40대는 몇 명 되지도 않은데 왜이리 풍요로울까요?
흰밥만은 외롭다 오곡밥도 나오고, 산꼭대기에 국까지 공수되고, 와~ 카레까지 이어집니다.
'웬 초장?' 깔판에 엎지른 초장에 놀라다가, 쭈꾸미와 드릅에 벌린 입들을 다물지 못합니다.
과일후식에 커피까지 느긋이 해치우고 나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
아~ 하나 빼뜨렸네요. 산중의 일미인 라면... 모처럼 큰 배낭을 맨 운영자의 작품입니다.


또다시 오르락내리락 빙판길을 걷습니다. 조금은 위험하지만 아이젠은 사양합니다.
불쑥불쑥 솟아오른 암봉들과 양쪽 낭떠러지 사이로 좁게 난 등산로며 바위 속으로
뿌리를 뻗고 괴목으로 자라나는 소나무들과 함께 걷는 능선길은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응달진 곳의 찬바람이 제법 춥지만 웅크리지 못함은 빙판길 발걸음이 조심스럽기 때문이지요.


삼불봉을 바라보는 삼거리에서 다들 하산하고, 몇 명만이 삼불봉의 철계단을 오릅니다.
하산한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려 속도를 내어봅니다. 그리고 쏟아지는 불평...힘들다나요?
두세평 정도 바위봉우리 정상엔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네요. 삼불봉이 풍수상 주봉이랍니다.
멀리 대전과 주변의 산과 산자락에 들어앉은 작은 집들이 눈앞에 잡힙니다.


금잔디 능선의 쉼터에서 앞서간 탈출자들을 만납니다.
금방 쫒아온 게 못마땅한지 베모양 때문에 늦었다며 다른사람들이 입술을 삐쭉이는군요.
어느 분이 준비해온 양주와 햄으로 목을 축이고 부지런히 갈길을 재촉합니다.
엉덩방아를 찢는 사람들을 보고 미소 두어번 짓다 보니 어느새 갑사입니다.


갑사앞 거북이 입에서 물 한모금 보시 받고, 절 기웃거리다 기절할 번 했네요.
느긋이 후미를 기다리다 안내판 앞으로 오르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스님이 나오잖아요?
깜짝 놀라 뜰로 뛰어 내릴 수 밖에요. 우~쒸~ 나쁜 스님!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구...
경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종과 목판, 당간 등 보물이 몇점 보이는군요. 주위 경관도 좋구요.
동학사에 1.500원 갑사 500원 준다고 했던 입장료를 아무래도 뒤집어 분배해야할 것 같습니다.


불심을 모르는 저는 산에 다닌 이후로는 절 구경은 거의 한 기억이 없읍니다.
신앙도 없고 특별히 구경할 거리도 없어서인데, 오늘은 모처럼 한가하게 둘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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